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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생산 5년만에 최소 성장…반도체·조선 늘고 건설 큰 폭 위축

지난해 전산업 생산이 증가율이 5년 만에 최소폭을 나타냈다. 반도체와 조선업이 성장을 이끈 반면 건설은 크게 위축됐다. 소매는 지난해 민생소비쿠폰 발행 덕으로 4년만에 플러스가 됐다. 3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작년 전산업생산지수(2020년=100)는 114.2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국내 모든 산업의 재화·용역 생산활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산업생산 흐름을 집약해 보여준다. 12·3 비상계엄 후 이어진 혼란의 여파로 작년 상반기 경제 전반이 동력을 상실하면서 2024년(1.5%)보다 1%포인트(p) 상승 폭이 줄었다. 반도체와 조선업 호황이 생산을 이끌었다. 반도체는 13.2% 증가했고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생산은 23.7% 뛰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1.9% 증가했다. 교육 등에서 감소했고 보건·사회복지, 도소매 등에서 늘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0.5% 상승했다. 소비는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4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특히 민생소비쿠폰 사용이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3분기에 소비 신장이 두드러졌다. 신제품 출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의 영향으로 승용차, 컴퓨터와 같은 내구재 판매가 늘었다. 국내에 공급되는 설비투자재 투자액을 보여주는 설비투자지수는 1.7% 상승했다. 건설업체의 국내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7.3%) 및 토목(-13.0%)에서 모두 공사실적이 모두 줄어 16.2%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지난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해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8.1%)보다 마이너스 폭이 컸다. 작년 12월 산업생산(계절조정)은 전월보다 1.5%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0.9% 늘었다. 의복, 음식료품 등의 판매 증가가 소비를 견인했다. 설비투자는 3.6% 감소했다. 정밀기기 등 기계류(1.3%) 투자는 늘었으나 선박, 항공기를 포괄하는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6.1%)에서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축(13.7%)과 토목(7.4%) 모두 실적이 모두 늘어 12.1%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2p 하락했다. 이 지수는 작년 10월 0.4p 감소로 전환한 후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3.1로 전월보다 0.6p 상승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경주시, 새해 첫 투자유치…전기차 부품공장 352억 원 유치

미래차 핵심 부품 생산기지 구축…외동산단 산업 경쟁력 강화 코나·제네시스 EV 부품 생산… - 전기차 신차종 생산라인 구축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주시는 29일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경북도와 함께 자동차 차체 부품 전문기업 ㈜티에스오토모티브와 전기차 신차종 대응을 위한 생산라인 구축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EV) 신차종 확대에 대응해 핵심 차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 제조업의 산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티에스오토모티브는 총 352억 원을 투입해 경주시 외동읍 냉천리 일원에 제조시설 부지(1만4468㎡)를 매입하고, 2028년 9월까지 연면적 1만960㎡ 규모의 신규 전기차 부품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기계 설비와 금형 라인 구축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신규 고용 창출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신규 생산라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코나 EV, GV70 EV, G80 EV, GV80 EV 등에 적용되는 전방 엔진룸 구조 패널과 후방 언더바디 등 차량 안전성과 직결된 핵심 차체 부품을 생산한다. ㈜티에스오토모티브는 지난 2015년 본사를 울산에서 경주로 이전한 자동차 차체 부품 전문기업으로, 이번 투자는 2019년 200억 원 규모의 공장 증설 이후 두 번째 대규모 투자다. 경주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외동산단을 중심으로 한 미래차 부품 산업 집적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는 경북도와 함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을 검토하는 한편, 인·허가 절차 지원과 산업단지 기반 여건 개선 등 행정적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동산단 복합문화센터 조성과 생활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업과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나선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병오년 새해 첫 투자유치 성과를 지역 기업과 함께 이뤄 뜻깊다"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로봇을 막아 회사를 멈추겠다는 노조

지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보고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표정은 무거웠다. AI, 로봇, 일자리, 입법 지연…. 쌓여 있는 현안을 훑어보던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노동 현장에서 불거진 '로봇 거부' 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생산 현장에 로봇을 들일 수 없다는 노조의 선언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회의장 공기가 한층 팽팽해졌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엄중하게 이어졌다.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비유처럼 던졌지만 실상은 진단이자 경고였다. 로봇과 AI가 산업의 심장을 바꾸는 시대, 선택의 여지는 이미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안 된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수레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발상. 이는 협상도 전략도 아니다. 