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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특별시 ‘반도체 밸리’ 승부수…“핵심은 100원짜리 RE100 전기”

다음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광주·전남이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산업이 융합된 '반도체 밸리'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단지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킬로와트시(kWh)당 100원 수준에 공급하는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전남광주특별시의 반도체 밸리 구상은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전략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부산·구미 등 남부권으로 확대해 지역별 특화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구상 속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자는 지난 3월 후보 시절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00원 수준으로 공급하는 RE100 산업단지 모델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182.7원인 것을 감안하면 RE100용 전기를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전남광주 전체의 전기요금을 100원으로 낮추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에 한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민 후보는 태양광 발전 70%,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저장 전력 10%, 기존 계통전력 20%를 결합한 '전력 포트폴리오' 방식을 통해 평균 전력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 당선자가 본격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해당 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민 당선자의 RE100 전기요금 모델은 이순형 에너지기술융합연구소 소장(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시됐다. 이 교수는 해당 모델에 대해 “100원 전기는 단순히 전기요금을 낮추자는 구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도시를 만들기 위한 종합 설계"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모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00만평 규모 산업단지에 MW당 8억원대로 총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와 ESS를 직접 설치하고 공기업이 직접 자재 조달과 공정 관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사업비로 하면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는 해당 사업을 수행할 공기업으로 전남광주전력공사를 신설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공사를 통해 일반적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과 달리 시공사의 마진과 금융비용을 최소화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200MW 규모 대형 사업을 전제로 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태양광 설비 구축 비용을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춰 MW당 8억원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여기에 최근 고출력 태양광 모듈과 설계 최적화 기술을 적용하면 발전 원가를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전력을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산업단지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구조를 구축할 경우 훨씬 낮은 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 기반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은 kWh당 150원 이상 수준이며 올해 고정가격계약 상한가격도 155원 수준이다. 전력거래소 현물시장 가격 역시 최근 19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직접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고 금융조달을 하는 방식이다 보니 발전단가가 높게 책정되는 점이 있다. 다만 이 교수는 “100원 전기는 아무 조건 없이 가능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주민 이익공유제와 토지 임대료, ESS 구축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상태에서 특정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주민이익공유방식을 강조하며 “태양광 발전에 따른 이익이 외부 사업자에게만 돌아간다면 사업은 갈등과 반발에 부딪혀 멈추게 된다"며 “발전 수익을 일부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사업이 지속되기 위한 설계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RE100 전기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처럼 재생에너지 확보가 곧 경쟁력인 첨단산업에 한정해 적용하는 전략"이라며 “기업은 저렴한 청정에너지를 확보하고 지역 주민은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태양광으로 실제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추후에도 비슷한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요금은 기업 유치를 위한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전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용수 공급, 우수 인재 확보, 교통망, 주거 환경, 연구개발 인프라, 협력업체 생태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는 초순수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물 인프라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전기요금과 RE100 이행 가능 여부를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실제 투자 결정은 용수와 인재, 정주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최고기온 33도 전국 무더위

오는 16일은 전국에 무더위가 찾아오겠다. 1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16일 전국 최저기온은 14∼21℃(도), 낮 최고기온은 25∼33도로 예보됐다. 서울이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덥겠다. 전국에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는 차차 맑아진다. 자외선지수는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이 '매우높음' 수준으로 나타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도시가스그룹 계열사들, IT·데이터 기반 에너지 서비스 혁신 가속화

