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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개선의 역설: 공기 깨끗해지면 ‘강한 태풍’ 만들어진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태풍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이 온실가스로 인한 태풍의 위력을 억눌러왔으나, 공기질이 개선되면서 이러한 '방패'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중국 난징 정보과학기술대학교, 중국 국가기상센터 등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인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인위적 에어로졸이 태풍 발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첨단 기상 모델(WRF-Chem) 시뮬레이션을 통해 북서태평양 지역을 분석한 결과,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에어로졸이 태풍 발생 지수(genesis potential index, GPI)를 약 24% 감소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을 줄이는 정책은 억제되었던 GPI를 다시 상승시켜 태풍 활동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중 황산염(Sulfate)과 블랙카본(Black Carbon)이 태풍의 형성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억제 인자로 나타났다. ◇태풍을 잠재우는 '열역학적-역학적' 메커니즘 GPI는 특정 지역의 환경이 태풍이 형성되기에 얼마나 유리한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대규모 기후 변동성과 태풍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GPI는 잠재 강도(potential intensity), 상대 습도(relative humidity), 절대 와도(absolute vorticity), 수직 바람 시어(vertical wind shear) 등에 의해 결정된다. 논문에 따르면 황산염은 햇빛을 산란시켜 해수면 가열을 약화시킨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태풍의 연료인 잠열 공급이 줄어든다. 잠열은 물이 수증기로 변할 때 받아들였다가 물방울로 응결할 때 다시 방출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블랙카본은 대기 중에서 태양복사를 흡수해 상층 대기를 덥히는데, 이는 대기를 안정화해 강한 상승기류 형성을 방해한다. 이 두 물질은 공통적으로 수직 바람 시어를 강화하고, 중층 상대습도를 낮추며, 저층 와도를 약화시킨다. 태풍의 씨앗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바람 시어는 대기의 높이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달라져 태풍의 구조를 비틀고 성장에 방해를 주는 힘이다. 와도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클수록 태풍의 씨앗이 더 쉽게 만들어진다. ◇공기질 개선에 따른 '태풍의 역습' 우려 반대로 대기오염을 줄이면 그동안 에어로졸에 의해 억제되었던 기상 조건들이 태풍에 유리하게 변하게 된다. 연구팀은 에어로졸이 줄어들 경우,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면서(unmasking) 태풍의 수명이 길어지고 강도는 더욱 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에어로졸 수치가 높은 환경에서는 태풍의 수명이 짧아지고, 강도가 약해지며, 이동 속도 또한 느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복잡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충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기질 개선은 공중 보건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강화될 태풍 리스크에 대비하는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어로졸 저감이 가져올 기후적 영향에 적절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오염 물질 저감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인 평가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후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원회는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다. 기존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중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후위는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적응까지 포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원회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기존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로 시민 참여 확대를 꼽았다. 기후위원회는 시민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며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시민회의는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며 “학교나 단체에서도 모의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이라며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창훈 위원장과 일문일답. -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명칭 변경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 원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였는데, 이번에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뀌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감축 중심 기조에서 조금 더 확대된 개념으로 전환된 데 있다고 본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녹색성장은 그 과정에서 경제도 후퇴하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가 강했다. 즉 탄소중립녹색성장은 감축 중심적 성격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축뿐 아니라 적응을 부각시키고 지금의 위기 상황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 기후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와 협력을 넘어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 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도 있지만 일정 부분 긴장 관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위원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니터링'이라고 본다. 모니터링은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모니터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적응 관련 주요 계획들을 심의한다. 결국 정책이 제대로 수립됐는지를 검토하는 기능이다. 사후적으로는 계획이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연도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이행점검하는 것이 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결국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과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긴장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들어 법 개정으로 이행점검 기능도 강화됐다. 위원회에서 이행점검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내면, 각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정부 들어 보다 강화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기후위원회 내에 시민회의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탄녹위 시절에도 민간위원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후시민회의'라는 형태가 새롭게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국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공론화위원회는는 공론조사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해당 의제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즉 기존 정책 의사결정 구조 안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200명 규모로 운영된다. 다만 중간 탈락 가능성을 고려해 약 10%를 추가 모집해 총 220명 정도를 모집했다. 또 하나 특징은 기존 공론화와 달리 시민들이 운영 구조까지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국회 공론화 때는 공론화위원회가 절차와 발표자, 전문가 선정 등을 모두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시민들이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직접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200명 중 약 20명을 기획참여단으로 구성해 의제 선정, 강연자 선정, 학습 과정 설계 등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부 자문단 약 10명을 별도로 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 시민회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 올해부터 매년 순환형으로 할 계획이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올해는 롤링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 올해 200명 중 100명은 올해까지만 활동하고 나머지 100명은 내년까지 활동한다. 