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환경 비상시국 회의’ 개최… “개발 폭주 중단·검증 촉구”

전국의 기후·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이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규탄하고,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환경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환경단체 및 활동가들은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환경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정부의 주요 개발정책을 점검한 뒤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신규 원전, 신규 댐,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사전 검증 없이 속도전으로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발사업을 먼저 확정한 후 전력·용수 공급 및 송전망 건설을 후속으로 맞추는 추진 방식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검증 없는 개발 폭주 중단 △주요 개발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지역주민 참여 종합 검증 △기후·생태위기 대응으로의 환경정책 전환 △공식적인 '기후·환경 정책대화의 장' 마련 등 4가지 핵심 사항을 촉구했다. 시국회의 측은 향후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기후환경 시민검증단을 운영하고, 전국적인 공동행동을 전개하며 정부에 정책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회의를 비상체계로 전환하고 시국회의의 사무국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연 것은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 정부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에는 새만금 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에 항의해 서울 광화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54일간 천막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개천절 큰 일교차에 첫서리…주말엔 돌풍·천둥 동반 비

개천절인 3일까지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부 지역에는 올가을 첫서리가 내릴 전망이다. 주말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예상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3일까지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품은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이 하강하겠다. 특히 경기북동부와 강원내륙·산지, 경북북동부 일부 지역에는 서리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수확기 농작물 피해에 유의해야 한다. 맑은 날씨 속 밤사이 복사냉각이 활발해지면서 일교차도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 2일 아침 최저기온은 5~14도, 낮 최고기온은 19~23도로 예상된다. 3일은 아침 5~14도, 낮 20~24도로 전망된다. 큰 기온 변화에 따른 환절기 건강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말인 4일 밤부터 5일 오전 사이에는 날씨가 급변하겠다. 이동성 고기압이 빠져나간 뒤 북쪽에서 기압골이 남하하면서 저기압이 발달해 중부지방과 호남, 제주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영남 일부에도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비가 내리는 시간은 비교적 짧겠지만 돌풍과 천둥·번개가 동반될 수 있다. 5일에는 동해상과 서해상을 중심으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지역은 6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질 수 있으며 이후에는 대체로 맑거나 구름 많은 날씨가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내 임산부·태아 ‘대체 PFAS’ 노출 해외보다 높다 [환경 포커스]

국내 임산부와 태아 체내에서 기존 규제 대상 과불화화합물(PFAS)뿐만 아니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입된 대체 과불화화합물(Replacement/Alternative 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일부 대체 물질의 노출 농도는 해외 선행 연구 수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체재와 전구체 물질 역시 산모의 태반을 쉽게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환경 보건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고영림 교수팀과 서울대 병원, 서울대 보건대학원(최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국내 최초 산모-태아 4대 생체 시료 동시 추적 연구팀은 2016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대 병원 '이상적인 모유(IBM)' 코호트에 등록된 단태아 임산부-신생아 151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단일 혈액 시료 분석에 의존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모의 혈청, 혈장, 소변, 그리고 출산 시 채취한 탯줄 혈액(제대 혈청) 등 총 4가지 생체 시료를 짝을 이뤄 분석하는 '다중 생체 시료(Multimatrix) 바이오모니터링' 기법을 도입했다. 