서울도시가스그룹 계열사들이 IT 기술과 데이터 고도화를 바탕으로 에너지 및 인프라 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알엠이 고정밀 위치정보 기술을 활용한 범용 측량 솔루션 사업에 나선 데 이어, 에너지 플랫폼 가스앱 개발사인 에스씨지랩은 마이데이터 기반의 통합 에너지 코칭 서비스 구축에 착수했다. ◇지알엠·씨너렉스, GNSS RTK 기반 범용 측량 솔루션 공동 추진 지알엠㈜와 ㈜씨너렉스는 고정밀 위치정보 기술을 활용한 범용 측량 솔루션 사업 추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지난 5월 'GNSS RTK 기반 범용 측량 솔루션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고정밀 측위 기술과 플랫폼 솔루션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씨너렉스가 보유한 GNSS RTK 기반의 센티미터(cm)급 고정밀 측량 장비와 지알엠의 솔루션 개발 역량 및 현장 운영 경험을 결합하여,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측량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는 씨너렉스의 휴대형 고정밀 측위 장비와 지알엠이 개발하는 범용 측량 애플리케이션(App)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별도의 GIS 구축 없이도 고정밀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높은 구축 비용과 기술적 제약으로 고정밀 측량 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 도시가스사를 비롯해 상수도, 지역난방, 시설물 관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대 적용이 기대된다. 이문상 지알엠㈜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은 씨너렉스의 우수한 RTK 기술과 지알엠의 플랫폼 개발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범용 측량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며 “양사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양사는 공동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솔루션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에스씨지랩, 가스앱 고도화… '전기·가스 통합 에너지 코칭' 구축 같은 그룹 계열사인 에너지 통합 플랫폼 '가스앱'의 개발사 에스씨지랩㈜(대표 박동녘)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6년 마이데이터 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전기·가스 통합 에너지 코칭 서비스'를 구축하며 데이터 중심의 개인화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KISA가 주관하는 이번 사업은 마이데이터 제도의 확산과 국민 체감형 서비스 발굴이 목적이다. 에스씨지랩은 기존 가스앱 서비스를 고도화해 전기와 가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사용자가 자신의 에너지 데이터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실시간 사용량, 예상 요금, 누진구간 진입 여부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개인별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절감 가능 금액과 맞춤형 절약 가이드를 제공하는 '에너지 코칭' 기능이 핵심이다. 아울러 표준 API 기반의 안전한 전송 체계를 적용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할 방침이다. 전기·가스 데이터를 통합 활용함으로써 가계 에너지 비용 절감은 물론, 이상 사용량 감지와 안전 알림 기능, 에너지 절약 실천을 통한 탄소중립 기여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향후 에너지 캐시백, 탄소중립포인트 등 정부 정책과 연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에스씨지랩 송준상 이사는 “마이데이터는 단순 조회 목적을 넘어,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에 국민이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해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도록 돕는 제도"라며 “가스앱을 마이데이터 기반의 생활 안전, 탄소중립 실천까지 연결하는 국민 체감형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사고] ‘2026 대한민국 에너지효율·친환경 대상’ 수상기관 선정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는 2026년도 '대한민국 에너지효율·친환경 대상'과 '에너지환경기술 대상' 수상기관이 아래와 같이 최종 선정됐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달 실시한 공모의 응모작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기관을 선정했습니다. '대한민국 에너지효율·친환경 대상'은 에너지효율을 높이거나 기후변화 등 친환경정책을 주도적으로 시행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환경기술 대상'은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창의적 기술력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과 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시상합니다. 시상식은 오는 18일(목) 오후 2시 진행합니다. 제12회 대한민국 에너지효율·친환경 대상 제10회 대한민국 에너지환경기술 대상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발전사 통합부터 12차 전기본까지…기후부, 미뤄둔 에너지 정책 잇달아 푼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주요 에너지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하반기 강한 에너지 정책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15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번 주 발전공기업 통합 용역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청정수소발전시장(CHPS)과 LNG 용량시장 재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굵직한 현안들도 연이어 추진하면서 정체됐던 에너지 정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발전 5사 체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으며, 이번 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통합발전사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본사 입지와 조직 개편 범위를 둘러싼 지역 갈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돌연 취소됐던 수소발전 입찰시장도 재개 수순에 들어갔다. 기후부는 최근 행정예고를 통해 올해 일반수소발전시장 930GWh, 청정수소발전시장 500GWh 규모의 입찰시장 개설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청정수소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수소혼소 사업을 준비하던 업계는 여전히 향후 세부 공고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단됐던 LNG 용량시장 역시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LNG 용량시장은 LNG를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나 집단에너지 시설을 선정할 때, 공급 상한을 정하고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 전력 시장 제도이다. 특히 노후 LNG 발전소 대체 및 신규 투자와 직결되는 제도인 만큼 발전업계의 관심이 크다. 다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LNG 발전 감축 기조를 감안할 때 과거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12차 전기본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등 변화한 대내외 환경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핵심 관심사다. AI 반도체 산업 호황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수요 전망 자체가 기존 계획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정부가 추진 중인 2040년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12차 전기본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탄소중립 목표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도 함께 고려할 것을 주문한 점이 계획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여기에 최근 AI 전문가 출신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정부 전반의 정책 무게추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전력 인프라 확충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향후 개각 과정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새로운 국정 방향에 보조를 맞추거나, 필요할 경우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안보 등 산업 경쟁력 이슈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이 이런 변화된 환경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향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이 확정되면 후속 계획들도 본격 추진된다. 