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규제 기업 1곳당 ‘고용 14명·매출 19억’ 창출

정부 규제가 풀리면 평균적으로 기업 한 곳에서 일자리 14개, 매출액 19억원이 나란히 창출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공개한 '새로운 성장 시리즈(1): 통계로 보는 민간규제 샌드박스'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518개 기업의 규제특례 승인 지원 효과를 조사한 결과, 규제로 '개점휴업 위기'에 처했던 기업들은 규제특례 승인으로 시장 문이 열리자 전체 신규 일자리 6900명 창출, 전체 매출 9800억원 증가의 결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유치액도 총 2500억원에 이르는 등 규제특례의 경제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사업자에게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하는 '혁신 실험실'이다. 대한상의는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과 합동으로 518개 기업의 규제특례 승인을 지원했다. 규제특례 승인 기업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 수가 72%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16%) △중견기업(10%)이 뒤따랐다. 승인 유형별로는 '실증특례'가 88%로 최다를 기록한데 이어 △임시허가(8%) △적극 해석(4%)순이었다. 승인 지역별로 △서울 215건 △경기 146건으로 집계돼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인천 21건 △충북 20건 △대구 17건 △충남 14건 △경북 14건 △부산 13건순이었다. 규제특례 승인건수가 가장 많은 부처는 식품의약품안전처(192건)였다. 다음으로 △국토교통부 102건 △보건복지부 66건 △산업통상자원부 55건 △농림축산식품부 41건 △행정안전부 27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5건으로 많았다. 상의는 이재명 정부에 더 큰 혁신을 일구기 위해 '더 큰 샌드박스'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를 통해 성장의 실행모델로 제시한 '메가 샌드박스'와 일맥상통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개별 기업 중심 혁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도권 편중현상도 극복하자는 게 핵심이다. 메가 샌드박스는 지자체 단위로 미래 산업 및 기술을 지정해 규제 완화는 물론 인공지능(AI)·교육·인력·연구개발(R&D) 등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실험을 마친 샌드박스의 경우, 법령 정비로 이어져야한다고 상의는 건의했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과제는 518건인데 법령 정비는 117건에 그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민간 샌드박스 시행 5년이 넘어감에 따라 실증기간 만료 과제들이 늘고 있어 관계부처 법령을 정비하고 실증기간 중이라도 안전성이 입증되면 선제적인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밖에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유도할 인센티브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규제는 결국 사람이 푼다. 규제혁신 툴(Tool)로서 유용한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있어도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관 부처‧지자체 공무원의 규제혁신에 대한 적극적 의지다. 잘한 것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면책 제도를 마련해 혁신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을 지원하는 과감한'혁신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행정 장려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민관이 혁신 실험을 토대로 샌드박스의 범위도 넓히면서 혁신의 크기를 키우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지역 균형발전까지 이어지는 일석다조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3분기 수출기업 체감경기 위축…美관세 여파”

트럼프발(發) 관세로 촉발된 글로벌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올해 3분기 우리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EBSI는 96.3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1~3분기 연속 기준(100)을 밑도는 수치로 우리 수출 경기가 부진 양상을 하반기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조사 및 분석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큰 값을 가진다.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 그 반대다. 수출 품목별로는 주요 15개 가운데 10개가 직전 분기보다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전(52.7)은 3분기 연속 EBSI 50대에 머물며 수출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이 지난 23일 품목별 관세 대상인 철강 파생상품에 가전을 추가하면서 가전제품에 포함된 철강에도 함량관세율 50%를 적용한 영향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가전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연합(EU)의 경기 둔화도 복합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관세 대상이었던 자동차·자동차부품(56.0)도 관세영향이 본격화되며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반도체(147.1)는 분위기가 좋다.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지속 및 3분기 D램 가격상승이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 확대와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은 선박(135.5)은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항목별로는 △수입규제·통상마찰(67.1) △국제물류(86.8) △수출대상국 경기(87.3) 등 10개 항목 중 8개 항목이 100보다 작은 값을 기록했다. 수입규제 및 통상마찰은 관세협상 진전의 기대감으로 2분기 대비 소폭 상승(45.4→67.1)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양지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국 경기둔화까지 맞물리며 우리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가전·자동차 등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품목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전략품목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과 시장 다변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상호관세 폭풍 닥치나…재계, 불확실성에 긴장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재계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거나, 유예 연장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대미 수출품목에 '관세 폭탄'을 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미수출 기업들은 베트남, 멕시코, 남미 등에 생산시설을 갖춘 상태라 해당국과 미국의 협상 내용까지 신경써야 하기에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 곧바로 관세 장벽을 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연장할 수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특유의 애매모호 화법을 구사해 혼란을 주기도 했다. 