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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초전도자석 5년내 실용화…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선정 완료

초전도체와 K-바이오, K-디지털헬스케어, K-콘텐츠를 4대 핵심 축으로 한 '초혁신경제' 전환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초혁신경제 전환을 이끌 15대 선도 프로젝트 선정을 마치고 최대 5년내 실용화 등을 목표로 집중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나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혁신 15대 선도프로젝트' 네 번째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앞서 ▲9월 1차로 전력반도체, LNG 화물창, 그래핀, 특수탄소강, K-식품 ▲10월 2차로 스마트 농·수산업,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활용, AI 바이오 오픈 생태계 구축, K-뷰티 ▲11월 3차로 차세대 태양광·전력망, 해상풍력·HVDC(초고압직류송전), 그린수소·SMR(소형모듈원전) 등을 차례로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초전도체 분야에서 핵심부품·장비를 소형화·고성능화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자석 원천기술을 고도화 하기로 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될 때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로 고온 초전도자석은 저온 초전도(-268℃)보다 높은 온도(-196℃)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해 냉각 비용과 크기·무게를 낮출 수 있는 장치다. 의료(암 치료 가속기), 에너지(핵융합), 교통(항공기) 등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실용화 기술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5년내에 응용 분야별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산업․기술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고온초전도자석 실용화 기술개발 80억원(신규), 고온초전도마그넷 기술개발 93억원, 핵융합로용 고온초전도 도체 기술개발 22억원,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 구축 120억원 등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K-바이오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 이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상업화 모델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임상3상 파이프라인(후보 물질) 중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임상3상 특화펀드' 등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이를 위한 정부 출자금 600억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인허가 컨설팅, 마케팅·인력 고도화 등 전 주기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바이오 헬스 핵심 인재 11만명을 오는 2027년까지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글로벌 백신 펀드(200억원),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96억원), 구조 기반 AI 신약 개발(24억원), K-바이오 헬스 글로벌 진출(245억원) 등의 내년도 사업예산도 포함됐다. K-디지털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의료시스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해외 인수 병원 등 글로벌 거점을 활용한 새로운 수출 모델을 구축·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새로운 수출모델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해외 거점을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서비스 등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인종 기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인허가와 수출을 지원한다. 내년 1분기까지 추진단을 통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정책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에 대응해 산업성장기반 강화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추진한다.4300억원 규모로 출자하는 K-콘텐츠 정책 펀드를 통해 대작 지적재산(IP) 확보를 지원하고 AI 기반의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영상·음악·게임 분야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웹툰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소득·법인세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정부는 이같은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 등 패키지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향후 5년을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으로 삼아 민관합동추진단 및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연준의 ‘스텔스 QE’와 한국은행의 딜레마

2025년 12월 10일, 우리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다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임기 중 열린 이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 '슈퍼 위크'의 정점이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3.75~4.00%에서 3.50~3.75%로 25bp(0.25%포인트) 인하되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금리인하가 아니었다.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내부분열 속에서, 연준이 조용히 꺼내든 '준비금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 RMP)'이라는 낯선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연준은 12월 12일부터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T-bill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00억~3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양적 완화(QE)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변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장기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사들여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던 것과는 달리,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일 뿐이라는 논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연준이 매월 4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민간에서 사들이면, 그만큼 민간의 무위험 자산(국채) 비중은 줄고 현금(지급준비금)은 늘어난다. 넘쳐나는 현금을 쥔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이며, 사실상의 양적완화다. 실제로 FOMC 발표 직후 미국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시장이 이를 '유동성 파티의 재개'로 받아들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준의 이와 같은 '스텔스 돈 풀기'는 한국은행에 양날의 검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한미 금리 역전폭의 축소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양국 간 금리차는 기존 1.5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미국 상단 3.75% - 한국 2.50%)로 줄어들었다. 1,400원대 중반에 고착화된 환율과 자본유출 압력에 시달리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타고 일부 국내증시로 유입된다면, 환율안정과 자산가격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재 우리나라 유동성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5년 9월 기준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5%나 급증하며 사상 최대인 4,430조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선언하며 단기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 이미 내부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외부발 유동성까지 더해질 경우, 물가불안과 부동산 재과열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2026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1.8%에 그친다. 성장률 역전은 통화가치 차별화로 이어진다. 미국경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지속되는 한 연준이 돈을 풀어도 달러약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의 활황은 국내 투자자들의 '서학개미' 행렬을 가속화해,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금융계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적 환율상승 압력을 부추길 것이다. 결국 미연준의 돈풀기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되게 하려면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 첫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 연준이 내린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 내렸다간, 좁혀진 금리차가 다시 무색해지고 집값 불안만 키울 수 있다. 현재의 2.50%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며, RP 매입 등 미세 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핀셋 지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환율 방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26년 1월부터 도입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KRW FX Bond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구조적으로 유도하여, 단순히 달러를 팔아 환율을 막는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원화수요 자체를 늘리는 적극적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와 연계하여 원화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셋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AI나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금융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 2025년의 끝자락, 파월의 임기내 마지막 실질적인 FOMC회의에서 연준은 다시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과 투기라는 홍수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돈잔치라는 환상에 취하기보다, 그 뒤에 날아들 수 있는 청구서를 대비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현

