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진 손해보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전기차에 국한한 보험료 인상에 무게감이 실린단 관측이지만 보험체계 재정립 필요성을 두고 전기차 기피 현상이나 책임소재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 폭발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피해액이 1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보험사에 접수된 자차보험(자기차량손해담보) 처리 신청 건수는 60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폭발 차량으로 인해 대신 손해배상에 나선 한편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원이 차량 결함과 화재 사고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시 관련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배상 책임 판결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관련 사고나 화재가 잦아지고 있어 이로 인한 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2019년 2건이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27건으로 13.5배 늘어났다. 올해 전기차 화재는 상반기까지 29건 발생했고 이 중 주차장에서만 10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기차로 인한 화재 발생 손해액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동안 전기차 자동차보험 가입과 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 화재 발생 손해액은 1건당 1306만원 수준으로 내연기관차가 697만원을 기록한 데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전기차의 화재·폭발 사고 건수로는 전기차가 1만대당 0.93대의 사고가 발생한 반면, 비전기차는 0.90대 수준으로 더 적게 나타났다. 최근 전기차 보급률 또한 높아지는 추세로, 사고 유형과 빈도가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6610대로 60만대를 넘어섰다. 2017년 등록대수 2만5000여대에서 지난해 54만대로 급속히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화재는 보험사 손해율 뇌관으로도 꼽히고 있다. 사고건수와 손해액 증가로 손보업계 내 보험체계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우선 전기차를 위주로 보험료 조정이 들어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일반 자동차 보험료는 인상하는 데 제약이 많은 만큼 사고율이 높은 전기차에 국한해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게 쉽다는 것이다. 올 들어 호우 등 치솟은 손해율로 인해 손보사 자동차보험이 적자 구간에 진입했지만 의무보험인만큼 물가에도 영향이 있어 자동차보험료를 수시로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미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보험료를 수취하고 있다. 이상혁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 팀장은 지난 14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주행거리가 길어 사고발생률도 높다. 손해율이 높은 차종이기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1.4배 정도 보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이후 전기차 보험 체계와 관련해선 차종별로 상이한 사고율을 고려해 차종별 포트폴리오를 우량화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손해율이 우량한 전기차 제조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포지션을 늘리는 전략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보험사를 위주로 전기차의 대물배상 한도가 높아지고 있어 실제 전기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해상 등 일부 손보사는 전기차 대물배상한도 상한선을 기존 10억원에서 20억원까지 높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물배상한도를 높이면 보험료 인상이 따라야 하지만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이를 올릴 수는 없는 구조며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인상 모두 방어하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배상 한도 상향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과실이 없는 사고는 대물배상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한도 상향은 보험료 인상으로 올라가기에 신중하단 입장이다. 전기차시장의 성장과 함께 보험체계를 일률적으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이슈도 급부상 중이다. 인천 화재 이후 전기차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사고에 더 취약하단 인식이 커지며 보험료가 소폭 오르더라도 대물배상한도를 높여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이로 인한 전기차 보험가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전기차 화재를 둘러싸고 주 책임소재가 소유주로 지목되는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충전소나 주차장 시설 등도 의무보험제도가 도입 돼 책임을 져야 한단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6월에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차 충전시설 사업자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