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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판세 따라…‘햇빛소득마을’·‘이격거리 완화’ 추진력 갈린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탄력을 받거나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태양광·풍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는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이틀 앞두고 선거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경기 북부 접경지역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은 지방정부 협조 여부에 따라 사업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은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시화·화옹지구 간척지와 석탄발전 폐지 부지, 군사접경지역 등을 활용한 '평화 태양광 벨트' 구축도 포함됐다. 기후부는 범정부 차원의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인허가 절차 단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지자체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허가의 핵심 절차인 개발행위허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 상당수가 경기도와 충청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정책 추진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휴부지 활용 확대 역시 지자체 역할이 중요한 분야다. 기후부는 공장 지붕과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도로·철도·농수로 등 '4대 정책입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총 44.2GW 규모 태양광을 추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부는 지난 3월 개정·공포된 재생에너지법 후속조치로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법은 원칙적으로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를 제한하도록 했지만, 기후부가 공개한 시행령 개정 방향에는 태양광의 경우 주거지 인근 200m, 도로 인근 100m 이내 이격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은 주거지로부터 200m, 도로로부터 반드시 100m 내에서 떨어지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지자체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육상풍력 역시 주거지·도로 인근 최소 설비 높이의 2배 이상, 최대 1000m 이내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시행령이 확정되면 지자체는 시행령 범위 안에서 자체 조례를 통해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우세를 점할 경우 대통령 공약인 '햇빛소득마을' 확대와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완화도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야당이 승리할 경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일부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가 에너지 사업 관련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발전사업허가 권한이 기존 3메가와트(MW) 이하에서 20MW 이하 사업까지 확대됐다. 향후 다른 지자체들도 유사한 권한 확대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김동주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특별법은 전기사업허가 기준이 당초 논의됐던 100MW 이하에서 20MW 이하로 축소된 점은 아쉽다"면서도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와 달리 햇빛과 바람 등 지역에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전환이 이뤄질 경우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부 “발전용 LNG 가격상한제 추진 결정된 바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제기된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상한제 도입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후부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가 발전용 가스상한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시장가격 안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LNG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금으로 가스공사의 손실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검토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은 정부가 발전용 LNG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공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제도 도입 여부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역대 최다 탄소에 49℃ 폭염 우려까지…2026 월드컵의 ‘위험한 실험’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최초의 월드컵이자, 첨단 공학과 기후위기, 경제 효과와 환경 부담, 선수 건강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거대한 사회 실험이다. 경기장의 승패만 본다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월드컵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이면을 살펴본다. ◇월드컵의 공학…축구공 하나에 담긴 최첨단 과학 2026년 월드컵의 가장 큰 기술적 변화 가운데 하나는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다. 스페인어로 '세 개의 파도'를 뜻하는 이름은 미국·캐나다·멕시코의 공동 개최를 상징한다. 가장 놀라운 특징은 패널(panel· 가죽 조각) 수다. 트리온다는 단 4개의 패널로 제작됐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적은 숫자다. 5각형과 6각형 조각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축구공은 패널이 32개이고,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Teamgeist)는 패널이 14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가 20개 패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문제는 패널이 적을수록 공 표면이 지나치게 매끄러워진다는 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Jabulani)'가 대표적 사례다. 8개의 패널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골키퍼들은 “공이 살아 움직인다"고 불평할 정도로 비행 궤적이 불규칙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깊은 이음새와 미세한 홈, 특수 표면 질감을 넣었다. 일본 츠쿠바대학교 연구진의 풍동(風洞·바람 터널) 실험 결과, 트리온다는 시속 약 43㎞ 수준에서 항력 위기에 도달해 프리킥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비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풍동은 인공적으로 바람을 만들어 물체 주변의 공기 흐름과 저항을 측정하는 연구 장비다. 