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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전력도매가 인하…산업용 전기료 줄이고 지방 투자 유도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전력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발전소가 몰려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의 전력도매가격(SMP)은 낮아지고,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다. 지역별로 SMP를 달리하면서 생기는 차액은 한국전력이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화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는 데 활용한다. 16일 전력당국의 지역별도매가격제(LMP) 추진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가 포화돼 전력을 원하는 만큼 보내지 못하는 경우 전력도매시장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각각 SMP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전력시장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하나의 시장가격이 적용된다. SMP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동되는 발전소 가운데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연료비용이 싼 발전소부터 차례로 가동하고, 마지막으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투입된 발전소의 가격이 전체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들이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기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지방에서 값싼 전력을 전국 수요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더라도 송전선로 용량의 한계로 이를 수도권에 모두 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송전망이 포화되면 수도권의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내 비싼 LNG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해야 한다. 현행 단일가격 체계에서는 이처럼 수도권에서 가동된 비싼 발전소가 SMP를 결정하면서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 발전소에도 높은 시장가격이 적용된다. 그러나 LMP가 시행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SMP가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전국에서 필요한 전력이 100기가와트(GW)라고 가정해보자. 이 가운데 비수도권에서 60GW, 수도권에서 40GW를 사용한다고 하자. 비수도권에 90GW, 수도권에 10GW 규모의 발전설비가 있고,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은 송전망 용량에 따라 최대 30GW로 제한된다고 보자. 비수도권에서는 90GW를 생산해 이 가운데 60GW를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남은 30GW를 수도권으로 송전망을 통해 보낼 수 있다. 수도권에는 총 40GW가 필요하므로 30GW를 송전망으로 충당하고 남은 10GW는 수도권에 있는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해 채워야 한다. 이때 비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가동되는 발전기의 가격이 킬로와트시(㎾h)당 100원이고, 수도권에서 부족한 전력을 채우기 위해 추가로 가동한 발전기의 가격이 150원이라고 가정하면, LMP에서는 비수도권 전력도매가격이 100원, 수도권은 150원으로 각각 결정된다. 현재는 수도권에서 150원짜리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가격이 비수도권 발전기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즉 비수도권과 수도권 발전량 100GW 전체의 SMP는 ㎾h당 150원으로 나타난다. 이때 1시간 기준 발전사에 지급되는 금액은 총 150억원이 된다. 그러나 LMP 도입으로 비수도권 발전량 90GW에는 ㎾h당 100원, 수도권 발전량 10GW에는 150원을 각각 적용하면, 발전사에 지급되는 금액은 비수도권 90억원과 수도권 15억원을 합쳐 총 105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제도와 비교하면 1시간 기준 45억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차액은 한전이 지역별로 소매요금을 차등화하는 데 활용된다. 발전량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더라도 한전이 할인분을 모두 자체 부담하지 않고 LMP를 통해 발생한 차액으로 부담액을 줄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할인 폭을 매꿀 수 있는 지는 제도가 시행되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송전망 제약과 지역별 전력 수급 상황을 시장가격에 반영하는 LMP가 활용되고 있다. 북미는 주로 개별 발전소와 송전망 접속 지점별로 가격을 달리하는 '노달가격제(Nodal pricing)'를 운영한다. 유럽과 일본은 여러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가격을 결정하는 '조널가격제(Zonal pricing)'를 주로 활용한다. 스웨덴은 4개, 노르웨이는 5개, 일본은 9개 권역으로 구분해 가격을 차등한다. 우리나라가 참고하는 방향은 조널가격제이다. 다만, 해외의 경우에는 권역별로 나눌때 소매와 도매를 일치시킨다면 우리나라는 일치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전력소매시장의 경우에는 인천 등 수도권 북부·수도권 남부·중부권(강원, 충청)·남부권(영남, 호남) 등 4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향이 거론된다. 도매시장보다 소매시장은 두 권역을 더 세분화해서 나눈다. 분할 대상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인 ㎾h당 약 182원을 기준으로 남부권은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인천 등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가량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력이 풍부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시설이 해당 지역에 들어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LMP 도입에 따라 비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발전사업자는 기존보다 낮은 SMP를 적용받으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민간 LNG 발전사업자를 비롯해 강원지역 민간 석탄발전사업자, 전국 곳곳에 위치 태양광·풍력 등 민간 발전사업자 역시 계약구조에 따라 수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LMP 도입을 둘러싼 민간 발전사업자의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 감소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특히 SMP를 그대로 적용받는 민간 LNG 발전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민간 석탄발전사업자는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SMP를 일부 조정받고 있고,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별도 계약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 LNG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LMP가 도입되면 민간 LNG 발전사업자들이 집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민간 석탄발전의 경우에도 지역 SMP 하락이 정산조정계수로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별도 계약 시장으로 가고 있어 영향이 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MP가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정산조정계수를 완화하거나 경과 조치와 같이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제도를 변경할 때 이런 부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그래야 발전사업자로부터 수용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전기요금 차등제 윤곽…송전망 막히면 비수도권 도매가 낮춘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차등화한다는 게 골자다. 