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일 체감온도 -12도, 강추위 온다

오는 3일 서울 체감온도가 -12℃(도)까지 하락하는 등 강추위가 예상된다. 2일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 따르면 2~3일 우리나라 북쪽 대기 상층에서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서 영하권의 강추위가 나타나겠다. 3일 전국 최저기온은 -11~-1도, 최고기온은 -5~7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에도 영하권을 벗어나지 못하겠다. 서울은 최저기온이 -8도, 최고기온이 -1도로 예보됐다. 추위는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예상 최저기온은 4일, 5일 각각 -8도, -5도다. 주말부터는 기온이 영상권으로 올라 평년 대비 3도 안팎으로 높겠다. 찬 공기가 비교적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눈구름이 생겨 2일 밤 충남 북부 내륙·서해안과 전북 서해안·남부 내륙, 제주도부터 눈 또는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됐다. 충남과 호남 서해안에는 3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눈이 꽤 많이 올 수 있다. 3일부터 4일 새벽까지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지·울릉도·독도 3∼10㎝, 충남 서해안·전북 서해안·전남 북부 서해안 3∼8㎝, 서해5도·전북 남부 내륙·전남 서해안 1∼5㎝, 전북·광주·전남 중부 내륙 1㎝ 안팎이다. 4일 서울에는 올겨울 첫눈이 내릴 전망이다. 4일 오후부터 밤까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전북 북부, 경북 북동 내륙·산지에는 비나 눈이 오겠다. 예상 적설량은 경기 동부·강원 내륙·강원 산지에 1∼5㎝, 서울 등 나머지 지역에 1㎝ 안팎이다. 다만 저기압 세력의 이동 경로에 따라 눈이 오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어 최신 기상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의 역설: 강수량은 늘어도 가뭄은 더 깊어졌다

평균 강수량이 증가하는데도 가뭄은 오히려 심화되는 '기후변화의 역설'이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변화가 물 공급 안정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속 박성열 연구원이 포함된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수문학 저널(Journal of Hydr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상황을 짚었다.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약 100년에 걸친 기후·수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수량 증가에도 가뭄 위험이 장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관측 기록을 보유한 서울·부산·대구·인천·강릉·목포 등 국내 6개 기상 관측소의 강수·온도 자료와 소양강댐 등 10개 주요 댐 유역의 유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강수량 늘었지만… 변동성 확대가 가뭄 심화 연구에 따르면 1904~2020년 기간 동안 모든 관측소에서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해 10년당 0.10~0.25℃가량 올랐다. 강수량 또한 같은 기간 10년당 약 15~29㎜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홍수 피해도 커졌다. 그러나 평균 강수량 증가와 달리 42개 분석 사례 중 35개에서 가뭄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개월 이상 장기 자료에서는 그 흐름이 더욱 분명했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기상학적 변동성(meteorological variability)의 확대였다. 연구진은 42개 사례 중 34개에서 강수량의 '변동 폭'이 과거보다 확연히 커졌음을 확인했다. 1991~2020년 최근 30년의 변동성은 1912~1941년의 변동성보다 크게 높아졌다. 비가 올 때는 너무 많이 오고, 안 올 때는 계속 오지 않는 패턴이 강화된 것이다. 연구진은 “평균 강수량이 늘어도 변동성이 커지면 가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PEI) 분석에서도 이런 양상이 확인됐다. 극습(90% 백분위수)은 증가해 강수가 늘었음을 보여준 반면, 극건조(10% 백분위수)는 감소해 가뭄이 심화됐다. ◇기온 상승이 불러온 '증발산 증가'도 가뭄 악화 요인 또 하나의 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증발산량 증가다.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면 강수 패턴뿐 아니라 대기 중 수분 요구량도 커지기 때문에 땅이 더 쉽게 말라가게 된다. 연구진은 SPEI를 활용해 이 효과를 분석했는데, 이는 단순히 비의 양만 보는 표준 강우 지수(SPI)와 달리 '증발산'을 함께 고려하는 지수다. SPEI가 실제 유량을 나타내는 표준화 유량지수(SSI)와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은, 가뭄이 강수량 부족뿐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건조화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개 주요 댐 유역 분석에서는 SPEI와 SSI의 상관계수가 모든 시간 척도에서 0.79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12개월 이상의 장기 척도에서는 0.85를 넘는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수자원(댐 유입량)에 미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강수량과 증발산을 모두 포함하는 기상학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강수량의 증가 및 감소의 불규칙한 패턴(변동성)이 평균적인 강수량 증가 효과를 압도해 가뭄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즉, '비가 오는 양'이 아니라 '언제·어떻게 오는지'가 한국의 수자원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기후학적 평균의 변화보다는 변동성의 변화가 더 심각한 극단적 기상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물 안보 흔드는 새로운 위험… 적응 전략 시급 기후 변화가 불러온 '역설적 가뭄'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임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강수량은 늘고 홍수 피해는 증가하는데, 동시에 댐 저수량 감소와 장기 가뭄 위험이 커지는 이중 리스크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국의 물 관리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물 공급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장기적인 물 부족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물 수급을 재평가하고, 변동성이 