내년에 새롭게 100명을 추가 선발해 항상 신규 100명, 2년차 100명 구조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후시민회의에서 나온 정책 제안은 위원회가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책으로 최대한 수용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 미래세대 소송에 따른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감축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선형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초기 감축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가급적이면 상반기 국회 내에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 일정 등 여러 변수도 있어서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이 있다. - 공론화 조사 결과에서는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오목형)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공론화 질의문에서 위헌소지가 있는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볼록형)을 넣어 질타를 받기도 하지 않았나. ▲공론화 과정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위로 볼록한 감축 경로는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뒀다.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위로 볼록형은 2%밖에 나오지 않았고, 오목형이 78%, 선형이 20%였다. 300명의 시민 참여단뿐 아니라 별도로 운영했던 40명의 미래세대 그룹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시민들은 최소한 선형보다는 더 적극적인 감축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본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입법권자인 국회의 몫이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은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본다. -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목표 설정 자체에만 지나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세워도 달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성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임기가 2030년에 끝나기 때문에, 2030년 목표를 실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정책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규제 정책, 지원 정책, 홍보·소통·교육 정책이다. 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는 배출권거래제를 보다 엄격히 운영해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동시에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감축 기술 개발 지원이나 재정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시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들이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강한 시그널이 되고 실제 감축 효과도 있다. 현재 국민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기후시민회의 역시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 학교나 단체에서도 축약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모의로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좋은 정책 제안 공모전까지 연결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 온실가스 감축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하고는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온실가스 감축에서 상당 부분은 지자체 역할이다. 산업·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단위 정책이 많다. 지자체의 역량이라는 건 인력과 예산, 전문성인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라고만 할 수는 없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 같은 경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볼 생각이다. -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태양광·풍력을 대규모로 확대했거 배터리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석연료 의존 리스크를 줄였을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 우리도 하루빨리 보다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중 영농형 태양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2050년까지 400GW 수준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결국 영농형 태양광 비중이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입법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입지 규제와 이격거리 규제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2024년부터 논의됐던 내용이 2년 만에 정리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전문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문제, 산업통상부는 산업 전환 문제를 다루지만 지역 전체 전환 문제는 개별 부처가 해결하기 어렵다. 특구 지정 등은 기후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석탄발전 지역 노동자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고령 노동자들은 전직이 쉽지 않다.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기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 전환을 신경 써서 추진하려 한다. 독일처럼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장기 전환계획을 만든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 적응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감축 정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감축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것은 적응 정책이다. 폭염, 산불, 건강 리스크 같은 문제는 국민들이 몸으로 체험한다. 문제는 적응 정책이 감축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감축은 온실가스라는 단일 지표와 명확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적응은 가뭄, 산불, 건강, 산업 리스크 등 목표 자체가 다목적이고 정량화도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적응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에 각각 기후위기적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원은 데이터와 정보 관리 중심이고 연구원은 정책과 적응대책 수립·평가 등을 담당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화됐고 지구온난화 추세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굉장히 어렵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고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께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들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먼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기후 실천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다회용기 시스템 같은 것들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이창훈 위원장 프로필 △1967년 광주 △상문고 △서울대 경영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석·박사 △2022년~2025년 제13대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 2026년~ 제4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전력 수요가 지금의 계통 전체의 신뢰도를 해치고 시스템의 큰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AI와 전력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하나는 수요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규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침투 속도를 늦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해결책은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계통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라면, 그 리스크의 해법도 우리는 AI에서 찾아야 한다. ENTSO-E가 지적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관측 불가능성이다. 