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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청정연료만 사용해야”

북유럽이사회가 북극을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청정연료만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하고 이를 국제해사기구(IMO)에 권고까지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한국해사협력센터에 따르면 북유럽이사회(Nordic Council)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회의를 열고 북극해역 내 선박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결의서는 북극에서 해운이 배출하는 블랙카본이 기후변화와 해빙을 가속화시킨다는 점을 근거로, 극지 운항 선박이 청정연료만 사용하도록 제한할 것을 IMO에 권고하고 있다. 북유럽이사회는 해당 결의서에서 북유럽 정부들에게 IMO 내 협의를 주도하고, IMO의 '선박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 방지 부속서'(MARPOL Annex VI)에 '극지연료 기준'을 포함시키기 위한 공동 노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사회는 극지연료 기준에 대해 오는 12월 5일까지 구체적인 규제 초안을 제출하고, 이후 2026년 2월 개최 예정인 IMO 해양오염방지 및 대응 전문위원회(PPR13)에서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명시했다. 북유럽이사회는 △정회원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와 △옵서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결의서 채택에 대해 환경단체 북극청정연합은 환영 입장을 밝히며, “현재 화석연료 기반의 해운이 블랙카본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북극 환경 보호를 위해 북유럽 국가들이 IMO 회원국들과 함께 규제 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향후 IMO 글로벌 해운 탈탄소·오염물질 규제(넷제로 프레임워크 등)와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극지에서 선박 운항이 증가함에 따라 청정연료 전환, 연료공급망 재편, 인증체계 마련 등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센터는 이번 북유럽이사회의 북극해 연료 규제 도입에 대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북극 운항 선박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산업의 연료 체계 및 시장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역별 규제 격차와 연료 가격 변동으로 인해 운항 비용 및 산업 경쟁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한국수력원자력, ʻ여성공학인 지원 우수기관ʼ 선정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2025 산업현장 여성공학인대회'에서 공공기관 부문 '여성공학인 지원 우수기관'으로 선정,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한수원은 이번 수상이 여성 인재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한 균형 인사 정책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수원은 여성인재 확보를 위해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시행하여 최근 3년 기술 분야 대졸 신입사원 중 30% 이상을 여성인재로 채용하고 있으며, 특히 원자력 분야 여성 신입사원의 경우 핵심직무인 원자력발전과 엔지니어링 부서에 100% 배치하여 원자력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어느 한쪽 성의 합격자 비율이 30% 미만일 때 합격선 범위 내에서 해당 성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수원의 여성관리자 비율은 5년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조직 내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해 원자력발전소장 등 기술 분야 핵심 직위에 여성관리자를 적극 배치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은 일‧생활이 균형 잡힌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해마다 양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여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연근무제와 출산·육아기 지원제도, 여성 인재 역량 향상을 위한 사내외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조직 내 여성공학인이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 이공계 인재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기협회, 전기위원회 독립성·전력감독원 신설 논의의 장 마련

전력시장 공정성 확립과 전기위원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새 정부의 전력시장 전문 규제기관으로 신설 예정인 전력감독원 운영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한전기협회는 오는 25일 삼정호텔 로즈마리홀(1F)에서 '전력시장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전기위원회 독립성·전문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제46차 전력정책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총 2건의 발제와 패널토론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이광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독립규제기구로서의 전기위원회 위상 강화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어 주성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전력감독원 신설을 통한 전력시장 및 계통 감시체계 강화방안'으로 발제를 이어간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좌장을 맡고, 이경훈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김해인 한전경영연구원 연구기획팀 팀장, 강지훈 한국전력거래소 시장감시실 실장,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정형석 GS파워 에너지정책팀 팀장이 참여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토론 후에는 플로어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하여 참석자들이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석자들은 사전에 미리 질문을 제출할 수도 있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이번 포럼을 통해 전력시장의 관리, 감독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환경 구축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의 사전신청은 대한전기협회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대외협력팀으로 하면 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인사이트] 우라늄 농축·재처리 길 열린 한국…‘핵연료 자립’이 가져올 파장