커진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물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댐·저수지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고, 가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물 배분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적응 전략은 현재의 물 관리 관행을 재평가하고, 기후 변화의 진화하는 현실에 맞춰 물 관리의 장기적인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에너지단상] 애매해진 국회 기후특위, 역할 다시 따져봐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지난 10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후 관련 입법을 다루는 위원회가 둘이나 존재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후가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이중으로 둘 필요까지 있는지는 따로 짚어볼 대목이다. 올해 3월 출범한 기후특위의 출범 배경과 역할은 분명했다. 기후와 에너지가 서로 떨어져 다뤄지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과거 국회에서는 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과 기후는 환경노동위원회로 나뉘어 논의됐고 정책 연계성은 한계에 부딪혔다. 예컨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각 당을 대표하는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박 의원과 서 의원은 산자위로, 김 의원은 환노위로 갈라졌다. 이 구조에서는 박 의원과 서 의원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김 의원이 에너지 이슈를 각각 직접 다루기 어려웠다. 이처럼 국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이 에너지인만큼 “기후와 에너지는 함께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항상 존재했다. 당시 기후특위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21대 국회 때와는 달리 에너지 법안까지 다룰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후특위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협조 속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심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후 관련 예산안은 심사 권한 없이 의견만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특위는 비록 에너지 법까지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활동 기한도 내년 5월 29일로 제한돼 있지만 출범 자체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10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부문이 합쳐지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했고, 국회에도 이에 대응하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가 꾸렸졌다. 기후노동위는 기존 환노위 기능에 더해 에너지 일부 사안을 포괄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됐다. 현재 박지혜·서왕진·김소희 의원이 모두 기후노동위에 속해 있다는 점만 봐도 국회 내 구조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기후특위가 맡기로 했던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이슈도 에너지 전문 의원들이 기후노동위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특별위원회는 본래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한 임시 조직이라는 점에서 상임위와 일정 부분 기능이 중첩될 수밖에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 중복 폭이 더 커진 만큼 역할 재정의 논의가 불가피하다. 실제 행정 현장에서 국회 위원회가 두 갈래로 나뉘어 동시에 움직일 경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사안을 두 개의 기구에 반복적으로 보고하고 설명해야 하는 구조는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장 공무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기후위기가 중대한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중요성만을 이유로 위원회를 이중화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특위의 존속 필요성과 역할 재정의에 대한 냉철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특위를 연장하더라도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정치권의 선택이 요구된다. 만약 역할을 재설계한다면 기후특위에 참여하는 의원 구성을 더욱 다양화해 여러 상임위의 기후 이슈를 특위를 통해 아우르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기후특위가 산업·농업·산림 등 기후노동위가 직접 다루기 어려운 영역에서 활약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난방의 질이 삶의 만족도 좌우…고대 연구팀 분석

집 안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환경이 세입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난방비 지출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약간 올라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난방의 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좌절감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박금령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사회과학 및 의학(Social Science & Medcine)'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주택의 난방 적절성이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생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연구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한국복지패널(KoWePS)의 15년치 자료를 활용했고, 모두 2만3791명(총 19만여 관찰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동일인을 대상으로 시간이 흐르며 나타나는 변화를 비교하는 '개인 고정효과 회귀' 방식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이 방법을 쓰면, 성격이나 배경 같은 개인 고유의 특성은 통제한 채 난방 환경 변화가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난방 적절성은 “집의 난방·단열·환기 상태가 적절한가"라는 설문 응답을 기준으로 삼았다. 