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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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노후 안전판’ 주택연금, 취약계층 혜택 늘려야

주택연금은 소유 중인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일정 수준 돈을 받는 제도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집만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가입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경제구조 특성상 주택연금 역시 '수도권 쏠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입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수도권 거주자다. 수령액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월지급금은 154만4000원이다. 서울이 224만7000원, 전라남도가 67만5000원으로 3배 넘게 차이난다. 더 큰 문제는 연금이 정말 절실한 취약계층이 소외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이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특히 주택 가격이 낮을수록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우대형 주택연금은 집값이 2억5000만원 미만이거나 기초연금을 받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대형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중 상한선(작년 기준 2억원)에 인접한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이는 전체의 47.6%(896명)를 차지했다. 5000만원 미만 가입자 수는 21명(1%), 5000만~1억원 미만 가입자 수는 289명(15.3%)에 그쳤다. 해지자 현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주택가격 5000만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67%에 달하는 14명이었다. 가입 해지 시 불이익이 있음에도 '급전'이 필요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1억5000만~2억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2%(16명)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을 추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낮은 수령액 탓에 '안전판'을 스스로 제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5000만원 미만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자의 지난해 월평균 수령액은 20만원 안팎이다. '우대형' 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가입 가능 상한선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월 지급액 추가 요율 적용 등을 통해 해지율을 낮춰야 한다. 강 의원은 “저가주택을 소유한 취약계층도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노령화와 함께 정년 연장 논의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은퇴자들의 생활자금 마련 고민 역시 우리 사회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 적극 장려하되 소외받는 이들은 없어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한국 에너지정책 수정 불가피

'글로벌 선거의 해'의 대미를 장식할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IRA를 비롯한 기존 바이든의 탄소중립 정책은 크게 후퇴되거나 폐지되고, 석유・셰일가스 등 화석 연료에 대한 지원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럽의회는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우세력이 장악해 현재의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루고, 이후에도 휘발유·경유차 중고차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는 유지하겠지만 가계의 생활비 부담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는 “미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날아온 전혀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공기 속에 숨 쉬면서 불가능한 것에 수조 달러를 쓰며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모두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수백개씩 짓고 있으며 독일도 막 여기에 동참했다“면서 “수낵 총리가 너무 늦기 전에 이런 사기를 알아챈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를 대놓고 부정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이같은 기조는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미국에선 트럼프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ESG는 수익성이 떨어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투자보다는 화석연료를 포함한 인프라 분야 투자로 이동하고 있으며, 안보 이슈로 방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고위관료들로 구성된 또 다른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인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에서도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기후 의제에 치우친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만 높아졌다. 셰일 등 미국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업들도 화석연료 발전원 조기 폐지,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존 기후에너지 공약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역행하는 대출금리에 소비자는 한숨 쉰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을 알아봤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가지고 있는 주담대 금리가 연 3%대인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만큼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고 했으나 갈아탈 만한 상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주담대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졌는데 당시에 대환대출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 혼란스럽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주담대 금리가 들쭉날쭉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7~8월 주요 은행들은 20회여 차례 가산금리를 높이며 대출금리를 인상했고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까지 뛰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지고 있는 시장금리 흐름을 역행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을 문제 삼자 은행들은 한도 조절 등으로 대응하기도 했지만,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고, 대출 취급도 억제하며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사이 예금(수신)금리는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22%포인트(p)로 전월 대비 0.19%p 더 확대됐다. 결국에는 은행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란 명분을 내세우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결국 피해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더 이뤄질 예정이지만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내년까지 가계대출 조이기를 지속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도 동시에 하락해야 한다는 시장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오락가락한 금리 방향에, 이러다가는 운이 좋아야만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겠다는 한숨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가계대출 조이기...누굴 위한 정책인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시중은행을 넘어 이제는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이 당국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 인상,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대출한도 및 만기 축소 등 다방면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이 약 2조원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이달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받고 그래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규제조치를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중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을 둘러싼 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는 속속 인하되는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다. 결국 예대금리차만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올해도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하면서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며 은행권에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하일까, 은행권의 혁신일까.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달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놓고 입장을 번복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은행권에 디딤돌대출 취급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불과 이틀 만에 규제를 잠정 유예하겠다고 했다. 사전 예고, 유예기간을 주고 디딤돌대출 요건을 변경해도 부족할 판에 은행권을 앞세워 서민 실수요자 지원상품인 디딤돌대출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잘못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들끓는 비난 여론을 '오해'라고 발뺌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출 규제는 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에 주어진 책무이자 의무 아닐까.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과열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선의의 투자자 피해 우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두 달 가량 지났다. 그동안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는 물론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던 최윤범 회장 측이 내놓은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까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승부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현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가 출렁이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 1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543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과열되면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83만원과 89만원을 제시하는데 이르자 지난달 15일 고려아연 주가는 80만원을 돌파했다. 양 측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 지속된다는 소식에 연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29일에는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 전 평균 주가보다 3배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고점은 길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30일 하한가를 기록해 하루만에 46만2000원이 급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8만3000원이 추가로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고점에서 산 개인투자자는 이틀 만에 주당 54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 급등락을 예상하고 투자 행위를 한 소액주주 뿐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지금의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탠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고려아연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노조원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진행돼 왔다.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시작됐을 당시 이미 주가가 49만원 이상 치솟았기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 주가가 다시 그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고려아연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선의의 주주들이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쟁이든 장기화되고 과열될수록 그 관계자들의 피해나 손실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나 손실은 분쟁을 주도하는 강자들보다는 그 주위에서 영향을 받는 약자들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마찬기자다. 분쟁 당사자들이 한 발 멈춰 분쟁이 너무 과열되지 않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기자의 눈] 구조조정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한파가 맵차다. 시장 침체 장기화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자회사 분사 및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단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이란 이름의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된 이들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절차의 투명성, 명확한 선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계획안 설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이유에서다. 조직과 사람이 헤어질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기도 하다. 자신이 왜 '자리를 빼야 할' 사람이 됐는지도 모른 채 사측 통보에 짐을 싸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회사 발전에 크고 작게 이바지해 온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희망퇴직의 자발성이 사실상 정리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물론 부득이하게 구조조정을 결정한 후 희망퇴직과 관련해 개인 면담을 시행하는 것 자체는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퇴직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사례가 있단 것이다. 신청 기한을 연장한 후에도 이를 거부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근래 들어선 이 같은 전략이 인력 조정 과정에 폭넓게 쓰이는 모양새다.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이 자회사 전출 대상 직원 설명회에서 “자회사로 이동하지 않으면 태스크포스(TF)에 잔류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멸감과 자괴감에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빚고 있다. 사실상 자회사로 옮기지 않을 경우, 고된 업무를 맡기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내포한 셈이다. 이를 듣는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커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본사에 남아 모욕을 감내하기보단 마음이 편해질 것이란 판단에 자회사 전출이나 희망퇴직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녀를 성인으로 키워 낸 부모 세대다. 희망퇴직 신청 가능 연령대가 30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멀지 않은 미래엔 이들의 자녀들도 같은 일을 겪게 될 지 모른다. 나무에서 썩은 가지를 쳐내는 것과 같이 더 큰 성장을 위해선 때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이런 조치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훗날 회사의 상황이 나아져 다시 인력을 모집할 때 과연 인재들이 믿고 지원할 수 있을까. 옆자리 동료의 밥그릇이 정당한 이유 없이 뺏기는 과정을 목격한 이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구조조정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정부 인증 배터리서 불나면 정부가 책임지나