미국이 한·미 관세협상 관련 팩트시트에서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프로세스를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봉인돼 있던 한국의 핵연료 주권 논의가 본격 개시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70년대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123협정')으로 봉인돼 있던 농축·재처리가 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123협정이란 1954년 제정된 미국의 원자력에너지법 제123조에 의거해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원자력협력 협정을 말한다. 제123조에 규정된 9가지 핵비확산 조건은 △이전 핵물질과 기자재는 영구 사찰 대상 △비 핵보유국은 모든 주요 원자력 시설에 대해 IAEA의 전범위 사찰 수용 △핵보유국이 아닌 경우 이전 핵물질, 기자재, 기술의 핵무기 개발 또는 군사목적에 전용 금지 △비핵보유국이 핵실험을 하거나 IAEA의 사찰규정을 어길 경우 이전물 미국에 반환 △핵물질이나 보안자료 재이전시 미국의 동의 필요 △이전 또는 생산된 핵물질, 시설은 물리적 방호 충분해야 함 △20% 미만의 농축이나 재처리시 미국의 사전 동의 필요 △20% 이상 농축이나 재처리시 새로운 협정 통한 미국의 사전 승인 필요 △상기 8개 핵비확산 조건은 핵물질, 생산시설, 이용 시설에 공히 적용 등이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는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대외 전략·군사 억지·환경 리스크가 한꺼번에 얽힌,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의제다. 한국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영역별로 짚어본다. 가장 직관적인 변화는 핵연료 공급망의 구조다. 지금까지 한국은 원전 설계·건설·운영은 세계 톱 티어지만, 연료주기(front end·back end)는 해외 의존이 컸다. 농축·재처리 허용 시 산업측 파급효과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연료 안보·가격 협상력 제고효과다.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면 단순 연료 수입국에서 연료 제작·서비스 제공국으로 격상된다. 원전 수출 시 '원전+연료 공급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어 UAE·체코 등 해외 시장 경쟁력도 커진다. 신규 산업·일자리 창출효과도 있다. 농축플랜트,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실증시설, 고속/고변환로용 고농축·고성능 연료 개발 등에서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인력이 필요하다. 연관 소재·화학·계측·안전분야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 단위 고급 기술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장기 전망이다. 다만 재무·규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아레바·일본 롯카쇼무라 사례처럼, 재처리 공장은 '톤당 수천억 원'이 드는 초고가 인프라에, 지연·비용 폭증 위험도 크다. 핵비확산·안전 규제가 일반 원전보다 훨씬 엄격해 사업성이 나빠질 경우 '또 하나의 공룡 적자 공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즉, 산업 잠재력은 크지만 '돈·시간·규제'라는 3중 허들을 누구 책임으로 넘을지가 현실적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한·미 동맹을 에너지·핵연료·방산을 망라한 전략 동맹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이기도 하다. 백악관 팩트시트는 농축·재처리 지원을 명시하면서도 “123협정과 미국 법률 틀 내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외교적 파급효과는 양면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동맹 내 '신뢰 업그레이드'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이 동맹국에 농축·재처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는 한국을 고급 전략 파트너로 인정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도, 반도체·조선·원전 등 핵심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진 만큼, 연료주기까지 포괄하는 장기 파트너십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핵비확산 논란과 이웃 국가의 경계도 필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핵연료 농축·재처리는 모두 핵무기용 물질 생산에 전용 가능한 기술이라,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NPT 체제는 항상 민감하게 본다. 일본이 이미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까지 연료주기를 확장할 경우 중국·북한 등은 '핵무장 잠재력 증가' 프레임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1992년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농축과 재처리를 모두 금지하고 있어, 이 선언의 사실상 효력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실제 공동선언 준수 여부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반면 새로운 협상 의제 탄생의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일본·EU와의 사용후핵연료 공동 관리, 다자 농축시설 참여, 지역내 연료은행(LEU Bank)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북한은 한·미·일의 '핵주기·잠수함·미사일 방어'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견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동맹의 신뢰는 강화되지만, 역내 신뢰는 시험대에 오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 승인 의사를 함께 밝힌 대목 때문이다. 핵잠수함용 연료는 통상 고농축(HEU) 또는 특수 설계된 저농축(LEU)이 쓰인다. 미국은 “123협정과 자국법 범위 내" 지원을 명시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연료 공급·연료주기 관리를 미·영 모델에 가깝게 엄격히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한국이 농축 인프라·핵연료 설계 능력을 키우면, 장기적으로는 연료 일부 국산화·연료관리 자율성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원전·핵연료 기술력 자체가 장기적으로 전략 억지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한국이 핵무기 보유로 선을 넘지 않도록 IAEA 추가의정서·실시간 감시·재처리 플루토늄 전량 계량 등 강도 높은 투명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핵잠수함·연료·연료주기 논의가 본격화되면, '군사 핵과 발전용 등 민수 핵의 분리'를 얼마나 철저히 제도화하느냐가 국방·외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핵무장은 하지 않되, 핵기술 강국·동맹의 핵우산을 토대로 전략적 발언권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국방 측면에서는 '실제 전력 강화'보다 '전략적 옵션 확대'의 의미가 더 크지만, 그만큼 관리 실패 시 외교적 비용도 커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에너지 업계에서 농축·재처리 논의가 반갑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수십 년째 안고 있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폐기물) 포화 문제 때문이다. 