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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도국 가다-핀란드②] 2035년 넷제로 목표…ABB·댄포스 등 글로벌 수출기업들 집합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아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풍부한 물과 산림을 바탕으로 원자력과 풍력을 더해 일찌감치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췄다. 전력시장에는 정치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이제 탄소중립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산업, 수송, 열 분야까지 탄소중립 도전 중이다. 핀란드가 인구 550여만명의 작은 나라라 탄소중립을 평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란드 산업 주축이었던 노키아가 휘청이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렸다. 작은 내수 규모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제도 챙겨야 하는데 안보도 위태롭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끊겨 에너지 안보는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스웨덴하고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돼 있지만, 핀란드 전문가들은 전력망이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에너지 안보가 언제든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란드인의 삶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열에너지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총 850억유로(135조원)에서 1000억유로(160조원)에 달하는 수출 기회를 얻을 것이라 봅니다. 국가 전체가 혁신에 집중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헬레나 사렌 비즈니스핀란드 리더는 지난달 5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비즈니스핀란드 본사에서 핀란드의 탄소중립 및 수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비즈니스핀란드는 핀란드 고용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핀란드의 주요 연구 및 기술개발에 자금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다. 핀란드는 탄소중립 기술을 국가 탄소중립 달성 수단으로 무역경쟁력 확보와 함께 수출 상품 자체로 쓰기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기술을 유럽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무역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사렌 리더는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창출할 수출액 1000억유로 중에 절반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을 통해서, 나머지는 앞으로 새로 개발해야 되는 기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전체 1차 에너지생산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27% 정도다. 나머지 73%는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로 조달한다. 특히 핀란드는 목재펠릿 등 목재자원을 재생에너지로 취급, 열에너지 및 전기 생산 등에 활용한다. 1차 에너지 생산 중 목재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8.0%로 가장 많다. 핀란드는 이미 보유한 재생에너지 관리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기술로 평가받는 청정수소 생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히트펌프를 통한 난방의 전기화를 추진한다. 비즈니스핀란드에 따르면 전력생산의 약 95%, 열생산의 75%는 탈화석연료를 달성했다. 핀란드는 오는 2029년 5월부터 석탄발전을 금지하고 청정전력 생산량을 2040년까지 지금보다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월까지 발표된 육상풍력 프로젝트는 61기가와트(GW),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46GW, 태양광은 23GW에 이른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분산에너지자원 관리시스템(DERMS)을 갖추고 에너지시스템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성을 극복하도록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향후 5년간 36GW 규모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청정수소 생산도 대폭 늘려 2030년까지 유럽연합 청정수소의 10%를 핀란드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는 총 11GW 규모의 51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특히, SMR 기술에서도 이미 3개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 난방의 탈탄소화를 위해서 히트펌프와 전기보일러 관련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핀란드는 기술연구센터(VTT)를 통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TT는 EU의 연구혁신 분야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유럽 참여 기관 중에 15번째로 커 유럽에서도 매우 큰 연구기관이다. 총 수입만 3억유로(4795억원)에 이른다. 투울라 매키넨 VTT 리더는 “우리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건물, 운송 분야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시스템에 솔루션도 제공하는 데 전기화, 냉난방, 수소 등이 포함된다"며 “가장 큰 과제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다. 철강은 열을 얻기 위해 연료를 많이 태우는데 이를 어떻게 전기화할지가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소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VTT는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예산의 3분의 1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에너지 수도'로 불리는 바사(Vaasa)에는 공정의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들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도시인 바사는 인구 7만여명의 작은 도시다. 하지만 바사는 '에너지 수도'라 불리며 바사에 위치한 에너지 클러스터에는 180개 이상의 에너지 기술 기업이 입주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 총 매출은 연간 60억유로에 이른다. 핀란드 에너지 신기술의 80%가 바사에서 수출된다. 