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매가 다시 최고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금리 현상이 이어지며 2020년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아파트를 매입한 '영끌족'들이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매 시장의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추가 대출을 받아 상환하려는 시도가 막힌 데다, 거래부진으로 주택을 매도해 대출을 갚기도 어려워져서다. 이에 따라 낙찰가율도 하락 추세다. 일반 매매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도 없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에 경매 매물이 더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저렴한 주택 구매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을 억죄는 한편 전세사기 등에 따라 주택 경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2024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0건으로 직전인 11월(3408건) 대비 3%(102건)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1월(3593건)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 낙찰률은 37.6%로 전월(38.4%) 대비 0.8%포인트(p) 낮아졌다. 낙찰가율도 84.5%로 전월(85.5%) 대비 1.0%p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 역시 5.8명으로 2022년 11월(5.3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핵심지인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39.8%로, 전월(48.3%) 대비 8.5%p 하락하면서 9개월 만에 40% 아래로 추락했다. 비교적 강세였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낙찰가율도 하락세를 보여 서울 전체 낙찰가율 하락 폭이 커졌을 정도다.
다만 경매 유찰될 때마다 감정가 대비 20~30% 낮아지는 만큼 저렴하게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일부 매수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압구정, 잠실), 여의도, 용산 등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에 위치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은 일반 매매 시 실거주 요건이 적용되지만, 경매 낙찰 시에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1·2·3차 등 재건축도 활발히 진행 중인 곳의 경우 재건축 이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도 장점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소득이 클수록 대출 감소폭이 커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매물이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핵심 입지의 우량 물건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적정가에 낙찰받는 전략이 중요하다.
게다가 주택은 물론 오피스 시장도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경매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에 따르면, 2031년까지 서울에서 약 471만㎡ 규모의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2029년까지 대규모 오피스 개발이 예정된 만큼, 향후 5년간 오피스 매물 과잉으로 인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복잡한 절차와 권리 분석이 필요해 철저한 준비 없이 무리한 접근은 피해야 한다"며 “조급한 투자보다는 적정 가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