항력 위기(抗力危機·Drag Crisis)란 공이 일정 속도에 도달했을 때 공기 흐름의 성질이 바뀌면서 공기저항이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으로, 축구공의 비행 거리와 궤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기역학적 특성이다.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는 공 표면이 너무 매끄러워 항력 위기가 높은 속도에서 발생했고,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공이 갑자기 흔들리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논란이 됐다. 반면 무회전 킥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긴다. 트리온다의 사면체 구조는 낮은 대칭성 때문에 공기 저항이 일정하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야구의 너클볼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공 내부에는 '커넥티드 볼(Connected Ball)' 기술도 탑재된다. 초당 수백 차례 공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센서가 내장돼 공이 선수 발에 닿는 순간을 감지하고,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한다. 심판보다 공이 먼저 상황을 판단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월드컵의 기상학…가장 강력한 상대는 폭염 2026년 월드컵에서 가장 우려되는 변수는 브라질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도 아니다. 바로 폭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최 도시 16곳 가운데 14곳이 경기 중 위험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기온이 아니라 '습구흑구온도(Wet Bulb Globe Temperature, WBGT)'를 사용해 위험성을 평가한다. 이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태양복사·풍속까지 반영한 체감 열지수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WBGT 28℃를 경기 연기 검토 기준으로 본다. 그러나 FIFA는 현재 WBGT 32℃를 초과해야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독일 공격수였던 위르겐 클린스만은 댈러스 경기 후 “(체감온도가) 화씨 120도(49℃)에 이르는 기온 속에서 뛰었을 때 죽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2025년 북미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은 “사우나에서 막 나온 것처럼 땀이 난다"고 불평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후반 중간에 각각 3분씩 주어지는 수분 보충 시간을 6분으로 늘리고, 경기 연기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코네티컷대학 더글러스 카사 박사는 얼음물 타월과 냉수욕을 활용한 '공격적 냉각 전략'을 FIFA에 권고했다. ◇월드컵의 보건학…선수의 생명과 뇌를 지켜라 축구는 신체 접촉이 많은 스포츠다. 최근에는 뇌진탕 문제가 중요한 보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심각한 충돌 후에도 경기를 계속 뛰게 된 사건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임시 뇌진탕 교체(concussion substitute)'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핵심 원칙은 “의심스러우면 빼라(If in doubt, sit them out)"이다. 경기보다 선수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폭염 역시 의료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고온 환경에서는 선수들의 활동량과 스프린트 횟수가 감소하고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 심한 경우 열탈진과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월드컵의 경제학…개최국은 손해, 우승국은 이익? 많은 사람은 월드컵을 개최하면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의외다. 영국 서리대학교의 경제학자 마르코 멜로는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데이터를 분석해 월드컵 우승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회 후 두 분기 동안 최대 0.25%포인트 상승한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응용 경제학 회보(Applied Economics Letters'에 게재된 논문 내용이다. 그 이유는 소비 증가가 아니라 수출 증가다. 월드컵 우승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해당 국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개최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의 경우 개최 도시들은 당초 수십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기대했지만, 사후 분석에서는 최대 93억 달러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장 건설과 교통 인프라, 보안 비용 등이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경제학자인 스테판 시만스키는 축구계에도 '중진국 함정'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9년 국제학술지인 '응용 경제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진 축구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과 남미의 엘리트 클럽 네트워크가 형성한 최상위권 벽은 여전히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30년 이후 남자 월드컵 우승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단 8개국뿐이다. 유럽과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아직 월드컵 우승은 물론 결승 진출조차 없다. 시만스키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축구 중진국 함정'을 상당 부분 극복했지만, 아직 최상위권 국가의 벽은 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국가 브랜드 효과 컸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 사회에 매우 특별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4강 신화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효과와 국가 이미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보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경기장 건설, 관광객 소비, 교통·숙박·유통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상당한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양대와 대구가톨릭대 연구진이 2002년 발표한 다지역 산업연관(MRIO) 분석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관광 소비는 전국적으로 약 6조52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약 9만1700명의 신규 고용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인 GDP 성장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 수입보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다. 2002년 월드컵 이전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신흥 공업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월드컵을 계기로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를 생중계 화면으로 보게 됐다. 