분석 대상 물질은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불화옥탄산(PFOA) 등 기존 규제 화합물(Legacy) 20종과 생체 내에서 PFAS로 변환되는 전구체(Precursor) 9종, 그리고 규제 대체재로 개발된 대체 PFAS 4종(9Cl-PF3ONS, 11Cl-PF3OUdS, HFPO-DA, ADONA) 등 총 33종이다. ◇오염 원인 및 인체 노출 경로: 규제망 피한 '대체 PFAS'의 부상 PFAS는 1940년대 테플론(PTFE) 개발 이후 열·화학적 안정성과 물, 기름, 오염을 튕겨내는 특성 덕분에 조리기구 코팅,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소화약제 등 산업 및 소비재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인체 노출은 주로 오염된 음용수 및 음식물 섭취, 실내 먼지 흡입, 피부 접촉을 통해 발생하며, 코팅제 등에 쓰인 PAPs 등 전구체 화합물이 체내 흡수 후 생체 변환을 거쳐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2009년 스톡홀름 협약을 시작으로 PFOS, PFOA,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등 기존 장쇄 PFAS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산업계가 규제를 받지 않는 대체 PFAS(9Cl-PF3ONS, 11Cl-PF3OUdS, ADONA 등)를 대량 도입했다는 점이다. ◇대체 PFAS 노출 수치, 아시아 타 임산부 코호트 웃돌아 연구 결과, 산모 혈청과 혈장에서는 PFOA, PFNA, PFDA 등 장쇄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 PFAS인 '9Cl-PF3ONS'와 '11Cl-PF3OUdS' 역시 분석 시료의 70% 이상에서 검출됐다. 특히 대체재인 9Cl-PF3ONS(혈청 중앙값 mL당 0.96 ng(나노그램, 1ng=10분의 1g)와 11Cl-PF3OUdS(0.03 ng/mL)의 산모 혈청 농도는 기존 아시아 임산부 코호트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각각 0.63 ng/mL, 0.01 ng/mL)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국내에서 규제 이후 대체 물질 사용이 대폭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대체 PFAS인 9Cl-PF3ONS(태반 통과율 0.445)와 전구체 물질인 6:2 diPAP(탯줄 혈청 중앙값 4.46 ng/mL, 태반 통과율 1.371)는 산모 체내에만 머물지 않고 태반을 효율적으로 통과하여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료별 배설·결합 특성 차이 규명 다중 시료 분석을 통해 체내 동태 특성도 명확히 밝혀졌다. 단백질 결합력이 높은 장쇄 PFAS는 혈액(혈청·혈장)에 축적되는 반면, 사슬이 짧은 단쇄 PFCAs(PFBA, PFPeA, PFHxA)는 신장을 통해 빠르게 배설되어 소변에서 주로 검출됐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흔히 혼용되어 온 산모의 '혈청'과 '혈장' 시료를 비교한 결과, 응고 단백질(피브리노겐 등) 존재 여부에 따라 PFDA, PFUnDA, PFTrDA, L-PFOS, 9Cl-PF3ONS 등 11개 화합물의 측정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달랐다. 연구팀은 두 시료를 상호 교체해 비교해서는 안 되고, 연구 간 비교 시 일관된 시료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산 위험성 및 신생아 머리 둘레 영향… 성별 감수성 차이 관찰 연구팀은 PFAS 노출이 산모 및 태아의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산모 혈청 내 PFOA 및 Br-PFOS 농도가 높을수록 조산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신생아 머리 둘레 감소도 화인됐다. 산모 혈장 내 대체 PFAS(11Cl-PF3OUdS) 농도는 신생아의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여아의 경우 산모 혈청 L-PFOS 및 탯줄 혈청 9Cl-PF3ONS 농도가 높을수록 머리 둘레가 감소하는 것으로나타났다. 남아의 경우 소변 내 ADONA 농도가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되는 등 성별에 따라 반응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PFAS 노출이 출생 체중 감소, 내분비 및 면역계 교란, 신경발달 영향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존 독성학·역학 연구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대체재 관리 및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급" 연구팀은 기존 규제 물질에만 집중된 단일 시료 모니터링 방식으로는 신종 화학물질의 인체 노출 위험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PFOA나 PFOS 같은 기존 PFAS 규제 이후 도입된 대체 물질들 역시 임산부 체내에 축적되고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기존 규제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재 및 전구체에 대한 신속한 독성 평가와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정확한 위험 진단을 위한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함께, 신생아 성별에 따른 맞춤형 위험 평가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탄소중립 성과, 예산 아닌 감축량으로 따져야”

“탄소중립 정책의 성과를 예산 집행액이 아니라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검증해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성과관리를 위한 기후정책 성과감사'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환영사에서 “기후정책은 에너지 안보, 기술혁신과 직결된 국가전략인 만큼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개선하는 역량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라며 “국회에서 관련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권오현 한국에너지공단 상임감사는 “혜택은 대기업에 돌아가고 비용은 중소기업에 전가되는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실측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공단 등 탄소중립 실행기관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 상임감사는 “기후감사의 목적은 위반의 처벌이 아니다"라며 “확인된 성과가 다음 정책·예산·투자 결정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사슬을 만드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자들은 탄소중립 성과는 예산이 아닌 감축량으로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성과관리의 핵심은 온실가스를 얼마나 추가로 감축했으며,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가"라며 “실제 온실가스 감축분과 산업전환이라는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홍석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ESG그룹 이사는 “신뢰할 수 있는 기후감사를 바탕으로 정책과 예산 편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정책은 수립 과정을 살피는 감사로, 성과는 데이터 정확성을 확인하는 검증으로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들의 부담도 과제로 지적됐다. 