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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덕도신공항 문제, 새 정부 직접 나서야

“우리라고 왜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일부에선 현대건설이 떼돈을 벌려고 일부러 공사를 시작도 안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무조건 기한 내에 공사를 끝내라고만 하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지난달 말 만난 현대건설 한 관계자의 한탄이다. 듣는 순간 현대건설은 이미 가덕도신공항 공사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가 명확하게 공사 진행 여부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아 기사화 하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대화를 주고받은 지 열흘 남짓 지난 후 결국 현대건설은 가덕도신공항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현대건설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다가 회사가 위기 상황에 빠질 수는 없으니 '차라리 공사를 접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현대건설 단독 시공 사업장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지분 25.5%를 들고 있는 주관 시공사이긴 하지만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각각 18%와 13.5%의 지분을 들고 시공에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사업 불참 결정을 내리면서 공사 파트너인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측과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해당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현대건설이 불참 선언을 한 지난달 30일 당일에서야 언론을 통해서 사태를 파악했다고 한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사업에 빠지면서 허공에 뜬 상태가 됐다. 앞으로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자 두 회사 관계자들은 “주관사가 못하겠다고 빠진 상황에서 당장 뭐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난감해 했다. 이번 사태는 시공사와 현지 이해 관계자들의 감정 싸움이 결국 파국에 이른 결과다. 그 피해는 부산 시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처럼 당사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땐 중간에서 조정에 나서는 것이 정부 당국의 일이다. 이번 문제에 있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과연 얼마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가 무조건 현대건설을 상대로 공사기간을 지키라는 윽박만 지른 것 같다는 것이 현대건설과 국토부를 출입하며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다. 가덕도 신공항 사안은 정권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산적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정부에선 국토부가 부디 '운영의 묘'를 발휘하길 기원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공약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즉 낮은 가치 산정에 시달려왔다.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온 결과다. 6·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상법 개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세제 혜택 확대를 중심에 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목표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는 독립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투표 의무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의 정책에 포함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를 일정 배정하는 제도와 소액주주 회수 기회 보장을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도 추진될 예정이다. 상장사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상법 개정이 추진되면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투자 기업의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런 제도 변화는 기업들이 주주로부터의 감시와 견제를 더욱 강하게 받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실행 과정에서 반발과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후보 측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해서는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 주주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사외이사 전문성 제고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 우선 배정, 경영권 변경 시 소액주주 권익 보호, 주주총회 소집기한 연장,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도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공약들이 실행 여부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 공모주 제도 개선, 금융 범죄 대응 강화 등은 국회 논의, 예산 확보, 민간 참여 등 다수의 절차를 거쳐야만 실현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역시 정책적 의지 외에 외국인 투자환경, 외환시장 접근성, 기업 공시 수준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단기간에 이루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장기 과제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저마다 해법을 내놨지만, 시장 신뢰는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이번 대선 역시 공약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약에서 실행으로 이어질 때만이 투자자들의 신뢰가 돌아오고, 시장은 비로소 저평가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던진 약속들이 이번에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기자의 눈] HMM 본사 이전의 경제학

