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산 헐값 매각 막는다…300억 이상 국회 보고 의무화

300억원 이상의 정부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 매각도 국회 사전동의를 거치는 등 헐값매각을 원천 치단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국가·공공기관)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방지하고 헐값 매각 및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YTN 등 정부 자산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유재산 처분 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재부는 정부 자산의 내재가치를 높이면서 사회적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매각 시에는 과정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헐값 매각을 원천 차단하며 공공기관 민영화도 국회 논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체계 측면에서 부처·기관별 외부전문가 중심의 심사기구를 통해 매각 대상을 선정하고 가격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300억원 이상 매각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에 사전에 의무 보고하고 50억원 이상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심사기구의 보고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 매각 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정부 자산 매각은 총 51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40%를 차지했다. 연평균 16건이다. 같은 기간 50억원 이상 매각은 330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65%에 해당했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운용을 비롯해 기관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상시적인 매각 활동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고, 손실보상 등 법령에 따른 매각은 사후 보고로 대체된다. 행정 낭비와 국민 불편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지분 매각 역시 소관 상임위원회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액 대비 할인 매각은 금지된다. 할인 매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사전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10억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는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 필증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입찰에서 2차례 이상 유찰되면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매각 관련 정보공개도 확대된다. 입찰 정보를 즉시 웹사이트(온비드)에 공개하고, 매각 이후에는 자산 소재지·가격·매각사유 등을 공개한다. 자산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 또는 다른 공공기관의 행정 목적에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사전에 검토한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유재산법'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행정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개선 사안은 연내 즉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사전 보고, 할인 매각 금지 등은 곧바로 시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전수조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각 부처와 함께 매각 감정가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된 사례의 경우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대통령, 반도체 앞에서 원칙을 묻다

금산분리는 한국 경제의 오랜 원칙이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금융 지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해 왔다. 쉽게 손대기 어려운 규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반도체와 AI 같은 첨단산업의 시간표 앞에서 이 원칙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수십조 원이 단번에 투입돼야 하는 산업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기술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돈을 벌어서 투자하려면 장비를 들여오고 세팅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말은,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진단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곽 사장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가로막는 금산분리 규제를 언급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원칙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틀었다. “일리가 있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치적 수사라기보다 현장을 전제로 한 실질적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규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산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념이나 진영의 언어보다 지금 무엇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원칙은 지키되, 원칙이 만들어진 목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다. 금산분리라는 오래된 규범 앞에서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지금의 규제가 독점을 막고 있는가, 아니면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를 물었다. 대통령의 생각은 간단명료하면서 단순했다.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손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법은 유연하게 '예외적 완화'다. 반도체라는 국가전략산업에 한해, 지주회사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외부 자본을 끌어올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다.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선택이다. 새로운 실험은 아니다. 미국 인텔은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합작사를 만들어 반도체 팹 투자를 진행했다. 인텔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외부 자본을 활용한 구조다. 일본 역시 정부와 민간 금융이 함께 반도체 산업을 떠받치고 있고, 대만 TSMC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적극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가 직접 보조금을 쏟아붓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서, 규제 완화는 '돈 안 드는 산업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려가 없을순 없다. 핵심 사업을 분리해 외부 투자를 받을 경우, 주주 이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당시의 논란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기업, 특히 SK하이닉스를 위한 '맞춤형 정책' 아니냐는 시선마저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모든 완화를 공정위 심사와 승인이라는 안전장치 안에 두겠다고 했다. 무제한 특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의 '개방'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누리고 있던 구조적 자유를 SK하이닉스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점에서, 역차별 해소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근 미국에 원자력 잠수함 건조 협력을 요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과거 보수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고, 동시에 진보 진영에서 경계하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가 원해온 요구도, 보수가 반대해온 영역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태도. 이재명식 실용주의의 핵심이다.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모든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조정하느냐다.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안보이자 미래 성장의 축이다. 그 사실 앞에서 대통령은 규칙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두지 않았다.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을 본다. 이번 금산분리 예외 완화는 그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난 사례다. 논란은 남겠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변화다.

