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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쾨니히스베르크를 아시나요?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오래전 프로이센 왕국의 동쪽 발트해의 항구도시인 쾨니히스베르크 중심부를 흐르는 프레겔강에는 두 개의 섬이 있었다. 이 섬들에 접근하기 위해서 일곱 개의 다리가 건설되었는데, 많은 사람은 '어느 지점으로부터 일곱 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는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른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라고 부르는 이 한붓그리기 문제는 당시 학자들의 고민거리가 되었는데, 이 문제가 현대 수학의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기까지 하였고 통신망 분석과 컴퓨터 회로 디자인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쾨니히스베르크는 당시 독일 학문의 중심지였는데, 일곱 개의 다리로 연결된 섬에는 대성당과 16세기에 설립된 대학교가 프로이센 왕족, 러시아의 고위 관료, 발트 독일인들이 선호하는 교육 기관이었다. 이 대학교는 중상주의 철학과 신학, 법학 그리고 의학과 수학 등으로 높은 명성을 가졌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이다. 그는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보내며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하며, 칸트가 평생 이곳을 떠난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쾨니히스베르크라는 도시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트인들이 살고 있던 이곳에 독일계 튜튼 기사단이 요새를 건설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왕의 산'이라는 의미의 쾨니히스베르크는 북방 십자군의 전진 기지 역할을 했으며, 기사단 국가의 수도가 된 이후 프로이센 공국으로 전환되는 16세기에도 국가의 수도로서 발전하였다. 프로이센이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국과 통합되면서 수도는 브란덴부르크의 수도인 베를린으로 정해졌고, 쾨니히스베르크는 동프로이센의 중심도시로 남았다.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긴 후에도 프로이센 국왕들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대관식을 치르는 등 특별한 애정을 가졌다고 한다. 1806년 나폴레옹 전쟁으로 베를린이 함락당하자, 프로이센의 국왕은 쾨니히스베르크로 수도를 옮기며 프랑스군에 저항하였다. 시간이 흘러 이곳은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진 제국 시대에도 베를린과 함께 독일 제국의 동부 거점 역할을 하였다. 이 도시는 발트해와 폴란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요충지였고, 러시아로도 연결되는 길목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독일은 파괴된 쾨니히스베르크를 소련에 내주어야만 하였는데, 소련은 이 도시의 이름을 칼리닌그라드로 바꾸었다. 그러나 쾨니히스베르크 당시 독일이 만들었던 항구나 노면전차와 같은 여러 시설은 소련 시절을 거쳐 현재 러시아에서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발트 3국이 소련에 편입되어 있던 시절이 끝나고 독립하면서, 지금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분리된 역외영토가 되었다. 이곳은 러시아에 드문 부동항이어서 해상무역에 유리하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하여, 러시아 해군에서 가장 오래된 발트함대의 본부가 자리하고 있는데, 최근 유럽의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칼리닌그라드의 중요성을 크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도시에 많은 영향을 받아온 리투아니아와 같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최근에 '칼리닌그라드' 대신에 '쾨니히스베르크'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도시의 역사에 나타나는 사건들을 해석하는 것에 시비를 걸거나 소유권을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발트해의 상업적 요충지였던 이곳이 군사적 도시이자 국가의 수도나 제국의 주요 도시로 발전하였으나, 전쟁터가 되고 파괴를 경험하면서 이름조차 사라지는 불행을 겪었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들 역시 전쟁을 겪었던 아픔을 간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쾨니히스베르크가 사라지고 칼리닌그라드가 되는 이야기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이 갈등과 전쟁을 부르고 파괴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의 도시들을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김봉철

[신연수칼럼] 이재명, ‘여의도 제왕’에서 벗어나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하는 말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영혼 없이 의례적인 말을 할 때가 있다. 일반인들도 그런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의례적인 말이었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건 거짓말이었소" 하는 식으로 정면 부정하는 일은 별로 없다.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100% 진실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경쟁하거나 싸우는 상대라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며,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건 가짜였다며 자신이 했던 앞의 행동을 전면 부인해버렸다. 그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심각한 일이다. 그가 언제든지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례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방위산업체에 2억 3100만원 상당의 주식 투자를 한 일이다.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 많은 지지자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후보 본인은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고,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지원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의 법인카드 남용 의혹과 함께 공공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살아 남아야겠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한다. ◇헌정사에 새 역사 쓰는 '이재명의 민주당' 그제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압도적 지지로 연임이 확정됐다. 민주당 계열에서 당 대표를 연임한 것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표 이후 24년 만이다. 