붉은 악마 응원 문화와 거리 응원은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경기장 건설과 관광 수입이라는 직접 경제효과보다도, 국가 이미지 향상과 국제 인지도 상승, 스포츠 인프라 확충, 그리고 국민적 자신감 회복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훨씬 더 큰 유산으로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월드컵의 환경학…가장 큰 탄소 발자국을 남길 월드컵 2026년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인 동시에 역대 최대 탄소배출 행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해 논문으로 발표했던 스위스 로잔대의 스포츠 지속가능성 연구자 마틴 뮐러 연구진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탄소배출량이 500만~9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4 파리올림픽의 약 세 배에서 다섯 배 수준이다. 주된 증가 원인은 참가국 확대와 장거리 항공 이동 증가로 분석된다. 미국 마이애미와 캐나다 밴쿠버의 거리는 4500㎞가 넘는다. 팀과 관계자, 언론인, 그리고 FIFA가 기대하는 500만 명 이상의 관중이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막대한 탄소가 발생한다.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데이비드 고기슈빌리는 AFP 인터뷰에서 “국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탄소발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스포츠 생태학·지속가능성 연구 그룹에서 활동하며,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탄소발자국과 환경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2030년 월드컵은 6개국, 3개 대륙에서 열린다. 규모 확대가 계속된다면 탄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의 사회학…왜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하는가 월드컵은 과학과 경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학자들은 “축구는 사냥꾼 DNA를 자극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야생에서 먹이를 추적하던 원시적 본능이 축구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사냥에 나서던 그룹의 숫자도 보통 10명 안팎일 때가 많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세계화를 “멀리 떨어진 지역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받아들인 사회학자들은 월드컵과 유럽 축구 리그를 이러한 세계화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실제로 축구는 선수 이적, 글로벌 방송, 다국적 스폰서, 국제 팬덤이 결합된 가장 상징적인 세계화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사회가 보여준 열광 역시 단순한 스포츠 응원이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집단적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2026년 월드컵은 단순히 누가 우승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 하나를 설계하는 공학, 선수 생명을 지키는 보건학,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상학, 개최 효과를 따지는 경제학, 탄소배출을 고민하는 환경학, 그리고 인간의 집단심리를 설명하는 사회학이 모두 얽혀 있다. 먼 훗날 2026년 월드컵의 주인공으로 6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리오넬 메시나 네 번째 참가하는 손흥민을 기억하는 대신에 폭염과 탄소 배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SK가 정승일을 택한 이유…AI 시대 ‘전기’가 미래성장 됐다 [이슈분석]

SK그룹이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단순 인사를 넘어선 상징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AI와 반도체 시대 그룹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결국 '전력 확보'라는 점을 보여주는 인사라는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또는 조만간 정 전 차관을 지주사인 ㈜SK의 신설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1965년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산업부 차관과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모두 역임한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SK하이닉스 고문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투자에 필요한 전력 공급과 공급망 안정화 문제를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SK가 정 사장을 미래성장 전면에 배치한 배경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전 재가동 계약을 체결했고 아마존과 구글은 SMR 투자에 나섰다. AI 시대 경쟁력이 결국 전력 생산 능력과 데이터센터 확보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SK 역시 SK하이닉스와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도체 회사가 좋은 칩만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라며 “정승일 영입은 SK가 AI 시대 최대 병목을 전력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특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사장의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에서는 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단기간 내 감당하기 위해서는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 사장이 산업부와 가스공사, 한전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특히 LNG와 전력망, 발전시장 구조를 모두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SK의 AI·반도체·에너지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역시 AI 3대 강국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미래 성장 전략이라는 말 자체가 이제는 전력 전략과 거의 같은 의미가 되고 있다"며 “SK의 정승일 영입은 재계가 그 현실을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국제원유가격의 하락과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비대칭성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주 이란 사태가 종결될 기미가 보이자 국제원유시장의 가격이 WTI를 선두로 Brent와 Dubai유 모두 90달러 선으로 급락하였다. 미국 EIA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330만 배럴 이상 감소해 6주 연속 감소하였다고 발표했지만 그 감소 폭이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400여만 배럴에 못 미치면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물가격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사태가 약 3개월 만에 일단 안정되는 모양이다. 사태의 종결이 확정되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유조선들이 다시 운항을 재개하면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70달러 선으로 거의 곧바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Dubai유 기준 2월 말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3월 중순에 1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5월 내내 100달러 선에 머물러 왔다. 