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면세점 체질개선 로드맵] ⑤ 첫 ‘연간 흑자’ 노리는 현대免, 환부 도려내고 본업 경쟁력 강화

만년 적자에 허우적대는 현대디에프(현대면세점)가 복합 위기 속 첫 연간 흑자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혹독한 군살 빼기 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수익성 궤도로의 진입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상품기획·프로모션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IR 자료를 살펴보면, 올 12분기 면세점 사업부문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31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이나, 전년 동기(91억원) 대비 약 3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약 14.1% 오른 1조1526억원을 기록하며 외형·내실 동반 개선에 성공했다. 2018년 설립 이래로 현대면세점은 2023년 3분기 흑자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도 28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그해 11월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박장서 대표이사 주도로 강력한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가는 터라 흑자 달성 기대감이 높다. 지난 5월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조직 효율화에 나선 것도 체질 개선 과정의 하나다. 서울 무역센터점 중심의 단독 운영 방식으로 시내 면세점 체제를 바꾼 것도 또 다른 전략이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7월부로 동대문점을 폐점했고, 무역센터점도 기존 8~10층 3개층에서 8~9층 2개층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직매입이 주를 이루는 면세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지면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나, 동대문점의 경우 수익성 구멍이나 다름없었다. 2020년 개점한 동대문점의 누적 적자 규모만 35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저수익 매장 정리를 통한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읽힌다.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 2분기 현대면세점은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동대문점 철수에 따른 퇴직위로금 등 일회성 비용(17억원)이 포함된 결과로, 이를 제외하면 4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대면세점도 신세계·신라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돼 있는 만큼, 임차료 문제로 수익성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현대면세점은 현재 명품 부티크 전용 판매 구역인 DF5에 입점해 있는데, 최저수용액(1056억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 판도에 발맞추는 것도 현대면세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존 따이궁 중심에서 개별 관광객으로 여행 행태가 재편되고, 쇼핑 대신 체험·문화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다. 하반기 여러 긍정적 외부 요인이 맞물리면서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 위한 기회는 남아있다. 9월 말부터 시행하는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여러 특수가 예정돼 있다. 이에 현대면세점은 외국인 자유 여행객이 자주 방문하는 코엑스와 고객군 특성을 고려해 중국 마이스(MICE) 단체를 유치하고, 아쿠아리움 등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상품 개발을 검토하는 단계다. 여기에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등급과 자체 멤버십을 매칭해 구매 금액대별 연중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고효율 MD 위주로 시내 면세점 상품을 개편해 수익성 확대도 꾀한다. 지난 4월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시내면세점 운영효율화 전략'에 따르면, 무역점에 있던 기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힘을 빼고 K-뷰티·액세서리·패션·국산 화장품 카테고리 등 고효율MD를 새로 들이기로 했다. 동대문점 폐점에 따라 무역점으로 이전 배치시키는 것이다. 공항 면세점도 고수익 럭셔리 명품 위주로 MD를 손질해 재미를 보고 있는 만큼 기존대로 전략을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7월부터 구찌·펜디·발렌시아가·생로랑 등 고가 명품 브랜드를 지속 확보해왔는데, 그 결과 올 1분기 공항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10% 올랐다. 기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매장도 새로 열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K-면세점 체질개선 로드맵] ④ 호텔신라 ‘애물단지’ 된 신라免…허리띠 조일 땐 조이고, 풀 땐 풀고

호텔신라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신라면세점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만들면서 존재감 되찾기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과의 임대료 문제 등 여전히 경영 환경은 가시밭길이지만, 조직 효율화·운영 자금 확보·공격적인 마케팅까지 가용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17일 호텔신라 IR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매출은 1조9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84% 줄어든 62억원에 그쳤다. 호텔신라 사업은 면세점(TR) 부문과 호텔&레저부문 두 가지 축으로 이뤄졌는데, 면세사업의 높은 매출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익을 낳지 못해 전사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가장 최근치인 올 2분기 실적만 봐도 면세점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오른 8502억이다. 이는 총매출의 83%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면세점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하면서, 이익기여도 관점에서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호텔&레저 부문이 수익성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면세점 부문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은 지난해가 정점을 찍었다. 