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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하정우 “고향에 AI 생태계 만들 것…검사 출신은 못해”

16일 오전 7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는 이른 아침 산책객이 찾는 구포 무장애숲길 입구를 찾았다. 검정색 경찰 단화를 신고 나타난 하 후보는 팔각정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성큼 올라가 인사를 돌렸다. 데크길에서 마주치는 주민은 한 명도 놓치지 않았다. 길을 틀어서라도 쫓아가 악수를 건넸다. 하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을 “지상전"이라고 했다. 하루 걸음 수는 2만 보다. 구포 무장애숲길에서만 7200보를 찍었다. 이날 아침은 선식으로 때웠다. “살 빼야 한다, 뱃살도 많다"고 스스로 웃었다. 이동 중에는 방울토마토로 끼니를 대신한다. “1분 1초가 소중하고 아깝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 근무 시절에도 점심 후엔 내부 산책길을 걸었다고 했다. 주민 이야기를 들을 때면 수첩과 펜을 꺼내 빼곡히 받아 적었다. 부산에 내려온 뒤 수첩 한 권을 다 썼고, 지금은 두 번째 수첩, 반을 넘겼다. 벤치에 앉아 있던 주민이 “부산 사람이잖아요"라고 하자 사투리가 나왔다. “제가 사상에서 나고 자랐다 아입니까. 덕천동에 학원 다니고 그랬다 아닙니까. 이 동네 너무 잘압니데이." 손이 차갑다는 주민의 말에는 웃으며 “제가 따뜻하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지름길이 나오자 농담도 던졌다. “숏컷이 있지만 원래 길로 가겠습니다. 꾸준함이 중요하니까요"라고 했다. 하늘바람전망대에 오른 하 후보는 불쑥 스마트폰을 꺼내 북구 전경을 파노라마로 찍었다. 이내 말없이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북구를 내려다봤다. “여기가 만덕이고, 구포1동이고, 낙동강이 보이고." 손가락으로 북구 이곳저곳의 위치를 짚더니 “여기도 저기도 다 AX(인공지능 전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구 주변 강서·김해·양산 일대 공장들에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북구에 AI 기술 기업 댐을 만들고, 그 기업들이 인근 공장들에 AI를 도입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뿐만 아니라 생태계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도 있고, 국가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검사 출신은 못 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하 후보와의 일문일답 -오늘 아침 끼니는. “선식 먹고 나왔다. 살 빼야 한다, 뱃살도 많다. 1분 1초가 소중하고 아깝기 때문에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방울토마토 같은 거 먹는다. 한 분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 -하루에 얼마나 걷나. “이만 보씩은 다니는 것 같다." -힘들지 않나. “걷는 걸 좋아한다. 청와대에서도 점심 먹고 나면 내부 산책길을 걸었다. 이런 공원을 잘 관리해서 주민의 삶의 질에 도움이 돼야 한다. 지금도 좋지만 더 오고 싶은 북구를 만들기 위해선 발전 동력이 있어야 하니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 -구포 주민들의 지역 애정이 높던데. “프라이드가 높다. 그런데 경제·민생이 안 좋고 발전에는 소외되어 있다가 이제 두 개가 같이 있는 거다. 프라이드는 높은데 우리가 왜 소외되어야 하느냐. 도로 환경은 좁고 차도 밀리지만 입지 자체는 굉장히 좋다. AI나 첨단 기술로 다 연결해서 시너지를 내게 만드는 게 기본 전략이다. 그걸 하기 위해선 당연히 중앙정부·부산시와 함께 투자해야 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롤모델이라던데. “우리나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연구 꿈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졸업했을 때 어떤 연구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부족하다. 국제 AI 학술대회에 가면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가 부스를 크게 열고 학생들에게 연구를 설명한다. 당시 한국 기업은 R&D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회사를 간다면 부스 하나 하겠다고 결정했고, 실제로 권한이 생긴 2017년 연구팀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회사를 설득해 한국 기업 최초로 부스를 설치했다." -마음먹은 건 다 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 이렇게 밭을 만드는 건 지난 20년 동안 계속 해왔다. 그 토양에서 성장하고 성공 사례들이 나오는 건 인재 육성과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 북구가 딱 그런 상황이다. 잠재력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덜 투자되고 소외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밭을 더 풍성하게 만들면 되는데, 그건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다. 경험도 있고 힘도 있다." -AI의 밭을 말하는 건가. “중동이 언제부터 부자 나라가 됐나. 오일이 발견되고 개발하면서 시작했다. AI 시대에 오일 역할을 하는 건 데이터와 산업 환경이다. 북구 내 제조업체는 200~700개 정도밖에 안 된다. 전체 업체 2만여 개 중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북구 주위 강서·김해·양산의 공장들은 굉장히 많다. 이 공장들에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북구에 AI 기술 기업 댐을 만들고, 그 기업들이 인근 공장들에 AI를 도입하게 한다. AI 기업들이 모여들고, 인재들이 창업하고,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들 데리고 와서 활성화시킨다. 저는 기술뿐만 아니라 생태계 경험이 많고 인적 네트워크도 있다. 국가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검사 출신은 못 하는 일이다." -'AI 원툴(AI 만능주의)'이라는 지적이 있다. “과학기술·첨단산업·에너지·기후·인구 정책까지 모두 관장했는데, 그건 아예 모르고 하는 소리다. AI 원툴이라 가정하더라도 지금 AI는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AI를 글로 배우면 그렇게 된다. 소버린 AI를 처음 얘기할 때도 욕을 많이 먹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가 소버린 AI를 하고 있다. 기술이 어떻게 갈지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왜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나. “그 시간에 주민분들을 더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안 나온다." -전망대에서 북구를 내려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할 일이 많구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사상에서 20년을 살았고 북구가 옆에 붙어있어 한동네다. 속속들이 다 보이고 알죠. AX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하나. “실제로 발전하기 위해 돌아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 저도 야구장 만들겠다 하면 되죠. 그런데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인가,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서 여기가 발전할 수 있는 건가를 봐야 한다. 회사도 투자 대비 수익이 숫자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북구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지 고민을 계속 해야 한다." -청와대를 떠나 북구까지 온 이유는. “AI는 속도전이다. 2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저는 정치인이 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는 게 목적이 되면 되고 나서 목적이 사라진다. 