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AI와 전력,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4월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 연구소(FSI, The 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at Stanford) 산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에 머물며, 다양한 학제 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경제, 기술, 안보를 넘나드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AI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로는 인재, 첨단 반도체, 효율적인 거버넌스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전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며, 산업은 물론 국가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전력을, 적절한 가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기술 격차는 그대로 산업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의미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싸고 특정 전력원(源)에 대한 찬반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렸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위험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와 맞물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스탠포드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 역량과 높은 환경 의식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다. 경제 규모만 보더라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 상위권 규모를 자랑하는 데다가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비중이 60%에 다다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을 모든 국가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나 지리와 같은 자연 조건, 산업 구조, 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스탠포드대에서도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유기업(SOE)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 속에서 AI 발전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와 GPU 확보라는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AI 발전 속도와 규모는 이미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발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모두 2023년에 이미 미국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전력산업과 관련된 투자도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액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383억 달러)였는데 반해, 중국의 비중은 39%(8,184억 달러)에 달했다.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빠르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배터리와 신에너지 분야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러한 조건에서 AI 시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AI 시대의 경쟁은 선형적이지 않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정책 대응이 지체될수록 한국이 직면하게 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방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와 AI, 그리고 산업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국가 대계'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bienns@ekn.kr

물티슈의 불편한 진실…“안 풀리고, 안 썩고, 일부는 생태 독성까지”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한 생활용품 가운데 하나인 물티슈가 심각한 환경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에 잘 풀리지 않아 하수관을 막고, 토양에서도 쉽게 분해되지 않는 데다, 일부 제품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인 독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강원대 환경공학과 박정안 교수팀이 최근 '한국물환경학회'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시중 물티슈의 물 풀림성, 생분해성 및 급성 독성 비교 평가'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시판 중인 15종의 물티슈를 대상으로 물속 분해 특성, 토양 생분해성, 수생 생태 독성을 종합 분석했다. 물티슈를 생분해성 제품군, 청소용, 미용용, 유아용, 일반용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실제 환경 조건에 가까운 실험을 진행했다. ◇물에 풀리지 않고 토양에서도 사라지지 않아 가장 먼저 확인된 문제는 물에 잘 풀리지 않는 구조였다. 국제표준 시험방법(ISO 12625-17)에 따라 실시한 물 풀림성 시험 결과, 상당수 제품은 600초 동안 강하게 섞어도 10% 이하의 낮은 분해율을 보였다. 특히 일반 물티슈와 유아용 제품 상당수는 거의 형태가 유지됐다. 이는 소비자가 변기에 버렸을 때 하수관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제품의 주원료가 종이가 아니라 폴리에스터(PES)와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 고분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면(Cotton) 기반 일부 생분해성 제품은 상대적으로 물에 잘 풀렸다. 그러나 '생분해성' 표시가 붙은 제품 가운데서도 물에 거의 풀리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친환경 마케팅 문구만으로 제품의 실제 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양 분해 실험 결과도 비슷했다. 42일 동안 토양에 매립한 뒤 무게 감소율을 측정한 결과, 면과 셀룰로오스 기반 제품은 최대 80~90% 이상 분해됐지만, 합성섬유 기반 제품은 형태가 거의 유지됐다. 특히 PE와 PP 제품은 초기 상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은 분해성을 보였다.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도 셀룰로오스 섬유는 미생물 작용으로 표면이 붕괴된 반면, 합성섬유는 매끄러운 표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소재가 장기간 토양에 잔류하며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분해성'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결과는 급성 독성 시험이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큰물벼룩(Daphnia magna)을 이용해 물티슈 추출액의 독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일부 미용용 물티슈와 생분해성 물티슈의 추출액에서는 24~48시간 내 100% 폐사했다. 연구진은 제품에 포함된 리모넨(Limonene)과 오렌지 오일 같은 향료 성분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에코스타(ECOSAR) 예측에서도 리모넨은 조사된 성분 가운데 가장 높은 생태 독성을 보였다. 에코스타 예측은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의 화학물질 생태독성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한 독성 추정 분석을 말한다. 화학물질의 분자 구조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 물질이 수생 생물에 어느 정도 독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가"를 예측해주는 모델이다. 반면 실험 대상이었던 일부 유아용 물티슈는 전체 농도에서 치사율 0%를 기록했다. 독성 차이는 원단이 아니라 첨가 성분 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생분해성'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생태 안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단이 잘 썩더라도 액상 성분에 포함된 향료나 방부제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물티슈의 환경 위해성을 평가할 때 섬유 소재뿐 아니라 화학 첨가물까지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라스틱 기반 물티슈의 변기 투입 금지, 제품 성분 표시 강화, 실질적인 생분해 인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사각지대 이번 강원대 연구는 그동안 '편리한 생활용품'으로만 인식됐던 물티슈가 사실상 플라스틱 폐기물이자 잠재적 생태 독성 물질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티슈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하수 인프라와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환경 문제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발간한 '물티슈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적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변기에 버려진 물티슈는 하수관 내 기름때와 결합해 거대한 덩어리인 팻버그(Fatberg)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는 협잡물의 약 80~90%가 물티슈 계열이며, 긴급 준설과 펌프 수리 등에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2019~2022년 약 32만 톤의 일회용 물티슈가 소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평균 약 8만 톤 수준이다. 