난방비가 소득의 10%를 넘는 경우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가구'로 분류했다. 삶의 만족도는 1~5점 단일 문항을 활용했다. ◇“집이 따뜻하지 않으면 삶이 불안정해진다" 분석 결과, 약 11.7%는 부적절한 난방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15.3%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가구로 분류됐다. 통계 분석 결과, 난방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가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뚜렷하게 낮았다. 난방의 질이 떨어지는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예상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실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때 수면과 휴식이 방해받고, 결국 심리적·생활적 안정감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대로 난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가구는 만족도가 소폭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용을 들여 쾌적한 실내 온도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선택이 일정 수준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른바 '에너지와 행복의 역설(Energy-Happiness Paradox)'도 관찰됐다. 비용을 아무리 많이 써도 난방의 질이 낮으면 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돈을 들였지만 기대한 온기와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좌절감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에너지·행복 역설'이라는 표현은, 에너지 소비가 늘면 편안함과 만족도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는 직관과 달리 현실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곧 행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국가 비교 연구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도 국민 행복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반복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 아이디어를 가구 수준으로 좁혀 확인한 셈이다. 즉 난방비를 더 지불해도 주거의 기본 조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행복은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 '역설'로 드러난다. ◇세입자에게 더 큰 타격… “주거 통제권의 격차" 이번 조사에서 세입자는 '역설'에 특히 더 취약했다. 소유주에 비해 주택 개보수 권한이 제한적이고, 장기 거주가 보장되지 않아 단열·난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난방 부적절성과 에너지 비용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집에서는 세입자의 삶의 만족도 하락 폭이 자가 소유자보다 더 컸다. 연구팀은 이를 “열악한 주거 인프라에 대한 노출과 임대료·에너지 비용이 겹치는 이중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현재의 에너지 복지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에너지 비용을 낮춰주는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주거 품질을 함께 개선해야 난방비 지출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주인을 대상으로 난방·단열 개선 인센티브 제공 ▶세입자용 최소 난방·단열 기준 마련 ▶주거·에너지 빈곤을 함께 고려한 복합 지표 도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따뜻한 집"이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권·건강·행복을 동시에 좌우하는 사회적 기반임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깐부에서 꼰대가 되어 버린 에너지 효율화 정책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깐부는 친한 친구나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이다. 깜보, 깐보라고도 불린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치맥을 함께 한 장소도 이 이름이며, '깜보'라는 영화가 2차 석유 위기가 끝나가던 1986년에 개봉하기도 하였다. 1986년의 국제 원유 가격은 OPEC의 감산과 이란-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1979년 대비 10배나 넘게 상승해 있었다. 전 세계가 석유 위기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일본의 혼다, 토요타 등 연비가 좋은 자동차가 엄청나게 잘 팔리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내 유일 부존 에너지원인 석탄(연탄)의 증산에 나섰으며, 한 등 끄기는 물론 학교의 겨울방학 연장, 공장 자율 운영 등 고강도의 에너지 절약 정책을 내어놓았다. 또한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공기관을 출범시켜 에너지 효율화 시책을 담당하게 하였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 모두 에너지 절약이 생활에 스며들어 일종의 깐부가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에너지정책 1번은 언제나 효율화였다. 그러나 지난 21세기 25년간 에너지 자급, 해외자원개발, 에너지전환 등 공급 부문의 정책은 꾸준히 발표되었지만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화 정책은 점점 뒤로 밀려 이제는 논의의 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년 전 에너지기본계획이 더 이상 법적 정부 계획이 아니게 되면서 에너지 효율화를 제대로 다룰 공간과 제도가 줄어들고 말았다. 여전히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내 정책에서 에너지 효율화나 이용 합리화 정책은 진부한 옛날 주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정책에 담기는 해야 하는 하나의 요식행위가 되었다.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깐부에서 꼰대로 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본받고 따라온 제조업 강국으로 독일과 일본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모두 에너지 절약에 진심이다. 