권 상임감사는 “기후감사의 본질은 적발과 처벌이 아니다. 목표에서 경로를 거쳐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슬을 검증해 그 결과를 정책과 예산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202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4.3% 초과 달성? 사실은

202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목표보다 4.3% 더 줄여 초과 달성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감축 속도는 3년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표현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상황을 안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공동위원장 : 한성숙 국무총리, 이창훈 민간위원장)는 '2025년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국가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를 최근 서면으로 심의·의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25년 순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090만 톤으로, 당초 목표인 6억1760만 톤보다 2670만 톤(4.3%) 적었다. 이는 1996년 기후변화정부간 협의체(IPCC)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 20일 기후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보듯이 현재 국제 통계에 사용되는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하면 2025년 총배출량은 6억8571만 톤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산림 등 흡수원을 반영한 순배출량은 6억5470만 톤으로 오히려 0.5% 증가했다. 2025년 3월 발생한 경북 대형 산불로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산림·토지 부문의 흡수량은 전년보다 22.8% 줄었다. 이와 함께 전년 대비 감축률은 2023년 3.6%에서 2024년 1.8%, 2025년 1.3%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은 장기 감축목표 달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산업과 전환 부문의 상황이 엇갈렸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2억4070만 톤에서 2억3290만 톤으로 3.2% 줄었다. 그러나 기후대응위와 기후부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배출 업종의 생산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감소 비중이 컸다는 뜻이다. 전환부문 배출량은 오히려 2억1270만 톤에서 2억1430만 톤으로 증가했다. 원전 정비일수가 전년보다 143.5일 늘면서 석탄발전이 증가한 영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4년 537억kWh에서 지난해 582억kWh로 늘었지만, 전력부문 전체 배출량을 줄이기에는 부족했다. 교통·농축수산·폐기물 부문도 연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교통부문은 무공해차 보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폐기물부문은 폐기물 감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대응위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억5430만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하며, 앞으로 연평균 5.9%의 감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원전 정상화, 전기·수소차 보급,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과 폐기물 감량 등 구조적인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기후대응위는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업이 배출한 탄소, ‘청구서’로 날아온다…새로운 기후위험 대비를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홍수 재난을 계기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월 발생한 히말라야 빙하 관련 홍수로 네팔에서는 최소 1450명이 숨지고 60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복구에 필요한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과학과 법률, 경제의 영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과거에는 기후변화가 폭염이나 홍수 등 특정 재해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를 밝히는 데 연구가 집중됐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특정 기후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하려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핵심은 '기후변화가 원인인가'라는 질문에서 '누구의 배출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배출과 기후재해를 연결하다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량을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지역적 극한고온, 경제적 피해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엔드투엔드(end-to-end) 귀속' 접근법을 제시했다. 