도시 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높은 것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ABB는 핀란드 바사에 제조공정을 구축했다. ABB핀란드의 매출은 25억유로(4조원)이며 약 5000명의 직원을 뒀다. ABB는 변전소 등 전기화 시스템 및 전기모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위한 제품을 공급한다. ABB는 핀란드에서 R&D로만 약 1억6000만유로(256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ABB 관계자는 “핀란드에서는 R&D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둔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댄포스는 도로용 차량 및 비도로용 차량, 주거 및 상업 건물, 도시 인프라, 에너지생산 시설 등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한다. 댄포스는 총 20개국에 걸쳐 97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2030년까지 모든 공장을 탄소중립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 공장은 이미 올해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핀란드에는 800여명의 직원을 뒀다. 핀란드 바사에 본사를 둔 VEO는 지난해 총 1억3480만유로(21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VEO는 사업영역의 4분의 3이 에너지전환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핀란드의 대표적인 '스위치기어' 제조 기업이다. 스위치기어란 송전망 혹은 배전망의 전기장비를 제어하고 보호하는 역할은 한다. 즉 스위치기어를 통해 배전망에서 공장으로 직접 전기를 전달할 수 있고, 혹은 공장이 전기를 받을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서 발전량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스위치기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VEO 관계자는 “바사에 있는 이 공장이 북유럽 스위치기어 공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바사의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마리노바의 마르코 쿠오카넌 대표는 “한국 기업이 바사에도 진출하길 바란다"며 “바사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과 숙련된 인력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3일 전국 낮 최고기온 36도 무더위…전력수요 9만MW 돌파 전망

오는 3일 전국 낮 최고 기온이 최대 36℃(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무더위에 냉방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수요가 곧 9만메가와트(MW)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는 3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길 전망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23∼28도, 낮 최고기온은 28∼36도로 예보됐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에는 새벽부터 아침 사이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지난 1일 최대전력수요가 19시 기준 8만9209MW로 나타났다. 공급예비율은 12%까지 떨어졌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수요가 9만M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통 추위와 더위를 포함해 극한 날씨가 나타나면 전력수요가 9만MW대로 나타난다. 여름철 역대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8월 20일 기록한 9만7115MW이고, 겨울철은 지난 2022년 12월 23일 기록한 9만4509MW이다. 올해 장마철에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으면서 높은 전력수요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적어도 이번주까지는 별다른 비소식은 없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포스코홀딩스, 월성1호기 운영권 확보 추진…수소환원제철 전력 확보 차원

포스코홀딩스가 탄소중립 핵심 과제인 수소환원제철(HyIS) 실현을 위한 전력 공급 기반으로 '원자력 발전소 직접 운영'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폐쇄된 월성1호기에 대해 운영권을 확보하고,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PPA(전력구매계약) 체계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원전 직영·직거래 시도가 국내 최초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2일 복수의 에너지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설계사인 캐나다 CANDU 에너지 등을 대상으로 월성 1호기 운영권 확보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산업부는 원전 정책 전담부처이고, 한수원은 월성원전 운영사업자이며, CANDU는 월성 1~4호기의 원자로를 설계한 기술 제공사이다. 포스코는 CANDU와 기술 협의 및 안전성 검토를 병행해 향후 원전 운영 주체로서의 실질적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성 1호기는 1983년에 준공돼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돼 2019년 12월 영구 정지된 상태다. 재가동을 위해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현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탄소배출이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며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현재 가동이 중지된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해 전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떼어내기 위한 환원제로 기존 석탄이나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탄소중립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려면 철을 녹이기 위한 1538도(℃)의 무탄소 내지는 저탄소 열에너지 공급이 필요한데, 이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은 현재로선 원전밖에 없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저감을 위한 원전 활용 정책토론회'도 이러한 포스코의 구상 아래 민주당 내에서 친원전파로 알려진 허성무 의원에 지원을 요청해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서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이는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로는 충족이 불가능하다"며, “24시간 탄소프리 전력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심은 원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무환 전 포스텍 총장도 “산업경쟁력 회복의 관건은 전력 안정성과 가격"이라며 “민간 중심의 원전 활용 방안까지 고려할 때"라고 포스코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철강·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탈탄소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24시간 탄소프리 전원이 필수적이며, 원전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2019년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운영권 확보와 재가동을 위해 정부 등 관계기관을 만나 적극 