진짜 가치 있는 목적이 있고, 그걸 달성하는 방법으로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 북구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되지 않았었다. 여기라면 제 모든 걸 다 집어넣을 수 있다." -청와대에서 내려올 때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고민 많이 했다. 큰 사업들을 유치하고 확정한 상태였고, 내려오고 나서도 메일이 왔다. 당장 도와주실 분들은 마련하고 내려왔다. 그렇게 벌려놓은 일들이 있는데도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지금은 북구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에서는 제 고향만 집중할 수 없다. 국가 전체에 대한 거고, 북구에만 넣는 건 하면 안 되죠. 근데 여기라면 제 모든 걸 다 집어넣을 수 있다. 하나라도 성공 사례가 빨리 나와야 하고, 그래야 다른 지방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언론보다 주민 만나기를 우선하는 이유는. “제 생각엔 어떤 후보보다 준비는 많이 돼 있는데, 그래도 제한된 시간에 지금은 주민분들을 더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선순위다. 본 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공중전도 많아지겠지." -그래도 언론이나 방송에 더 나와야 하지 않나. “공중전이라고 표현하더라. 당분간은 공중전을 통해 많이 말씀드릴 예정이다. 지상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가깝게 다가갔으니까, 이제 밖에도 말씀드려야죠." -선거운동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방금 만난 축구 국가대표 옷 입은 분, 지금 세 번째 만나는 거다. 구포역에 처음 내려왔을 때도 따님과 같이 반겨주셨다. 가는 곳마다 계신다. 굉장히 큰 힘이 된다. 구포시장에서 초중고 친구들 만났을 때도 너무 반가웠다. 그냥 제가 고향에 돌아온 거니까. 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겸손을 배우고, 경청을 다시 배우고, 다른 관점으로 살아온 분들의 의견과 지식을 배운다." -경찰 단화를 신고 다니는 후보는 처음 본다. “단화 신고 다니면서 경찰분들이 진짜 많이 걸어 다니시면서 고생하시는구나 하는 것도 배우게 된다." -고향에 돌아오니 어떠나. “몸도 마음도 훨씬 편해진다. 집에 있는 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 -아이 전입신고 문제로 고민한다던데.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지 않나. 4학년이고 학기 중인데 옮기는 건 아이한테 안 된다고 본다. 부모의 직업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데 적합한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어린이날에도 얼굴 못 보고 2주째 못 봤다. 보고 싶지만 참아야죠."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EE칼럼] 다시 산유국이 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해 3개월 가까이 석유가스 공급망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을 넘어 소부장산업에 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체 에너지원의 30%를 석유가 24%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별로 에너지원 독립의 수준에 따라 그 충격이 다를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번의 중동사태를 겪으면서 자국의 에너지자원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라마다 에너지자원 보유 현황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그 처방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에는 비축유를 활용,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통해 석유가스의 소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에너지 소비관성에 의해 현실적으로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국의 에너지원 개발과 에너지전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확장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신재생에너지만 확대하면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해결될까? 한국은 현재 하루 2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제품을 50% 이상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효자 수출산업이다. 수출액은 원유수입액의 6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최근의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어서야 석유의 소비가 정점이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만약에 2050 탄소중립까지 향후 25년 동안 지금과 유사한 양의 석유를 쓴다고 가정하면 에너지자원빈국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비축과 도입선 다변화로 공급망을 제한적으로 안정화시키는 정책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해외 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냥 묻지마 투자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경제성에 기반한 올바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10%인 자원개발률을 같은 자원 빈국인 일본과 유사한 수준인 40%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유사시에 에너지 공급망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해외에 소유한 광구는 20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보관료가 공짜인 천연 비축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쩌면 궁극적인 에너지자원 독립과 안정적 공급망 완성은 국내 대륙붕 개발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산유국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꾸준히 국내 대륙붕 탐사를 이어왔다. 아쉽게도 대왕고래가 정치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륙붕 또는 시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왕고래가 국내 대륙붕 탐사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삼켜버렸다.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분야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접근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이 일로 공기업은 신뢰를 잃고 국내 대륙붕 개발은 동력을 상실하고 주져 앉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이 다시 산유국이 되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국내 도입 문제도 해결되고 국내 비축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내 연관 산업들도 동반성장할 수 있다. 더욱이 공급망 문제를 넘어 값싼 석유가스를 공급하여 국민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1석 5조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륙붕 개발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뚜벅뚜벅 쉬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진행되어야 성패를 알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면 시도하지 못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 bienns@ekn.kr

