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1년 만에 또다시 높였다.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원가 인상분 반영 등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출 차질 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정부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요금도 서울 집값처럼 '오늘의 가장 싸다'는 말을 들을 공산이 크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확대, 전기차 보급 증가, 전기로 건설을 비롯한 요인이 있다. 가정에서도 인버터 등 가전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충분한 공급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공급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2036년까지 전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석탄화력발전은 올 1~8월 기준 전체 발전량의 28.5%를 차지하는 주요 발전원이다. 국내 발전량의 13%가 넘는 전력이 12년 안에 사라진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제성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따른다. LNG발전 정산단가는 유연탄·무연탄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LNG값이 급등하고 각국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달 태양광발전 정산단가는 kWh당 145.8원, 풍력은 136.0원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석탄화력발전 보다 낫지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이행비용정산금 등을 합한 수치는 이를 훌쩍 상회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이 부담한 RPS 관련 비용은 4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히는 원자력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지연에 직면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장소를 찾지 못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꿈도 꿀 수 없다. 원자력업계는 2030년대 중반부터 기존 원전의 가동 중단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결국에는 민생을 이유로 억눌렀던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도 이뤄질 수 있다. 국민들도 기후변화로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는 가운데 쉽게 냉·난방 할 수 있도록 여야가 마음을 모으길 기대하고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