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원전 산업과 전력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

한수원이 영덕과 기장을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두 곳 모두 원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인허가와 건설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는 것이 선정위원회의 평가다. 낭비적인 이념적 갈등에 지친 주민들이 국가적 수요와 경제적 실리를 선택한 결과다. 지역 주민의 거부감 때문에 신규 원전 부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던 대통령의 우려는 괜한 것이었다. 당장 원전 건설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안전성 평가 등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 무려 5년이 걸린다. 실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2031년부터다. 영덕에 들어서는 국내 33·34번째 1.4GW급 대형 원전(APR 1400)은 2037년·2038년에나 완공이고, 기장의 첫 0.7GW급 SMR은 2035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특히 4기의 원전을 세울 수 있는 영덕의 부지는 2011년 천지원전 예정지로 선정되었다가 2018년 사업이 취소되기까지 무려 7년 동안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미 진행됐던 곳이다. 과거의 조사 자료를 적극 활용해서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는 하루가 여삼추(如三秋)다. 물론 인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전에 대한 지나친 이념적·당파적 갈등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2011년 지진해일 때문에 발생했던 재앙적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잦아들었던 원전에 관한 불안·거부감이 빠르게 잦아들고, 소위 '원전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모두 그렇고, 심지어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미국은 1974년부터 가동을 시작해서 2019년 경제성 악화로 가동을 포기했던 쓰리마일아일랜드(TMI) 1호기를 내년부터 재가동한다. 크레인(Crane)청정에너지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가장 이상적인 '무(無)탄소 전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이다. 이제 원전이 위험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비겁한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거칠고 위험한 자연에서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기술이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기술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와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원자력과 전력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으면서 무작정 목소리만 높이는 짝퉁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영국의 민간단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들고나온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지나친 억지도 경계해야 한다. RE100이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RE100 때문에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는 일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RE100이 가장 대표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태양광·풍력의 한계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극심한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길이 없다.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나 환경 파괴가 심각한 양수발전과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역부족이다. 기술 개발 대신 햇빛·바람 연금까지 들고나온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미래 기술의 육성이 아니라 퇴출을 부추길 뿐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100GW로 확대하겠다는 기후부의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에 대한 착각도 버려야 한다. 전력 생산에서의 오염과 위험을 인구·공장 밀집 지역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히려 송전망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송전선로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강화하고, 새로운 송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전 산업은 산업부가 담당하고,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은 기후부가 관리하는 정부의 낭비적인 관리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과기부가 맡고 있는 원자력 진흥까지 고려하면 원자력을 두고 3개 부처가 서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원전과 전력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확실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부끄러운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bienns@ekn.kr

폭염에 오존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 11%↑…고령층·남성 특히 취약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고농도 오존 오염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과 남성에서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오종민·이지은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홍윤철 교수 등이 수행했으며, 최근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4~2023년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국내 7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폭염과 오존 오염의 동시 노출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10년간 47만4369명의 사망 자료다. ◇폭염과 오존이 겹치면 사망위험 최대 11% 증가 연구 결과, 폭염과 고농도 오존(일일 최대 8시간 평균 0.06ppm 초과)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전체 사망, 비사고성 사망,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을 '일(日) 최고기온 33℃ 이상'으로 정의했을 때, 전체 사망 위험은 고농도 오존과 동시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했다. 폭염과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7%가 증가했다. 또, 3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7.8% 증가했다. 폭염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해당 도시 기온의 상위 5%(95백분위수) 이상을 '극심한 폭염'으로 정의했을 경우 위험은 더 커졌다.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4.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는 9.4% 증가했다. 특히, 3일 연속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1.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극심한 폭염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6.2% 증가했고, 고농도 오존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7% 증가했다. 