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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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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세 줄지만 분양가 급등”…‘계륵’된 제로에너지건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5 15:13

오는 6월부터 민간 건축물 등에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공사비 30~40% 급증으로 아파트 분양가 급상승 전망

건설사 매출원가율 이미 93% 달해…지원책 요구 나와

제로에너지 건축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모습. 사진=연합뉴스

1년간 유예됐던 제로에너지건축 기준이 올해 6월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탄소 배출 감축, 에너지자급률 확대, 전기요금 절약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분양가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안그래도 공사비 급등에 따라 분양가가 대폭 올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건설업계에선 세제 감면 같은 인센티브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된다. ZEB 인증은 건물 설계도를 바탕으로 1차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을 평가해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하는 제도를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발표한 '국토교통부문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지난해 6월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하려 했으나, 부동산 경기 부진을 고려해 1년간 유예했다.


제로에너지건축을 적용하면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최근 김포에 건설된 제로에너지 단독주택 단지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단열 성능이 높은 창호를 활용해 일반 아파트 대비 약 65%의 에너지를 절감 가능해 입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제로에너지건축물에 필수적인 태양광 패널과 전력 공급·저장 설비 등의 가격이 비싸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용 84㎡ 기준 가구당 약 130만 원의 건축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비주거 건축물은 공사비가 30~40% 추가 투입된다. 공동주택의 경우 상승폭이 더욱 높아 표준건축비 상한가격이 기존 대비 4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이와 같은 공사비 증가세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 그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고환율 등으로 국내 공사비는 급등세다. 지난해 9월 기준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으로 인해 기본형 건축비(전용 6085㎡, 1625층 이하 기준)가 직전 고시된 ㎡당 203만8000원에서 210만6000원으로 3.3% 상승했다. 이로 인해 분양가도 대폭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1333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93%나 뛰었다.




공사비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포인트(p) 상승했다. 2020년 11월에 비해선 무려 29.19p나 올랐다.


건설사들도 원가가 높아지고 수요 감소 원인으로 작용하는 탓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 등 10대 건설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3%로 집계됐을 정도다. 이는 원가가 매출의 93%를 차지한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80% 수준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공사비 상승이 건설사들의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매출원가율을 포함한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공사비 현실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건설업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의 도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지금 국내 경기나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설상가상'인 상황"이라며 “시행을 다시 유예해주던가 아니면 건축 기준 완화, 세제 감면, 금융 지원 등 보다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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