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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호화여객선 타고 ‘그린보트’ 캠페인이라니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캠페인이 환경단체 사이에서 논란이다. 그린보트란 내년 1월 16일~23일, 7박 8일 동안 부산부터 대만, 일본 주요 도시 등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말한다. 환경재단은 단순 크루즈 여행이 아닌 친환경 교육과 같은 여러 환경캠페인을 그린보트를 통해 하겠다고 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그린보트를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라고 비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환경캠페인을 호화 여객선인 크루즈에서 한다 하니 이상하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환경 쪽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상 눈치를 본다. 기후 분야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환경을 다루는 공공기관들도 어느 정도 환경주의자의 마인드를 가진다. 환경단체 사람들이 받는 압력은 더 크다. 이들은 환경캠페인을 하다 보면 '너는 차 안타고 고기 안먹고 사냐'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환경단체는 사람들의 비난에 적어도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걸 제외하고는 자제하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엔진만 넣으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즐거운 놀이를 찾는 것도 삶의 목적이다. 당장 비난은 피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환경운동은 관심을 얻기 어렵다. 에코나우가 최근 개최한 유엔청소년환경총회에서 친환경 E스포츠를 주제로 삼고 청소년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봤다. 게임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데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친환경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환경운동에는 과격함뿐 아니라 다양함이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으로 여행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환경에 해악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여행 다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환경단체의 그린보트 캠페인도 사람들에게 친환경 여행이라는 메세지를 주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해도 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린보트를 이야기하는데 크루즈를 직접 타면서 경험을 얻을 필요는 없다. 친환경 E스포츠를 논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써도 게임은 똑같다. 크루즈가 친환경 연료로 돌아간다 해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업무협약이나 세미나로도 그린보트를 하자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이 요즘 싸졌다고는 하나 사치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골프치는 사람들이 흔해졌어도 '그린골프'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린보트도 마찬가지다. 게임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일반 서민들이 해외여행으로 가는 데 7박 8일이나 투자하기 어렵다. 그린보트는 엘리트 환경주의자들이 부를 과시하는 자리로 보이면 안된다. 조용히 혼자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것과 환경운동으로 내세우는 건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린보트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내년이면 벌써 20년을 맞이한다. 환경운동에 대한 사람들 의식도 변하고 있는 만큼 캠페인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들 문제라고 하는데 고집을 계속 부리면 저의가 의심될 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계엄·탄핵 연대책임’ 정부·여당, 결자해지 필요하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동은 한국 민주주의는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혔고, 이후 국가 전반의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소상공 자영업자는 계엄 파동과 탄핵 정국 여파로 내수 심리가 더 꽁꽁 얼어붙으며 올해 폐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올해 11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중소기업의 파산 신청 건수(1745건)도 이미 지난해 파산 규모(1657건)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일반기업들의 비즈니스 미팅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계엄 파동 당시 한국에 머무르다 급히 귀국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국내 기업과 논의하던 29조원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백지화하고 중국에 넘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는 대표 사례다. 더욱이 해외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1480대까지 급등하며 조만간 1500원을 넘기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도 지난 27일 2400선 아래로 무너졌다. 계엄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여당 일부가 동조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최종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문제는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가 적어도 2~3개월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곧 2025년으로 해가 바뀐다. 정부를 비롯해 기업, 소상공인, 심지어 국민 개인도 새해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헌재의 윤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빨리 진행돼 국정의 불안정성과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 당선으로 구축된 현재의 행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대통령 계엄 파동'에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헌재의 정상적인 탄핵심판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후 모습에서 권한대행체제 정부와 여당은 국가혼란 사태의 조기 수습보다는 사태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었고, 이는 국내외에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 메시지로 작용해 환율 급등 등 경제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킨다고 비난할게 아니라 '혼란의 연대책임 일원'인 권한대행체제 정부와 여당은 책임지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국정 안정과 민생 책임'의 구두선이 아니라 탄핵정국 조기수습의 초당적 협조라는 실천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가열화