장기 송·변전설비계획과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수립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기본이 향후 발전원별 설비 규모와 전력수요 전망을 결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만큼, 후속 송전망과 가스 인프라 투자 방향도 이에 맞춰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개월이 향후 10~15년 국내 에너지정책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 통합, 수소시장, LNG 시장, 전기본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동 전쟁과 AI 전력수요 증가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내 에너지산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햇빛이 마을 복지가 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당면 과제 앞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에너지 전환이 더 깨끗한 미래를 보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저절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잘 와 닿지 않지만, 전 세계 수억 명의 인구가 여전히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자산의 소유권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경우가 많다. 기후 불평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후위기의 피해가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반면, 정작 이들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일쑤라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정의의 원칙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적 전환에만 매몰된다면, 다가올 재생에너지 시대 역시 기존의 구조적 불평등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는 원래 노동조합이 탈탄소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이다. 오늘날 이 용어는 단순한 노동자 지원을 넘어, 현재의 기후·사회적 위기를 유발한 정치·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 인정의 정의, 회복적 정의, 공간적 정의, 세대간 정의를 제시한다. 단순히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넘어, 에너지 전환으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이익이 공정하게 나누어져야 하며, 의사결정에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과거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공동체를 치유하고, 국가 내부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며, 미래 세대에게 기후위기의 짐을 떠넘기지 않는 세대간 형평성 역시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정의의 원칙들을 우리 현실에 잘 녹여낸 실천적 대안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3,000곳 이상 확대를 목표로 본격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이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의 유휴부지나 농지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 소득과 마을 복지로 환원하는 주민주도형 에너지 자치 모델이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의 사례처럼 태양광 전력 판매 수익으로 마을회관의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무료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식이다. 이 사업이 가진 가장 큰 사회적 가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대규모 외부 자본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자원을 활용해 발생한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이나 복지사업, 지역경제 활성화에 환원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혜택이 특정기업이 아닌 지역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분배적 정의를 실현한다. 마을 공동체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됨으로써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과 입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한다. 태양광 패널이 혐오시설이 아닌 우리 마을의 복지를 책임지는 효자 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마을 주민을 에너지 전환의 능동적 주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의에 부합한다.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주민들의 삶과 권리를 인정하고 소외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은 인정의 정의에 해당한다. 아울러 그동안 도시를 위한 에너지 공급처로만 소비되던 농촌 공간이 재생에너지를 매개로 자립적인 경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은 공간의 소외를 극복하는 공간적 정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델이 전국으로 온전히 확산되려면 송배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과제도 남아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의 지지 없는 에너지 전환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민들이 에너지 대전환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체감할 때 지속적인 추진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문이다. bienns@ekn.co.kr

