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경태(왼쪽부터), 권영진, 서범수, 진종오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8월 현역 의원 4명에게 당원권 정지를 의결한 이후 대응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같은 처분인데 길이 갈린 이유는 징계 사유의 성격, 지도부와의 관계, 2028년 총선 일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눈에 띄는 변수는 징계 기간과 공천 시점의 겹침이다. 조경태 의원 2년 6개월, 진종오 의원 2년, 권영진 의원 1년 6개월은 모두 1년을 넘는다. 총선 공천 준비 시기까지 당원권 정지가 이어질 수 있다.
권 의원이 곧바로 재심을 청구하고 “공천 신청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징계"라고 주장한 것도 이 계산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재심 결과 기간이 1년으로 줄면서 총선 일정과의 충돌은 피하게 됐다. 권 의원 측이 결과를 수용하고 가처분을 내지 않기로 한 배경으로 읽힌다.
징계 사유의 성격도 선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권 의원은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정점식 당시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일로 징계를 받았다. 행위 자체는 비판받을 수 있어도 소명을 통해 정상 참작을 구할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윤리위가 소명과 재심 청구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처분을 취소한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재심이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실제로 수위를 바꿀 수 있는 통로라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진종오 의원의 사정은 다르다.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지원한 문제 등이 사유다. 당의 공천 방침과 선거 판단을 정면으로 다룬 사안이어서 윤리위 내부 절차에서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처음부터 법원으로 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 지도부가 징계를 거둘 이유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 2년이라는 기간이 공천 일정과 겹친다는 점도 사법부 판단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계파 셈법 얽힌 징계, 차기 공천 분수령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당으로서는 심각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법부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의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거나, 반대로 비주류 현역 의원들의 공천권이 박탈되며 당내 분열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범수 의원은 더 눈여겨볼 만하다. 처분은 4명 중 가장 가벼운 10개월이다. 그런데도 재심을 청구했다가 가처분으로 옮겼다. 기간 자체보다 '돌려차기 실언'이라는 사유로 당원권을 정지하는 것이 적정한가를 따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리위가 9월 14일 재심 결론을 내지 못하고 30일로 미룬 사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조경태 의원의 '쿨한' 수용은 해석이 어렵다. 2년 6개월은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사유는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자당 소속 박덕흠 후보의 낙선 촉구. 조 의원이 재심이나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도부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수도 있고,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는 침묵하고 있다.
결국 선택을 가른 기준은 △징계 기간이 공천 일정과 얼마나 겹치는지 △사유가 소명으로 다툴 수 있는 성격인지 △윤리위와 지도부에서 감경을 기대할 수 있는지가 함께 작용했다. 당내에서 이런 요소를 종합해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도부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징계가 당내 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법원이 절차나 수위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의 후속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재심으로 수위가 조정됐고 다른 쪽에서는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징계가 길어질수록 해당 의원 지역구의 당협위원장 문제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오는 7일 가처분 심문이 다음 분기점이다. 인용되면 본안 판단 전까지 징계 효력이 제한되고, 기각되면 현재 처분이 유지된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윤리위 징계의 정당성 논란과 2028년 총선 공천 문제에 곧바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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