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력 전차 K-2가 20년 만에 온전한 국산 심장을 달게 된다. 1500마력급 엔진에 이어 변속기도 국산화가 이뤄진 덕분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14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는 K-2 전차 4차 양산분에 적용되는 변속기에 대한 심의와 의결이 진행됐다. 방추위는 이번 내구도 검사 결과 국산변속기가 내구도 검사 기준 320시간 중 306시간 완료 후 결함이 발생하면서 테스트를 종료했으나, 국산 제품 적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예비변속기 제공을 비롯한 추가 품질보증 대책을 제안하고, 관련 기관에서도 국산화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변속기를 만드는 SNT다이내믹스가 지난해 튀르키예와 27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의 주력 전차 '알타이'는 K-2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K-2는 1차 양산분에서 독일제 엔진과 변속기, 2~3차 양산분의 경우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가 탑재됐다. 이 과정에서 국산에 대한 차별 논란도 일었다. 개발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했다고 토로했다. 독일산에 대해서는 단순 조향 반복을 1만회 요구한 반면, 국산은 1만3400회를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상하향 변속 반복의 경우 국산의 테스트 조건이 3배 가까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시험평가·개발시험평가에서도 독일산은 새 제품, 국산은 한참 사용한 시제품이 테스트에 투입됐다. 8시간·100㎞ 연속주행 평가가 국산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국산은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지 못했으나, 독일산은 '무사통과'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감사원이 방위사업청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9600㎞를 결함 없이 기동해야 한다는 조건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K-2의 내구연한에 해당하는 거리다. 물건을 샀는데 버릴 때까지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K-9 자주포 역시 이같은 작전요구성능(ROC)을 요구받았으나, 전방에서 급가속·급제동·사격·방호 등을 시시각각 해야하는 전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는 K-2PL과 K-2GF 등 폴란드향 전차에 SNT다이내믹스의 변속기가 탑재되는 등 향후 수출길 확대 및 국내 생태계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변속기를 공급하는 독일의 승인이 필요했던 탓이다. 실제로 독일은 수출대상국의 인권문제 등을 들어 중동향 수출을 막은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루마니아 뿐 아니라 오만·이집트·아르메니아 등 잠재수출대상국에서 비즈니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 내 한국산 무기체계의 입지 강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역내국가들의 K-2 도입을 저해할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안보 역량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K-2도 K-방산 특유의 후속군수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4차 양산은 우리 군의 지상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28년까지 150대 생산이 예정됐다. 총 사업비는 1조94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타지'를 내려놓고 진화적 개발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더욱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국산화"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