'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 가열화.' 단어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어는 단순한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 단어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게 만들고, 또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지 결정짓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떠올려보자. 어딘가 완만하고 점진적인 느낌을 준다. 변화라는 단어는 마치 시간이 충분히 있고 천천히 적응하면 될 것 같은 여유가 느껴진다. '지구온난화'라는 말도 비슷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느긋한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은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행동을 촉구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와 '지구 가열화'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다. 전 세계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 기록적인 폭우와 산불 같은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북반구 곳곳에서 섭씨 50도에 가까운 폭염이 나타났고, 해수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해양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38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졌고, 강릉에서는 역대 최고기온인 41도를 기록했다. 장마철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하천을 범람시키고 마을을 삼켰다. 충청권과 경북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며 큰 인명 피해를 냈다. 이런 극단적인 날씨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변화'라고 표현하기엔 이 모든 현상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지금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온난화'가 아니라 '가열화'라는 표현이 지금의 위기를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익숙한 단어들이 현실의 위급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좌우한다. '변화'와 '온난화'가 주는 여유 대신 '위기'와 '가열화'가 주는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를 '변화'라고 부르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변화'라는 느긋한 표현 대신 '위기'로, '온난화'라는 부드러운 단어 대신 '가열화'로 선택해야 한다. 단어를 바꾸는 일이 별 것 아닌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AI 열풍 꺼지지 않길…K-ICT의 간절한 바람

“내년에도 인공지능(AI) 열풍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만난 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서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는 통신, 게임 등 ICT 산업이 녹록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통신 업계는 꾸준히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며 긴장감이 감돈다. 게임 업계도 이용률 감소로 고민에 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59.9%(5988명)가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62.9%)와 비교해 3%포인트(p) 감소한 수치로, 콘텐츠진흥원이 전체 게임 이용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한때 전체 국민 4분의 3에 이르렀던 게임 이용률이 하락세에 직면한 것. 이러한 상황에서 ICT 업계가 주목하는 해법은 바로 'AI'다. 통신사들은 미래 먹거리로 AI를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AI 에이전트 및 AI 데이터센터(DC)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AI 활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게임 내 캐릭터에 지능을 부여하고, AI와 대화하며 진행하는 추리게임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게임 경험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앞서 업계 관계자가 AI 열풍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 이유다. 과거 메타버스가 확 떴다가 급격히 관심이 사그라든 것처럼 AI도 메타버스의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하지만 AI와 메타버스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아 업계는 희망을 품고 있다. AI의 강점은 실용성과 접근성에 있다. 복잡한 업무를 간소화하고,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AI는 더 이상 유행의 대상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다. ICT 업계는 현재 내년 사업 계획서에 AI 관련 내용을 추가하느라 바쁘다. 이러한 노력과 AI 열기가 맞물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비상계엄·탄핵 속 부동산시장, 변동성 줄여야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길게는 6개월까지 본격적인 탄핵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탄핵정국이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는 각종 악재가 겹치며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매매 매물이 급증하는 동시에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8938건으로, 1년 전(7만6795건)에 비해 무려 15.8%나 늘었다. 위기를 의식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067건으로 3753건이었던 한 달 전과 비교해 18.2% 줄었다. 올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정점을 찍었던 지난 7월(9211건)과 비교하면 66.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집값 또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반년 만에 하락전환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은 줄어들면서 보합(0.00%)전환에 가까워졌다. 서울 전세값 또한 1년 7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전환하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집값 부담, 대출규제 영향, 경기침체 우려, 탄핵소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등 각종 악재가 겹쳐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이 같은 악재가 지속된다면 불확실성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해 2022년 말의 급락세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주택 수요자들은 집을 사길 꺼려하고 있다. 공급자들도 '비상계엄', '탄핵'이 온통 뉴스를 도배하는 바람에 “올해 말 장사는 접었다"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비상계엄 후 치솟고 있는 환율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본다. 당장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주택 공급,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단기적으로 다시 날 뛸 가능성이 높은 공사비를 잡는 게 먼저다. 수입 물가를 최대한 안정시켜 공사비 급등→분양가 상승→주택시장 침체→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최대한 약화시켜 국민들의 주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값 싸고 안정적인 공공 주거 시설 공급을 대폭 늘려 서민들이 안심하고 주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폴 사무엘슨이 말했듯 시장은 눈에 보이는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기자의 눈] 두려움 속 새해 맞는 한국 증시, 희망은 있다