배터리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가 극심해지자 정부가 나섰다. 배터리 인증제를 시행해 전기차 탑재 배터리에 더욱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민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가 검사한다고 불이 안날 것도 아니며, 만약 정부 인증 배터리서 불이 나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인증제의 기준도 부실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5일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여러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참여한다. 배터리 인증제의 목적은 단순하다. 배터리의 안정성을 정부가 직접 검사해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간 제조사 자기인증으로 이뤄지던 절차에 정부가 개입해 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다소 허점이 많다. 첫 번째로 '정부 인증' 마크를 단 배터리를 정부가 책임 지냐는 것이다. 기존 자기인증 방식에선 온전히 자동차 회사가 책임을 져왔다. 차를 잘못 만들었으니 제조사가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이에 정부가 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에서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불이 난다면 정부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심화된다면 전기차 화재 발생이후 책임을 묻는데 시간이 전보다 더 지체될 것이며 애꿎은 소비자만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두 번째로는 배터리 인증 기준이 팩이 아닌 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반면 대부분 관계자들은 '셀 단위' 인증을 강조하고 있다. 배터리는 셀을 모아 팩으로 구성된다. 보편적으로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팩'이라고 불린다. 현행대로라면 전기차 화재 발생시 '배터리팩'을 조사하기 때문에 셀을 만든 배터리 회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 배터리를 만든 제조사는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배터리 인증제도 발표 당시 '셀 단위' 인증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해당 내용은 빠져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가 허점이 많은 유명무실한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불이 나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받기 위해선 이를 뒤받쳐 줄 믿을 수 있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 그저 보여주기식 제도가 아닌 정말 국민들을 위한 전기차 화재 대책이 나오길 촉구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자의 눈] 위기의 삼성전자, 멍에부터 벗겨줘야 산다

