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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지만 한국인 실종자 구조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현재 한국인 9명은 네팔 라수와지역의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실종됐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정부는 지난 2일 44명 규모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고, 6일 조현 외교부 장관도 네팔 정부에 철저한 수색을 직접 요청했다. 이어 11일 KDRT 2진도 파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실종자 수색 과정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 1진은 현장에 들어가 네팔 당국과 합동 수색을 했지만 실종자를 찾는 직접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2진은 수색 인력을 8명으로 16일 헬기와 차량으로 해발 2000미터의 람체 지역에 이동해 발전소 주변 산비탈을 드론으로 살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문제는 험준한 지형, 드론 운용 한계 그리고 네팔군의 통제하에 있는 안전 통제 및 신원 확인 지연 등이다. 네팔 당국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이번 사태의 대응 방식을 수색 구조에서 재건과 복구로 전환하겠다고 각국에 통보했다. 수색에 투입된 상당수 군 병력과 헬기 등도 철수했다. 다만 실종자들이 소속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체 수색 활동은 계속되며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소통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긴급구조대 2진 철수 뒤에도 정부 합동 대응팀을 남겨 실종자 9명의 소재 확인과 가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정부 대응의 핵심은 하나다. “한국인 9명을 찾을 때까지 국가가 책임진다"이다. 최근에도 터널 안에서 생존자가 발견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 생존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이유로 수색 강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 기업 대응팀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육상 수색 8개팀, 총 91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 주변 산악지대 등을 수색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확보한 세르파를 중심으로 육상 수색팀을 더 늘려 계속 수색 활동을 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더 늦기전에 많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최대한 수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색 작업을 최대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대응팀이 계속 수색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 네팔 정부를 설득해 줘야 한다. 네팔 대홍수는 단순한 기업의 산업 재해 대응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국가의 지원 아래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우리 국민이 대규모 자연재해로 실종된 사건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힘든 것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정부가 정기 브리핑을 통해 오늘 수색한 지역, 투입된 인력, 사용한 장비, 생존 신호 탐지 여부, 터널 내부 상황과 네팔 정부와 협의 사항 등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물론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전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홍수에 따른 실종 사건과 다르다. 터널이라는 공간에 갇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가능성을 전제로 구조 작전을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 네팔 사태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지원했다"는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구조했다"는 결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긴급구조대 임무 교대 과정에서 수색과 구조가 중단되지 않도록 네팔 정부, 기업, 현지 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하면서 특히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지에서 직접 교대하는 방안도 검토 하도록 했고, 가족의 뜻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게 조치하라는 당부도 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츰 잊혀 가는 네팔 대홍수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네팔 사태는 9명의 한국인을 구하는 문제를 넘어 앞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에 진출할 때 해외 재난으로부터 국민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국가적 선례가 될 것이다. 부디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미국 원전 1기당 20조원 꼴… 신한울 3·4호기 사업비의 3.4배”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검토 중인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사업비를 단순 환산하면 원전 1기당 20조원을 넘어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신한울 3·4호기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투입되는 원전 사업인 만큼 실제 한국 측 부담액과 투자수익률, 자금 회수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원전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비 등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논의되는 대형 원전 8기의 사업비는 총 1200억달러 수준이다. 환율을 달러당 1380원으로 적용하면 약 165조6000억원으로, 1기당 약 20조7000억원이다. 이는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신한울 3·4호기의 총사업비는 약 12조원으로 1기당 6조원 수준이다. 미국 원전의 단순 환산 사업비가 약 3.45배 많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두코바니 사업은 APR1000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설계·구매·건설·시운전과 핵연료 공급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약 26조원으로 알려졌다. 1기당 약 13조원으로 계산하면 미국 원전은 이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다만 1200억달러를 국내외 원전 건설비와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한미 간 협상에서 거론되는 1200억달러가 원전 8기의 EPC 비용 전체를 의미하는지,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 및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사업비인지 등 구체적인 투자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미국 원전의 규모와 노형,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협상 중이라는 입장이다. 