당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관세 협상을 “미국 노동절인 9월 1일까지 완료하길 희망한다"고 밝혀 백악관과 다른 뉘앙스를 남겼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9일 한국을 포함한 57개 교역국에 차등화된 상호관세율을 발표했고, 90일간 유예기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오는 7일로 만료된다. 따라서, 우리 재계의 관심사는 미국이 과연 상호관세를 8일부터 바로 발효할 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중심으로 주요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다. 영국과는 벌써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재계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즉각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기본 10%, 국가별 차등 15% 등 총 25%의 상호관세가 책정된다. 기본관세는 이미 적용되고 있어 주요 대미 수출 품목에 15% 관세가 추가될 전망이다. 품목별 별도 관세가 들어가는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은 별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일반기계, 반도체 등 업종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상호관세 유예 명단에 들어가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오히려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특정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주요 대기업들은 베트남, 멕시코 등과 미국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멕시코·브라질 같은 나라에서 스마트폰, 냉장고, TV, 세탁기 등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멕시코에서 다양한 가전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한국 또는 현지에서 자동차를 만들지만 기아는 멕시코 공장 비중이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상호관세 발효가 재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대 대미수출품목인 자동차와 현지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전제품은 이미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세 중복 적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미국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춰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 AI·글로벌·신사업 ‘미래성장 3각편대’ 전개

롯데가 인공지능(AI)과 신시장·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지속가능한 미래성장 기반 구축에 힘쏟고 있다. AI의 기술적·윤리적 가치를 그룹 전체 사업에 적극 도입하는 한편, 신개척시장 아프리카와 신흥시장 동남아시아에서 글로벌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 투자 증대를 통해 롯데 미래경영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지난 5월 AI 개발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모든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AI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롯데 AI 윤리헌장은 AI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간존중 △안정성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연대성 등 6가지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아울러 유네스코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의 기본지침을 반영해 '롯데는 AI를 활용하는 전 과정에서 올바른 행동 및 윤리적 가치를 준수하며, 이를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가치를 천명했다. 롯데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전 영역에서 AI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핵심 개발 분야는 △구매∙생산 △영업 △마케팅 △고객관리 등 네 가지 영역이다. 이같은 AI과제 수행을 통해 롯데 화학군은 지난해 구매∙생산 분야에서 과제를 진행하며 업무 역량을 향상시켰다. 롯데케미칼도 AI가 고객이 원하는 색상 조합을 찾아내는 합성수지 컬러매칭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일일 생산성을 50% 개선했고, 롯데정밀화학은 원자재 시황분석과 계약단가 예측시스템을 구축해 비용 관리와 원료 수급에 효율성을 높였다고 롯데는 전했다. 그룹 AI 플랫폼 활용 범위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는 외부 생성형 AI를 보안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그룹 내에서 월평균 15만회 이상의 사용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용 실적에 힘입어 롯데이노베이트는 대외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올해 4월 IT솔루션 기업 6곳과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성과에 고무된 롯데이노베이트는 향후 '아이멤버' 내 서비스들을 AI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시켜 고객의 다양한 업무 환경과 목적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프리카 가나에서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 프로젝트'는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지속가능한 조달을 위해 농장의 재배 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이다.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는 폭염과 병해로 작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는 지속가능한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가나 내의 코코아 생산 및 가공, 마케팅 전반을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가나 카카오보드에 카카오 묘목 13만 그루를 전달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인도 푸네 지역에 신공장을 준공했다. 인도의 기존 구자라트 공장보다 6배 큰 규모인 푸네 신공장은 롯데웰푸드의 자동화 설비 등 한국의 선진생산기술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롯데웰푸드는 빙과 성수기에 안정된 제품 생산 및 공급을 확보함으로써 올해에만 글로벌 빙과 매출이 전년대비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푸네 신공장은 오는 2028년까지 생산라인을 현재 9개에서 16개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베트남 물류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대규모 콜드체인 물류센터 구축에 나섰다. 지난 3월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공단에서 '베트남 동나이 콜드체인 센터' 착공식을 계기로 내륙 및 해외 수출입 운송의 지리적 이점과 롯데글로벌로지스만의 베트남 특화 유통물류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베트남 남부지역 주요 유통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이다. 롯데는 신사업 부문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2025 바이오USA)'에 참가해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 내 ADC 생산시설의 본격 가동과 함께 오는 2027년 상업생산 예정인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지리적 이점을 가진 '듀얼 사이트(Dual Site)' 홍보로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 신규 건설 중인 송도 바이오캠퍼스의 품질 경쟁력을 강조하는 등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차별화된 역량을 알렸다. 