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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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내 집 마련의 꿈’ 청약 제도 손 볼 때 됐다

“아파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년 말 후보자 시절 첫 출근길에서 한 말이다. 인구 고령화 등 사회가 변화하면서 주택 수요 역시 다양하게 바뀔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근 나온 '8·8 부동산 대책'에 빌라 공급 활성화 대책이 포함된 것도 해당 발언과 그 궤를 같이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미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수요자들도 대부분 아파트에 살기를 원한다. 건설사들의 기술력도 '더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택 청약 제도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집을 보유한 이력이 있으면 좋은 아파트에 청약하기 힘들어진다. 빌라를 사는 것은 전과자처럼 낙인이 찍히는 길이다. 자연스럽게 시장도 왜곡된다.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청약 점수를 높이겠다며 전세 계약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게 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무색해진지 오래다. 자금 여력이 없으면 '로또 청약'도 기대하기 힘들다. 1977년만 해도 주택 청약은 공공 주택에만 할 수 있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풀거나 조이며 이를 다듬어왔다. 1순위 자격 기준을 꾸준히 변경했고 '0순위' 같은 말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다만 '무주택자=서민'이라는 잘못된 공식을 아직 바꾸지 않은 탓에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공급 요건을 무제한으로 추가하며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작 보호가 필요한 계층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가는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8만9863명으로 전월(2550만6389명) 대비 1만6526명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4만7430명이나 감소하며 청약 통장 해지 열풍이 부는 모습이다. 수십억원대 전세를 살면서 부부가 동시에 수십억원짜리 아파트에 청약을 넣는 이들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가 너무 비싸 빌라를 구입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불이익을 줄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주택 청약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를 아파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줄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계속되는 폭염, 요원해지는 분산에너지

매년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면서 국내 전력수요와 발전설비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에어컨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날씨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니 이를 위한 전력 생산도 줄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정부부터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 기조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소비를 효율화 해 대규모 발전설비를 줄이고자 했으나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특히 친환경, 분산형 발전원이라는 태양광이 늘어나면 다른 발전설비들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완전히 빗나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의 43%가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태양광이 호남지역의 분산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의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고압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분산에너지라고 모두 장거리 송배전 투자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날씨의 영향으로 전력생산이 들쭉날쭉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설비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분산전원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 체계를 전력을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분산에너지는 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중소형 원전(SMR)·집단에너지발전과 같은 무탄소 또는 환경친화적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말한다. 송·배전 인프라 등 전력 계통망 구축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규정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도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의 극단적인 수도권 분포도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50.6%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서울·인천·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력 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수도권에 수요에 걸맞는 수준의 분산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공간적인 제약과 발전설비는 물론이고 물론 오염 방지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도 감당하려면 당연히 발전단가가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연적이지만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선심성 요금 인하에 여념이 없다. 정치권과 당국이 상시적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시장 개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은행들에 ‘이자장사’ 책임 물을 수 있나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거셌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021년 이후 급격히 오르면서 은행들은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갑질, 종노릇 등의 비유를 들며 은행권의 대출 장사를 비난했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집중포화가 지속되자 올해 초부터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는 민생금융지원방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의 이자장사 비판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최근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췄는데, 당국은 현재 '은행의 대출 금리가 낮아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연 6%를 넘어선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31~6.72%까지 높아졌다. 