전력 수요가 많아 송전선로가 한계에 달하면 비수도권에 낮은 요금을 적용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을 지방으로 유도하고, 수도권에는 더 많은 발전소 구축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도매가로 구매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반면 발전사들은 수익이 감소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력당국은 최근 발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지역별도매가격제(LMP) 추진 방향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핵심은 지역별 전력 수급과 송전 여건을 SMP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육지 전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SMP를 송전선로 포화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 각각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력산업 구조상 지방의 발전소들이 값싼 전력을 많이 생산하더라도 송전선로 용량 부족으로 수도권에 전력을 모두 보내지 못한다. 이 경우 수도권에 위치한 연료비가 비싼 발전소가 추가 가동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처럼 추가 가동된 비싼 발전소의 비용이 전체 SMP를 결정하면서,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에도 높은 SMP가 적용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별 요금제가 도입되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이 송전선로 한계에 도달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사실상 별도 시장으로 구분해 가격을 각각 정하게 된다. 전력이 풍부하고 저렴한 발전소가 많은 비수도권은 낮은 가격이, 전력이 부족해 비싼 발전소까지 가동해야 하는 수도권은 높은 가격이 반영된다. 반면 전력 수요가 높지 않아 수도권의 비싼 발전소를 돌리지 않아도 될 때에는 저렴한 비수도권 발전소를 기준으로 전체 SMP를 정한다. 이 경우에는 시장을 분리하지 않을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SMP가 결정된다. 소매요금은 도매시장보다 한층 더 세분화된다. 전국을 수도권 북부, 수도권 남부, 중부권, 남부권 등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인 킬로와트시(㎾h)당 약 182원을 기준으로 발전설비가 집중된 남부권은 최대 10% 수준인 18원가량, 중부권은 최대 15원, 인천 등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가량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역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발전소와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의 입지를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전력 판매가격이 낮아져 추가 발전소 건설 유인이 줄어드는 반면, 전기가 부족한 지역은 발전소 건설 유인이 커진다.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 역시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겨 장거리 송전을 위한 송전망 증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한전도 전력 구매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MP 하락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 감소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말 지역별 요금제 관련 공청회를 열고 최종 정책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역별 요금제는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타당성이 아니라 시급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탱크가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올지?' 또는 '드론의 에너지 효율등급은 얼마일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전투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에너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적었다. 민영화된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늘이기 보다는 이미 보유한 설비의 이용률을 높이는 쪽이 유리했다.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그들이 생산하는 전력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기 보다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되더라도 보조금을 잔뜩 받을 수 있는 발전원을 마구잡이로 지어서 배를 불리는 것이 권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ChatGPT의 등장이 갑자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예고하였다. 또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컴퍼니가 여기저기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샘 올트만에 따르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5 GW(기가와트) 즉 원전 5기분의 전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제2공장도 10-15 G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막대한 전기를 갑자기 필요로 한다면 전력회사가 이를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서 BYONG(Bring Your Own New Generators)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구하라는 얘기다. 즉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투자하고 완성되지도 않은 SMR에 대해 개발사와 PPA(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선투자를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얇은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덴마크 ASML사의 노광장비를 사용한다. 이는 그야말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얇은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지는 않다.