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학 기업 캐논이 최고급 라인업 카메라를 최근 출시했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늦은 시점에 내놨다는 점에서 판매 전략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박정우 캐논 코리아 대표이사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롯데월드타워에서 자사 미러리스 플래그십 카메라 EOS R1·R5 마크 Ⅱ를 지난 23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EOS R1과 EOS R5 마크 Ⅱ에는 80년 넘는 당사 광학 기술력과 혁신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키요미 테츠지 캐논 이미지사업본부 부본부장은 “글로벌 누적 생산량 기준 당사는 카메라 1억1000만대, 렌즈는 1억6000만대를 기록해 21년 연속 글로벌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며 “앞으로도 압도적인 1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캐논 측이 너무 늦은 시점에 신제품을 내놨다는 비평이 따른다. 유력 경쟁사인 니콘은 이미 지난 6월 17일 Z6 Ⅲ를 공개해 같은 달 27일 시판했다. 7월 26일부터 열린 프랑스 파리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봤다는 전언이다. 캐논 코리아 관계자는 “EOS R1과 같은 플래그십 기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도'"라며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플래그십 카메라의 제품 기획은 단순히 설계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그 기대를 충족하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실전에서 가장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 중 하나가 올림픽"이라며 “당사는 올림픽에서 얻은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 개선에 나선 바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 중인 제품에 반영해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무리해서라도 EOS R1 출시 일정을 정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실전에서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당사의 플래그십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본국인 일본에서도 아직 발매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캐논 코리아 측 입장이다. 사진 기자들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현장에는 홍보용 물량만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캐논 코리아 측은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는 취재하는 각국 주요 언론사 사진 기자들에게 상당한 수량의 테스트 바디를 제공했다"며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등 국내 통신사들에도 총 6대의 제품을 테스트 차원에서 제공했다"고 했다. 전세계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은 한때 붐이 일었지만 최근에는 500만~600만대 수준이고, 국내의 경우 10만~15만대로 추정된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 자체가 스마트폰의 발달로 줄어들고 있고, 사실상 사진 기자·작가 등 전문 소비층 외에는 찾지 않는 영역이 된 현 시점에서 캐논의 판매 전략과 의지가 흐릿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가격 정책 역시 시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제품 공개 현장에서 만난 부장급 사진 기자는 “키요미 테츠지 캐논 이미징 사업본부 부본부장은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가격대가 높은 감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EOS R5 바디는 초창기 공식 홈페이지 공시 가격이 479만9000원이었지만 R5 마크 Ⅱ는 549만9000원으로 14.59% 높아졌다. 또 영상 촬영 시간을 연장시켜줄 쿨링 그립의 가격도 60만원9000원으로 가격대가 상당한 편이라는 의견이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캐논 코리아 측은 EOS R5의 미국·일본 시판가가 각각 4299달러(한화 약 569민7865원, 주세 별도), 65만4500엔(약 602만9778원(세금 포함), 요도바시 포인트 10% 환원 시 약 542만6800원)이라고 했다. 캐논 코리아 관계자는 “캐논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고, 달러 환율·세금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는 미국에서보다 저렴하고 일본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설했다. 이어 “EOS R5 마크 Ⅱ는 전작인 EOS R5에 비해 가격이 30만원 상승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동결 수준으로 책정됐다"며 “엑셀러레이티드 캡처와 새로운 센서 등 비약적인 기능적 발전을 이뤘음에도 이와 같은 가격대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요 커뮤니티와 매장 고객 인터뷰 등을 통해 소비자들도 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8월 초 예약 판매 시 단기간에 매진된 이후 현재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EOS R1은 800만원대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나,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 결정되지 않아 발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쿨링 그립에 대해서는 “고화질 동영상을 장시간 촬영 등 특수 목적 액세서리로, 일반적인 용도로 영상을 촬영할 경우에는 없어도 된다"고 했다. RF 마운트 바디 중 캐논 기술의 총아인 R1이 R3에 '팀 킬'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R1이 워낙 늦게 나온 탓에 그 빈 자리를 제품력이 우수한 R3가 채워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 내 R1의 수요량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평이 존재한다. R1과 Z6 Ⅲ를 비교할 경우 스펙 시트상 경쟁 우위가 여러 부분에서 갈린다. 그러나 Z6 Ⅲ가 R1 대비 40% 작아 휴대성 측면에서는 전자가 더 좋다는 게 해외 IT 전문 매체의 분석이 나와있어 시장 경쟁의 구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캐논 코리아 관계자는 “EOS R1은 최신 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신뢰도와 내구성을 기본으로 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라며 “서로 다른 사용 목적과 사용 대상을 가진 카메라이기에 단순히 크기나 무게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