먼저 폐기물 부피 감소·자원 재활용 가능성이 커진다.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플루토늄 등을 화학적으로 분리해 다시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론상으로는 폐기물 부피를 줄이고, 고가의 우라늄 자원을 재활용해 자원·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폐기물 삭제'가 아니라 '형태 변경'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일본 사례에서 보듯, 재처리를 해도 고방사능 액체폐기물·유리화폐기물 등 고준위 폐기물이 새롭게 발생한다. 결국 어느 시점엔 심지층 처분장(지하 수백m 영구처분장)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재처리는 폐기물 총량·독성의 시간 분포를 조정하는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재처리는 SMR·고속로·수출산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가 결합한 '폐쇄형 연료주기'가 가능해지면, 한국형 SMR·고속로 수출 시 경쟁력이 크게 붙는다. '원전+연료주기+폐기물 관리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 사실상 프랑스·일본 정도에 그친다. 한국이 이에 합류하면 글로벌 원전 패키지 시장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 결국 원전산업 입장에선, 농축·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유예·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도구이자, 수출·기술 고도화의 레버'가 될 수 있다. 다만 사회적·정치적 수용성이 이를 따라갈지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환경 관점이다. 농축·재처리는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는 유리하지만, 방사능 리스크의 종류를 바꾸는 선택이다. 탄소중립·NDC 이행에 기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농축·재처리를 통해 연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동일한 탄소 예산 안에서 더 많은 원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신규 석탄발전 축소·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에 원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라면, 연료주기 자율성은 탄소중립 전략의 중요한 변수다. 다만 지역 환경·안전 리스크는 불안요소다. 재처리·농축 시설은 방사성·화학성 액체 폐기물,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 고위험 물질의 장기 관리를 필요로 한다. 시설 입지 지역의 방사능 누출 우려, 해양·지하수 오염 가능성, 운송 중 사고 위험 등은 주민 수용성의 최대 논점이 될 수 있다. 일본 후쿠이현, 프랑스 라아그 지역에서 벌어졌던 수십 년간의 사회 갈등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축·재처리는 국민 입장에서 “핵무장 잠재력, 초고위험 물질, 세대 간 책임"을 상징한다. 따라서 IAEA 실시간 공개, 주민·시민단체 참여형 모니터링, 사고·오염 데이터 투명 공개 등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환경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민수용 농축·재처리를 위한 프로세스를 지원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제 공은 한국 사회로 넘어왔다. 산업계는 원전 수출·핵연료 자립·SMR·핵잠수함 등 '기회 리스트'를 앞세울 것이고, 환경·시민사회는 폐기물·안전·비확산을 이유로 '위험 리스트'를 들이밀 것이다. 관건은 이 논쟁을 “핵무장 vs 반핵" 이분법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탄소중립·산업경쟁력·동맹관리·환경보호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라는 장기 전략의 문제로 끌어올리느냐다. 농축·재처리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선택의 크기만큼, 정치·외교·사회적 설명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한국 에너지 정책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K-전력기술로 북미 전력망 시장 진출 나선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미국 주요 전력회사 관계자 대상으로 765kV 전력망 기술력을 선보이며, K-전력기술의 북미 전력망 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했다. 한전은 11월 10일부터 5일간 ITC Holdings, AES Corporation 등 9개 전력회사, Burns&McDonnell, POWER Engineers 등 3개 엔지니어링회사, 미국 전력연구소(EPRI) 등 총 13개 기관, 37명의 북미 전력산업 관계자 대상 '765kV 기술 교육 워크숍'을 시행하였다. 이번 교육은 최근 북미지역 765kV 전력망 건설이 본격화되고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EPRI가 한전에 美 전력회사 대상 765kV 기술 교육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한전은 765kV 설계·운영·시험 분야의 기술력과 국내 제조사의 기자재 공급역량을 체감할 수 있도록 HD현대일렉트릭, LS전선, 보성파워텍, 제룡산업과 함께 커리큘럼 기획과 교육을 공동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한전 신안성변전소에서 변압기, GIS, 철탑 등 765kV 실계통 핵심 설비를 시찰과 함께, 전자파·소음 측정과 드론 점검 등 시연을 통해 최신 유지보수 기술을 확인했다. 11일에는 한전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765kV 설비가 실제 계통에 적용되기까지 거치는 다양한 안정성·신뢰성 검증 과정을 소개하는 시험 기술 참관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철탑 승탑과 코로나케이지1) 를 활용한 전기환경 측정 시험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실험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다. 12일부터 14일까지는 변압기, 차단기, 전선, 금구류 등 765kV 전력기기 제조사를 방문하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품질관리와 공급역량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한전은 국내 제조사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제조사와 미국 전력회사 간 1:1 비즈니스 미팅 등 실질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창열 한전 기술기획처장은 “한전과 국내 제조사가 결합한 '765kV 팀코리아'는 기술력과 생산역량을 기반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전략 모델"이라며, “이번 워크숍이 K-전력기술의 미국 전력망 적용을 앞당기는 기반이 되고, 한전과 제조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싼 게 비지떡’?…저가 차량이 도심 공기오염 주범

