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전력도매가 인하…산업용 전기료 줄이고 지방 투자 유도

비수도권 전력도매가 인하…산업용 전기료 줄이고 지방 투자 유도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전력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발전소가 몰려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의 전력도매가격(SMP)은 낮아지고,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다. 지역별로 SMP를 달리하면서 생기는 차액은 한국전력이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화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는 데 활용한다. 16일 전력당국의 지역별도매가격제(LMP) 추진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가 포화돼 전력을 원하는 만큼 보내지 못하는 경우 전력도매시장을 수..

구리가격, 전년 대비 44% 폭등…메가프로젝트 변수로

구리 가격이 지난해 연평균 대비 40% 넘게 뛰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전력망 확충 사업인 '메가프로젝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로 구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8월 2주차 주간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3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인 톤당 9945달러와 비교하면 4439달러, 약 44.6%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가격 상승에는 AI 산업 성장과 각국의 전력망 투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7월 전략광종 인사이트'에 따르면 우드맥킨지는 올해 전 세계 정련동 소비량을 2828만1000톤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약 2% 증가한 규모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동 소비량은 85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전기동 관세 부과 우려에 따른 재고 확보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미국 전체 소비량은 174만5000톤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전력망 투자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동 소비량은 787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53조위안 이상의 송전망 투자 계획을 확정하면서 올해 중국의 동 소비량은 전년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다. '콩고민주공화국 Kamoa-Kakula', '칠레 El Teniente', '인도네시아 Grasberg' 등 대형 광산에서 지진 피해와 침수, 광석 품질 저하, 용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구리 원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과 중국의 황산 공급 차질과 정광 부족까지 겹치면서 올해 정련동 공급도 2828만톤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에도 공급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요 제련소에서 긴급 가동 중단이 발생했고 중국에서는 전기동 감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칠레 역시 폭우로 Los Pelambres 광산 조업이 중단되면서 올해 동 생산 전망치를 기존 70만톤에서 65만톤으로 낮췄다. LME 전기동 재고량도 8월 둘째 주 21만2000톤으로 전주보다 9.1% 줄어 14주 연속 감소했다. 이에 우드맥킨지는 올해 전기동 가격이 중국의 전력망 투자와 미국의 관세 회피 목적의 비축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8.9% 오른 톤당 1만281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콩고, 칠레, 인도네시아, 잠비아 등 주요 광산의 생산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구리 원료 공급이 늘어나 가격 상승을 일부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공사, 조직·인사 쇄신…“비축 기능 강화·해외개발 연구 축소”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석유 비축 기능과 공공 서비스를 맡을 조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조직·인사 혁신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공공기관 경영 혁신 국정과제 달성과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전면적인 조직·인사 쇄신을 단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직·인사 쇄신은 △에너지 안보 수호에 걸맞는 내실 있는 성장 △해외석유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진단 △조직 효율화와 전문성 기반 업무 방식 정착에 초점을 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는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이 올해 3월 취임 후 강조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석유공사는 공사의 석유자원 비축 기능과 관련한 조직을 강화했다. 비축시설 증설과 국제공동비축 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각각 신설하고, 공공 서비스를 전담하는 공공사업본부도 새로 조직했다. 반면 해외석유개발 사업부문은 연구조직을 축소해 관련 정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술인력을 사업부서로 전진 배치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아울러 경영관리 분야에서는 기존 4개 부서를 2개 부서로 통·폐합하는 등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서간 협업체계를 강화했다.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능력·성과를 기반으로 차세대 관리자를 발탁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특히 여성 부서장을 최고위 직급으로 승급시키고, 현장직으로 입사한 직원을 비축기지 지사장에 최초로 임명했다. 손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 혁신은 에너지 안보 수호와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석유공사 본연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이번 혁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쇄신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AI·반도체 앞세워 노동권 후퇴”…기후단체, ‘메가특구 특별법’ 비판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 규제 완화 법안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노동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919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선포식을 열고,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 정책과 노동 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첨단산업 지원을 위해 논의되는 '메가특구 특별법'의 