민주 정당의 선거에서 85%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되는 것도 역사에 없던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이재명 1극 체제를 완성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공천이 이뤄지며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을 받는 다수의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당헌 당규를 고치는 일은 이제 이야깃거리조차 안 될 정도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처럼 헌정사에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지자들의 말처럼 야권에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을 만큼 이 대표가 뛰어난 지도자이고, 전당대회의 주인인 당원들의 지지가 열렬하기 때문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 것을 이 대표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누가 뭐래도 그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양까지 나올 만큼 강한 팬덤을 갖고 있다. ◇'먹사니즘'의 진심, 행동으로 보여주길 다만 당 대표 연임이 그의 말대로 '개인적으로는 손해지만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이라면 그 진심을 증명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출범한지 두 달이 넘은 22대 국회의 모습은 먹사니즘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법사위원장은 소수당에게 주던 관례도 무시하고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알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22대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아직 개원식도 열지 못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대통령의 막무가내 인사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같은 '내맘대로 국정운영'이 촉발한 측면도 크지만, 현재의 국회 파행에서 민주당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 여당과 합의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대통령 거부권이 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것은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하려는 입법 독주로 보일 수 있다.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무한정 도돌이표에 민생은 신음하고 국민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거대 야당 대표를 자임한 게 아니라면, 애국위민(愛國爲民)의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가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에 비판적인 중도층도 돌아올 것이다. 설마 내심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엔화의 쓰나미에 대응하자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은 마치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와 포트폴리오 보험의 기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블랙먼데이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 변동은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금리인상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라는 거시경제적 요인들로 인한 것이었다. 주요국 증시는 10% 내외 하락하였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블랙먼데이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이며, 미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인 ISM 제조업 지수가 평균치라고 볼 수 있는 50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미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행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0%에서 0.25%로 기습 인상했다. 이러한 금융여건이 8월 5일의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나타난 것은 엔캐리트레이드가 주요 원인이다. 저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에서는 금리차와 엔화환율에 의해 투자의 성과가 결정된다.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고 투자가 만기가 되어 달러와 같은 고금리 통화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여 상환할 때, 엔화가치가 높아질 경우 금리차에 의한 투자성과는 상당부분 상쇄되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엔캐리트레이드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우려가 있을 경우 포지션을 청산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엔화 수요는 폭증하여 엔화는 더욱 강세를 이어간다. 일본은행의 기습적인 금리인상은 엔캐리트레이드의 두 가지 요인에 충격을 주었는데, 우선 달러화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둘째 엔화의 강세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이질수록, 엔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원화가치의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고, 시중의 유동성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기업부채가 누적되어있고 최근 소위 티메프 사태, TF 부실화 등이 연이은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충격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가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는 국내 경기의 문제이다. 현재 소비는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다소 위축된 상태이다. 투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로 특히 건설과 설비부문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산업에서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수출만 홀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침체 위기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우리 수출마저 위협받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와 기업 자금여력의 악화로 소비와 투자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난관에 부딪힐 경우 우리 경제가 침체 위기를 벗어날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당국은 현행 산적한 장기과제에 대한 해결을 지속하는 가운데에도 보다 단기적인 현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소비와 투자를 짓누르는 요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가계부채와 기업의 재무구조이다. 이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은 지속하되 이들로 인한 문제가 더욱 가중되지 않도록 단기적인 모니터링 강화에도 힘써야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거대한 파도에 주의하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이어나가야할 시점이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 불붙은 서울집값, 일시적 반등 vs 추세 상승?