독일은 대표적인 산업 부문 에너지 절약 정책인 LEEN (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를 21세기 들어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천여 개의 중견, 중소기업이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에너지집약도(사용량/GDP)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에너지 효율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에너지집약도가 1980년 0.27, 2023년 0.16으로 크게 좋아졌으나 일본은 1980년 0.15, 2023년 0.08로 더 좋아졌다. 한국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일본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으나 에너지 효율은 지난 40년간 일본의 절반 수준에서 전혀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 정책으로 선샤인(sunshine) 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매년 다양한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조사하여 순위를 발표하는 단순한 정책이다. 그런데 일본 국민은 이를 적극 참조하여 최고 효율을 가진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한다. 그 구매 정도가 매우 높아 일본 기업들은 최고의 에너지 효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말이다. 모두 에너지 효율화에 진심이다. 우리에게 이들 두 나라는 에너지 절약 정책에서는 넘사벽이 되어 버렸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구매 시 색상이나 크기에 더 고심한다. 건물 역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건물의 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은 매년 증가 중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건물 정책이 에너지 효율화보다는 스마트시티, 혁신도시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도시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이다.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 이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지금 짓는 건물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기에 잘못하면 수명이 되기도 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되고 만다. 다행히 이번 새 정부에서는 에너지 효율화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히트펌프를 크게 육성하고자 한다거나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높아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에너지 효율 기술혁신,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가정과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에너지 효율화를 다시 살리기 위한 첫발을 잘 디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만 다음은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절약과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차례이다. 정부는 민간단체와 함께 효율화 홍보활동을 활발히 시행하여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인센티브 강화로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통하여 그 혜택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은녕

[기후 신호등] 전과정평가(LCA), 온실가스 측정의 새 도구로 주목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자동차 업계가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 역량 강화를 위해 협력한다는 협약식 행사가 열렸다. LCA(life-cycle assessment)는 자동차 제작단계(원료 채취 및 부품제조, 완성차 생산포함)부터 운행,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하여 평가·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번 협약은 유럽연합(EU)이 2026년 자동차 생애주기 탄소배출 보고를 시작하는 등 국제 규범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마련됐다. 자동차 업계의 온실가스 LCA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공급망 내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탄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협약에는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제작사(5개)와 부품사(16개)가 참여했다. 이번 협약은 LCA가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데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는 한국기후변화연구원과 한국기후환경원 등이 주최한 '대한민국 탄소포럼 2025'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LCA 기반 제품탄소 규제동향과 사례'와 'Scope3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 및 기업적용 사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각각 열렸다. 또, 국제 기후환경단체 (사)푸른아시아는 최근 세계자원연구소(WRI)와 계약을 맺고 '온실가스(GHG) 프로토콜' 공식 번역본을 발간했다. GHG 프로토콜은 국제 온실가스 산정·보고·검증(MRV)을 위한 국제 표준·지침이다.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처럼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가운데 특히 LCA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핵심 도구로 주목 받고 있다. ◇ 스코프 3 부상… “전체 배출량의 70~90% 차지" 전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가 확산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이 핵심 경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023년 내놓은 '기후 공시(IFRS S2)'는 기후 리스크와 배출량 정보를 재무 공시 수준으로 엄격하게 요구한다. 기업이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자와 고객, 규제기관 모두가 탄소 데이터를 기업 신뢰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보고가 아니라 재무 정보 수준의 엄격한 '탄소 회계'가 요구되는 시대다. GHG 프로토콜은 배출 범위를 스코프 1(기업이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직접 배출량), 스코프 2(전력 등 외부에서 가져온 에너지로 인한 간접 배출량), 스코프 3(원료·부품의 매입이나 제품의 배송 등 가치사슬(공급망)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한 배출량)으로 구분한다. 