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이 기후에너지환경부 공무원들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갑질 행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기후부 소속 30대 사무관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기후부 전반의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단 직원들은 최근 기후부의 부당한 갑질과 법령 위반 사례가 급증해 극심한 업무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단은 기후부의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재생에너지 정책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핵심 공공기관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직접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급 부처인 기후부와의 접점이 많은 만큼, 구조적으로 부당한 지시나 괴롭힘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직원들은 문건을 통해 자신들이 기후부의 협업 파트너가 아닌 '노예'나 '무료 외주업체'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동업자 정신은 사라지고 공단 직원의 노예화 및 무상 외주업체화가 진행되면서 공공 노동자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사기 저하와 실무자 이탈이 심화하고, 우수 인력 유출로 업무 성과까지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갑질 사례도 대거 담겼다. 일부 기후부 공무원들은 공단 직원들에게 “야", “너", “일 이따위로 할 거냐", “일하기 싫냐", “너희 처장·팀장은 뭐 하는 사람이냐"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작성한 보고서를 찢거나 구겨 던지는 등 인격 모독 행위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단이 보유하지 않거나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의 자료 제출을 강요하고 타 기관 업무까지 떠넘기는 일도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공단에 업무를 전가하거나, 비공식 파견을 요구해 부처 내부 평가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쓰게 하고, 폰트나 표 테두리 수정 등 단순 편집 업무까지 시키는 사례도 포함됐다.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무리한 일정 요구와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종시에서 오후 5시에 회의가 끝난 뒤 당일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다음 날 오전까지 다시 세종시로 와서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일이 반복됐다. 아울러 금요일 퇴근 무렵 업무를 지시한 후 월요일 출근 전까지 보고를 요구하거나, 새벽 2시 업무 연락, 주말 대기조 편성, 공무원용 텔레그램 방에 공단 직원을 강제 포함시켜 상시 업무를 지시하는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휴식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공단 노조 측은 정부 정책 수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산하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인격적인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기후부가 감독기관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대상이나 공짜 외주업체가 아닌 동업자이자 협업기관으로 대해 달라"며 “공공 노동자로서 노동을 존중받고 인격적인 대우 속에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촉구했다. 한 공단 관계자는 “비상 상황 시 철야 근무는 불가피할 수 있으나, 그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기후부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은 최근 발생한 소속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기후부와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세종시 자택에서 30대 사무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후부 노조 측은 A씨가 평소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기후부의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