KDI, “반도체·내수 호조”…올해 성장 전망 1.9→2.5% 상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2.5%로 올려잡았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고물가 등으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란 예상과 달랐다. KDI는 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회복세가 전체 성장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KDI는 13일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황과 내수 확대로 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성장률 상향 조정 이유로 중동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전망치보다 0.6%포인트(p) 상승에 반도체 기여도가 0.3%p 이상이란 게 KDI 설명이다. 민간소비는 소득 개선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 영향으로 올해 2.2%, 내년 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도 올해와 내년 각각 3.3%, 2.4%로 증가하며 내수 회복세를 예상했다.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올해 0.1% 증가한 뒤 내년에는 1.1%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액 급증에 따라 올해 2390억달러, 내년 2137억달러 등 역대 최대 수준의 흑자를 전망했다. 수출도 올해 4.6%, 내년 2.2% 증가를 예상했다. KDI의 올해 2.5% 성장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2%, 국제통화기금(IMF)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보다 높다. KDI는 내년 1.7% 성장을 전망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는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며 “만약 공급 능력이 빨리 확충될 수 있다면 수출이 더 많이 늘고 성장률이 말씀드린 것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취업자 증가폭 꺾였다…‘청년 고용률’ 금융위기 후 최장 하락

중동전쟁 여파가 고용시장을 덮치면서 4월 취업자 수 증가세가 16개월 만에 큰 폭으로 꺾였다. 유가 상승에 소비 심리도 얼어붙으며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등 내수 관련 업종 고용 부진이 심화됐다. 청년 고용절벽도 지속되며 청년층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1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6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1월 10만명대에서 2~3월 20만명대까지 증가했다 지난 달 10만명 아래로 축소됐다. 증가폭만 보면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산업별로 보면 중동전쟁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에 운송비 부담이 커진 운수·창고업은 취업자가 1만8000명 늘어나는데 그쳐 전월(7만5000명)보다 증가세가 꺾였다. 내수와 연관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감소세도 이어졌다. 도소매업은 5만2000명 줄어 전달에 이어 2개월째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2만9000명 줄어 9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세를 보였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배달 등 차량 운행과 연관된 운수·창고업은 유가 상승, 수출입 물동량 감소 등의 영향이 있었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숙박·음식, 도소매업 등도 감소했고 전반적으로 중동 전쟁 여파로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부진은 청년층에게 더 가혹했다. 4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9만4000명 줄며 42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3.7%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하락했는데 2025년 8월(1.6%p)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5년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하락한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4월 들어 실업자는 85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000명(0.2%) 감소했다.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과 같았다. 정부는 내수 연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추가경정예산 사업으로 청년 등 일자리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일자리 전담반 회의를 열어 “중동전쟁 영향 장기화 등 하방 요인도 병존하고 있다"며 “5월 이후 고유가 피해지원금, 청년뉴딜 등 추경 사업 집행이 본격화되면 고용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고물가 시름 깊어진다…“지금도 너무 올랐는데, 내년까지 지속”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68)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드라이클리닝 용제(솔벤트) 가격과 비닐 커버 가격이 2배로 올랐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해 세탁 가격(코트 1벌 기준 3만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중동 전쟁 이후 드라이클리닝 용제 1말(18리터) 가격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고 비닐 커버 가격도 2배로 올랐지만, 이보다 더 큰 걱정은 그마저 물량 공급이 힘들다는 점"이라며 “주변 세탁소들이 조금씩 세탁비를 올렸어도 우리는 버티고 있었는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도 세탁비를 올려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및 플라스틱류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세탁 등 생활 경제에 밀접한 일부 소상공인들이 부득이 제품·서비스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이미 고물가 및 내수 침체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소비자 이탈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이미 한계에 이른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1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현실화하기 전인 2월과 비교해 0.3% 하락해 전쟁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식품·유통·외식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원가 상승분을 감내한 채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경우, 초특가 판매 등 자체 할인 행사를 확대해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형마트 육류값은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달 24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삼겹살(100g) 평균 가격은 2960원으로 전년 동월 2030원에 비해 45.8% 올랐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식용류, 쌀, 김 등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판매 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에서 빈대떡 점포를 운영하는 A씨(65)는 “녹두전의 경우 이곳에 있는 10여 개 점포들 중 절반 정도는 최근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지만, 우리를 포함해 나머지 점포들은 아직 5000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주요 외식 브랜드 본사들 중 일부는 가맹점 수익 방어를 위해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과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병행해 인상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맹점에 공급하는 납품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본사들도 있다. 