영국 버밍엄에서 5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오염 배출량을 측정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원격 감지 기술을 이용한 이 연구는 차량의 실제 시장 가격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사이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값이 싼 차량일수록 NO₂와 CO와 같은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버밍엄대학의 지리·지구·환경과학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고, '청정 생산 저널(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됐다. ◇가격이 낮을수록 오염도는 두 배로 증가 연구팀은 5만 건 이상의 차량 배출량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사용해 각 차량의 실제 소매 가격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차량 가격과 실제 배출량 사이에 견고한 역상관관계가 확인됐다. 특히, 1000~5000 파운드(192만~960만원)의 최저가 차량 그룹은 1만5000~2만 파운드(2877만~3836만원) 가격대의 차량에 비해 오염 물질을 약 두 배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적인 배출량 감소는 1만5000~2만 파운드 사이의 가격대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면서 “이는 정책적 개입을 위한 잠재적인 지렛대 지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동일한 단계의 유로(Euro)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 중에서도, 값이 싼 차량은 더 많은 이산화질소(NO₂)와 일산화탄소(CO)를 배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로(Euro) 배출기준은 유럽연합(EU)이 만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말한다. 1992년에 처음 유로1 기준이 도입됐고, 1996년에 유로2 기준이, 2014년에는 마지막으로 유로6 기준이 도입됐다. 단계 숫자가 올라갈수록 기준이 더 엄격해진다. ◇디젤차, 가격 상승에 따른 오염 저감 효과가 더 커 차량 가격 상승에 따른 배출량 저감 잠재력은 연료 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디젤 차량의 경우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마다 NO₂ 배출량은 연료 1㎏당 0.44g 감소했는데, 이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현저히 큰 저감 효과를 보였다. 디젤 차량의 NOx 제어를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후처리 시스템(예: 선택적 촉매 환원, SC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NO₂ 배출량 감소는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 연료 1㎏당 0.02g에 그쳤다. 가솔린 차량은 주로 삼원촉매 변환기에 의존하는데, 이는 성숙하고 비교적 저렴한 기술이어서 가격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기술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 ◇환경 불평등 문제 대두: 부유층의 CO2 vs. 저소득층의 도심 공해 이번 연구 결과는 교통 관련 환경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가정이 더 많은 소비를 통해 더 많은 온실가스(GHGs)를 배출한다는 패턴이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대기 오염 물질(NO, NO₂, CO, 미세먼지)의 경우 그 양상이 뒤집혔다. 소득이 낮은 집단은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더 저렴하고, 오래되었으며,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전체 소비 수준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지적인 도심 대기 오염에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기여하게 된다. ◇미래의 환경 규제 방향: 유로 등급을 넘어서 이 연구는 온실가스 저감 및 도심 대기 오염 감소를 위한 환경 규제 정책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현재 저배출 구역(LEZs)이나 청정 대기 구역(CAZs)과 같은 정책들은 주로 유로 배출 기준에 의존하지만, 연구 결과는 유로 등급 내에서도 차량 간에 상당한 성능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로 등급 기준 외에도 차량의 연식, 누적 주행 거리 또는 가격 기반 지표와 같은 추가 기준을 통합헤 실제 고배출 차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이 더 오염된 차량을 소유하고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 등의 환경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도 있다. 5000 파운드 미만의 차량을 1만5000~2만 파운드 범위의 깨끗한 모델로 교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다면 공기 질 개선에 큰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차량 가격이 기술적 속성과 배출 성능을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대리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배출 경제학'적 관점은 도시 대기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정의로운 교통 배출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한국에 아주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수에즈운하를 거쳐 약 2만km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1/3이 줄어든 1만5000km면 갈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조지역과 세계 두 번째 경제지역과의 만남은 그만큼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에서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관문에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의 가장 큰 이점으로 에너지 허브가 꼽힌다. 에너지 허브 개념은 기본적으로 항로를 오가는 선박에 연료를 충전해주는 사업을 말하는데, 이것을 넘어 에너지 중간저장 및 트레이딩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고, 여기에 물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는 한반도가 에너지 허브로 될 수 있는 기회이자,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싱가포르 이은 제2의 아시아 에너지허브 가능성 세계에는 3대 에너지 허브가 있다. 미국의 걸프만, 유럽의 네덜란드, 아시아의 싱가포르이다. 에너지 허브는 기본적으로 항로를 오가는 대형선박들이 연료를 충전(bunkering)하는 곳이지만, 항로의 중간거점으로서 물류, 제조,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모든 산업이 함께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문명의 산실로서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반이 된다.