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위기인데, 가스는 이상無…가스公의 ‘각고면려’ 통했다[윤병효의 에·바·다]

석유는 위기인데, 가스는 이상無…가스公의 ‘각고면려’ 통했다[윤병효의 에·바·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이다. 반면 가스(LNG)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다. 가스의 중동산 비중은 20%이며, 해협 안쪽 비중은 15%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스 수입선이 다변화된 배경에는 공기업 가스공사의 치밀한 전략과 노력이 숨어 있다. 27일 정부 및 석유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로 우리나라의 중동산 석유 수입은 거의 단절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은 10억2817만배럴이다...

[기후 신호등] 균형 잃은 지구에너지, 모든 게 무너진다

2015년 말 전 세계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파리 기후 협정'을 채택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마주한 기후 현실은 참담하다.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와 기후 과학 분야의 석학들이 내놓은 통찰력 있는 연구를 종합하면, 인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기후 국면에 진입해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지구 시스템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고, 온난화는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 인류에게 '오버슈트(overshoot, 목표 온도 1.5℃의 일시적 초과)'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오버슈트의 수준, 오버슈트의 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인류는 이제 역사상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여정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가속화하는 온난화와 '지구 에너지 불균형' WMO는 지난 23일 '2025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2015~2025년 사이 11년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은 강력한 엘니뇨 영향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5°C의 기온 상승을 기록, 최고치를 경신했다. 온난화의 '속도' 역시 주목된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최근 출판된 논문에서 2015년 이후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자연 변동성(엘니뇨, 화산 활동, 태양 복사 변동 등)을 제거했을 때, 1980~2000년대 10년당 약 0.15~0.2°C였던 지구 기온 상승 폭이 최근 0.4°C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속화의 배경에는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s Energy Imbalance, EEI)'이 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리처드 P. 앨런 교수 등 75명의 과학자가 지난달 학술지 '글로벌 지속가능성 (Global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2년 중반부터 2023년 중반까지 EEI는 1.9 W/m², 즉 지구 표면 1㎡당 1.9W를 흡수해 2006~2020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흡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다와 빙권: 축적되는 열과 붕괴의 신호 지구에 축적된 과잉 에너지의 약 91%는 해양이 흡수한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25년 사이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 세계 해양의 90% 이상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해양 열파(폭염)를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는 산호초 백화, 어종 이동 등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한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 속도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2025년에는 연평균 4.75㎜에 달했다. 동시에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29%를 흡수하면서 산성화가 진행돼 해양 생물의 생존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빙권의 변화 역시 급격하다. 전 세계 '참조 빙하(reference glaciers)'는 2016년 이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질량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이슬란드와 북미 태평양 연안에서 두드러졌다. 참조 빙하란 세계 빙하 모니터링서비스(WGMS)에 매년 보고되는 전 세계 약 170개의 빙하 중에서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질량 변화 관측 데이터가 축적된 특정 빙하 그룹으로, 전 세계 빙하 상태의 변화를 파악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는 표준 지표 역할을 한다. 북극 해빙은 2025년 3월 관측 사상 가장 낮은 면적을 기록했고, 남극 해빙 역시 최근 4년간 최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약화되는 탄소 흡수원과 생물다양성 위기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지난달 실린 논문(위에서 언급한)은 그 동안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북반구 아한대림(boreal forest)과 영구동토층 생태계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가뭄, 산불, 해충 확산 등으로 인해 아한대림의 탄소 흡수 능력은 지난 10년간 약 36% 줄었고, 일부 영구동토층 지역은 숲이 흡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내뿜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간 상호작용도 심각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이 202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식물 종 손실은 육상 탄소 저장 능력을 저하시켜 향후 최대 145 PgC(페타그램), 즉 1450억 톤의 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 재난의 현실화: 건강과 경제의 충격 WMO가 내놓은 '2025년 주요 기상 기후 사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상현상의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몬순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트남 역시 연이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저하가 치명적이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C 상승할 경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온 노출 산업(농업, 건설 등)에서 노동 생산성이 각각 33%,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4.5%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기상청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시대'가 이미 심화되다고 지적했다. 