독소 조항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직위는 정부가 메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기간제 노동자 최대 4년 고용 △연구개발직 등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파견 허용 업종 확대 △초과근로수당 면제 등을 추진하며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불평등을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자로 나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권영은 상임활동가는 “AI와 반도체 초호황 뒤에는 장시간 노동과 화학물질 노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며 “위험 작업 거부권과 하청 노동자의 안전망을 강화하기는커녕, 속도전을 위해 주 52시간제 예외 등 규제 완화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직위는 또한 호남과 용인 등지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추가 전력(40기가와트(GW))이 현재 국내 총 사용전력의 40%에 달한다는 점을 짚으며, 이는 탈탄소 전환과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가로막는 '폭주'라고 비판했다. 조직위는 “재벌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자원 독점이 아닌, 노동권과 주거권 등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다음달 19일 서울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전국 29개 휴게소에 131기 추가…채비,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완성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운영 사업자(CPO) 채비가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장하며 수익성과 회전율 중심의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낸다. 일반 충전소 대비 2.5배에 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높은 충전 수요를 흡수해 충전 서비스 매출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채비는 한국도로공사의 '2026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 구축 사업(2단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2025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 구축 사업(3단위)'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선정을 통해 채비의 고속도로 충전 네트워크는 기존 영호남 지역을 넘어 서울·경기(여주·용인 등)를 포함한 전국 주요 권역으로 확대된다. 채비는 향후 도로공사와의 본계약 절차를 거쳐 전국 29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200킬로와트(kW)급 충전기 118기와 멀티 충전기 13기 등 총 131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채비의 이번 고속도로망 확대는 '알짜 거점 확보를 통한 수익성 제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채비가 2025년 사업으로 운영 중인 23개소(109면)의 7월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충전면당 일평균 충전 횟수는 일반 충전소 대비 약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이동 수요가 집중되는 고속도로 특성상 충전 회전율이 높아 직결되는 매출 기여도 역시 크다는 분석이다. 채비는 높은 회전율과 충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적 차별화도 더했다. 커넥터만 꽂으면 인증부터 결제까지 자동으로 끝나는 '바로채비(PnC, Plug & Charge)' 서비스를 고속도로 인프라에 전면 적용해 차량 1대당 충전 대기 및 결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였다. 아울러 테슬라 이용자를 위한 북미충전표준(NACS) 호환 충전기도 대거 확충한다. 2026년 사업 충전기 중 82기에 NACS 커넥터를 적용하며, 2025~2026년 합산 기준 채비의 고속도로 충전기 중 약 62%가 테슬라 규격을 지원하게 된다. 최대 250A 충전 전류를 지원해 충전 시간을 단축, 회전율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 구축 사업을 통해 이용자들이 장거리 이동 시 충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며 “충전기 개발부터 구축·운영까지 내재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폭염에 흔들리는 아이들…정신건강 악화에 뇌 발달 지연까지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뿐 아니라 뇌의 발달 과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폭염과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세계적으로 종합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고온 노출이 취학 전 아동의 신경발달 지연과 관련된다는 대규모 중국 연구다. ◇기온 1℃ 오르면 정신건강 위험 0.9% 증가 정신건강과 관련된 연구는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최근 '국제 역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0~2024년 국제적으로 발표된 연구 2만3045건을 검토해 최종 23개 연구, 약 2600만 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연구 대상에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베트남, 터키, 호주, 핀란드 등의 자료가 포함됐다. 미국 연구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3건이었다. 분석 결과, 일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0.9% 증가했다. 특히 5~18세는 1.5~1.6% 증가해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나타났다. 폭염 시기만 따로 분석했을 때 전체 연령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5~18세에서는 폭염 기간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25.3% 증가했다. 다만 폭염만 분석한 연구가 4건에 불과해 연구진은 이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말하는 정신건강 결과는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는 정도가 아니다. 분석 대상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응급실 방문, 입원, 외래진료, 위기상담 전화와 정신질환 진단 등이 포함됐다. 다만 연구 수가 부족해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 개별 질환별 위험을 구체적으로 산출하지는 못했다. ◇임신 중 폭염도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 뇌 발달과 관련된 두 번째 연구는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중국 551개 도시에서 3~5.5세 어린이 10만1228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부터 출생 후 3세까지의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을 조사했다. 연구 대상은 중국 전국에 걸쳐 있어 지역별 기후 차이도 반영했다. 