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1주일 가량 남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에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놔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의 일방적 통보 방침을 재차 강조하는 반면 참모진은 주요 교역국과 무역합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이틀째 일본을 언급하면서 상호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보여주려 한다"며 “나는 일본을 매우 존중하지만 그들은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는 즉 우리가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앞으로 오랜 기간 무역 파트너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에게 쌀 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일 수도 있고 미국 핵심 교역국에게도 상호관세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교역국에 대한 10% 기본 보편관세에 이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는 추가로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지난 4월 2일 발표했다. 다만 이때 중국과의 갈등이 빠르게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게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 유예 조치는 오는 8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예기간 각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최근 들어 일방적으로 설정한 상호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일본에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언급하면서 “무역 협상의 끝을 알리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에 25% 관세를 낼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많이 수입하지 않는 대신 미국은 수백만 대의 일본 차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그것은 불공평하다. 나는 그것을 설명하고 일본은 그것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큰 무역적자를 갖고 있고, 그들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유예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선의로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면 많은 나라들에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그는 이번주에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역팀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쌀 시장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무역협상에서 일본은 농업 분야를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상호이익을 위해 미국과 활발히 선의로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에선 상호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에 감세 법안을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이전에 통과시킨 후 무역협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한두 시간 정도 쉰 후 다시 돌아와서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것"이라며 “우린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를 설명한 뒤 그가 이를 승인하리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프레임워크는 무역협상 진행 과정에서 최종 협정 서명 전에 주요 원칙을 담아 만드는 '협정 틀'을 지칭한다.
미국은 영국과 5월 8일 프레임워크 합의에 이어 지난달 16일 최종 합의까지 상호관세 유예 이후 첫 무역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해싯 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끝난 것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쌀과 관련해 게시한) 글을 알고 있지만 논의가 끝까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레빗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인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