기업의 배출→온난화→극한기후→경제적 피해라는 연결고리를 정량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셰브론의 배출과 관련된 1991~2020년 극한고온 피해의 경제적 손실을 7910억~3조6000억 달러(약 1076조~4896조 원)로 추정했다. 다만 이 수치가 셰브론이 실제로 해당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기업의 배출이 초래한 온난화가 특정 기후현상의 위험과 경제적 피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추정한 결과다. 논문 역시 이러한 분석이 향후 기후책임 관련 소송에 활용될 수 있는 과학적 틀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배출량으로 재해 발생 위험까지 계산 지난 8월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된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구진의 후속 연구는 이 접근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누적 CO₂ 배출량과 극한고온·극한강수 발생 위험 사이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모델링해 특정 국가나 화석연료 기업의 누적 배출이 특정 기후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계산했다. 연구 결과 주요 화석연료 기업 10곳의 배출은 2021년 미국 태평양북서부 폭염의 발생 가능성을 약 31%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파키스탄의 극한강수 위험도 약 7%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배출량을 알고 있는 다른 국가나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책임을 둘러싼 과학적 질문을 상당히 구체화한 것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재해가 발생했다"는 수준을 넘어 “특정 배출 주체의 배출이 없었다면 해당 재해의 위험이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가"​를 계산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물론 이 모델링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배출량이 작은 기업이나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경우 더욱 엄격한 불확실성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은 이 같은 과학적 귀속 결과와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과거 탄소의 '미래 청구서'까지 계산 이에 앞서 지난 3월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특정 지역의 경제적 피해와 연결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의 정량적 산정 체계​를 제시했다. 과거 배출로 이미 발생한 피해뿐 아니라 과거에 배출된 탄소가 앞으로 만들어낼 미래의 피해까지 경제적 가치로 계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1990년에 배출된 CO₂ 1t은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80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20년 이후에도 2100년까지 추가로 약 1840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같은 금액을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법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정치의 불확실성 범위가 각각 40~530달러, 500~57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매우 넓기도 하다. 연구진도 이런 피해액이 실제로 한 주체가 다른 주체에게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과 동일한 것은 아니며, 그것은 별도의 도덕적·법적 문제라고 명확히 구분한다. 그럼에도 과거의 탄소 배출이 수십 년 뒤에도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학에서 법률로, 법률에서 기업으로 이러한 과학적 발전은 기후소송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해 7월 기후변화에 관한 권고적 의견에서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의무와 관련한 국제법적 문제를 다뤘다. 특히 여러 국가의 누적된 행위가 기후체계에 피해를 초래하는 상황에서도 국가책임에 관한 기존 국제법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제시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여기서 국가의 국제법상 책임과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ICJ의 권고적 의견이 기업의 과거 배출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규칙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배출량과 기후피해 사이의 연결고리를 점점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에서도 과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은 확대되고 있다. ◇당장 '기후부채'로 회계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과거에 배출한 탄소를 모두 금액으로 환산해 당장 회계상 '기후부채'나 '충당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충당부채로 인식하려면 과거 사건으로 인한 현재의무가 존재하고 경제적 자원의 유출 가능성이 높으며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고 해서 재무적 위험이 아닌 것도 아니다. 