가장 충격적인 기록은 산불이었다. 지난해 3월 21~26일 고온·건조·강풍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전국 5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 발생해 역대 최대인 축구장 약 14만 7000개 면적에 달하는 10만5084㏊의 산림이 소실됐다. 또한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 기온은 25.7°C를 기록, 1973년 체계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반면 강원 영동 지역은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극심한 식수난과 농작물 고사 피해를 입었다. ◇오버슈트와 '핫하우스 지구'의 위험 현재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모두 이행되더라도 세기말 기온 상승은 2.6~2.8°C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하나의 지구 (One Ear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가 '온실 지구(Hothouse Earth)' 궤도에 진입할 위험을 경고했다. 특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치) 문제는 심각하다. 그린란드 빙하 붕괴, 대서양 역전 순환(AMOC) 약화, 아마존 열대우림 사바나화 등 16개 주요 시스템이 임계치에 근접했거나 이미 초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시적인 오버슈트조차도 티핑 포인트 발생 위험을 최대 72%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비록 온난화가 2°C 수준에서 억제되더라도 특정 부문에서는 훨씬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식량 안보의 핵심인 주요 곡창지대(breadbasket)의 경우, 2°C 온난화 상황에서도 가뭄 빈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1.5~2°C 이내로 제한하려는 노력은 통제 불가능한 극단적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만, 이제 그 안전장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틴달 기후변화연구소의 레이첼 워런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단순히 '가장 가능성 높은' 평균값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 “확률이 낮더라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적응 전략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대학 연구팀은 지난 2월 '네이처 기후변화' 에 발표한 논문에서 1.5°C 오버슈트가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기후 정책의 초점을 '예방'에서 '회복(recovery)'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안정화를 위한 해법: 36개의 전략과 CDR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 수단은 존재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환경정책센터 연구팀은 이달 초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36개의 기후 안정화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 해법은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토지 이용 등 전 부문을 포괄하는데, 각각 연간 약 2Gt(기가톤), 즉 20억톤 규모의 감축 효과를 갖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동화, 산업 공정 혁신뿐 아니라 식단 변화, 음식물 쓰레기 감축, 산림 보전 등 행동 변화와 자연 기반 해법도 포함된다. 특히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방법(Carbon Dioxide Removal, CDR)은 필수적 수단으로 강조된다. 다만 이는 화석연료 배출량을 줄이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오버슈터 상황에서 기후 안정화 상황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수단으로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믹스'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이 202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41개국 1500개 정책 분석 연구에 따르면, 탄소 가격제와 규제, 보조금 등의 정책 수단이 결합될 때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나타났다. ◇ 법적 의무와 되돌릴 수 없는 변화 기후 대응은 이제 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25년 7월 기후 변화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며, 국가들이 이를 방지할 법적 의무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버슈트 이후의 회복은 결코 대칭적 과정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트리소스 박사는 온도가 다시 낮아지더라도 이미 붕괴된 생태계와 멸종한 종은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핵심은 오버슈트의 폭과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뜨거운 남비를 만졌다면 손을 재빨리 떼고 차가운 물에 담궈야 화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인류는 기후 교차로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단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축적되어 있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우리의 행동에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이 달려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최동구 포스텍 교수 “전력시장 열리면 VPP 기술 꽃 피울 것”

“우리나라는 뛰어난 IT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더 열리면 에너지 IT 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최동구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IT 기술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력도매시장 개편과 소매시장 일부 개방 등 시장만 열리면 가상발전소(VPP)와 같은 기술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교수는 올해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신입회원으로 선정돼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은 만 43세 이하 젊은 과학자 중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인물을 신입회원으로 선발한다. 그는 에너지 IT 기업인 에이치에너지의 VPP 관련 자문교수도 맡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VPP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도에서 시범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앞서 준중앙급전제도가 시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준중앙급전제도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특성에 맞춘 전력거래시장이다. 