이번 전쟁과 같은 공급 부문의 쇼크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시적이라는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오랜 분석 결과가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시설은 대규모 피해가 없어 앞으로의 수급에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완전히 위험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이번 사태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기에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원유 수송경로 등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제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준비하여 내어놓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란 사태의 영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실시한 정책들을 이제 하나둘씩 거두어 드릴 필요가 있다. 그 중 특히 석유제품가격에 대한 최고가격 고시 방침은 빠른 시한 안에 종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최고가 고시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이번에만 폭등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1월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20달러대로 시작하였으나 2005년 이후 급증한 중국의 소비량으로 2008년 8월에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나 2009년 초 4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가 이후 다시 상승하여 2011~2014년 기간 동안 100~120달러대를 유지하였다. 이후 다시 낮아진 국제유가는 한때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 다시 상승하기 시작, 2022년에 다시금 120달러를 돌파하였었다. 이후 60~70달러대로 안정적이던 국제유가가 올해 초 이란 전쟁으로 130달러까지 폭등한 것이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였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140달러 이상 폭등했던 2008년 여름, 이명박 정부는 '휘발유가격이 묘하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정유사에게 리터당 100원씩을 인하하라고 압박하였으며, 역시 120달러 이상 치솟았던 문재인 정부 때는 휘발유, 경유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100원가량 깎아 가격을 인하하였다. 한편, 이번 정부는 1993년에 퇴출시켰던 최고가격고시제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국내 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지난 이명박, 문재인 정부는 모두 1993년 이후 시행해 온 석유제품의 시장가격 결정방식을 유지한 채로 중간 단계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시행한 반면, 이번 정부는 정부가 직접 소비자 가격을 제한하는 예전 방식을 다시 적용한 것이다.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절반은 수입과정의 세금과 특별소비세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액형이기에 국제유가 변동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예를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2배 올라도 국내 제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절반 정도인 것이다. 그 반대로 국제가격이 절반으로 하락해도 국내 제품가격은 그 절반 정도만 하락하게 된다. 이를 보통 비대칭성(asymmetry)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 이 영향도 추가되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변동의 비대칭적인 차이를 만들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대칭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주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나타나게 되는데, 국제가격의 하락폭에 비해 국내가격이 하락폭이 매우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시행중인 최고가격 고시제도는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그 조정속도를 느리게 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하는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만을 오히려 중폭시킬 수 있다. 최고가 고시는 긴급한 시기에는 효과적이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킴이 알려져 있었기에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시장가격 결정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며 이명박, 문재인 정부도 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늦지 않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bienns@ekn.kr

서울도시가스 “작은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는다”…안전 문화 달성 결의

안전경영의 혁신적 고도화에 나선 서울도시가스가 선진 안전기술을 고도화하고 안전 유공자를 격려하며 전사적인 안전의식 고취에 나섰다. 서울도시가스(대표 진용민·황주석)는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31회 안전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전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선제적 안전관리와 무재해 실현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다졌다고 밝혔다. 회사는 매년 5월을 '안전문화의 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특히 서울도시가스는 올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안전경영의 혁신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드론,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 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해 현장 중심의 예방적 안전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념식은 △안전관리 유공자 시상 △안전관리 우수(혁신)사례 발표대회 시상 △최우수 사례 발표 △안전보건 실천결의문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안전관리 우수(혁신)사례 발표대회'에는 현장안전관리 분야와 기술개발·활용 분야에서 총 28건의 혁신 과제가 접수됐다. 출품작들은 엄격한 서면평가와 본선 심사를 거쳐 현장 활용성과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안전혁신 문화를 확산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상 정기 시상식에서는 안전관리 유공 부문 최우수상에 경기지사 최영동 차장이 선정됐으며, 서부지사 백영관 차장 등 5명이 우수상을 받았다. 이어진 안전관리 우수(혁신)사례 발표대회에서는 강훈석 사원의 '지자체 협업 시설물 재정비를 통한 안전성 향상'이 현장안전관리 분야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기술개발·활용 분야에서는 이수민 대리의 '안전관리 종합 플랫폼 구축 및 혁신관리'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총 9건의 우수사례가 선정되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측형 안전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임직원의 높은 관심과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위험을 한발 앞서 예측하고 작은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으려는 철저한 자세야말로 가장 강력한 안전관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태양과 바람이면 충분하다?” AI 시대가 묻는 전력의 현실