이는 연간 200억~320억 장으로,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1.3장꼴이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아직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함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처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이 같은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이 각각 물티슈를 환경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물티슈를 '환경 위해 우려 제품' 또는 '일회용 합성수지 제품'으로 지정해 제조·수입업체에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 위해 우려 제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과 “물티슈를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제조업체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업계 타격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 피해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규제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탈플라스틱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판매 금지 추진…소비자가 나서야 반면 해외 주요국은 훨씬 적극적이다. 영국은 플라스틱 함유 물티슈를 하수 인프라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올 연말 웨일스 지역을 시작으로 제조 및 판매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 조사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판매 제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생산자책임제와 경고 표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미시간 등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도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허위성 광고를 제한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물티슈를 더 이상 단순 생활용품이 아닌 환경 위해 제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국제 흐름에 맞춰 단계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료·돌봄 등 필수 사용 영역은 예외로 두더라도, 일반 소비재 물티슈는 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고 생산자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규제가 늦어지는 동안 소비자가 먼저 나서 실천할 수도 있다.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지 않는 것 △'생분해성' 표시만 믿지 않고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 △가능하면 손수건과 행주 같은 다회용 대체품을 사용하는 것 등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작은 생활 습관 하나가 하수 인프라 부담을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막고, 수생 생태계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환경 노벨상’ 김보림의 탄식 “국회, 기후위기 해결 의지 있나”

“국회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숙의결과를)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깍아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결정은 또 다시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몫이 됐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결과가 실제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판결을 냈다. 헌재는 법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존재하지만 2031~2049년 중간 감축 목표가 없어 이것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 활동가는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4년 반 동안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간 끝에 아시아 최초로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재 판결을 끌어냈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0일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6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수상은 1995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후 31년 만이다.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리처드와 로다 골드만 부부가 제정한 상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국회 기후특위는 위헌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 319명을 대상으로 숙의 과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77.9%의 동의로 2031~2049년 기간 동안 초기에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과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이같은 숙의 결과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되는 국회 기후특위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활동을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이런 국회의 모습에 무척 실망하고 있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정치권의 대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권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은 인정됐지만, 결국 다시 국회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구조가 됐다"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라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가 기후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오래된 주택에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111년 만의 폭염으로 새벽에도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가 이어졌고, 함께 살던 어머니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했다. 이후 비슷한 환경의 노후 주택에서 중년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가족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기후행동'을 조직해 거리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한 캠페인과 요구만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정부의 자발성에 기대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느꼈다"며 “실질적인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소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시 함께 활동하던 청소년은 30여 명 수준이었지만, 그는 기후위기가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더 다양한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국을 돌며 원고인들을 모집했지만 소송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많았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청소년이 원고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판결을 끌어내고 싶었다"며 “동료들과 변호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김 활동가는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취약성에 대한 감각'을 꼽았다. 활동을 이어오며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에 따라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의 문제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골드만 환경상 상금 7만5000달러(약 3억원)는 청소년·청년 기후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환경운동을 중간에 그만두는 걸 봤다"며 “사람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운동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기후위기 속에서도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전문가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시민들의 참여도 당부했다. 김하연·이현진 인턴기자

