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상승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갖은 막말 논란으로 공론을 소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 '약점'으로 꼽히는 영역들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2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상승 동력을 선거 당일까지 잇기 위해 극복해야 할 5개 주요 과제를 짚었다. 이는 △ 언론 대응 △ 경제 대응 △ 불법 이민 대응 △ 중동 갈등 대응 △ 트럼프 전 대통령 인신공격 대응 등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로 인터뷰, 기자회견을 일절 하지 않았고, 지난 8일에야 이달 중 첫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 또한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동 인터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중산층을 강화하고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경제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부정적이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불법 이민 근본 원인인 중미 국가 가난·범죄를 줄이는 과제를 맡았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가자지구 등 중동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 분열도 해결 과제다. 친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지난 7일 해리스 부통령 미시간주 유세 때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고,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도 계획대로 시위할 태세다. 이런 여러 정책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인신공격 막말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했을 때와 같이 해리스 부통령에 막말을 퍼붓고 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는 인종과 성별 관련 공격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 '공략 포인트' 가운데 공화당 일부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각 차가 극명한 상태다. 공화당 조언자들은 경제와 불법 이민, 중동 등 정책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언론을 소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 혈통이 어머니와 아버지 중 어느 쪽인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상대방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는 게 금지시되는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유세 규모를 늘 자랑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유세 인파 사진이 인공지능(AI)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 언론은 두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와 이민 등 정책 이슈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허위 주장과 도를 넘은 인신공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언론도 그런 부분에 집중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젊은 청년층 유권자에 더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슈퍼팩 '원트 팩 나우'가 소셜스피어에 의뢰해 7개 경합주 18~29세 유권자 1313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51% 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9%p 앞섰다. 지난 7월 초 당시 같은 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44%)과 트럼프 전 대통령(48%) 양자 대결 기록과 비교하면, 13%p가량 청년층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 2~4일 미국 등록 유권자 1만 12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18~34세 지지율 49%를 기록, 트럼프 전 대통령(40%)을 리드했다.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9%p 뒤졌었다. 일부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에 더 집중하는 '전략 수정'을 주문하고 있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보좌관을 지낸 브랜던 벅은 MSNBC 인터뷰에서 “그(트럼프)가 경제나 국경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면서도 “다른 미친 것들을 이야기해 주의를 돌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도 이날 팟캐스트에서 “정책보다 인격적으로 해리스를 공격하면 경합주 유권자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 해리스 지지가 상승한다. 그게 지금 현실"이라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유세 규모에 그만 의문을 제기하고, 그가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이었을 때 범죄와 관련해 무엇을 했는지, '차르'로서 국경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을 때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라"로 당부했다. 폴리티코는 해리스 선거캠프와 민주당 역시 인신공격보다는 자신들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신공격 영역을 키울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에 도움 된다고 보고 방어보다는 무시를 택한 셈이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