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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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기요금, 비싸졌지만 오늘이 가장 저렴할수도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1년 만에 또다시 높였다.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원가 인상분 반영 등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출 차질 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정부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요금도 서울 집값처럼 '오늘의 가장 싸다'는 말을 들을 공산이 크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확대, 전기차 보급 증가, 전기로 건설을 비롯한 요인이 있다. 가정에서도 인버터 등 가전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충분한 공급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공급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2036년까지 전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석탄화력발전은 올 1~8월 기준 전체 발전량의 28.5%를 차지하는 주요 발전원이다. 국내 발전량의 13%가 넘는 전력이 12년 안에 사라진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제성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따른다. LNG발전 정산단가는 유연탄·무연탄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LNG값이 급등하고 각국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달 태양광발전 정산단가는 kWh당 145.8원, 풍력은 136.0원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석탄화력발전 보다 낫지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이행비용정산금 등을 합한 수치는 이를 훌쩍 상회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이 부담한 RPS 관련 비용은 4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히는 원자력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지연에 직면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장소를 찾지 못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꿈도 꿀 수 없다. 원자력업계는 2030년대 중반부터 기존 원전의 가동 중단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결국에는 민생을 이유로 억눌렀던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도 이뤄질 수 있다. 국민들도 기후변화로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는 가운데 쉽게 냉·난방 할 수 있도록 여야가 마음을 모으길 기대하고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눈] 삼성전자의 ‘감히’ 문화, 혁신의 발목 잡는다

지난 11일 밤 김포공항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귀국을 기다리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삼성전자가 급히 공지한 자리였다. 이 회장의 귀국 소식에 기자들은 반도체 위기와 하반기 인사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장의 기자들은 질서 있는 취재를 위해 대표 질문자를 선정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을 준비하며 이 회장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 회장을 기다리며 현장의 삼성전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크게 실망한 일이 있다. “이 회장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으신거냐"고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물어보자 그 직원은 “감히 삼성 내부에서 이 회장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가볍게 답한거겠지만 내심 충격적이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수장과 직원들 사이의 소통이 이 정도로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은 크게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감히"라는 표현에 담긴 함의는 삼성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 시장 대응 실패, 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과 구성원 간 소통 부재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과 혁신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수직적 위계를 넘어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 부재가 삼성의 일상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조차 경영진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적 부진이나 경영 전략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질문이나 토론이 제한되며, 임직원들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감히'로 상징되는 경직된 조직문화는 삼성의 혁신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미국과 대만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성장하는 동안, 삼성은 관료주의적 문화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건설적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열린 대화, 수평적 의사소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삼성전자는 조직 문화의 혁신 없이는 재도약이 어렵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탄소중립’ 시대 리모델링 홀대 말아야

“정부 정책에 리모델링만 쏙 빠져 있다. 리모델링이 도시 정비 사업의 한축으로 자리잡으려면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 리모델링업계 관계자의 호소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선 각종 규제 완화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주택 공급 수단인 리모델링은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마감재 등 일부 설비를 교체해 노후화된 건축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고 주택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길게는 100년간 쓸 수 있는 주택을 함부로 허물고 새로 지으면서 자원과 돈을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장점도 많다. 재건축, 신규 건축보다 공사기간이 2년 안팎으로 짧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에도 필수다. 골조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절약 및 탄소 배출 저감 등의 효과가 크다. 재건축이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준공 15년 이상이면 가능해 노후주택을 신속하게 재정비할 수 있다. 주택 공급 효과도 크다. 서울 시내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42곳(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으로 12만 가구가 넘는다. 