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보안 검색 요원이 위해 물품 탑재 여부를 판독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최근 빈발하는 공항 내 보안 검색 실패와 현장 인력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항공보안 패러다임의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당국은 인력 통제와 규제 중심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인공 지능(AI) 기반의 첨단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항공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 시스템(OA)'과 '위험도 기반 검색(RBS)'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 항공정책실 항공보안정책과는 1억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4차 항공보안 기본계획(2027~2031)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과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90일이다. 지난 1~3차 기본계획의 성과와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다가올 5년의 보안 환경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정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 6년 간 보안 사고 75건 발생… “인적·기술적 구조 한계 도달"
국토부가 4차 마스터 플랜 수립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현행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이 강하게 작용했다.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건에 불과했던 국내 주요 공항의 보안 사고는 2023년 8월 기준 8개월 만에 29건으로 급증하며 최근 6년간 총 75건의 사고가 누적됐다. 실탄·도검류 등 치명적인 위해 물품 보안 검색 실패가 전체의 50.7%를 차지했고 적발 사실이 즉각 보고되지 않고 은폐된 정황까지 발생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인적·기술적 모순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인천공항 등 주요 공항의 보안 검색 요원 채용 후 1년 내 퇴사율은 60%에 이른다. 만성적인 인원 부족과 고된 교대 근무가 현장 요원들의 피로도를 높여 시각적 인지 오류(휴먼 에러)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승객 편의를 위해 도입된 최신 3D 정밀 검색 장비(CT X-ray) 운영 과정에서 가방 끈 등이 내부에 걸리는 물리적 오작동이 빈발하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3D 영상을 짧은 시간 내에 판독해야 하는 인지적 과부하 문제도 사고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 특정 장비 독점 깬다… AI 활용 '개방형 아키텍처(OA)' 체계 구축
이러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국토부는 신기술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국토부는 '오픈 아키텍처를 활용한 데이터 상호 운용 방안'과 '각기 다른 제조사 장비의 검색 이미지를 하나의 통합 센터로 보내 검색하는 기술(CIP)'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공항에 설치된 검색 장비들은 특정 제조사가 하드웨어(스캐너)와 소프트웨어(판독 알고리즘)를 일괄 독점하는 폐쇄형 구조다. 학계와 업계는 이번 기회에 국제 범용 이미지 포맷(DICOS)을 활용한 개방형 아키텍처(OA)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전면 교체 없이도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의 최신 AI 딥러닝 탐지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유연하게 탑재(Plug & Play)해 신종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끄럽고 혼잡한 검색대 앞이 아닌 별도의 중앙 통제실에서 영상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중앙 집중식 이미지 판독(CIP)' 체계가 마련되면 요원의 인지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유럽민간항공위원회(ECAC)의 단일 성능 평가(CEP)를 분석해 국내 장비의 글로벌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 획일적 전수 검사 탈피…미국식 '위험도 기반 보안' 참고 필요성
여객 검색 방식에 있어서도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국토부는 미국 교통보안청(TSA)·유럽 등 국가별 정책을 분석해 '보안·편의 상생형 정책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보안 체계는 모든 승객을 동일하게 전수 검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TSA는 사전에 신원 조회를 통과한 저위험 여객에게 '프리체크(PreCheck)' 자격을 부여해 신발 탈의나 짐 분리를 면제해주고 최근에는 안면 인식 기반의 '터치리스 신원 확인(Touchless ID)'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학계에서는 한국 역시 철저한 사전 신원 확인과 생체 인식을 바탕으로 저위험군에게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남는 보안 인력과 고성능 장비를 사전 정보가 없는 고위험군에 집중시키는 '위험도 기반 보안(RBS, Risk-based Security)' 체계로의 전환을 제언하고 있다.
◇ UAM 보안 설계와 '공정 문화' 현장 안착 과제
다가오는 도심 항공 교통(UAM) 상용화에 맞춘 신개념 보안 설계도 주요 과업이다. 국토부는 UAM 발전을 고려해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접근성이 핵심인 버티포트(이착륙장) 특성상 멈춰서 검사받는 대형 장비 대신 게이트를 통과하며 탐지하는 △워크스루(Walk-through) 센서 △디지털 ID 인증 △기체 해킹 방지용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 등이 새로운 법령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징벌적 규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자율 신고제를 전제로 하는 '공정 문화(Just Culture)'의 현장 정착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안 사고 발생 시 실무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 고발하는 징벌적 조치가 사고 은폐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개정된 항공보안법에는 사고 발생 10일 이내에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행정처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번 4차 계획에서는 이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켜 수집된 '아차 사고(Near-miss)'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결함을 개선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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