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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 왜?…“기금형 노후자금 쌓고, 퇴직금 체불 차단”

정부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한 것은 퇴직연금을 최대한 오래 쌓고, 은퇴 후 노후 소득으로 쓸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40% 넘는 퇴직금 체불도 줄이고, 전문기관에 퇴직금 운용을 맡겨 수익률도 높이는 '퇴직연금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29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당정 협의를 거쳐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노사정이 퇴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했다. 사업장 규모별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 단계적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오는 2028년부터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 등에 쌓아두는 사외 적립 방식이 의무화된다. 2028년 1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 2029년 10∼99인 사업장, 2030년 10인 미만 등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퇴직금을 별도로 적립할 의무가 없어 경영난이나 폐업 때 체불로 이어졌다"며 “회사가 퇴직금을 미리 적립하도록 해 안정적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근로자들이 떼인 퇴직금 규모는 8229억원으로 전체 임금체불의 41.1%를 차지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 등 사외 적립 부담이 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사외적립을 조기 도입한 소규모 사업장에는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적립금 10%를 지원한다.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한 기업은 경영자금 융자 시 대출금리를 2%포인트(p)를 지원한다. 의무화 후에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에 자동 가입되도록 했다. 또, 정기 감독 때 적발된 미도입 사업장에는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퇴직급여를 오래 적립하고, 운용 수익률도 높여 노후 소득으로 연결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방식의 개편도 추진된다. 퇴직급여를 전문성 있는 민간 금융회사 등 수탁 법인에 맡기고,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근로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고르는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을 전문 금융기관이 대신 운용하게 된다. 운용사나 방식은 가입자가 선택하고, 손익도 가입자 몫이다. 수탁법인이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도록 법률에 명시토록 했다. 70%로 제한된 IRP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0년간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501조 이상 늘어났지만 수익률은 저조했다. 작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8.82%)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금형 방식 개선으로 근로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동시에 적립금을 직접 투자, 운용하기 어려운 부담을 덜고, 안정적 수익률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수익률 향상을 위해 '디폴트옵션' 적용 시기도 앞당길 방침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방식을 별도 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적용 예정 통보를 기존 상품 만기 후 4주에서 만기 전 2주로 앞당겨 자금이 방치되는 것을 막고, 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아울러, 퇴직금 수령 시 근로자가 일시금으로 받겠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자동 연금으로 지급한다. 수탁 기관이 연금 또는 일시금 수령 시 기대수익 등의 정보도 사전 제공한다. 주거나 의료비 충당 목적으로 퇴직금을 중도 인출하는 대신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근로자는 기존대로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연금 수령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수령을 하더라도 도중에 일시금 전환도 가능하다. 정부는 다음 달 개정안을 마련,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함평군, RE100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함평=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함평군이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 나서며 광주와 연계한 미래산업 육성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남오 함평군수는 지난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매칭포럼'에 참석해 빛그린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RE100 산업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이 군수는 재생에너지 공급과 산업단지 조성을 연계해 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하고, 광주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초광역 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포럼은 기업재생에너지재단과 국제 기후단체 클라이밋 그룹이 공동 개최했으며, 국내외 기업과 정부·지방자치단체, 재생에너지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함평군은 장거리 송전망 확충에 따른 비용과 주민 갈등 등 기존 전력 공급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에 공급하는 '지산지소형'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빛그린국가산단의 RE100 산업단지 지정·확대와 영농형 태양광 및 유휴 부지를 활용한 발전 기반 확충, 산업단지 입지와 전력 공급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광주 반도체 산업 육성에 따른 관련 기업의 입지 수요에 대응해 빛그린국가산단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적화한다는 계획이다. 