앞서 롯데케미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인프라셀 등 롯데 화학군을 비롯해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계열사들이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대거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는 배터리 핵심소재, 모빌리티 내외장재 실물, 이브이시스(EVSIS) 전기차 충전기, 배송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시스템, 수소를 통한 전기 에너지 제조과정 등 친환경 에너지, 자율주행 등 그룹 모빌리티 사업을 전반을 소개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회장 ‘가치경영’, 기업성과 넘어 사회혁신 이끈다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올해가) 경제·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이 돼야 합니다." 지난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 중 일부이다. 당시 신년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대기업 총수로서 유달리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여온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경영'을 SK그룹의 핵심전략으로 공식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SK그룹은 경영 목표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담고 구체적인 실천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창하는 최 회장의 구상이 재계 안팎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스며들고 있으며, 갈수록 이론과 실행에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가치 거래' 등을 공론화하면서 기업과 기업인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선한 의지만 있다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성과를 화폐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세제혜택 등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가치로 파악할 수 있다면 시장 시스템은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피력했다.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 거래'는 긍정적인 사회성과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시급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장 메커니즘이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해당 성과를 화폐적으로 측정하고 일정 부분에 어떤 형태로든 크레딧을 제공하고 교환하는 시스템이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자신이 직접 언급한 'SPC(Social Progress Credits)'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최 회장은 당시 SPC를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기반한 금융지원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약 500개로, 이들 기업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는 약 5000억원 규모다. SK그룹이 참여기업에 제공한 인센티브 규모도 700억원 가량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슈왑재단 총회 발언에 앞서 지난 4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지난 10년간 SPC는 개별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성과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과 '집합적 영향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2개월 뒤의 '사회적 가치 거래' 제안을 예고했다. SPC 10주년 행사에서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SPC 기업들이 만든 성과를 보면 고용 효과는 2200억원쯤 되고, 이는 최저임금 기준 8903명의 근로자가 1년간 벌 수 있는 급여와 동일하다"며 “이들이 창출한 약 5000억원의 가치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고척 스카이돔을 짓고서도 1000억원이 남는 규모"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성과를 제시하면 자신감을 드러낸 최 회장은 “제2, 제3의 SPC 기업이 계속 등장하고 성장하면 사회문제 해결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신있게 예측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사회적 책임 경영론을 우리 사회의 미래세대 인재들에게 전파하고 확산하는 역할에 앞장 섰다. 지난 24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선발한 해외유학생 26명에게 장학증서 수여하고 격려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해 장학생들에게 “사회기여 인재가 돼야 한다"는 덕담을 남겼다. 특히, '우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라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소개하면서 “여러분이 음수사원의 마음가짐으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기억하고 사명과 책임감을 가지시길 바란다"는 인상깊은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SK그룹은 국내 기업 중 눈에 띄게 인재 육성과 학술 분야 투자에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룹 산하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해 공익목적사업을 위해 사용한 사업수행비용은 총 251억7782만원이다. 이 중 60% 가량인 151억4965만원은 국제학술 분야에 쓰였다. 장학사업(82억6818만원)과 자료실운영(5억9634만원)에 쓴 돈도 상당했다. 1974년 설립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경우 그간 해외유학장학제도, 대학특별장학제도 등을 통해 50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세계 유수 대학 박사도 1000여명 배출했다. 최 회장이 장학생들에게 '사회적 가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재계 이목을 잡고 있는 배경이다. 최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ESG 시대' SK그룹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각종 국내외 기관의 ESG 경영 평가에서 SK그룹은 매번 최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 회장은 2022년 “지금까지 ESG 이슈에 적당히 대응·수비하고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면으로 돌파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각 계열사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금액을 수치화하며 다른 기업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SK그룹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금액으로 16조8000억원에 이른다. 경제 간접 기여 성과 16조6000억원, 환경 성과 2조7000억원, 사회 성과 2조9000억원 등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생각은 구성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2020년 이후 기업의 최종 목적을 '이윤 극대화'에서 '구성원의 행복'으로 전환하려는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직원들과 '행복토크'를 주재하며 소통을 강화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봉사활동에도 열중하고 있다. SK그룹은 2003년 'SUNNY 대학생 자원봉사단', 2004년 'SK 봉사단'을 출범시켰다. 