기존 감시·제어 시스템은 초 단위 평균값을 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만들어 내는 부하 변동은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보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해법은 PMU(Phasor Measurement Unit, 위상측정장치)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동적 안정도 평가 모델로 실시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산업계에서 딥러닝이 과도 안정도·전압 안정도 평가에서 전통적 수치해석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AI 부하는 AI로만 감시할 수 있다. AI는 '시간-전력 격차(Time-to-Power Gap)'를 메우는 핵심 도구다. 데이터센터의 접속 대기 기간이 길게는 10년을 넘는다는 것은,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가용 용량을 늘리는 길은 있다. AI 기반 동적 송전용량 산정(Dynamic Line Rating), 조류 최적화, 혼잡 예측이 그것이다. 동일한 구리선에서 10~30%의 추가 용량을 끌어내는 이 기술들은 신규 송전선 건설에 드는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접속을 앞당길 수 있다. ENTSO-E 보고서의 가장 통찰력 있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전자기기·배터리·냉각 인프라·제어 가능한 IT 워크로드가 능동적 계통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이 이미 두 건의 전력회사 계약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부하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AI 학습은 추론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이 크다. 이 유연성을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조율할 때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전소가 된다. AI 데이터센터 자체가 발전소이자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 조절자가 되는 것이고 그 조율의 두뇌가 바로 AI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집중 규제와 지역 이전 등 분산자원화로 대응하는 우리의 접근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그리드 운영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운영시스템에 머신러닝 기반 안정도 평가, 동적 송전용량 산정, 데이터센터 유연성 통합 플랫폼이 내장되어야 한다. ENTSO-E는 보고서 말미에 “다음 용량의 파도가 그리드에 도달하기 전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제도의 핵심 엔진은 단연 AI다. AI가 만든 문제는 AI로 풀어야 하며 AI만이 AI로 인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문법이다. 조홍종

“좌우뇌 충돌 안 하니 타 부처와 충돌”…대통령 뼈 있는 농담에 술렁이는 기후부 [이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던진 질문이 에너지·산업 관가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대화 형식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후부의 일방적 정책 기조에 대한 공개 경고성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와 LNG 정책, 산업용 전기요금,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을 둘러싸고 기후부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갈등이 이어져 온 상황이어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기후에너지부는 에너지 확보와 기후환경 문제가 가치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꽤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장관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는 석유와 석탄을 쓰지 않고 태양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장관의 좌우뇌가 충돌을 안 하다 보니까 다른 부처하고 충돌을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탈탄소 목표 이행도 중요하지만 산업 발전이나 지방 기업 유치 등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농담성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정부 내부에서는 AI 산업과 제조업 경쟁력 문제를 둘러싸고 기후부와 타 부처 간 시각차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산업 진흥 특별법'이다. 당초 산업계와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법안의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특례 허용 대상에 LNG 발전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LNG 발전은 빠지고, 재생에너지만 허용되는 것으로 최종 통과됐다. 과기부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중심 체계와 탄소중립 기조를 우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뒤늦게 과기부·기후부 공동 TF를 출범시키며 “국가 전력계통을 활용한 안정적 공급"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현실적 전력 해법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와 기후부 간 긴장감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도 부처 간 이견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연가스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첨단 제조업 확대 과정에서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과도기 전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기후부는 화석연료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최근 상황을 두고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 정면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첨단 제조업은 모두 초대형 전력 소비 산업이라는 점에서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현재 기후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축소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산업계에서는 “현실과 정책 간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발언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관가에서는 최근 기후부 정책 방향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문제가 거론된다. △장관이 산업·전력시장 현실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보고받고 있는지 △기후부 내부에서 정책 반대 논리와 현실론을 검증하는 이른바 '레드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산업부·과기부·제조업계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 구조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등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다른 부처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산업계와 타 부처의 문제 제기가 누적돼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반도체·데이터센터 시대에는 결국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며 “탄소중립 목표와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앞으로 기후부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김 장관에게 “어쨌든 일정한 기간까지는 화석연료 의존을 피하기 어려운데, 너무 (에너지 전환을) 급격하게 하느라고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은 되지 않도록 잘 균형을 맞춰 주세요"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화솔루션, 유증 1조 7000억으로 추가 축소…‘탠덤셀’ 투자는 유지