몇 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집을 보기 전에 계약금부터 넣어야 한다. 2020-2021년 현장에서 많이 보든 광경이 서울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수직상승의 곡선을 볼 수 있다. 7월 5주차에 상승률이 살짝 꺾이긴 했지만 5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실제 생활인프라가 좋은 신축아파트 상승은 평균통계보다 훨씬 더 높다.거래량도 폭발했다. 7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7,390건으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2020-2021년 집값 폭등 시절 7천건을 넘긴 달은 4달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월 7,000건 거래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 상승의 바람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수원시, 광명시, 하남시 등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5월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아파트를 구입하는 분들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2020-2021년 상승열차를 타지 못했던 실 수요자들이 집값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서 적극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2020-2021년 상승은 서울에서 수도권, 지방으로 번져 사실상 수도권 외곽과 지방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지방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서울은 후끈 달아오른 여름의 극심한 양극화 시장이다. 또 재건축 기대감으로 구축아파트가 인기가 높았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라는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축아파트가 인기다. 실 수요자들이 이렇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서울아파트 공급부족이다. PF자금난으로 신규아파트 사업의 인허가와 분양, 착공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아파트 신규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둘째는 전세가격 상승이다. 입주물량 감소와 빌라 등 비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역 전세, 전세사기 우려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무이자 대출과 같은 개념인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구매능력을 개선시키고 불안한 세입자가 차라리 사자로 돌아서는 구매욕구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셋째 금리인하 기대감이다. 금리는 집값과 반비례 관계이기도 하고,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꺾였던 집값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다시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넷째 건축비 인상으로 올라간 분양가 때문에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섯째 출산가구에 저리대출을 해주는 신생아특례대출이 1월부터 시행되었고 하반기 부부 합산 소득기준도 1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나고 구매능력도 개선되었다. 그래도 왜 갑자기 불안해졌을까? 서울아파트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이 하루 이틀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럽지가 않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한국은행이 바로 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내리더라도 이미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와 선 반영된 상태여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대출금리 인하 폭은 제한적이다. 장기적인 상승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신뢰를 잃은 정부와 국회의 헛발질이다. 총선 이후 믿었던 야당이 먼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했고 여당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임대차2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책임지지 못할 규제 폐지를 공언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또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공공분양 사전청약을 전격 폐지하면서 불안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결정적으로 서울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로 전격 연기하면서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었다. 정부는 뒤늦게 총력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급확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270만호라는 엄청난 공급계획이 나온 마당에 몇 만호 신규택지 발굴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비 아파트 공급확대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을 걱정하는 실 수요자들에게 공급확대에만 메달리는 정부대책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흐름을 끊어주고 관심을 돌리는 작전타임 같은 대책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1년 내 구입하는 경우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의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고, 분양가 할인, 저리 대출지원까지 해준다면 시장의 수요자들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내 집 마련 전략을 다시 짤 것이다. 내 집 마련의 욕구를 지방으로 돌려 미분양아파트를 소진하면 PF문제도 해결하고, 주택이 필요한 실 수요자들은 저렴하게 세제혜택까지 받으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가 있고,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다시 흐름이 꺾여 하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 상승흐름은 이어질 것이지만 5년 이상 상승하면서 집값이 2배 정도 올라가는 추세상승은 아직 시기상조다. 소득 대비 여전히 집값이 높은 고 평가 상황이고 추세상승의 조건인 집값 저평가와 규제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충분히 충전되지 않았는데 목적지까지 온전히 도달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럴 때 일수록 실 수요자들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내 집 마련 전략이 따라야 한다. 자금이 되고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이다.떨어질 때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집을 사서 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파트 가격은 또 올라가 있다. 장기적으로 아파트가격은 우 상향한다.하지만 상승열차를 타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에 무리한 대출로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2년 금리인상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무리한 대출을 받은 분들이 고스란히 그 위험에 노출이 된다. 오늘 떠난 열차가 막차라 하더라도 내일은 또 다른 열차가 온다. 불안한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내가 지금 필요한가 준비가 되었는가 내 집 마련의 기본과 원칙을 한번 더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인만