시대의 방향을 외면한 채 과거에 기대려는 선택일 뿐이다. AI 혁명은 이미 생산 현장을 넘어 산업 질서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는 공장, 불을 켜지 않는 라인,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협업 로봇. 이 흐름을 '막자'는 구호는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의 메아리일 뿐이다. 그때 기계를 부수던 손은 결국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고용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시장이 증명해 왔다. 글로벌 경쟁은 더 잔혹하다. 테슬라는 전기차 모델 S·X 생산을 접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올인한다. 자동차 회사의 간판을 내려놓고 '피지컬 AI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노동자보다 많은 세상"을 공공연히 말한다.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한다. 공장을 로봇 훈련장으로 바꾸고, 실증 데이터를 쌓아 상용화를 앞당긴다. 세계는 이렇게 움직인다. 현대차의 선택 역시 분명하다. 로봇을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 제조 라인을 가진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현장 실습'은 현대차의 최대 무기다. 그런데 그 무기를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라면, 이는 협상이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 노조의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용 안정, 임금, 노동의 존엄. 그러나 계산은 냉정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한 대의 투자 회수 기간은 짧다. 비용 압박이 누적된 기업이 자동화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로봇을 막는다고 비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생산이 해외로 이동하고, 투자가 멈추며, 결국 일자리의 토대가 흔들린다. 기술을 봉쇄하는 투쟁은 고용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막는 벽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신호다. “합의 없이는 한 대도 안 된다"는 메시지는 글로벌 시장에 이렇게 번역된다. 한국에서의 혁신은 느리고, 불확실하며, 비싸다. 자본은 가장 빠른 길로 흐른다. 데이터가 쌓이는 곳으로, 실증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한다. 경쟁자가 달리는 트랙에서 우리는 출발선에 묶여 서 있을 것인가. 대안은 분명하다. 기술을 금지할 게 아니라 규칙을 만들라. 로봇 도입과 함께 재교육·전환 배치를 제도화하고, 생산성 이익을 임금·근로시간 단축으로 나누는 사회적 합의를 설계해야 한다. 로봇은 적이 아니라 도구다. 도구를 쥔 사람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든다. 정부의 역할은 학습의 사다리를 놓는 것이고, 노조의 역할은 변화의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현대차 노조는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로봇 투입을 거부하는 순간, 경쟁력은 다른 나라 공장으로 이전된다.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로봇과 함께 가는 길만이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다.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면, 방향을 잡고 올라타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거부가 아니라 냉정한 계산과 용기다. 변화를 통제하지 못하면 변화에 지배당한다. 산업의 시간표는 노사 협상보다 빠르고, 기술의 진보는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는다. 선택을 미룰수록 대가는 커진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성남시, “금토2·여수2지구 정부 공공주택 공급 취지 공감”...보완과 협의도 요구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는 정부가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에 따라, 판교테크노밸리 및 성남시청과 인접한 금토2·여수2 지구에 약 67만 4000mi 규모, 총 6300호의 신규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계획과 관련, 주택 공급 확대하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되 지역 여건을 반영한 보완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먼저 이번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 판교테크노밸리와 연계된 주거 수요에 대응하고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남시청 맞은편 여수2지구 주택건립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을 앞두고 있는 지하철8호선 모란 판교 연장사업의 B/C에 도움이 되고, 향후 시청역 신설 추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는 가용지가 부족한 지역 특성상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확대가 더욱 실효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인만큼 고도제한의 추가완화와 분당 재건축 연차별 물량 확대, 10.15 부동산 규제 전면 해제를 주장했다. 또한 판교 제2·제3테크노밸리 조성과 신규 주택공급으로 인한 인구 유입을 고려할 때 교통 혼잡이 우려되는 만큼 지하철 8호선 연장 등 광역교통대책을 포함한 현실 성 있는 교통대책 수립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고 신규 개발로 인한 주변 지역의 교통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며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신규 공공주택지구 내 분양주택 비율을 높이는 방안과 쾌적하고 안전한 주 거단지 조성을 위해 학생 수 증가에 대비한 학교의 적정 배치, 안전한 통학로 확보 등 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는 이와같은 지역 여건과 주민 의견이 사업 추진 과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사업시행 참여 방안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국토교통부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주택공급, 교통, 교육, 정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시는 같은날 지난해 교육협력사업 유공 감사패 수여를 위해 시를 방문한 경기도교육감에게 성남 고등·복정1지구 초·중 통합학교, 위례 고교 설립요청과 과학고 설립에 따른 지역인재 우선선발 40% 반영을 요청했다. 