함평의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활용해 관련 기업과 전후방 협력업체를 유치하고, 광주와 함평을 연결하는 산업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함평군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담양·곡성·화순·해남·영암·무안·장성·신안군 등과 함께 RE100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혁신 업무협약에도 참여했다. 협약에는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 조성, 태양광 이격거리 등 관련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 정비, 적합 입지 발굴과 전력 인프라 연계 등이 담겼다. 함평군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정부와 관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외 RE100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입지와 재생에너지 공급 전략을 알리는 한편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후속 협력사업 발굴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남오 군수는 “RE100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라며 “빛그린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산업입지와 재생에너지 공급체계를 함께 준비해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함평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비롯한 미래 전략산업을 유치하고, 광주와 함평이 함께 성장하는 초광역 산업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이형일 美 금리 동결 후 “11월 국고채 발행 신중 검토…긴급 바이백도”

미국의 금리 동결 후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 부총리는 최근 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국고채를 재매입하는 '긴급 바이백' 등 시장안정 조치와 함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차주 추가 대책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고채 시장은 10월 발행물량 축소 발표 이후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며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필요 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긴급 바이백 등 시장안정조치를 적시에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다만, 긴축 종료가 아닌 이전의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으로 향후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와 중간선거, 프랑스 재정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국고채 시장으로 전이될 위험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가 이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축소한 데 이어 11월 발행 물량도 신중 검토하고, 긴급 바이백 조치도 언급한 이유다. 시장에 풀려 있는 국고채를 사들이거나 시장 내 국채 물량을 줄여 국채 가격 하락,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미 연준의 금리 동결에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 9월 금리 인상의 영향과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향후 정책경로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취약차주 영향과 대책도 점검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금리 인상 흐름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취약차주·금융업권 영향을 지속 점검하고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식 결제주기 단축 방안도 다뤄졌다. 현재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에 결제가 이뤄지는 'T+2' 주식 결제 주기를 하루 앞당겨 'T+1'로 전환하는 로드맵이다. 이 부총리는 “결제주기 단축은 결제 관련 위험을 줄이고 자금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금융투자업계 및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시아 주요국의 단축 추진 동향도 고려해 전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 대외정책 변화, 국제유가, 글로벌 자금흐름이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필요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기획] 제주,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 ‘총력’…마사회·공항공사·에기평 ‘정조준’

제주도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주요 거점지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한국마사회,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삼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을 앞세워 유치전에 나설 방침이다. 29일 제주도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제주 유치 전략'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들 3개 기관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설정하고 기관별 이전 필요성과 임직원 정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단순한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제주가 보유한 말산업·항공·에너지 인프라와 각 기관의 정책 기능을 결합해 국가 차원의 산업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23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 기관 가운데 한국공항공사가 제주로 이전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3178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481억원으로 가장 컸다. 취업유발효과도 2253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마사회의 생산유발효과는 651억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364억원으로 분석됐다. 한국마사회 유치의 핵심은 국가 말산업 정책 기능과 국내 최대 말산업 현장을 한곳에 결합하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시행뿐 아니라 승마와 말 생산·육성·등록·유통 등 말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는 말산업의 생산과 수요, 인프라가 동시에 집적된 지역이다. 