석화 재편 D-15…대산 이어 여수도 가닥, 울산만 남았다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 논의를 가로막던 여천NCC의 원료공급가격 문제가 풀리면서 전남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의 '빅딜 2호' 탄생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나온다. 충남 대산 석화산단에서 롯데와 HD현대가 자구안을 가장 먼저 내놓은 이후 채권단 실사 과정을 밟는 데 이어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다만, 울산 석화산단은 각자 생산효율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여 석화 재편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힌다. 1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가 생산한 기초 유분에 대한 장기 원료 공급계약안을 마련하고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올해 초부터 2027년 말까지 공급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대상으로 계약을 맺었다. 국제 시장지표와 원가에 기반한 포뮬라(계산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한화와 DL 측이 의뢰한 외부 컨설팅 결과를 거쳐 마련됐다. 국내 석화사들은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울산 등 석화 산단 3곳을 중심으로 전체 에틸렌 생산 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감축하기로 자율협약을 맺고 기업별로 구조재편안을 논의해 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여수 석화산단을 찾아 연말로 다가온 자구안 제출 시한을 강조한 바 있다. 여천NCC는 다운스트림 계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초 유분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원료가격 갱신을 두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부딪히며 지난해부터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석화 구조개편 논의 실마리도 잘 못 풀었다. 하지만 연료 공급계약 체결을 완료하면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연말까지 사업재편 자구안을 마련하고 산업통상부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L케미칼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에틸렌 등 주요 제품 포뮬러에서 시황 리스크와 자구 노력 달성 부족 상황을 대비해 NCC 원가 반영 비중을 보다 과감하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50만톤 규모의 3공장이 아닌 90만톤 공장 1기(1공장 또는 2공장)를 가동 중단(셧다운)한 후 공급량 조절을 통해 이익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도 산단 단위로 사업 재편안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최대한 빠른 사업재편을 통해 여천NC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사업 재편안 마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각각 연간 208만톤과 9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를 가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이행 현황' 자료를 통해 “구조적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구책과 더불어 정유사와 협업 기반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재편안 마련 속도가 가장 빠른 충남 대산 석화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자구안을 이미 산업통상부에 제출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와 채권단의 금융 지원을 위한 실사 과정을 밟고 있다. 두 석화사는 에틸렌 연산 110만톤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에 인수합병 형식으로 넘긴 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기존 60%, 40%에서 절반씩으로 조정하는 내용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HD현대케미칼의 재무 건전성을 키우기 위해 유상증자 형식으로 각각 4000억원씩 출자하겠다는 계획도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산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로는 울산이 꼽히고 있다. 국내 주요 석화단지 3곳 가운데 에틸렌 생산 설비 규모가 약 170만톤으로 가장 작지만, 에쓰오일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에틸렌 연산 180만톤 규모로 건설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구조재편 대상에 포함할지를 못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유 정제부터 기초유분 생산, 고분자 화합물 제조까지 생산설비를 공정 하나로 통합한 공장이다. 에쓰오일 측은 샤힌 프로젝트가 국내 석화 산업의 생산 효율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정책 취지와 부합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SK지오센트릭은 SK가스와 손을 잡고 자체 NCC 경쟁력을 제고를 목표로 나프타 뿐만 아니라 에탄으로도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대한유화는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0%대에 그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양호해 사업 재편을 통한 구조 개선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부자산 헐값 매각 막는다…300억 이상 국회 보고 의무화