정부는 AI 3강 도약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AI 산업의 핵심인 전력 문제에서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AI 강국의 핵심인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급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사실상 발전소 하나를 통째로 붙여야 돌아가는 산업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이를 감당할 전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계통 문제가 여전하다. 전력망은 생산과 소비가 실시간으로 맞아야 하는 시스템인데,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기 때문에 결국 별도의 백업발전과 대규모 송전망·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가 함께 필요하다. 원전은 장기간이 걸린다. 결국 업계에서는 LNG 같은 과도기 전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탄소중립이 산업 발전이나 지방 기업 유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이런 현실 고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이 “좌우뇌 충돌이 안 되다 보니 다른 부처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대목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문제를 둘러싸고 과기정통부·산업부·기후부 간 시각차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만 늘리면 산업 경쟁력과 전력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진작 모든 공장을 RE100만으로 운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흔들림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미국 빅테크들도 이미 현실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RE100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원전과 천연가스 기반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원전 수명연장과 가스발전, SMR 논의가 동시에 커지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럽(EU)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이 미국 대비 2배 이상, 중국보다 약 50%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바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체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탄소중립은 분명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산업 현실과 속도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냐 화석연료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사이의 현실적인 균형점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 신호등] 미국-이란 전쟁 3개월…‘화석연료 시대’ 균열 본격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3개월을 넘어서면서 세계 에너지 질서는 반세기 만의 가장 거대한 구조적 충격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기후정책과 에너지 전환의 방향 자체를 뒤흔드는 역사적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전쟁을 “현대 산업사에서 가장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3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폭등했고, 전 세계 경제는 다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단순히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방향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1970년대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지만, 2026년의 세계에는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 전력망 디지털화 같은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한'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의 충격 1970년대 오일쇼크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중동 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충돌이 세계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특히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제4차 중동전쟁, 즉 욤키푸르 전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했고, 이에 반발한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 금지와 감산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국제 유가는 몇 달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고, 세계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겪었다. 이어 1979년 2차 오일쇼크 역시 이란 혁명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세계 각국에 “중동 분쟁 하나가 세계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은 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략비축유 제도를 도입하고,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설립했다. 또한 발전 부문에서는 석유 사용을 줄이고 원자력·석탄·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했으며, 프랑스·일본 등은 원전 중심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자동차 산업도 크게 바뀌었다. 미국식 대형차 대신 일본의 소형 고연비 차량이 급성장했고, 미국은 연비 규제를 도입했다. 건물 단열, 에너지 절약 기술, 고효율 설비 등 '에너지 효율' 개념 역시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북해·알래스카·멕시코만 유전 개발이 확대되면서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결국 1970년대 오일쇼크는 세계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값싼 석유 소비 확대'에서 '에너지 안보·효율·공급 다변화'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는 화석연료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당시 대체기술은 느리고 비싼데다 확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안정되자 세계는 다시 석유로 돌아갔다. ◇2026년 호르무즈 봉쇄…세계 경제의 '심장'을 멈추다 지난 3월 2일 전쟁 발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기뢰 설치와 군사적 위협이 이어지면서 해협 통항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이 33㎞에 불과하지만,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이다. 