그중 스코프 3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다.국내 주요 기업의 스코프 3 배출량은 스코프 1·2 합산보다 8배 이상 많으며, 글로벌 탄소 공개 프로젝트(CDP) 공개 기업 기준으로는 전체 배출량의 96%에 달한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업에서도 배출량의 대부분이 스코프 3에서 발생한다. 최근 삼성전자·현대차·GS칼텍스 등 국내 대기업들은 스코프 3 공개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코프 3 규모는 1억 톤을 넘으며, GS칼텍스는 스코프 3의 98%가 4개 카테고리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프 3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배출량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보고도 불가능하다. CDP한국위원회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2024 CDP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23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68%인 158곳이 스코프3 배출량을 집계해 CDP에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프 3 측정의 가장 큰 난관은 “공급망의 불확실성" 스코프 3는 원자재 채굴부터 제품 폐기까지 가치사슬 전 과정의 배출을 포함한다. 총 15개 카테고리에 걸쳐 여러 단계의 협력사·물류업체·사용자·폐기물 업체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기업 내부 통제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스코프 3 배출량 분석에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데. 이는 ▶협력사의 배출량 데이터 미제공 ▶국가·산업별 배출계수와 활동 데이터의 질적 격차 ▶공급망 규모의 방대함 ▶검증 비용 증가 등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코프 3 보고는 스코프 1·2에 비해 데이터 품질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코프 3를 제외한 배출 보고는 국제적으로 '불완전 보고'로 간주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LCA 기법이 활용된다. LCA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태어나서 사라질 때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정량화하고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원료 채취부터 생산, 운송,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요람에서 무덤까지)에서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평가한다. LCA는 일반적으로 다음 네 단계를 거쳐 수행된다. 1. 목표 및 범위 설정: 분석의 목적, 대상 제품/서비스, 시스템 경계 및 기능 단위를 정의. 2. 목록 분석: 각 단계에서 원료, 에너지 등의 투입(input)과 온실가스, 폐기물 등의 산출(output)을 정량적으로 목록화함. 3. 영향 평가: 목록화된 데이터를 환경 영향 범주로 변환하여 평가. 주요 영향 범주에는 기후변화(온실가스), 대기오염(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수질오염(부영양화) 등이 포함됨. 4. 해석: 평가 결과를 종합하고 환경 부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Hot Spot)을 식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보고. ◇ 스코프 3 산정의 핵심 도구는 LCA… “전 과정과 전 범위가 맞물린다" 스코프 3 측정이 중요해지면서 LCA의 역할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LCA는 가치사슬 전 과정 배출을 분석하는 스코프 3와 구조적으로 정확히 대응된다. 정확한 스코프 3 산정에는 LCA가 필요하고, 또 정교한 LCA 수행을 위해서는 공급망에서 확보한 스코프 3 데이터가 필요하다. 스코프 3와 LCA는 서로를 완성시키는 관계인 셈이다. 이에 따라 LCA는 '스코프 3의 확장판'이자 기업의 전(全)주기 탄소전략을 설계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자동차 산업은 LCA 도입의 대표 사례다. 해외에서 나온 자동차 대상 LCA 연구 결과를 보면, 전기차는 운행 단계에서는 내연차보다 배출량이 낮지만, 제조 단계에서는 배터리 생산으로 인해 상당한 탄소가 발생한다. 유럽의 전과정평가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 단계 배출량은 내연차보다 약 30% 높고, 운행 단계에서는 32~47% 수준으로 크게 낮다. 전력망이 탈탄소화될수록 전기차의 전체 수명 배출량은 더욱 낮아진다. 보통은 운행 2~3년이 지나면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내연차보다 더 작아진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배터리 공급망의 스코프 3 감축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협력사에 탄소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확성은 1차 데이터에서 온다"… 공급망 협력이 핵심 LCA의 신뢰도는 사용된 데이터의 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업이 실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1차 데이터를 확보해야 정확한 LCA 산정이 가능하다. 반면 산업 평균값 또는 문헌 기반의 2차 데이터는 편리하지만 정확성이 낮고, 글로벌 공시 기준에서는 점점 인정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서 배출계수가 중요한데, 정부 등에서 제공하는 배출계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실제 측정을 통해 확보한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미 에너지 효율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공급망 탄소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공급망의 배출계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배출의 80~90%를 1차 데이터 기반으로 산정한다"와 같은 정량 목표를 세우고 공급망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LCA 시대에는 기업 단일 노력이 아닌, 공급망 전체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구축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탄소포럼 LCA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후시파터너스 박종한 상무는 “2026년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한국의 4차 배출권거래제 시행 등으로 탄소 규제 빅뱅이 벌어질 것"이라며 “공급망 전체를 단일 생태계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관계사들의 협력적 MRV다. 