한화솔루션이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상증자 규모를 1000억원 더 줄였다. 이로써 유증 규모는 기존 2조4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7000억원이나 줄었다. 다만 차세대 전지인 탠덤셀 개발 및 양산화 투자는 유지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1차 변경을 통해 1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유상증자 규모를 추가로 1000억원을 더 줄여 금융감독원에 자진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주주 반발이 심해지자 이들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26일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1조5000억원은 채무상환에, 9000억원은 차기 태양전지 기술인 탠덤셀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에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지난 4월 17일 채무상환 투입 금액을 1조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6000억원 축소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여기에서 1000억원을 추가로 줄인 것이다. 회사는 추가 축소에 따른 부족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 벤처투자펀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 2022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북미 에너지, 순환경제 등의 미래 산업 시장 및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선제적 사업기회를 탐색하려는 목적으로 투자됐다. 회사는 차세대 태양광 전지인 탠덤셀 개발 및 양산화를 위한 투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이하 탠덤) 파일럿 라인 업그레이드에 1000억원, 탠덤 양산 라인 구축과 탑콘(TOPCon) 생산 능력 확대에 8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증 규모 추가 감축 계획에 대해 증권신고서 2차 정정신고서 제출 이후 이어진 주주와 시장의 요구를 좀 더 수용하고, 소액주주들의 유증 참여 부담은 조금이나마 더 경감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 여러분의 기대와 눈높이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투자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반드시 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귀뚜라미그룹, 국가적 위기 극복 위한 ‘전사적 에너지 절감 캠페인’ 돌입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은 고유가 및 국가적 에너지 절감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지속되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임직원들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절약을 실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귀뚜라미그룹은 친환경·에너지 기술의 핵심 거점인 '마곡 냉난방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운행 및 주차를 제한하는 '차량 5부제'를 전격 시행한다. 또한, 임직원들이 일상에서 즉각 행동에 옮길 수 있는 '6대 에너지 절약 실천 수칙'을 제정해 실행력을 높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4개층 이하 이동 시 계단 이용 △퇴근 시 PC 및 사무 기자재 전원 차단 △적정 냉난방 권장 온도 준수(난방 18도 이하, 냉방 26도 이상) △미사용 공간 상시 소등 △점심시간 및 퇴근 후 일제 소등 △연구 실험 종료 후 장비 전원 즉시 끄기 등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일반적인 사무 공간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력 소모가 큰 연구시설 내 실험 장비의 운영 관리 단계까지 에너지 절감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이를 통해 전 사업장에 걸쳐 고효율 에너지 사용 문화를 체질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국가적인 에너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절약 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송·변전설비 주민동의, ‘전체 합의’서 ‘75% 이상’으로 대폭 완화

정부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 지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주민 동의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주민 전체 합의가 필요했던 규정을 '주민 4분의3 이상 동의'로 바꾸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한 명 반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345kV 이상 송전선로와 변전소 주변 마을에는 주민지원사업과 공동지원사업이 각각 50% 비율로 지원된다. 주민지원사업은 주택용 전기요금 보조 등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공동지원사업은 복지시설 설치나 소득증대 사업 등 마을 단위 사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주민지원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려면 마을 주민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더라도 단 한 명이 반대하면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없어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기준을 완화해 주민 75%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지원사업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역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 지원 등 직접 지원 중심의 사업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송·변전설비 인근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송전선로나 변전소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 우려와 경관 훼손,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민원을 제기해왔다. 또한 실제 지원사업 운영 과정에서는 엄격한 합의 기준 때문에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원금 집행 방식도 일부 개선된다. 기존에는 천재지변이나 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업, 예산 절감 노력으로 잔액이 발생한 경우 등에만 지원금 이월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원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한 뒤 남은 통상적인 집행잔액도 다음 연도로 넘겨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을 단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말까지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민 수요에 맞춘 사업 설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며, “앞으로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진 인턴기자

해줌,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시장서 점유율 50% 선점

가상발전소(VPP) 및 태양광 발전소 운영·관리 전문 기업인 해줌이 호남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달성해 운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준중앙급전이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대신 정산금을 받는 제도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하면 그대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를 받았다. 준중앙급전은 일방적인 출력제어가 아니라 발전량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준중앙급전은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호남 지역에서 일부 규제를 완화한 형태로 시행됐다. 해줌은 자체 개발한 VPP 운영 플랫폼 '해줌V'를 통해 발전소 제어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기상 예측 모델로 급전 지시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높였으며 24시간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출력제어 상황을 자동으로 해결해 사업자의 편의성과 수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줌은 현재 준중앙제도 전체 등록 자원 약 470메가와트(MW) 가운데 약 50%인 233MW를 운영하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실제 해줌의 준중앙제도 참여 자원은 지난 3월 5회(총 9시간·제어율 3.9%), 4월 3회(총 5시간·제어율 3.5%), 5월에는 21일 기준 3회(총 6시간·제어율 4.11%)의 제어가 진행됐다. 해줌은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로부터 킬로와트(kW)당 9.42원의 정산금을 받아 제어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했다. 권오현 해줌 대표는 “준중앙제도는 단순 참여가 아니라 정교한 발전량 예측 기술과 신속한 대응 체계가 수익을 결정한다"며 “해줌은 검증된 플랫폼과 운영 체계를 통해 출력제어로 고민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PS 폐지 앞둔 마지막 고정가격 입찰…사업자 막차 탈까 고심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를 앞두고 올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태양광 발전 전력 판매용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이 열린다. 