서울지하철 1노조 파업 철회…출근길 지하철 정상 운행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노조 파업을 눈 앞에 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조 파업 예고로 출근길 대란이 우려됐던 지하철도 정상 운행됐다. 공사와 제1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2일 오전 6시경 임단협 합의서를 체결했다. 노사는 전날 오후 1시경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막판 본교섭을 시작했다가 40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새벽까지 장시간 실무 교섭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이날 오전 3시 30분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오전 5시 30분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이 진전된 합의 제시안을 내놓자 노사는 오전 5시 35분경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고,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노사는 주요 쟁점 사안이던 인력 충원 관련, 정년퇴직 인원 충원과 더불어 결원인력 확대 채용으로 820명의 신규 채용을 조속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임금 인상은 공공기관 지침인 3%대를 회복하기로 합의했다. 김태균 1노조 위원장은 취재진에 “임금삭감 문제해결, 통상임금 정상화 추진, 혈액암 집단발병 관련 작업환경 개선을 내년부터 시작한다는 합의도 이뤄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 잘못된 구조조정 방침으로 수년째 노사 충돌과 극심한 진통을 겪어 아쉽다"며 “시와 공사가 반복된 노사 갈등을 초래하는 인력감축 경영혁신계획이 아닌 안전운행 관리에 역점을 둔 경영 기조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1노조 관계자는 “막판에 사측이 첫차 운행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것을 조기 시행하라고 강요하고 유급휴가였던 것을 무급으로 돌리려 해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휴가 개악은 사측이 철회했고, 첫차 시간 변경은 노사 간 의견 불일치로 (합의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4호선과 5∼8호선 승무 분야 임금체계 일원화 문제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일원화한다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1노조에 이어 제2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와의 임단협도 오전 6시 35분경 타결됐고,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와의 임단협도 곧 타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韓 내년 성장률 ‘엇갈린 진단’…ADB 올리고 OECD 낮췄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둘러싸고 주요 국제기구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 회복 신호에 주목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망을 소폭 올린 반면, 구조적 부담을 더 크게 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히려 낮췄다. ADB는 10일 공개한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7%로 상향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에 따른 소비 진작, 반도체 수요 확대, 관세협상 타결로 인한 불확실성 완화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ADB는 부동산시장 약세, 글로벌 교역 둔화 가능성 등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OECD는 이달 2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2.1%로 낮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성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 관련 불확실성 등이 한국의 중기적 성장세에 부담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규제에 대해선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주택 접근성을 제약한다고 지적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도 권고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1.8%로 유지했다. 추경 등 정책 효과와 대외 불확실성 완화를 감안하면 단기 회복 흐름은 있지만 중기 성장성을 바꿀 만큼 구조적 변화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기관별 전망이 다른 이유는 각 국제기구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와 분석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ADB는 아시아 지역의 교역 흐름이나 정부 정책의 단기 효과에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는 편인 반면, OECD는 금융 안정성이나 부동산 시장,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위험 요인을 더 신중하게 따지는 기관으로 평가된다. IMF는 재정 상태, 노동·생산성처럼 중기적인 구조 요인에 더 무게를 두는 성향이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흐름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지만, 소비 등 내수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 투자도 글로벌 경기 불안과 높은 금리 탓에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도 지역별로 차이가 커지는 등 구조적 부담이 겹쳐 있다. 이런 여러 신호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국제기구들이 한국 경제를 보는 전망도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청년층 고용율 19개월 연속↓…취준생 구직 열기도 식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청년층의 구직 열기도 시들해졌다.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가 17만명 넘게 감소하고 청년 고용률은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 10명 중 6명이 구직에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0일 국가데이터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04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2만5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6∼8월 10만명대를 유지하다 9월 31만2000명으로 확대됐었다. 