잘 추진되면 10년간 약 14만가구가 신규 공급되며, 이중 일반 분양도 2만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오히려 규제만 강화됐다. 지난해 법제처는 1층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에 따른 1개 층 상향도 수직증축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도 가구 수가 늘지 않는 필로티와 1개 층의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해 리모델링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현재 수직 증축이 허용된 사례는 기존 15층을 18층으로 증축해 29가구를 추가 공급한 서울시 송파구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뿐이다. 다수 조합에서 추진 중이나 대부분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내력벽 철거도 당국이 판단을 미루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5년 내력벽 철거와 관련된 연구 용역에 나섰다. 이후 2019년 2차례에 걸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발표를 미뤄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 주택 수명 연장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리모델링도 재건축 못지 않은 훌륭한 수단이다. 정부는 리모델링 홀대를 멈추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기자의눈] “대출잡겠다”…‘충실한’ 당국 목표의식 뒤에 결여된 취약층 고려

금융당국이 오는 23일 2금융권에 번지고 있는 풍선효과 차단을 목적으로 회의를 연다. 지난 15일 점검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슷한 회의를 개최한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번 회의에서 2금융권의 풍선효과 방지에 대한 압박이 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증가폭이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가 '대출 조이기'에 성공했지만 그러는동안 2금융권의 증가세는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보험사는 4000억원, 새마을금고는 2000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전체 수준을 넘어섰고, 집단대출 외에 개별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명백한 풍선효과 발생 과정에서 대출수요자 중 가장 대응력이 부족한 서민과 취약차주층의 피해 급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금융권 대출 증가세를 급히 틀어막으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자, 금융사들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문턱을 높였다. 2금융권의 대출에서도 밀려난 이들은 기타 사금융이용이나 최고 금리 상품의 문이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 증폭에 불안감이 커진 2금융권은 당국 눈치보기와 '건전성 뇌관' 잠재우기라는 숙제가 생겼다. 당국의 충실한 목표의식에 의해 2금융권 대출문까지 막히게 된다면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층의 고통은 향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가 최대 9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적지 않은 서민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국은 최근 꺾인 은행권의 가계대출 기세를 확인했음에도 2금융권에 대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50%인 2금융권 DSR 한도를 1금융권(40%)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금융권 대출마저 급격히 조여져 취약차주들의 급전창구 감소가 현실화되면 이들의 제도권 금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의 자금줄을 막지 않게 함으로써 정부의 목표의식이 엄한 곳에 휘둘리는 칼이 되지 않도록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혁신 막힌 리걸테크 갈등, 법무부 적극 나서야

신·구업계 사이의 갈등은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지만 리걸테크(Legaltech, 법률+기술) 업계는 그중에서도 다툼이 심한 편이다. 특히, 법조계는 변호사가 아닌 일반 이용자가 법률관련 인공지능(AI) 기반 채팅봇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넥서스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손잡고 지난 3월 출시해 약 5만 5000명이 활용한 법률 무료 채팅봇 서비스 'AI대륙아주'는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법인·소속 변호사 징계개시 청구 결정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며 업계의 우려를 샀다. 변협은 넥서스 AI가 AI대륙아주를 통한 광고로 경제적 이익을 거둔 것이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로 변호사 아닌 자가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AI대륙아주'가 갈등에 휩싸임에 따라 지난달 스타트업 엘리먼츠가 출시한 법률 AI 채팅봇 서비스 '노크'의 장기 운영 가능 여부도 논란이다. 다만, '노크' 관계자들은 변호사가 아닌 AI기술 전문가들로 변협의 실질적인 징계가 불가해 엘리먼츠 측은 타격이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AI 리걸테크 산업은 오는 2027년 356억 달러(약 4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유망 시장이다.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해외에서는 이미 1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구업계 사이 갈등으로 스타트업에 제동이 걸리며 혁신기술 개발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고위험 AI의 신뢰성 및 안전성 확보 문제가 있는 B2C(기업 대 소비자) 서비스 뿐 아닌, 변호사나 기업인 대상 B2B(기업간 거래) 기능 개발도 규제의 문턱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발의된 리걸테크 진흥법도 기능 출시 이전 법무부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골자로 해 기기능을 테스트하는 베타서비스를 통한 검증이 어려워 투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법안"이라 반발할 정도다. 국내 기업의 기술 혁신이 막힌 와중에도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은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국내 시장 점유율 확보를 노리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규제로 발목이 묶인 사이 해외 업체들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법률 AI 활용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 리걸테크 생태계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신·구업계 갈등을 해소하고 기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법무부가 리걸테크 가이드라인 제시에 보다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기후위기가 흔드는 밥상…위협받는 식량안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도 그 위기가 실감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흔했던 식자재들을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사치품'이 돼가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로 인한 현상으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일부 외식업체와 베이커리 체인에서 