설득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정부에 월성 1호기 운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으며, CANDU 측과 기술적 협의를 병행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산업계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적·정책적 관문을 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데 합의해야 하고,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력직거래(PPA) 체계를 위해 한전 및 전력거래소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이는 현재 전기사업법 체계상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직접전력 구매 제한과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먼저 일정 조건 하 민간 간 PPA 허용 범위 확대를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수원이 원전 운영권을 외부에 양도하거나, 공동 운영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에너지공기업 운영 규정 정비도 요구된다. 또한 RE100에서 CFE(무탄소전원)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한 글로벌 동향에 부합하는 실효적 인증체계 도입도 난관이다. 정치적 논란 최소화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의 재가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수소환원제철을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간 수십 TWh(테라와트시)의 24/7 무탄소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지역 수급 한계로 인해 원자력을 실질적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고 원전 활용을 민간이 주도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책적 대타협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지만, 기업의 실질 수요가 제도 개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 재가동과 민간직영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포스코의 행보가 산업계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포스코의 시도는 단순한 전력조달 방식의 다변화를 넘어, 한국 전력시장 구조, 원전 정책, 에너지안보 프레임 전반을 흔드는 실험적 도전이다.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지만, 탄소중립 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민간의 절박한 에너지 전략이 제도 개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 측은 “원전을 활용한 전력공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월성1호기 운영권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기술평가원, 새정부 맞아 탄소중립 신산업TF 신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원장 이승재)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선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기관장 직속으로 '탄소중립 신산업 태스크포스(TF)'를 지난달 30일 신설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신산업TF에는 탄소중립 추진팀과 에너지AI 신산업 육성팀이 구성됐다. 탄소중립 추진팀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고속도로 핵심기술 개발, 태양광 생태계 복원과 풍력 경쟁력 강화, 전력 계통 유연성 확보, 지능형 전력망 활용 등을 수행한다. 에너지AI 신산업 육성팀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AI를 활용한 효율향상과 신사업 모델 발굴, 공공데이터와 연계한 AI 솔루션, 기후테크 산업육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후속으로 재생에너지 선순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술혁신본부의 재생에너지실을 선임부서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는 에기평이 기존의 원전 수출은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승재 원장은 “에너지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해 새 정부 에너지 대전환과 에너지신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중국산 90% 점령’ 태양광 인버터시장 숨통 트이나…재생에너지 핵심설비 국산화 장려법안 추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핵심설비의 국산화를 장려하도록 하는 관련 법안의 개정이 추진된다. 국내 태양광시장에서 직류 전기를 교류로 전환하는 핵심설비인 인버터의 경우 중국산과 국산의 비중이 무려 9:1 수준으로 국산 업체들은 고사 일보직전이다.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조금이나마 국산화에 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등 15명 의원은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명시된 '핵심자원'의 정의에 외국산 수입비율이 높아 국산화가 시급한 핵심부품도 핵심자원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부품의 외국산 수입비율이 높아 대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인버터 등 주요 부품의 공급망 불안 및 국산화 필요성이 언론과 국정감사 등에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며 “또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자원안보 기본계획의 5년 주기 수립만으로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적혔다. 개정안은 핵심자원 정의에 외국산 수입비율이 높아 국산화가 시급한 신재생에너지 부품도 핵심자원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자원안보 기본계획 수립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 신규 설치용량은 964메가와트(MW)로 국내산 671MW보다 많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국내산 모듈 비중은 68%였는데 41%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직류 전기를 교류로 전환해 송전망으로 보내는 핵심부품인 태양광 인버터의 경우도 중국산이 90% 수준으로 국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업체들은 “도저히 중국산 제품 가격을 따라 갈 수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시장은 사실상 OCI파워가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태양광 모듈, 인버터, 풍력 터빈 등 주요 재생에너지 설비 부품들이 핵심자원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핵심자원의 가격과 수급량의 현황 및 전망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으며, 비축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핵심자원과 관련된 기관, 단체, 사업자에 대해 국제협력, 연구개발, 인력양성·교육·홍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수입비중이 높은 부품이 핵심자원으로 선정되면 국내 기업에 단기적, 직접적 혜택은 없지만,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지원으로 중장기적 혜택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장려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대통령 공약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하려면 “배출권 가격 8~10배 비싸져야”

