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이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개선안 적용과 할인율 인하, 금리 인하시기 등을 앞둔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다수 회사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하락으로 곤란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새로운 개선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IFRS17 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보험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IFRS17 개선안을 내달까지 마련해 보험사들의 실적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 개선과제 검토를 10월까지 마무리하고 보험개혁회의에 상정해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산업으로서 리스크 관리에 우선하는 것을 목표로 개선안을 도입하겠단 방침이다. 김 위원장도 개선안 대비와 함께 첫 금리 인하에 따른 리스크관리를 업계에 당부하기도 했다. IFRS17 개선안엔 금융당국이 앞서 꾸준히 밝혀 온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이나 지급여력비율 제도 정비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보험개혁회의 실무반 중 신(新)회계제도반에서 주요 계리가정 업계 가이드라인 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킥스비율 위험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하기 위해 무·저해지 상품 위험액을 보다 세밀하게 살피고, 금리 위험액 시나리오 모형을 개선하는 것을 검토한다. 이런 가운데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도 손질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상 할인율 기준을 국고채 20년이 아닌 30년물 금리로 바꿀 것을 예고했다. 금감원은 매년 8월 진행하는 할인율 자문회의를 이달로 연기해 개최한다. 이는 주요 보험사들이 내년 도입되는 '최종관찰만기 30년' 연기를 건의해서다. 보험사는 부채 수준 평가 시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당국이 지난해 8월 할인율 규제 도입을 예고하며 최종관찰만기 기준이 기존 20년에서 10년 늘어나게 된 상황이다. 이미 당국이 만기 60년 이상 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 '장기선도금리' 조정폭을 확대했고 이에 더해 올해부터 전구간에 반영하는 '유동성 프리미엄'도 대폭 낮춘 상황에서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까지 이어질 경우 할인율이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상 국고채 30년물 매수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거대한 보험사 수요를 충족할 만큼 국고채 30년물이 충분치 않아 만기가 더 짧은 상품과 금리 역전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할인율을 적용하면 보험부채가 늘고 순자산은 줄게 된다. 금융당국 예고대로 내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 시 할인율 기준이 변경되면 부채 증가로 인해 킥스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예고된 할인율 규제가 모두 시행되면 생명보험업권의 경우 킥스가 많게는 40%p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사들은 금리하락기를 앞두고 자본건전성 관리에 있어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하락이 보험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자본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부채를 평가할 때 활용하는 할인율이 내려가서 부채가 커지면 자본이 줄어드는 구조다. 국채 금리는 미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5월부터 계속 내림세를 기록하다 최근 더 가팔라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할 시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보험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KDB생명(44.54%), IBK연금보험(89.26%), 푸본현대생명(18.99%), MG손해보험(42.71%) 등이 법정 기준치인 100% 아래 수치를 기록 중이며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곳은 하나생명(105.95%), ABL생명(114.35%), 롯데손보(146.42%), 하나손해보험(129.32%) 등이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다. 한화생명(173.09%), 교보생명(175.75%), 동양생명(173.09%), 현대해상(166.89%) 등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겨 유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대량해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 리스크까지 늘어나면 킥스 비율이 크게 내려갈 수 있다"며 “경과조치를 신청했던 보험사의 경우 할인율 인하 적용 시 제도변경 충격이 추가로 가해지면서 경과조치를 벗어나는데까지 기존보다 시간이 훨씬 늘어날 전망이며 더 길게 무배당을 유지하게 되거나 금리하락기에 건전성 문제를 심하게 겪는 보험사가 나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