해당 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VPP 참여를 통해 가격 변동을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VPP는 소규모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IT 기술로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플랫폼 기술을 말한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시스템 분석을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탄소중립 경로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연구해왔다"며 “현재는 VPP 사업자 입장에서 시장에 참여할 때 어떻게 전략적으로 참여할지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시장이 개방된 미국 캘리포니아, 독일, 영국, 북유럽 등에서는 에너지 IT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전력시장이 경직돼 있어 상대적으로 활성화가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IT 기술이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인프라는 미국, 유럽보다 잘 구축돼 있고 분석기술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지만 시장에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연료비반영시장(CBP) 구조로 운영돼 연료비를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한다. 재생에너지는 설치비용은 들어도 연료비가 들지 않아 우선 구매된다. 이 때문에 공급과잉으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입찰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이유다. 최 교수는 에너지 IT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비즈니스 모델,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기술, 인프라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라며 “창의적인 정산(보상) 체계를 마련해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효율적 플랫폼 운영을 통해 VPP 사업자의 수익이 극대화된다"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프라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VPP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경쟁력에 따른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기술경쟁력에 따른 수익 차이가 크지 않다"며 “기술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확대돼야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 인사이트]“석탄발전 늘리고, 미세먼지 줄이라”…표출되는 기후에너지부의 딜레마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철, 중동발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부에서 상반된 정책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것도 한 부처에서 말이다. 바로 기후에너지환경부다. 2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LNG 수급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라 최대 80%로 제한했던 석탄발전 상한을 해제하고, 석탄발전소 2기의 폐지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기후부 내 환경 담당 라인에서는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자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현장 점검과 함께 소각시설 관리 강화, 날림먼지 억제, 외출 자제 권고 등 통상적인 대기질 대응 조치가 병행됐다. 결과적으로 한 부처 내에서 '석탄발전 가동 확대'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상반된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할 때부터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부문을 합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에너지 부문과 탄소를 감축하는 환경 부문을 한 부처에 몰아 넣음으로써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 이 우려는 결국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표면화됐다. 전력수급 측면에서는 석탄발전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대기질 관리 측면에서는 동일한 정책이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내부 정책 충돌을 넘어, 에너지 거버넌스 전반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낸다. 중동발 위기의 핵심은 석유와 가스 등 연료 수급 문제이지만, 해당 기능은 여전히 산업통상부에 남아 있다. 반면 발전 운영과 전력수급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한다. 결국 연료 수급은 산업부, 발전·전력은 기후부로 나뉜 구조 속에서, 양 부처 간 별도 협의체를 통해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책 통합을 통해 기대했던 '일원화된 대응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연료와 발전 정책이 분리된 채 운영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와 정책 일관성 모두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기적 정책 엇박자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책 혼선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급격한 확대·축소, 부처 간 또는 내부 기능 간 충돌, 정책 방향의 잦은 변경은 모두 전력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단기적 판단보다는 안정성과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보수적 에너지 믹스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한 부처 출범은 정책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내부 충돌과 정책 혼선을 드러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조직 통합만으로는 정책 우선순위 설정, 기능 간 역할 정립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확보와 같은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석탄발전 확대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현재 상황은 단순한 정책 엇박자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 구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위기는 반복된다. 그때마다 같은 혼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거버넌스 구조가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통합이 목적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실행력 있는 체계 구축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경제硏 “전쟁 장기화시 LNG 가격 9월 두배 올라”

