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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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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걷는 韓경제] 여객기 참사에 내수 한파...‘위기 상황’ 직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30 15:58

‘트럼프·계엄령·탄핵’...환율 15년9개월 만에 최고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며 내수 위축 우려

줄줄이 취소되는 행사에 소상공인·여행업계 타격
성장률 하방 압력↑...“내년 1.7% 성장도 어려워”

무안 제주항공 여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과 계엄령 파동, 탄핵 정국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치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참사 여파로 내수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실제 다발성 악재가 겹치자 소상공인과 여행업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가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1500원 '눈앞'...여객기 참사에 얼어붙은 내수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원 오른 1472.5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말 1400원 수준에서 등락했으나,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1442원까지 급등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소폭 하락하다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탄핵당한 지난 27일에는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 이후 15년 9개월여 만이다.


지금의 고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고한 것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1500원대는 물론 16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사상 초유의 고환율에 더해 국내 내수까지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며 국내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국내 소비 위축이 우려되고 있었는데, 지난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며 애도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고 국민들은 숙연한 분위기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연말, 연초를 기념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올해는 사라지고 있다.




소비심리위축.

▲30일 서울 중구 명동길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달러 강세와 탄핵정국에 이어 제주항공 참사까지 이어지며 소비 심리 위축으로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충격을 받는 곳은 소상공인과 여행업계다. 소상공 자영업자들은 국가애도기간 선포로 공무원 회식 금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사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서 '최악의 연말 경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 막막한 처지에 빠졌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회식을 장려했지만, 항공기 사고로 일순간 분위기가 돌변해 버린 것이다.


이날 국내 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관공서 등의 회식 취소는 물론 단체주문까지 취소됐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치킨 50마리 주문을 받아 재료 손질을 다 끝내놓고 30일에 단체 주문이 나갈 예정이었는데 전날 오후 전화로 '행사가 취소돼 주문을 취소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난감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행수요 회복이 더뎌 고전 중인 여행업계도 항공기 참사로 내년 1분기(1~3월) 모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참사 이후 첫 영업일인 만큼 오전 기준으로 취소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고객 분 위주로 취소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며칠 더 지켜보며 응대하려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심리 급락...악재 잇따르며 '성장률 하락' 자극

잠재성장률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 자료=한국은행, 그래픽=오찬영 기자

이같은 분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웠던 국내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3월 18.3p 하락한 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6일 공개된 기업심리지수를 보면 제조업은 전월 대비 3.7p 하락한 86.9를,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5.0p 하락한 87.1을 보였다.


체감 경기 하락은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년 1.9%, 2026년 1.8%로 지난달 예상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운 비상계엄 사태 전에 예측한 수치로, 이달 발생한 각종 악재들이 성장률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전망도 악화하면서 안 그래도 부진한 수출 성장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개선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역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고 내년 GDP 성장률 하방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내년 GDP 성장률을 1.7%로 전망하지만, 성장률 수준은 이보다 더욱 낮아질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와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은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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