▲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잇따라 일본과의 AI 반도체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최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과 한일경제공동체 구상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 개소 직후 방한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 두 그룹이 최근 한국전력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을 위한 25조원 전기요금 선납을 거절한 것과 맞물려 향후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단 일본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일본 참의원 대표단과 오찬을 갖고 AI 시대 반도체 산업 전망과 삼성전자의 전략, 한일 협력 분야 등을 논의했다. 회동 사실은 참석자인 히라키 다이사쿠 참의원의 공개 글을 통해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8일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 및 연구기관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일본 센다이에서 일본 공장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전력과 용수를 입지 조건으로 꼽았다. 앞서 6월에는 차기 공장을 두고 “전력도 땅도, 사람도 물도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과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도 협의 중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 부지와 투자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두 그룹의 일본 행보는 국내 메가프로젝트의 실행 조건을 다시 보게 한다. 정부와 기업이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규모 공장을 실제로 짓고 가동하려면 계획한 시점에 전력·용수·부지·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 회장이 입지 조건을 반복해 강조한 것도 투자 규모의 발표와 생산 기반의 확보가 별개라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전의 5년 치 전기요금 약 25조원 선납 제안을 거절한 일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투자에 활용하려 했으나, 양사는 거액을 미리 집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납 거절을 호남 투자 재검토나 일본 투자 확대 결정과 연결할 근거는 없다. 앞서 한전 측은 기후부·한전·광주통합시·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맺은 전력공급 협약은 예정대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든 해외든 인력 확보에는 채용 규모뿐 아니라 배치와 보상에 관한 노사 협의도 변수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따른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문제를 교섭 의제로 제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재협상을 거쳤다. 해외 투자를 검토할 때도 기업은 현지 인력 수급과 임금, 노사관계를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과 SK가 국내 노사 갈등을 이유로 일본 투자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일본에서 패키징 연구거점을 이미 가동하고 있고, SK는 현지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현재 공개된 계획만으로 앞으로 일본이 국내 생산거점보다 전력이나 용수,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향후 양국에서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언제, 어떤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가 각 투자안의 실행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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