신규 태양광 사업자들은 현물시장에 남아 새로 생길 전환시장에 참여할지 아니면 마지막 RPS 고정가격계약 막차를 탈지를 두고 갈림길에 놓였다. 최근에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을 통해 기업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어 이번 RPS 고정가격계약 역시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한국에너지공단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2026년 상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종합설명회'를 개최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 및 대규모 발전사와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제도다. 대규모 발전사들은 RPS 제도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해 고정가격계약을 통해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확보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사실상 마지막 RPS 기반 장기계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을 목표로 RPS 폐지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사업자들의 관심은 고정가격계약보다 현물시장에 쏠려 있었다. RPS에서는 고정가격계약뿐 아니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현물시장도 운영된다. 현물가격이 고정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업자들이 현물시장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낙찰용량은 총 46MW로 전체 모집용량 1000MW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낙찰물량인 72MW보다도 약 36% 감소한 규모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은 현물가격 강세 영향으로 지난 2022년 이후 계속 미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업자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다. 다음 달 초 열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거나, 최대한 현물시장에 남아 있다가 향후 전환시장으로 이동하는 방식, 혹은 기업과 직접 PPA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현물설비 전환계약시장 운영 방향(안)도 공개됐다. 정부는 현물시장을 3년 유예기간 이후 고정가격계약 방식으로 전환한 뒤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환가격은 균등화발전비용(LCOE)과 기존 현물시장 수익 등을 고려해 산정될 예정이다. 다만 설명회에서는 전환시장 2년 차부터 매입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직 사업별 구체적인 가격 구조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사업자들은 어떤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RE100 기반 민간 PP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상한가격을 설정하는 시장보다 기업과 자율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할 수 있는 PPA 시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고정가격계약은 과거 낮은 가격에 계약했던 사업자들이 계약 해지를 원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는 않다"며 “현재는 사업자들의 관심이 PPA 시장으로 많이 이동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현대건설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태양광발전사업자모임(태사모) 등은 RE100 기반 민간 PPA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하연 인턴기자

태양광 늘어 날수록 LNG는 더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어날 수록 천연가스 발전량도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드는 낮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대는 기동성이 좋은 다른 발전원이 감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천연가스발전밖에 없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화재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해 보급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부처님오신날 연휴 기간이던 지난 24일 낮 12~1시 기준 태양광 발전 비중은 실제 총수요 기준 46.3%까지 치솟았다. 당시 태양광 발전 출력은 약 27.2GW로 전체 전력수요 5만8737MW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했다. 산업체 조업 감소와 맑은 날씨가 겹치며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오후 8~9시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전력수요는 6만570MW까지 증가했지만 태양광 발전량은 '0MW'를 기록했다. 태양광 비중 역시 0%였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력시장을 장악했지만, 해가 진 뒤에는 다시 LNG·석탄·원전이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기존 구조로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최근 전력시장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LNG 발전 출력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저녁 시간 다시 급증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도 낮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이 50%를 돌파하자 LNG 발전은 새벽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6GW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다시 19GW 수준까지 치솟았다. 역설적이게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면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도 늘어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량은 2020년 1만6611GWh에서 2024년 3만2725GWh로 1.97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천연가스발전량도 14만5911GWh에서 16만7205GWh로 1.15배 늘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LNG 같은 빠른 출력조정 전원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LNG 필요성이 동시에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여름철 전력피크는 단순 주간 냉방수요를 넘어 밤 시간대까지 이어지는 '열대야형 피크'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태양광 발전 확대만으로는 야간 피크 대응이 어렵고, LNG발전과 같은 유연성 전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책 방향은 오히려 신규 LNG 억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조 아래 신규 LNG 발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LNG발전 비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력업계에서는 현실적인 계통 운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 변동성이 커질수록 LNG 발전기의 빈번한 기동·정지와 출력조정이 불가피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효율 저하와 운영비 증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발전사 내부에서는 최근 잦아진 출력조정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2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껐다 켜는 것이 운영 효율과 환경 측면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요금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LNG 가격 반등 움직임이 겹치며 발전용 연료비 부담이 다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LNG 도입가격 상승분이 SMP(계통한계가격)에 반영될 경우 전력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 송전망 보강, 장주기 저장기술 등 계통 유연성 확보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ESS 역시 경제성 한계가 뚜렷해 단기간 내 대규모 확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보다 변동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단계"라며 “재생에너지와 LNG, 저장장치, 계통 투자를 함께 보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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