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전반에서 극우적 주장에 '사상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론 분열은 한층 가속하는 모양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광복절부터 정부에 항의하는 독립운동단체, 야권이 따로 일정을 치르며 쪼개진 상황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별도 광복절 행사를 개최하는 광복회를 겨냥해 14일 유튜브 '채널A 뉴스'에서 “광복회의 성격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해 정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기념식을 개최키로 한 바 있다. 뉴라이트 사상은 일제 강점이 한국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 등으로 2000년대부터 강한 논란을 일으킨 사상이다. 그러나 곽 대변인은 이번 뉴라이트 논란에 “양심, 사상, 학문의 자유를 모두 무시하고 한쪽 틀에서 만들어놓은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친일파라고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YTN에서 “이 회장은 '용산에 밀정이 있다, 어쨌다'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회장이야말로 일본 극우의 기쁨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다만 보수 정당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부터 이런 극우적 주장에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이 회장을 설득할 책임 있는 행동을 행사 당일 전에 해주길 주문했는데 정부 여당의 기조가 정상이 아니다"라며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에도 “8월 14일까지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국민은 큰 실망을 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사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 대통령 정치입문 과정에서 우호적 멘토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 이 회장님에 진정성 있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극우적 성향 논란이 독립기념관장 인선에서만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역사관이 편향됐다는 야당 의원들 비판에 '뉴라이트' 사상을 옹호했다. 그는 “뉴라이트가 개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영방송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MBC가 내 생각에 따라 편집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러분들과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사상의 자유, 생각의 자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일제 식민지와 분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 힘들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밖에 국내 3대 역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지난달 취임한 김낙년 원장도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책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로 참여한 바 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여러 차례 극단적 주장을 펴 논란 위에 올랐다. 안 후보자는 지난 6월 발간한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를 통해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별로 구별된 화장실이나 목욕탕의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안 후보자는 2020년 9월에도 '차별금지법 바로알기 아카데미' 강의에 강사로 참여해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동성애의 죄성에 대해서도 지적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독교적인 정신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당시 강의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좌파의 정체성 정치와 차별금지법이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다만 인권위는 모든 개인의 기본적 인권 보호 및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유엔(UN)의 권고로 지난 2001년 출범한 이후 20여년간 줄곧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왔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정부의 극우화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은 “핵심 요직에 친일·뉴라이트 세력을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고 망국적인 일본 퍼주기를 하는 데 정권이 혈안이 됐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자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려던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