토마토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만 봐도 기후위기가 우리 먹거리에 얼마나 깊숙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올여름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가 농작물 생육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농산물의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작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추, 무, 귤, 사과 등 다양한 농작물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가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품목들이 이제는 기후위기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해지면서 소비자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 문제는 국민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으로 기후위기는 더 빈번하고,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구가열화로 인해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는 환경에 살고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2040년의 기후 조건을 예측해 서양배 재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품종 개발과 농업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대책은 매우 미흡하다. 최근 국정감사에 따르면 5년간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연구용역을 단 한 차례밖에 발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식량안보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정부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것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에 맞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대응은 단기적인 대책을 넘어서야 한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농작물 수급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인 연구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식탁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식량안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토종 OTT ‘숏폼’ 콘텐츠 도입 망설일 이유 있나

콘텐츠 시장 내 '숏폼'의 인기가 연일 화제다. 15초~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제작한 숏폼 콘텐츠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됐다. 현재는 1인당 월 평균 숏폼 앱 사용 시간이 여타 앱의 7배가 넘는 52시간이란 조사 결과가 대변하듯 숏폼은 전 국민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숏폼이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면서 롱폼 위주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영역을 확대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최대 관심사는 토종 OTT의 숏폼 콘텐츠 도입 여부다. 숏폼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밀리는 토종 OTT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OTT 시장의 절대 강자는 넷플릭스다. 초창기 대비 영향력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측면 국내 시장 유일한 1000만 앱이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막강한 자금력'과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흥행몰이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의 제작비는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공개를 앞둔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의 제작비는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일부 토종 OTT의 특성상 예능 제작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건 부담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데 1000억원을 들이는 건 더더욱 힘들다. 숏폼 콘텐츠의 강점은 적은 제작비다. 2분 이내 드라마 50부작 기준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흑백요리사의 100분의 1 제작비로 이용자의 관심을 불러오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왓챠 외에는 토종 OTT의 숏폼 콘텐츠 도입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왓챠는 최근 숏폼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선보였다. 다만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OTT 시장은 결국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이 살아남는 곳이다.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려면 결국 더 나은 '한방'이 필요하다. 숏폼의 인기는 어쩌면 토종 OTT에게 기회일 수 있다. 숏폼 콘텐츠를 통해 막강한 자금력으로 대작을 선보이는 데 혈안이 돼있는 넷플릭스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트렌드는 급변하기 마련이다. 대세가 됐을 때 잡아야 한다. 토종 OTT들이 숏폼 콘텐츠로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 ‘얼죽신’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신축 아파트들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 6~8월 석달 새 무려 5.7%나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3.1%)의 두 배에 가깝다. 얼죽신 열풍은 고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주변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상품성을 갖춘 신축. 즉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쏠리고 있다.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3.3㎡(평)당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날 발표한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4424만1000원에 해당한다. 전년 동월(969만7000원) 대비 38.00%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향후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 예상이 기름을 끼얹었다.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린 후 출생한 30대들이 주택구매연령으로 성장하면서 주거환경이 우수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이상한 것은 오히려 분양을 위해 필요한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45만7228명으로 전월 대비 3만2635명, 전년 동월과 비교해 35만8657명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가점을 주는 청약제도의 특성과 감당할 수 없이 올라간 고분양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쟁률이 워낙 높은 데다 당첨된다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분양가가 비싸다. 중산층 젊은이들조차 '그림의 떡'으로 여기며 청약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시내 분양가는 3.3㎡당 4311만원으로 전용59㎡(공급 25평)형은 11억원, 전용 84㎡(공급 34평)형은 15억원 정도로 부모님 도움 없이는 꿈도 못꿀 형편이다.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입성이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이 된 현 시점에,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비현실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양극화가 고착되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희망도 사라지고 말것이다. 정부가 현명한 대책을 통해 불씨를 살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기자의 눈] 국내 증시를 믿고 싶다