300억원 이상의 정부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 매각도 국회 사전동의를 거치는 등 헐값매각을 원천 치단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국가·공공기관)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방지하고 헐값 매각 및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YTN 등 정부 자산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유재산 처분 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재부는 정부 자산의 내재가치를 높이면서 사회적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매각 시에는 과정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헐값 매각을 원천 차단하며 공공기관 민영화도 국회 논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체계 측면에서 부처·기관별 외부전문가 중심의 심사기구를 통해 매각 대상을 선정하고 가격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300억원 이상 매각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에 사전에 의무 보고하고 50억원 이상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심사기구의 보고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 매각 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정부 자산 매각은 총 51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40%를 차지했다. 연평균 16건이다. 같은 기간 50억원 이상 매각은 330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65%에 해당했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운용을 비롯해 기관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상시적인 매각 활동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고, 손실보상 등 법령에 따른 매각은 사후 보고로 대체된다. 행정 낭비와 국민 불편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지분 매각 역시 소관 상임위원회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액 대비 할인 매각은 금지된다. 할인 매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사전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10억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는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 필증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입찰에서 2차례 이상 유찰되면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매각 관련 정보공개도 확대된다. 입찰 정보를 즉시 웹사이트(온비드)에 공개하고, 매각 이후에는 자산 소재지·가격·매각사유 등을 공개한다. 자산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 또는 다른 공공기관의 행정 목적에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사전에 검토한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유재산법'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행정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개선 사안은 연내 즉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사전 보고, 할인 매각 금지 등은 곧바로 시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전수조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각 부처와 함께 매각 감정가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된 사례의 경우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대통령, 반도체 앞에서 원칙을 묻다

금산분리는 한국 경제의 오랜 원칙이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금융 지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해 왔다. 쉽게 손대기 어려운 규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반도체와 AI 같은 첨단산업의 시간표 앞에서 이 원칙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수십조 원이 단번에 투입돼야 하는 산업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기술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돈을 벌어서 투자하려면 장비를 들여오고 세팅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말은,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진단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곽 사장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가로막는 금산분리 규제를 언급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원칙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틀었다. “일리가 있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치적 수사라기보다 현장을 전제로 한 실질적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규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산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념이나 진영의 언어보다 지금 무엇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원칙은 지키되, 원칙이 만들어진 목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다. 금산분리라는 오래된 규범 앞에서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지금의 규제가 독점을 막고 있는가, 아니면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를 물었다. 대통령의 생각은 간단명료하면서 단순했다.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손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법은 유연하게 '예외적 완화'다. 반도체라는 국가전략산업에 한해, 지주회사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외부 자본을 끌어올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다.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선택이다. 새로운 실험은 아니다. 미국 인텔은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합작사를 만들어 반도체 팹 투자를 진행했다. 인텔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외부 자본을 활용한 구조다. 일본 역시 정부와 민간 금융이 함께 반도체 산업을 떠받치고 있고, 대만 TSMC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적극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가 직접 보조금을 쏟아붓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서, 규제 완화는 '돈 안 드는 산업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려가 없을순 없다. 핵심 사업을 분리해 외부 투자를 받을 경우, 주주 이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당시의 논란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기업, 특히 SK하이닉스를 위한 '맞춤형 정책' 아니냐는 시선마저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모든 완화를 공정위 심사와 승인이라는 안전장치 안에 두겠다고 했다. 무제한 특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의 '개방'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누리고 있던 구조적 자유를 SK하이닉스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점에서, 역차별 해소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근 미국에 원자력 잠수함 건조 협력을 요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과거 보수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고, 동시에 진보 진영에서 경계하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가 원해온 요구도, 보수가 반대해온 영역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태도. 이재명식 실용주의의 핵심이다.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모든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조정하느냐다.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안보이자 미래 성장의 축이다. 그 사실 앞에서 대통령은 규칙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두지 않았다.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을 본다. 이번 금산분리 예외 완화는 그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난 사례다. 논란은 남겠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변화다.

