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던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메타·알파벳·테슬라) 종목들이 올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7대 거인'(7 titans)으로 불리는 중국 빅테크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7대 거인' 주가가 올들어 40% 급등했고 이를 절대 금액으로 보면 4390억달러(약 634조원)에 달한다. '7대 거인'은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이 7개 테크 기업을 선정해 최근에 붙인 이름이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제이디닷컴, 넷이즈(NetEase)가 포함된다. 같은 기간 M7 주식들이 10% 하락해 기술주 중심 미국 나스닥 지수가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같은 반전은 월가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실제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나스닥 지수는 승승장구한 반면 중국 주식은 당국 규제와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수년째 약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딥시크는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이자 글로벌 AI 산업이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AI 기술을 따라잡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란 업계의 인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기술주들은 급등세를 이어가 장기 부정론자들도 긍정론자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주에는 중국 정부가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알리바바 등이 새 AI 모델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7대 거인'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이와 관련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딥시크의 성공과 중국 AI 모델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혁신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상기시켰다"며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AI 모멘텀은 더 이어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프랭크 벤지므라 전략가는 노트를 통해 지난달 28일 기준 '7대 거인'의 주가가 실적대비 18배로, M7에 40% 이상 낮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예외주의' 내러티브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의 주가는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계 금융기관 UBP의 베이 선 링 이사는 “최고 수준의 정부 지원, 실적 회복, AI 테마 등 중국 기술주들이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할 재료들이 있다"며 “미국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은 2년 동안 상승했지만 이제는 거시경제적 요인과 실적 실망감이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술주에 대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증시가 오랜 기간 약세를 이어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의 예상치 못한 정책들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실제 홍콩 항셍테크 지수는 올해 크게 올랐지만 2021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아직도 40% 낮은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상승률은 약 18%로, 같은 기간 나스닥100 지수는 130% 넘게 급등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