결국, 폭염이 강할수록, 그리고 폭염과 오존이 함께 지속되는 기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연구진은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 위험은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더욱 극단적인 폭염 조건에서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령층과 남성에게 더 위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취약계층 분석이다. 연구진이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폭염과 오존에 동시에 노출됐을 때의 전체 사망 위험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65세 미만보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폭염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든, 노출 기간이 하루이든 사흘이든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논문은 “동시 노출에 따른 전체 사망 위험은 남성과 고령자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기존 해외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취약한 이유로는 체온 조절 능력 저하, 심혈관계 부담 증가, 탈수에 따른 혈액 점도 상승 등이 꼽힌다. 여기에 오존이 기도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면서 건강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특히 주목된다. 심혈관질환(CVD)의 경우 폭염과 오존이 2~3일 연속으로 함께 발생할 때 사망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 사망의 상대위험도는 폭염 단독 노출이나 오존 단독 노출보다 동시 노출 상황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호흡기 질환과 폐렴 사망은 폭염보다는 오존 오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고농도 오존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호흡기 질환 및 폐렴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대응과 대기질 관리 통합해야" 흥미로운 점은 폭염과 오존 사이에서 강한 '시너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두 요인이 서로의 영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지는 않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사망 위험을 높여 결과적으로 건강 부담을 크게 키운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폭염 기간 동안 강한 햇빛과 대기 정체 현상 때문에 오존이 쉽게 생성·축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폭염이 증가하면 오존 오염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폭염과 고농도 오존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통합적인 보건 정책과 대기질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와 맞춤형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과 대기오염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복합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내 연구로 평가된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이 향후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천·목포·대구·강릉·전주, 세계기상기구 ‘100년 관측소’ 신규 지정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인천·목포·대구·강릉·전주 기후관측소를 '100년 관측소'로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인된 관측소는 인천·목포(1904년), 대구(1907년), 강릉(1911년), 전주(1919년) 등으로 모두 100년 이상 기후관측 자료를 축적해 왔다. WMO는 관측의 연속성, 자료 품질, 보존 체계 등 10개 필수 기준을 충족한 관측소를 대상으로 회원국 추천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100년 관측소를 선정한다. 이번 WMO 제80차 집행이사회에서는 전 세계 88개 관측소가 새롭게 승인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00년 관측소는 총 562개로 늘었으며, 우리나라는 기존 서울·부산(2017년), 제주(2023년)에 이어 총 8개의 100년 관측소를 보유하게 됐다. 100년 이상 축적된 기후관측 자료는 우리나라 기후 변화와 변동성을 분석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과거와 현재의 기후 특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며 기후변화 연구와 기후감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기후관측소는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과학적 자산"이라며 “이번 승인은 우리나라 기후관측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중부지방 대체로 맑아…최고 기온 29도

오는 23일은 중부지방이 대체로 맑고 강원 영동과 남부지방,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22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3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15~20℃(도), 낮 최고기온은 22~29도로 예보됐다. 전국이 대체로 덥겠지만 30도를 넘는 폭염 수준의 더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는 비 소식이 없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반도체 지방 유치, RE100 압박 아닌 ‘인센티브’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 지역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력과 용수 소비가 거대한 전공정(Fab)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패키징 공장을 비수도권에 분산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패키징 공장의 호남 투자는 RE100 때문에 수도권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아니라, 기업이 지방균형발전을 고려해 신규 투자를 분산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반가운 소식의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를 빌미로 “수도권에서는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자체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RE100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잘못된 팩트에 기반한 주장이다. 건설적인 국가 대사를 논하기 위해서는 RE100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RE100은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의 주도로 시작된 자발적 캠페인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서 핵심은 RE100이 전기를 발전소에서 공장까지 물리적으로 직접 끌어다 써야 인증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RE100의 이행 수단은 다양하다. 한국전력에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제3자 및 직접 PPA(전력구매계약),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그리고 자가발전 등이 있다. 즉, RE100은 '글로벌 회계 및 인증 체계'에 가깝다. 호남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환경적 가치(REC)'를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장이 구매하면 RE100 달성으로 인정받는다. 공장의 지리적 위치와 RE100 달성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RE100 때문에 공장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사실은 국가와 기업별 전력 환경의 차이다. 