[김병헌 칼럼]이재명 2기 유일체제 민주당 출범에 부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당 대표 연임을 당원의 압도적 지지속에 확정지었다.또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전문(前文)에 명시하고 당원 중심 정당 운영을 구체화한 강령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90%이상의 압도적 찬성율로 지난 5일 당무위와 12일 중앙위를 거쳐 확정된 강령 개정안엔 국가·정당의 비전, 경제·정치 등 13개 정책 분야의 개별목표가 담겨져 있다. 특히 '기본사회' 명시와 당원 권한 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구체화가 개정 내용 가운데에서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기본사회'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포퓰리즘적 사회주의와 가깝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 대표가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기본00 시리즈'(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되면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을 말한다)'의 함축적 종합판으로 정부가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모두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고, 모자라면 돈을 찍으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내놓았던 13조원의 세금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역시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일관된 법원의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적용요건 등에 대해 명쾌하고 정치한 법리적 논증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이 원칙의 법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주시하는 것이 순서다. 개정된 강령이 대의 민주주의적 대중 정당이 아니라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했다는 대목은 특히 우려스럽다. 당원도 당원 나름이다.이 대표는 '개딸' 등 극렬 팬덤 당원들을 업고 당내 비판을 거의 용납않는 수준으로 당을 장악했다. 21세기 민주국가의 국회 거대 야당이 세간에는 그래도 민주 정당일거라는 희망섞인 바램 덕분에 일극주의라는 표현으로 통용되지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이재명 유일체제'리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명의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도 확인됐다.댜통령과 여당을 향한 극렬 발언 등 충성 정도의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 한때 최고위원후보 1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의 낙선이 이를 웅변해준다. 옛 소련의 공산당 지도자 레닌이 소수지만 극렬 지지층인 볼세비키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이나, 중국 마오쩌둥이 권력 강화를 위해 홍위병을 동원했던 것과도 유사해 보일수 밖에 없다. 대표선거 운동과정에서 김두관 후보가 페이스북에 당의 전당대회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전 대표가 '당원 주권시대'를 외치지만 소수 강경 개딸의 주권시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던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1인 독재정당'이라는 위험천만한 길로 본격 첫발을 내딛었는지 모른다. 이 대표 우상화라는 비민주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나 '당정 관계'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놓고 당내에서나 대통령실과 이러쿵 저러쿵 하는 행태는 어찌보면 잔망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완벽하며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혹여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잘못이 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래 민주당이 발의한 7건의 탄핵안과 9건의 특검법도 원죄는 정부 여당에 있어 발의했다는 식의 억지도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로 여겨진다. 최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6건을 일방적 처리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의 행태에 흠결과 하자가 많았다면 그동안 민주당의 탄핵과 특검 등의 일방 강행처리도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당연히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당 대표 선거의 컨벤션 효과는 접어두더라도 정당 지지율 추세가 여당에게 아직도 밀리며 답보 상태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진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시행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등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이 대표 발언의 명분도 도긴개긴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면 '부자 감세'이지만 이재명 유일체제 민주당이 하니까 '민생 정책'이 되는 논리다. 대표가 중도층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면 그 순간부터 맞는 답이 된다. 북한의 “(노동)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아 정말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다양성 부재와 중도층 외면에다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는 '유일체제' 이재명 대표만을 추종하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가중시키는 '이탐대실(李貪大失)'로 접어드는 기로에 서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정말 어디로 가고있는가?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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