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에너지 허브 기회를 맞았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항로를 이용하는 배들은 연료를 충전해야 한다. 연료를 충전하려면 벙커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말라카 해협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가 그것을 간파하고 에너지 허브를 유치하면서 금융 허브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라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에너지 허브 구축이 가능하고, 에너지는 산업 원료로도 쓰이게 되기 때문에 첨단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울·경이 에너지 허브가 되면, 싱가포르의 성공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가스 중심의 에너지 허브산업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김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허브는 별개이기 때문에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가야할 길은 맞지만, 이것으로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예컨대 미국의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우리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을 보이기 때문이다"라며 “벙커링과 석유화학은 탄소중립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청정연료(수소, 암모니아)도 LNG를 이용해야 하기에 에너지 허브는 좀 더 글로벌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공(近攻)'만 있던 한국, 드디어 '원교(遠交)'를 만났다 북극항로는 한국에게 에너지 허브 기회뿐만 아니라 원교의 대상까지 제공한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는 수천 년 동안 병자호란, 임진왜란, 일제강점 등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못나고 약해서가 아니라 지정학적 불리함 때문"이었다며 “한반도에는 그동안 중국과 일본 같은 근공의 대상만 있었지 원교의 대상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은 먼 나라와 힘을 합쳐 이웃 나라를 협공한다는 사자성어로, 삼십육계에 나오는 전략이다. 한반도는 이웃 중국과 일본의 근공에 대항하여 원교할 나라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한국도 드디어 원교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 대상은 러시아와 미국이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나게 되면 심각한 경제 침체에 직면할 것이다. 러시아는 갖고 있는 것이 석유, 가스 자원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팔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마침 북극항로로 한국과 러시아 간의 교역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한국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아시아로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했고, 트럼프 1기 정부 때 본격화했다. 한·중·일이 근공 관계라면 한·미·러는 원교 관계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일은 산업 정합도가 굉장히 높다. 경쟁이 치열해 승패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근공' 관계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한테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까지 모두 뺏기고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와는 산업이 상호보완적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광물과 식량자원이 풍부하고 기초 과학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원이 빈약하지만 전자, 배터리, 반도체 등 러시아에 없는 첨단 산업을 갖고 있다. 양국은 아주 훌륭한 '원교'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 해도 현재 러시아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나라는 중국이다. 수출이 막힌 러시아의 에너지를 중국이 대부분 사들이면서 서로 윈윈(win win)하고 있고, 국제외교에서도 미국에 맞서 서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금 잠시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근공 관계"라며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동해를 거쳐 태평양, 북극항로로 나가는 것이 숙원이다.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는 염원을 차항출해(借港出海)라고 한다. 현재 중국이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루트가 두만강인데, 두만강에 북러를 잇는 낡은 철교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철교가 워낙 낮아 대양을 항해하는 큰 배는 지나가지 못한다. 이 철교 하나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러우 전쟁에 지원병을 보내면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북한이 침략을 받으면 러시아가 참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장 싫어하고 못마땅해 하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이미 북한과 동맹 관계인 중국은 동해로 진출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할 계획인데, 북한이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는 일본과 북방섬을 두고 영토 분쟁 중이다. 유일하게 한국하고만 아무런 분쟁이 없었다"며 “최근 러시아도 한국에 엄청난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2024년 6월 19일)하기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을 높이 평가하며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가스관 설치 재추진해야 현재 러시아는 미국과 반대 진영에 있다.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러시아 대 미국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후 러시아와 외교 및 교역이 가능한 것일까? 