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이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이 증시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이란과의 전쟁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후회라는 단어를 믿지 않는다"며 “물론 스스로에게 약간의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되돌려) 다시 해야 한다고 해도 나는 정확히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자신의 지지층 일부가 실망하거나 위축됐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그들이 사기가 꺾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내가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선거가 끝난 직후 끝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며 이란이 미국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했고, 이에 이란은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동시에 걸프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핵심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 미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사진=블룸버그)
문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이 단순히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부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1일 아시아 거래 시간에서 4.972%까지 치솟아 심리적 저항선인 5%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07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기도 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번 주에만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더욱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이번 주 한때 4.59%까지 뛰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5.37% 수준으로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10일 하루에만 16bp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해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다.
미 국채시장의 충격은 이미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호주 벤치마크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일본 국채금리도 심리적 저항선인 3%에 근접했다. 글로벌 국채금리를 추종하는 지표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국채금리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지난 9일 이미 100달러선을 돌파한 브렌트유도 이날 배럴당 107.63달러에 장을 마쳐 110달러선까지 넘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72.4%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해당 확률은 50%를 밑돌았다.
연준은 오는 15~16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트레이더(사진=AFP/연합)
현재 5%에 근접한 10년물 국채금리는 높은 금리를 노린 저가 매수세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추가적인 채권 매도세를 촉발해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주식의 상대적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증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금융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물 국채금리 5%에 대해 “일부에서는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가 반드시 그런 '마법의 숫자'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 국채금리가 더 상승하면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분명한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의 5% 돌파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드라이크 가비 ING그룹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하는 것은 이제 전망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일처럼 보인다"며 “채권시장에는 우려스러운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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