금융권에서도 LCA 기법 적용은 이미 현실화됐다. 금융기관이 대출·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배출량, 즉 '금융 배출량'이 스코프 3에 속하기 때문이다. 금융부문 탄소회계 파트너십(PCAF) 기준은 기업의 스코프 1·2 데이터 확보를 전제로 금융기관의 배출 귀책 비율을 계산한다. 이 때문에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결국 스코프 3의 정확성이 기업 전체 탄소 회계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 LCA 시대, 스코프 3는 기업 경쟁력의 분기점 LCA 방법은 지금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최근 유엔 산하 '국제 자동차 규제조화포럼'에서는 자동차 전과정평가 전문가작업반을 구성하고 내년 초 국제사회의 채택을 목표로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포럼 LCA 세미나에서 '글로벌 제품탄소 규제동향과 LCA'를 주제로 발표를 한 스마트에코 김익 대표이사는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이 LCA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업 내부 공정만 관리하면 됐지만, 현재는 가치사슬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이사는 “스코프 3를 파악하지 못하면 기업의 실제 배출량은 물론 감축 전략도 수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정확한 스코프 3 산정 능력 ▶공급망 1차 데이터 확보 체계 ▶LCA 기반 전 생애주기 인사이트 확보 능력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스코프 3를 모르면 LCA를 실행할 수 없고, LCA 없는 탄소 회계는 국제 공시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LCA를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신뢰를 얻고 지속가능 경영의 실질적 성과를 확보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국기후변화학회, 2025년 하반기 학술대회 부산서 개최… 학회지 JCCR, Scopus 등재로 국제 위상 강화

한국기후변화학회(회장 송영일)가 오는 12월 3~5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2025년 하반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기후과학·적응·탄소중립·에너지정책 등 전 분야에서 국내외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후 전문 학술행사다. 학술대회는 총 8개 발표장, 100여 편 이상의 연구 발표로 구성되며 △기후변화 과학 및 기후위험 분석 △기후적응 및 회복력 강화 전략 △탄소중립·온실가스 감축 기술·정책 △에너지전환·재생에너지 확산·전력시스템 △농업‧축산‧산림 온실가스 및 AFOLU MRV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개선 및 고도화 △도시 기후거버넌스·기후위기 대응체계 분야에서 최신 연구가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특히 12월 3일에는 국립농업과학원·KEI·KATI 등 주요 기관과 공동세션이 마련되며, 12월 4일은 기후과학 및 에너지전환 연구가 집중된 메인 테크니컬 데이로 구성돼 정부·지자체·산업계의 관심이 높은 세션이 대거 편성됐다. 학회는 미래 기후 연구자 양성을 위해 △우수대학원생 논문발표대회 △포스터 세션 △인문·사회계열 학생 등록비 면제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발표자 대상 우수논문상·최우수발표상·포스터상 시상도 진행된다. 학술대회 마지막 날에는 서울대학교 서승범 교수가 좌장을 맡은 International Session이 열리며, 해외 연구자들이 참여해 국제적 쟁점과 기후 연구 동향을 공유한다. 학회는 이를 바탕으로 국제 공동연구 및 학술 교류 기반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기후변화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JCCR)'가 세계적 학술데이터베이스 Scopus(Elsevier)에 공식 등재됐다. Scopus 콘텐츠 선정위원회(CSAB)는 평가 의견에서 “논문의 질과 연구결과의 독창성이 우수함", “아시아 지역 기후변화 연구의 공백을 메우는 국제적 기여도 높음", “국제 학계에서의 시의성과 인용 영향력이 확인됨"이라고 평가했다. JCCR은 기준에 따라 최근 최대 4년치 논문까지 소급 등재되며, 이에 따라 국내 연구자의 기후·에너지·온실가스·LULUCF·농업·적응 분야 연구가 국제적으로 더 널리 인용될 기반을 확보했다. 송영일 회장은 “Scopus 등재는 한국 기후변화 연구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라며 “학술지 품질을 더욱 높여 글로벌 기후 연구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화학물질 딴 용도로 사용하다 사고 발생…“화평법 개정으로 예방을”

카페트 항균제를 가습기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만든 탓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에탄올 대신 값싼 메탄올을 사용한 탓에 노동자가 실명한 사고, 전자 부품 공장에서 금속 세척제로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을 사용하다 노동자가 독성 간염 증세를 보인 사고…. 이처럼 국내에서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등록된 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 화학물질을 사용한 탓이다. 사업장 단위의 안전관리가 부재하고, 규제망을 피해가는 대체 물질 사용 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하위사용자, 즉 화학물질을 구입해 사용하는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더불어민주당)의원과 '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화학물질 참사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하위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등록·신고된 용도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할 경우 스스로 위험성 평가보고서를 적성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화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제시된 용도와 안전관리 요령을 준수하거나, 스스로 실시한 위험성 평가에 따라 안전관리요령을 마련해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임의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안전관리 요령을 준수하지 않은 하위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미란 경성대 연구원은 “국내에서 화평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허가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은 