이후 10월 다시 19만3000명으로 줄면서 3개월째 20만명선을 오가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7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작년보다 1.2%포인트(p) 떨어지며 19개월째 하락했다. 40대 취업자도 9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33만3000명), 30대(7만6000명), 50대(2000명) 취업자는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4만1000명 줄며 17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폭은 다소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1000명 줄어 19개월째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만2000명 줄어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앞서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지난 9~10월엔 각각 2만6000명·2만2000명 증가했었다. 다만 감소 폭은 소비쿠폰 지급 전인 7월보다는 작았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농어가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13만2000명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28만1000명 늘며 전체 고용시장을 견인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6만3000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6만1000명) 등에서도 증가세가 컸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만5000명 늘었지만 '1인 자영업자'는 11만2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4%로 11월 기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는 66만1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30대에서 3만8000명, 40대에서 6000명 증가했다. 다만 같은 연령대에서 취업자도 함께 늘어 경제활동인구 자체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54만3000명으로 12만4000명 증가해 1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31만4000명으로 역대 11월 중 가장 많았다. 이같은 청년 취업난에 '취준생'들도 직업 찾기에 소극적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0~11월 전국 4년제 대학 4학년 및 졸업(예정)자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서는 구직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60.5%가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실질적 취업 준비나 계획 없이 채용 공고를 탐색하고 경험 삼아 지원하는 '의례적 구직자' 가 32.2%로 가장 많았다.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은 21.5%, '쉬고 있음'은 6.8%로 조사됐다. 소극적인 이유로는 절반 이상(51.8%)이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이어 ▲구직해도 취업 못할 것 같아서(22%) ▲전공·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16.2%) ▲임금 등 근로조건이 적합한 일자리 부족(13.6%) 순이었다. 나머지 37.5%는 “역량·기술·지식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시장에 대해 응답자 37.1%는 “작년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년(36.5%)보다 비중이 0.6%포인트 늘었다. “작년보다 좋다"는 응답은 3.2%에서 5.1%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가장 낮아 취업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E칼럼] 남북 경협은 재개돼야 한다

북한은 1984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합영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통일에 이러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이자 혁신적인 이머징 마켓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이머징 마켓들이 가지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라는 장점 외에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대부분이 중고등 교육 이상을 수료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2,500만의 북한 시장 뿐만 아니라 1억 4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 시장 및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 방식은 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투자가 다시 재기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동일하게 채택할 방식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 악화 시 지난 5.24조치와 같은 전면적인 교류 금지 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 방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남과 북한 사이의 특수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북한이 남한 기업들에게 다른 외국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법이 아닌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할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에 북한은 남한에 외국인 투자법 외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기업의 북한 투자 시 직접 투자보다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경우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거나, 아니면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할 지 생각해야 한다. 남북 교류가 잘 진행되었던 2006년 6월 남과 북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의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남북이 합의한 광물 및 광산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남과 북은 합의에 따라 2007년 7~12월까지 6개월간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 아연, 대흥 및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에 대해 3차례 공동조사를 했다. 남과 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것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개발지원 본부장(실무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받았는데 이는 희토류 개발을 남한과 같이 하자는 의미였다. 그 날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는 “남북 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북측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 중에서 “희토류, 흑연,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석탄, 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측에서 제공하는 광물(광산)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합의 사항은 이행되지 못했다. 결론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책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2007년 설립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지하자원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각종 현황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강천구