고등지구는 지구 내 중학교 부지가 있음에도 학교가 설립되지 않아 학생들이 왕복 10km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며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복정1지구 또한 중학교 부재로 인한 장거리 통학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위례지구의 고등학교 과밀학급 문제 또한 심각하다. 대규모 주거지역인 위례지구 내 고등학교는 위례한빛고등학교 한 곳뿐으로 해당 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원거리 통학을 감수하며 학업 집중도와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학생 수요 부족으로 중학교가 미설립된 고등지구는 기존 왕남초를 포함한 초·중 통합학교 변경 신설 또는 중학교 부지를 활용한 중학교 신설을, 복정1지구는 기존 위례해솔초를 포함한 초·중 통합학교 변경 신설을 요청했다. 아울러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했던 위례지구는 시유지 제공을 통해 고등학교 1곳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시는 최근 시행된 「도시형 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주목하여, 지역 여건에 맞춘 유연한 학교 설립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당 특별법이 기존 학교 설립 기준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인 만큼, 고등·복정1·위례지구가 이러한 새로운 학교 설립 방안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지역임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시는 과학고 설립 관련 '지역인재 우선선발 40% 반영'을 지난해 12월에 이어 다시 한번 요구했다. 그간 과학고 유치를 위해 재정 투자 등 실질적인 책임을 수행해 온 점과 지역사회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첨단산업 및 대기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40%의 지역인재 우선선발권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권 확보와 안정적인 교육 환경 조성, 과학고 설립을 통한 인재 양성은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사업체 종사자 증가폭 넉달 연속 증가…도소매업 17개월째 부진

사업체 종사자 수 증가폭이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종사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넉 달 연속 증가했다. 다만 소비 위축이 지속되며 도소매업 종사자 수는 17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2020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0.2%) 증가했다. 사업체 종사자 수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2022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작년 1월 4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후 감소 행진을 이어가다가 같은 해 9월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12월까지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분야가 9만7000명(3.9%) 늘어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만7000명·1.3%)과 운수 및 창고업(1만명·1.3%)도 각각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4만5000명, -3.2%), 도매 및 소매업(2만2000명, -1.0%), 숙박 및 음식점업(1만5000명, -1.2%), 제조업(1만3000명, -0.3%)은 종사자가 감소했다.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 2024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내림세다. 제조업 종사자도 2023년 10월 이후 27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도매 및 소매업은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2024년 8월 이후 17개월 연속 종사자 수가 줄어들었다. 종사자 지위별로는 상용 근로자가 1만3000명(0.1%), 임시일용 근로자가 4만3000명(2.3%) 증가했다. 일정한 급여 없이 봉사료 등을 받는 기타 종사자는 1년 전보다 2만5000명(-1.9%) 감소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2000명(0.0%), 300인 이상은 3만명(0.9%) 늘었다. 빈 일자리 수는 15만2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줄었다. 이는 2024년 2월 이후 내림세다. 작년 12월 입직자와 이직자는 9개월째 동반 감소하며 노동시장 이동성 둔화세를 보였다. 입직자 수는 81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3000명(3.8%), 이직자 수는 96만9000명으로 2만5000명(2.5%) 줄었다. 11월 기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명당 명목임금은 395만5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만5000원(4.1%) 올랐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337만4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5만3000원(1.6%) 상승했다.이는 명목임금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11월 근로자 1인당 근로 시간은 153.2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시간(3.8%) 감소했다. 이는 월력상 근로일수가 전년보다 하루 줄어든 영향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작년 1∼11월 출생아수 23만명 돌파...증가율 18년만 최고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가 23만명을 넘어 전년보다 6.2% 증가하면서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5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작년 11월 출생아 수는 2만71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27명(3.1%) 증가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2019년(2만3727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점차 회복하는 흐름이다. 출생아 수 증가세는 2024년 7월부터 17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혼인 증가, 30대 여성 인구 증가, 출산에 관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1월 누적 출생아 수는 23만3708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만3647명(6.2%) 늘어난 수준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 2007년 10.4%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다. 