2010년부터는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단도 만들었다. 금융 생태계 지원 펀드 조성 같은 다각적인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자생력 강화 활동을 추진하며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앞세워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고 있는 최 회장의 고민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유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선대회장은 경영일선에 있을 당시부터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데만 있지 않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강조해 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하반기 산업 전망…반도체·조선 ‘대체로 맑음’, 철강·車 ‘흐림’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올해 하반기 기상도가 엇갈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제약·바이오 등은 '대체로 맑음',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배터리·섬유패션·기계·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단체와 함께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하반기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국가별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경쟁과 빅테크 중심의 서버 투자 지속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은 견조한 수출이 기대된다. 다만, 미국 반도체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국가 간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 경쟁 등은 위협요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기상도 역시 '대체로 맑음'이다. AI용 '저전력 디스플레이'(LTPO)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로 하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6.5% 증가하는 105억달러로 전망된다. LTPO는 일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보다 단가가 약 2.5~3배 가량 높다. 조선업과 제약·바이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통한 선박 추가발주 기대감과 새 정부 공약인 '조선업 미래발전 5대 전략' 등 수혜가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28.6% 증가한 바이오의약품은 하반기에도 미국 약가인하 정책 및 주요국 바이오시밀러 허가완화 정책 추진 등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은 대미 수출 여건 악화, 중국발 저가공세, 전방산업의 침체 장기화 등으로 수출·내수 시장 모두 부진을 겪으며 '흐림'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업종도 마찬가지다. 하반기에는 관세영향 본격화로 미국 신차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현지 신공장 가동에 따른 영향도 더해져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출 규모가 4.1%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발 저가 배터리 공급 과잉에 따른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가장 큰 하방 리스크다. 섬유·패션 역시 중국산 덤핑에 따른 국산 범용소재의 글로벌 점유율 하락으로 '흐림'으로 예보됐다. 건설업은 상반기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날씨는 여전히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지난 4월 누계기준 53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감소했다. 반면에 신정부 출범과 함께 남부내륙철도 사업 등 미뤄졌던 공사의 본격 착수, 주택공급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대통령 공약은 긍정요인으로 해석된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의 저가공세 등 국내 주요산업의 대내외 여건이 어렵지만, 새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거는 기대도 큰 하반기"라며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해묵은 숙제도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상의회장 ‘3대 새성장모델’ 경제시책 제안

“일본과 협력할 경우 6조달러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500만명 해외 인재 유입으로 내수와 세수를 동시에 확대할 수 있다." “K-푸드 수출과 더불어 쿠킹클래스, 주방기구, 인테리어 등 조직적 산업화를 시도하는 등 돈 버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를 통해 제시한 대한민국 3대 새성장모델 핵심 내용이다. 상의는 이같은 민간의 경제시책을 정부와 국회·대통령실 등에 전달했다. 상의에 따르면, 책자는 최태원 상의 회장이 각종 강연, 간담회, 인터뷰 등을 통해 설파한 내용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심층연구해 제언집 형태로 펴낸 것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책자는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한 이유로 '제조업 중심의 성장방식' 한계를 지적했다. 상품 수출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해왔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제질서 급변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새성장의 해법으로 우선 거론되는 모델은 '글로벌 경제연합'이다. 특히 제조업 중심·저성장 등 경제문제와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과 연대를 책자는 제안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2·3위국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협상력도 높아지는 등 저비용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500만 해외인재 유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규모 내수 시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부터 고급두뇌를 받아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고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소비창출 뿐 아니라, 납세효과도 얻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를 위해 독일의 그린카드 같은 비자혜택,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정주여건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외 대형 반도체 팹(fab)을 국내로 유치해 관련 고숙련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큰 삽 전략'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돈 버는 방식의 전환' 메시지도 남겼다. 제언집은 한국은 그간 상품수지에 의존해 성장해 왔고 이런 방식만으로는 관세정책의 타깃이 되는 등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서비스와 본원소득 공략을 위해 K-푸드, K-컬처 등을 산업화하고 전략적 해외투자를 강화해 투자소득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장모델 구현을 위한 실행모델의 하나로 '메가샌드박스'를 제안했다. 메가샌드박스는 혁신산업자에게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으로, 상의는 지역의 비교우위 기술, 산업, 컨셉트를 결합해 지역별 다양한 선택조합이 가능하다고 부연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국경제는 그동안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해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정부와 함께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고 고비용을 줄일 실행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채용시장 경력직 대세···신입 갈수록 ‘좁은 문’