분기별로 기복은 있었지만 면세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종료 후 엔데믹 전환이 시작된 2022년 86억원, 이듬해 22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697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연간 실적도 적자 전환했다. 올 들어 수익성 개선 구간에 진입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해 4분기 -5.7%였던 면세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0.6%, 2분기 -1.3%로 회복됐다. 수익성 개선세를 굳히기 위한 관건은 임차료 조정이다. 신세계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 입점에 따른 임대료 공식에 갇힌 상황이다. 특히, 올해 인천공항점을 포함한 국내외 공항점 매출은 1분기(18.7%), 2분기(6.4%) 연속 상승세를 그려온 터다. 최근에는 법원에서 신라면세점에 부과하는 임대료를 25% 인하하도록 강제조정결정이 내려왔다. 다만, 인천공항 측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신라면세점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인천공항과의 협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빚는 가운데, 수익 제고에 대한 고민에 빠진 신라면세점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4월에는 국내 주요 면세사업자 4사 중 가장 늦게 희망퇴직 카드마저 꺼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호텔신라는 모회사 차원에서 창사 이래 최초로 132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까지 발행했다. 여기에 신규 면세 부문장으로 재무통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앉히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공들여 왔다. 이 가운데 허리띠를 조일 땐 조이고, 풀 때 푸는 면모도 보인다. 당장에 이달 말부터 한시적 시행하는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에 대응에 분주하다. 특히,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 손잡고 마이스(MICE)·인센티브 단체를 집중 공략한다. 골드 패스를 선물하고, 중국인 선호 브랜드 위주로 기획 상품을 개편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K-POP 팬미팅 등의 대형 단체고객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일일투어나 소규모 개별 관광객(FIT)성 단체 여행 행태를 반영한 연계 상품도 개발 중이다. 올해에만 세 차례 중화권 위주로 인기몰이 중인 유명인사들을 홍보 모델로 발탁하며 팬덤 효과까지 노리는 분위기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메인 고객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면세점 입점 고객 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K-면세점 체질개선 로드맵] ③ 신세계免, 명동점을 ‘K핫플’로…인천공항점은 ‘계륵’

긴 불황 터널을 지나며 신세계면세점의 발걸음이 더 바빠지고 있다. 사실상 '계륵'으로 전락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힘 쏟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경험을 높이기 위해 핵심 점포 위주로 상품성 강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16일 신세계 IR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 운영사인 신세계디에프의 지난해 매출은 2조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올랐다. 반면 359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1~6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지만, 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서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뚜렷한 실적 반등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도 손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2015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임원 급여 삭감 등 고강도 다이어트까지 단행했다. 시내 점포까지 수술대에 올리는 강수도 뒀지만 여전히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묘연하다. 올 초 신세계면세점은 특허권이 약 1년 남았던 부산점을 조기 폐점했다. 앞서 해당 매장 영업면적을 줄이는 등 효율화를 꾀했지만 끝내 문을 닫았다. 여기에 임차료 부담에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쌓이는 구조인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수익성을 짓누르는 실정이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신세계면세점이 매월 인천공항에 지불하는 임대료만 300억원 가량으로, 매월 60억~8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다. 최근 법원이 신세계면세점의 이용객당 임대료 단가를 27%로 내리도록 인천공항에 강제조정안도 전달했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 결렬 시 업계에서 예상하는 신세계면세점의 시나리오는 3가지다. 지금처럼 영업을 지속하거나, 조기 철수하거나, 소송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방안이다. 다만, 인천공항과의 면세점 계약기간이 2032년 6월까지로 8년여 남은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선 선택지 모두 상당한 시간·비용이 들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면세점 측은 “아직 (상황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다만 9월 말부터 시행 예고된 유커(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 등 단비 같은 소식이 들리면서 신세계면세점도 다시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마이스(MICE) 등 고부가가치 단체고객과 함께,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개별 관광객(FIT) 유치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인센티브 단체 프로그램을 추진해 연내 총 6만명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들 관광객을 끌어들일 전략으로 신세계면세점은 유일한 시내 점포인 명동점 위주로 투자 역량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객들에게 식품 수요가 신장세인 점을 반영해 11층에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도입했다. 식품·디저트·K문화 카테고리 100여개 브랜드를 총망라한 공간으로, 기존 8층 명품·9층 패션&잡화·10층 팝업존과 함께 복합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상품성 강화 맥락에서 '단독·최초 브랜드' 유치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면세업계 매출 기여도가 높은 화장품·향수 카테고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1883'·'BDK퍼퓸' 점포를 시내 면세점 최초로 명동점에서 선보였다. 올 5월 인천공항내 2개층 규모로 개점한 '루이 비통 듀플렉스' 점포를 열었는데, 이달 초 해당 매장 내 루이 비통의 첫 뷰티 컬렉션 '라 보떼 루이 비통'도 전 세계 면세점 최초로 선보였다. 8월부터는 명동점 내 시내 면세점 최초로 프라다 뷰티 점포도 운영 중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K-면세점 체질개선 로드맵] ② 전화위복 된 ‘전략적 후퇴’…롯데免, 다음 관문 ‘유커 모시기’

