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이 아닙니다. 당뇨병·고지혈증 같이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문연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0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한국에자이가 주최한 '알츠하이머병 미디어 세션'에서 이러한 청신호를 전했다. 표적치료제 등장으로 '희망봉'을 돌았다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 알츠하이머 약물치료, '증상 완화'서 '치료제'로 진화 전체 치매의 약 7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등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의 기능과 연결이 손상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약물 치료는 기존 '증상 완화 치료'에서 점차 발전해 현재는 질병의 원인을 제거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질병 조절 치료'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두 교수의 진단이다. 즉, 기존에는 주로 인지기능 저하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거나 행동·심리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치료법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병태생리에 직접 개입하여 질병의 진행을 변화시키는 치료는 아니다. 최근에는 '치매 단백질'로 지목되는 뇌 안의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이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고 추가적인 응집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즉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문연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부터 뇌에 축적되기 시작한다"면서 “결국 뇌세포간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와 수용체를 손상시키고, 타우 단백질의 이상 및 염증 반응을 유도해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문소영 교수는 “1년 이상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들을 관찰했을 때,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아밀로이드가 현저히 감소하고 인지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례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올해 국내 치매환자 100만명 돌파 전망…2044년엔 200만명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97만759명에서 올해 101만4865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44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약 20년 전인 2008년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사회적 경고음이 일찌감치 울렸지만,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치매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기준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22조9000억 원에 육박해 같은 해 국방비의 약 40%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츠하이머병 표적치료제가 치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4년 5월 글로벌 제약사 에자이가 개발한 레카네맙 성분의 '레켐비'를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했다. 레카네맙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로 초기 단계에서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목적을 둔다. 문소영 교수는 “앞으로는 50대부터 매년 혈액으로 아밀로이드 검사를 진행하고, 아밀로이드 양성으로 확인되면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 주사로 치료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백솔미 기자 bs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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