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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기북부 태양광, 수도권 전력 불균형 해소 대안

'경기북부 에너지고속도로'로 불리는 군사접경지역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을)은 지난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이같은 의견을 제안했다. 활용되지 못한 군사접경지역을 공공이 주도적으로 개발하자는 구상은 업계에서 이재명 정부의 분산형 에너지 정책을 보완할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된다. 전국 태양광 설비의 3분의 1이 호남권에 집중된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간 기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도 검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은 해양성, 경기북부는 대륙성 기후로 여름철 장마와 겨울철 폭설 패턴이 달라 발전량 변동 폭이 다를 수 있다. 특정 지역에 태양광이 몰리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동시에 급락해 계통 불안이 발생하지만, 경기북부로 일부 분산하면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군사접경지역을 공공이 주도해 계통·규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입지를 새로 발굴함으로써 공공과 민간의 과도한 경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수도권에도 발전소는 많다. 다만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자급률이 낮을 뿐이다. 수도권 발전의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공간 대비 전력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위주다. 전력거래소의 2024년도 발전설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운영 중인 발전설비 총용량은 3만6257메가와트(MW)로, 이 중 화력발전이 87%(3만1572MW)를 차지한다. 전국 화력발전의 약 40%가 수도권에 위치하지만 전체 전력자립률은 65% 수준에 그친다. 수도권 내 대형 공장과 데이터센터, 교통 인프라 등 고밀도 수요처가 집중된 데 비해 화력발전 외 다른 발전원이 들어서기에는 입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까지 더해지며 수도권 전력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이때 경기북부 태양광이 확대된다면, 수도권의 발전량 부족과 화력발전 편중을 완화하고 전국 단위의 계통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말 낮 시간에는 북쪽과 남쪽 모두에서 태양광 전력 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수도권 주거지의 높은 난방·온수 등 열 수요가 경기북부 태양광 전력을 흡수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산업용 열은 1000℃(도) 이상의 고열이지만, 난방용 열은 약 100도 수준으로 전기에서 열로의 전환 장벽이 낮다. 핀란드 북부 도시 바사(Vaasa)는 유럽에서도 드문 300MW급 대형 전기보일러를 가동해, 약 7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의 한 달 열수요를 충당한다. 핀란드에서는 전기가 남을 때 '마이너스 전력가격'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전기보일러가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작동해 잉여 전력을 열 형태로 저장한다. 수도권 역시 LNG열병합발전소에 전기보일러를 결합하면 유사한 집단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전력시장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 지금은 구상 단계에 불과하더라도, 전력시장 개편이 현실화된다면 경기북부 태양광은 단순한 입지 확충을 넘어 열·전기 융합형 분산전력 모델로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부동산 시장은 정치권의 싸움터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줄며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지만, 이는 단기적인 안정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충분한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울시와 정부간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여야간, 정부·서울시간 협력 방안 모색은 커녕 정치적 공방과 책임 전가만 난무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이 2021년 취임한 후 5년 동안 무엇을 했냐고 추궁했다. 말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공급을 약속했으면지만 실제 공급 실적은 저조했다며 책임을 물은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강남 3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취소했다가 부동산 가격 상승세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정부가 280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공급절벽이 심화되는 동안 강남 집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의원은 “잠실·삼성·청담 지역 토지거래허가제 해제가 강남 집값 불쏘시개가 됐다"며 오세훈 시장을 질타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한 것이 공급 절벽의 원인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또 정부가 10·15 대책을 세우면서 서울시와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 시장에게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 서울시 의견이 반영됐나"라고 묻자, 오 시장은 “없다. 다만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이냐 반대냐" 재차 묻자 “반대"라고 답했다. 이같은 야당 의원-오 시장간 문답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보다 서로 다른 목표와 계산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최대의 현안에 대해 여야가 민생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 시장이 이날 국감에서 국토부 장관과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만남도 실질적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지, 또 다른 신경전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여야의 싸움터가 아니다. 시장의 불안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누가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프랜차이즈 상장 흑역사 뒤집으려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기업공개(IPO)는 정말 득보다 실이 많은 걸까. 요즘 프랜차이즈 상장사들의 소식을 보면 영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 순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만 상장한 기업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선샤인푸드(구 디딤이앤에프)를 제외하고 '더본코리아'와 '교촌에프앤비' 정도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가맹점주들과의 갈등 심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근 주가 흐름은 회복세라지만, 여전히 공모가에 한참 못 미친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잘나가던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도 상장하고 나면 더 이상 점주 이익을 대변하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상장했다가 다시 비상장사로 돌아가는 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토종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인 맘스터치는 지난 2016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가 2022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맘스터치는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이를 주도한 일부 가맹점주에게 가맹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물론 비상장사로 돌아간 맘스터치는 지난해 초 공정위 과징금 처분 이후 가맹점주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모스버거의 운영사 모스푸드서비스는 지난 1988년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했다. 