구 의원은 이에 따라 정부가 한국의 실제 부담 규모와 예상 수익률, 투자금 회수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8기의 노형 구성도 국내 원전업계의 실익을 좌우할 변수다. 현재 미국 측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국형 APR1400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P1000 비중이 커질 경우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구 의원 측 주장이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을 확보해 미국과 제3국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 의원은 “미국 측이 제안한 1200억달러가 실제 원전 8기의 EPC 건설비 전액인지, 한국의 지분투자와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한도인지에 따라 경제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협의 과정과 투자 조건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전체 투자액 2000억달러와 연간 투자한도 200억달러를 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큐셀·포스코, 영농형태양광 보급 손잡았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포스코가 농촌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을 함께 개발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에 힘을 보탠다. 한화큐셀과 포스코는 지난 17일 국내 영농형태양광 활성화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에서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솔루션으로, 태양광 모듈의 배치, 각도 등을 최적화해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일조량을 공급하면서도 남는 태양빛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 패키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모으기 위한 협력체 '신토불이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고, 국내 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금융·기자재·시공·전력 판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은 고효율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충북 진천공장에서 제조해 보급하고, 안정적인 시공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발전소 완공 후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기업과 전력구매계약(PPA)를 중개하거나, 실시간 입찰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등 전력 판매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토지 부식에 강하고 국내 영농 환경에 특화된 하부 구조물 자재를 공급한다. 나아가 농작물과 농지를 보호하고 영농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물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영농형태양광 구조물의 표준을 확립할 계획이다. 한화큐셀과 포스코가 영농형태양광 시장을 함께 공략한 이유는 각자의 제조 역량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농업인들이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주저하게 한 걸림돌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내는 경사진 산지 비중이 높아 일반 태양광보다 농지를 활용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좀 더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이전에는 기존 농지법에 따라 영농형태양광 설비도 설치 8년 만에 철거해야 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허가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이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늘어 수익성 확보 기반이 마련됐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영농형태양광사업법)'이 지난 6월 제정·공포됐기 때문이다. 일반 농업인이나 협동조합이 영농형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경작 중인 농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비 설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44.2GW를 보급하기 위한 4대 정책입지 중 하나로 영농형태양광을 포함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한화큐셀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포스코와 함께 건전한 영농형태양광 시장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홍삼수 포스코 냉연도금마케팅실장은 “포스코는 오랜 소재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영농 환경에 적합한 구조물 솔루션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화큐셀과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4분기 전기요금 또 동결…발전비 부담 커져도 ‘+5원’에 묶여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발전 연료비가 다시 오르면서 한국전력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전은 21일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별도 조정이 없어 4분기 전기요금은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은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BC유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사용전력량에 연료비조정단가를 곱해 산정하며, 조정단가는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현재는 상한선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 적용된 6~8월 평균 실적연료비는 kg당 549.64원으로 집계됐다. 유연탄은 211.73원, LNG는 1059.08원, BC유는 1046.78원이다. 이는 기준연료비 688.64원보다 낮지만, 기준연료비 분할·지연조정에 따른 차감분을 반영한 적용 기준연료비 494.63원과 비교하면 kg당 55.01원 높다. 여기에 전력 1kWh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투입량을 뜻하는 변환계수를 적용하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7.3원이 된다. 그러나 연료비조정단가 상한이 ±5원으로 제한돼 실제 적용 단가는 +5원으로 결정됐다. 