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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 가계부채 대책...“정책 신뢰 낮아, 부동산 규제 왜 안하나”[전문가 진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2 15:49

시중은행 이어 기업은행도 대출금리 인상 동참
정부, 내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문가들 “정부 오락가락 정책...시장에 잘못된 시그널”
“정책 신뢰회복·부동산 수요 억제 시급”

은행 대출금리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대응하고자 지난달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가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고자 은행권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계빚은 물론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면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가 하면 금리인상 시기에는 은행권에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라는 식의 오락가락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결국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인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하는 식의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식의 다른 정책들을 가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내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앞두고...은행권, 대출금리 줄상향

서울 아파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당국이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식의 다른 정책들을 가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26일부터 갈아타기를 포함해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p) 인상한다. 연립, 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0.40%포인트 올린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0.40%포인트 상향한다. 전세대출의 경우 대면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 금리를 0.30%포인트 올리고, 대출이동 대환대출 특별 우대금리(0.60%포인트)도 폐지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이달 2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45%포인트, 0.4%포인트 상향한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를 올리자 기업은행도 금리를 인상해 후속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대응하고자 지난달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 가계부채·집값 잡을 의지 있는지 의구심"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정성 있게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당초 7월 도입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을 9월로 연기한 것부터 현재의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까지 잘못된 단추를 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한 번 연기하면서 시장에 가계부채를 느슨하게 관리하겠다는 시그널을 줬는데, 빚이 급증하니까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약해지다 보니 최대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받아두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설파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식의 오락가락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경기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서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집값 잡아야 가계부채 억제 가능...부동산 규제 왜 안하나"

가계부채 관리 전문가 진단.

▲가계부채 관리 전문가 진단.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 것은 집값을 안정화시킬 의지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결국 현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들은 '생색내기식'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앞세우면서 긴축재정 기조를 펼침에 따라 민간부채는 증가하고, 민간소비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생산의 주체가 아닌 분배의 주체"라며 “정부가 부채를 늘린다는 건 다른 한 편에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뜻인데, (현) 정부가 세수 감소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은 민간이 떠안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단기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부채는 줄어들 수 있는데, 이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만연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수요를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동시에 부동산 수요를 잠재할 수 있는 정책을 가동하는 것이 가계부채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제언했다. 하준경 교수는 “정부가 DSR 규제는 앞으로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을 동시에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전에 고금리로 받은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하는 과정에서 최근 가계빚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경향도 있다"며 “다만 주택매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으로)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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