애플,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RE100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엔비디아, 퀄컴, AMD, 브로드컴 같은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미루고 있다. 이들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자체 전력 소비량이 적다. 이들은 제조시설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RE100 이행 부담이 낮음에도 아직 가입을 유보하고 있다. 이들이 제품 생산을 맡기는 공급망(Scope 3)에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파운드리 제조 기업(Fab)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제조 기업들은 국가적 전력 인프라의 뒷받침 없이 독자적으로 RE100을 달성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마이크론 역시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못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기업과 국가의 현실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작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대목은 RE100을 가로막고 있는 국내 전력 시장의 구조적 모순이다. OECD 국가 중 한국과 멕시코는 전력 판매 경쟁이 가장 제한적인 국가에 속한다. 특히 한국전력이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막대한 제약이 따른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는 PPA의 송배전 요금은 기존 한전 요금보다 많게는 두 배까지 비싸다.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전력을 쓰고 싶어도 과도한 비용 장벽에 가로막히는 셈이다. 게다가 실시간 요금제가 정착되지 않아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시장에서 유연하게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남이나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남아돌아도 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출력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력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정작 전력이 필요한 곳으로 에너지를 보내지 못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지체와 병목현상이야말로 RE100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방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지역 소멸을 막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대기업의 지방 투자는 절실하다. 그러나 그 수단이 RE100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사실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RE100을 못 하니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식의 정치적 압박과 겁박은 기업의 경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도리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가 될 뿐이다. 지방이 기업을 유치하는 올바른 방법은 명확하다. 철저한 팩트를 바탕으로 논쟁하고, 기업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매력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 완화, 풍부한 용수 인프라, 그리고 호남의 청정 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기업을 오게 만드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치밀하고 유연한 '유인 정책'이다. bienns@ekn.kr

‘자원 무기화’ 맞서는 G7…대안으로 떠오른 ‘글로벌 광물 신탁’이란?

지난 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희토류와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와 탄력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광물 자원이 디지털·에너지 전환과 국가 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라고 규정하고, 중국 중심의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공급망 동맹'을 출범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광물 공급국과 소비국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제 학계가 제안했던 '글로벌 광물 신탁(Global Minerals Trust·GMT)' 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G7 정상회의, 중국 의존도 축소 선언 G7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G7 핵심 광물 탄력성·생산 동맹(Critical Minerals Resilience and Production Alliance)'을 출범시켰다. 특히 특정 국가가 자원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자원 무기화(resource weaponization)'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호주도 파트너 국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G7은 2030년까지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고, 가능한 한 조기에 50%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채굴·가공·재활용 전 과정에 대한 공동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G7에 따르면 현재까지 G7 및 파트너 국가에서 발표된 핵심 광물 프로젝트는 195개, 투자 규모는 약 640억 유로(약 112조 원)에 달한다. 또한 원산지 추적 시스템 구축, 전략 비축 확대, 공급망 공동 경보 체계 운영, 광물 재활용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위기, 왜 심각한가 핵심 광물은 21세기 산업의 혈액과도 같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가 필요하다. 풍력발전기와 전기모터에는 희토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태양광 발전과 전력망 확충에도 막대한 양의 광물이 사용된다. 문제는 생산과 가공이 극도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정제 능력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 니켈은 인도네시아 등 특정 국가에 생산이 몰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공급망 불안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광물 공급망은 점차 경제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광산 개발 대신 품질이 낮은 광석을 개발하거나 환경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신규 광산을 추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용 증가뿐 아니라 환경 훼손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제안한 '글로벌 광물 신탁'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델라웨어대의 샐림 알리(Saleem Ali) 교수와 국제 연구진은 지난해 6월 5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글로벌 광물 신탁,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자원 보호주의의 대안 (A Global Minerals Trust Could Prevent Inefficient and Inequitable Protectionist Policies)'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글로벌 광물 신탁(Global Minerals Trust)' 설립을 제안했다. 