서울지하철 1노조 파업 철회…출근길 지하철 정상 운행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노조 파업을 눈 앞에 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조 파업 예고로 출근길 대란이 우려됐던 지하철도 정상 운행됐다. 공사와 제1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2일 오전 6시경 임단협 합의서를 체결했다. 노사는 전날 오후 1시경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막판 본교섭을 시작했다가 40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새벽까지 장시간 실무 교섭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이날 오전 3시 30분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오전 5시 30분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이 진전된 합의 제시안을 내놓자 노사는 오전 5시 35분경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고,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노사는 주요 쟁점 사안이던 인력 충원 관련, 정년퇴직 인원 충원과 더불어 결원인력 확대 채용으로 820명의 신규 채용을 조속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임금 인상은 공공기관 지침인 3%대를 회복하기로 합의했다. 김태균 1노조 위원장은 취재진에 “임금삭감 문제해결, 통상임금 정상화 추진, 혈액암 집단발병 관련 작업환경 개선을 내년부터 시작한다는 합의도 이뤄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 잘못된 구조조정 방침으로 수년째 노사 충돌과 극심한 진통을 겪어 아쉽다"며 “시와 공사가 반복된 노사 갈등을 초래하는 인력감축 경영혁신계획이 아닌 안전운행 관리에 역점을 둔 경영 기조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1노조 관계자는 “막판에 사측이 첫차 운행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것을 조기 시행하라고 강요하고 유급휴가였던 것을 무급으로 돌리려 해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휴가 개악은 사측이 철회했고, 첫차 시간 변경은 노사 간 의견 불일치로 (합의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4호선과 5∼8호선 승무 분야 임금체계 일원화 문제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일원화한다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1노조에 이어 제2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와의 임단협도 오전 6시 35분경 타결됐고,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와의 임단협도 곧 타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韓 내년 성장률 ‘엇갈린 진단’…ADB 올리고 OECD 낮췄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둘러싸고 주요 국제기구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 회복 신호에 주목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망을 소폭 올린 반면, 구조적 부담을 더 크게 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히려 낮췄다. ADB는 10일 공개한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7%로 상향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에 따른 소비 진작, 반도체 수요 확대, 관세협상 타결로 인한 불확실성 완화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ADB는 부동산시장 약세, 글로벌 교역 둔화 가능성 등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OECD는 이달 2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2.1%로 낮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성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 관련 불확실성 등이 한국의 중기적 성장세에 부담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규제에 대해선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주택 접근성을 제약한다고 지적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도 권고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1.8%로 유지했다. 추경 등 정책 효과와 대외 불확실성 완화를 감안하면 단기 회복 흐름은 있지만 중기 성장성을 바꿀 만큼 구조적 변화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기관별 전망이 다른 이유는 각 국제기구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와 분석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ADB는 아시아 지역의 교역 흐름이나 정부 정책의 단기 효과에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는 편인 반면, OECD는 금융 안정성이나 부동산 시장,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위험 요인을 더 신중하게 따지는 기관으로 평가된다. IMF는 재정 상태, 노동·생산성처럼 중기적인 구조 요인에 더 무게를 두는 성향이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흐름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지만, 소비 등 내수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 투자도 글로벌 경기 불안과 높은 금리 탓에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도 지역별로 차이가 커지는 등 구조적 부담이 겹쳐 있다. 이런 여러 신호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국제기구들이 한국 경제를 보는 전망도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청년층 고용율 19개월 연속↓…취준생 구직 열기도 식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청년층의 구직 열기도 시들해졌다.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가 17만명 넘게 감소하고 청년 고용률은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 10명 중 6명이 구직에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0일 국가데이터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04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2만5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6∼8월 10만명대를 유지하다 9월 31만2000명으로 확대됐었다. 이후 10월 다시 19만3000명으로 줄면서 3개월째 20만명선을 오가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7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작년보다 1.2%포인트(p) 떨어지며 19개월째 하락했다. 40대 취업자도 9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33만3000명), 30대(7만6000명), 50대(2000명) 취업자는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4만1000명 줄며 17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폭은 다소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1000명 줄어 19개월째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만2000명 줄어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앞서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지난 9~10월엔 각각 2만6000명·2만2000명 증가했었다. 다만 감소 폭은 소비쿠폰 지급 전인 7월보다는 작았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농어가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13만2000명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28만1000명 늘며 전체 고용시장을 견인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6만3000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6만1000명) 등에서도 증가세가 컸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만5000명 늘었지만 '1인 자영업자'는 11만2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4%로 11월 기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는 66만1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30대에서 3만8000명, 40대에서 6000명 증가했다. 다만 같은 연령대에서 취업자도 함께 늘어 경제활동인구 자체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54만3000명으로 12만4000명 증가해 1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31만4000명으로 역대 11월 중 가장 많았다. 이같은 청년 취업난에 '취준생'들도 직업 찾기에 소극적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0~11월 전국 4년제 대학 4학년 및 졸업(예정)자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서는 구직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60.5%가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실질적 취업 준비나 계획 없이 채용 공고를 탐색하고 경험 삼아 지원하는 '의례적 구직자' 가 32.2%로 가장 많았다.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은 21.5%, '쉬고 있음'은 6.8%로 조사됐다. 소극적인 이유로는 절반 이상(51.8%)이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이어 ▲구직해도 취업 못할 것 같아서(22%) ▲전공·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16.2%) ▲임금 등 근로조건이 적합한 일자리 부족(13.6%) 순이었다. 나머지 37.5%는 “역량·기술·지식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시장에 대해 응답자 37.1%는 “작년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년(36.5%)보다 비중이 0.6%포인트 늘었다. “작년보다 좋다"는 응답은 3.2%에서 5.1%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가장 낮아 취업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E칼럼] 남북 경협은 재개돼야 한다