HMM이 대선 정국에서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HMM 본사의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진행된 마지막 TV 토론회와 지난 14일 부산 유세에서 HMM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강조했다. HMM이 민간기업이지만 현재 정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HMM에 대한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지분 71.69%와 국민연금 지분 6.02% 등 77.71%의 지분을 갖고 있긴 하다. 그러나 국민의힘·개혁신당 등으로부터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HMM 관련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HMM의 부산 이전이 선거 공약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총선, 지자체장 선거는 물론이고, 제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가 부산 9대 공약 중 하나로 HMM 부산 이전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 기업 이전이 정치적 고려가 아닌 경제 논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현실화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공약이었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산업은행은 공기업 중 자산 규모나 역할이 커 이전 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HMM도 다르지 않다. 고객사인 화주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해외 고객사를 응대하기에도 서울이 훨씬 낫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해운업이 글로벌 영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사 이전으로 경쟁력이 상당히 흔들릴 수 있다. 또 HMM은 민간기업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산은·해진공이 최대 주주이나 이들이 HMM을 지속적으로 소유해 사업을 영위할 것이 아니기에 본사 이전과 같이 중대사를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HMM 인수를 원하는 원매자가 본사 이전을 찬성할지도 미지수다. 자칫 HMM의 가격이 낮아져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의 최대 회수를 저해할 요인도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 산업은행의 손을 거칠 기업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을 모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이 아닌 어딘가로 본사를 이전시킬 수는 없다. HMM의 본사 이전이 진정으로 동력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밀어붙이는 것을 넘어 서울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자진해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정 HMM과 부산시를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할 때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기자의 눈] 구멍 뚫린 사이버 방패, 줄줄 새는 개인정보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먼저 가 있던 개인정보가 마중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러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화제를 모았다. '반려동물' 대신 '개인정보'를 넣어 부실한 관리 체계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기업 차원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단 데 이견을 표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도 많은 지적거리가 나와 더 언급하기 입아플 지경이다. 국민들은 “내 개인정보는 나도 못 해본 세계여행을 이미 끝마쳤을 것 같다"는 자조적인 말을 꺼낼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이제 우리가 짚어야할 건 초기 대응 너머에 산적한 문제들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땜질과 책임을 면피하려는 태도에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해킹 사고 수습은 해커를 찾아 처벌하는 한편, 원인 점검 후 빈틈을 메꾸는 데 그쳤다. 이 때 예산을 푸는 건 잠시뿐, 일정 수준 수습되면 보안은 다시 후순위로 밀렸다. 문제는 또 있다. 사고 발생 이후 고객들의 트라우마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 수 있는 기관이 없단 것이다. 고객이 기업 등지에 본인이 겪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유구하지만, 어디까지나 물질적인 내용에 그친다. 잦은 사고 여파로 보이스피싱·스미싱은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다. 때문에 기존보다 스미싱 빈도가 더 높아지면 '어디서 또 개인정보가 유출됐나' 지레짐작할 뿐이다. 이것만으론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기업으로선 책임을 피하기 유리하다. 기업들은 양자암호통신 등 기술을 앞세워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위약금 문제엔 뒷짐져 왔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운 정부는 “보안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조사 종료 이후의 대책은 아무도 꺼내지 않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듯 보안 시스템 강화에 그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이번 사고 여파를 끝까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는 태도로 고객 피해 보상책까지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행여 너무 많은 비용 손실이 발생해 회사 존립에 문제가 생긴다면, 평소 개인정보 보호를 신사업 뒤로 미뤄온 업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전기차 캐즘? 이제는 ‘스태그네이션’

전기차 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캐즘'이다. 시장이 형성 초기 대비 크게 주춤하면서, 이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됐다. 그러나 최근엔 캐즘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캐즘이란 '일시적' 침체를 뜻한다. 하지만 2023년부터 시작된 이 하락세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선 캐즘을 넘어 장기적이고 구조적 침체 국면인 '스태그네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캐즘은 혁신 제품이 초기 수용자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겪는 일시적 수요 정체를 의미한다. 반면 스태그네이션은 장기간 지속되는 성장 둔화나 정체를 뜻하며,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후자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줄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폭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단일 국가의 판매량이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710만대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2022년 60%, 2023년 33%에서 점차 둔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2024년 판매량이 3% 감소하는 등 역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도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으며, 중국 시장만이 40%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정체 원인으로는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한계, 소비자 수요 포화, 기술적 한계와 비용 부담 등이 지적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기차 침체 극복은 단순히 보조금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이제는 구매 보조금에서 벗어나, 인프라 투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으로 정책을 다변화해야 한다. 우선 충전 인프라 혁신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충전소 확충과 표준화, 지역 맞춤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개발에도 대폭 지원이 필요하다. 전고체, 소듐이온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 자동화, 재활용 등을 지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단순한 초기 수요 정체를 넘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이 현실을 직시하고, 인프라 확충과 기술 혁신, 정책 다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자의 눈] 써니항공 비행 일지 조작 사태, 도덕적 해이 넘어선 범죄 행위다