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냉각하기 위해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노광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까 아니면 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사용하더라도 더 얇은 선을 그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까? 당연히 후자이다. 지금 첨단산업은 전시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회사가 얼마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성공하느냐에 사활이 달린 것이다. 더 얇은 선을 그을 수만 있다면 이들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설비는 가속적으로 늘어나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든든한 한국전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과연 200조원의 부채를 가진 한국전력이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고 송배전망을 확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 반도체 등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설비가 공장보다 더 먼저 준공되어야 하는 시간의 문제도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위기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때에 용수문제와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발전설비를 줄이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더 높은 것 같지도 않다. 가스발전소의 간접배출분을 포함하여 비교한다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또한 이란전쟁으로 인하여 가스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석탄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잊고 있었던 긍정적 측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1호기의 경제적 타당성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사원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바가 있다. 이후 이의 유효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점 근처에서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타당성이 중요한가 시급성이 중요한가? 미국도 경제성이 없어서 폐쇄되었던 TMI-1호기와 Palisade 원전을 보수하여 재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탄소중립계획에 따라서 폐기하기로 하였던 석탄발전소를 폐기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로 결정했던 월성1호기도 폐기해야 할까? 이것은 혹시 전쟁터에서 '친환경 탱크'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은 아닐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같은 문제를 제각각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bienns@ekn.kr

AI는 재생에너지 도우미?…오히려 화석연료 구원투수로 등판

인공지능(AI)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오히려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태양광·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석유·가스의 탐사와 생산성까지 높여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미국 시애틀의 비영리 연구·정책 프로젝트인 '인에블드 에미션 캠페인(Enabled Emissions Campaign, 유발 배출 캠페인)'과 퍼듀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의 자매 학술지인 'npj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AI를 단순한 전력 소비 기술이 아니라 '양방향 생산성 증폭기(bidirectional productivity amplifier)'로 규정했다. AI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화석연료 산업의 생산성도 높인다는 의미다. ◇AI가 태양광도 돕지만 석유도 더 싸게 캔다 AI는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전력망 운영, 발전설비 유지보수 등을 개선해 재생에너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의 기후 영향을 둘러싼 기존 논의 역시 주로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AI를 활용해 줄일 수 있는 배출량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AI가 화석연료 공급 자체의 경제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주목했다. AI가 석유·가스 분야에서는 탐사와 시추, 생산, 정제 등 공급망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화석연료 자원까지 개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두 효과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AI는 어느 쪽에 더 크게 기여할까. ◇AI 적용하면 세계 CO₂ 배출량 최대 18억톤 증가 연구진이 글로벌 에너지·경제 시스템을 대상으로 연산가능 일반균형(CGE) 모델을 이용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에 AI가 비슷한 수준으로 도입되는 경우 세계 연간 CO₂ 배출량이 4억7000만톤~18억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의 1.2~4.8%에 해당한다. 배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효율 개선보다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 효과였다. 특히 연구진은 재생에너지의 생산성 향상이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보다 4~5배 커야 AI의 효과가 배출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AI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적극 활용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보다 더 큰 '숨은 배출'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AI의 기후 영향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AI의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하는 '유발 배출(enabled emissions)'을 연간 6억~24억톤 CO₂로 추정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 데이터센터 배출량 추정치인 1억8000만톤보다 3.3~13.3배 큰 규모다. 연구진은 다만 두 수치는 서로 다른 분석체계에서 나온 것이어서 직접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AI가 에너지를 직접 소비해서 발생시키는 1차적 배출뿐 아니라, AI가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추가적인 생산과 소비를 유발하는 2차·3차 효과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의 실제 배출량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AI 생산성 충격을 적용한 시나리오 분석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도 실제 배출량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효율 향상'이 반드시 배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AI로 석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과거 경제성이 없었던 유전이 다시 개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으로 생산비용이 내려가면서 소비와 생산이 증가해 기대했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일부 상쇄되거나 역전되는 현상을 '반동 효과(rebound effect)'라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 AI의 효과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AI가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기존 화석연료 체제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기존 탄소집약적 에너지 체제의 '강화(reinforcement)'라고 설명한다. 