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 폭염-가뭄 ‘복합 재난’ 8배 폭증…국내 연구진 밝혀내](http://www.ekn.kr/mnt/thum/202603/news-p.v1.20260305.2b016b6dca9f4955adf84297fc8c73bc_T1.jpg)
폭염과 가뭄이 연달아 발생하는 복합 기후 재난이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폭염이 먼저 발생한 뒤 가뭄이 이어지는 유형의 재해는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약 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예상욱 교수와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김용준 연구원 등은 7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980~2023년 전 세계 일일 기상 재분석 자료를 이용해 폭염과 가뭄이 어떤 순서로 발생하고, 어떻게 공간적으로 확산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복합 폭염-가뭄 이벤트(CDHE)의 전 지구적 발생 패턴과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비선형적 증가 양상을 시각화해 설명하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CDHE가 단순한 기온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지표면과 대기 사이의 상호작용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농업 생산성 저하와 산불 증가, 공중보건 위기 등 연쇄적인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국이 재난 대응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폭염-가뭄 순서의 복합 재해 8배 증가 연구진 분석 결과, 지난 44년(1980~2023년) 동안 남미 북부와 미국 남부, 동유럽, 중앙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에서 CDHE가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이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가속적인 방식으로 늘어나는 비선형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 CDHE의 전 지구적 발생 면적(spatial extent)은 해당 연도에 CDHE의 영향을 받은 육지 면적의 비율(%)로 표시했다. 이를 연도별로 나타냈을 때, 1980~2001년(과거)에는 변화의 기울기가 0.31%였는데, 2002~2023년(최근)에는 0.94%로 가팔라졌다. 최근 들어 세계 육지 면적의 약 0.94%에 해당하는 지역이 매년 새롭게 재해 영향권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폭염이 가뭄보다 앞서는 폭염 선행형 재해의 경우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영향을 받는 면적의 비율이 과거 1.6%에서 최근에는 13.1%로 약 8배 급증하는 비선형적 반응을 보였다. 지구 연평균 기온이 약 14.3°C(2000년경)를 넘어서면서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다. 폭염 선행형 재해의 발생 면적은 최근 기간에 약 109.8% 증가한 데 비해, 가뭄 선행형 재해 증가율 59.2%보다 훨씬 높았다. 가뭄 선행형 재해 역시 온난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폭염 선행형과 달리 증가 기울기(민감도)의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핵심 원인은 '지표면–대기 결합'의 강화 이같은 결과는 2000년대 초반 이후 폭염 선행형 복합 재해가 단순한 온난화 추세를 넘어 지표면-대기 상호작용 강화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폭염이 발생하면 강한 태양 복사가 증발산을 촉진해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킨다. 이로 인해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표면에서 대기로 전달되는 잠열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이 증가하면서 지표면 온도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잠열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열(에너지)을 말하는데, 수증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투입되면 주변 온도는 오히려 내려간다. 현열은 곧바로 주변 온도를 올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표층 열 방출 증가 → 총 구름량 감소 → 토양 수분 증발 강화 → 잠열 방출 감소 → 현열 방출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가뭄이 먼저 발생할 경우에도 토양 수분 부족이 열 축적을 촉진해 폭염을 강화할 수 있다. 즉 토양 건조와 고온이 서로를 강화하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러한 지표면–대기 결합이 비선형적으로 강화되는 '체제 변화(regime shift)'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던 지역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농업과 공중보건에 치명적 연쇄 반응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CDHE는 단일 재해보다 훨씬 큰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수확량 감소가 대표적인 피해다. 2021년 북미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은 극심한 건조 조건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앨버타 지역의 봄 밀 생산량이 약 31% 감소했다. 보리와 캐놀라, 과일 생산량 역시 크게 줄었다. 공중 보건 피해도 심각하다. 2010년 러시아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한 뒤 대형 산불이 이어지면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내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복합 재해가 농업, 생태계, 공중 보건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복합적 위험을 증폭시키는 대표적인 기후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합 재해 가운데에서도 폭염 선행형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폭염이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면서 가뭄을 촉발하기 때문에 재해가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된다. 또한 후속 가뭄의 강도 역시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폭염 선행형 재해는 대응 시간이 짧고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형의 재해가 앞으로 복합 기후재난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기후 재난 관리 전략 전면 재검토 필요"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가 새로운 기후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폭염과 가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재해는 기존의 단일 재난 대응 체계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발생 순서와 상호작용을 고려한 새로운 분석과 위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상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온 상승 수준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약 0.6~0.7°C 수준(2000년대 초반)에서도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의 급격한 증가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는 일부 극한 기상 현상의 경우 (파리 기후협정 목표인) 1.5°C 상승 시기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급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폭염 선행형 CDHE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폭염 이후 가뭄이 급격히 강화되는 특성을 보이는데, 예측과 대응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 피해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복합 위험을 고려한 재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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