미국과 이란과 전쟁이 6월 말까지 장기화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오는 9월에 전쟁 이전보다 약 두 배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7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따른 LNG 수급 및 가격 전망 자료를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LNG 수출 물량이 집중된 핵심 통로로 전 세계 물량의 약 20%가 통행하는 곳이다. 에경연은 전쟁 지속기간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쟁이 4월 말 종결될 경우, 국내 LNG 도입단가는 시차를 두고 상승해 8월에 MMBtu(열량단위)당 15~16.7달러 수준까지 오른 뒤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 직전 LNG 도입단가는 10~11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전쟁이 6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이 경우 국내 도입단가는 9월에 MMBtu당 17.4~20.2달러까지 상승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에도 고유가 영향이 지속되면서 10월까지 높은 수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경연은 전쟁 기간 동안 카타르 장기계약 물량 연간 610만톤(월평균 50만톤)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현물구매로 대체하는 구조를 반영했다. 공급 차질은 전쟁 종료 후 1개월 동안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2개월 이후 정상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내는 동절기 대비 재고 확보를 위해 3월부터 10월까지 현물을 균등하게 도입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현물 가격은 약 1개월, 장기계약 가격은 약 4개월의 시차를 두고 도입단가에 반영되는 점도 고려됐다. 에경연은 주변국 소비국 공조 및 비(非)중동 LNG 생산국과의 협력채널을 가동하고 하절기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해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로 텐덤셀 9천억 투자…주가는 급락

한화솔루션이 재무건전성 강화와 태양광 기술 투자를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그러나 주식시장 반응은 차가워 주가는 급락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추진 이유로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성장 투자 재원 마련을 꼽았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수산단 내 유휴부지, 울산 사택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 관계사 지분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7000억원을 조달했지만 글로벌 태양광·화학 산업 업황 둔화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중 약 1조5000억원은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한도대출 등을 상환해 2026년 기준 연결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은 약 9조원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연결 부채비율 100%, 순차입금 7조원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나머지 9000억원은 향후 3년간 미래 성장 투자 재원으로 배정해 태양광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라인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탠덤의 하부셀인 탑콘 생산시설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텐덤셀이란 실리콘셀과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중으로 쌓아 발전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태양전지를 말한다. 이론적 한계 효율(44%)은 기존 실리콘셀(29%)의 1.5배에 달한다. 텐덤셀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잠식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태양광 제품에 반전을 만들어낼 국면전환자(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라인 전환 등 핵심 성장 사업 투자를 통해 오는 2030년 연결 기준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도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 18.22% 하락했으며 이날 14시 35분 기준 전날 대비 4.48% 하락한 3만51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희석을 동반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태양광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태양광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때 태양광 시장 확대 기대감 속에 지난달 중순 5만9000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이번 유상증자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꺾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 상환과 3년 후 상업화를 목표로 한 신제품 투자 계획은 유상증자의 시점과 규모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의사결정 과정과 주주 소통 절차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 위기 해결책 ‘바이오연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

중동 전쟁으로 중동산 석유 수급이 한달이나 끊기면서 석유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수급 위기에 대응해 이미 대책을 만들어 놨다. 2004년 석유사업법에 석유대체연료를 규정하고 2015년 이를 의무 사용토록 신재생에너지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 시기에 관련 제도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2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석유 위기에 대응하고 동시에 탄소 감축 효과도 있는 바이오연료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표류하고 있다. 수송용 경유에는 바이오디젤이 의무적으로 혼합되고 있다. 현재 의무혼합률은 4%(2024~2026년)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2004년 석유사업법 개정을 통해 바이오연료를 석유대체연료로 규정하고, 2015년에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바이오연료 의무혼합(RFS)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 혼합률은 △2015년 2.5%를 시작으로 △2018년 3% △2021년 7월 3.5% △2024년 4% △2027년 4.5% △2030년 5%로 높여가기로 했다. 이후 정부는 석유 수급 위기가 반복되고, 글보벌 탄소 감축 흐름이 강화됨에 따라 바이오연료 사용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 발표를 통해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2030년까지 8%로 높이고, 바이오선박유와 바이오항공유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나온지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당시 발표 내용은 제도화되지 않고 있다. 