현재 세계 1차 에너지의 약 80%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AI가 기존 경제 시스템의 생산성을 높일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화석연료 시스템에 더 큰 효과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AI 규제가 아니라 '방향'의 규제 연구진이 제시하는 해법은 AI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AI의 생산성 향상이 어느 에너지 시스템에 집중되도록 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AI가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 발생시키는 '유발 배출'을 별도의 기후정책 대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와 AI가 줄여주는 배출량만 계산하면 AI의 전체 기후효과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태양광·풍력·전력망·에너지저장 등 저탄소 시스템에 AI 활용을 집중해야 한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AI 활용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AI를 통한 화석연료 공급 확대를 제한하는 공급 측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AI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의 병목을 해결하고 화석연료의 신규 공급 확대에는 제약을 받도록 정책을 설계한다면 AI는 에너지 전환의 강력한 가속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만 맡겨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에 동일하게 AI를 확산한다면,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 경제가 AI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도 잊지 않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허은녕 서울대 교수, 신재생에너지학회 차기 회장 선출

사단법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가 지난 7월 말에 열린 학회 임시총회에서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18일 밝혔다. 허 신임 학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2년이다. 2004년 창립한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이 초대 회장으로 지냈다. 허 교수는 학회 창립회원이며 2016년부터 국제, 학술, 정책 부문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회는 학술지 '신·재생에너지'를 발행하며, 국제학술대회인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포럼(AFORE)과 국제심포지움 등 다양한 국내 및 국제 학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가뭄 뒤 950㎜ 폭우”…남부지방 산사태·단수 등 피해 확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남부지방에 광복절 연휴 기간 최대 9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대규모 단수와 정전 사태까지 피해가 잇따랐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숨졌고, 거제·통영·울산 등에서 총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과 경남, 제주 등 3개 시·도에서 318세대 564명이 긴급 대피해 마을회관과 경로당, 임시 숙박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전국 소방본부 등에 접수된 침수·수목 전도 등 피해 신고는 2574건에 달하며, 이 중 2330여 건이 경남에 집중됐다. 전남에서는 무화과 1.9헥타르(ha)와 고추 0.2ha 등 농작물이 침수됐다. 주민 생활 기반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거제 6개 면·동과 통영 1개 면 등 총 5100여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기면서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남부권 일대 4161가구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현재 대부분 복구되었으나 일부 지역은 여전히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폭우는 가뭄이 극심했던 영·호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지난 15일부터 18일 오전 5시까지 경남 거제에는 무려 956.1㎜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으며, 통영(766.9㎜), 부산 가덕도(518.0㎜), 제주 성산(477.0㎜), 사천(430.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거제에서는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고 부산 가덕도(101.5㎜), 통영(97.4㎜), 목포(66.4㎜) 등에서도 기록적인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됐다. 밀양(143.2㎜), 의령(171.3㎜), 창녕(128.0㎜) 등 가뭄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으나, 장기간 가뭄으로 메말라 있던 지표면이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토사 유출과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북동진하는 저기압과 강한 남풍(하층제트)을 타고 유입된 다량의 수증기가 남해안과 지리산 등 지형과 충돌해 폭발적인 비구름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피해가 큰 전남·광주·부산·경남 지역에 재난특별교부세 30억4000만 원을 긴급 지원해 이재민 구호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거제·통영에 관측 이래 최강 폭우…사흘간 여름비 90% 쏟아져