논문에서 제안한 GMT는 단순한 국제 거래소가 아니다. GMT는 광물 생산국과 소비국,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자원 관리 체계다. 생산국은 공급 가능한 광물을 신탁에 등록하고, 소비국은 필요한 물량을 요청한다. 국제기구 또는 참여국들이 구성한 수탁기관이 거래 규칙과 가격 체계를 관리한다. ◇핵심은 양자 거래가 아니라 다자 협력이다. 현재의 광물 거래는 국가 간 정치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GMT는 공동 거버넌스를 통해 광물 공급을 안정화하고 공급국과 수요국 모두에게 공정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①'광물판 국제원자력기구' 구상: GMT 구상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논문은 광물 공급망에도 IAEA와 유사한 독립 감사 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광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환경 파괴, 강제 노동, 아동 노동, 불법 채굴 등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급을 중단하거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경우 신탁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히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국제 분쟁 가능성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②개발도상국에도 이익: GMT는 광물 생산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광물 생산국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단순히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지원과 투자 유치를 통해 가공·제조 산업까지 육성할 수 있다. 논문은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광물 공급국에 기술 이전과 투자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원료 공급국에서 첨단 제조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③'행성 공유지'라는 새로운 발상: GMT 구상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광물을 단순한 국가 자산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GMT가 유엔해양법협약의 '인류 공동 유산(Common Heritage of Humankind)' 개념과 최근 학계에서 논의되는 '행성 공유지(Planetary Commons)'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국가 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관리의 대상으로 보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광물 안보 문제까지 다루는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7 공급망 동맹, 글로벌 광물 신탁의 출발점 될까 흥미로운 점은 이번 G7의 공급망 동맹 구상이 GMT와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G7 공급망 동맹과 GMT는 결정적인 차이도 갖고 있다. G7 공급망 동맹의 목표는 사실상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GMT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를 포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논문은 미국과 중국 간 신뢰 부족이 현재 공급망 위기의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양국을 포함한 다자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G7 동맹이 '공급망 블록화'에 가깝다면, GMT는 '공급망 국제화'를 지향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두 구상이 완전히 별개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공급망 정보 공유, 전략 비축, 광물 추적 시스템, 공동 투자 등 G7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GMT가 제안한 기능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광물 생산·가공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GMT가 지향하는 진정한 글로벌 체제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사이언스' 논문은 GMT가 처음부터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체계로 출범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대신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 몇 나라가 먼저 참여하는 연합 형태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엔 차원의 제도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G7 공급망 동맹이 GMT로 가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G7 공급망 동맹은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이고, GMT는 이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광물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관리하자는 장기적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G7 정상회의는 공급망 안정성, 가격 안정화, 자원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로서의 GMT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낙동강부터 워싱턴까지…전 세계 식수원 삼키는 ‘녹조 대재앙’

올여름 낙동강에 또다시 녹조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상수원 구간 곳곳에서 유해 남세균(cyanobacteria, 남조류)이 급증하고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경남도는 지난달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 수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 낙동강 녹조 발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8일 낙동강 칠서지점과 물금·매리 지점에 올해 첫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칠서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1주일 사이 mL당 4877개에서 7280개로 증가했고, 물금·매리 지점은 같은 기간 2418개에서 8458개로 3.5배 급증했다. 낙동강 하류는 부산 시민 수백만 명의 식수원이 위치한 지역이다. 부산시는 물금·매리 취수장에 조류 차단막과 살수시설을 가동하고 정수처리 공정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녹조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구환경청도 해평지점과 강정고령지점 등에 조류경보를 발령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환경당국은 위성 기반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AI를 활용한 유해 남조류 자동 분석 기술까지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여름이면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곳곳이 짙은 녹색으로 물든다. 강 표면이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변하는 이른바 '녹조 라떼' 현상이다. 한때 단순한 수질 오염이나 미관 문제 정도로 여겨졌던 녹조가 이제는 인체 건강과 식수 안전, 국가 경제까지 위협하는 복합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학술 논문들은 기후변화와 하천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남세균 녹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한국의 4대강 사업 이후 설치된 보(洑)가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녹조는 왜 늘어나는가 남세균 녹조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첫째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의 과다 유입이다. 