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시장 운영과 발전사들의 수익을 사실상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위원회과 규칙개정위원회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태양광 등 민간발전업계와 법조계에서는 25일 전력거래소 이사회와 소관 위원회의 공정성에 문제가 크다며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거버넌스 개편을 촉구했다. 민간발전사업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운영과 수익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원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측 관계자들이 대다수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임직원들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전력거래소 이사회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든 전력시장 사업자들이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경쟁하려면 전력계통과 시장의 운영에 있어서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전력거래소가 한전과 한전자회사의 한정된 특정 사업자에 의해 이사회 안건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정관 규정이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앞서 지난 3월 광주지방법원에 전력거래소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 이유는 '전력거래소 이사회 중 회원대표 비상임이사직에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자회사 재직 임원만 선임될 수 있도록'하는 기존의 정관을 '거래소의 회원자격을 갖춘 회원사의 임원급 이상'에서 '제2조 출자금 납부의 경과조치에 따라 출자한 회원사의 임원급 이상'으로 변경한 부분은 결국 '제2조 출자금 납부의 경과조치'에 해당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만 비상임이사직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한정한 결의의 부당함 때문이다. 즉 전력거래소의 이사회에 일부 회원사만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 모든 시장참여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날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5일 2024년도 대한전기학회 전력기술부문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 '전력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비용평가위원회과 규칙개정위원회는 민간 회원사의 수익 규제 등에 의한 사업활동을 제한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사회 및 위원회 구성은 현재 정부와 한전그룹사, 전력거래소가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어 민간 회원사가 대표자를 선출할 수 없는 구조로 의결기구 구성의 대표성이 결여됐다"며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소정의 '사업자단체의금지행위' 중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제51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규칙개정위와 비용평가위는 '민법' 등 법률상 기구가 아니라 시장규칙에 따른 위원회로서 전력시장·계통 운영 의사결정 권한이 법률 상 부여된 바 없다"며 “민법 규정에 따른 법적 의사결정기구는 회원총회와 이사회에 한정된다. 또한 전기사업법 상으로도 규칙개정위와 비용평가위에게 의결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위원회가 특정 안건의 직무관련자가 위원들의 사적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경우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 상 이해충돌 방지 절차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수행한 '전력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용역 결과에 따르면 위원은 현재 또는 위촉 전 2년 이내 재직 또는 자문 중이거나 했던 법인·단체가 위원회의 보상·평가 등 업무수행 관련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이익, 불이익을 받는 경우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전기요금 승인업무 담당 정부관계자, 전력거래소 임원 내지 자문역의 위원회 참여는 공정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며 “전기요금 담당 공무원은 요금인하 유인이 있는 점에서 전력시장 보상 업무에 대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에 따른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 의무 대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거래소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며, 규칙개정위와 비용평가위 위원들은 공직자 내지 (민간위원의 경우)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규칙개정위와 비용평가위는 특정 안건의 직무관련자가 위원들의 사적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이해충돌방지 절차를 준수하고 있지 않은 절차적 위법사항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의 규칙·규정 개정, 전력시장 보상 관련 결정은 회원사들의 수익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입법·행정예고, 행정처분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법' 상 행정작용 절차와 투명성 기준에 미달한다"고 덧붙였다. 태평양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전력거래 · 계통운영기관 거버넌스 상 정부관계자 또는 해당 기관 임원 내지 자문역이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변호사는 “전력기관 임직원이나 자문역을 의결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는 해외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미국의 경우도 정부관계자에게 의결기구 참관권한, 이사지명과 선임권 부여 사례만 있을 뿐 이사 또는 위원으로 의결권을 부여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KPX 의결 프로세스의 투명성 강화 △전력시장 관련 의결의 공정성 강화 △전력거래소 이사회 및 위원회의 책임성 강화 △수익규제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을 제시했다. 그는 “전력거래소 위원회에 중요 안건 상정 전에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 또는 공청회를 거치도록 하는 한편, 회원사의 의견에 사전 피드백을 하도록 하고, 회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기재된 회의록을 작성해 회원사에게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또 위원회의 결정이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타 회원사 임직원, 자문 등 관련자의 영향력, 그리고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이사회 구성 및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거래소 주관 위원회는 회원사들의 수익 등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위원들에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규정을 명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력거래소가 회원사들의 수익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행정규제라 할 것인데, 궁극적으로는 '법치행정의 원칙'에 따라 정부가 '전기사업법'과 '행정절차법' 등 적법절차에 따라 실행할 수 있도록 해당 규제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