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가 최근 선보인 전기 SUV '샤오미 YU7'.
'Made in China'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헤어드라이기·보조배터리 같은 소형제품을 넘어 중대형 가전과 자동차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중국산=저가 저질' 공식도 옛말이다. 상품 질을 높이고 사후서비스(AS)를 향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소비자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에 서비스까지 갖추려는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현황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자본 시장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빅테크 샤오미의 주가가 장중 한때 8% 가량 급등한 반면, 미국 테슬라는 주가 하락으로 '시총 1조달러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반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샤오미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YU7'가 출시 1시간만에 30만대 가량 예약주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생긴 일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최대 경쟁상대가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순간이기도 했다.
1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월 전세계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총 580만 8000여대다.
브랜드별 판매 상위 1~2위는 중국 기업들이 석권했다. BYD가 124만 2000대, 지리그룹이 61만 6000대를 기세 좋게 팔아치웠다. 전체 판매의 약 32%를 두 중국기업이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도 두 회사 실적은 각각 43.2%, 79.4%로 치솟았다. 반면에 3위로 내려앉은 테슬라(42만 2000대)의 인도량은 전년 대비 13.4%나 줄었다.
'Made in China'로 범위를 확대하면 중국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테슬라 중국 기가팩토리의 생산물량이 전세계 인도량의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만대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인구대국 중국이 세계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1~4월 등록된 전기차 중 62.2%에 해당하는 361만 5000대가 중국시장에서 소화된 판매량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일찍부터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며 전기차에 초점을 맞춘 결과이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는 북미시장에서 전체 점유율의 9.5%(55만 7000여대)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산 비중은 유럽연합(EU)의 일반관세 10%, 상계관세 7.8~45.3%에도 불구하고 무서울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자동차시장 내 자국 전기차의 점유율 역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6월 보고서에서 67% 가량인 BYD·지리 등 점유율이 오는 2030년 7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기차는 17%에서 14%, 일본은 11%에서 8%로 똑같이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전기차 간 '출혈경쟁' 이슈도 잠잠해지고 있다. 과잉생산 탓에 가격을 30% 이상 할인하거나 신차를 중고차로 팔아버리는 현상이 지속되자 최근 중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국 당국이 우후죽순 난립한 전기차 브랜드들을 통폐합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려는 계산을 깔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Made in China' 전기차가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대규모 보조금과 인센티브, 인프라 투자 등을 도우며 성장을 가속화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정부가 2009~2022년 전기차 보조금으로 약 1730억달러(약 234조원)를 지출했다고 추산했다.
수직적 공급망을 구축한 것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완성차 뿐 아니라 배터리, 반도체, 모터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CATL과 BYD 등 중국 이차전지 기업이 전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현지 빅테크 및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쉽게 접근하게 된 이유로 지목된다.
이런 배경 탓에 '글로벌 자동차 3위' 현대차그룹을 보유한 한국도 전기차 경쟁에서는 중국을 이겨내기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공공기관 등에 전기차 보유 비중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산업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 등에 연구개발(R&D) 정책자금을 지원하지만 단위가 수천억원대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 역시 연구개발(R&D)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일부 받을 뿐 '전폭적인' 국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