이재명 정부의 중점 과제인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금보다 8~10배 더 비싸져야 한다는 환경부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탄소국경제도(CBAM)를 운영하는 유럽연합의 거래 수준이기도 하다. 배출권 가격이 이 정도 돼야 산업에서 탄소저감 기술 및 설비에 적극 투자하고, 배출권 거래도 활발해져 NDC 달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마루 환경부 기후경제과 과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제4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핵심과 쟁점' 토론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지원사업(2022~2024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과장은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8700원 정도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감축기술이 톤당 1만원 이하인 것은 찾기 힘들다"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감축기술이 꽤 비싸다. 이미 우리는 웬만큼 감축할 수 있는 것들은 다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비싼 것들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효율화나 연료전환 등 탄소 감축 기술에 톤당 약 8만~10만원 정도로 투자하고 있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혁신 기술은 20만원이 넘어간다"며 “경제논리로만 봤을 때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원은 돼야 현재 돌아가는 설비들을 바꿀 요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즉 환경부는 배출권 가격이 8만~10만원 정도는 돼야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저감 기술 및 설비에 투자해 결국 2030 NDC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30년 NDC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국경제도를 운영하는 유럽연합의 현재 배출권 거래가격도 톤당 70유로(약 11만1600원)이다. 2030 NDC 달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기후 공약으로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을 내세운 바 있다. 배출권제도란 일정 수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의 배출 총량을 제한하고 제한된 배출량 내에서 기업끼리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기업들은 탄소저감 기술에 투자하기 보다는 차라리 배출권을 구매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배출권 가격이 비싸지면 기업들은 배출권 구매보다는 탄소저감 기술에 투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 국내 배출권 가격이 낮은 이유는 △할당 배출권 총량이 실제 기업들의 배출량보다 많아 수요 감소 △유상할당 비율이 낮고 이월 제한이 엄격해 시장 유연성 하락 △배출권 거래 시장이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잉여배출권은 1억톤에 가깝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는 4차배출권 기본계획이 적용되면 대상업체가 늘어나고, 배출권 허용총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급격한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에게 비용증가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배출권 제도를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형식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2030 NDC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라는 큰 우산에서, 각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실한 정책적 방향과 명확한 가격신호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무더위 당분간 계속…대구·강릉 낮 최고 35도

전국에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2일 대구와 강릉은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1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26∼35도로 예상됐다. 이번주는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있고, 계속 무더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인천 26도, 대전 32도, 광주 34도, 부산 31도 등이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는 서울.인천.경기북부와 강원내륙.산지에서 0.1mm 미만 빗방울이 떨어질 수 있다. 당분간 최고체감 온도가 33도 내외로 매우 높아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여전히 필요한 원전③] 탄소중립도 현실성 있게…재생에너지 한계 보완하는 ‘현실적 전원’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에너지 전환의 여정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변동성과 간헐성,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기술적 미성숙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이에 따라 출력 안정성과 계통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원자력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과정에서도 원자력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전원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 에너지 믹스 구성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을 원전 전문가들로 채운 것도 원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공식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실용적 에너지믹스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관 후보자에 두산에너빌리티 김정관 사장을, 1·2차관에 각각 문신학 전 대변인과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기용한 이번 인선은 원전 정책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세 인물 모두 원전정책 또는 산업 현장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원전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이들 전원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풍력은 바람 세기에 따라 출력이 들쑥날쑥하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제어(curtailement)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23년 기준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잉여 출력 제한 횟수가 연간 100건을 넘겼으며, 일부 시간대에는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 전원의 간헐성 문제는 △전력시장 가격 왜곡 △전력계통 안정성 저하 △예비력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은 여전히 비용, 효율, 화재 안전성 등에서 기술적 과제가 많다. 