경남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과 부산·제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거제에는 17일 오전 1시32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이래 1시간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영도 한 시간에 97.4㎜가 내려 1968년 관측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 가덕도에서도 시간당 101.5㎜의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거제에는 16일 오전 11시부터 7일 오전 11시까지 24시간 동안 787.8㎜, 통영에는 642.8㎜가 내렸다. 지난 15일 광복절부터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5.5㎜, 통영 686.1㎜에 달했다. 두 지역의 평년 여름 강수량의 약 90%가 불과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거제 산사태로 1명 사망…주민 대피 폭우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17일 새벽 산사태가 아파트 1층을 덮쳐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50대 여성이 다쳤다. 토사가 아파트 8가구에 밀려들었고 인근 2개 동 150여 가구에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통영에서도 산사태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하천 범람과 주택·도로 침수가 이어졌으며, 경남에서만 97세대 132명이 대피했다. 도로와 산책로, 세월교 등 204곳의 통행도 통제됐다. 거제와 통영의 학교 등 교육시설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에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지난 15일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 부산 영도구에는 267.5㎜, 사하구에는 259.5㎜의 비가 내렸으며 가덕도 인근에서는 시간당 10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주택 침수와 신호등 파손, 토사 붕괴 등 피해 신고가 25건 접수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상청이 2026년 새롭게 도입한 '재난성호우' 기준​에 따르면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리거나, 1시간 85㎜와 15분 25㎜ 이상의 강수가 동시에 관측되면 재난성호우로 분류된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경남 거제에는 1시간 동안 124.5㎜, 부산 가덕도에는 101.5㎜​의 비가 쏟아졌다. 두 지역 모두 시간당 100㎜를 넘으면서 재난성호우 기준을 충족했다. 특히 거제의 시간당 124.5㎜는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2년 이후 1시간 강수량 최고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2001년 7월 5일의 96.5㎜였다. 부산 가덕도에서도 올여름 처음으로 시간당 100㎜를 넘는 강수가 관측됐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집중호우를 넘어 시간당 100㎜ 이상의 재난성호우가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남에도 200㎜ 넘는 폭우…침수 피해 잇따라 전남·광주 지역에도 밤사이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6일 오전 10시30분 기준 호우 피해 신고는 125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118건이 주택·도로·상가 등의 침수 피해였다. 다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누적 강수량은 목포 166.5㎜, 여수 170.7㎜, 광양 151.5㎜ 등을 기록했다. 특히 목포에는 시간당 66.4㎜, 해남 64㎜, 진도 60.8㎜의 강한 비가 내렸다. 폭우로 목포 상가 지하실과 해남 음식점 등이 침수되고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하수구가 역류했다. 완도·목포·여수·고흥을 오가는 일부 여객선 운항과 무등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입산도 통제됐다. 제주에도 15일부터 사흘간 폭우가 이어졌다. 17일 오전 11시까지 한라산 남벽에는 376㎜, 진달래밭 372㎜, 성판악 233㎜의 비가 내렸고, 해안지역인 성산 수산에도 375㎜가 쏟아졌다. 이번 비로 제주 지역의 가뭄은 완전히 해갈됐다. 다만 중산간 이상에는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교통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남해안 저녁까지 최대 150㎜ 추가 이번 폭우는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저기압이 남서쪽에서 접근하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해안과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17일 저녁까지 남해안에 80~150㎜, 경남 동부내륙에 50~100㎜, 경남 중·서부 내륙에 2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남 서부 남해안에는 100㎜ 이상의 추가 강수가 예상돼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 2차 피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남과 제주에는 17일 밤까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오후에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제주에는 18일 늦은 오후까지 가끔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두 마리 토끼 잡는 양수발전을 다시 본다

최근 역대급 폭염이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지 122년 만에 양산은 42.5도를 기록하였다. 폭염 중대경보가 전국 곳곳에서 발령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몇 십년 동안은 이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텐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력과 물 공급의 안전성이라고 본다. 매년 전력 수요가 피크를 기록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가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8월 1일 기준 전국 48개 시·군에서 가뭄이 발생했는데 전국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3.2%로 평년(69.9%)의 76.1% 수준이다. 특히 남부 지역은 평년의 54∼76% 수준이다. 낙동강과 섬진강 유역 다목적댐 11곳과 용수댐 10곳은 저수량이 예년보다 아래다. 운문댐은 '심각', 밀양댐과 섬진강댐은 '경계' 단계다. 국립 기상 과학원은 '비가 오는 날은 줄지만, 집중호우는 늘어나서 강수의 시간적 집중과 간헐성이 심해진다'고 했다. 즉 강수량은 늘지만, 가뭄도 더 늘어나는 기인한 현상이 나타난다. 전력과 물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양수발전이다. 양수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총 4,700 메가와트(MW)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8년까지 양수발전 설비를 1만 400MW까지 확대하려 한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으면 하부 저수지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하면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만드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다. '물 배터리'인 것이다. 과거에는 이용율이 낮아서 경제성 문제가 있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이용율이 대폭 증가하여 경제성도 개선되고 있다. 양수발전은 우선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지만, 재생에너지 취약점인 출력 변동을 보완한다.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 환경연구원의 성경인 박사는 2026년 수자원학회지에 게재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수력 및 양수발전의 탄소배출량 저감 기여 분석"에 서 현재 운영 체계 기준으로 연간 약 3백만 톤의 탄소저감 효과가 있으며 충전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총 17백만 톤(전력부문 탄소배출량의 약 7%) 감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 계통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력 기반 시설이다. 세번 째는 화재 위험이 있는 ESS와 달리 안전하고 설비 수명도 길다. 네 번째는 산불이 났을 경우 진화용 취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문제도 있다. 