북한은 1984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합영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통일에 이러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이자 혁신적인 이머징 마켓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이머징 마켓들이 가지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라는 장점 외에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대부분이 중고등 교육 이상을 수료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2,500만의 북한 시장 뿐만 아니라 1억 4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 시장 및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 방식은 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투자가 다시 재기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동일하게 채택할 방식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 악화 시 지난 5.24조치와 같은 전면적인 교류 금지 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 방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남과 북한 사이의 특수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북한이 남한 기업들에게 다른 외국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법이 아닌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할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에 북한은 남한에 외국인 투자법 외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기업의 북한 투자 시 직접 투자보다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경우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거나, 아니면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할 지 생각해야 한다. 남북 교류가 잘 진행되었던 2006년 6월 남과 북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의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남북이 합의한 광물 및 광산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남과 북은 합의에 따라 2007년 7~12월까지 6개월간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 아연, 대흥 및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에 대해 3차례 공동조사를 했다. 남과 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것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개발지원 본부장(실무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받았는데 이는 희토류 개발을 남한과 같이 하자는 의미였다. 그 날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는 “남북 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북측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 중에서 “희토류, 흑연,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석탄, 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측에서 제공하는 광물(광산)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합의 사항은 이행되지 못했다. 결론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책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2007년 설립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지하자원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각종 현황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강천구

내년 예산 75% 상반기에 쓴다…경기활성화·국정과제 속도

정부가 내년도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지출해 경기 활성화 및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먼저 727조9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이 심의·의결됐다다. 기존 정부 제출안 728조원에서 1000억원가량 감액된 규모다. 전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보다는 8.1% 늘었다. 정부는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 시작과 동시에 집행이 가능하도록 사전 준비에 돌입한다. 기금을 제외한 내년 세출예산(일반·특별회계) 624조8000억원 가운데 468조3000억원이 상반기에 배정됐다. 예산배정은 부처별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절차로 예산배정이 이뤄져야만 관련 계약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상반기 75% 배정은 2023년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는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민 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위해 편성된 2026년도 예산이 자금배정 절차 등을 거쳐 연초부터 적기에 집행되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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