열 축적 속도 ‘역대 최고’…2029년 탄소예산 바닥난다[기후리포트]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국제 기후과학계에서 나왔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37℃에 도달했고,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전후 1.5℃ 한계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기후과학자 피어스 포스터 교수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2025년 지구 기후변화 지표 연례 업데이트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2025 Annual Update)' 보고서를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 Sci. Data)' 저널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의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10년당 0.27℃로 관측 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39℃ 높아져 인간 활동의 영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지구는 지금 '열 흑자' 상태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 Energy Imbalance·EEI)이다. EEI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와 우주로 내보내는 에너지의 차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지구의 '열 가계부'다. 수입과 지출이 같으면 문제가 없지만, 수입이 더 많으면 돈이 쌓이듯 지구도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많으면 열이 축적된다. 열이 축적되면 지구가 더워지는데, 그게 지구 온난화이고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현재 지구는 이런 '열 흑자' 상태에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EEI는 1976~1995년 평균 0.40W/㎡에서 2006~2025년 평균 1.04W/㎡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1.12W/㎡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는 지구 전체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저장하고 있고, 열을 저장하는 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이 EEI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이 지표가 미래 온난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지표면 기온은 엘니뇨와 같은 자연현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EEI는 지구 시스템 전체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열이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축적되는 열의 약 90%가 바다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열은 해양 폭염과 해수면 상승, 빙하 녹음을 가속하고, 결국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 현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대기오염 줄였더니 온난화 빨라졌다 최근 온난화가 가속된 원인 중 하나로는 에어로졸(미세먼지) 감소가 지목된다. 에어로졸은 황산염 등 대기 중 미세 입자로, 건강에는 해롭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해왔다. 일종의 '차양막'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에어로졸 농도가 감소했고, 그 결과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드러나는 '언마스킹(unmask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에어로졸 감소가 최근 지구 에너지 불균형 증가와 온난화 가속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건강을 위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남은 '탄소예산'은 2026년 초 기준 50% 확률로 약 130GtCO₂(CO₂ 기준으로 1300억 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약 42GtCO₂(420억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탄소예산은 2029년경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가 제시했던 수준보다 약 370GtCO₂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배출과 최근의 온난화 가속, 에어로졸 효과 재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메탄 감축이 기후위기 늦출 열쇠 전문가들은 이제 이산화탄소 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같은 비(非)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탄은 대기 체류 기간은 짧지만 온난화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이에 따라 메탄 감축은 단기간에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전후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온난화 폭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온을 다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메탄을 2020년 대비 약 50%, 아산화질소를 약 2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CO₂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라 남은 탄소예산이 약 200GtCO₂ 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메탄의 강력한 단기 온난화 효과 때문에 비CO₂ 감축이 사실상 탄소예산의 크기를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년 시간 단위로 산정할 경우 메탄의 온난화 잠재력(GWP20)은 CO₂의 약 80배에 이르고, 100년 기준(GWP100)으로는 CO₂의 약 27~30배에 이른다. 메탄 감축을 서두른다면, 1.5℃ 상승을 저지하지는 못하더라도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과학계는 2030년까지를 '결정적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계뿐 아니라 '열 가계부'인 EEI까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가 앞으로 인류의 기후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공사, 공급망 위기 뚫고 ‘내실·성장’ 다잡는다

가스공사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동시에, 상장기업으로서의 수익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방위적인 경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그리고 민생 안정 요금 정책에 따른 미수금 누적으로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스공사는 △자구노력을 통한 재무건전성 회복 △신성장 사업 발굴을 통한 미래 엔진 확충 △천연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 △주주환원 정책 및 소통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재무건전성 회복 총력 가스공사는 경영효율화와 수익 극대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지난 2022년 말 5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25년 말 기준 397%로 대폭 축소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원가 절감을 위해 기존 계약의 가격을 재협상하고 저렴한 신규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함으로써 LNG 조달 원가를 낮췄다. 이를 통해 경비 절감과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미수금 증가세를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최근 3년간 호주 LNG 사업 1조3000억원 회수를 포함한 해외 자원사업에서 약 3조원의 투자비를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해외사업에서 총 5조원 이상을 추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고, 전략적 가치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했다. ◇ 해외사업 및 친환경 신사업 확대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가스공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8년 말 생산을 목표로 하는 모잠비크 코랄Ⅱ 사업의 최종 투자결정(FID)을 완료했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캐나다 LNG 2단계 사업과 모잠비크 로부마 사업에 대해서도 최종 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익 극대화는 물론 지분물량 확보를 통한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발맞춘 수소 사업도 순항 중이다. 