평시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통로가 막히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한때 14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유럽 가스 가격은 전쟁 이전보다 85% 이상 폭등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경제전망 발표 브리핑에서 “중동 전쟁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무역 긴장 완화가 가져올 세계 경제 회복세를 압도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핵심 생산시설 파손이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전쟁 이후 하루 약 1000만 배럴 규모의 글로벌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공급 감소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쟁 여파....“진짜 위기는 올여름" 전문가들은 올여름부터 내년까지 전 세계가 '검은 여름(Black Summer)'이라 불리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반구의 냉방 전력 수요와 휴가철 항공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에너지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IEA는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최대 6주 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연료 배급제에 돌입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도 AP통신 인터뷰에서 “진짜 위기는 올여름"이라며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천연가스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기후 목표를 뒤로 미룬 채 석탄 발전소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석탄발전 상한제를 완화했고, 이탈리아는 석탄 발전소 수명 연장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이 LNG보다 온실가스를 30~50% 더 배출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후 대응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쟁 초기 2주 동안 시설 파괴 등으로 약 5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주요 시장에서 초기 구매비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졌고, 주행비용은 60~80% 저렴하다. 중국에서 내연기관차가 전기차와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석탄 화력발전의 증가로 단기적으로는 기후 목표 후퇴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기적 반동'으로 본다. LNG 가격 급등은 오히려 태양광·배터리 경제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에 석유가 전력시장에서 밀려났듯, 이번엔 LNG가 전력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시대' 앞당겨질 듯 이번 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전기 시대(Electric Age)'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NEF는 전기차 확산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2029년 전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은 2032년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전망이며, ESS(에너지저장장치) 규모도 2030년 100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 역시 무탄소 기저전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한국·일본·대만은 원전 가동 확대와 수명 연장에 나섰고, 베트남도 신규 원전 사업 재추진에 들어갔다. 동시에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청정에너지 패권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위기의 최대 피해 지역은 아시아다. 아시아 전체 원유 수입의 40% 이상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 국가들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시아가 가장 강력한 탈화석연료 동기를 갖게 됐음을 뜻한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1979년 유럽의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회복하지 못했던 것처럼, 2026년은 아시아 화석연료 수요가 영구적으로 꺾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2025년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은 중국 50%, 베트남 38%, 태국 21%, 인도네시아 15% 등이다. 중국의 전기 대형트럭 판매 비중은 29%에 달한다. 도로교통은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소비처다. 이 시장이 전기화되면 석유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6년 위기 사이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비가역성'이다.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는 한 번 설치되면 연료가 필요 없다. 운영비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화석연료 가격이 다시 떨어져도 되돌아갈 유인이 없다. “화석연료는 탐욕스러운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며 사는 것이고, 전기 기술은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기후-에너지-경제안보' 통합 넥서스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각국 정부에 과감한 제도 개혁의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위기는 공급선 다변화 수준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자체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망 투자, 배터리 규제 완화, 태양광 인허가 단축, 전기차 보급 확대, 전기요금 구조 개편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지난 28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사옥 대강당에서는 서울국제법연구원 기후환경법정책센터(CSDLAP)과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한국기후변화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2010년부터 진행해온 CSDLA의 월례 세미나 100회를 기념한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기후·에너지 국제협력 동향과 우리의 대응'이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미증유의 에너지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의 국가 전략을 재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정서용 서울국제법연구원장(고려대 교수)은 “국제 질서가 다시 지정학 중심 구조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수급 관리를 넘어 기후변화와 기술 패권, 경제안보가 결합된 '기후–에너지–경제안보 넥서스(Nexus)'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연구실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연료 확보'에서 전력망, 핵심 광물, 기술 패권까지 포괄하는 '시스템 회복력(Resilience)'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조기경보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사태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단기적으로는 기후 대응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청정·무탄소 에너지를 안보 전략으로 재결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LNG로 날개 단 SK가스, 1.2조 실탄 들고 어디로 가나