누적 기준으로도 2021년(24만3383명)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이에 작년 연간 출생아 수는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1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9명으로 1년 전보다 0.02명 증가했다. 연간 합계출산율도 0.8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작년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0.80명이다. 출생의 선행지표 격인 결혼 증가세도 유지됐다. 작년 11월 혼인 건수는 1만9079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498건(2.7%) 증가했다. 지난 2024년 4월(24.6%) 이후 20개월 연속 증가세다. 1∼11월 누적으로는 1년 전보다 1만4950건(7.5%) 늘어난 21만4843건을 기록해 20만건을 웃돌았다. 작년 11월 이혼 건수는 689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8건(9.8%) 감소했다. 작년 11월 사망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46명(4.9%) 증가한 3만678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 증가에도 여전히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는 줄고 있다. 작년 11월 인구는 9968명 자연감소했다. 이같은 출생아 수 증가 흐름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확산이 한몫하고 있다. 실제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가정 양립제도 수급자 수는 33만9530명으로 전년도 25만5119명(월별 합계 기준)보다 8만4411명(33.1%) 증가했다. 이중 육아휴직자는 18만4519명으로 2024년 13만2695명 대비 5만1824명(39.1%) 늘어 2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6만7196명으로 전체 36.4%를 차지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4년 4만1830명보다 60.6%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4872명(5.6%)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새 13.8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반적인 육아휴직률을 보면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10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8만6323명(46.8%)으로 전년 6만324명(45.5%) 대비 비중이 1.3%포인트(p), 300인 미만도 11만903명(60.1%)으로 전년 7만7994명(58.8%) 대비 비중이 1.3%p 늘었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 기업 규모별로 차이가 여전히 컸다. 전체 육아휴직 중 10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중은 26.7%였으나, 남성 육아휴직으로만 봤을 땐 33.8%로 훨씬 높았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전체 육아휴직 중 비중이 11.2%였으나, 남성 육아휴직 내에서는 8.6%에 불과했다. 임금 수준별로 보면 통상임금이 높을수록 육아휴직 사용 비중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월 300만원 이상 근로자는 9만4937명으로 전체의 51.5%를 차지했고 210만원 이상 근로자가 전체의 92.6%를 차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이용자도 증가했다. 이용자는 3만9407명으로 전년보다 1만2769명(47.9%) 늘었으며, 증가율은 육아휴직 증가율(39.1%)의 1.23배에 달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가 전체의 65.1%(2만5658명)를 차지해 육아휴직(60.1%)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설 성수품 ‘역대 최대’ 27만t 공급…농축수산물 할인에 910억 지원

정부가 설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인 27만t 규모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91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16대 성수품을 평시보다 1.5배 많은 27만t 공급하기로 했다. 농산물은 농협 계약재배 물량과 정부 비축 물량을 활용해 평시 대비 공급을 4배로 늘린다. 배추·무는 비축·계약재배 물량 1만1000t(평시의 1.9배)을 공급한다. 명절 수요가 많은 사과·배는 계약재배·지정 출하를 통해 평시의 5.7배인 4만1000t을 시중에 내놓는다. 축산물은 도축장을 주말에도 운영하고 농협 출하 물량을 확대해 공급량을 평시의 1.4배인 10만4000t으로 늘린다. 임산물(밤·대추)은 산림조합 보유 물량을 활용해 평시 대비 10.2배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산물은 6대 대중성어종 9만t(평시 1.1배)이 시장에 풀린다. 특히 명태·고등어·오징어 등 정부 보유 물량 1만3000t을 마트나 시장에 직접 공급해 시중가보다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한다. 또 역대 최대 규모의 91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에 대해 최대 50% 할인을 지원한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별 매주 1인당 최대 2만원까지 주요 성수품을 정부 할인 지원과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합쳐 최대 50% 할인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은 배추·무·계란·돼지고기 등 평년 대비 가격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등에서 최대 40% 할인받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쌀은 최대 4000원(20㎏ 기준) 할인한다.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대중성어종과 김 등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 환급도 확대한다. 현장 환급 규모는 330억원으로 작년보다 60억원 늘었다. 행사 참여 시장도 농축산물이 200곳이며 수산물도 200곳으로 각각 40곳 확대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농식품부와 해수부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 부스를 통합 운영하며 모바일 대기도 시범 도입한다. 작년 지역 편중 지적을 받은 농할(농축산물 할인) 상품권은 인구수를 감안해 예산을 배정하고 고령자가 우선 구매할 수 있는 날을 지정했다. 설 선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물세트도 저렴하게 공급한다. 농협은 과일, 축산물, 전통주, 홍삼 등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해 최대 50% 할인 공급하고 선물용 사과(큰 사과)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혼합과일세트 20만개를 공급한다. 