농경지 비료,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에서 유입된 질소와 인은 남세균의 먹이가 된다. 이러한 영양염류가 많은 수역을 부영양화 수역이라고 한다. 둘째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다.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수온 상승은 남세균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수층 성층화를 강화한다. 성층화가 심해지면 남세균은 수면 근처에 떠서 햇빛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긴 체류시간이다. 물이 오래 머무를수록 남세균은 충분한 번식 시간을 확보한다. 가뭄으로 유량이 감소하거나 보와 댐으로 물 흐름이 느려질 경우 녹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중국 윈난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4월 '생태학과 진화의 최신 동향 (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부영양화, 수문학적 변화가 결합할 경우 남세균 녹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연구진 등 12개국 2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녹조의 주요 원인으로 영양염류 축적과 수온 상승, 체류시간 증가를 지목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은 '흐르는 강'에서 '호수'가 됐다 한국의 녹조 문제를 이해하려면 4대강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2009~2012년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개의 대형 보가 설치됐고, 전국적으로는 16개의 보가 건설됐다. 한국해양대학교 유근제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난 2월 수생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하이드로바이올로지아(Hydrobiologia)'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 건설이 하천의 자연적인 흐름을 차단하고 체류시간을 증가시켜 강을 사실상 호수와 유사한 환경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와 댐 같은 수리시설이 “흐르는 하천 구간을 준정체성 저수지(quasi-lentic reservoirs)로 전환시키고, 영양염류 축적과 만성적인 부영양화, 유해 조류 번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또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질과 생태계 건강이 광범위하게 악화됐으며, 하류 도시의 식수원 관리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생태학적으로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하천은 점차 호수의 특성을 띠게 된다. 특히 낙동강은 대규모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졌다. 이미 질소와 인 농도가 높은 부영양화 상태에서 체류시간까지 늘어나자 남세균이 번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영양염류가 녹조의 연료라면, 체류시간은 남세균에게 성장할 시간을 제공하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 “녹조가 생태계 먹이사슬까지 바꾼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녹조가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육수학 및 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 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테파니 햄프턴 교수 연구팀은 워싱턴주 담수호를 대상으로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생태계 에너지 흐름 추적 기법을 활용해 녹조가 생태계 먹이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녹조가 심해질수록 동물플랑크톤과 어류가 기존의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남세균 중심의 단순한 먹이망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회복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특히 기후변화로 수온 상승과 가뭄이 빈번해질수록 녹조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녹조는 사람의 건강도 위협한다 남세균 녹조의 위험성은 단순히 강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데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남세균이 생산하는 독소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독소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이 물질은 강력한 간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 손상과 간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김자윤 박사와 연세대 박준홍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 3월 국제 저널 '물 환경 연구 (Water Environment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세균이 생성하는 마이크로시스틴과 지오스민(Geosmin), 2-MIB 같은 물질이 식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독소 에어로졸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녹조가 심한 강이나 호수에서는 바람과 파도, 선박 운항 등에 의해 독소가 포함된 미세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사람은 이를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수 있다. 수변 지역 주민이나 낚시객, 수상레저 이용자들이 직접적인 노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세균 녹조는 독소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녹조 수역이 병원균의 서식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콜레라균(Vibrio cholerae) 같은 병원성 세균의 생존과 확산을 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녹조 수역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AMR genes)의 저장소 역할을 하면서 내성균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녹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미래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낙동강 하류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독성 여부 분석을 의뢰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후변화가 녹조를 키운다 전 세계적으로 녹조 발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남세균은 일반 조류보다 높은 수온에서 경쟁력이 높다.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남조류 증식 속도가 빨라지고, 가뭄으로 하천 유량이 줄어들면 물이 정체되면서 녹조 발생 조건이 더욱 좋아진다. 수온 상승은 수층의 성층화(stratification)를 강화한다. 남세균은 세포 내 기포를 이용해 수면 가까이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성층화가 강할수록 햇빛을 독점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실제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유해 남세균 급증 원인으로 높은 수온과 강한 일사량을 지목했다. 기상청 역시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농경지 비료,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질소와 인이 남세균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를 공급하면서 녹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경남도와 환경당국이 총인(T-P) 유입 차단과 축산·폐수시설 점검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세대 박준홍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낙동강의 남세균 밀도가 현재보다 3~5배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SSP5-8.5 시나리오(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평균 기온이 약 6.7℃ 상승할 경우 남세균 밀도가 현재 1mL당 1만6000개 수준에서 6만3000개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독소 제거를 위해 투입되는 분말활성탄(PAC) 사용량도 급증한다. 