실제로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상한선인 +5원이 바뀌지 않고 계속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발전 연료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9월 일반발전사업자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은 기가줄(GJ)당 2만4806원으로 책정됐다. 이달 2만2726원보다 2080원(9.2%) 오른 수준이다. 발전용 가스요금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1월 GJ당 1만6323원과 비교하면 8483원, 52.0% 뛰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국내 발전 연료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4분기 동안 연료비 인상분은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 반영된다. LNG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을 결정하는 주요 발전원인 만큼 발전용 가스 가격 상승은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료비가 상승하더라도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5원 이상 올릴 수 없어 원가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이후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발전 연료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경우 재무 부담이 재차 커질 수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4조9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16.6%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원, 차입금은 133조3000억원에 달하며 하루 이자비용만 약 115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누적 적자가 아직 해소되지 않으면서 최근 발전용 LNG 등 연료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재무 정상화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데스크칼럼] 에너지 난(難)을 부추기는 정치 개입

정부와 정치권의 에너지 가격 개입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0시를 기해 10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또다시 동결 조치했다. 지난 6월 말 조정된 7차 이후 네 번째 동결이다. 이로써 향후 4주간 정유사의 판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묶인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 조치를 두고 “최고가격제를 당장 중단하거나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기름값을 국제 시세보다 낮게 억제해 당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치솟는 국제 유가와 반대로 기름값을 억지로 누르는 정책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가격이 싸니 소비가 늘고, 결국 더 비싼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와야 하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휘발유 출하량(소비량)은 2443만 4000배럴로, 전년 동기(2405만 7000배럴) 대비 1.6% 증가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가 지난해 5~7월 배럴당 평균 67.8달러에서 올해 평균 90.7달러로 무려 33.8%나 폭등했으나,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전기 요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제 가스 가격이 10배 가까이 폭등했을 때, 유럽 전기요금도 폭등하면서 당시 유럽 서민들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 땔감으로 난방을 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국내 전력 판매량은 2021년 533.4TWh에서 2022년 547.9TWh로 증가했다. 요금 인상 억제가 전력 소비를 더욱 부추긴 셈이다. 높은 연료가격의 부담을 떠안은 한전의 현재 총부채는 210조 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송배전망 사업자 한전은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자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수개월째 동결한 여파로 미수금만 14조 원을 넘어섰다. 역시 현금이 부족해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2025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에 쓴 소리를 날렸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전기요금은 IEA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시장 기반의 가격 신호를 제한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인기영합주의적 에너지 가격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약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끝은 국가 에너지 안보 해체와 공기업의 부실, 그리고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거대한 막대 부채뿐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거두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 기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소식] 한수원, ESG·경영혁신위 출범…삼천리그룹 성경식품 ‘진도캠퍼스’ 기공식

한국수력원자력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한수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혁신 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제3기 위원회가 새로 출범했다고 18일 밝혔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과 외부 전문가,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 제3기 위원회는 '최고의 안전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더 퍼스트 무버 한수원'이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기존 위원회의 역할을 경영혁신 분야까지 확대 개편했다. 