내수 침체·경쟁 심화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을 위해 원가 인상분을 본사 차원에서 자체 흡수하며 감내하는 것이다. 다만, 가맹점 현장에서는 본사 납품 식자재 외에도 다른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B씨(47)는 “본사에서 납품가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인건비와 광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져 판매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티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1.6%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에는 1.8%p 상승 영향에 따라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보고서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1.6%p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와 KDI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2.1%를 감안할 때 유가 상승 영향으로 물가가 3% 중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이번 분석에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 유가 안정 정책 영향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고 있는 정책 효과로 유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일정 부분 전이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3월 물가는 0.6p%, 4월 물가는 1.2%p 하락한 것으로 추산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였는데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3.8%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류 가격이 타 품목보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상당하고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석유류 포함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0.2%포인트로 그 외 요인(0.11%p)보다 2배 정도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4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1.9%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더구나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확대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석유류뿐만 아니라 공업 제품, 서비스 등 비석유류 품목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마창석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석유 정제업자들이 석유류를 비축해두려는 경향이 커져 실제 수급 여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원시적 약탈금융” 직격한 李...장기 연체추심 칼 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연체채권 추심 문제를 정조준하며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카드대란 시절 발생한 부실채권을 일부 민간 배드뱅크가 20년 넘게 추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필요할 경우 입법 조치까지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 사례를 언급하며 “가능한 대안이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상록수는 은행 및 카드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배드뱅크로, 정부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정리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관련 언론 보도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남아 서민들을 옥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적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국무회의에서도 금융권을 향한 비판 수위는 높았다. 이 대통령은 카드 사태 당시 금융회사들이 공적 지원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현재까지 연체 채권을 지속적으로 추심하는 행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 사태 때 카드회사와 금융기관들이 다 정부 세금으로 도움받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국민의 연체 채권을 지금도 악착같이 추심하고,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백몇십억원 배당을 받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대란 당시 연체금이 20여년 동안 이자가 불어나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대로 커졌다는 사례들을 언급하며 “사람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이게 국민적 도덕 감정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이 본질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산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금융기관이 공적 인가와 제도적 혜택 아래 영업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사회적 부담도 함께 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강제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사유재산 침해나 직권남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간 기업에 일방적 참여를 강제하는 방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신 제도 개선이나 협약 확대 등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들과 자율 협의를 통해 새도약기금 참여를 설득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주주들과의 별도 협의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불법 사금융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50만원 대출해주고 9일 만에 80만원을 상품권으로 받는다는 기사도 있더라"며 “명백하게 이자제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수수료 명목을 포함해 연 60%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는 경우 원금 반환 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여전히 불법 고금리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경찰을 향해서는 악덕 사채업 단속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언론의 