“모든 비행 규정은 피로 쓰였다.(All aviation regulations are written in blood.)" 1903년 12월 17일, 윌버·오빌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제작해 사람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이래로 지난 121년 간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때마다 각종 안전 규제가 만들어졌고, 전세계 항공 안전 기관의 표상과도 같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희생된 이들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며 이 같은 자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FAA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안전 불감증의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써니항공에서 일부 군 출신 조종사 훈련생들이 사업용 육상 다발(MEL) 조종 자격 증명을 위한 비행 시간 등 훈련 기록을 담은 비행 기록 일지(로그북, Logbook)를 조작한 사실이 항공 안전 감독(ASI)을 통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항공 전문 교육 기관에서 10시간 넘는 비행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써니항공은 4주 간 비행 교육 12시간·비행 훈련 장치(FTD) 3시간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훈련생들은 비행 실습 교육을 불과 1~2시간만 듣는 등 정상 범위에서 한참 벗어났음에도 교육 과정을 다 마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 이에 따라 관리·감독 기관인 부산지방항공청이 관련 사건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로그북은 조종사 자격 취득과 경력 관리의 핵심 자료로, 실제 비행 또는 시뮬레이터 훈련 시간을 기록해 항공사 입사·승급·자격 유지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로그북 조작은 항공 교통 안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중대한 범죄 행위다. 아무리 오토 파일럿 시대라지만 항공 안전은 여전히 조종사의 숙련도와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허위 경력으로 미숙한 조종사가 양성될 경우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무고한 수백 명의 승객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비행 사고의 대부분이 인적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현재 국토부는 항공 전문 교육 기관 운영 승인·지정·관리 감독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급 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국토부가 인가한 써니항공이 발급한 경력 증명서를 믿고 면장을 내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신규 기재 도입 계획에 따라 일부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거짓 경력을 써낸 이들을 부기장으로 채용해 제트 엔진 한정 자격 증명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 자체로 업무 방해죄에 해당하는데, 차후 해당 부기장들에 대한 자격 박탈 조치가 뒤따르면 유형의 손실을 떠안는다. 현행 항공안전법 제43조는 '항공 종사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 증명이나 항공 신체 검사 증명 등을 받은 경우 국토부 장관은 취소 또는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효력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잖아도 최근 국내에선 대형 항공 사고들이 연달아 터져 전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돼있는 상태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관계 당국의 훈련 기관·항공사·관련자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전수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 처벌이 시급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또 ‘인명 사고’, 또 ‘SPC’

또 SPC그룹이다. 잊을만 하면 발생한 계열사 사업장의 산업재해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식품그룹 SPC에서 다시 인명사고가 터졌다. 과거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던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며 다시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SPC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장 가동 중단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재발되는 인명 사고 탓에 SPC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 그지없다. 산재 발생과 인명 피해, 기업의 사과와 안전대책 약속이 반복되면서 SPC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진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 3년 간 SPC 계열사에서 총 3건의 사망, 5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첫 사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허영인 회장이 1000억 원을 투자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번 인명사고로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SPC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안전경영 레터'를 통해 그동안 안전설비 확충·장비 안전성 강화·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작업환경 개선 등을 수행하며,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예산(1000억원)의 약 84%인 835억원을 집행했다고 홍보했다. 이같은 SPC 산재예방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진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이번 시화공장 인명사고로 그 진의가 의심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당장에 일각에선 소비자 불매 움직임이 있어 SPC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사고가 난 시화공장이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크보(KBO)빵'의 주요 생산공장이어서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더라도 산재, 그것도 인명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 기업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SPC는 뼈를 깎는 노력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면 내부 안전경영 전면 재검토, 작업장 안전시설 개편, 작업현장 종사자 안전의식 개선 등 사운을 건 전사적 캠페인으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언제쯤 대선 공약집에 금융산업 발전 방안 담길까