평택·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와 전국 57개소의 수소 충전소 구축을 통해 수소 공급망 확충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수소 혼입 안전성 검증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해 지난 2023년 국내 최초로 LNG 벙커링 전용선 '블루웨일호'를 건조·운영하는 등 LNG 벙커링 기술 확보와 상업화를 선도하고 있다. ◇ 수입선 다변화로 공급·가격 안정성 '두 토끼' 잡아 국내 유일의 천연가스 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는 전국 5346km의 배관망과 77기의 LNG 저장탱크를 운영하며 연간 3400만톤 이상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에 따라 중동 유래 수입 의존도를 2022년 45% 수준에서 2025년 24%로 크게 낮췄으며, 2026년 이후에는 18%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분산을 통해 중동발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차질 없는 수급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8월 체결한 연간 330만톤 규모의 미국산 LNG 신규 도입 계약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한-미 통상외교 측면에서도 큰 성과로 꼽힌다. 한편, 11개 발전사를 대상으로 연간 372만톤의 개별요금제 수요를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넓혔으며, 제조 및 배관시설을 민간에 확대 개방해 설비 이용률 향상과 가스요금 인하 유도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 어려운 재무 여건 속에서도 2년 연속 주주배당 단행 가스공사는 미수금 누적 등 어려운 재무 환경 속에서도 주주 중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2년 연속 주주배당을 시행했다. 2024 회계연도에 주당 1455원(시가배당률 4.10%)을 배당한 데 이어, 2025 회계연도에는 주당 1154원(시가배당률 2.82%)을 배당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보통주 평균 시가배당률인 2.63%(2025년 기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공사는 지난 4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재무 건전성 강화 △수익성 개선이라는 3대 기본방향을 충실히 이행하고,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와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공사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부단히 달려왔다"라며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수급 안정을 달성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도 국민과 소비자, 주주 모두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가스안전공사, ‘K-가스안전’ 브랜드화 선언… 글로벌 표준 선도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세계적 수준의 국내 가스안전 관리 체계를 해외에 전파하며 'K-가스안전'의 글로벌 확산과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디딤돌 마련에 나섰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글로벌 가스·수소안전 관리 체계 구축과 국내 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 핵심 안건들을 논의했다. 공사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글로벌 확산 △선도형 안전 협력 △전략적 정보 제공 등 5대 중점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먼저 공사는 수소 및 신에너지 안전 분야의 국제기구 및 선진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주도하며 국제 기준 논의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제도 개선과 사고 예방, 기업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형 정보 협력'도 추진한다. 해외의 선진 제도를 면밀히 조사해 국내 정책에 활용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해외 기술·인증 정보를 맞춤형으로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 현지 자립형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ODA-민관협력-수출지원' 통합 모델을 선보인다. 대한민국의 가스안전 법·제도, 인력, 인프라를 하나로 묶은 'K-가스안전 표준 모델'을 전 세계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공사 내에 분산되어 있던 검사, 진단, 시험인증, 연구 등 해외 사업 역량을 하나로 통합·조정해 실행력을 높일 예정이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화 전략의 첫 단추로 공사는 6월 14일부터 20일까지 6박 7일간 '몽골 국가 가스안전관리 법적 기반 구축 및 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인 '몽골 고위 공무원 초청 연수'를 진행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이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는 몽골 산업광물자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핵심 의사결정권자 총 11명이 연수단으로 참여했다. 연수단은 15일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과 히식달라이 몽골 산업광물자원부 실장의 회담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연수단은 가스 사고를 24시간 감시하는 종합상황실과 제품 시험·검사시설을 둘러보고, 가스안전교육원의 교육시설을 직접 체험했다. 지속적인 일정 동안 연수단은 가스안전공사 본사와 가스안전교육원, 수소안전기술원 등 공사의 핵심 시설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가스 산업 현장도 직접 견학한다. 주요 방문지로는 대륙제관(부탄캔 제조), E1(LPG 인수기지), 한국가스공사(LNG 터미널)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의 가스 산업 전반에 걸친 선진 안전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체득하게 된다. 공사는 이번 연수를 통해 몽골과의 우호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국내 가스 관련 기업들이 개도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로 공사는 그동안 해외인증 취득 지원(32건)을 통해 국내 기업 수출액 9억8000만달러 달성에 기여하고, 국내 최초로 가스연소기의 호주 수출을 견인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창업 및 경제활성화 기여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B0)를 받은 바 있다.