눈에는 띄는데 왜 수사기관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느냐는 의문을 국민들이 갖지 않도록 하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구윤철, 증시 활황에 “금투세, 시장 여건되면 검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과 관련해서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면 검토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는 2024년 폐지됐다"며 “일단 자본시장의 상황 등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시점에서 검토할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24년 5000만원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부과하는 금투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언젠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같은 수준에서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해 금투세 재도입 여부에 관심이 몰렸다. 구 부총리는 “코스피가 역대 최고인 7000을 넘어서 계속 올라가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에 13위에서 6계단 상승한 7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국보다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며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는 또 이날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의 유족들로부터 상속세 몫으로 물납 받은 4조7000억원 중 NXC 주식의 일부인 1조227억 규모를 NXC에 다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산 매각 제도 개선 방안 이후 300억원 이상 자산의 첫 매각 사례다. 구 부총리는 “물납으로 받은 것보다도 더 비싸게 팔았다는 의미에서 아주 좋은 매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매각으로 정부 지분율은 기존 30.6%에서 25.7%로 줄어든다. NXC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취득한 자사주의 소각이 의무화됨에 따라 이번 매입분을 소각할 전망이다. 내달 중 재매입 분이 전량 소각될 것으로 보인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거대해진 쿠팡, 작아진 정부… 플랫폼 권력의 역전

한때 미국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엔론은 정계와 규제기관 주변에 막강한 인맥망을 구축했다.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기업 자문과 로비 창구로 줄줄이 이동했고, 엔론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규제를 피해가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계조작과 권력 유착 의혹이 터지자 세계 최강 기업이라던 엔론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미국 사회는 “기업이 권력과 결합하면 결국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쿠팡의 핵심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소비자의 클릭이 매출이 되고, 한국 자영업자의 입점이 플랫폼을 키웠으며, 한국 물류노동자의 희생이 로켓배송 신화를 만들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윤리 앞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식 기업 논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 중심의 대관·자문 구조다. 쿠팡은 그동안 검찰·경찰·공정거래 분야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 그리고 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플랫폼 규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강한 의구심을 남긴다. '기업 방어를 위한 전관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검색 알고리즘 운영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중립적인 시장으로 믿고 이용하지만, 특정 상품 노출 방식과 리뷰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 권력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입점업체 수수료 갈등, 물류센터 노동환경 문제, 배송기사 과로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단순한 유통회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회적 책임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더 능숙해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로비 활동, 기업·단체의 정치권 지출 내역 등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감시기관인 OpenSecrets 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지출은 해마다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쿠팡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외 대응력을 강화해왔다.지금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에까지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로비 활동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검찰·경찰·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 공직에서 쌓은 영향력과 인맥이 지금은 거대 플랫폼의 이해를 위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쿠팡처럼 한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기업일수록 이런 의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쿠팡이 보여주는 몰지각하고 뻔뻔한 태도다. 노동환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 과정의 불가피한 비용"처럼 접근했고, 플랫폼 공정성 문제에서는 “시장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장이란 강한 기업이 약한 참여자를 배려할 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대기업 쿠팡의 플랫폼 의존 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오직 성장과 속도만 강조한다면 결국 사회적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적 신뢰를 잃었고,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신화로 불렸던 테라노스는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전면에 세워 혁신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거대한 허상이 드러나며 붕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보다 권력과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쿠팡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소비자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국 사회의 상식과 윤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전관 인맥과 대관 조직으로 비판을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더 투명해야 하고, 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쿠팡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정치권과 정부도 자유로울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전관 영입 현황 공개, 로비 활동 투명성 강화, 공정거래 감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감시다. 편리함에만 익숙해지는 순간 쿠팡처럼 거대 플랫폼은 공공질서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관과 대관 네트워크에 기대어 비판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쿠팡의 몫이지만 한국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18일부터 ‘2차 고유가 지원금’ 지급…최대 25만원