롯데면세점이 중요 자원을 포기하는 '전략적 후퇴' 결과로 얻어낸 수익성 반전의 모멘텀을 굳히는데 분주하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7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한 이후, 2개 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반대로 상반기(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줄어든 1조3054억원에 그쳤다. 현재로선 내실 회복 속도를 외형 성장세가 뒤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수익성 최우선 기조에 따라 롯데면세점이 과감한 덜어내기 전략을 펼쳐온 만큼 외형 후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변화의 시발점으로 '한국 관문'으로서 상징성이 짙은 매장으로 통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철수를 꼽는 시각이 많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이 한창이던 2023년 당시 롯데면세점은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입찰가를 제시해 22년 만에 철수하는 쓴맛을 봤다. 다만, 2년이 지난 지금은 탈락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이 오히려 승자 취급을 받고 있다. 월 고정형에서 여객 수 연동형으로 임대료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보다 부담이 커진 임차료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다. 작전상 후퇴였지만 '승자의 저주'를 비껴가며 수익성 방어가 가능해진 셈이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부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강력한 내실 다지기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해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수익성이 저조한 국내외 오프라인 점포들을 솎아내는 것도 체질 개선 과정의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은 서울 명동점·잠실 월드타워점·부산 서면점·제주 시티호텔점 4개 시내 면세점의 영업 면적을 줄였다. 올 들어 뉴질랜드·베트남·호주 공항점 등 일부 해외 면세점 영업을 종료했으며, 내년 6~7월께 계약이 만료되는 괌 공항점 철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올 들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을 택한 점도 수익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었다. 따이궁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연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할 만큼 최대 매출원이지만, 이들에게 지불하는 알선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이들과 거래를 끊으면서 매출은 급감했으나 판매 수수료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됐는데, 상반기 실적이 그 방증이다. 수익성 되살리기를 위해 롯데면세점이 고강도 체질 개선 처방을 퍼부은 가운데, 이달 말 예정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특수가 매출 확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현지로 직원들을 급파하는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전략 수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충칭·칭다오 등 중국 2·3선 출신 관광객 비중이 늘어난 만큼 해당 지역 유커 유치에 집중한다. 도시별 신규 에이전트를 발굴해 협력 관계를 쌓은 뒤 지역 맞춤형 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전용 콘텐츠와 쿠폰도 제공하는 한편, 뷰티 클래스·K콘텐츠 체험 등 각종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위해 핵심 시내 면세점 리뉴얼 계획도 예고했다. 본점인 명동점의 외국인 관광객 집객 효과를 키우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연내 명동점 내 K-뷰티관을 신설하고, 해당 점포 내 한류 관광 명소인 '스타에비뉴'도 재단장하기로 했다. 면세의 꽃인 가격 경쟁력 확보도 공들인다. 관세·부가세 면제 이외 구매 금액에 따라 페이백·결제 프로모션·추첨 행사 등을 제공하며, 판매 브랜드도 중저가부터 하이엔드 주얼리·시계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유커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단기적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진 않겠지만 관광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에 발맞춰 상품성 강화, 글로벌 브랜드 유치, 고객 편의 인프라 확대, 현지 마케팅 강화 등 다각도로 전략을 이어가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K-면세점 체질개선 로드맵] ① 저수익 탈출 기로…면세업계, 따이궁 보내고 유커 맞는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을 넘는 상승세지만 오히려 매출이 줄어든 국내 면세 사업자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업계는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모시기로 촉발된 저마진 구조 개선·몸집 줄이기를 병행하며 산업 정상화를 꾀하는 한편, 9월 말부터 내년 6월 말까지 한시 시행될 예정인 '유커 무비자 입국'에 수혜 기대감을 걸고 있다. ◇밑지는 장사에 불황 지속…따이궁 의존도 낮춰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을 살펴본 결과, 올 1~7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어난 약 1056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월 합산, 약 989만명)을 웃도는 성장세다. 반면 올 상반기(1~6월)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신세계·신라·현대면세점 모두 적자를 봤다. 