2024년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은 이미 무너졌다. 올초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코스피 3000 기대감이 부풀던 시장은 이제 냉혹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SK하이닉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AI 반도체 설계 및 생산에서의 기술적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난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내년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도전 과제로 다가올 전망이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한국 기업의 시장 확대에 제한을 줄 수 있다. 반도체 뿐 아니라 수출 중심의 다양한 업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경쟁 심화로 재평가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2400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 불안정성은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비상계엄령 논란에 이은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라는 단어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상징한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증시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미 증시는 2350선에서 바닥을 다졌고,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긍정적 영향이 미치리라는 것이다. 주요 업종인 반도체 역시 모멘텀을 찾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2분기 말부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여전히 지속 중이며, 메모리 반도체 판가 상승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 그리고 국내 정국 혼란은 분명 우려스럽지만 수혜주는 존재한다. 조선, 기계, 방산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와 부진을 겪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와 증시는 순환하며 과거의 실패와 경험은 미래를 더 단단히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변화를 모색한다면 2025년은 부진을 딛고 도약하는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금 시장이 안정을 찾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일하는 캠페인’ 제안의 의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출범을 알리는 언론 및 투자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서 회장의 행사 마무리 발언이었다. 이날 발표와 질의응답이 모두 끝난 뒤 서 회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미리 준비한 듯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해결책은 간단하다. 전 국민이 열심히 일하면 된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감히 제안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제안에는 기업인으로서 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걱정과 절박함이 묻어나 있었지만, 한편으로 성공한 기업인이 의례적으로 내놓는 메시지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 회장의 제안에서 진정성이 느껴진 이유는 자신이 자수성가한 창업가이자 솔선수범하는 CEO이란 점에서다. 서 회장의 인생역경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대기업 임원이었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창업 후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에서 도너츠가게 등을 전전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올 한 해에 서 회장은 '셀트리온 1호 영업사원'으로 전 세계를 동분서주했고, 이날 간담회에서도 미국 뉴저지 한 아파트에서 직원 5명과 함께 숙식하며 현지 바이오벤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국내 탄핵정국 등 새해는 어느 해보다 경제적으로 불확실하고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서 회장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여년 간 기업경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도 냈지만 바이오의약품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바이오 신흥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우리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기회될 때마다 공언해 온 배경에도 셀트리온이라는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셀트리온은 용어조차 생소하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같은 신약 개발 회사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어두운 새해 경제 전망에 연말 분위기가 무겁지만 이럴 때일수록 솔선수범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온 기업인의 제언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재점화하는 '리이그나이트(reignite) 캠페인'으로 승화되기를 바래본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밸류업 외치는 정부, 정부만 도와주면 된다는 보험사