새롭게 출범한 위원회는 유연백 한수원 비상임이사를 위원장으로 두고 에너지·사회·거버넌스·경영혁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앞으로 대내외 경영 현안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그간의 ESG 경영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경영 환경에 맞춘 경영혁신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김회천 사장은 “ESG 경영과 경영혁신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함께 추진해야 할 핵심 경영 과제"라며 “위원회의 전문성과 다양한 시각을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남병근 상임감사는 취임 후 첫 현장행보로 18일 경기도 소재 가스용 주방기기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품의 제조·품질관리와 사업장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이번 방문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음식 조리 등에 따른 가스기기 사용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주방용 가스기기의 제조단계부터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제조업계의 가스사고 예방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남병근 상임감사는 이날 가스용품 생산시설과 품질관리 현장을 둘러보고, 제품의 제조·검사 과정과 품질관리체계, 제조시설 내 가스시설의 안전관리 상태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특히 현장 관계자들에게 △가스용품 제조·검사 과정의 철저한 안전관리 △제품의 안전성 확보와 품질관리 강화 △가스누출과 화재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관리 △명절 전후 자체 안전점검 강화를 당부했다. 남병근 상임감사는 “추석 연휴에는 음식 조리 등으로 가스기기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국민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단계부터 철저한 안전관리와 품질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예방적 감사활동을 통해 가스용품 제조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현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노력이 국민이 체감하는 가스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삼천리그룹이 18일 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농공단지에서 '성경식품 제2공장 진도캠퍼스'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삼천리그룹 이찬의 부회장을 비롯해 이재각 진도군수, 김춘화 진도군의회 의장 등 진도군 관계자와 성경식품 관계자, 지역 김 생산 어민 및 수산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새로운 사업의 힘찬 출발을 축하했다. 성경식품 제2공장 진도캠퍼스는 전국 최대 규모의 김 양식장을 갖춰 해마다 12만 톤이 넘는 최상급 물김을 생산하는 진도의 청정 해양자원을 기반으로, 원초를 직접 수급∙가공하는 최첨단 스마트 생산시설로 구축된다. 올해 삼천리그룹에 편입된 성경식품은 '지도표 성경김'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김 전문기업으로, 이번 신규 공장을 통해 생산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찬의 부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진도의 우수한 원초 생산 기반과 성경식품의 제조∙유통∙수출 역량을 결합해 고급 마른김 가공 체계를 갖추고 수출길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추진 전 과정에서 진도군과 지역 어민, 수산업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상생과 동반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 임종석)가 '2026 한국경영대상' 기업/기관 윤리인권경영 부문을 수상했다. 기관장 공백 등으로 불거진 윤리경영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신임 기관장 취임즉시 청렴·윤리경영을 개인의 의지가 아닌 '경영시스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가스기술공사는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4등급에서 2025년 2등급으로 1년 만에 두 단계 상승했다. 단기간 개선 폭에서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산업통상부 요청에 따라 산하 공공기관 감사책임자 회의 등에서 우수 청렴시책을 두 차례 발표했고, 여러 공공기관의 대면 벤치마킹 요청에도 수차례 응하며 리더십 중심 자체 윤리경영 시스템 개선 경험과 성과를 외부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변화의 동력은 임원진의 직접 참여와 신속한 제도 개선이었다. 통상 실무부서가 주관하는 제도개선 과제를 사장, 상임감사, 본부장이 직접 TF 팀장을 맡아 '부패취약분야 제도개선 TF'로 운영했다. 2025년에는 대외사업 현장 체재비, 위법·부당 업무지시, 인사 불공정 등 3대 취약분야를 집중 개선하고 5대 통제 규정 정비를 단 1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2026년에는 청렴리더십 시스템 구축, 부적절한 제도 및 관행 개선, 차량 및 운전 비위 통제(단기)와 인사제도 개선(장기)을 취약분야로 선정해 통제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작년 온실가스 0.9% 감소했지만…석탄발전 증가로 전력 부문은 ‘역행’

지난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0.9% 줄어들었지만, 주요 배출원인 전력 부문에서 석탄 발전이 늘어 배출량이 0.2% 증가했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1% 감소했지만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생산 감소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잠정 추계한 결과 6억8571만톤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0.9% 줄었다고 20일 밝혔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 통계 산정 기준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2006년 지침으로 변경되면서 센터는 새 통계기준을 적용한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지난해 유엔에 제출했다. 전력 부문은 예방정비로 가동을 잠시 멈춘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더 많이 하면서 배출량이 전년보다 0.2% 증가한 2억2043만톤으로 나타났다. 총 발전량은 595.6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보다 0.01%만 증가했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8.5% 늘어난 58.2TWh를 기록했다. 원자력 발전이 184.7TWh로 2.2% 감소했고, 석탄발전이 170.8TWh로 2.2% 증가했다. 가스 발전량은 발전용량 감소 영향으로 2.4% 줄어든 163.1TWh를 기록했다. 산업 부문은 조강과 석화 기초유분 6종(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품목의 생산·출하량이 줄면서 전년 대비 2.1% 감소한 2억4293만톤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생산활동 증가했지만 불소계 온실가스를 스크러버에서 고온으로 분해 처리하는 식으로 공정 내 탄소저감 효율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에 힘입어 배출량 증가율을 1.3%로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송 부문도 배출량이 9459만톤으로 2.9% 감소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2.5%포인트(p) 확대됐다. 전기·수소차 같은 무공해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이 늘어 경유 사용량이 6.1%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휘발유 사용량은 하이브리드차 증가로 인해 1.7% 늘었지만, 대당 휘발유 소비는 6.37배럴(bbl)로 1.6% 줄었다. 