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몸집 키우는데 주가는 왜?…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증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4 09:12

증권사 5곳 목표가 줄하향…신주 발행에 주당가치 희석

3분기 호실적 전망에도 주가 약세…성장 기대와 엇갈려

11월 유증 일정·노사 갈등…단기 주가 변수로 부상

사진=챗GPT

▲사진=챗GPT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달 들어 가파른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성장 기대에도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부담이 부각되면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장중 116만50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급등락을 반복한 바이오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주가가 급락하며 지난 1일 대비 약 15%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 DB증권, 다올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5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 목표주가는 유지되고 한미약품은 상향 조정됐다.




목표주가 하향의 공통적인 배경은 유상증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 약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다만 이후 예정 발행가액을 132만2000원에서 117만4000원으로 낮추면서 조달 예정금액도 약 2조6650억원으로 줄었다. 발행 예정 신주는 227만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약 4.9%에 해당한다.


신주가 발행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대적 지분율이 낮아진다. 기업의 이익이나 가치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는 주당이익과 주당가치도 희석된다. 증권사들이 기업의 성장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낮춘 이유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7일 목표주가를 20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5% 하향했다.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적용하는 목표 배수는 기존과 같은 32배를 유지했지만, 유상증자로 증가하는 신주 227만주를 반영했다. 회사의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발행주식 수가 늘면서 주당 적정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하나증권도 지난 6일 목표주가를 203만원에서 195만원으로 약 3.9% 낮췄다.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 효과를 제외하면 기존 목표주가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인 지난 8월에도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있었다. 대표적으로 DS투자증권은 당시 신주 발행에 따른 주당가치 희석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달처럼 여러 증권사의 연쇄적인 목표주가 하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상증자 발표 당시부터 제기됐던 희석 부담이 신주 발행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증권가의 목표주가 산정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업에 대한 실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을 1조4063억원, 영업이익을 6354억원으로 추정했다. 시장 전망치를 각각 5.1%, 7.7% 웃도는 수준이다. 환율 하락과 지난 5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에도 5공장 가동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3분기 매출액 1조3641억원, 영업이익 612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전망했다. 미국 록빌 공장은 현재 약 50%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추가 수주가 확보되면 이익 기여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 성장 기대도 유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6공장 착공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이후 실적 기여와 시너지 효과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부담은 목표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반면 신규 사업의 수익 창출 효과는 향후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상증자 일정이 주가 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오는 11월4일 신주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9~10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30일이다. 발행가 확정 과정의 주가 움직임과 청약 수요, 신주 상장에 따른 수급 변화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도 부담으로 떠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사제도 개선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자 오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5월 닷새간 진행된 1차 파업보다 기간이 길어 생산 차질과 신규 수주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노조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청약 일정의 보류와 재검토를 요청했다. 노사분규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성장세가 유지되더라도 유상증자와 노사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 예정된 파업의 현실화 여부와 11월 신주 발행가 확정, 폴리펩타이드 인수 이후 실적 반영 시점이 단기 주가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소한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나,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의 경우 생산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노사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고객사를 불안하게 할 요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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