수협에서도 고등어·굴비·전복으로 구성한 수산물 민생선물세트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명절 기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39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대출·보증 방식으로 공급하고 58조원 규모의 대출·보증 만기도 1년 연장한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3월 17일까지 두 달간 햇살론 등 서민금융을 약 1조1000억원 공급하고, 1조6000억원 규모의 생계급여·장애수당 등 복지서비스 28종을 설 전에 조기 지급한다. 에너지바우처 저사용 가구에 대해 방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8월에서 2월로 앞당겨 실시하고 체불임금 대지급금 처리 기간도 14일에서 7일로 단축한다. 취약계층이 문화예술·관광·체육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도 설 전에 신규 발급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교통, 숙박 등 다양한 지원도 한다. 지역상권 활력 제고를 위해 지방정부와 협력해 내달까지 지역사랑상품권 4조원을 발행하고 지방정부의 할인율 인상·구매한도 상향도 적극 뒷받침한다. 1~2월간 중소기업 등 근로자 5만명에게 국내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지원사업 이용 근로자에게 최대 5만원까지 추가 지원 프로모션도 추진한다. 내달 15~18일 연휴 기간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KTX를 할인하는 등 교통 편의를 제고한다. 국가유산, 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무료로 개방한다. 특히 중국 춘절 연휴를 계기로 관광상품 할인 이벤트를 열어 방한 관광객 유치에도 나선다. 응급의료, 교통안전 등 정부합동 24시간 상황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연휴에도 문을 여는 병원·의원·약국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해수부, ‘5극 3특’ 지방 시대 돛 올리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해양수산부는 지역별 기후, 입지, 인프라의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한 '지역별 맞춤형 수산발전방안' 수립에 전격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2026년 대통령 신년사에 담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는 '5극 3특' 중심의 지방 시대를 수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실천하기 위한 조처다. 5극 3특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균형성장을 추진하는 국가 전략을 말한다. 해수부는 이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설계를 넘어, 지역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지방 주도형 수산 성장'으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번 정책 수립은 각 지역 바다의 특성에 맞춰 생생하게 구현되도록 실행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해수부는 첫 행선지로 '강원특별자치도'로 정했다. 현재 강원 지역의 급격한 어종 변화와 산업구조를 분석해 지방정부와 함께 '강원권 수산발전전략(안)'의 초안을 만든다. 동해안 수온 상승에 대응한 방어, 고수온 피해 양식장의 적지 이전 지원 등 기후 변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안들이 포함됐다. 또 수산업에 '실물 인공지능(Physical-AI)'과 '블루푸드테크'를 접목해 가공 공정을 스마트화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등 강원 수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도 어업인들의 조업 편의를 위해 특정 해역 출입항 절차를 비대면 자동 신고로 전환하는 등 규제 혁신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강원권을 시작으로 제주, 전남, 경남·부산 등 전국 6개 권역을 차례대로 방문해 지역 어업인과 지방정부의 의견을 모은다. 최종 전략은 오는 3월 어업인과 유관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열리는 '대규모 정책 설명회'에서 공식 발표한다.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이번 발전방안이 어업인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살아있는 계획'이 될 수 있도록, 현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 지방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손이 안으로 굽는’ 부처별 성과 평가, 외부전문가 참여·통합 평가한다

정부가 각 부처별로 진행하던 재정사업 성과 평가를 관계부처·외부 전문가·시민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평가 체계롷 바꾼다. 20여 년간 유지돼 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것으로 성과 중심 재정운용과 지출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기획예산처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재정사업 성과관리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우선 각 부처의 자체평가 이후 기획예산처가 확인·점검하던 이원화된 평가체계를 관계부처 합동, 외부 전문가 중심의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로 일원화한다. 기존에는 부처가 소관 사업을 스스로 평가하는 구조로 인해 관대화 경향이 나타나 신뢰성과 객관성에 한계가 있고 지출 구조조정으로의 환류 효과도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올해부터 150명 내외의 외부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하고 이 가운데 10% 내외는 시민사회 및 시민사회 추천 인사로 위촉해 낭비와 비효율을 국민 눈높이에서 점검한다. 평가 결과는 '정상추진·사업개선·감액·폐지 또는 통합' 등으로 명확히 유형화해 성과가 부실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다음해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재정 운용에 직접 반영한다. 평가보고서와 사업별 지출 구조조정 실적, 평가 결과 미반영 사유서 등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국민 체감형 사업 등 성과가 우수한 사업에 대해서는 담당자 포상 등 성과 제고를 위한 인센티브도 함께 부여한다. 보조사업 관리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3년 주기로 평가하던 보조사업 연장평가를 매년 전체 보조사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재정사업 심층평가와 기금평가 역시 실효성을 높이고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제도운영을 내실화한다. 심층평가는 다부처·대규모 사업, 의무지출 사업, 시범·신규사업 등을 평가대상으로 선정하고 데이터 결합 등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실질적 지출효율화 방안을 도출한다. 