우리나라 채용 시장에서 경력직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며 신입사원들의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경력 선호 현상이 계속해서 뚜렷해지고 있다. 대졸 청년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졸 청년 취업인식조사와 민간 채용 플랫폼의 채용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구직자가 많이 찾는 한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는 현재까지 14만4181건으로 나타났다.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82.0%,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기업은 15.4%였다. 순수하게 신입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 수준이었다. 대졸 청년 구직자의 53.9% 역시 취업진입장벽으로 '경력 중심의 채용'을 지목했다. 33.5%는 '인사적체로 신규채용여력의 감소'를 꼽았다.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규모 축소'라는 응답도 26.5%였다. 기업은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을 원하는데, 대졸 청년 구직자들은 직무를 쌓을 기회가 적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구직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직자-구인기업간 '연봉 미스매치' 문제도 드러났다. 상반기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수준은 평균 40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입을 원하는 구인기업 채용공고상 평균 연봉수준인 3708만원보다 315만원 높은 수준이다. 신규 구직시장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더 큰 기업 일자리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이들의 62.2%는 '중견기업(33.8%)과 대기업(28.4%)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11.4%)이나 벤처 스타트업(3.5%) 취업을 원한다'는 응답은 14.9%에 불과했다.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에 대한 인식 변화 조짐도 보였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비수도권 취업을 위한 조건으로 '높은 급여 수준'(78.9%)이 가장 많았다. '양질의 복지제도'(57.1%), '워라밸 실현'(55.8%), '고용 안정'(42.5%), '커리어·직무역량 개발'(29.1%)등이 뒤를 이었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의향은 수도권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지방취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기업을 끌어들일 파격적인 규제혁신,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정주여건, AI 인프라 등을 조성해 기업을 유인하고 민간주도형 글로벌 도시에서 청년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기업, ‘러시아 재진출’ 골든타임 빨라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재진출 태세를 보이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 이전 가전·자동차 등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높은 점유율을 확인했던 만큼 정세 변화에 따른 재진출을 수익성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러시아 현지에서 음반·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제품 및 사업 마케팅 활동에 접목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이 경제 제재로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 시장을 치고들어온 중국기업과 '정면승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년간 중단했던 러시아 내 광고·마케팅 활동을 올해 들어 조심스럽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칼루가주 공장 운영을 중단했지만 일부 판매 매장은 병행수입 제품 등을 활용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러-우크라 종전 시기가 빨라질 수록 삼성전자의 마케팅 활동 수위도 가속화되고, 중단된 공장 운영 재개, 판매매장 활성화 및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LG전자는 지난 3월부터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공장 일부를 재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2022년 생산시설을 멈춰 세웠는데 이번 재가동 조치는 설비 노후화 방지와 함께 러시아 시장 정상화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루자 가전공장에서 보유 재고를 활용해 세탁기·냉장고 등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는 지식재산권 보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에 ix10, ix40, ix50 등 3개 상표를 등록했다. 기아도 기아 '기아 에디션 플러스' 등 신규 상표를 최근 신고하는 등 재진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자산을 아트파이낸스에 1만루블(당시 약 14만원)에 팔았지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걸어 놓은 점도 재진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종전 상황 진전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로 규정된 해당 옵션을 현대차가 행사할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기아는 올해 회사 중장기 판매 목표를 업데이트하면서 러시아 시장 몫을 부활시켰다. 지난 4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30년 판매 목표를 419만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러시아 실적 5만대를 포함한 것이다. 이밖에 KG모비리티는 'KGM' 특허를 출원하고, 현지 판매망 구축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복귀를 준비하는 배경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전 현지에서 한국기업의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온라인 마켓 인텔리전스'(OM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1년 기준 러시아 법인의 매출액은 4조4000억원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자동차 시장 '톱3'에 드는 인기 브랜드였다. LG전자 현지 법인의 2021년 매출액도 1조원에 달한다. 러시아 매체들도 우리 기업들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 3월 “아마 LG전자가 러시아에 공식 복귀하는 첫 해외 대형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타스통신 등도 현대차·기아가 예상보다 일찍 제품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기업의 재진출 움직임을 고무시키는 현지 호재로 '한류 열풍'을 꼽을 수 있다. 