정부가 오는 18일부터 국민 70%에 해당하는 3600만명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한다. 소득 상위 30%에 속하는 고액자산가 93만7000가구, 250만명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2차 피해 지원금 기준은 수도권 거주자 10만원, 비수도권은 15만원이다. 인구감소지역 중 우대지원지역은 20만원, 특별지원지역에는 25만원이 지급된다. 신청 기간은 이달 18일부터 7월 3일까지다. 1차 때 피해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한 대상자도 이 기간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이날 관계부처에 따르면, 2차 지급은 올해 3월 30일 기준 주민등록법상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사람을 하나의 가구로 보고 대상을 정했다. 특히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했다. 건강보험료 적용 기준은 올해 3월 부과된 건보료 본인부담금의 가구별 합산액이다. 맞벌이 부부는 별도 가구로 보되 합산보험료가 유리하면 동일 가구로 보고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외벌이 가구 중 건보료 기준 직장가입자 1인 가구는 13만원, 2인 가구는 14만원이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지역가입자 1인 가구는 8만원, 2인 가구는 12만원 이하가 대상이다. 외벌이 4인 가구로 보면 건보료 32만원 이하가 해당된다. 외벌이 직장인 기준 연소득으로 보면 1인 가구 4340만원, 2인 가구 4674만원, 3인 가구 8679만원, 4인 가구 1억682만원 이하면 소득 70%에 속한다. 다만 맞벌이처럼 합산 소득이 많은 다소득원 가구의 경우 불리하지 않도록 외벌이 가구 선정 기준에서 가구원 수를 1명 추가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예컨대, 직장가입자 2명이 포함된 4인 가구의 경우 4인 가구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기준 32만원이 아니라 5인 가구 기준 39만원 이하가 적용된다. 반면, 가구원의 2025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 이상 또는 2024년 귀속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 초과하는 고액자산가 가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용·체크카드로 지원금을 받으려면 이용 중인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에서 온라인 신청을 하거나 카드와 연계된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 모바일·카드형·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로도 수령할 수 있다. 신청 초기 혼잡을 막기 위해 18일부터 시작되는 첫 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으로 한 요일제를 적용한다. 행정안전부는 고유가 지원금 사용지역의 경우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돕기 위해서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은 국민은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 있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주유소는 연 매출액과 상관없이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1·2차 지원금 사용기한은 8월 31일까지이며 미사용 지원금은 소멸된다. 앞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 대상인 취약계층 중 기초수급자에는 1인당 55만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에는 45만원이 지급됐다. 지원 대상자가 비수도권이나 인구감소지역 주민인 경우 1인당 5만원씩 추가 지급됐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액의 43.3%가 소상공인 추가 매출로 연결돼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피해지원금 지급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소비쿠폰 지급 때보다 준비 기간을 22일 단축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중동 외 원유 운송비 차액 지원…8월까지 연장 검토”

정부가 중동 외 지역 원유에 대한 운송비 지원제를 8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산 원유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주 등 타 지역으로의 원유 도입 다변화를 지속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8일 “당초 6월까지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 원유는 중동산 대비 운임 차액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8월로 연장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중동 전쟁 종료 후에도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도 전날 브리핑을 통해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6월 종료 예정인 운송비 차액 지원 제도 연장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17일 4~6월 미주·아프리카·유럽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경우 중동산 대비 운임 차액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운송비가 더 커지는 점을 고려해 차액을 전액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를 도입했다. 비중동산 원유 도입 시 운송비 초과분을 지원하기 위해 운임 차액의 25%를 환급해 줬다. 70%에 가까운 중동산 원유 의존도에서 벗어나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중동산 원유 공급선이 막히자 리터(ℓ)당 16원인 석유수입부과금 납부 한도 내에서 운송비 차액을 모두 환급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발 우회 항로를 이용한 선박과 항공 화물의 운임 상승분은 과세 대상에서 빼 주기로 했다.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운임을 과세에 모두 반영하지 않고, 전쟁 이전 수준의 통상 운임만 과세 기준으로 적용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중동발 원유와 원자재 운송이 우회 항로로 몰리면서 국내 수입 기업들이 급등한 물류비, 운송비에 관세 부담도 커진 점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일반 운임과 함께 체선료와 운송 보험료도 특례를 적용해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과세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중동발 우회 선박과 긴급 항공 운송, 전쟁 여파로 해협에 고립됐던 선박 등이다. 수입 기업은 우선 실제 운임으로 신고한 뒤 추후 통상 운임 기준으로 확정 신고할 수 있다. 이미 신고를 한 경우에도 환급 신청을 통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관세청은 이날부터 '수입 운임 특례'를 시행한다. 특례는 올해 3월 1일 이후 수입 신고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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