“이러니 다들 미국 주식만 하죠. 코스피에 투자해봐야 오르질 않는데." 개인 투자자들의 푸념이 아니다. 이 발언은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그만큼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암담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연초 정부가 내세운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행 초기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손꼽아 기다렸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는 2600선을 지키기도 버겁다. 당장 본인부터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년간 보유하던 국내 주식을 7월경 모두 정리했는데, 8~9월을 거치며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0~2021년에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잃고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장기투자와 퇴직연금 투자를 강조하지만, 이는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 주식 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침체,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같은 악재에도 증시는 꾸준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손을 뻗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밸류업'만 외치면서도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은 의문스럽다. 부동산에 쏠려있는 자금의 자본시장 이동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국내 증시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만 봐도 그렇다. 뉴욕 증시가 장기간 우상향하는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강력한 세제 혜택이 꼽힌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장기 보유할 때 얻는 소득세 감면, 재투자 및 배당소득세율 우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 장기화로 증시에 불안을 일으키는 우리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세제 혜택은 단순히 투자 수익을 높여줄 뿐 아니라, 신뢰 강화로 자금이 증시에 머물러 상승 요인이 된다는 점을 정치권이 강력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 아니라고 말할 용기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파행되는 일이 있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노트북에 붙인 '기후파괴범 윤석열' 스티커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떼라고 항의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 의원의 문구를 두고 “비과학적이고 사실적이지도 않다. 기후변화 문제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안다면 기후파괴범 바이든, 시진핑 이렇게 했으면 용납하겠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물론 여당 의원이니 현 정부를 비호해준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후환경 전문가 출신이 하기엔 이 바닥에선 신성모독 수준의 말이다. 다들 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대응을 재촉하는 데 열중하느라 쉬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보다 보면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악영향을 주는 무리한 정책 방향을 요구하는 데 빠질 수 있다. 환경부도 기후악당 프레임에 넘어간 모습이다. 최근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 비중 21.6%를 상향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묵살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마라톤 코치가 마라톤을 2시간 이내로 완주하라고 요청한 걸 선수가 못 받아들이면 그게 묵살인가. 환경부는 11차 전기본 실무안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태양광 수력 발전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적극 활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율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력 발전은 조그마한 소수력 발전을 말하는 건지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2030년까지 신규 수력발전은 없다 봐야 한다. 결국, 태양광을 우겨넣어 2030년까지 21.6% 이상을 채우라는 건데 이는 지금도 위태로운 전력수급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0%인 지금도 봄이나 가을에 한낮의 태양광 발전량이 순간 전체의 30% 이상까지 치솟는다. 만약 21.6%면 태양광 발전량이 한낮에 순간 전체 발전량의 50% 이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도 전력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태양광이 늘면 화력 발전을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직적인 원자력 발전을 미리 꺼놔야 한다. 시간 단위로 요동치는 태양광 발전량을 보완하는 건 유연한 화력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전을 줄이면 탄소배출량은 늘어난다. 풍력 발전에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풍력은 배정된 2030년 목표 할당치를 채우기도 버겁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를 넘긴 일본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수력 발전량이 10배 이상 많은 나라다. 한 기상 전문가의 말도 떠오른다. 일본은 서쪽과 동쪽으로 긴 나라로 나라 전체로 보면 해가 길게 떠 있어 우리나라보다 태양광을 하기 유리하다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 개편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등 우리 사정에 맞춰서 태양광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때 급하게 태양광을 늘리느라 생긴 부작용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허용 수치를 넘어 태양광을 받아들였고 지난 2021년부터 태양광 보급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자책하고 급해지는 건 오히려 독이다. 2030년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중간 과정일 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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