아이들의 발달은 언어·의사소통, 대근육 운동, 소근육 운동, 문제 해결, 개인·사회적 능력 등 5개 영역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임신 중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35% 높았고, 출생 후 3세까지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에는 53% 높았다. 특히 고온과 발달 지연의 관계는 단순히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J자형 관계를 보였다. 출생 후에는 여러 가지 폭염 정의를 적용해도 폭염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폭염은 어떻게 뇌와 마음을 흔드나 두 연구가 다루는 결과는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즉 두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뇌가 만들어지는 시기의 취약성'이고, 첫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성장한 어린이·청소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정신건강상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 연구에서는 고온에 따른 탈수, 피로, 짜증과 신체적 스트레스, 그리고 더운 밤의 ​수면장애 등이 정서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야외활동과 학교생활의 차질, 부모의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역시 간접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뇌 발달 연구에서는 고온이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해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뇌의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태아기부터 영유아기는 뇌가 빠르게 구조적·기능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여서 환경적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폭염 대책도 '열사병 예방'에서 '뇌와 마음 보호'로 이번 두 연구가 폭염이 특정 정신질환이나 신경발달 장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연구는 관찰된 연관성을 종합한 메타분석이고, 두 번째 연구 역시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 지연의 관계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들 연구는 폭염 대응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는 폭염으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가정과 보육시설의 냉방·환기, 충분한 수분 공급, 야외활동 조절 등 기본적인 열 노출 저감 대책이 중요하다. 학교 역시 폭염 기간 실내 온도를 관리하고 수업·체육활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폭염이 장기화될 때 어린이의 수면장애, 과도한 피로, 불안·짜증, 행동 변화 등을 조기에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정신건강 연구진 역시 기후적응 정책에 어린이 정신건강을 포함하고 고위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부담으로 돌아갈 태양광・풍력 설비

수명을 다한 태양광・풍력 설비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작년 태양광 패페널 발생량은 2547톤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에 예상했던 발생량 1223톤의 2배가 넘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파손과 조기 교체 등의 변수가 겹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2040년에는 폐패널의 양이 6만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풍력 설비의 노후화도 걱정이다. 올해 풍력 설비 80기의 퇴출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총 800기가 넘는 풍력 설비가 수명을 마치게 된다. 정부는 느긋하다. 특히 태양광 패널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개정된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에 따라 2023년부터는 폐패널의 80% 이상을 재활용해야 하는 생산자책임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다.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제조사・수입사는 킬로램당 727원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법만 준비한 것도 아니다. 2021년에는 충북 진천에 188억 원을 투자해서 연간 최대 3600톤을 처리하는 재활용센터의 문을 열었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전국 재활용업체의 연간 처리 능력이 2만3000톤에 이른다.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 기술에 대한 기대도 장밋빛이다. 정부는 태양광 패널의 85% 이상이 재활용 가능하다고 밝힌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16년 보고서를 강조한다. 우리 재활용 업계도 폐패널에 들어있는 유리, 알루미늄, 구리는 99% 이상 회수할 수 있고, 은(銀)도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특히 패널 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리는 비교적 쉽게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정작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재활용보다 부과금 납부에 더 관심이 있다. 20년 전에 패널을 공급해 주었던 제조사・수입사를 찾아내서 생산자책임을 요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폐패널의 해체・운송・처리에 필요한 비용은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길을 잃어버린 발전사업자는 폐패널을 발전소 한쪽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활용센터도 울상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마련한 설비의 가동률이 1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뜻이다. 국내 재활용센터가 경제성이 보장된 기술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재활용이 부품을 물리적으로 분해하는 저부가가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무늬만의 재활용센터를 잔뜩 만들어놓은 셈이다. 재활용에 대한 화려한 언론 보도도 무작정 믿을 것은 아니다. 태양광 패널 무게의 20%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뺀 패널의 나머지는 사실상 값싼 소재인 유리가 전부다.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리병이나 판유리와 달리 태양광 패널의 유리에는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검은색의 광전지(실리콘 웨이퍼)와 백시트가 초강력 접착제로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해체는 불가능하고, 화학적으로 녹여내는 수밖에 없다. 상당한 오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언론에서 강조하는 구리・은과 같은 소위 '유가(有價)금속'은 패널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99% 회수율에 신경을 쓸 일이 아닌 셈이다. 