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한국이 지난 50년 넘게 쌓아온 세계적 수준의 가스안전관리 체계를 몽골 연수단이 직접 체험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에 공유하는 한국의 경험이 몽골의 가스안전 정책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되어 양국의 협력이 더욱 단단해지고, 몽골의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6월 에너지 위기설과 미-이란 종전 합의 [윤병효의 에·바·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지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가격이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세계 석유 가격은 충분한 재고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재고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시한은 6월 중순 또는 하순경으로 관측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합의(MOU)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6월 단기에너지전망에 따르면 중동지역의 석유 공급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석유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말 전쟁 전까지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안쪽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2520만배럴에 달했다. 전쟁이 터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게 되자 산유국들의 수출길도 차단되면서 생산도 급격히 줄고 있다. 생산 중단 규모는 하루 평균 3월 889만배럴, 4월 1052만배럴, 5월 1125만배럴로 증가했고, 6월에는 1134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렌트 유가는 전쟁 직전 배럴당 72달러에서 3월 31일 118달러까지 오른 뒤 이후 점차 하락해 현재는 87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3월 중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36개 회원국들과 함께 전략비축유(재고) 방출을 결정했고, 실제로 방출이 이뤄지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의 유가는 재고 방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재고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EIA는 6월 전망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3분기(7~9월)부터 서서히 개방될 것으로 가정했다. 그 가정 하에서도 올해 말 글로벌 상업적 석유 재고량이 23억배럴 직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평균 재고량 28억배럴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EIA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EIA는 3분기부터 해협이 열려도 산유국들의 생산 중단 규모가 하루 평균 3분기 1011만배럴, 4분기 570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해협이 개방되는데도 생산이 즉시 재개되지 않는 이유는 석유의 특성 때문이다. 석유는 점도가 높은 액체 물질이다. 원유의 점도는 더욱 높다. 그래서 석유의 모든 시스템은 지속적인 생산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전통 유정도 마찬가지로 일단 생산이 중단되면 밑에서 뿜어내는 압력이 감소하게 되고, 파이프 막힘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재개하는 시간이 필요해 생산이 즉시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EIA는 3분기에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브렌트유 현물 가격이 6월 현재 80달러 후반대에서 7월에는 평균 105달러로 오른 뒤 4분기에 89달러, 2027년에 연평균 79달러로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재고 감소 문제를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저명한 석유 전문지인 오일프라이스의 커트 콥 프리랜서 기자는 재고 부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곧 15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시스템의 절대적인 최소 운영 재고량은 약 68억배럴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석유는 점성이 높은 액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흐름이 중요한데, 이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소 운영 재고량이다. 전쟁 전 재고량은 약 85억배럴이었는데, 여기에서 최소 운영 재고량을 빼면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재고량은 17억배럴에 불과하다. 참고로 전세계 하루 석유 사용량은 약 1억배럴이다. 재고가 최소 운영량 이하로 떨어지면 '탱크 바닥(tank bottoms)'에 이르게 된다. 재고량이 여기까지 가게되면 배관이 막히는 등 추가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그 전에 재고 보충에 나선다. 사업자들의 구매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는 게 콥의 주장이다. 콥은 현재의 재고 소진 속도라면 최소 운영 재고량은 9월 또는 그 이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의 한 고위 임원 역시 최근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전례 없는 재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폴리티코는 최근 석유업계 경영진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6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심각한 재고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석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LNG) 재고도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 유럽은 동북아시아와 달리 천연가스를 지하 동굴에 저장해 일년을 사용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전체 저장설비 용량 대비 38~39% 수준이다. 이는 최근 5년 동기 대비 평균인 52.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가스 소비가 가장 많은 독일(30.6%), 프랑스(39.7%), 네덜란드(14.4%)의 재고율은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LNG 공급국인 카타르는 연간 8500만톤을 수출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모든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이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25%이다. 이로 인해 한국, 일본의 LNG 현물 수입가격은 전쟁 전에 MMBtu당 11달러에서 전쟁 직후 2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약 19달러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LNG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반구 혹서기인 7~8월이 다가오면서 냉방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용 LNG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 보충 수요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6월 하순경 국제 석유,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 석유업계의 재고 감소 지적을 결코 가볍게 듣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은 이르면 14일(미국 현지시간) 중동 전쟁 종전 및 이란 비핵화 등에 관한 합의(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다. 다만 이란 외교부 측은 MOU에 진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시점은 14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종전 합의는 본격적인 여름철 전력 수요 폭증을 앞두고 재고 고갈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생일에 맞추어 극적인 타결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지지율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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