이와 달리 원자력은 연중 무휴 24시간 가동 가능한, 출력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서 현존 최강의 전원으로 꼽힌다. 전력계통의 주파수 안정화, 급변하는 수요에 대한 즉각 대응 등의 측면에서도 원전은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계통 운영에 필요한 유연성 자원과 예비력 비용이 급증하는 반면, 원전은 이러한 '시스템 비용(system cost)'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60%를 넘을 경우 추가 계통 안정 비용이 전체 전력요금의 15%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용 상승을 억제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저 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며 그 중심에 원자력이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역시 원자력의 지속적 활용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EU의 'REPowerEU' 전략에서는 프랑스,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10여 개국이 원전을 저탄소 베이스로드 전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도 기존 원전 운영 지원 및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확대가 포함돼 있다. 일본은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기존 원전의 재가동과 수명 연장, 신형 원전 건설까지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율'의 문제를 넘어, 전체 전력시스템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기술 실현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은 재생과 원전의 조화로운 병행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 역시 2030 NDC 달성,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동시에 출력 안정성과 계통 안전성을 책임질 전원으로 원전의 활용을 지속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가스발전 등의 역할을 '역할과 책임 중심의 이원적 접근'으로 재정립한다면, 보다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고리 1호기 부지 18만평, 해체 이후 어떻게 활용할까?

국내 최초의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본격적인 해체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해체 완료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해당 부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약 18만평(약 60만㎡)에 달하는 부지는 부산시 기장군의 해안 지역에 위치해 접근성과 기반시설이 우수한 데다, 기존 원전 기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고부가가치 에너지 산업의 전초기지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요청한 고리 1호기 해체안을 승인함에 따라 본격적인 해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수원은 2037년까지 해체 작업을 완료할 계획으로, 해체가 완료되면 부지의 방사능 수치는 자연수치인 0.1mSv 수준이 된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는 이론적으로는 상업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원전 부지였다는 선입견과 주민의견 등을 감안해 제한적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의 쉬핑포트(Shipping Port)와 메인 양키(Maine Yankee) 원전은 해체 완료 후 부지를 개방해 녹지 공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포트 세인트 브레인(Fort St. Vrain) 원전은 해체 완료 후 시설을 개조해 화력발전소로 활용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원전 해체 시설인 독일의 그라이프스발트(Gerifswald) 원전은 해체 완료 뒤 바이오디젤 생산시설과 해체 폐기물 저장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용원전은 운전 종료 후 즉시 해체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해체 후 부지는 제한적 이용이 목적인 신규 원전 부지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 해체 부지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집적지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지역 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연구개발(R&D) 클러스터를 구축해 기술 실증과 수출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 혁신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고리1호기 부지를 SMR 실증단지로 조성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고리 부지는 이미 원전 운영 및 안전관리 체계를 갖춘 곳으로, 신규 부지보다 입지 승인과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정부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1호기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임시 저장 및 처리시설을 해당 부지에 조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이 장기 표류 중인 만큼, 고리 부지를 활용한 폐기물 관리의 중간 거점화는 기술적·경제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지역 주민과 부산시 일각에서는 고리1호기 부지를 공공청사, 교육·문화시설, 스마트관광지구 등으로 전환해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자는 제안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안 경관과 인접 관광지와의 연계성을 살려 에너지체험관, 해양문화단지 등으로 개발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다기능 복합단지 활용을 위한 정책 방향 설계와 지역수용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원전 관련 기술·인프라·인력을 모두 갖춘 전략 거점으로, 단일 기능보다는 신재생+SMR+R&D+공공인프라를 통합한 복합단지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도 “단순히 기존 기능을 폐기하는 것이 아닌,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고려한 