‘역대급 실적’ 한전KPS, 1분기 영업익 370억 375%↑

발전소 정비 업무를 전문으로 맡고 있는 상장 공기업 한전KPS가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전KPS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524억원, 영업이익 370억원, 당기순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 374.6%, 161.9% 증가했다. 1분기 사업별 매출을 보면 화력 1088억원, 원자력 및 양수 1499억원, 송변전 275억원, 해외 360억원, 대외 302억원이다. 올해 예방정비 계획은 화력 97호기로 전년보다 11개 호기 증가, 원자력 20호기로 전년보다 7개 호기 증가할 예정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수도권 쏠림 더 심화’ 환경단체 지적에…기후부, 송전선로 입지선정 보류

정부가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는 전국 27개 사업 현장에서 입지 선정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11일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전국행동)과 간담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입지선정위원회의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행동 지역별 대책위원들은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다며 불만을 품고 비판해왔다. 이들이 근본적인 절차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기후부가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보류 대상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전국에 건설이 추진되는 송·변전 설비 가운데 입지 선정 단계에 있는 27개 송전선로 사업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 초고압 송전망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체는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이에 따른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로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고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재훈 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송전탑 건설 절차만 민주적이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며 “국가기간 전력망위원회를 재소집해 현재 추진 중인 건설을 중단하고, 갈등 현황 전수 조사와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 통합발전사 한전에서 분리되면, 한수원은?

정부가 발전자회사 통합을 검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전력공사와 통합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권한과 역할 재편, 나아가 원전·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합은 관련 법안(발전공사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발전)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 구조이다. 이들이 통합돼 단일 법인 또는 별도 독립체로 재편된다면 지분은 여전히 한전 소유가 되지만, 지위는 사실상 한전과 대등한 사업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법안에는 정부가 통합발전사의 한전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지배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유지돼 온 '한전 중심-발전자회사 종속'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큰 변화다. 업계에서는 “발전사가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이 커지면서 전력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전의 전통적인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주도권 내려놓을까…“결국 정부 의지" 관건은 한전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얼마나 수용할지다. 발전자회사 통합은 곧 한전의 지배력 축소를 의미하는 만큼 한전 내부적으로는 부담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료 조달, 전력판매,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영향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공기업은 결국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수원의 지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전자회사들이 통합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한수원 역시 자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별도 독립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원전 수출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수원 수장이 한전 출신 인사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한전-한수원 협력 강화 흐름이기 때문에 독립 논의가 본격화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변수…“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발전사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중장기 변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글로벌 흐름과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의 사업 영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원자력 외에도 수력, 양수 등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수력 등 비원전 사업은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수원을 '원전 중심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실제 5개 발전자회사 노조에서는 통합이 된다면 석탄과 LNG발전의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발전설비 규모 유지를 위해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들은 통합발전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의 본질은 '전력산업 재설계' 공기업계에서는 발전사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한전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발전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역할(판매·계통 중심 vs 지주회사형) △한수원의 위상(원전 특화 vs 종합 발전사) △재생에너지 투자 주체(통합 발전사 vs 분산 구조) 등 핵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손양훈 교수는 “원래는 5개 발전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할 목적으로 분할한 것인데 흐지부지되다보니 결국 다시 합쳐도 상관없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아마도 한전과 한수원, 통합발전사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모-자회사 관계도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이번 논의는 '누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을 어떤 구조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존폐 위기’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 총파업 예고…쓰레기 대란 우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조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폐기물 정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올해부터 인천 매립을 금지한 정책은 지자체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시행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부지에 공공소각장을 구축하고 공사 역할도 기존 매립 중심에서 공공소각 기능으로 확대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요구안이 들어주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11일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수도권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와 환경 공공기관 관련 노조 등이 함께 참여했으며,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 조합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알아서 소각 처리하고, 소각 후 발생한 잔재물만 매립지에 매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정책의 유효기간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생활폐기물 처리에 충분하다던 공공소각장은 일부 정비 등을 이유로 반입이 제한되자, 결국 다시 매립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지난 3월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다시 허용했다. 