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비판하며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 훼손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정부가 주가 부양에 개입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가 성과를 서두르다 보니 시장에 개입하고, 국민연금까지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전 의원의 부동산 진단은 단호했다.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 민간의 역할은 외면하고, 다주택자와 비거주자를 겨냥한 과세로 전월세 시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장을 이끌려 할수록 시장의 자율성은 흔들리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거주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적 과세가 전월세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다"며 세제 개편을 요구했다. 딸의 교수 임용 논란과 관련해선 “정적을 탄압해도 없는 죄를 만들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다음은 유 전 의원과의 주요 일답. ―이재명 대통령이 증시 저평가를 언급하며 정상화를 예고했다. “정부가 할 일은 자본시장 관련 법과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인 자산운용 원칙과 리밸런싱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대통령도 보건복지부 장관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상법과 회사법을 정비하고 국내외 주식 투자에 적용되는 세금 등 규제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주가를 부양하려고 국민연금을 동원하거나 위험한 금융상품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재조정) 원칙까지 깨면 증시 하락 때 연금기금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조급함이나 정치적 목적이 개입하면서 증시 등락이 더 심해졌다는 게 제 판단이다." ◇“국민연금 운용 독립성 훼손…책임 밝혀야"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보고받았지만 세부 결정 과정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누가 도입을 결정했는지 밝혀야 한다. 관련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록이 없다고 하고, 누가 결정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부분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 정책 실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 국민연금 운용에도 정치적 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의석수가 적어 관철하기 어렵더라도 책임 규명을 요구해야 할 때다." ―이 대통령이 예고한 부동산 공급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윤석열 정부 시기에 서울의 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 인허가와 착공·준공 실적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공급 부족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도 지난 1년 4개월 동안 민간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와 택지 공급에서 실행이 부족했다. 정부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등 공공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의 대부분은 민간이 담당한다. 민간이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택지를 공급해야 한다. 공급 확대 자체는 필요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다. 정부가 공급 효과를 2028년부터 기대하는 만큼 당장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해결할 대책도 필요하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하면 임대 매물 줄어들어"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은 어떻게 평가하나. “보유세를 어느 정도 올리고 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를 줄이는 것은 기본적인 방향에서 찬성한다. 다만 세금을 올리더라도 보편적으로 올리고, 내리더라도 보편적으로 내려야 한다. 비거주자나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페널티를 부과하는 과세 방식은 굉장히 위험하다. 다주택자도 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면 다른 주택은 비거주 주택이 될 수 있다. 비거주라는 이유로 세금을 더 부과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기간 내 실거주를 요구하는 식의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거주 요건을 부과하면 전세 물량이 나오기 어려워진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전세와 월세 가격이 함께 오를 수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전월세 부담은 무주택 임차인에게 돌아간다. 청년층과 서민에게 특히 큰 부담이다. 대통령이 강남·서초 집값을 잡으려다가 비거주자에 대한 세금과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 결과 전월세 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제 판단이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주택 보유 수와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차별하기보다 전체 주택 보유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된다. 1주택이든 다주택이든 주택 총액에 따라 과세하자는 것이다.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세금을 더 매기고, 비거주자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은 바꿔야 한다. 전세와 월세 공급을 늘리려면 임대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비거주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임대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 전월세 대란을 해결하려면 그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저는 정부 세제 발표가 나온 때부터 이런 문제를 지적해 왔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도 전월세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에 미칠 영향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대통령은 공급을 빨리 늘리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당장 전월세 공급을 늘리려면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를 완화하고 비거주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과세도 재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이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가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 지켜보고 있다.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되, 다주택이나 비거주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부담을 더하지 않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이다." ―딸 유담씨의 인천대 교수 임용 건과 관련 논란이 있는데. “SNS에 입장문 낸 그대로다. 채용과정은 공정하고 정당했으며, 저는 업무방해 죄를 저지른 적이 결코 없다. 이 사건은 지난 1년간 경찰과 감사원이 수십 명을 조사하고, 교육부를 동원해 고려대 연구윤리위원회 조사까지 거쳤으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사안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없는 죄를 만들어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 이번 수사와 감사는 모욕과 탄압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정치 수사이자 정치 감사다. 향후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무죄를 반드시 입증하겠다. 정치수사는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자신들의 업보로 돌아갈 것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