주가 변동폭은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하지만, 지난 30년 간 무배당 기록은 없다. 모스버거는 전세계 17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는데 이중 80%가 가맹점이다. 모스버거에는 공영회(共栄会)라는 일종의 상생협의체가 있는데, 가맹점주는 공영회를 통해 신제품이나 프로모션 등을 본사와 함께 결정한다. 본사는 유통마진 대신 매출 기준 로열티 약 4~6%를 부과한다. 독특한 상생 모델 덕분에 일본 모스버거 점주 교체율은 연평균 2~3% 이하 수준이다. 나명석 신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일부 업계의 잘못된 관행들을 인정하고, 우리 프랜차이즈산업의 세계화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나 협회장의 바람대로 우리 프랜차이즈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푸드를 알리는 선봉장에 서기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점주와 주주도 함께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전기차 외 선택지도 있다

우리나라 도로 위 '공기 질'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EV)는 총 82만2081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시점(63만5847대)과 비교해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이브리드차(HEV) 누적 등록 대수(237만5009대) 역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경유차(876만8995대)는 작년보다 5% 넘게 줄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중 EV·HEV 비중은 지난 2015년 0.9%에 불과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2.1%까지 올랐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신모델을 개발한 결과다. 문제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지나치게 'EV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 인프라 투자, 세제 혜택 등 대부분 측면에서 그렇다. 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구매 보조금은 없애면서 EV 지원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용 부문에서는 혈세로 마련한 재원 중 상당수가 외국 기업에게 흘러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EV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는 '탄소배출이 적은 전기'를 사용할 때 얘기다. 아직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EV도 탄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도 상당하다. HEV와 PHEV는 기존 내연기관 기술과 전기구동을 혼합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장거리 운전이 많은 지역,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겨울철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후 등에서는 이들이 EV보다 친환경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도 친환경차 '황금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정책을 도입·폐기하고 실험적인 시도도 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EV에 올인'한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HEV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PHEV를 'EV 시대 교두보'로 여기며 관련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는 PHEV가 EV보다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 미국 역시 일부 주에서 PHEV에 EV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의 관점에서도 기술의 전면 교체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EV에만 초점을 둘 경우 기존 내연기관 기반 부품업체·중소 협력사가 급격히 몰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HEV와 PHEV가 EV와 함께 육성될 경우에는 이같은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송부문 토론회를 여는 등 앞으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제한하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혈세를 과감하게 투입하는 이유는 '탄소 저감'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 수단이 EV 뿐이라는 답은 아직 못 찾았다.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EV=친환경'이라는 단순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이재명 정부,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 환경 만들어야

정권 교체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이후로 발생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장관의 신규원전 재검토 발언,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입찰 취소 등으로 발전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련의 사태들은 단순한 정치권의 의지나 행정 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어떤 에너지원이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지키지 못하면, 산업 전반의 투자 의지가 급속히 위축되고 이는 전력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원전이냐, 석탄이냐, 액화천연가스(LNG)냐, 재생에너지냐의 선택이 아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향이 급격히 뒤집히고, 이미 세워진 계획이 흔들리는 정책 불확실성 그 자체가 더 큰 리스크다. CHPS 입찰 취소로 입찰에 나섰던 기업들은 소위 '멘붕' 상태다. 사업자들은 정부 계획을 믿고 장기적인 투자와 준비를 한다. 발전소 하나를 짓기 위해 수년간의 인허가, 수천억 원의 자금 조달,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방향을 바꾸겠다"는 이유로 정책이 철회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온다. 특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2월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된 국가 에너지 로드맵이다. 이 계획에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업마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겨우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원전 생태계에 다시 냉기를 불어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 기자재 업체와 인력풀, 협력 중소기업들은 수년 만에 활기를 되찾았지만 정부가 신호를 흔들면 산업 기반은 또다시 무너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전력수요 증가로 대형 원전은 물론 SMR(소형모듈원전) 수요까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원전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주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그런데 정책 신호가 불투명해지면 이 상승 흐름의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전력수요 폭증이 예상되고 있다. 청정수소이든, LNG이든, 원전이든, 에너지원의 종류를 가리지 말고 정부는 기업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 아니라, 일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에너지 수급 환경 조성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日관광객까지 위축시키는 ‘혐중 시위’ 이대로 괜찮나