생태계 파괴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주민 수용성 문제이다. 홍천 풍천리에 건설하려던 발전소가 수년째 중지된 것도 주민 수용성 문제다. 국내 최대 잣 생산지로서 1,800ha 지역에 수목 100년 이상 된 잣나무 숲과 수많은 멸종위기종과 야생 생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경제성 문제인데 약 1조 7000억원 예산이 투입되지만 효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법적인 문제도 있다. 2025년 4월 법제처는 외부 전력으로 끌어올린 물은 자연 상태의 에너지가 아님으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상 수력발전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피할수 있는 방안이 저수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관리가 잘 안되는 저수지가 많다. 그 이유는 수십 년이 되어 제방이 누수되거나 붕괴 위험이 높은 곳이 많다. 두 번째는 지자체 관리가 거의 80% 수준인데 재정 자립도가 낮아서 인력이나 유지관리가 문제다. 결국 수질이 나빠서 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마지막으로는 가뭄 시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기존 농업용 저수지를 양수발전의 하부댐으로 활용하자. 이미 지자체와 발전 공기업이 유휴 농촌 저수지를 활용한 수자원 에너지화 협약을 맺고 있다. 전북 장수군과 한국동서발전의 '동화저수지 양수발전' 예다. 그럼으로 좀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농어촌 공사, 지자체, 한수원, 발전사와 민간 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효과는 다양하다. 농촌 경제 활성화의 개선과 준설이나 둑 높이 보강으로 물 저장량이 증대하고, 농업 인프라가 개선이 되며, 송전망 부담도 개선될 것이다. 전력과 물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주민 삶의 터전 확보와 생테계 파괴를 막는 노후 저수지의 현명한 이용이 절실할 때다.

CO₂ 넣어서 만드는 시멘트…기후 위기 해결에 보탬될까

시멘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특히 석회석을 고온에서 소성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해 탈탄소화가 쉽지 않은 산업으로 꼽힌다. 이런 시멘트 산업이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오히려 탄소를 저장하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건의 연구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 CO₂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멘트 자체를 탄소 저장고로 만들면서 강도까지 높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CO₂를 넣었더니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마르신 하이두체크 연구원과 어드미르 마식 교수 연구팀은 인도 조드푸르 공대 및 탄소저장 기술기업 카본큐어(CarbonCure) 연구진과 함께 시멘트 경화 과정에 CO₂를 주입했을 때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미국 세라믹학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Ceramic Societ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CO₂가 시멘트 내부에서 단순히 갇히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의 미세구조 형성 과정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멘트 혼합 과정에서 CO₂를 주입하면 CO₂가 시멘트 내부의 칼슘 이온과 빠르게 반응해 나노 크기의 탄산칼슘 입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칼슘이 빠져나간 자리에 일시적으로 실리카 겔(silica gel)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이 실리카 겔은 일종의 '템플릿' 역할을 한다. 이후 생성되는 주요 시멘트 결합재인 칼슘 규산염 수화물(calcium silicate hydrate, C-S-H)가 보다 균일하게 분포하고 높은 중합도를 갖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CO₂를 주입한 시멘트의 24시간 압축강도는 일반 시멘트보다 약 13% 높아졌다. 이는 CO₂를 시멘트에 주입하는 기술이 단순한 탄소 저장 수단을 넘어 시멘트의 미세구조와 기계적 성능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 포집 공장과 시멘트 공장을 하나로 시멘트 산업의 탄소 문제를 공정 전체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연구도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안드레 바르도우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순환 화학(Chem Circularity)' 저널에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통합하는 시스템의 환경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핵심은 '칼슘 순환 공정(calcium looping)' 기술이다. 칼슘 기반 물질을 이용해 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다시 시멘트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탄소 포집 과정에서 사용된 칼슘 화합물을 폐기하지 않고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다시 투입하는 통합 시스템을 제안했다.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별개의 공정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순환 시스템으로 연결한 것이다. 생애주기평가(LCA)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2050년까지 시멘트 1톤 생산당 탄소발자국을 약 -0.15톤 CO₂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발자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보다 포집·저장하는 CO₂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른바 '넷-네거티브(net-negative) 시멘트'​의 가능성이 제시된 셈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곧바로 시멘트 산업 전체의 '탄소 네거티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CO₂ 포집에 필요한 에너지, 포집·압축·운송 비용, 원료와 공정 조건, 장기적인 탄소 저장 안정성, 그리고 대규모 생산에서의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탄소 저장'과 '강도 향상' 동시에 노린다 두 연구는 서로 다른 규모에서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ETH 취리히 연구가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대규모 탄소 제거를 가능하게 하는 공정적 경로를 제시했다면, MIT 연구는 포집된 CO₂가 시멘트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광물화되고 미세구조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중요한 점은 탄소 감축과 소재 성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시멘트 산업에서 CO₂는 제거해야 할 '배출물'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생산 과정에 다시 투입해 시멘트 내부에 고정하고, 나아가 소재 성능까지 높이는 '원료'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셈이다. 