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을 팔아도 적정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물 공급에 들어간 전기료가 3300억원에 육박하면서 10년째 동결된 물도매 요금의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하루 215만톤 이상의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수자원공사의 용수 공급과 인프라 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한국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 원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물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료인 전력수도료는 총 3287억원으로 집계됐다. 광역상수도란 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 대규모로 물을 공급하는 '물 도매사업'이다. 지자체는 광역상수도를 통해 공급받은 물을 지방상수도를 통해 가정 등에 소매로 판매한다. 지난해 전력수도료 3287억원은 2024년 2968억원보다 319억원, 10.7% 증가한 수치다. 전력수도료는 2020년 1689억원에서 2025년 3287억원으로 5년 만에 약 두 배로 증가했다. 한국전력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연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수자원공사의 전력수도료가 크게 증가했다. 수자원공사는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오고 정수한 뒤 각 지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대규모 펌프 등을 가동하는 등 물을 공급할 때 전력을 사용한다. 전력비 상승은 광역상수도의 전체 적정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 적정원가는 지난 2022년부터 물 판매로 벌어들인 총수입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이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2022년 적정원가는 1조4944억원으로 물판매 총수입 1조4178억원보다 766억원 많았다. 2023년에는 적정원가 1조5341억원, 총수입 1조4243억원으로 격차가 1098억원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는 각각 1조5591억원, 1조4386억원으로 1205억원의 차이가 났다. 지난해에는 적정원가가 1조6099억원까지 증가한 반면 총수입은 1조4607억원에 그쳤다. 물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입이 적정원가보다 1492억원 부족한 셈이다. 전년보다 부족액도 287억원 늘었다. 적정투자보수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지난해 적정투자보수는 2610억원으로, 적정원가와 이를 합친 총괄원가는 1조8709억원에 달했다. 반면 총수입은 1조4607억원으로 총괄원가보다 4102억원 적었다. 지난해 총 물판매량은 44억100만㎥로 평균 판매단가는 1㎥당 331.9원이다. 반면 총괄원가를 판매량으로 나눈 평균 원가는 약 425.1원으로, 물 1㎥를 판매할 때 총괄원가 기준 약 93.2원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요금현실화율도 2022년 79.9%, 2023년 77.5%, 2024년 78.4%, 지난해 78.1%로 80%를 밑돌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수자원공사가 공급해야 할 산업용수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반도체 산업 등에 필요한 용수 공급량은 하루 215만톤 이상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하루 150만톤, 서남권 반도체 산업 등에 하루 65만톤 이상의 공급이 필요하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305.9리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03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고려하면 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산업시설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취·정수시설과 관로 등 추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만큼 수자원공사의 투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5년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수도요금은 톤(㎥)당 3043원인 반면 한국은 829원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의 27.2% 수준으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노르웨이(7.0배), 영국(6.1배), 미국(4.2배), 일본(1.6배)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반도체 기업과 일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행 요금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토론회'에서 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도체 기업 등에 요금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용수는 동일한 양의 원수를 사용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국가 전략 용수"라며 “모든 인프라 구축을 정부 재정과 수자원공사에만 의존하기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자도 인프라 투자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방향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정부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2016년 광역상수도 요금을 4.8% 인상한 이후 10년째 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특히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2023년 10월 광역상수도 요금을 향후 2년간 동결하겠다고 밝혔고 해당 기간은 지난해 10월 끝났다. 수자원공사 노조에서도 최근 요금과 물가 연동을 요구했다. 수자원공사 노조는 지난 5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환경 분야 공공기관 노조 연대협의체 간담회에서 “현재 물값은 생산원가의 76~77% 수준에 불과해 물을 공급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10년 가까운 요금 동결이 재무 악화와 복지 축소, 경영평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료 등 생산 원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물값이 한계비용보다 낮게 유지되면 물 과소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노후관 교체나 산업용수 확충 등 필수 인프라 투자의 경제성 평가까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자원공사는 수도 부문의 적자를 수력발전이나 택지개발 수익으로 메우는 '교차보조'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억눌린 수도요금 압력이 결국 분양가나 발전비용 상승 등으로 전가돼 간접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공공요금을 억지로 묶어둔다고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각 사업 부문이 한계생산비용에 맞게 제값을 받도록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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