내년 예산 75% 상반기에 쓴다…경기활성화·국정과제 속도

정부가 내년도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지출해 경기 활성화 및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먼저 727조9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이 심의·의결됐다다. 기존 정부 제출안 728조원에서 1000억원가량 감액된 규모다. 전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보다는 8.1% 늘었다. 정부는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 시작과 동시에 집행이 가능하도록 사전 준비에 돌입한다. 기금을 제외한 내년 세출예산(일반·특별회계) 624조8000억원 가운데 468조3000억원이 상반기에 배정됐다. 예산배정은 부처별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절차로 예산배정이 이뤄져야만 관련 계약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상반기 75% 배정은 2023년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는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민 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위해 편성된 2026년도 예산이 자금배정 절차 등을 거쳐 연초부터 적기에 집행되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1인가구 첫 800만가구 돌파…전체 36% ‘역대 최대’

1인가구가 처음으로 800만가구를 넘어서며 전체 가구 중 비중도 36%로 역대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자료를 보면 작년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 716만6000명으로 700만명대에 올라선 이래 3년 만에 8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1%로 전년보다 0.6%포인트(p) 상승해 역대 가장 높았다. 2019년 30%, 2023년 35%를 넘은 데 이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청년층의 결혼 감소와 고령화 시대 사별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령대별로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29세 이하(17.8%), 60대(17.6%), 30대(17.4%) 순이었다. 고령화 영향으로 70세 이상 비중이 2년 연속 29세 이하를 앞섰다.성별로 보면 남성은 30대(21.8%)에서 여성은 70세 이상(29.0%)에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9.9%로 가장 높고 이어 대전(39.8%), 강원(39.4%), 충북(39.1%) 순이다. 거주 형태는 단독주택이 39.0%로 가장 많고, 아파트가 35.9%로 뒤를 이었다.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53.9%)이 아파트에 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택 소유율은 32.0%로 전체 가구(56.9%)보다 훨씬 낮지만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상승하며 격차를 줄이는 추세다. 경제 여건에서 소득·자산·부채 모두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전체 가구 소득(7427만원)의 46.1% 수준이다. 소득 구간별로는 전체 1인 가구의 53.6%가 연 소득 3000만원 미만이었다. 1000만∼3000만원 미만이 4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00만∼5000만원 미만(25.9%), 5000만∼7000만원 미만(12.2%) 순이었다.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8만9000원으로 전체 가구(평균 가구원 수 2.25명)의 58.4% 수준이었다. 올해 1인가구 자산은 2억2302만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전체 가구(5억6678만원)의 39.3% 수준이다. 1인가구의 부채는 4019만원으로 0.2% 증가해 전체 가구(9534만원)의 42.2%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하는 1인가구는 510만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2만6000가구 늘면서 처음으로 500만가구를 넘어섰다. 연령대별로는 50∼64세가 26.2%로 가장 많았고, 30대(24.4%), 15∼29세(18.6%) 순이었다. 사회·정서적 측면에서는 외로움과 관계 만족도에서 더 취약했다. 몸이 아플 때(68.9%), 돈이 필요할 때(45.6%), 우울할 때(73.5%)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중은 모두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평소 자주 또는 가끔 외롭다'는 응답은 48.9%로 전체(38.2%)보다 10%p 넘게 높았다. 인간관계 만족도는 51.1%로 역시 전체 가구(55.5%)보다 낮았고, 불만족 비중(7.0%)은 2.1%p 높았다. 경제·복지적 측면에서도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63.3%는 노후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 부담으로 마련하고 있다. 2년 전보다 7.6%p 증가한 수치다. 정부 및 사회단체 도움을 통한 노후 대비는 24.5%로 전체 인구(10.0%)의 두배 수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은 1인가구는 139만7000가구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전체 수급 가구 중 1인가구는 74.2%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공정위 “쿠팡,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 시정하라”

쿠팡의 회원탈퇴 절차가 다크패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앞서 시정 절차에 먼저 착수했다. 자진 시정을 유도하는 한편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법 여부를 판단해 필요한 제재는 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에 회원이 보다 쉽게 탈퇴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자동 결제·갱신을 유도하거나 해지·탈퇴를 어렵게 만드는 온라인상의 기만적 설계를 뜻한다. 숨은 갱신, 순차공개가격, 특정 옵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방해, 반복 간섭 등 6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현재 쿠팡에서 탈퇴하려면 개인정보 확인, 비밀번호 입력, 탈퇴 버튼 클릭, 비밀번호 재입력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다크패턴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자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준 쿠팡 대표 역시 “보완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멤버십 해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일시중지나 업그레이드를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이용권 해지 시 '혜택 포기하기' 같은 감정적 표현의 버튼을 누르게 하는 행위 등은 다크패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탈퇴 사유 입력이나 탈퇴 후 '쿠페이 머니' 처리 확인 등은 번거로울 수 있으나 위법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처럼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한 것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저촉되는지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위법 여부 판단과 제재 조치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어 이와 별개로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한 탈퇴 절차 개선을 쿠팡에 우선 요구한 것이다. 