도청에 따르면 전국 말 사육두수의 54.3%인 1만4936마리가 제주에 있고, 말 보유 사업체의 48%인 1101개소가 자리 잡고 있다. 체험승마 인구 역시 전국의 45.7%인 23만명에 달한다. 렛츠런파크 제주와 제주목장 등 마사회의 기존 사업 기반에 제주대학교·제주한라대학교·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등 전문인력 양성 체계가 갖춰져 있다. 제주도는 마사회 본사 기능이 이전할 경우 생산·육성·경마 중심의 말산업을 승마와 복지, 관광, 치유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말 생산부터 육성·경마·승마·복지를 한 지역에서 연결해 제주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장이 있다는 점은 임직원 이전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렛츠런파크 제주와 제주목장을 활용해 조직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주거·교육·보육 지원도 병행한다. 제주형 자율학교 101개교와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특례입학 등을 활용하고 혁신도시 내 672세대 주택 공급계획 등도 연계할 방침이다. 직원과 가족이 이주 전 제주 생활을 경험하는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을 지원책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한국공항공사 유치를 위해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 미래항공모빌리티를 연결하는 국가 미래공항 거점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항공사는 전국 지방공항의 건설·관리·운영과 항공산업 육성을 담당한다. 제주도는 국내 최대 수준의 항공수요를 보유한 제주가 공항 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지난해 국내선 운항이 약 15만4000편, 여객은 약 2678만명에 달했으며 하루 평균 약 422편이 운항됐다. 특히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항공교통 안정성이 주민 이동권과 관광 등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항공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안전과 혼잡관리, 서비스, 비상대응 등 공항 정책을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의 판단이다. 향후 제2공항과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스마트공항 사업까지 추진되면 기존 공항의 운영·안전 개선부터 신규 공항 개발과 미래모빌리티까지 한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다. 제주에서 축적한 운영 및 미래공항 정책 경험을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공항으로 확산하는 게 가능하다. 임직원의 이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통대책을 마련한다. 제주공항과 혁신도시를 잇는 800·801번 노선을 증편하고 출퇴근 시간대 배차 간격을 줄이는 한편 혁신도시와 산록도로 간 접근도로 확충을 추진한다. 서귀포 혁신도시의 공공형 워케이션과 원격협업 환경을 활용해 수도권과의 업무 연속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유치는 제주가 선도적으로 겪고 있는 에너지전환 과제를 국가 연구개발(R&D) 정책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기평은 국가 에너지기술 R&D의 기획·평가·관리와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수립, 에너지기술 정책 지원 등을 담당한다. 제주도는 독립된 전력계통과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으로 인해 제주가 향후 전국에서 나타날 에너지전환 과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유치 논리로 내세웠다. 실제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에 시급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양방향 충·방전(V2G), P2X, 그린수소 등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거래·소비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과 제도를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고 있다. 에기평이 제주로 이전하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출력제어와 계통 안정성, 유연성 자원, 에너지저장 등의 문제를 신규 국가 R&D 과제에 직접 반영하고 개발된 기술을 다시 제주에서 실증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ESS 저탄소 중앙계약시장과 전력시장 제도개선 시범사업, 그린수소 상업판매 등 제주에서 검증한 사업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제주도는 에기평 전문인력이 실증현장에 상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그린수소 실증사업 등 양측의 협력 기반을 활용해 지역 연구기관·기업과 공동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거·교육·보육 지원과 함께 서귀포 혁신도시 공공형 워케이션 오피스와 원격협업 체계를 활용해 수도권 연구기관 및 중앙부처와의 업무 연속성을 뒷받침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

인공지능(AI)이 우리 삶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전력 소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붓는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액은 2025년 5,500억 달러를 넘어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 투자액을 웃돌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향후 5년 내에 두 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어떻게 높이고 전력망에 안전하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비용 절감을 넘어 국가 에너지안보와 직결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센터는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중 전력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력 의존도가 높다. 공급된 전력은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IT 시스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작동 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각 설비와 부대 시설을 가동하는 데 쓰인다. 특히 고성능 AI 연산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일수록 특수 냉각 설비가 필수적이다. 