한 때 최저 연 2%대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사라졌고 연 4%대까지 높아지며 대출 시기를 놓친 차주들만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혼합금리(주기형 포함)는 연 3.09~5.97%로 최고 연 6%에 이르는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지고 있는 시장금리에 따라 수신(예·적금)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3.476%에서 지난 14일 3.285%까지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중 가장 높은 기본금리는 연 3.42%로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 지금의 기이한 모습은 결국 은행권의 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또다시 이자장사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출 금리 인상 책임을 온전히 은행들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과 개입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밸류업 공시, 가계부채...소통의 중요성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이다.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음, 또는 그 이야기를 뜻하는 대화와 구별된다. 마주보고 이야기해도 오해가 있거나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린다면 이는 소통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양측 혹은 다수가 대화를 넘어서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진다면 불필요한 오해로 이어지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진일보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소통, 그리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계속해서 상향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채널이나 상품이 대면, 비대면, 갈아타기(대환), 다주택자 등으로 워낙 많은 탓에 소비자 관점에서는 어떤 상품 금리를 얼마나 올렸고, 언제까지 올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나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불과 보름 뒤인 9월 1일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된다. 결국 은행들의 이러한 금리 움직임은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실수요자의 눈에는 당장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만 보일 뿐이다. 반대로 금융지주사들이 내놓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소통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 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어닝시즌뿐만 아니라 수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와 중장기 목표치를 공유한다. 이와 함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이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각종 금융시장 불확실성에도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우상향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노력에 화답한 결과물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고,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진심을 다해 소통해야 한다. 지금처럼 은행을 앞세워 대출금리만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 있다. 소통은 당사자, 즉 시장을 이해하고, 인지하는데서 출발한다. 금융당국이 시장과 소통을 외면하고, 은행에만 회초리를 드는 것은 가계부채 속도 조절이라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중은행, 실수요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목표치를 향해 나아가도록 금융당국의 긴밀한 소통과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과방위, 산업 현안 말고 ‘뭣이 중헌디’

대전 중구 은행동 중앙시장 길목을 지키고 있는 제과점 성심당은 가성비와 고퀄리티를 내세워 '빵지순례(빵+성지순례)'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에 잠시 머무르던 시절 근처를 지나다 들르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으니 그 인기를 대강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성심당이 지난달 뜬금없이 국회에 소환됐다. 그것도 매장 특성과는 거리가 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테이블에 올랐다. 최근 논란이 된 대전역점 입점 수수료 때문이 아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이곳에서 법인카드로 약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과방위는 이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사상 최초로 사흘에 걸쳐 진행했다. 후보자 역량 검증을 위해 열린 자리였지만 여야는 그 사흘 내내 이 위원장의 법인카드 불법사용 여부를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업계 주요 현안과 정책 수행 가능성, 운영 청사진에 대한 질의는 실종됐다. 그 자리는 성심당 가맹점명인 로쏘 주식회사와 제품별 단가, 빵집 포인트가 메웠다. 사실상 청문회가 아닌 '빵문회'였다는 평가다. 이들의 입씨름은 이달 '방송장악 청문회'로 이어졌다. 여야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 적법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관련 청문회를 당초 예정된 9일에 더해 14·21일에도 열기로 단독 의결하면서 이달 내내 과방위 회의장은 공영방송으로 뒤덮일 전망이다. 그런데 왠지 이 그림이 어딘지 낯설지 않다. 여야가 지난해 이맘때쯤 열린 국정감사 당시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임명 제청 여부를 놓고 맞붙던 모습이 겹쳐진 탓이다. 과방위의 본 역할이 무엇인지를 상기해보면 '직무유기'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과방위는 방송통신 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기술(IT) 관련 현안도 함께 다루는 곳이다. 그러나 방송 관련 의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된 법안만 수백 건에 달한다. 여야가 줄다리기를 거듭하는 사이 글로벌 IT 시장은 기술 패권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극심한 정쟁터가 된 지 오래다. 해결이 시급한 업계 현안이 산더미다. 토종 기업이 빅테크에 밀리지 않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무의미한 말싸움이 아닌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독점에 지상파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는데 공영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다 죽게 생겼는데." 한 취재원이 기자에게 건넨 말을 과방위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도 공영방송으로 채우다 빈손으로 돌아갈 셈인가.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만약 벤츠 EQE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최근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에 많은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에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차량에 저가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에 이어 사고 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전까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사고 차량인 EQE에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조사해보니 EQE에는 CATL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매우 생소한 파라시스라는 브랜드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황당한 점은 이 사실이 벤츠코리아가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여전히 “제조사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벤츠코리아 측은 'CATL과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출시 때부터 은근히 흘려왔다. 