김 교수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도전을 제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한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밖에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기간이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도전할 수 없게 되면, 미국은 중국을 우선 하고 한국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러시아와의 교역도 이런 차원에서 미국의 묵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와 교역의 일환으로 가스관 건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베데프 시절 남북러 가스관 건설이 추진됐으나, 결국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이를 회상한 김 교수는 “당시 러시아가 이를 제안했으나, 한국이 거절한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스관이 북한을 거쳐 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게 당시의 생각이었다"며 “이것은 가스관 경제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러-우 전쟁 중에도 가스관은 운영되고 통관료도 정상 지불됐다. 가스관은 절대 안전하다. 즉, 남북러 가스관이 설치되면 우리로서는 저렴한 연료 확보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원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라 3국 통일 이후 천년만에 찾아온 원교 '러시아·미국' 김 교수는 끝으로 한국에 천년만에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서는 정파를 떠난 대승적 국론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그마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원교 대상인 당나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한국에 원교 대상이 없었는데 이제야 원교 대상인 러시아와 미국이 나타났다"며 “비스마르크(독일 전 수상)는 '행운의 여신이 다가왔을 때 옷자락을 잡는 게 진짜 정치'라고 말했다. 진보든 보수든 합심해서 북극항로 선점과 거점항구 확보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번 인터뷰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학사 △미 웨스트버지니아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미 콜로라도 CSM 대학원 경제학박사 △아이오나대 조교수 △1987년~2005년 서울대 공대 자원공학과 교수 △2002년~2003년 한국자원경제학회장 △2003년~2004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수석보좌관 △2006년~2008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06년~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명예교수 △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자문위원회 위원장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한국, COP30서 탈석탄동맹 가입…2040년까지 40기 폐지

정부가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COP30에서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계획도 국제사회에 공식 발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기후‧청정에너지 전환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기후부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하는 국제협력 이니셔티브인 탈석탄동맹(PPCA) 동참을 선언했다. PPCA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탈석탄을 목표로 하는 정책 교류·기술 지원 등을 포함한 국제 협력 플랫폼이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멕시코 등 62개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방정부와 기업 등 총 180여개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청남도·경기도 등 8개 지방정부가 가입해 있다. 정부는 이번 PPCA 가입으로 온실가스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새로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61기 석탄발전 가운데 40기는 2040년까지 폐지하고, 나머지 21기는 공론화를 거쳐 경제성과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후위기 대응은 운명공동체인 지구촌이 함께 해야 하는 모든 인류의 과제"라며 “기후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전 지구적 탈탄소 전환에 적극 참여해 대한민국이 탈탄소 녹색 문명을 만드는 모범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보다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공약 자체만 보면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탈석탄동맹이 아무런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적인 예로 동맹에는 미국도 가입돼 있는데, 트럼프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 2035 NDC 목표치로 확정한 53~61%도 공식적으로 알렸다. 2035 ND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기 감축 로드맵으로, 지난해부터 범부처 협의와 공청회를 통해 조정됐다. 국제사회가 중간목표의 명확성을 요구해온 만큼 최소 53% 감축을 의무적 하한으로 설정하고, 부문별 감축 여력과 산업 이행 가능성을 종합해 61%까지 상한선을 뒀다. 정부는 이를 COP30에서 공식 제출하며 향후 국제 검증과 연례 이행보고 책임을 강화하게 됐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탈탄소동맹 가입을 환영했다. 기후솔루션은 “우리나라 석탄발전설비 용량은 2023년 기준으로 39.1기가와트(GW)로, 세계 7위 규모이고, 아시아 국가 가운데 먼저 가입한 싱가포르가 석탄발전을 하지 않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가입은 의미가 더욱 크다"며 “다음해 수립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조기 탈석탄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정의로운 전환 등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기후변화협약의 정치와 과학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이번 총회에서 공표하고 연내에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확정된 2035 NDC는 온실가스를 2018년 7억4230만톤에서 53∼61% 감축하는 안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950만∼3억4890만톤이 된다.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가 COP30이 “근본적으로 사기"라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의 이번 회의 불참과는 별개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뉴섬은 100명 이상의 대표단을 이끌며, 주정부가 여전히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섬은 미국 기후동맹에 속한 24명의 주지사 중 한 명이다. 