6.3 조기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았다.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은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후보들의 공약집에서 금융 관련 공약이 소상공인 지원·대출 부담 완화를 비롯한 정책금융에 국한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공지능(AI)·방위산업·에너지 등의 분야에 각종 공약이 집중된 반면 금융 분야는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인다. 요식업을 비롯한 소비업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취약 차주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도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 결여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재명 후보의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김문수 후보의 신용카드 캐시백 제공 등은 금융사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앞서 민주당이 주장했던 횡재세 이슈가 금융권 안팎의 비판을 받고 수그러들었으나, 상생금융을 비롯한 다른 형태로 녹아드는 셈이다. 높은 은행 의존도와 가맹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금융사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대상 은행을 확대하고 자본요건을 강화하는 '바젤3 엔드게임' 대폭 수정 또는 폐지 △인수합병(M&A) 심사 기준 완화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수수료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에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천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대 대선에서도 금융 분야는 소외됐었다. 당시 안보 분야에서 진보·보수 후보간 입장이 명확히 갈라지면서 공방이 벌어졌지만, 금융 부문의 경우 금융사고 방지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책이 언급됐을 뿐 큰 쟁점이나 이슈가 된 정책·공약은 없었다. 20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영업자 손실보상 프로그램(50조원 규모) 및 소액채무 원금 감면폭 대폭 확대,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 대상 기본소득과 최대 1000만원 장기·저리 기본대출을 비롯한 공약을 내놓았다. 두 후보 모두 여의도와 전북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발전시킨다고 했으나, 기존에 있던 계획과 유사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도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금융당국 구조개편이 그나마 금융산업 분야 공약으로 포함될 수 있는 정도다. 지난해 IMD가 전 세계 67개국을 대상으로 금융산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대한민국이 20위로 나타나는 등 민·관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기 정부와 국회가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 금융사들이 '밸류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구별없는’ 대출 정책에…투기는 못잡고 실수요자는 발동동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월 1일 도입을 앞두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20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시행방안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스트레스 DSR이 전 금융권에 적용되는 것이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3~5% 줄어들게 된다. 예를들어 연소득이 1억원인 대출자는 3300만원, 5000만원인 대출자는 1700만원 가량의 대출 한도가 감소하게 된다. 문제는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차주들이다. 당국이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하겠단 의도는 알겠지만, 당장에 터져나온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손발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주담대 한도가 수천만원씩 감소하게 되면서 주택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실수요자 중에서도 무주택자나 중저소득층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재한데, 현재 대출 한도 축소에서 보호받는 별도의 완충책이나 예외 규정이 뚜렷하지 않아 피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출을 옥죈 상황에서 수요가 한꺼번에 쌓이다보면 대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오는 대선 이후 정권에 따라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르기에 당장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달여 후 정책을 도입해야하는 은행권도 난감하다. 대출 수요 자체를 틀어막지 못하기 때문에 대출시장 혼란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엔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로 즐비한데, 당국은 대출 총량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정책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에 투기를 잠재우거나 집값 자체를 누르는 일도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경기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고 수요자들의 발목을 묶는 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대출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찬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발을 묶으면서 지방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경기 회복 지연을 부추기는 셈이다. 당국은 지방의 정책 시행은 늦춘 상태지만 상품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괄적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요구하면서도 핀셋 조치 없이 서민과 청년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꺾으면 결국 집값도 주거문제도 잡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투기는 잡고 실수요는 돕는 정교한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분양가상한제 폐지, 내 집 마련 더 어려워진다

“공사비는 치솟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재개발·재건축 조합 26곳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자재·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택 품질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 측은 이 제도를 공급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규제로 보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는 단순한 공급 제한 장치가 아니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이자 주택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완충장치다. 이 제도가 없으면 분양가는 시장 흐름에 따라 끝없이 치솟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청약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거나 전세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전세난 심화로 이어진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사비 급등과 함께 분양가 규제가 일부 해제된 이후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2023년 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강남 3구·용산 제외)을 제했다. 그러나 그 결과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2018년 2월(2192만1000원)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분양가 급등은 청약통장 무용론으로 이어졌고, 실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론 공급자 입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은 있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층간소음 규제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등 새로운 시공 기준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기준 충족 시 공사비는 최대 35%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곧바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연결돼선 안 된다. 이미 해제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규제를 풀면 공급은 더디게 늘고, 분양가만 먼저 오르며 수요자 부담을 키운다. 정책은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의는 품질 개선과 공급 확대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과 주거 불안이라는 대가도 따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가격 안정과 공급 활성화가 함께 갈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공급자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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