“'앞으로 몇 년 정신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처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은 2012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 CES 현장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현재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그로부터 12년 뒤인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선보였던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은 희미해지고 '추격자' 신세가 됐다. 고 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확실히 뒤졌고,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 부문의 근원적 경쟁력 그 자체라고 평가받던 최선단 D램 개발에서도 뒤처져 반도체 기술력을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부진을 점쳤고, 이는 실적 발표날 사실로 드러났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반성문으로 절치부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반도체=삼성전자'라는 공식이 당연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추락했나.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지나친 원가 절감도 타당한 지적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주요 프로젝트 지연 초래에 있다.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할 시기를 놓쳐 2016년 11월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구속을 피하기 위해 사외이사도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들을 선임해 대관에 신경 써 총수 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기술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들끼리만 △미래 기술·디자인 데모 △가전사업부·시스템 반도체·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운영 현황 보고·현장 답사·사업 전략 논의 △신제품 언팩 행사 참석·제품 전략 논의 △모바일·메모리 현황·전략 제품 서비스·사업 경쟁력 논의 등을 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과연 이것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위시한 전사적 제품력이 경쟁사에 밀린 이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삼성전자 측은 “기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어 제한을 뒀다"고 했다. 대만반도체제조(TSMC)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유명 인사들을 저인망식으로 긁어모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어딘가 고장난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 건 혹세무민을 일삼는 학자들과 정치권, 그에 기생하는 언론과 시민 단체들이 숨통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툭하면 '삼성 국유화론'과 자녀 승계 금지를 주장해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우리 사회는 삼성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불꽃 튀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멍에부터 벗겨줄 필요가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수첩] 이디야커피, ‘결정적 한방’ 필요하다

“이디야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요. 마케팅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결정적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죠." 최근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난 커피 전문점 관계자가 전해준 이디야커피 평가였다. 창사 이래 첫 대대적인 리브랜딩(rebranding)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애매해 업계와 소비자에 각인될 '뚜렷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문제는 이디야커피가 이르면 올해 연말께 구체화된 리브랜딩 계획을 공개한다고 예고했으나, 10월 말이 다 돼서도 아직 이렇다 할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디야커피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0.8% 줄어든 2756억원으로 2012년 기업공개 이후 첫 마이너스를 거둔데다 리브랜딩에 따른 막대한 비용 투자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디야커피는 리브랜딩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나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이디야커피가 최근 창립 이래 처음으로 유명배우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한 것을 리브랜딩 첫 단추로 보거나, 올해 산리오캐릭터즈·짱구·캐치!티니핑 같은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회의적 반응이 따라붙었다. 즉,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본질인 상품과 가격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였다. 지난 2001년 출범한 이디야의 가맹점 폐점률은 2021년 2.9%에서 이듬해 6.5%로, 같은 기간 계약해지 매장 수도 88곳에서 196개로 악화됐다. 개별 매장의 평균 연매출도 2019년 2억1693만원에서 2022년 1억8986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아메리카노 기준 1000원대 초저가 대용량 커피마저 등장한 상황에서 이디야커피의 '3200원' 가격경쟁력은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가맹점 수익 때문에 저가 조정이 어렵다면 현형 중저가 포지셔닝을 과감히 탈피하는 게 생존전략일 것이다. 이는 '디저트 특화' 브랜드로 고급화에 나선 투썸플레이스처럼 뼈를 깎는 리브랜딩 변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시장에 새로운 '이디야스러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을 놓고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고, 소비자들도 너그럽지 못하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재차 확인된 두산의 속내와 규제 필요성

두산 그룹의 새로운 사업재편안은 기존과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다. 또 한 번 두산밥캣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평가방식을 사용했다. 과거와 평가방식이 달라졌지만, 밥캣의 가치를 주식시장의 기업가치로 평가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밥캣의 기업가치는 4조 2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헐값 매각 논란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과거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잉거솔랜드(현 두산밥캣)를 인수했던 49억불(당시 한화 4조 5000억원, 현재 환율 기준 약 7조원)에도 미치는 못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 금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로보틱스에 매각하려 한다. 두산밥캣의 실적이 악화된 것도 아니다.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은 △2020년 3938억원 △2021년 5953억원 △22년 1조716억원 △23년 1조3899억원으로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현금도 넉넉히 보유하고 있어, 차입금을 갚고도 남는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밥캣의 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2.5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게 된다. 일반적인 기업간 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6~8년은 필요하다. 게다가 밥캣은 세계 1위 소형 중장비 업체다. 미국 내에서도 입지가 상당하다. 성장하는 공룡인 세계 최고 국가 미국 내 입지 역시 상당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저평가 상태로 매각하는 것은 매수자가 두산그룹의 특수관계자인 두산로보틱스이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자 사이의 매각은 여러 논란을 낳는다. 거래 상대방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제인이라면 하지 않을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개연성이 있다. 그렇기에 세법은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란 규정을 따로 두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모든 계열사의 주주에게 이득이 되며 사업적 시너지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사업적 시너지를 미래가치로 담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비로소 의미가 발현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가치평가 방식 중 미래가치를 충분히 반영되는 방식들은 충분히 많다. 그렇기에 두산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주주들에게 확인해 주면 된다. 당국은 두산의 행동 없는 시너지를 용인해선 안된다. 만약 용인한다면 그간 당국이 보였던 리더십 역시 180도 뒤집힐 수 있다. 그렇기에 당국은 두산이 행동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입증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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