탄소 배출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지목돼 온 시멘트가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수단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 ‘차이나 딜레마’…탄소 감축이냐, 산업 보호냐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및 파생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최저수입가격(MIP)을 설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선다. 태양광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세로 막고 세제 혜택으로 키우고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 집중된 태양광 공급망이다. 특히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제조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다. 미국의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점유율은 2005년 50%에서 2024년 2% 미만으로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단순한 산업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전략물자의 공급망을 외국에 의존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 수단도 명확하다. 중국산 제품에는 관세와 최저수입가격이라는 '채찍'을 들고, 미국 내 생산시설에는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부품을 제3국에서 가공·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까지 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단순히 중국산 모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장악한 공급망의 영향력 자체를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태양광 보급에는 부담 문제는 공급망의 안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베이징사범대 연구진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효율성을 분석했다. 글로벌 분업을 통해 태양광을 저렴하게 생산하고 세계 곳곳에 대량 보급하면서 얻는 화석에너지 절감 효과가 제조·운송 과정에서 추가로 투입되는 화석에너지보다 매우 큰 규모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가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관세로 태양광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망의 위험을 낮추는 대신 태양광 보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보호무역 시나리오에서 세계 태양광 보급 감소로 순 화석에너지 절감 잠재력의 최대 25%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연구 결과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으로서도 이러한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안보 사이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이유다. ◇EU도 중국 의존 줄이지만 '미국식'은 아니다 EU 역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태양광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강력한 관세 장벽을 통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태양광 제조비용이 높은 유럽에서 자급률을 지나치게 끌어올릴 경우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EU가 글로벌 최적화 공급망보다 자국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할 경우 태양광 산업 비용이 최대 34%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산을 차단한다고 공급망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기지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동하면 중국 의존이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으로 바뀌는 '의존성 전이'​가 나타날 수 있다. EU가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회복력, 지속가능성 등 가격 이외의 요소를 중시하는 이유다. 값싼 제품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유럽 기업이 비(非)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아울러 유럽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중국은 '배출자'인 동시에 탈탄소의 핵심 공급자 중국 측에서도 태양광 산업의 가격 경쟁력만 따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 중국 저장대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광 제조업체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뿐 아니라, 이들이 만든 제품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면서 발생시키는 탄소감축 효과까지 함께 평가하는 '생산자 탈탄소 기여도(PDC)' 개념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가 글로벌 탈탄소화 기여도의 27.9~45.4%를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중국 중심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배제할 경우 저렴한 태양광의 대량 보급이라는 기후변화 대응 효과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태양광의 탈탄소 기여도가 정점에 이르는 전략적 시점을 세계적으로 2030년으로 제시했다. 태양광 보급이 시급한 시기에는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일단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이후에는 태양광 패널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과 자원 낭비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탈중국'보다 공급망 주도권 확보해야 앞서 살펴본 논문 저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태양광 공급망의 '차이나 딜레마'는 중국을 배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넷제로를 늦추지 않으면서 경제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EU의 움직임은 그 답을 찾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미·중·EU의 경쟁은 한국 태양광 산업에도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산 제품을 전면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중국 공급망에 계속 의존하는 것도 미국과 EU의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위험하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안정성 등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효율 모듈과 제조공정 혁신, 핵심 소재·부품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 역시 관세로 수입을 막기보다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직접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의 전략은 '탈중국'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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