국가적 활용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 의견 수렴과 지자체 협의를 거쳐 부지 활용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중앙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관련 활용 방안의 경우, 주민 갈등 해소와 과학적 안전성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원전산업의 시작점이었던 고리1호기 부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 출발점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정책적 결단과 지역사회의 합의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의 재앙 같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6월 13일)과 미국의 추가 공격(6월 21일, 포르도·나탄즈·에스파한 타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이란의 미사일 반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이어졌다. 6월 22일 이란 의회는 봉쇄 안건을 승인했지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며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에 최근 휴전 소식이 전해졌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이 혼란의 중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에 있어 단순한 지리적 통로가 아니라 생존의 동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3396km의 좁은 수로로, 세계 원유의 2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한다. 하루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에서 이곳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세계 석유의 동맥"이다.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33km)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가 34km에 불과하며, 대부분 이란 영해에 속한다. 이란은 이러한 해협을 위협할 기뢰, 대함 미사일, 킬로급 잠수함, 고속 공격정으로 군사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로 통항이 위협받은 전례가 있지만, 전면 봉쇄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 갈등은 미국의 직접 개입과 이란 의회의 봉쇄 승인(6월 22일)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은 봉쇄를 세계 석유의 동맥을 차단하는 보복으로 규정하며,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에스마일 코사리는 군사 훈련이나 선박 검문으로 통항을 제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봉쇄는 이란에도 리스크가 크다. 이란의 석유 수출(하루 150~200만 배럴, 주로 중국으로)은 해협에 의존하며, 중국 등 교역국의 반발과 바레인 주둔 미해군 5함대와의 충돌 가능성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완전 봉쇄를 사실상 “경제적 자살"로 보지만, 제한적 교란(기뢰 배치, 선박 검문)만으로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막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기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지만, 휴전 번복과 이란의 강경 발언은 위협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원유 수입의 70%, LNG 수입의 40% 이상이 중동에서 오며,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산업연구원은 봉쇄 시 한국 산업 생산비가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운송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합성수지 생산비가 증가해 중국 저가제품에 이미 타격을 입을대로 입은 석유화학공업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정부 160일, 민간 포함 약 200일)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장기 봉쇄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초래한다. 유가 급등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며,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1.0%)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석유 수출이 50% 이상 감소하며 유가가 70달러 선을 돌파했는데 봉쇄가 실현될 경우 배럴당 120~150달러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해상 운송도 큰 타격을 받는다. 봉쇄 시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며, 운송 시간(12주 증가)과 비용(선박당 약 100만 달러)이 급등한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아시아-유럽 항로가 이미 혼란을 겪고 있는데, 호르무즈마저 차단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병목 현상에 직면한다. 한국의 중동 수출, 특히 건설 수주(2025년 15월 전체 수주의 48.5%)는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될 위기에 봉착한다. KOTRA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국가의 방위비 증가가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및 진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변동성에 휩싸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금, 달러, 국채로 이동하며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최근 3,000선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내주식은 에너지·항공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1,350 수준을 등락하는 원·달러 환율은 봉쇄 우려가 현실화되면 재차 급등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비상대응반을 통해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 중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비축유 활용과 우회 노선 검토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미·호주산 원유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로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 오만 등 중재국과의 외교 협력도 봉쇄를 막는 데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시험대다. 유가, 물가, 수출, 금융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신속한 대응과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가 절실하다. 휴전 협상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 생존의 동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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