생산 단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른 실리콘 웨이퍼는 사실상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퇴역한 풍력 설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철제 타워와 발전 설비를 재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거대한 블레이드는 재활용은커녕 절단・운송・폐기조차 쉽지 않다. 강화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초보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풍력 설비의 해체・폐기를 관리하는 법과 제도도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자연에서 공짜로 무한정 쏟아지는 햇빛과 바람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햇빛과 바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햇빛과 바람이 공짜라고 해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도 공짜이고, 친환경인 것은 아니다. 이제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의 제작은 물론 폐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수명을 다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는 수백 년이 지나도 자연에서 절대 썪거나 분해되지 않는다. 공짜・친환경의 환상에 빠져서 우후죽순으로 세워놓은 태양광・풍력이 우리 자손에게는 무거운 부담으로 남겨진다. 무엇이나 차면 넘치는 법이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bienns@ekn.kr

[내일날씨] 체감 33도 무더위…전국 곳곳 5~60㎜ 소나기

오는 2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20일) 오전부터 저녁 사이 경기 남부와 충청권, 남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전북,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5~60㎜, 대전·세종·충남, 충북 5~40㎜, 경기 남부 5~20㎜다. 새벽부터 오후 사이 제주도에는 10~40㎜의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올라 무덥겠다. 비나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은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비가 그친 뒤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시 기온이 올라 폭염특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아침 최저기온은 21~25도, 낮 최고기온은 28~33도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K-에너지방패] 가스公, LNG 쇼크 막았지만 자금력 바닥…14조원 미수금 회수 절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 LNG 공급량의 25%가 지나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젖줄'이다. 중동 분쟁으로 그 수송로가 막힌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주유소 기름이 부족하거나 도시가스 공급이 끊기고, 전력난을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한 덕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위기를 자체적으로 방어하면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서 공공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어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 짚어본다. 중동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5%를 차지한다. 중동 분쟁으로 공급이 차단되면서 세계 LNG 가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요동쳤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중동 비중이 10%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타 지역 물량으로 선제 대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가스공사의 과감한 도입선 다변화와 요금 인상 억제 노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LNG 수입량은 2622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에 그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연간 7700만톤 규모의 카타르산 LNG 공급이 타격을 입은 점을 고려하면 매우 선방한 결과다. 수입 흐름을 보면 전쟁 초반인 3~5월에는 비수기 수요 감소로 수입량이 줄었으나,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6월부터 반등했다. 실제 월별 수입량은 3월 382만톤(전년 대비 10.2%↓), 4월 336만톤(15.9%↓), 5월 295만톤(25.7%↓)에서 6월 326만톤(5.3%↑), 7월 397만톤(10.3%↑)으로 돌아섰다. 봄철 비수기에는 비축 재고를 활용하고, 여름철 냉방 전력 수요 급증 직전 공급량을 확충하는 맞춤형 수급 관리가 적절히 작동한 셈이다. 국내 LNG 수입은 가스공사가 약 80%를 담당하고, 나머지 20%는 SK·포스코·GS 등이 자가 소비용으로 들여온다.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 공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가스공사의 체질 개선 전략이 있었다. 2021년만 해도 한국의 LNG 수입 1위국은 카타르(1146만톤, 비중 25%)였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가격 폭등을 겪는 것을 목격한 후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목표로 도입선 다변화에 나선 결과, 카타르산 수입량은 2022년 973만톤, 2023년 860만톤, 2024년 888만톤, 2025년 697만톤으로 지속 감소했다. 대신 호주와 미국 등 우호국 수입을 늘리고 동남아·서남아·아프리카 등으로 공급망을 넓혔다. 그 결과 올해 카타르 수입량이 61%나 급감했음에도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물가 안정을 위한 방파제 역할도 수행했다. 수입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정용(민수용) 요금을 동결하고 산업·발전용에만 제한적으로 인상분을 반영해 국민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가스공사의 누적된 재무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스공사의 총부채는 40조5898억원, 부채비율은 345%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은 1조5071억원에 불과해 연간 2조원에 가까운 투자비는 물론 운영비 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가정용 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면서 쌓인 미수금이 14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재무 악화는 국가 산업 기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인 및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공급용 LNG 기지·배관망 건설 투자가 지연될 우려가 있으며, 정부 지정 수소유통 전담기관으로서 추진해야 할 수소 배관망 구축 등 탄소중립 인프라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수금 회수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시급하고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회계 