“서울 어디에 숙소를 잡아야 안전해?" 내달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는 일본인 친구에게서 지난 15일 받은 메시지다. 이 친구는 2010년대 일본 내 한류 열풍의 주역 걸그룹 카라를 통해 K-팝에 눈을 뜨고 현재 뉴진스에 푹 빠져 있다. K-컬처에 대한 오랜 애정으로 이제 우리나라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서울 명동 일대와 대림동에서는 '혐중(중국인·중국 혐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극우 성향 단체가 중국인 관광객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향해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대만 네티즌이 SNS에 “최근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있다.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며 '대만 사람이에요'라고 한글과 영어로 적힌 배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혐중' 정서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혐중'과 '반중'은 철저히 구분돼야 한다. '반중'은 중국의 어떠한 사안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에 '말'로써 서로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혐중'은 인종주의적 차별이다. 모든 중국인에게 무차별적 혐오와 증오를 덮어씌웠다. 중국인 전체를 일반화해 비난하는 감정을 부추기는 데에는 10~20대의 이용률이 높은 X(구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가짜뉴스'로도 퍼지고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받았던 전날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런 일까지 알고 있지?'였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한 뒤 나름 '안전'하고 극우단체가 몰려들기 어려울 만한 장소를 알려줬다. 마지막으로는 “너는 중국인이 아니어서 괜찮아"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 친구에게 이것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딱히 떠오르지도 않았다. 2019년 도쿄 여행 당시 외교부로부터 받은 '일본 내 혐한 집회, 시위 장소 방문 자제 및 신변 안전 유의'라는 메시지가 생각나면서 순화한 표현으로 창피함이 몰려왔다. 비단 일본인뿐일까.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혐중 시위'에 위축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한국에 호기심을 품고 여행 온 외국인 눈에 '혐중 시위'는 어떻게 비쳐질까. 아찔하기만 하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기자의 눈] 제4인뱅 예비인가 실패…끝이 아닌 시작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4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에서 모두 탈락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호은행, 소소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컨소시엄의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자금조달과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해서다. 제4인터넷은행을 준비하던 컨소시엄들은 실패의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이번 결과가 제4인터넷은행의 필요성마저 부정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컨소시엄들이 내걸었던 소상공인 특화 은행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등 금융소외층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소상공인이나 중저신용자들은 높은 대출 심사 문턱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기존 은행들은 이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이 구상한 소상공인·취약층 전문은행은 은행 서비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포용한다는 취지에서 의미 있는 시도인 점은 분명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터넷은행 탄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실패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에 컨소시엄들이 표방하는 은행이 성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영업점이 없는 100% 비대면 은행을 소비자들이 과연 믿고 찾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지금 인터넷은행은 은행권의 메기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신, 여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통 시중은행이 하지 못한 서비스를 도입하며 현재는 시중은행을 앞설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시중은행 과점을 깨기 위해 출발한 제4인터넷은행이지만, 새 정부에서는 금융소외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포용금융'을 위한 새로운 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예비인가 불발은 실패의 끝이 아닌 도전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컨소시엄들은 금융당국이 지적한 자금조달과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등을 다시 정비하고 미비한 점은 보완해 은행 설립을 위한 안정성과 탄탄한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당국도 더 많은 도전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을 독려하며, 새로운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에서도 회의보다는 기대감을, 비판보다는 응원을 보내며 금융의 변화 과정에 함께 하길 바란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카카오 업데이트 대란, 금융사에 주는 교훈

카카오가 15년 만에 야심차게 카카오톡 개편을 단행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업데이트 이후 친구목록에는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들의 프로필 변동 내역이 크게 표시됐고, 화면에 광고가 표시되는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이용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카카오톡을 두고 이용자들의 비판과 원성이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친구 목록을 재노출하고, 피드 형태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4분기 중 별도 메뉴로 선보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 대표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더 면밀히 듣고 소통하며,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적극 대응하겠다"는 식의 반성문도 내놨다. 그러나 정 대표가 주주서한을 내놓는 현 시기에도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불편은 현재진행형이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소셜 확장과 메신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용자들의 실제 니즈와 괴리가 상당하다. 카카오가 처음부터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조차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주들도 카톡 업데이트로 된서리를 맞았다. 카카오가 지난달 23일 카카오톡 개편안을 공개하기 직전 6만640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12일 6만100원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정 대표가 주주서한을 발표한 13일에도 카카오 주가는 3% 넘게 하락했다. 한때(2021년 7월 9일) 카카오 주가가 16만500원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주가는 가히 처참한 수준이다. 카카오는 카톡에 따라붙던 '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을 자만했고, 결국 이를 스스로 놓아버렸다. 