연구진은 정수 비용이 현재보다 최대 3배 가까이 증가해 가구당 월 부담이 최대 22달러 (3만30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녹조는 환경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 문제이기도 하다. ◇해법은 결국 '흐르게 하는 것' 녹조는 단순히 조류 몇 종이 늘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녹조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수자원 이용 방식이 결합해 만들어낸 생태계의 경고 신호다. 전문가들은 녹조를 단순한 수질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녹조는 상수원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어류 폐사, 수생태계 교란, 관광산업 위축, 정수처리 비용 증가 등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녹조는 더 일찍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는 수온을 높이고, 보는 물의 흐름을 늦추며, 부영양화는 남세균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세 요인이 결합하면 강은 거대한 남세균 배양조로 변한다. 결국 녹조 문제 해결은 정수처리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양염류 유입 저감, 하천 유량 확보, 기후변화 대응, 상류 오염원 관리 등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하천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이드로바이올로지아'에 발표한 연구는 과거 2017년 낙동강 일부 보 수문 개방했을 당시 미생물 군집이 빠르게 변화했으며, 흐르는 강의 특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보 개방이 오염 축적과 녹조 문제를 완화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앞으로의 녹조 관리는 수질 관리와 기후 적응, 공중보건 정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틀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녹조 예측 시스템 △오존 처리와 입상활성탄(GAC) 같은 고도정수처리 기술 확대 △동물플랑크톤인 물벼룩(Daphnia) 등을 통해 남세균을 제어하는 먹이사슬-생물조작(Biomanipulation) 등의 기술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다음주 날씨] 제주 비 소식…내륙은 소나기 이어져

다음 주 제주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내륙 곳곳에서는 소나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월요일인 22일 오후부터 밤 사이 제주에 비가 내리겠으며, 수요일인 24일 오전에도 제주 지역에 강수가 예상된다.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은 대체로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내륙 곳곳에서는 소나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상층에 찬 공기가 유입된 가운데 낮 동안 지면이 가열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커져 소나기 구름이 발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16/20도, 낮 최고기온은 21/29도로 예상된다. 23일은 아침 14/20도, 낮 22/30도의 분포를 보이겠으며, 이후 24/30일에는 아침 기온 16/21도, 낮 기온 23~31도로 예년 수준의 초여름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주말날씨] 토요일 전국 천둥·번개 동반 많은 비

토요일인 20일은 전국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1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0일 오후 동안 전국에 많은 비가 오고 중부지방과 경북, 제주도는 밤까지 이어지겠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30∼80㎜, 서해5도 20∼60㎜, 강원내륙 30∼80㎜, 강원산지·동해안 50∼100㎜(많은 곳 120㎜ 이상), 대전·세종·충남·충북 30∼80㎜, 광주·전남 50∼100㎜(많은 곳 전남 남부 서해안·남해안·지리산 부근 120㎜ 이상), 전북 30∼80㎜,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30∼80㎜(많은 곳 부산·울산·경남 남해안·지리산 부근 100㎜ 이상), 제주도 50∼180㎜(많은 곳 중산간·산지 250㎜ 이상)이다. 21일에는 비가 그치고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은 날씨를 보이겠다. 새벽부터 낮 사이 강원산지와 동해안 지역에는 비가 더 내릴 수 있다. 20일 전국 최저기온은 19∼23℃(도), 최고기온은 22∼29도, 21일은 16~21도, 22~30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 발령…지난해보다 12일 빨라

18일 서울에도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번 더위는 19일까지 이어진 뒤 비가 내리면서 주말에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서울 동남권과 서남권, 인천 강화, 경기도 포천·고양·남양주·오산·안성·광주 등지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올 여름 들어 경북 경산·예천과 대구 군위 등 영남 일부 지역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폭염주의보는 6월 30일에 발령됐던 지난해보다 12일 이른 것이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 이상으로 오르겠고, 일부 수도권과 경북권내륙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 올라 덥겠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곳에서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고기온이 33℃ 미만이지만 습도가 높은 경우에 폭염특보가 발표될 수 있고, 최고기온은 33℃ 이상이지만 습도가 낮은 경우에는 폭염특보가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일 오후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과 경북 중.북부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또, 19일 밤부터 20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고, 강원도와 남부지방,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20일 아침까지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으나, 20일 낮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전망이다. 19~20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10~40㎜ △강원 내륙 10~60㎜ △강원산지·동해안 50~100㎜(많은 곳 120㎜ 이상) △대전·세종·충남·충북 20~60㎜ △광주·전남 50~100㎜ (많은 곳 전남남부서해안·남해안·지리산부근 120㎜ 이상) △전북 30~80㎜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울릉도·독도: 30~80㎜ (많은 곳 부산·울산·경남남해안·지리산부근 100㎜이상) △제주도 50~180㎜ (많은 곳 중산간, 산지 250㎜ 이상)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9일 밤부터 20일 오전 사이 제주도, 20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전남해안과 경남권해안, 지리산부근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고, 매우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하천변 산책로 또는 지하차도 등 이용 시 고립될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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