둘째, 전력과 수자원 소비 사이에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 냉각에 들어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증발식 냉각탑을 사용하면 전력사용효율(PUE)은 개선되지만 막대한 양의 물이 소모된다. 반대로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건식 냉각이나 공기 냉각 방식을 택하면 전력 소비가 급증한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기가 사실상 전량 열로 변환되어 대기 중으로 버려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셋째, 전력 계통 측면에서의 공간적 집중성과 변동성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60%는 특정 지역에 클러스터 형태로 밀집해 있다. 이는 지역 전력망에 극심한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또한 AI 학습과 추론 작업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전력 부하가 급격히 출렁이거나, 송전선로 고장 등 미세한 전압 변동 시 자체 설비 보호를 위해 순식간에 전력망에서 이탈해 비상발전기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송전선 장애 직후 무려 3.8GW 규모의 데이터센터 부하가 동시에 계통에서 떨어져 나가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과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데이터 투명성'과 '강력한 규제 표준'을 양 날개로 삼고 있다. EU는 에너지효율지침(EED)에 따라 IT 전력 수요가 500kW 이상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사용효율(PUE), 수자원사용효율(WUE), 폐열 재활용률(ERF), 재생에너지 사용률(REF) 등 4대 핵심지표를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첫 보고 결과 EU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1.36으로 세계 평균(1.58)보다 우수했지만, 폐열 재활용률은 1.8%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U는 보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등급제'와 '최소성능기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EA는 최소성능기준 도입만으로도 유럽에서 연간 약 20TWh, 전 세계적으로는 65TWh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 개별 국가들의 행보는 더욱 구체적이다. 독일은 에너지효율법(EnEfG)을 통해 신규 데이터센터의 PUE 목표(1.2 이하)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발생한 폐열의 일정 비율(2026년 10%, 2028년 20%)을 반드시 재활용하도록 하였다. 핀란드 하미나(Hamina)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버에서 회수한 폐열로 지역난방 수요의 70~75%를 충당하며 에너지 순환 경제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인센티브 연계 및 인증 체계 강화가 특징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세제 혜택이나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으로 PUE와 WUE는 물론 단지 내 발전·저장 설비 및 무탄소 전력 비중 공시를 요구한다. 나아가 건물 설계 단계부터 LEED Gold, 에너지스타, 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는 신규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IEA가 강조하듯 에너지효율이야말로 생산할 필요도, 송전할 필요도 없는 '제1의 연료(First fuel)'다. 데이터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엄격한 효율 표준과 폐열 재활용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기술혁신을 통해 전력망 안정성에 기여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co.kr

[김병헌의 체인지] 오늘을 사느라 내일을 잃는 사회

월급 300만원이 들어왔다. 월세와 관리비 90만원, 대출 원리금 60만원, 카드값 80만원, 통신비와 보험료 30만원. 남은 돈은 40만원이다. 아직 식비와 교통비도 해결하지 못했다. 골목 식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 달 매출 1500만원을 올려도 식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대출이자를 치르면 주인 몫은 얼마 남지 않는다. 직장인은 월급날을 기다리고 자영업자는 손님을 기다리지만, 정작 기다리는 것은 다음 달 청구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이 숫자로 확인됐다. 최근 NH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급여이체 고객을 분석했더니 월급을 받은 하루 뒤 통장에는 급여의 57%만 남았다. 닷새 뒤에는 35%, 열흘 뒤에는 22%, 한 달 뒤에는 3%였다. 물론 저축이나 투자를 위해 다른 계좌로 옮긴 돈도 있다. 통장 잔액 감소가 곧 소비는 아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묻는다. 빠져나간 돈 가운데 얼마가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고, 얼마가 어제의 빚과 오늘의 생활비로 사라졌는가. 세대별 차이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20대의 월급 중앙값은 303만원으로 50대의 469만원보다 166만원 적다. 평소 입출금통장 잔액도 20대는 75만원, 60대 이상은 356만원이다. 청년층이 돈을 함부로 써서만은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높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자산을 축적한 사람은 돈으로 돈을 벌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은 돈을 모으기 위해 먼저 빚부터 갚아야 한다. 부동산은 그 격차를 더욱 벌린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집값 상승은 자산 증가지만, 집 없는 청년에게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는 일이다. 전셋값과 월세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하고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월급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과 주거비가 움직이는 속도를 걱정한다. 같은 도시에서 살아도 자산을 가진 사람과 월세를 내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노동시장도 공평하지 않다. 반도체 대기업 직원이 성과급을 이야기할 때 중소기업 직원은 기본급 인상을 기다린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3분기 조사에서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이었다. 