건물과 냉매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4500만톤과 3628만톤으로 전년 대비 3.3%, 3.9% 증가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배출량은 난방도일(일평균기온과 난방 기준온도의 차이를 누적한 값) 증가로 인한 도시가스 소비가 늘었고, 난방 전기화 추세에 따라 건물 전력 소비량도 전년 대비 1.6% 증가한 2331만TOE(석유환산톤)를 기록했다. 냉장·냉방기기에 주입되는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고온 이상기후와 콜드체인 산업 성장의 영향을 받았다. 농축수산 부문은 벼 재배면적이 줄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3.1% 줄어든 2525만톤으로 집계됐다. 폐기물 부문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805만톤을 기록했다. 산림·토지 분야에서 온실가스가 흡수·저장된 양은 경북 산불 피해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8% 줄어든 3103만톤을 기록했다. 이 흡수량을 총배출량에 반영해 계산한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6억5470만톤으로 0.5% 증가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배출 증감 변화를 따져보면, 지난해 감축량이 8400만톤(11.4%)으로 나타났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달성하려면 1억4900만톤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35년 NDC 이행을 위해서는 2031년부터 5년 동안 약 1억2700만~1억8200만톤(2018년 대비 53∼61%)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도 정부가 국가 탈탄소 전환 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계획 수립과 제도·법령 개선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와 4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는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웠다.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순차적으로 개정을 마쳤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은 제정이 완료돼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8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하고, 2040년과 204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하한을 포함한 범위형으로 수립했다. 이 밖에도 전기차 100만대 보급 달성과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가격이 지난해 평균 1만원 수준에서 지난달 20일 기준 3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행안 마련 △산업계 녹색전환 전략 발표와 지원 자금 공급 확대 △내년 전기차 보급 예산 확대 편성 △건물 난방 탈탄소화 같은 데 주안점을 두고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가속화의 기반이 다져졌다"며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분야·연도별 목표를 담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2차 국가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연도별 이행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기후관련 법안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낮에는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맑은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반갑다. 천고마비(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우리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말 중의 하나지만 옛날 중국인들에게는 풍요로운 계절에 생산한 농산물이 북방 초원에 사는 흉노적들에게 약탈 당할수 있는 계절이라 항상 근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들에게는 천고법비(하늘은 높고, 법은 살찐다)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안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범위로 명시하고, 2040년은 69% 이상 ~ 80% 수준, 2045년은 84% 이상 ~ 9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후적응법에는 기후영향·취약성·위험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공간정보로 제공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기후적응 대책과 사업이 해당 정보체계를 중심으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에너지 5법이라고 할수 있는 전기사업법·분산 에너지법·재생에너지법·전원개발촉진법·국가기간 전력망법 등의 개정안이 확정되었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서는 주변의 1MW 이하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계통에 접속하는 권한을 주고 재생에너지법에서는 RPS(의무할당제)를 발전원별 정부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한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신규 설비에는 REC를 발급하지 않되 기존 사업자에게는 REC를 계속 발급하지만 REC 현물시장은 202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 다. 세 번째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 법 (소위 K-스틸법)이 마련되었다. 이법은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특구 지정, 재생 철자원 공급망 정비 등을 포함 하고 있으며, 가장 특이한 것은 제38조항의 '공동행위 특례'다. 이 조항은 과잉 공급 상황에서 기업 간 설비 가동률 조정·감산 협의 등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에서 제외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투자비를 직접 보전하는 법안은 아니다. 아마도 향후에 탄소차액 계약제를 통하여 보전할지도 모른다. 네번째는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에서는 배출허용 총량이 17% 감소되는데 이는 총 25억 3,730만 톤 정도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된다. 연관해서 '한국형 탄소중립 인증제도'를 추진하여 대기업이 중소·중견 협력사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면, 그 감축 실적을 대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정해 주는 상생형 인증 모델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2035년까지 경수형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0년대에는 비경수형 SMR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부터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사업화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국제진출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정책목표, 추진 전략, 이행 방안과 함께 공급망 관련 기술 개발과 SMR 시스템 연구개발특구 지정·운영 등이 포함된다.