카카오가 이번 업데이트를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고 해도, 고객과 주주들에게 남긴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발표 직전에는 롯데카드에 대규모 해킹 사고가 있었다. 롯데카드는 해킹사고로 무려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했다. 롯데카드는 조좌진 대표가 지난달 18일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드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카드 정지 및 해지 등 뒷수습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두 회사의 흑역사는 금융사에도 큰 교훈을 남긴다. 금융소비자, 고객 보호가 곧 실적, 주주가치 제고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감에 따라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강행한다면, 금융사가 쌓아올린 주주가치가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연일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사는 이 원장의 메시지를 흔한 '잔소리'로 흘리지 말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객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 목소리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해킹이나 보안 시스템도 계속해서 보완해야 한다. 국내 금융권에, 카카오의 흑역사는 부디 남의 일이어야만 한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저탄소 철강’ 연와정초식이 기다려지는 이유

철강사들이 제철소에서 고로를 세우거나 개·보수를 진행할 때 내화벽돌에 문구를 새기는 연와정초식(煉瓦定礎式)을 진행한다고 한다. 연와정초식은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고로 하단에 쌓는 연와(내화벽돌)을 주춧돌 삼아 제위치에 놓는' 행사다. 고로는 철광석과 코크스(석탄)를 녹여 쇳물을 만들기 위해 1500℃ 안팎의 고온 열을 견뎌야 하므로 내화벽돌이 필수다. 연와정초식은 포항제철 시절에도 있었다.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홍보관에는 1970년대 포항제철소를 처음 세우는 과정에서 '혼(魂)'이라는 문구를 새긴 고로 내화벽돌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 경제 성장이 절실했던 만큼 사람들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기원하는 진심을 여러 문구로 벽돌에 담았을 것이다. 고로 속 혼이 담긴 내화벽돌은 한국이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주춧돌이었다. 철강업계는 지금 또다른 절실함을 마주하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의 오명을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빠르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로 철광석 산소를 떼어내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개발 중이고, 내년부터 정부와 포스코·현대제철이 실증에 나선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발 단계는 첨단 수준이 아니다. 친환경을 무기로 탄소 무역장벽을 세운 유럽은 이미 생산설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르면 내년 수소환원제철 생산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조 단위의 지원금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무기 삼아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근거로 수입 철강제품에 탄소 배출비용을 부과하는 무역 장벽을 세운다.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 철강사들의 친환경 경쟁력을 일찍이 키워놓은 뒤 보호무역 기조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는 속셈이다. 한국 철강사들이 이 벽을 넘어야 국내에서도 기간 산업으로서 핵심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 철강 불모지에 처음 제철소를 세울 때처럼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기술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친환경 전환은 생존의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이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보호무역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철강사들이 생존을 위한 기술 개발 사투를 해나가고 있다. 철강산업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서 나아가 실행까지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도 곧 '수소환원제철 연와정초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숫자’에 약하다는 김윤덕 국토부장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9%인가...제가 수치에 약합니다. 신뢰를 높이려면 수치에 연동해야 하는데..."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말이다. 7월 31일 취임 이래 약 두 달만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본인이 수치에 약하다는 말을 4~5회 반복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겸손함의 표시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김 장관의 어투와 표정, 뉘앙스를 보자면 단지 겸손만은 아니었다. 물론 김 장관의 경력이 전북대 회계학과 졸업이라는 학력에 맞지 않게 숫자를 다소 멀리해 오긴 했다. 3선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국토교통부에 어울리는 커리어가 없는 전형적인 운동권 정치인이다. 굳이 국토부와 업무 연관성을 찾는다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4년 정도 활동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수치에 약하다는 말을 언론 앞에서 반복해서 언급하는 모양새는 어색했다. 특히 그 발언이 나온 대목이 국토부나 김 장관 입장에서 자랑스럽게 답변하긴 어려웠을 서울 아파트값 문제와 국감 질문에서 나왔다는 것에선 '수치에 약하다'는 워딩이 핑계로까지 느껴졌다. 관가를 다니다 보면 김 장관에 대한 여러 소문이 떠돈다. 내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를 바랬던 김 장관이 갑자기 국토부장관으로 임명돼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부터,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출마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뒷말도 들린다. 김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훗날을 도모하더라도 현직에 있는 동안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 국토부의 업무는 국민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주거 문제를 관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이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 30분 전 경에 서울시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주거 정책을 놓고 불협화음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김 장관에게 서울시 대책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9월 29일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토부와 시는 이미 사전에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의견을 소통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부 주택정책 담당부서가 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날은 김 장관이 미디어를 상대로 처음으로 지난 두 달여간의 행보에 대해 본격적인 평가를 받는 시간이었다. 링에 오르기 직전이라도 김 장관 스스로나, 그를 수행하는 보좌진이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관련 내용은 간단히 브리핑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든다. 국가 주택정책 수장의 무지(無知)는 자랑이 아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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