격차는 194만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에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까지 겹친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누군가는 투자할 돈을 남기고, 누군가는 생활비를 채우기에도 벅차다. 경제 전체는 호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이끌고 증시도 기업의 미래 가치를 앞당겨 반영한다. 그러나 주가지수의 상승이 모든 가계의 자산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주식을 사지만, 매달 카드값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증시는 먼 나라 이야기다. 반도체 공장의 실적이 좋아져도 건설 현장의 일감이나 동네 식당의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속도와 생활의 속도가 어긋나고 있다. 자영업자의 통장은 더욱 복잡하다. 매출은 곧 소득이 아니다. 손님이 늘어도 재료비와 인건비가 더 오르면 남는 돈은 줄어든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대출 상환 부담까지 커진다. 장사가 잘되는 날에도 통장에 여유가 없는 이유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그 자영업자는 다시 다른 가게의 손님이 되기를 주저한다. 가계의 빈 통장이 골목경제의 빈 의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해법은 월급을 더 받으라는 말이나 소비를 줄이라는 충고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주거비와 금융비용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지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협력업체의 기술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성과 공유의 통로도 넓혀야 한다. 청년에게는 일회성 지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자영업자에게도 대출 만기 연장만이 아니라 임대료와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매출을 회복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가는 것은 개인의 소비 습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월급날은 저축과 투자의 출발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밀린 청구서를 결제하는 날이다. 노동의 대가가 오늘의 생활비를 치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미래는 무엇으로 준비할 것인가. 경제의 건강성은 월급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그 월급으로 얼마나 안정된 내일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미시, 이차전지 시험·인증 거점으로…272억원 투입 실증센터 준공

KTR 경북거점 공식 출범…제조부터 재사용까지 배터리 전주기 지원 구미국가산단에 BaaS 시험실증센터 구축…사용후 배터리 성능·안전성 검증 반도체·로봇 특화단지에 이차전지 인프라 확충…대경권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반도체와 로봇에 이어 이차전지 시험·인증 기반까지 갖추며 첨단산업 거점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272억원이 투입되는 배터리 시험·실증 기반 구축사업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경북거점 출범을 통해 제조부터 시험·인증, 재사용까지 연결하는 산업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8일 구미시는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산단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장호 구미시장,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구자근 국회의원, 이승렬 KTR 원장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TR 경북거점 출범식 및 BaaS 시험실증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준공된 BaaS 시험실증센터는 사용후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재사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BaaS(Battery as a Service)는 배터리의 수리·대여·충전·재사용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센터는 산업통상부와 경북도, 구미시가 추진하는 '배터리 활용성 증대를 위한 BaaS 실증기반 구축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사업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72억원을 투입해 진행된다. 국비 100억원과 도비 45억원, 시비 105억원, 민간자본 22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구미국가산단 내 2만4576㎡ 부지에 들어선 센터는 연면적 4231㎡ 규모로 신축 건물 5개 동과 리모델링 건물 1개 동 등 모두 6개 동으로 구성됐다. 센터에서는 사용후 배터리의 잔존 성능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분류하는 시험·평가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전기차 등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한다. 특히 배터리의 제조부터 사용후 재활용·재사용 단계까지 시험·인증 서비스를 연계해 기업의 검증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함께 출범한 KTR 경북거점도 주목된다. KTR은 연간 3만여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47만 건의 시험평가 및 국내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험·인증 전문기관이다. KTR은 기존 대구경북센터와 구미센터의 기능을 통합해 구미에 시험·분석 인프라를 집중시킬 계획이다. 이차전지를 비롯한 지역 주력 산업의 시험·평가와 인증, 기술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향후 대구경북본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기업들은 제품 개발 이후 시험·인증과 실증에 필요한 전문 서비스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시는 이번 인프라 확충을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과 연계해 첨단산업 육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경권 성장엔진으로 선정한 AI로봇·반도체 소재부품·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 등 4대 산업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구미는 2023년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대구·경북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도 포함되면서 첨단 제조산업 기반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이차전지 시험·실증 시설과 KTR의 시험·인증 역량이 더해지면서 지역 기업의 기술개발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한층 넓어졌다. 다만 대규모 시설 투자가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용 확대와 전문인력 확보, 시험·인증 수요에 맞춘 지속적인 시설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BaaS 시험실증센터 준공과 KTR 경북거점 출범으로 구미의 제조 기반에 시험·인증과 실증 역량이 더해졌다"며 “기업 성장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KTR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구미시, 제조업 AI 전환 거점 도약…전국 13개 산업단지 혁신망 구축