코트라(KOTRA) 모스크바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의 한국산 음반 수입액은 약 139만달러(약 19억원)다. 국가별로는 독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서방의 제재에도 K-POP 그룹 공연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W24'를 포함한 5개 팀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7회 이상 관객들과 만났다. K-콘텐츠 파워도 상당하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러시아 내 개봉된 한국 영화는 총 21편에 불과했으나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3년부터 평균 한 달에 2편씩 한국영화가 소개됐다. 지난해 러시아애서 개봉한 한국영화 수는 총 23편에 이른다. 식품·화장품도 이미 한류 수혜를 입고 있다. K-뷰티는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줄곧 러시아 수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트라는 “한국산 라면, 김 등 식품도 지난해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으며 앞으로 품목이 더욱 다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재진출 앞길에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현지에서 존재감을 부쩍 키우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이다. 시장조사기관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현지 브랜드 '라다로'(28%)를 제외하고는 2~8위까지 하발, 체리, 지리, 장안, 오모다, 엑시드, 제투어 등 중국 브랜드들이 휩쓸고 있다.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을 위시해 튀르키예, 벨라루스 기업 점유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중동전 쇼크] 美개입 복합위기 더 꼬였다…재계 ‘경영전략 고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의 중동 정세가 예측불허 국면으로 급변하자 우리 재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주변 중동국가로 확전 등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는 분위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번 중동 사태로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지 여부에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사용 원유의 대부분을 실어나르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힐 경우 유가 급등으로 각종 원자재 부담이 커지는데다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움츠러든 국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이하 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상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이를 승인하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재가가 떨어지면 이란 군부가 즉각 봉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규모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배럴에 이른다.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도 이 곳을 지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거래가는 10% 이상 올라 배럴당 80달러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국의 이란 타격 직후인 23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및 해외시각' 연구를 통해 “(중동 사태 이후) 대체로 유가 상승을 전망하나 수일내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대응 수위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 이상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갑작스럽게 오를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당장 원가 부담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이미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 등으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겹치는 셈이다. 항공·해운업계도 연료비를 걱정하고 있다.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대한항공 같은 항공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억3000만달러(약 4500억원) 줄어들 수 있다. 해운업계는 일부 항로가 막힐 경우 운임이 급등해 연료비 부담을 상쇄할 여력이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후폭풍이 주변국으로 번지는 가능성은 재계로선 더 안 좋은 악재에 해당한다. 현재 주요 분쟁지역의 우리나라 수출 영향력은 크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수출 금액은 이스라엘 18억2100만달러(약 2조5100만원), 이란 1억5800만달러(약 2184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서로 경제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의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등에 한국 기업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팀 코리아'의 대중동 프로젝트 수주액은 49억6000만달러(약 6조8540억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주액의 60%가 넘는 수치기도 하다. 코트라(KOTRA) 중동지역본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동 사태 관련)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 지연 또는 취소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재·물류비 급상승으로 기존 우리 기업 참여 프로젝트 공사비 증가와 공사 지연, 계약 중단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사태가 향후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 작전을 전례없이 개시한 만큼 중국·러시아 등이 별도로 행동에 나설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LG 등 러시아 시장 재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더 지연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비상식적인 협상 전략을 구사해 나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만에서는 미군이 재배치되면서 중국 침공 등 유사 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분쟁 지역 내 영업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작업을 주로 살피고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7~19일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23일과 오는 7월 2일 열리는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전략회의에서 급변하는 중동 사태에 대응하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13~14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본원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조하면서 국내외 복합위기 극복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관세, 전쟁, 정치불안 등 불확실성이 워낙 높았던 상황이라 환율 급등락에 따른 대응책은 그나마 마련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