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기술원. 사진=박규빈 기자
“말로는 항공안전 전문성 강화를 외치며 행동은 항공 안전 전문 기관 해체인가."
전국공공전문노동조합 항공안전기술원지부가 정부의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 추진을 '명백한 졸속 행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회와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15일 항공안전기술원 노조는 전날 '항공안전기술원 강제 통폐합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의 흡수·통합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 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통해 항공안전기술원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통합·흡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정부는 항공안전기술원이 왜 통폐합 대상인지, 어떠한 기준과 판단에 따른 것인지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정부 발표 자료의 분류 체계와 정원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국가 항공 안전 체계를 바꾸면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기관의 존폐부터 결정한 것은 명백한 졸속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강제 통폐합을 단호히 거부하고 독립 기관 존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네 가지 반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거대 기관 흡수로 인한 '국가 항공 안전의 후퇴'다.노조는 “무안공항 항공사고 이후 정부는 항공안전 조직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졸속 안을 내놓으며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항공 안전 전문 기관이 자동차·도로 교통 중심의 거대 기관인 공단에 흡수될 경우 항공 안전 분야가 자동차·도로·철도 등 규모가 큰 타 사업에 치여 예산·인력·경영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노조는 무안공항 사고의 교훈이 항공 안전 전문성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라는 것임을 강조했다.
둘째, '미래 항공 강국' 육성 기조와의 모순이다. 도심 항공 교통(UAM)·미래 항공 교통(AAM)·무인 항공기·자율 비행 등 미래 항공 산업의 성장은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을 판단하고 인증할 수 있는 국가 전문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조는 “미래 항공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이를 뒷받침해 온 전문 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항공기 인증 시험·연구·기술검증은 고도의 공학적 전문성과 장기간 축적된 경험, 독립적인 기술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흡수·통합과 해체가 아니라 전문 인력 조직·예산과 인증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셋째, 두 기관의 역할과 전문 영역이 명확히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로 역할이 다른 두 기관을 왜 통합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와 도로교통을 중심으로 철도와 교통안전 전반을 담당하는 종합 기관인 반면 항공안전기술원은 항공기와 관련 제품의 인증·시험·연구·기술검증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이다. 두 기관의 항공 업무 역시 공단은 '종사자 자격 및 운항 안전 관리'에 맞춰져 있고, 기술원은 '항공기 엔진 부품 인증 및 공학적 안전성 검증'을 전담해 역할이 확연히 다르다.
노조는 “'교통'이나 '안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차와 항공을 같은 업무로 취급해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유도, 기준도, 효과도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는 기능 개혁이 아니라 결론부터 정해놓은 일방적 통폐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넷째, 당사자를 철저히 배제한 일방적인 추진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노조는 정부가 기술원 현장 구성원과 노동조합·항공학계 및 산업계 등 관련 주체와의 충분한 논의나 검증 없이 통폐합 방향부터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통폐합을 먼저 결정한 뒤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의견 수렴이 아니며, 이미 정해진 결론을 설명하는 것은 협의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항공 안전 체계를 개편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적인 검증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당국을 향해 △국가 항공 안전 후퇴·전문 역량 약화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 즉각 중단 △구체적인 이유·근거 제시 없는 한국교통안전공단 통폐합 방안 즉각 철회 △통폐합 대상 선정 기준·판단 근거·통합 필요성 등 관련 검토 자료 전면 공개 △항공안전기술원의 독립 기관 지위 보장·국가 항공 안전 전문 기관 역량 강화 △당사자 배제 일방적 추진 즉각 중단·원점 재논의 등 5대 사항을 요구했다.
끝으로 노조는 “국민의 생명은 기관 감축을 위한 숫자가 아니며, 국가 항공 안전 역량은 행정 효율과 맞바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가 끝내 졸속 통폐합을 강행한다면 국회·노동계·항공학계·산업계 등 모든 주체와 연대해 통합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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