기후 관련 소송이나 규제가 확대되고 특정 기업의 배출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과학적 방법이 정교해지면, 기업에는 소송비용과 배상금, 규제 대응비용, 보험료 상승, 자본비용 증가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전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금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는 미래의 기후 리스크로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탄소 감축은 미래 비용을 줄이는 위험관리 기업 입장에서 탄소 배출은 더 이상 현재의 배출비용이나 규제비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배출한 탄소가 미래의 기후피해와 법적 분쟁, 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현재의 연구만으로 특정 기업이 과거에 배출한 탄소량을 근거로 미래의 기후재난 피해액을 그대로 청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기후재해에는 자연적 변동성뿐 아니라 지역의 사회·경제적 취약성, 적응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과학적 귀속과 법적 책임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 하지만, 간극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누가 배출했는지 추적할 수 있고 △그 배출이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할 수 있고 △특정 기후재해의 위험을 얼마나 높였는지 추정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 금액으로 산정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배출한 탄소가 당장 내일 청구서가 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가는 그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지금의 탄소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용인 동시에, 미래의 기후 관련 법적·재무적 위험을 줄이는 위험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체력 탓 아니었네”…마라톤 기록 늦추는 도심 오염물질 [환경 포커스]

마라톤에서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체력과 날씨만이 아니었다.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높을수록 마라톤 완주 기록도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선수보다 일반 참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컸다. 영국 레스터대 심혈관과학부 연구진이 세계 6대 마라톤 참가자 275만여 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스포츠의학 저널인 '스포츠 메디신-오픈(Sports Medicine - Open)'에 발표됐다. ◇275만 명의 '달리기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2010~2024년 열린 베를린·보스턴·시카고·런던·뉴욕·도쿄 마라톤의 기록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75번 열린 대회 기록을 분석했다. 최종 분석 대상(참가자수)은 275만6553건이었다. 여기에 각 대회 당일의 대기오염 자료를 결합했다. 분석한 오염물질은 이산화질소(NO₂)와 초미세먼지(PM₂.₅)였다. 기온과 습도 등을 반영한 열지수, 바람, 연도별 차이도 함께 고려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NO₂ 농도가 ㎥당 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높아질 때 남성의 완주시간은 평균 1.43분, 여성은 1.56분 길어졌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농도 차이로 바꿔 보면 더욱 눈에 띈다. NO₂ 농도가 연구기간 중 낮은 편인 25백분위수(하위 25%, 5.2㎍/㎥)에서 높은 편인 75백분위수(상위 25%, 10.3㎍/㎥)로 올라가면 남성은 약 7.3분, 여성은 약 7.9분 완주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잘 뛰는 사람'보다 '보통 사람'이 더 힘들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참가자의 실력에 따른 차이다. 엘리트 선수에서는 NO₂ 1㎍/㎥ 증가할 때 기록 지연이 0.34분에 그쳤지만, 뒤쪽에서 달리는 일반 참가자에서는 2.12분으로 약 6배 컸다. 평균 완주시간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영향도 엘리트 선수는 0.18%, 레크리에이션 러너는 약 0.67%였다. 연구진은 일반 참가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데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반 참가자는 엘리트 선수보다 코스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입할 수 있다. 또 엘리트 선수는 높은 심폐 능력과 생리적 여유능력을 갖고 있고, 평소 훈련을 통해 산화스트레스 등에 대한 적응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설명은 이번 연구에서 직접 입증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기전으로 제시된 것이다. ◇미세먼지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PM₂.₅(초미세먼지, 지름 2.5㎛ 이하, 1㎛(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기록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PM₂.₅ 농도가 1㎍/㎥ 증가했을 때 남성은 0.13분, 여성은 0.14분 빨라지는 방향의 결과가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PM₂.₅가 운동능력을 높인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반면 NO₂는 도시 도로의 자동차 연소에서 주로 발생한다. 마라톤 코스가 도심 도로를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통량과 NO₂ 노출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NO₂와 PM₂.