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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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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R공포’…영업익 10조 삼성전자 마냥 웃을 수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5 15:37

전영현 DS 부문 수장 “시황 덕에 살아난 것” 선그어

美 빅테크 악재에 영업이익 증가 한계 분석 나오기도

노조, 게릴라식 투쟁 예고…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덕에 자신감을 회복했고 사내 최대 노동조합도 현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전영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수장이 “시황 덕에 살아난 것"이라고 지적했듯 삼성전자의 근본적 기술 경쟁력을 위한 허들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엔비디아 등 기술주 폭락 사태 역시 삼성전자의 재도약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4조7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4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3.44%, 1462.29% 증가했다.


부문별 실적은 △DS 매출 28조5600억원·영업이익 6조4500억원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 매출 42조700억원·영업이익 2조7200억원 △하만 매출 3조6200억원·영업이익 3200억원 △SDC 매출 7조6500억원·영업이익 1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앞으로의 이익 창출의 축은 다시 반도체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성형 인공 지능(AI)을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53억달러(한화 20조8110억원)였고 올해에는 약 428억달러(58조2465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7년 AI 반도체 시장이 1194억달러(162조4675억원)로 3년 새 3배 가량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AI에 대한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은 지난 2년 간의 보수적인 전공정 투자 집행과 DDR5 전환, 고대역폭 메모리(HBM) 비중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제한적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요 증가율을 하회함에 따라 하반기에도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8조7000억원, 4분기에는 10조5000억원으로 계속 늘어나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장밋빛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2분기 실적 개선은 시황이 좋아진 데에 기인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면 또 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와 미 연방 법무부(DOJ)의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설계 결함에 따른 엔비디아 차세대 칩의 출시 3개월 지연, 인텔의 대규모 적자 등 각종 소식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개월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후 3시 7분 기준 7만900원으로 전일 종가 기준 10.93%가 떨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의 미래 실적을 마냥 희망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집행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집행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노조 역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DS 부문 근로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후 대표 교섭 노조 지위를 상실했고 현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임금 교섭의 매듭을 짓고 파업을 마친 게 아니라 사실상 '장기전'을 위한 숨 고르기 작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전삼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치지 않기 위해 기회를 기다려 준법 투쟁을 실시하겠다"며 “게릴라식 기습 부분 파업 지침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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