여전히 전무하고, '제한물질' 지정도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이 고위험 물질에 대해 사용 자체를 관리하거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또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해 '필수 용도(essential use)' 개념을 적용하는 새로운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화학물질이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고 ▶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동시에 환경및 건강 측면에서 수용할 수 있으며 ▶기술·경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경우 등 3가지 모두를 충족할 때 필수용도 물질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 용도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대체물질 개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필수 용도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적·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설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경석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장 등 토론자들은 대체로 주제 발표 내용에 동의하고 화평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백세언 한국경영자총협회 선임위원은 “(화학물질의 용도를 새로 추가하기 위해) 유해성 시험자료를 마련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대체화학물질을 개발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규제가 기업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손성길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조사과장은 “안전과 관련된 규정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MSDS와 화평법 규정이 잘 연계가 되도록 부처 협업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훈 기후에너지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도 “현장에서 규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플어나가도록 유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날씨] 평년보다 포근…낮 기온 15도 안팎

이번 주말에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나타나겠다. 28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29~30일 예상 최고기온은 각각 9~18도, 13~19도로 전망됐다. 예상 최저기온은 -4~4도, 2~12도다. 낮 기온이 15도 안팎까지 오르며 평년보다 3~5도 높겠다. 29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30일에는 대체로 흐리겠다. 다만 29일과 30일 밤에는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수도권과 강원영서 지역에 약한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29일 경기북부내륙과 서해5도, 30일 서울·인천·경기, 강원영서에 1mm 안팎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항공기 탄소배출 줄일 방법은…‘지속가능’ 항공유

꾸준히 성장하는 항공업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지만, 동시에 '숨겨진 기후 비용'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최근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항공업이 기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물론 2050년 항공업의 '넷제로' 달성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항공 CO₂ 배출의 사회적 비용 크다 스웨덴 칼머스 공대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기에서 배출된 CO₂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기후 비용을 정량적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항공가 배출한 CO₂의 사회적 비용을 연간 230억~1조6000억 달러(약 34조~2360조원)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항공 CO₂ 배출이 초래하는 피해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기존 추정보다 훨씬 높았다. 단순한 탄소 가격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와 농업 생산성 감소, 재해 피해 증가 등을 모두 반영한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개념을 적용한 결과다. 사회적 비용이란 특정 배출이 미래에 일으킬 피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개념이다. CO₂의 경우 대기 수명이 길고 예측 가능한 장기 피해가 쌓인다. 특히, 항공 부문은 고도에서 배출이 일어나 기후 영향을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어, 동일한 CO₂라도 지상 배출보다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점이 강조됐다. 비행운의 경우 수명이 수 시간에 불과하지만, 특정 기상 조건에서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낸다.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감축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항공 배출의 진짜 비용을 반영할 경우, 현행 항공유 가격 구조로는 기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기대책: 비행경로 변경으로 비행운 형성 피하기 항공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운(contrail cirrus)은 그 자체가 항공기가 배출되는 CO₂에 필적할 정도로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운이 현재 기후에 미치는 유효 복사 강제력(effective radiative forcing, ERF)은 항공 부문에서 배출하는 CO₂의 복사 강제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행운은 적외선 복사를 흡수하고 태양 복사를 산란시켜 온난화와 냉각 효과를 모두 가져오지만, 분석된 비행 중 약 38%는 지속적인 비행운 형성을 통해 온난화 강제력에 기여했다. 이러한 비행운 형성으로 인한 세계적인 총 사회적 비용은 할인율, 피해 함수 등의 가정에 따라 연간 43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비행운의 경우 CO₂와 달리 수명이 수 시간 정도로 짧고 예측이 어려워 완화 정책 수립에 중대한 복잡성을 야기한다. 