미국 기후동맹은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대표하는 주들의 모임이다. 뉴섬은 이번 회의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모으며 유력한 2028년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에 미국이 불참한 것에 대해 학교 일진이 병가를 낸 것과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는 참석자들도 있다. 파리협정을 이끈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미국의 불참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정상들도 불참함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회의 결과와는 별개로 전세계 연구논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위기의 영향과 대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기구가 있다. 기후 회의의 논의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그것이다. IPCC가 1990년 발간한 제1차 평가보고서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 채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2차 보고서는 교토의정서 채택에 영향을 미쳤고, 2014년의 제5차 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어냈다. 국제사회는 IPCC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감축목표, 적응전략, 재정투자 방향을 조정한다. 우리나라도 제5차 및 제6차 보고서를 반영하여 2050 탄소중립 선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효율화 정책 등을 수립했다. IPCC 보고서에서 강조한 에너지부문의 핵심 권고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전력부문의 탈탄소화, 산업․건물․수송 전반의 에너지효율화, 전기차․히트펌프 등을 통한 전기화 등이다. 한국은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태양광, 풍력의 비용은 크게 줄고 보급은 크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여 34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당초 목표인 78GW에서 100GW로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는 최근 발표한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에 주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부문은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자발적 에너지효율 협약 확대, EERS 본격 시행을 통해 최종에너지 소비를 감축할 예정이다. 건물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데이터센터 효율화, 기기․설비 효율관리제 개편, 수송부문은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 내연기관차 연비기준 강화 등을 추진한다.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열산업의 전기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IPCC는 현재 제7차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7년에 단기체류 기후변화 원인물질(SLCF) 방법론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SLCF는 대기중에 짧은 기간(몇 시간에서 약 20년) 존재하면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물질로서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비메테인휘발성유기화합물(NMVOCs), 이산화황(SO2), 암모니아(NH3), 검댕(BC) 및 유기 탄소(OC), 먼지(PM) 등 7종이 있다. SLCF는 기본적으로 대기오염물질로서 온실가스와 배출원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암모니아 등은 냉각효과를, 일산화탄소, 검댕, 유기 탄소 등은 온난화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모든 당사국은 IPCC 방법론 보고서를 따라 국가 인벤토리를 작성해야 한다. 2027년 SLCF 방법론 보고서가 승인되면 각국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SLCF 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므로, 관련 연구와 IPCC 회의 참석 지원, 제도적 기반 마련, 배출원 파악, 데이터 확보 및 검증 절차 등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사)한국기후환경원(원장 전의찬)과 함께 오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탄소포럼 2025'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8일 한국기후변화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기상청, 산림청, 한국표준협회가 후원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국내외 산·학·연·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기후정책 동향과 국가별 탄소감축 전략을 폭넓게 공유하고,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한 국가적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사전 등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올해 포럼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마련된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공유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실질적 이행전략을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조연설, 초청 강연, 14개 분과 세미나, 전문가 미팅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행사에서는 제30차·제31차 UN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31)에서 도출된 핵심 논의 결과와 국제 사회의 감축 이행 강화 흐름을 짚어보고, 배출권거래제(K-ETS), ESG 공시제도, 글로벌 공급망 규제 등 국내외 기후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다룬다. 이를 통해 향후 정부 정책 수립과 온실가스 감축 생태계 조성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 관련 세부 내용은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홈페이지 및 온라인 안내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병수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원장은 “이번 포럼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탄소중립 정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라며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정책적·기술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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