정부가 고질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금융권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정책 시행부터 개별적인 독려까지 여러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보험사들의 실적 거품을 근절하겠다며 꺼낸 제도와 실효성이 낮은 규제 완화가 상충하면서 보험업계에선 밸류업은 커녕 목줄을 더 옥죄는 결과라는 곡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보험사의 고무줄식 회계를 지적하며 시행한 IFRS17에서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적용을 일원화했다. 보험업권은 당장 연말부터 이를 적용하게 되는데 무·저해지보험을 적극 판매한 보험사들은 충격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호실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예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상반기 초회보험료 기준 무·저해지 상품 취급 비중은 iM라이프 98%를 비롯해 한화생명 93%, 신한라이프 91%, KDB생명91% 등이다. 대형사부터 중소형사들이 무저해지 해지율 적용으로 거대한 손실처리 파도를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파가 큰 일부 생보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킥스)이 30%가량 빠지게 된다. 과도한 실적잔치를 잡다가 되려 기업가치가 바닥에 떨어지게 생겼다는 곡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갈수록 커지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으로 인해 올해도 배당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보험사 전체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8조5000억원으로 2022년 말 23조7000억원에 비해 62.4% 증가했다. 많은 재원이 준비금으로 빠지면서 '역대급'으로 벌고도 정작 배당은 할 수 없는 모양새다. 보험사 배당재원을 늘려주겠다며 꺼낸 개선안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일정 킥스를 넘으면 적립금을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올해의 기준인 '경과조치 전 기준 킥스 200% 이상 보험사'에 속하는 곳은 업계에서 극히 손에 꼽는다. 보험사들은 당초 밸류업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무색하게 현재는 규제로 인해 상황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소 엄격한 정부의 기준들에 끼워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실제적인 건전성 수치는 낮아지고 배당은 멀어졌다. 상장 후 줄곧 주가 부진에 시달리는 보험사들 또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일률적으로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체적이고 상대적인 정책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탄핵 정국으로 ‘유통 규제완화’ 흔들리면 안돼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포스트 탄핵(탄핵 이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완화 정책이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새벽배송 금지 같은 규제 완화를 유통산업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계엄령 파동의 책임을 물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이같은 유통 규제 완화정책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 심판이라는 최종 절차를 남겨 두고 있지만 포스트 탄핵의 정국 주도권이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정부가 견지하던 유통산업 규제 완화 방침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게다가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탄핵정국 당시에 유통 규제가 쏟아져 나온 전례를 감안하면 오히려 규제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업계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출범한 제20대 국회는 탄핵정국 당시 12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4일로 확대 △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대상 포함 △편의점 심야 시간 영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안 그래도 올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최근 비상계엄 파동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자 소비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이 때문에 현 시국을 두고 '울고 싶은데 빰 때려주는 격'이 됐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스트 탄핵 정국에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정책 기조가 변한다면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는 더 커지고, 유통시장(소매시장)의 성장도 더 저해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권은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단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과거의 잣대로 유통산업을 규제하려는 것은 시대역행적이다. 만일 헌재의 심판이 탄핵 인용으로 결론나더라도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유통시장에 족쇄를 채우기보다 특단의 소비진작 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탄핵정국 국정방향, 민생·공공성 우선돼야

지난 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국숫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면서 동행했던 지인이 가게주인에게 탄핵정국의 주말장사가 어땠는지 슬쩍 물었다. 주인은 누가 들을새라 살짝 입을 가리고는 “역대급 매출을 올렸다"고 속삭였다. 손가락 사이로 비친 싱글벙글한 표정을 보니 어렵다는 이 시국에 웃는 이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퇴근길에 집 근처 텅 빈 식당들을 목도했을 땐 우울감이 한 번에 몰려왔다. 그날 밤 책장에서 낡은 책 한 권을 십수년 만에 꺼내 펼쳤다.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민주주의의 황혼'이라는 책으로, 기자가 대학시절 교양 과목 수업으로 듣었던 교재였다. 명색이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했는데 결과적으로 성적은 C­+를 받았다. 재수강했지만 또다시 C+에 독기를 품고 내리 3학기째 수강했음에도 보란 듯이 또 C+로 마감했으니 개인적으로 '애증(愛憎)의 책'인 셈이다. 사적인 일화까지 들먹이는 이유는 책에서 저자가 밝힌 내용을 이번 탄핵정국에 빗대어 풀어보기 위해서다. 노(老)교수는 저서에서 '참된 민주주의'는 공공성의 가치 관념으로, 무장된 혁명적 시민들이 연대하는 데서 온다고 밝혔다. 전업 정치인의 주문과 사술에 사로잡힌 유사 시민사회가 아닌 염치를 중하게 여기는 공동체적 시민사회를 강조한 것이다. 비상계엄 파동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누군가는 고꾸라지지만, 또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일반국민에게 손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공동체적 시민사회'를 권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장사가 너무 안 되는 걸 본 손님이 커피 두 잔을 더 사갔다는 이야기, 팍팍한 상황에 힘내시라는 쪽지를 받았다는 가게 사장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쩌면 '공동체적 시민사회'가 국회나 용산, 광화문광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민생은 정쟁과는 다른 문제다. 누가 권력을 쥐건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자명하다. 거기에 '공공성'에 바탕을 둔 모든 시민들의 지혜와 힘이 모아졌을 때 그때야말로 소상공인이 살고 '참된 민주주의'도 오지 않을까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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