산업부, 구미서 제3차 제조 AI 전환 컨퍼런스…산·학·연·관 150여 명 참석 구미·청주·포항 'MINI 얼라이언스' 출범…반도체·이차전지 등 4대 산업 집중 육성 불량률 10% 줄이고 매출 7% 이상 확대 목표…AI 전문인력 300명 양성 추진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경북 구미가 대한민국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전국 13개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제조혁신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8일 구미시는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부 주최로 '제3차 M.AX(제조 AI 전환) 지역 확산 컨퍼런스'가 열렸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정부의 '5극 3특 성장엔진 육성방안'에 따른 대구·경북권 산업 현장 행보의 하나로 마련됐다. 특히 정부 지원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린 구미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정성현 구미부시장, 구자근 국회의원, 김대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정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이용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등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구미·청주·포항 등 3개 지역의 'MINI 얼라이언스' 공식 출범이다. MINI 얼라이언스는 산업단지별 제조기업과 AI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해 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추진하는 지역 혁신 협력체다. 이번 출범으로 기존 10개 산업단지를 포함해 전국 13개 AX(AI 전환) 실증산단을 연결하는 협력망이 구축됐다. 각 산업단지가 보유한 기술과 실증 경험을 공유하고, 우수한 제조혁신 성과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미 MINI 얼라이언스는 문추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청주는 김미혜 충북대 교수, 포항은 김덕영 포항공대 교수가 각각 이끈다. 구미시는 원소재부터 완성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지역 제조업 기반에 AI 기술을 결합해 '대경권 첨단 M.AX 혁신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미래모빌리티·이차전지·전기전자 등 4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가동한다. 기업 간 기술 교류를 지원하는 '경북구미 AI 라운지'와 현장 중심의 'M.AX 카라반'도 운영한다. 제조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기술을 공급기업과 연결해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구미시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 목표를 제시했다. AI 전환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불량률을 10% 줄이고, 설비 가동률은 5% 높인다는 목표다. 초기 투자비는 30% 절감하고 매출은 7% 이상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기에 AI 전환 전문인력 300명 이상을 양성하고, 140개 이상의 데이터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제조 AI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향후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인 만큼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기업의 참여도와 기술 적용 수준에 달려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제조 AI 전환 주요 성과와 산업단지별 클러스터 조성 방안이 소개됐다. 블루넥스와 몬드리안AI의 반도체 분야 우수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정부는 제조 현장에 축적된 숙련 기술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AI 기술로 구현하는 '제조 암묵지 AI 솔루션', 생산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풀스택 AI 팩토리' 등 2027년 핵심사업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행사장에서는 AI 공급기업과 지역 제조기업의 협력 기회를 넓히기 위한 기업 간 만남의 장도 마련됐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정부 지원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 구미가 첨단 제조 AI 혁신거점으로 도약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MINI 얼라이언스가 산업단지 간 혁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지역 균형성장을 이끄는 성장엔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미가 기존의 생산 중심 산업도시에서 AI 기반 첨단 제조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관건은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를 실제 생산성 향상과 지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는 데 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경기도, 피지컬 AI 대전환 선언…공장 넘어 재난·돌봄까지 ‘사람 지키는 기술’로