₅가 햇빛과 함께 지표면 오존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에는 오존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달리기 좋은 날"에는 공기도 포함해야 이번 연구에서 NO₂ 농도 자체는 대체로 높지 않았다. 연구기간 전체 대회의 중앙값은 7.3㎍/㎥였고, 25~75백분위수는 5.2~10.3㎍/㎥였다. 그럼에도 기록과의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점이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이다. 물론 이 연구는 개인이 마라톤 코스의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오염물질을 들이마셨는지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대기오염 자료의 공간 해상도가 약 11㎞로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따라 나타나는 미세한 농도 차이를 반영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연구진도 결과를 다른 지역이나 훨씬 높은 오염 수준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대기질 예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NO₂가 교통과 밀접하기 때문에 대회 주변 차량 통행을 줄이거나 대회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전국 구름 많다 차차 맑아져…설악산 올해 첫 단풍 관측

오는 29일 전국에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강원 동해안과 산지, 경북 동해안 등 일부 지역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리겠다. 설악산에서는 28일 올해 첫 단풍이 관측됐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전국은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 맑아지겠다. 다만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상권 동해안은 오후까지 대체로 흐린 날씨가 이어지겠다. 새벽부터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전에는 경북 동해안·북동산지와 울산으로 확대되겠다. 비는 오후 들어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와 울산, 경북 동해안·북동산지에서 각각 5㎜ 안팎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10~20℃(도), 낮 최고기온은 23~27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설악산에서는 올해 첫 단풍도 관측됐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날 설악산(해발 1708m)에서 올해 첫 단풍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올해 첫 단풍은 지난해 10월 2일보다 4일 빠르고 평년인 9월 28일과는 같은 시기다. 기상청은 산 전체를 기준으로 정상에서부터 약 20%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관측한다. 약 80%가 물들면 단풍 절정으로 본다. 설악산의 평년 단풍 절정일은 10월 17일이며 지난해에는 10월 24일 절정을 맞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화상 입은 지구’…기온 내려가도 상처는 깊어진다 [기후 리포트]

사람이 뜨거운 물에 손을 잠깐 담갔다 빼면 피부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더 높은 온도에 더 오래 노출될수록 더 심하게 화상을 입고 피부 조직이 손상된다.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계도 비슷하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어섰다가 다시 내려오더라도 그동안 지구시스템에 축적된 변화가 모두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영구동토와 해양처럼 느리게 반응하는 시스템은 '오버슈트(overshoot, 기온 한계 초과)'의 흔적을 오랫동안 남길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초과가 현실화할 경우 '오버슈트→정점→하강→안정화'​라는 경로를 거치게 되며, 정점의 온도가 높고 초과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UNEP 보고서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은 UNEP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얼마나 뜨거웠나'에서 '얼마나 오래 뜨거웠나'로 캐나다 콩코디아대 미첼 디카우 연구원·H. 데이먼 매튜스 교수와 사이먼 프레이저대 커스틴 지크펠트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도·년(degree-years)'​이다. 오버슈트 기간 동안 기준 시나리오보다 높은 온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누적한 값이다. 예를 들어 기준보다 0.5℃ 높은 상태가 10년 지속되면 5℃·년이다. 연구진은 지구시스템모델을 이용해 42쌍의 오버슈트·기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영구동토와 해양처럼 변화가 느린 생태계에서는 최고기온보다 누적된 도·년이 오버슈트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변수에서는 도·년과 변화 사이의 선형관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화상과 비슷하다. 같은 뜨거운 물이라도 피부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닿았는지가 손상 정도를 결정한다. 기후에서도 오버슈트의 '높이'와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버슈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나 우선 극지방 영구동토층에서는 탄소 손실이 나타난다. 오버슈트 기간 동안 상승한 열이 지표면 아래 토양으로 천천히 전달되면서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고, 억제됐던 토양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작용이 활성화된다. 매장된 탄소가 이산화탄소와 메탄 형태로 대기 중에 다량 방출된다. 오버슈트가 끝난 뒤 지표면 기온이 내려가 얼어붙은 얼음 땅 일부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지만 이미 분해돼 대기 중으로 배출된 탄소가 다시 토양 유기물로 쌓여 동결되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다. 