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도 구성된다. 여섯번째는 산업 그린전환 (K-GX) 촉진법과 탄소차액 계약제도(CCfD), 자발적 탄소시장 등 법·금융·시장 정책을 추진려고 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산업 GX 플러스'는 2027년 산업 연구개발 신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중복성이다. 탄소중립 산업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 GX 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 법안(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 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등의 법들간에 상호 중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법의 홍수다. 법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적용 된다. 너무 많은 법이 난립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두가지만 명심 하면 된다고 본다. 균형잡힌 규제를 해야 한다.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법은 제대로 실행될 때 빛난다.

이소영 청문회가 던진 질문…환경단체 ‘해외재단 후원’ 논란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이렇게 무관심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건 후보자께서 나름대로 우수한 후보자로 평가받는 게 아닌가 싶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 말이다. 여러 지적이 오갔지만 지난 15일 청문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인 쟁점은 나타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업계가 바라보는 풍경은 조금 달랐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공동 설립한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해외재단 후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16년 공동 설립한 단체다. 2017년 연간 기부금 180만원, 인건비 지급 인원 2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지난해 기부금 178억6839만원, 고용인원 112명 규모로 커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재단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지원금만 2020년 이후 11건, 약 46억9000만원이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케이알재단은 2020~2024년 약 10억원을 지원했다. 논란은 단순히 해외에서 돈을 받았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후원의 목적과 국내 활동 사이의 관계가 쟁점이다. 해외재단의 지원 사업에는 석탄금융 중단이나 바이오매스 확대 억제 등 목표가 제시됐고, 기후솔루션은 이와 같은 방향의 정책 활동과 캠페인을 펼쳤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이 된 뒤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기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의제일 뿐 이를 기후솔루션의 활동과 연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가 2020년 1월 기후솔루션에서 사직한 이후 단체 운영이나 재무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기존 환경단체와는 꽤 다르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전통적인 환경단체가 생태계와 환경오염 등 폭넓은 영역에서 시민 참여와 후원을 기반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반면 신생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법률 수단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재단의 지원 비중이 크다는 점이 차이다. 이에 활동의 초점도 다소 다르다.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보다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매스 등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둬왔다. 그만큼 기존 에너지산업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전력거래소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았고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와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바이오매스 발전 지원제도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가스전 투자 등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승소 목적보다는 소송을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캠페인 성격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었다.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업계에서는 기후솔루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국내 에너지 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의 기원이 여기에서 나온다. 반대로 기후단체에서는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장기간 자금을 지원할 민간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국내보다 해외에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재단과 자금이 많은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활동의 독립성이나 정당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입성한 2020년과 지금은 기후솔루션의 규모도, 한국 에너지 정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크게 달라졌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국내 산업을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후단체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용했던 이소영 후보자 청문회가 던진 질문은 이번 장관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단체의 자금과 활동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기후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커질수록 이 질문 역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반도 기후세미나] “공장 침수에 전 세계 공급망 흔들”…기업 위협하는 기후리스크