SK가스가 LNG 발전사업의 일부 지분 유동화로 약 1조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LNG 발전 및 터미널 사업의 성공적 론칭을 본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어떤 신규 사업을 선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반기에 윤병석 사장이 직접 신규 사업전략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29일 SK가스는 공시를 통해 울산지피에스 발전사의 지분 49%를 스틱한투인프라 주식회사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양도일은 기존 5월 29일에서 한 달 연기된 6월 30일이다. SK가스는 나머지 51%를 보유하게 된다. 양도금액은 현금 약 1조2242억원이다. 시장에서는 SK가스가 이 현금을 차입금 상환, 신규 사업 투자, 주주환원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가스는 LNG 발전 및 터미널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회사의 총부채는 2023년 말 3조49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조673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35%에서 180%로 높아졌다. 다만 이 부채가 투입된 LNG발전 및 터미널 사업은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울산지피에스 발전사 매출은 2024년 1854억원에서 2025년 760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에만 벌써 2603억원을 기록해 연간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24년 216억원에서 2025년 1599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 656억원을 기록해 연간 2000억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업과 연계된 LNG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SK가스 지분 47.6%)은 매출이 2024년 285억원에서 2025년 1059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억원 손실에서 381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는 매출 260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SK가스의 아픈 손가락인 SK어드밴스드도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나프타가 아닌 LPG를 화학원료로 사용하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화학사인 SK어드밴스드는 매출이 2024년 6881억원에서 2025년 6101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161억원, 14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2월말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면서 올해 1분기는 매출 2049억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실적 반전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SK가스에 행운도 따랐다. 지독한 적자로 쿠웨이트 PIC사는 올해 2월 지분 25%를 SK가스에 넘겼다. 이로 인해 SK가스 지분은 기존 45%에서 70%가 되면서 흑자 과실을 더 많이 먹게 됐다. SK가스의 다음 신규 사업 아이템에 대해 회사 측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게 공식 답변이다. 관계자는 “하반기 정례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윤병석 사장이 직접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K가스가 LPG 사업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가스에너지 밸류체인 역량을 확보한 점을 토대로 차기 신규 사업도 연관된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아마존과 함께 울산에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원은 LNG(또는 LPG)가 유력하다. SK가스는 이미 LNG발전소 건설 및 운영 경험과 LNG 직수입 및 운반, 저장 경험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전력 공급 파트너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난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에서 전력직접거래(PPA) 대상에 재생에너지만 허용되고, LNG는 제외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 전력을 커버할 수 없고, 현재로선 저탄소 가스발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AI 3대 강국 과제는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전력 병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숲이 곧 국력이다”…‘넥스트 포레스트’가 제안하는 신산림국부론[신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숲과 산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 '넥스트 포레스트'가 출간됐다. 이 책은 숲을 단순한 자연환경이나 자원 공급원이 아닌, 경제·철학·문화·치유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바라보며 '신산림국부론'을 제안한다. 저자는 숲의 가치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산림의 존재와 보존, 목재 및 임산물 등 물질적 활용, 치유와 힐링 공간으로서의 기능, 사색과 깨달음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특히 숲이 인간의 창의력과 사유 능력을 키우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책은 독일과 한국의 역사·철학·정치 지도자 사례도 함께 다룬다. 독일의 아데나워·브란트 총리와 한국의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칸트·헤겔·괴테·베토벤·정약용 등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숲 속 사색과 성찰을 통해 국가 비전과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분석한다. 산림의 경제적 가치도 강조한다. 독일은 산림산업 규모가 자동차산업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했으며, 바이오제약·건강기능식품 산업 역시 임산물을 핵심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드론·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과 산림의 결합 가능성도 언급된다. 아울러 저자는 남북 산림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와 생태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숲은 탄소중립뿐 아니라 경제·문화·공동체 회복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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