발표대로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8%로 높이려면 2027년부터 매년 1%씩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시행하려면 바이오디젤 공급사나 이를 사용하는 정유사 모두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1~2년 전에는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석유 수급 위기가 닥진 현재까지도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상향하면 경유 소비 감축 효과는 매우 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송용 경유 소비량은 1억4517만배럴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디젤 함유량은 4%를 감안하면 581만배럴로 추정된다. 여기에 바이오디젤 함유량을 1%만 더 높여도 경유 139만배럴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동 전쟁으로 경유 수급이 더 위험하다. 중동산 원유는 중(重)질유 성분이 많아 경유 생산에 유리하다. 세계 1위 경유 공급사도 사우디 아람코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와 경유제품 공급이 끊기면서 국제시장에서는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뛰고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기준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7달러인 반면 경유는 216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수급에도 매우 안정적이다. 원료는 △대두, 유채, 팜, 코코넛 등과 같은 식물성 오일 △자트로파, 카스토로, 님(neem)유 등의 비식용 식물성 오일 △소, 닭, 생선 기름 등에서 나오는 동물성 유지 △폐식용유 등으로 다양하다. 수입처도 국내, 동남아 등지로 분산돼 있다. 선박의 연료 수급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바이오선박유 도입과 발전용 LNG 수요를 낮출 수 있는 바이오중유 사용 확대도 늦어지고 있다. 바이오선박유와 바이오중유는 팜유, 폐식용유 등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바이오디젤과 마찬가지로 수급 위기가 없다. 바이오선박유는 정부가 2023년 9월부터 2024년까지 대형선박을 통해 실증 운항까지 마쳤다. 업계는 2025년 바이오선박유 정식 도입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제도 마련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울산과 제주도에는 바이오중유 발전소가 있지만, LNG발전에 밀려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카타르산 LNG 700만톤 수급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바이오중유 가동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바이오연료 사용에 미적되는 사이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더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바이오연료는 석유 수급 위기를 완하하는 동시에 탄소 감축 효과도 뛰어나다. 한국바이오연료포럼에 따르면 경유에 바이오디젤 20% 혼합 사용 시 경유 대비 탄화수소 15%, CO 17%, SOx 20%, 미세먼지(PM) 18%, 매연 14% 감소 효과가 있다. 바이오디젤은 국제적으로 탄소중립원으로 인정되어 경유에 혼합해 사용할 시 1kL당 2.6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또한 원료인 작물 재배를 통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 폐식용유 재활용으로 수질오염도 방지한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연료가 산림을 없애고 만든 재배지에서 원료를 추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생산되는 대부분의 바이오연료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회의(UN IPC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배 및 생산되기 때문에 탄소중립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환경 인증과 공급 준비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데도 정책에서 외면받는 데에는 정부가 정유업계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도 바이오연료 공급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적자 누적으로 투자가 지연되면서 생산도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유업계 사정을 고려해 바이오연료 도입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연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차례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8%까지 상향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정책화하지 않고 있다. 바이오선박유 역시 실증까지 마쳤음에도 정식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중동산 비중도 70%인 만큼 수송연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바이오연료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화려한 수치모델의 함정, 검증만이 신뢰를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예측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상, 에너지, 경제, 농업, 해양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미래를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수치모델을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고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슈퍼컴퓨터가 동원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예측이 빗나갈 때 가장 먼저 비난받는 대상 또한 이 값비싼 첨단 장비다. 특히 기상예보가 틀릴 때면 “그 비싼 슈퍼컴퓨터로 게임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비껴간 비판이다. 슈퍼컴퓨터는 입력된 알고리즘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산 장치일 뿐이다. 예측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곧 수치예보모델의 완성도와 자연이 지닌 본질적 불확실성이다. 다시 말해 슈퍼컴퓨터는 제 역할을 다하고도 '값어치를 못한다'는 오해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슈퍼컴퓨터 입장에서는 이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치모델의 결과가 마치 '단 하나의 정답'인 것처럼 소비된다는 데 있다. 최신 모델은 복잡한 계산 결과를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하며 정돈된 표로 제시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런 시각화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정교하고 풍부한 시각화는 직관적 이해를 돕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정책결정자와 대중을 '확정된 수치'에 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쉽게 가려진다. 