비행운의 형성, 특성 및 온난화 효과는 주변 대기 조건, 연료 특성 및 엔진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공간적·시간적 변동성이 매우 크고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논문에 따르면, 비행운의 기후 영향은 매우 이질적이어서, 모든 비행 중 약 2~3%만이 전체 비행운 ERF의 약 80%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대서양 지역의 특정 비행 분석 결과, 일부 비행은 해당 비행의 CO₂ 배출량으로 인한 영향보다 한 자릿수 더 큰 비행운 영향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이질성은 모든 비행에 일률적인 완화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온난화 영향이 큰 비행을 목표로 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비행운이 형성되는 지역을 피하도록 비행 경로를 변경하는 운영상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기후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로 변경으로 인해 추가 연료 소모(연료 페널티)가 1% 미만일 경우, 약 35%의 비행에서 경로 변경이 기후적으로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료 페널티가 5%에 달하더라도 약 30%의 비행에서 여전히 이득이 발생한다. ◇ “SAF 생산, 발표된 물량의 4분의 1만 실제 가동" 장기적인 대안은 지속가능 항공유(SAF)의 사용 확대다. 문제는 SAF 생산량이다. 벨기에 하세트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SAF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정책 목표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2030년까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SAF 물량 중에서 2024년 기준 실제로 가동에 성공한 비율은 글로벌 기준으로는 24%, 유럽연합(EU) 기준으로는 26%에 불과했다. 벨기에 연구팀이 구축한 '글로벌 SAF 생산능력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기업이 발표한 시설 중 상당수가 투자 지연, 기술 완성도 부족, 원료(바이오매스·폐기물·CO₂) 확보 문제로 업무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폐식용유 등 지방산 기반 공정(HEFA)은 원료 부족 문제가 심각해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SAF 기반 5% 감축 목표조차 달성될 가능성이 낮다. 연구팀은 “태양광·풍력처럼 빠른 기술 확산 속도를 SAF에 적용한다 해도 2030년 목표 자체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2050년 완전 대체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연평균 23%의 생산능력 증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항공유'가 대안으로 떠올라 이런 가운데 도시 고형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 MSW) 기반의 SAF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lity)'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도시폐기물 기반 SAF는 음식물·종이·금속·플라스틱 등 가정·도시에서 나오는 혼합 폐기물로, 식량 기반의 SAF와는 달리 공급 제한이 심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SAF는 ▶원료가 안정적이고 대량 확보 가능하며 ▶매립·소각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바이오 기반 연료보다 지역사회 수용성이 높고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항공사들이 미국·유럽의 폐기물 처리 기업과 협력해 MSW 기반 SAF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SW를 활용해 SAF를 생산하는 주된 방법은 가스화 및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FT) 합성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파쇄·건조 등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고온에서 합성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합성가스는 정제 과정을 거쳐 FT반응을 통해 긴 사슬의 탄화수소로 전환된다. 생산된 탄화수소는 기존 항공유와 섞어 사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폐기물 기반 SAF는 기존 전통 바이오연료보다 정책 목표에 맞춘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시 폐기물 기반 SAF가 유망하더라도,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많다. MSW의 분리·정제 비용이나 제조 과정에서 높은 전력 사용량, 장기 공급 계약의 불확실성 등이다. ◇ 2050년 탄소중립 항공의 관건: '정책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SAF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혼합 비율을 1%에서 2030년 3~5%, 2035년 7~10%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인천~하네다 KE719편에 국산 SAF 1% 혼합을 시작했다. 논문을 발표한 각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정책 신뢰성과 투자 안정성을 SAF 시장 확산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다. 태양광·풍력이 급속한 확산에 성공한 이유도 장기적·강제적 정책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항공 분야는 규제가 국가마다 달라 기업이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EU는 'EU 항공연료 친환경 전환 규정(ReFuelEU Aviation)'에 따라 2025년 SAF 혼합비율을 2%, 2050년에는 70%를 의무화하고, 특히 전력기반 합성연료(e-Fuel)의 의무 사용량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는 세제지원 중심으로 정책이 흩어져 있어 공급 확대 속도가 더디다. 연구팀은 “2030년 SAF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업이 목표 달성 '1년 전'을 기준으로 투자를 미리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SAF 생태계는 '수요 예측보다 선제적인 공급 투자'가 없으면 구조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 일관된 정책, 그리고 조기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후 비용을 솔직히 드러내고, 실질적 대안을 실행하는 산업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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