쿠팡의 약관도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다. 쿠팡은 작년 이용약관 38조 7항에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 등에 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논란이 커졌다. 이용약관 38조 8항에 '그럼에도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기는 했지만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저촉되는지 검토 중이다. 약관 시정 역시 쿠팡과 협의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약관법 위반 여부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시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위법이 확인되면 이후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길을 잃은 소상공인… 소진공 지원의 ‘구조적 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전신을 20년 넘게 지켜봤다. 밖에서 보기엔 “예산도 늘고, 사업도 많고, 지원도 두터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진공이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는 여전히 의문이다. 먼저 공단 직원들이 구조적 행정과부하에 지쳐 있다. 새로운 사업이 쏟아지고, 공고·심사·정산·평가까지 겹치면서 하루 대부분을 서류와 시스템 입력에 쏟아 넣는다. “이 사업을 왜 하는지,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놓고 토론하고 실험할 여유가 없다. 창의적 기획 역량은 있지만 행정 과부하에 밀리기 쉽다. 소상공인은 또 어떠한가. 정책자료집에는 사업 이름이 빼곡하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디지털 전환', '상권활성화' 같은 정책용어는 넘쳐나는데, 정작 소상공인들은 “나는 뭘 받아야 가게를 살릴지, 아니면 안전하게 정리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고가 나가도 신청자 채우기에 급급하고, 모집을 마쳐도 참여자 상당수는 사업 취지와 요구를 잘 모른 채 끌려온다. 컨설턴트의 질도 들쭉날쭉하다. 현장을 꿰뚫고 매출 개선에 기여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서류용 보고서만 양산하는 컨설팅도 적지 않다. 이는 컨설턴트 성의 부족만이 아니라, 컨설팅이 매출과 생존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숫자와 이야기로 추적하지 않는 현재 사업 구조의 한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답답한 대목은 “소상공인 여정이 없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사업 목록이 아니라 경로다. 한 번 진단을 받고, “사장님은 지금 '버티기 단계'이니 1번 사업이 우선이고, 이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단계에서 2번·3번 지원으로 넘어갑시다"라고 안내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실의 지원사업은 잘게 쪼개진 칸막이 속에 흩어져 있을 뿐, 소상공인의 생애주기와 위험도에 따라 이어지는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사실 소진공은 전국에 촘촘히 깔린 지역센터망, 상권정보와 기금 데이터를 한 손에 쥐고 있고, 컨설턴트와 전문가 네트워크도 이미 갖추고 있다. 세계 어디를 봐도 이렇게 다양한 인프라와 데이터를 한 기관이 동시에 가진 사례는 드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자산들을 '사업 목록' 중심이 아니라 '소상공인 여정' 중심으로 다시 엮어내는 일이다. 이제 소진공이 바꿔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사업을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부서·예산 단위가 아니라 소상공인의 삶 기준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창업·초기, 성장·혁신, 수출·도약, 위기·재기'처럼 몇 개의 굵은 코스로 나누고, 소상공인이 어느 코스에 있는지 진단을 해야 한다. 이 진단이야말로 소진공의 핵심역량이 되어야 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제대로 나오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창구를 진짜 원스톱으로 만들어야 한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원스톱 서비스"는 구호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지역센터·온라인(소상공인24)·콜센터· 지자체 창구가 제각각이다. 어느 창구를 먼저 찾아가도 한 장짜리 '통합 상담카드'로 상황을 파악하고, 과거 상담·지원 이력이 한 번에 보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출발점이다. 셋째, 위기·폐업·재기·재난을 하나의 경로로 묶어야 한다. 연체가 시작되고, 임대료가 밀리고, 결국 폐업을 고민하게 되는 과정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정책은 재난, 채무조정, 폐업정리, 재창업 교육으로 나뉘어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시기에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행정 절차까지 견뎌야 한다. 핵심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흩어진 제도를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와 표준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는 보고서가 아니라 행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소진공은 이미 BSI, 상권정보, 기금 데이터 등 많은 숫자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이를 업종·지역별 '위험등급 지도'로 바꾸고, 경보 수준에 따라 어떤 지원을 앞당길지 룰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가 심한 지역에는 상권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 컨설팅과 정책금융이 먼저 들어가게 하는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 소진공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복잡한 제도를 정리해, 소상공인들이 자기 여정을 따라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제 지원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경로의 단순화와 여정 설계를 중심에 두는 거버넌스 전환이 소상공인 정책의 다음 단계가 되어야 한다.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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