66개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의체 출범…제조현장 기술 실증 본격화 시흥에 피지컬 AI 확산센터 구축…2027년 재난안전·2029년 일상돌봄 확대 무인소방로봇·자율작업로봇 시연…산업혁신과 도민 안전 동시 추진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인공지능(AI)이 화면 밖으로 나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화재현장에 투입되며 어르신의 일상까지 돌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도가 이러한 변화를 산업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재난안전과 돌봄 분야로 확대하는 '피지컬 AI 대전환'을 선언했다. 생산성 향상을 넘어 노동자와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고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 첨단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2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미래모빌리티동에서 '경기도 피지컬 AI 대전환 선포식'을 열고 '피지컬 AI로 만드는 안전한 경기도'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임병택 시흥시장,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등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로봇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등 66개 기관이 참여하는 '경기도 피지컬 AI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기계, 자동차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공장 자동화를 넘어 변화하는 작업환경에 대응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산업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의 전략은 제조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공공안전과 생활서비스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확산이다. 우선 올해 성남 산업단지 제조기업 9개사를 대상으로 피지컬 AI 도입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3개 공정에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절단과 성형, 정밀가공, 조립, 검사, 물류 등 공정별 수요를 발굴해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확산의 거점은 시흥에 구축되는 '경기도 피지컬 AI 확산센터'다. 도는 2026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도비 30억800만 원을 투입해 센터 구축과 기업 컨설팅, 제조공정 실증, 기술 교육 등을 추진한다. 확산센터는 제조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하고 공급기업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등 로봇기업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제조공정별 분과를 구성해 기업의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공동 개발과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특히 강조하는 분야는 재난안전이다. 2027년부터 소방과 재난 등 위험 분야로 기술 실증을 확대하고 돌봄로봇 시험에도 착수한다. 2029년부터는 어르신과 장애인의 낙상 예방, 생활 보조 등 일상돌봄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술 시연도 진행됐다. 화성소방서의 무인소방로봇 '파이로(FIRO)'가 대표적이다. AI 열화상 기술을 적용한 이 로봇은 연기 농도 85%의 환경에서도 최대 17m 거리의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위험구역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꽃의 색깔을 인식해 분류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추미애 지사가 손을 내밀자 로봇이 꽃을 건네는 장면도 연출됐다. 사족보행 안내로봇과 자율주행버스, 돌봄로봇 등도 소개됐다. 다만 기술 시연이 실제 현장 적용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기업의 도입 비용과 작업환경 적합성, 로봇의 안전성, 유지관리 체계 등은 상용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난현장에서는 극한 환경에서의 작동 신뢰성과 기존 구조·구급체계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돌봄 분야 역시 이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사람의 돌봄을 보완하는 역할 설정이 필요하다. 추미애 지사는 “기술의 발전을 속도와 생산량으로 이야기해 왔지만 이제는 그 기술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가라는 기준을 더하고자 한다"며 “산업현장의 노동자와 재난현장의 소방관 모두의 생명을 지킬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찾고 해법을 만들고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도록 경기도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피지컬 AI 대전환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재해 예방, 재난 대응, 돌봄서비스를 하나의 기술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앞으로 66개 기관의 협력이 실제 기술 개발과 현장 도입으로 이어지고, 생산성 향상과 안전사고 감소 등 측정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충남, 방산혁신집적지구 발판…첨단국방산업 육성 속도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가 충남·논산 방산혁신집적지구를 발판으로 첨단국방산업 육성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국방 로봇 특화사업과 함께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28일 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방위사업청 공모에 선정된 충남·논산 방산혁신집적지구에 2030년까지 국비 245억원 등 총 49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AI 국방 로봇이 핵심 특화 분야다. 올해 국방산업 육성 실행계획은 28개 사업, 총 583억4000만원 규모다. 논산 국방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건립 등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기업과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내용이다. 도는 집적지구 사업과 이들 사업의 연계를 높일 방침이다. 이날 도청에서 열린 국방산업발전협의회에서도 사업별 추진상황과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홍종완 행정부지사와 협의회 위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도는 전문가 의견을 올해 실행계획 마무리와 내년도 계획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홍종완 행정부지사는 “방산혁신집적지구 사업과 국방산업 육성 실행계획을 연계해 지역 국방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기관과 대학, 기업 등과 협력을 강화해 충남을 미래 첨단국방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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