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의 다음 50년 ①] 축구협회 13년 5개월…정몽규가 남기고 간 것](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2.3b3e2476749749979f7c3fb7244bbe21_T1.png)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3년 5개월간 맡아온 대한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축구 행정에서 한발 물러난 정 회장 앞에는 광주 사고의 후속 절차와 창립 50주년을 맞은 HDC그룹의 사업 재편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 회장이 남긴 축구계의 유산과 HDC그룹의 미해결 과제, 에너지·AI를 앞세운 향후 50년 전략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 6일 대한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놨다.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지 13년 5개월 만이다. 정몽준 전 회장의 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재임 기간이다. 사퇴 자체는 예고돼 있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29일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실제 사퇴 시점은 계획보다 13일 앞당겨졌다. 당초 북중미 월드컵 폐막일인 7월 19일 이후 사임할 예정이었으나,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협회를 향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정 회장은 지난 6일 오전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임원회의를 주재한 뒤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퇴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지만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며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 회장직 내려놔도 끝나지 않은 법적 절차 사퇴로 정리된 것은 축구협회장이라는 직위뿐이다. 정 회장 재임 중 제기된 각종 의혹을 둘러싼 행정소송과 경찰 수사, 국회 청문회는 계속된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특정감사 결과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 4월 23일 패소했다. 문체부는 2024년 감사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총 27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하고 정 회장 등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문체부의 감사 범위와 조치 요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 회장이 진행한 면접을 단순한 면담으로 보기 어렵고,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권한 없는 개입이 이뤄졌다는 문체부의 지적도 타당하다고 봤다. 홍명보 전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별하는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인정했다. 협회는 지난 5월 항소를 결정했다. 법원이 항소심 판결 때까지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을 정지한 만큼 징계의 최종 이행 여부는 2심 판단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홍 전 감독 선임 등을 둘러싼 축구협회 관련 고소·고발 9건을 수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업무상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달 들어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을 비롯해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협회 임원과 전력강화위원들을 잇달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정 회장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30일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를 열고 정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청문회에서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 협회 운영 및 재정 집행 실태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협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AFC 집행위원과 FIFA 상업·마케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며 보궐선거 준비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 코리아풋볼파크·디비전 구축 성과도 정 회장의 13년 5개월이 논란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이어갔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 2019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도 정 회장 체제에서 거둔 국제대회 성과다. 아마추어 축구부터 프로축구까지 연결하는 디비전 시스템 구축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후원사 및 중계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해 협회의 재정 기반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임기 후반에는 이 같은 성과보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절차 위반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됐다. 클린스만·홍명보 전 감독 선임과 승부조작 가담 축구인 사면 시도는 협회의 핵심 의사결정이 적절한 내부 검증과 견제를 거쳤는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특히 대표팀 감독 선임이라는 협회의 핵심 업무를 둘러싼 절차적 문제가 문체부 감사에 이어 법원의 1심 판결에서도 지적되면서 정 회장 개인의 리더십뿐 아니라 협회 지배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 축구 논란, 여러 차례 HDC그룹으로 번져 정 회장의 축구 행보가 HDC그룹 이슈로 옮겨붙은 사례도 적지 않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HDC 계열 건설사가 사업상 이익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축구협회가 기본계획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회사와 주고받은 이메일 일부가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유되고, HDC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이 별도 계약 없이 관련 업무에 관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의 축구협회 파견을 둘러싼 의혹도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문체부 감사 결과 해당 임원은 파견 근무 최장기간인 2년을 넘겨 11년간 축구협회에서 근무하면서 협회로부터 10억원의 자문료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인사 규정상 근거 없이 HDC 임원이 파견됐고, 자문료 인상 과정에서도 내부 결재와 인사위원회 등의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임원의 편법·불법 파견과 수임료 지급 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며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기부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4연임에 도전하면서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완공을 위해 협회에 5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유가족들은 희생자 추모사업보다 축구협회장 선거를 위한 기부가 우선이냐며 반발했다. 당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이달 10일에는 KBS가 국세청 공시 결산서류를 토대로 정 회장이 13년 재임 기간 축구협회에 출연한 사재가 총 3000만원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1000만원과 2018년 2000만원 등 두 차례가 전부라는 것이다. 4연임 도전 당시 정 회장 지지 인사들이 그의 재정 지원 능력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압도적 재신임 1년 5개월 만에 조기 퇴진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치러진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182표 가운데 156표를 얻어 4연임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85.7%에 달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과 승부조작 가담 축구인 사면 시도, 홍명보 전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지만 선거인단은 다시 정 회장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5개월 만에 그는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압도적인 재신임과 조기 퇴진 사이의 간극은 정 회장 개인의 리더십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팬 여론과 동떨어진 선거인단 구조와 회장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권한, 절차상 문제를 내부에서 바로잡지 못한 견제 시스템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회장의 13년 체제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행정소송과 경찰 수사, 국회 청문회는 계속되고 있으며 축구와 HDC그룹 사이에 남은 이해관계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정 회장이 남긴 것은 코리아풋볼파크와 디비전 시스템 같은 유형의 성과만이 아니다. 차기 회장 체제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무너진 신뢰 역시 그의 13년 5개월이 남긴 유산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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