이 위험성은 과거 미국의 라인하트(Reinhart)·로고프(Rogoff) 연구가 정책적 오류로 이어지면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된다는 이들의 연구 결과는 전 세계 긴축정책의 근거로 활용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후 나름의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데이터 누락과 계산 오류가 밝혀지면서, 그 '확정적 수치'는 신기루임이 드러나 신뢰를 잃었다. 실질적으로 이 결과를 반영한 다수의 국가들의 파생적 손해는 막대했다고 평가된다. 모델의 결과를 절대화하고 그 한계를 외면할 때, 예측은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피해를 주는 위험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이러한 오류를 줄이고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검증이다. 물론 대부분의 수치모델은 자체적인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거나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경우는 많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상예보의 검증 문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상예보는 수치모델 예측 결과함 함께 매일 '평가 성적표'를 받는다. 오늘의 예측은 내일의 관측과 즉각 비교되고, 그 결과는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런 상시적 피드백은 때로는 비난을 감수하게 하지만, 동시에 수치모델의 약점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개선을 촉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에너지 수요 예측이나 경제 전망 같은 다른 분야 역시 이러한 '지속적 검증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예측값과 함께 그 정확도와 한계를 함께 제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내다보는 장기 기후 예측이나 에너지 정책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미래 수치를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해당 모델이 과거와 현재를 얼마나 정확히 재현해 왔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의 신뢰도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신뢰도가 결여된 수치는 정보가 아니라 소음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수치모델이 만들어낸 화려한 결과 뒤에 숨은 '전제와 한계'를 읽어야 한다. 예측 결과를 접할 때마다 “이 값은 어떻게 검증되었는가", “나는 이 수치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적 태도는 예측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측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시민과 정책결정자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수치모델은 더욱 완성도 높은 모델로 발전할 것이며,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합리적 선택을 돕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석유는 위기인데, 가스는 이상無…가스公의 ‘각고면려’ 통했다[윤병효의 에·바·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이다. 반면 가스(LNG)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다. 가스의 중동산 비중은 20%이며, 해협 안쪽 비중은 15%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스 수입선이 다변화된 배경에는 공기업 가스공사의 치밀한 전략과 노력이 숨어 있다. 27일 정부 및 석유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로 우리나라의 중동산 석유 수입은 거의 단절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은 10억2817만배럴이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물량은 7억175만배럴로 68.3%이다. 이 물량 대부분이 이란의 해협 봉쇄로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주, 동남아 등지에서 대체물량을 구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물량 구매에 나섰기 때문에 쉽지 않다. 민관 비축유 1억9000만배럴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비축물량은 지난해 일일 소비량 255만배럴 기준으로 74.6일분이다. 중동산 물량이 차단된지 한달이 다되 가면서 비축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해협을 우회한 물량 2400만배럴을 우리나라에 긴급 지원했지만, 9.4일분밖에 안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차량 5부제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사태 대응에 나섰다. 반면 가스 수급은 별 문제가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LNG 수입량은 4668만톤. 이 가운데 카타르 물량은 697만톤으로 비중은 15%이다. 이 물량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봉쇄가 풀리더라도 최대 5년간은 국내로 못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물량을 수출하는 카타르에너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이란의 공격으로 LNG 시설이 타격을 받아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에 최대 5년까지 장기계약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카타르 물량이 들어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카타르산 물량 도입이 중단되더라도 비중동산 물량이 원활히 도입되고 있어, 연말까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며 “정부는 이미 카타르산 도입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중이며, 카타르측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LNG 수입처를 보면 호주 1467만톤, 말레이시아 752만톤, 카타르 697만톤, 미국 438만톤, 러시아 247만톤, 인도네시아 207만톤, 오만 192만톤, 페루 104만톤 등 24개국이나 되고, 물량도 골고루 퍼져 있다. 또한 가스공사는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올해부터 미국산 LNG를 연간 330만톤 추가로 들여오기로 했다. 여기에 가스공사가 해외 투자사업을 통해 직접 확보한 지분물량까지 들어오고 있다. 가스공사는 호주 프릴루드(Prelude) 사업을 통해 연간 36만톤의 지분물량을 확보한 데 이어, 2025년부터는 LNG 캐나다 사업의 본격 생산으로 연간 70만톤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호주와 캐나다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중동 위기 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가스공사는 호주, 캐나다 프로젝트에서 올해 생산 예정인 LNG 지분물량 11척 전량을 국내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LNG 1척은 우리나라 여름철에 하루치를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가스공사의 지분물량은 앞으로도 늘어난다. 2029년 모잠비크 코랄 노스(Coral North) FLNG 생산이 시작되면 138만톤으로 늘어난다. 현재 검토 중인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사업과 LNG 캐나다 2단계 사업까지 현실화되면 2031년에는 연간 총 388만톤의 지분물량을 보유하게 된다. 가스공사 최연혜 사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LNG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점"이라며, “가스공사는 앞으로도 기민한 대응과 전략적 수급 안정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굳건한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카타르에너지 공식 발표 “한국 등에 최대 5년 공급불가항력 적용할 수도”