허용물량은 연간 16만3000톤이다. 이는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 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면 매립 중단을 선언한지 3개월만에 1/3이 허용되면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노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불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없는 정책으로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역할은 대폭 축소됐다. 인천시는 역할이 줄어든 수도권매립지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고 매립지 사용을 완전히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흐름은 결국 공사를 축소 내지는 해체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매립지를 기존 매립 중심에서 공공소각 기능으로 확대 전환하고, 수도권매립지공사를 '수도권자원순환공사'와 같은 대체 자원 생산 및 연구개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매립지 부지 내 대규모 공공소각장을 건설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노조는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인천시와의 갈등 조정, 인허가 문제 해결, 주민 지원 대책 마련 등에 직접 나서 국가 차원의 폐기물 처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진욱 수도권매립지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 이후 수도권 폐기물 처리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현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실효성 없는 방안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는공공소각장 확충 책임을 지자체에만 떠넘긴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정부가 폐기물 처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책 실패"라며 “수도권매립지는 기능 축소나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자원순환 체계에 맞춰 기능을 재설계해야 할 시설이다. 공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 환경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 이후에도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결국 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져 노조원들이 매립지 반입을 막을 경우 수도권 쓰레기 대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3월 한달간 유럽연합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효과가 37억7천만유로(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의 붐을 다시 일으켰고 그 결과 이번 중동전쟁의 영향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 중 90GW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해주어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약 30GW이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약 3.9GW.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GW를 갓 넘어섰던 신규 설치용량은 윤석열 정부에서 2.7GW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2030년의 9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평균 10GW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올해 목표를 7.5GW로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용량은 1.3GW에 불과하다. 이 추세로 하면 연간 4GW 설치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마을의 공유시설이나 공공 부지에 마을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주민들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한 마을에서 1MW를 설치한다 해도 2,500개 마을이 참여해야 2.5GW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의 설치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한다. 현 RPS 제도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 설비의 규모를 살펴보면 2025년 현재 100kW미만이 45.2%, 100~1MW가 35.4%, 1MW 이상이 1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1MW 이상의 대규모 설치는 20%에 불과하고 80%는 소규모 태양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태양광 발전 산업의 특성이다. 벼농사와 같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인 것이다. 해안을 간척한 현대의 서산농장과 같은 대농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국에 산재한 소농이 있어 쌀의 자급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현대는 상당한 규모의 설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만한 입지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곳곳에서 소생자가 참여하여야 태양광 발전의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는 에너지 자립에 한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인하려면 그럴 만한 산업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익과 사업 참여의 용이함이다. 수익이 불안하다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기업조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생산자 개인이 전업 혹은 부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사업 추진과 발전소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현 RPS제도를 폐지하고 입찰시장으로 개편한다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찰 시장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수익이 날지 어떨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이란 구매와 판매 양측에게 모두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부업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익히고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 수익에 비해 치러야만 할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협에서 벼를 수매하듯이 한전에서 기준가격으로 구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기준가격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조정기를 설치하게 하고 보상 없이 한전에서 전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망 운영자 입장에서 출력조정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처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동을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어 가기를 기원하며, 2030년 90GW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bienns@ekn.kr

[환경포커스] 호르무즈 막히면 폐플라스틱 더미는 ‘유전’이 된다

