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 비전 검사 전문업체인 파아이이가 몸 값을 또 한 번 낮추면서 스팩 상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피아이이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예상 세후영업이익은 금감원이 지적한 고평가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 지난 7일 피아이이는 최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하나금융25호스팩의 합병 비율을 1대 1.2124151로 조정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을 1주 보유한다면 피아이이의 주식을 1.2주가량 수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변경된 합병비율을 감안한 피아이이의 합병 후 예상 시가총액은 3189억원이다. 피아이이의 기업가치 조정은 5번째다. 최초 합병 결정 당시였던 지난해 5월 피아이이는 희망기업가치를 4888억원으로 제시했고, 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이후 4485억원→4017억원→3760억원→3189억원으로 기업가치를 꾸준히 하향했다. 최초 희망기업가치와 비교할 때 7일 3189억원은 65% 수준이다. 피아이이는 머신 비전 등을 기반으로 한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검사 솔루션과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가진 업체다. 머신 비전은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컴퓨터가 이를 계산한 이후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달리 말해 피아이이는 양극재, 음극재 제조 등과 같이 이차전지 관련 직접 업체가 아니다. 이차전지 공정 상의 비전검사 장비를 납품하고, 이를 이용해 공정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차전지 제조업체의 예상 생산량과 이차전지 시장 규모 성장률을 근거로 한 피아이이의 매출 추정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경고음은 한 차례 나왔다. 지난해 5월 피아이이는 23년 세후영업이익을 164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절반도 못 미치는 65억원 수준에 그쳤다. 고평가 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피아이이는 희망 기업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아이이는 이번 합병비율 산출 과정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 당연히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를 기업가치에 녹였고, 그 결과 피아이이는 4년 뒤 세후영업이익은 365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5.5배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피아이이의 실적은 2021년 이후 정체된 상태다. 2021년 72억원이었던 세후 영업이익은 22년 64억원, 23년 65억원으로 성장보다 역성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피아이이는 현금흐름할인법(이하 DCF)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DCF는 미래 벌어들일 순현금을 추정하고, 현재가치를 반영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받는다. DCF와 비교해 상대적 기업가치는 왜곡이 덜한 편이다. 금감원 역시 “DCF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적 기업가치로는 주가수익비율(이하 PER), 주가순자산비율(이하 PBR) 등이 거론된다. 피아이이는 이노메트리, 브이원텍, 자비스 등 이차전지 검사장비 유사 기업과 비교할 때 PER이 높은 편이다.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한 피아이이의 PER은 49배에 육박하는 반면 이노메트리는 11일 종가 기준 19.77배 수준이다. 브이원텍, 자비스 등은 적자이기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는 시가총액 차이에서 기인한다. 피아이이는 이노메트리를 증권신고서에서 이익 수준이 유사한 기업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이노메트리의 1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200억원 수준으로 피아이이의 희망기업가치인 3189억원과 비교할 때 절반도 되지 않는다. PBR로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피아이이과 하나금융25호스팩의 지난해 말 순자산을 기초한 PBR은 3.85배다. 그런데 11일 종가 네이버 기준 이노메트리, 브이원텍, 자비스의 PBR은 각각 1.92배, 1.28배, 2.65배로 파이이이와 차이가 크다. PBR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면 피아이이의 기업가치는 급감한다. 유사 기업의 PBR을 단순평균한 PBR 1.95배로 피아이이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경우, 1618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팩 상장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금감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장한 139개 스팩상장 기업을 분석했는데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는 실제치의 58.7% 미달했다고 평가했다. 피아이이도 금감원의 분석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지난해 세후영업이익은 예상 세후영업이익에서 60.4% 미달하며 금감원이 분석한 수준의 고평가가 지난해 합병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고평가의 결과는 곧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PER, PBR 등 상대적 평가방식을 활용을 권고했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기업은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등 기업가치(합병가액)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적용되고, 결국 투자자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