카타르에너지가 공식적으로 한국 등에 LNG 공급불가항력 선언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6일 카타르에너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8일과 19일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라스 라판 산업단지가 입은 피해로 연간 약 20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며 복구에 최대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연간 총 1280만톤(MTPA)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능력을 보유한 4호기와 6호기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카타르 전체 LNG 수출량의 약 17%에 해당한다. 4호기는 카타르에너지(66%)와 엑손모빌(34%)의 합작 투자 사업이며, 6호기도 카타르에너지(70%)와 엑손모빌(30%)의 합작 투자 사업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이 피해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의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사드 셰리다 알 카비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에너지 사장(CEO)은 “LNG 시설 피해 복구에는 3년에서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일부 장기 LNG 계약에 대해 최대 5년까지 불가항력 조항을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 외신은 카타르에너지가 이란 공격으로 인한 피해로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에 공급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이를 인용해 국내에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고 한국 정부에서 카타르 측에 보도에 관해 사실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카타르 LNG 수입이 중단되도 전체적 수급에는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카타르 LNG 수입량은 697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5%이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대체 수입이 가능하고, 특히 가스공사는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미국산 물량 연간 330만톤을 수입하기로 계약했다. 청와대는 25일 “카타르산 물량 도입이 중단되더라도 비중동산 물량이 원활히 도입되고 있어, 연말까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며 “정부는 이미 카타르산 도입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중이며, 카타르측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현장] “5부제 위반입니다”…포스코, 3번 걸리면 한달 출입 제한

“임직원들이 차량 5부제를 3번 위반하면 한 달 동안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26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 5부제 대상 차량이 진입하자 '차량 5부제 위반'이라는 문구가 떴다. 이날은 목요일로 차량번호 맨 뒷자리가 4와 9번인 차량이 5부제 대상이다. 주차장 입구 관리자는 당장 제재를 가하지는 않고 차단기를 열어 줬지만 5부제 위반 기록은 남겼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임직원의 경우 3번 위반하면 한 달 동안 출입을 제한한다"며 “민간 자율 시행이다 보니 방문객에게는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어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스코센터에는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과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방문해 차량 5부제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실제 기자가 지하 2층을 돌아본 결과 약 150대 주차차량 중 5부제를 어긴 차량으로 7대가 발견됐다. 이 중 1대는 이날 5부제 시연을 위한 차량으로 실제 위반 차량은 6대였다. 5부제는 요일과 차량 끝자리 숫자(예 월요일 1·6)가 일치하는 차량의 출입 또는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포스코는 미국과 이란 전쟁 이전부터 이미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6대 차량도 임직원이 아닌 방문객 차량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중동 전쟁 여파에 대응해 원유 자원안보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후속 조치로 지난 25일부로 공공기관에 대해선 차량 5부제를 강화하고, 민간에 대해선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종료 시점은 경보 해제 시까지다. 경보가 다음 단계인 '경계'로 격상되면 민간에도 승용차 5부제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정유사 공급가격의 상한을 제한하는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하루 앞둔 이날 주유소 풍경은 대체로 한가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와 강남 인근 주유소 5곳을 돌아본 결과, 기름을 미리 넣으려는 차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붐비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최고가격제 소식이 퍼지는 늦은 오후나 저녁 퇴근 시간대가 되면 붐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차 가격은 1차보다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0시부로 시행된 1차 최고가격제의 정유사 공급가격(도매가)은 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등유 1320원이다. 2차 고시에서는 그동안의 유가 상승분이 반영돼 리터당 20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도 함께 시행한다. 27일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이에 최고가격제 상한이 올라도 유류세 인하가 가격 인상을 일부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2차 최고가격이 다소 오르긴 하겠지만 원유 수급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전기요금은 시간을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을 살려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포스코센터에서 선릉역 인근까지 에너지시민연대 등 단체와 함께 시민들에게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동참을 요청하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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