최근 미국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석유화학·플라스틱 원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대안이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처럼 쓰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은 본질적으로 석유에서 만든 탄소와 수소의 저장고다. 다시 말해, 이미 땅 위로 꺼내 쓴 탄화수소 자원이다. 이를 태워 없애는 대신 햇빛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면 수소와 합성가스, 액체연료, 고부가 화학원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햇빛으로 플라스틱을 연료로 바꾸는 광촉매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미생물이 스스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리빙 플라스틱'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플라스틱 오염과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평가받는다. ◇햇빛 한 줄기로 수소와 디젤 생산 첫 번째 연구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화학공학과의 샤오광 두안 교수와 샤오 루 등 연구진이 최근 국제 촉매 분야 저널 '화학 촉매반응(Chem Catalysis)' 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광촉매 플라스틱 광개질(photoreforming)'이다. 쉽게 말해, 폐플라스틱을 물속에 넣고 특수 나노 촉매를 더한 뒤 햇빛을 비추면 촉매가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를 들뜨게 만든다. 이 전자가 플라스틱의 탄소-탄소(C-C), 탄소-수소(C-H) 결합을 끊는다. 플라스틱 사슬이 잘게 쪼개지면서 수소(H₂)가 발생하고, 남은 탄소는 유용한 연료나 화학 원료로 전환된다. 기존 물 분해 수소 생산은 물 분자의 산소 결합을 끊어야 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플라스틱은 이미 에너지가 높은 유기 결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분해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결정질 니켈-인-황 기반 촉매(d-NiPS₃)와 황화 카드뮴(Cadmium Sulfide)을 결합한 시스템은 촉매 1g이 1시간에 약 0.08g(80mg)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반응을 100시간 이상 유지했다. 실험실 수준으로는 매우 높은 효율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생성물도 달랐다. 폴리에틸렌으로는 디젤 범위(C15~C18)의 올레핀 연료를, 페트(PET)로는 아세트산 등 화학 원료를, 혼합 폐플라스틱으로는 수소와 합성가스(Syngas)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상시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현장에서 바로 연료 전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2030년까지 겉보기 양자수율(AQY) 10% 달성, 즉 들어온 햇빛 에너지의 10%를 실제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40년까지 파일럿 플랜트 구축, 2050년 산업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생물이 먹어 치우는 리빙 플라스틱 두 번째 연구는 제시하신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 고급기술연구원(SIAT)의 주오준 다이 교수팀이 지난달 'ACS 응용 폴리머 재료(ACS Applied Polymer Material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내부에 살아 있는 미생물 포자(spore)를 넣어두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휴면 상태라 일반 플라스틱처럼 안정적이다. 그러나 폐기 후 48~50도 환경에 놓이면 플라스틱이 부드러워지고 포자가 깨어난다. 이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스스로 분해한다. 연구진은 특히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란 세균을 활용했다. 이 균은 안전성이 높고 내열성이 강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생물 팀플레이'다. 한 균주는 플라스틱 사슬을 무작위로 절단하고, 다른 균주는 절단된 말단부터 차례로 분해한다. 마치 한 팀이 벽을 부수고, 다른 팀이 잔해를 치우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olycaprolactone, PCL)을 4~6일 만에 98%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분해 후 남는 물질은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이라 미세플라스틱 축적 위험도 낮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센서, 의료기기, 일회용 전자소자처럼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에 특히 유망하다. ◇한국은 이미 '원료'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전환 기술 한국은 매년 수백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분리배출 체계도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상당량이 저품질 재활용이나 소각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전략 자원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는 폐플라스틱 기반 연료 생산이 긴급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1kg은 대략 10~12kWh 수준의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사실상 거대한 '도시형 유전'이다. 정유시설이 멈춰도 지방 산업단지나 항만 인근에서 소규모 태양광 광촉매 반응기를 돌리면 수소와 액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미생물 기반 분해 플랫폼을 결합하면 플라스틱 회수-분해-연료화의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광촉매는 실제 폐플라스틱 속 색소와 첨가제에 약할 수 있고, 장기 내구성이 검증돼야 한다. 미생물 기술은 아직 범용 플라스틱(PE·PP) 적용성이 제한적이다. 경제성 분석과 전과정평가(LCA)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석유를 수입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는 시대에서,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연료와 원료로 돌려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햇빛과 미생물은 그 쓰레기를 다시 에너지로 깨우는 열쇠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케이엔알시스템, ‘슈퍼휴머노이드’ 디자인 특허…“세계 최대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의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실물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1일 자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 설계 디자인이 최근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을 통해 외형의 독창성뿐 아니라 고중량 핸들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로봇은 2025년 하반기부터 개발이 진행 중인 이족보행 기반 대형 로봇으로, 작업자가 직접 탑승해 조작하거나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무인 겸용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중공업, 건설, 토목, 원전 등 고위험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상 20~50kg 수준의 가반하중을 바탕으로 인간 작업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즈의 슈퍼휴머노이드는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로봇은 높이 약 2.5m, 폭 1.5m의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온·고방사선 등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중량 구조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고성능 구동 시스템이 핵심이다. 여기에 최대 300kg 수준의 악력을 구현하는 특수 설계 로봇손을 적용해 고난도 핸들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손은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별도 특허 출원도 진행됐다. 또한 작업 환경에 따라 하체를 이족보행뿐 아니라 바퀴형, 무한궤도형 등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원격 운용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2026년 말 1차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로봇팔과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을 개별 제품으로도 상용화해 부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글로벌 휴머노이드가 공장 내 정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진짜 일하는 로봇'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 상용화와 원전 해체용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