기금평가도 자산운용의 안정성·수익성 외에도 코스닥·벤처 등 혁신성장 분야 투자 등 기금의 공적 역할을 함께 고려하도록 개편한다. 아울러 국회 예산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예산안과 함께 제출되는 성과계획서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필수적인 세부사업 정보를 추가하고 성과관리 우수 부처 및 프로그램에 대한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성과관리를 도입해 방대한 성과관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검토하고 성과지표 적정성 등 성과관리 질도 함께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증시는 앞서가고 경제는 멈췄다… 코스피 6000의 조건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섰다. 다음 고개는 6000일까, 아니면 숨 고르기일까. 증시는 늘 미래를 앞서 달리지만, 지금 한국 경제의 현재 시제는 결코 밝지 않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내수와 민생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주가는 질주하는데 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는 환호와 함께 불편한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이 상승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상승인가. 코스피 5000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1980년 지수 100에서 출발한 한국 자본시장은 반세기 동안 제조업을 축으로 성장해 왔다. 고도성장기에는 건설과 철강이 국가 성장을 떠받쳤고, 중국의 고속 성장기에는 조선·해운·중후장대 산업이 수혜를 입었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풀리자 배터리와 바이오, 플랫폼 기업이 각광받았고, 최근의 급등은 AI 반도체와 로봇 기술, 방산 산업이 이끌었다. 코스피의 궤적은 곧 한국 산업의 진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늘 평균을 말할 뿐, 현실의 균열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코스피가 5000에 도달하는 동안 상장 종목의 절반 이상은 오르지 못했다. 소수 초대형주의 상승이 지수를 끌어올렸고, 다수 기업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했다. 수출 대기업은 환율 효과로 웃지만, 내수 기업은 매출 감소와 인건비·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린다. 성장률은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250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고 해외 증시로 향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괴리는 해외에서도 반복돼 왔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나스닥과 S&P500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중산층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기술주 주가는 폭등했지만 주거비와 의료비, 교육비 부담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었다. 일본은 최근 증시가 30년 만에 활황을 맞았지만, 지방 상권은 여전히 침체돼 있고 실질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사주 소각은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생산성 낮은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지 못한 한계가 남아 있다. 유럽 역시 금융 완화로 자산 가격은 방어했지만, 경직된 노동시장과 느린 산업 전환 탓에 성장 동력이 약해진 국가들이 적지 않다. 이 해외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증시는 정책과 유동성에 반응해 오를 수 있지만, 실물 경제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코스피 6000, 7000을 이야기하려면 '다음 테마'보다 '다음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시장에 남아 자원을 소모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이른바 좀비 기업의 연명은 단기적 고용 안정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산업의 자본과 인력을 빼앗는다. 동시에 AI·바이오·차세대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서는 규제를 줄이고,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어야 혁신이 쌓인다. 노동시장 역시 산업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이동은 유연하게, 안전망은 두텁게 설계해야 한다. 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옮길 수 있어야 구조조정이 곧 사회적 충격이 되지 않는다. 공공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효율과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 지출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 역시 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 친화적 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배당과 투자, 성장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때 증시는 실물 경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코스피 5000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험대다. 숫자만 앞서가면 언젠가는 멈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상승이 아니라 더 단단한 토대다. 주가 상승이 고용과 소득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소비와 투자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때, 코스피의 다음 숫자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구조 개혁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그래서 늘 미뤄진다. 그러나 증시가 강할 때야말로 개혁의 정치적·사회적 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코스피 5000이라는 호황의 순간을 놓친다면, 다음 조정 국면에서는 선택지가 훨씬 줄어든다. 지금의 상승을 '운'으로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경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만들 것인지가 향후 10년 한국 증시의 경로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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