인간의 시간 지평에서는 복구 불가능한 단방향 자산 손실이다. 배출된 탄소는 지구를 계속 데우는 '탄소 채무(carbon debt)'로 남게 된다. 두 번째는 심해 온난화 및 열팽창 해수면 상승이다. 오버슈트 동안 해수 표면이 흡수한 막대한 열이 해류의 침강과 대류 혼합을 통해 심해에 쌓이게 된다. 이 열은 바닷물 부피를 지속적으로 팽창시켜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을 장기간 유발한다. 다시 기온이 내려가면 대기와 맞닿은 해수 표면은 빠르게 식지만, 심해 열은 수백 년 동안 빠져나가지 못하고 '심해 축적 열 채무(subsurface heat debt)'로 남는다. 세 번째는 심해 산소 결핍이다. 오버슈트 동안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해양 순환이 약화되면서 산소가 결핍되고 이산화탄소가 과다 용해된 표층수가 심해로 하강한다. 심해 산소 농도가 급격히 감소(빈산소화)하면 해양생물 서식지가 크게 축소된다. 심해의 산소 결핍 물 덩어리는 수백 년간 지속될 수 있다. ◇기온은 돌아와도 바다와 영구동토엔 상처가 남는다 연구진은 30개 기후변수의 복원성을 분석했다. 영구동토의 토양 탄소, 최대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강도는 연구에서 설정한 기온 복귀 시점에 복원성이 거의 0%로 나타났다.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 해양 온도와 산소의 복원성도 약 20~25% 수준이었다. 특히 해양은 지표면보다 반응이 느리다. 지표 기온이 다시 낮아져도 오버슈트 기간에 흡수한 열이 심해에 남아 해양 온도와 산소, 열팽창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구동토 역시 한 번 녹아 손실된 탄소가 단기간에 다시 축적되기 어렵다. 대기 중 CO₂를 줄여 표면 기온을 100%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더라도 심해와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는 수백~수천 년간 한번 입은 상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화상을 입은 피부의 표면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와도 손상된 조직이 즉시 회복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기온이 다시 내려갔다"와 “지구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말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UNEP가 정책적으로 제시한 “오버슈트의 정점과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 구체적인 측정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오버슈트가 불가피하다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그 상태에 머무르는지, 즉 누적된 '도·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에서 말하는 '복원성 0%'는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금세기 말 기온이 기준 시나리오로 돌아오는 시점의 상태를 비교했으며, 수백~수천 년에 걸친 장기적인 지구시스템의 회복까지 평가한 것은 아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미리보는 국감 2026] “수공 위탁 지방상수도, 5년간 누수 손실 2359억”

한국수자원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지방상수도에서 최근 5년간 2억6000만㎥가 넘는 수돗물이 누수돼 손실액이 2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누수량 감소세가 더딘 가운데 단수·누수·탁수 사고도 증가하고 있어 노후관 교체와 시설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수공이 위탁 운영하는 지방상수도의 누수량은 총 2억6248만㎥, 손실 추정액은 2359억원에 달했다. 올해 7월까지 포함하면 누적 누수량은 2억9642만㎥, 손실 추정액은 2668억원으로 늘어난다. 수공은 현재 23개 지방자치단체 위·수탁 협약을 맺고 지방상수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누수량은 2021년 5398만㎥에서 지난해 5264만㎥로 5년간 2.5%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손실 추정액은 476억원에서 48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3394만㎥가 누수돼 30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2021~2025년 손실 추정액은 파주가 3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거제 265억원 △서산 202억원 △경기 광주 199억원 △통영 168억원 △사천 161억원 △양주 159억원 △정읍 153억원 △논산 134억원 △나주 8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 지자체의 손실액만 1859억원으로 전체의 78.8%를 차지했다. 단수·누수·탁수 사고도 증가세다. 사고 건수는 2021년 10건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11건, 2024년 13건, 2025년 1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9건이 발생했는데 영향 세대는 3만7268세대, 단수·복구 시간은 232.6시간으로 최근 6년 중 가장 많았다. 지난 12일에는 사천정수장 정전으로 통영 1만7100세대와 고성 1만2700세대가 동시에 단수됐다. 지난 8월 거제에서는 집중호우로 6535세대가 120시간 동안 불편을 겪었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사고 68건 가운데 타기관 공사에 따른 관로 파손이 32건(47.1%)으로 가장 많았다. 관로 노후가 11건(16.2%), 한파에 따른 동파가 6건(8.8%)으로 뒤를 이었다. 박 의원은 “최근 5년간 누수량과 손실액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후관 교체와 누수 저감 투자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의 절반가량이 타기관 공사인 만큼 굴착공사 사전 협의와 입회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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