이러한 상술에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당연히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한국 소비자들을 완전히 속인 것이다. 게다가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는 고객들의 요청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한국 소비자들을 제대로 기만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1억짜리 EQE에 염가형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긴 했을까. 내 돈 주고 샀는데 내 차가 어떤 제품을 탑재했는지도 모르고 타야하는 현실은 지극히 불합리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명실상부 한국 소비자들의 '원픽' 수입차 브랜드다. 수많은 품질 논란에도 소비자들은 '그래도 벤츠는 벤츠'라며 폭발적인 수요를 매년 이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이 같은 믿음에 벤츠코리아는 배신으로 화답했다. 이는 기존 오너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벤츠코리아가 계속해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EQE 오너들은 자신의 차도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한다. 벤츠코리아는 신차 출시 때마다 한국은 브랜드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시장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런데 작금의 행실대로라면 벤츠코리아는 한국을 그저 '호구 시장'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각종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 수준은 높아지는 추세인데 벤츠코리아는 요지부동이다. 벤츠코리아가 이번 화재 사고를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면,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 뜨거운 성원을 보내온 한국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바란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에 관한 이해 당사자인 만큼 벤츠코리아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자의 눈] 전삼노와 APU의 우려스러운 언론관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비위에 따라서 사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 1일 오전 10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으레 그렇듯, 현장에 찾아온 기자들은 워딩을 듣고 받아치거나 녹취한다. 그날도 그 자리에 온 기자들은 전삼노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내용을 보고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에 올라와 취재하기 바빴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은 더운 날씨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다. 이날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이 2023·2024 임금 교섭을 병합하며 휴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일방적으로 반려해 철회됐다"며 “성과급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투명화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패밀리넷 포인트 200만원을 요구했다며 되팔이범으로 호도한 서울경제 기자님 오셨느냐, 이렇게 중요한 기자회견 자리에 오지도 않고 기사를 썼느냐"며 “언론사가 2년치 임금 교섭 요구를 철저하게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의사 표현을 하러 온 것인지, 특정 언론인을 상대로 조리돌림하며 겁박하러 온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필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회견의 취지와 목적이 임금 협상을 포함한 근로 조건 개선에 있는 건지, 무노조 경영 폐기에 방점이 찍힌 건지 궁금하다"고 했고, 이어 “전삼노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노조들과 계열사 노조들도 사측이 탄압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유튜브 스트리밍을 담당하던 전삼노 관계자는 댓글창에 공식 계정으로 “제가 현장에서 법규(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욕설)를 날렸어야 하는데 아쉽네요"라고 적었다. 또 뉴시스 기자가 “패밀리 포인트와 관련해 사측은 50만원, 노조는 당초 250만원을 요구했다는데 그 시점이 언제인가"라고 묻자 전삼노 측은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며 핀잔을 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기자들을 땡볕에 불러세워놓고 다소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을 받으니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을 한단 말인가. 철저히 언론을 자신들의 나팔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면 오산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도 마찬가지다. APU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찾아가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 적합성을 철저히 조사해달라며 당국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EC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직원 사이의 고용 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고, 필자는 업계 의견을 취합해 “EC가 의견 제시를 거절했다"는 내용을 기사에 반영했다. 그럼에도 APU 관계자는 “EC가 고용 관계는 자기들의 권한 밖임을 설명한 것"이라며 “우리가 제출할 추가 자료를 EC가 환영한다는 내용은 눈에 안 들어오느냐, 편향적으로 그 따위 기사를 쓰느냐"고 따졌다. 또 “당신 같은 사람은 기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측)자료 공유를 하지 않을테니 능력껏 구해보라"며 당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선 “박규빈 기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무얼 받아먹었길래 이런 기사를 쓰느냐"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APU는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나? 필자는 취재를 통해 사건을 심층적으로 설명하거나 배경을 알려주는 '해설 기사'를 썼을 따름인데, 이 정도면 가히 언론에 대한 폭거라고 할만하다. 언론이 언더 도그마에 빠져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언제나 모든 매체가 편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오만한 발상이다. 거친 언사로는 가장 먼저 만나는 시민인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노조 관계자 제위의 성숙한 대 언론 자세를 촉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언제까지 석유시대에 살 것인가