전문가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4조원에 달해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상장사 특성상 미수금을 포기할 수도 없다"며 “가스공사가 추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재무력을 회복하고 미래 성장동력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미수금 회수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환 “기후부, ‘에너지산업부’ 됐다는 우려 새겨들어…환경 소홀 없을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기후부 출범 이후 기존 환경 정책이 소홀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라며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김 장관은 세종 기후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부가 사실상 '에너지산업부'가 됐다는 비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실제로 에너지 영역이 너무 강조돼 기존 환경부로서 했던 역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등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 과정에서 전력·용수 공급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등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반도체 관련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 용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있다"며 “시간을 단축하더라도 환경적 훼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력 공급과 관련해서는 송전선로 지중화 등을 통해 환경 영향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전력 공급 관련해서는 49번 지방도로와 그 아래 구간을 지중화하고, 가까이에는 황룡강 둔치 쪽으로 지중화하기 때문에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그것도 물론 정밀하게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수 공급 과정에서도 생태계 훼손이 상대적으로 적은 방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동복댐을 증고하는 방식과 동복천댐을 신설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동복천댐을 신설할 경우 많은 지역의 수몰이 생기고 생태적 파괴가 상당히 크다"며 “동복댐은 수몰지역이 늘어나긴 하지만 생태 파괴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을 것으로 보여 이번에 댐을 신설하지 않고 증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도 생태적 피해는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장관은 “호남에는 산업적 기반이 전무한 곳에 새로운 첨단산업이 지어지는 것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고, 조기에 착공해 준공되기를 원하는 지역주민의 기대도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 때문에 환경 피후해가 심각한 것을 눈감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후부를 향해 “기존 환경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지금 기후부는 '에너지산업부'가 돼버린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4대강 재자연화와 녹조 문제, 개발사업에 따른 생태 훼손 등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며 “이럴 바에 차라리 기후정책을 위해서라도 원래의 환경부로 독립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양광협회 “지역별 전기요금, 기존 발전사업자 희생시켜선 안 돼”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역별 도매가격제(LMP)가 도입될 경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기존 발전사업자 보호와 송전망 확충, 출력제어 보상 등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대태협) 회장은 18일 LMP 도입과 관련해 입장을 내고 “송전망 부족으로 발생한 혼잡비용을 왜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발전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담시켜야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LMP는 현재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지역별 전력 수급과 송전망 여건 등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발전설비가 밀집한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은 낮추고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가격은 높여 발전소와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태협은 LMP 도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제도 도입 이전부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비수도권에 투자한 기존 발전사업자에게 새로운 가격 체계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태협은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지역별 가격이라는 신호를 보고 비수도권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 정책을 믿고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토지와 설비에 투자해 20년 이상을 바라보고 발전소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MP 도입 이전 상업운전을 시작한 발전소뿐 아니라 토지를 확보하고 수년째 계통 접속을 기다리는 예비사업자까지 가격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전망 확충도 선행 과제로 꼽았다. 지역별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이 송전망 부족이라면 발전가격을 낮추기보다 송전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지역 간 전력전송 능력 강화 등을 통해 계통 제약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자들이 이미 봄과 가을철 재생에너지 발전량 과잉으로 출력제어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으로 수익성 악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LMP까지 도입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전망 제약에 따른 출력제어에 적절한 보상이 없는데 지역 도매가격까지 낮아지면 발전량과 판매가격이 동시에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태협은 “지역별 도매가격제는 단순히 전력가격을 지역별로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 발전사업자의 투자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이미 정부 정책에 따라 비수도권에 투자한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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