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를 거쳐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완전 봉쇄'가 아닌 선별적 통행 구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이란 등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다각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해협은 열려 있으며 적대국을 제외한 선박의 통과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본 선박에 대해서도 협의를 전제로 통과 허용 의사를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망에서 사실상 '생명선'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상황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발언은 이란이 해협을 전면 봉쇄하기보다는 특정 국가 및 선박에 대해 선별적으로 통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선박 통과를 위해 이란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선별적 통행' 구조가 유가 급등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일부 물량이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곧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 국가나 선박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질 경우 운송 리스크와 보험료 상승, 물류 지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이번 움직임은 주목된다. 이란이 일본을 향해 통과 허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 우방국 간 균열을 유도하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일본 등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참여 국가는 20개국으로 확대된 상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완전 봉쇄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국가만 선택적으로 통과를 허용하는 구조는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고려할 때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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