올해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7819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5.5% 늘어났으며, 기존 최대인 2022년 상반기보다 2%(943만배럴) 더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과는 전혀 딴판으로 석유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제품별 소비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기대비 휘발유 8.1% 증가, 납사 4.2% 증가, 항공유 17.5% 증가, LPG 16.7% 증가, 기타제품 14.1% 증가했다. 제품의 용도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운행을 더 많이 했고, 석유화학산업의 가동률은 더욱 높아졌으며, 코로나19로 자제했던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석유 소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2년 9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도 소비 증가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여진다. 계속 감소하던 경유 소비량이 7월 유류세 일부 환원을 앞두고 6월에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석유 소비 추세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한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석유 소비는 경제성장과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올해 석유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나아졌다는 뜻"이라며 “마땅한 친환경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제성장을 의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교수는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의 친환경 대체재는 석유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친환경 대체재 시장을 육성해야 다시 가격이 안정화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오로지 물가안정을 이유로 기름값을 낮게 유지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가격도 전 세계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기름값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기름값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비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를 기준으로 올해 2분기 한국의 리터당 평균가격은 1680원이다. 이에 비해 오스트리아는 2417원, 영국은 2547원, 아일랜드는 2651원, 덴마크는 3028원, 네덜란드는 3004원이다. 이처럼 유럽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세금이 많아서다. 리터당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한국 712원일 때 오스트리아 1276원, 영국 1339원, 아일랜드 1463원, 덴마크 1614원, 네덜란드 1696원이다. 유럽은 석유에 악감정이 있어서 기름값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매기는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석유의 친환경 대체제 시장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즉, 현재 유럽은 과도기에 있다. 석유 시대에서 친환경 연료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에는 친환경 연료가 주류로 자리잡고 가격까지 안정화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석유시대에 살 것인가.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더본코리아, 갈등 봉합으로 ‘상생 본질’ 되찾기를

“가맹사업의 핵심이 '상생경영'인데 점주와 척을 지면 회사 이미지에 좋을 게 없겠죠. 백종원 대표가 직접 사태수습에 나설 정도로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도 큰 거 같고요."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간 갈등을 바라보는 외식업계 관계자의 평가이다. 가맹사업을 주요 사업모델로 둔 외식기업 특성상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상생관계가 필수임에도 내홍 장기화로 기업의 사회 평판에 흠집이 날 가능성을 꼬집은 것이다. 연돈볼카츠는 제주도의 인기 돈가스 전문점 '연돈'에서 시작된 돈가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2018년 백종원 대표가 자체 '골목식당 프로그램'으로 출연한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이다. 연돈볼카츠 사태는 지난 6월 일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불씨가 붙었다. 가맹점주들은 더본코리아 직원이 구두로 제공한 매출·수익률 등을 허위로 과장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본코리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번갈아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진흙탕 싸움까지 번진 상황에서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가 직접 나서 방송·유튜브 채널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2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첫 단추인 상장예비심사는 규정상 심사 기한인 45영업일 내 심사 위원회가 열려야 하지만 현재까지 승인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 측에서 뚜렷한 상장 심사 연기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한편, 최근 불거진 연돈볼카츠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상장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시장 규모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집중하는 업종 특성상 성장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사업 구조상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상이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시장 핸디캡에 가맹점 리스크까지 더해진 더본코리아가 연볼돈카츠 리스크를 헤쳐 나갈 길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본사와 가맹점 간 '2인3각 경영'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의 갈등은 소비자들에게 자칫 상생(相生)을 저버린 독생(獨生)의 이권다툼으로 보이지 않을까 안타깝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우리투자증권, 초대형 IB까지 버텨내길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 이달 출범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과 함께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 진출, 5년 내 자기자본 증권업계 10위권 안착을 제시한 만큼 '우리'라는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우리투자증권의 중장기 목표 중 주목해야 할 점은 10년 내 초대형 IB 진입이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 판매할 수 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 처음으로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이후 NH투자증권(2018년 7월), KB증권(2019년 6월), 미래에셋증권(2021년 6월) 등이 발행어음업을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현재 기준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자본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4~5조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아쉽다는 평가 속에서도 시장을 긴장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금융지주'가 크다. 우리은행은 오랜 시간 기업금융 명가로 대기업들과 인연을 쌓아왔다. 우리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투자증권도 우리금융지주가 가진 강점을 살려 IB와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인력도 충분하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준비하면서 미래에셋·삼성·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 부장·부부장급 실무인력 33명을 영입했다 향후 1년 내 100명 이상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 증권사의 존재감이 갑자기 커지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증시 변동성 등 각종 리스크로 방어적인 태세를 취할 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 10년 전 아픔을 겪고 다시 부활했다.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고속성장에 연연하기보단 단계별 성장으로 초대형 IB까지 진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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