기후위기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폭우·가뭄·폭염·태풍 등 이상기후가 공장과 인프라를 직접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재무성과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에너지경제신문 기후환경전문기자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기상기후산업 세미나'에서 'ESG와 기후 리스크 대응'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했다. 강 전문기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기후리스크를 경영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는 크게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 리스크로 나뉜다. ◇올해 전 세계 기업 기후피해 1812조원 전망 기후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경제적 규모는 막대하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올해 글로벌 기업의 자산 손실과 매출 감소를 합친 기후 관련 피해 규모를 1조3000억 달러(약 18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86%가 폭염과 강수량 변화, 장기간 가뭄 등 만성적인 기후위험​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에 따른 피해만 5980억 달러, 과도한 강수에 따른 피해는 34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형 태풍이나 홍수처럼 눈에 띄는 재난뿐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과 가뭄이 기업 생산성과 재무성과를 서서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는 기후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한파로 가스정이 멈추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감했고 발전소도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텍사스는 전력망이 주변 지역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외부에서 전력을 들여오기도 어려웠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과 연료 공급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그 결과 최소 246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피해는 1300억 달러, 약 174조원​에 이른 것으로 발표자료는 제시한다. ◇공장 하나 침수돼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은 3조7000억원에 이른다. 복구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이보다 2~3배에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다.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피해는 포스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 생산이 멈추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철강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장 한 곳의 침수가 공급망 전체의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24년 9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산단에서는 이틀 동안 530㎜의 폭우가 내리면서 3개 기업의 공장이 침수됐다.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납품해야 할 제품까지 침수됐다. 강 전문기자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침수될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전력이나 용수가 끊겼을 때, 핵심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항만과 도로가 막혔을 때 생산과 납품을 계속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전자산업은 냉각용수 부족과 정전, 화학약품 공급 차질이 생산을 위협할 수 있고, 자동차는 부품 생산기지 침수로 완성차 출고와 수출이 지연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폭염과 정전으로 서버 장애와 서비스 중단 위험에 노출된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도 기업 리스크 기후리스크는 자연재해만을 뜻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확대,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 기술의 등장, 소비자 수요 변화 등이 기업의 비용과 시장을 바꿀 수 있다. 철강·시멘트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변화,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기술 전환에 따른 부품업체 구조조정, 화학·정유업계는 플라스틱 규제와 재활용 기술 확산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가 사업모델과 제품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계산하는 것도 포함된다. 강 전문기자는 “지금 잘 팔리는 제품과 사업이라도 탄소가격과 규제가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쟁구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며 “기후리스크를 생산시설뿐 아니라 사업모델과 공급망, 재무성과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를 재무 숫자로 관리해야 기후리스크는 기업의 제품 원가는 물론 나아가서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염·가뭄·집중호우로 농산물 생산과 공급망이 흔들리는 '탄소플레이션(Carbonflation)',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화석연료플레이션(Fossilflation)', 탄소중립을 위한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등이 그것이다. 강 전문기자는 “앞으로 기업의 사업성 분석에는 건설비와 인건비, 에너지가격, 시장수요뿐 아니라 기후리스크 비용, 생산중단 비용, 공급망 차질 비용, 보험비용, 기후적응 투자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는 지적했다. 이처럼 기후리스크가 기업의 명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기업 경영자도 더는 기후리스크 관리를 환경 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가 제시한 것처럼 기후변화가 사업전략과 운영,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 1.5℃, 2℃, 4℃ 상승 등 서로 다른 기후 시나리오에서 사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따져야 한다. 탄소가격 상승이 생산비에 미치는 영향,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가뭄에 따른 용수 부족, 극한홍수에 따른 공장 침수 가능성 등을 매출·영업이익·자산가치 변화로 연결해 보는 방식이다. 강 전문기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전력과 용수 의존도가 높은 시설은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위험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복합재난을 가정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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