방한객이 증가한 만큼 면세점 이용객도 늘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7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258만명으로 전년 동기(236만명) 대비 9.2% 늘었다. 역설적으로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65억원에서 9199억원으로 8.6% 줄었다. 해외 방한객 수와 면세 방문객 증가 등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실질적인 면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주저앉은 국내 면세 시장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고질적인 고비용·저수익 구조 영향이 가장 크다. 불황 속 버티기 차원에서 따이궁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 송객수수료 부담으로 제살 깎아먹기 장사를 지속해온 결과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명품 패션 등을 저렴하게 매입해 중국·동남아시아 등에 프리미엄가로 되파는 상인들로, 워낙 대량 구매하는 탓에 큰손으로 꼽혔다. 특히, 일반 관광객 발길이 끊긴 코로나19 확산세 당시 이들의 매출 비중만 90% 수준에 육박할 정도였다. 다만, 따이궁이 실적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과 함께 면세 사업자들의 태도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올 초 롯데면세점이 총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과감히 선언한 것이 대표 사례다. 롯데면세점의 모험적 선택이 2분기 업계 유일한 흑자로 돌아오면서, 나머지 업체들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주요 4사가 시내 면세점 위주로 특허권을 반납해 점포를 정리하거나, 기존 매장 규모를 축소해온 행보도 따이궁과의의 이별과 무관치 않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각 사 총매출에서 시내 면세점 비중은 70~80%대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시내 면세점의 경우 공항면세점 대비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 영향이 커 상대적으로 운영에 제약이 컸을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각 사마다 도심 상권에 위치한 특성상 패키지 여행 코스에 포함되고자 경쟁적으로 마케팅 비용도 투입해온 터라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올 2월 발표한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을 통해 “중국 관광객들의 트렌드가 개별 관광 위주로 변화 중이며 따이궁 수요가 과거보다 약하다"면서 “따이궁 매출에 의존해 외형만 유지한 채 내실을 다지고 있지 못하는 바, 시내 면세점의 경우 과감한 철수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돌아온 유커 '반짝 특수' 우려…가격 등 본업 경쟁력 되찾아라 국내 면세업계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의 구매 파워가 예전만치 못한 점도 발목을 잡는다. 2021년 263만원이던 1인당 면세 구매액은 엔데믹이 본격화된 2023년 오히려 두 자릿수로 떨어졌고, 올해(7월 기준) 35만6000원으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단속 강화·소비 장려책으로 객단가가 높던 '따이공' 수요가 빠지고, '싼커'라 불리는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공백을 메운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만간 시행될 유커 무비자 입국 제도가 국내 면세업계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업계는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한시적 운영인 만큼 반짝 특수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면세업계는 변화 흐름을 읽는데 초점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단체 관광·명품 쇼핑 위주에서 개별 관광·자유 쇼핑 위주로 관점이 바뀌면서, 새로운 유형의 유커들을 맞이할 신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면세 사업자 저마다 프리미엄 단체관광 상품을 표방하며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설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과거 고부가가치 소비를 이끌어 온 중장년층뿐 아니라 차별화된 재미 요소를 추구하는 신세대 유커들을 동시에 노리기 위함이다. 이 밖에 장기적 관점에서 면세사업의 핵심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통적으로 면세점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었지만, 이커머스 위주로 직구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더 이상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으뜸 판매 품목인 화장품만 봐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수요가 파편화된 상황이다. 장기화된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빠른 갈등 봉합과 함께 자체적인 노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온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신라·신세계면세점의 남은 계약기간은 약 8년이다. 다만, 이들은 매월 60억~80억원의 적자가 쌓이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자 임대료 조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두 업체는 당초 40%였던 임대료 인하안을 30~35%로 낮춰 제시했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신라면세점에 부과하는 임대료를 25% 인하하도록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이름이 무색하게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의 가장 큰 요소는 말 그대로 얼마나 세금을 면제해 가격적인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지 여부"라며 “여러 비용 대비 편익을 얘기하지만 지금은 그 장점을 체감하는 수준이 낮고, 자연스럽게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는 인천공항 측이 여행객 부재라는 이유로 임대료 감면 등 혜택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인·아웃바운드 어느 한쪽에도 부족함이 없는 상황에서 커다란 명분이 없다"며 “주요 면세사업자들이 상황을 직시하고 다양한 환경을 분석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면서 본인들의 자구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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