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예보 잘하면 돈 번다…정확도 높이는 데 투자해야 [기후 리포트]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 같은 열대저기압(tropical cyclone)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풍이 접근할 때 불필요한 대피와 시설물 보호 조치를 줄이는 동시에, 예보를 놓쳐 발생하는 인명 피해와 자산 손실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관측망 확충을 비용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수학·통계학과 연구팀과 미국 해군연구소, 조지아공대 지구대기과학대학 등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자연 재해(Natural Hazards)'에 발표했다. ◇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계산했나 연구팀은 미국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비용·손실 모형을 개발했다. 기존 연구가 항공기·군함 등 주요 자산의 피해와 보호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인명 피해, 대피 비용, 예보 신뢰도 하락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포함했다. 태풍이 접근하면 군사기지는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비 태세를 높인다. 항공기를 격납고로 옮기고 군함을 결박하는 비교적 간단한 조치부터 항공기와 군함을 위험 지역 밖으로 이동시키는 고비용 조치까지 다양하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태풍이 오지 않는데도 비싼 대비 조치를 취하거나, 반대로 태풍이 닥칠 때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과거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 기지별 인원과 자산 규모, 대비 비용, 피해 추정치 등을 결합해 예보 정확도가 높아질 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추산했다. 예보가 없는 상황에 가까운 기후학적 기준과 실제 예보의 적중률·오경보율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풍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액만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풍에 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함께 비교해야 예보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한국 진해·포항 기지는 1건당 20만달러 절감 연구팀은 2021년과 2022년 서북태평양 태풍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군사기지 7개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미국 노퍽 해군기지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포함했다. 분석 결과,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기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약 2만4000명의 군 관계자 등이 생활하고 군함을 이동시켜야 하는 대규모 기지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태풍 예보 한 건당 약 450만~560만달러(약 60억~7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추산했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10년간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비용까지 반영하면 절감액은 약 7340만~742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의 진해·포항 기지는 분석 대상 인원이 500명인 소규모 기지로 설정됐다. 이 사례의 태풍 예보 한 건당 경제적 가치는 약 20만달러(약 2억6500만원)로 추산됐다. 다른 기지의 추정 절감액은 괌 740만달러, 일본 사세보 240만~360만달러, 이와쿠니 190만달러였다. 미국 노퍽 해군기지는 인명 피해 예방 효과 등을 포함했을 때 약 4070만달러,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추가 효과까지 반영하면 약 9940만달러의 절감 효과가 추산됐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로 지급되거나 회계상 확정된 수익이 아니다. 연구팀이 각 기지의 인원과 자산, 대비 비용, 피해 가능성 등을 모형에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특히 군함 이동 비용과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은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인명 피해 줄이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편익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태풍으로 인한 부상과 대피 비용을 경제적 가치 계산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태풍 피해는 건물이나 장비의 파손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강풍에 날리는 물체, 침수, 낙상, 교통사고, 대피 과정의 사고 등으로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은 사망이나 대규모 재산 피해보다 기록이 불완전해 경제적 손실을 추정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부상 비용 자료와 재난 관련 선행 연구를 활용해 태풍으로 발생하는 비치명적 부상 1건의 평균 비용을 약 13만3066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달러 기준으로, 의료비와 부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반영한 연구상 추정치다. 또한 충분한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태풍을 맞으면 인구의 약 4%가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를 인구 1000명의 기지에 적용하면 부상자가 평균 40명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연구팀은 이때 예상되는 부상 비용이 대피·대비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상률 4%는 모든 태풍에 적용되는 확정적인 통계가 아니라 제한된 자료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설정한 모형의 가정이다. 연구팀도 태풍 관련 부상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요 한계로 지적했다. ◇ 예보를 놓치면 이후 10년간 비용이 늘어날 수도 정확한 태풍 예보의 가치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예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이후 의사결정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논문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과거 태풍의 강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군함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직접적인 피해액은 약 3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예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이후 여러 해 동안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추가 비용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퍽 해군기지 사례에서는 인명 피해 예방과 자산 보호 효과 등을 반영한 절감액이 태풍 사건당 약 4580만달러로 계산됐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 4억달러를 가정해 반영하면 총 절감액은 약 994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처럼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한 차례의 태풍 피해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예보를 믿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유지되면 이후의 대비 비용과 자산 운용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정확한 예보를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편익 이번 연구 결과를 도시와 산업시설에 적용하면 정책적 의미는 더욱 커진다. 태풍이 접근할 때 항만의 선박을 이동시키거나, 공항 운영을 중단하거나, 산업시설의 가동을 멈추는 결정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불필요한 운항 취소와 생산 중단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시설물 파손과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방법론을 섬 지역과 대도시, 소규모 국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국에 적용하려면 국내 태풍의 경로와 강도, 지역별 인구·자산 분포, 대피 비용, 산업별 생산 중단 손실 등을 반영해 별도의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기상 관측과 예측 기술의 발전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난 대응 비용을 줄이고, 인명과 자산을 보호하며, 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경제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예보에 필요한 관측 장비와 자료 수집, 수치예보모델 개선, 전문인력 확보에 투자할 때 그 성과를 예보 적중률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예보 개선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는지까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 예보를 잘하는 것이 결국 돈을 버는 일이라는 점을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026 국감] “공무원이 보험영업사원이냐”…기후부 홍보성 행사 예산 논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의 날 홍보성 행사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1000만 기후시민' 모집에 공무원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일회성 행사보다 탄소중립 실천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후부의 환경의 날 행사와 기후시민 사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제31회 환경의 날 기념식은 당초 2억원 규모로 발주됐으며 환경교육주간 예산을 포함해도 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KBS 음악방송 협찬비 7억4620만원과 기후행동 출범식 비용 5500만원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사업비는 약 12억원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이미 충분히 높다"며 “문화행사에 기존에 없던 예산 7억원 이상을 더해 쓰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관 임기 내 '1000만 기후시민'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도마에 올랐다. 기후부는 각 실·국이 참여하는 10개 분과를 구성해 기후시민 가입 확대에 나섰지만 현재 등록자는 약 12만3000명으로 목표의 1.2% 수준이다. 김 의원은 “공무원들이 무슨 보험 영업사원인 줄 알았다"며 “좋은 정책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기후부의 역할이지 홍보와 성과 쌓기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산의 우선순위도 문제 삼았다. 탄소중립포인트제 녹색생활 실천 분야 가입자는 올해 6월 기준 약 226만명에 달하지만 관련 예산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조기 소진됐다. 김 의원은 환경의 날 관련 사업비 12억원이면 텀블러 이용 400만회분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다며 관련 예산 확대와 기후적응 사업에 재원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만 이를 본인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첫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가급적 예산을 절감하되 기후시민들이 함께 행동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가장 늦은 태풍 ‘참피’ 물러갔지만…27일까지 강풍 주의

역대 국내에 가장 늦게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된 제30호 태풍 '참피'가 제주와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뒤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했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벗어났지만 27일부터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까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참피는 이날 오전 3시께 제주 서귀포 남남동쪽 약 23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했다. 참피가 북상하면서 지난 주말을 전후로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졌다.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제주 한라산 삼각봉에는 415.5㎜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진달래밭 370.5㎜, 성판악 366㎜, 산천단 364㎜, 어리목 355㎜ 등 산지를 중심으로 300~4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제주 215.5㎜, 성산 254.4㎜, 표선 274.5㎜ 등 해안과 중산간 지역에도 2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비바람에 따른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나무가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총 8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풍랑으로 제주와 진도·추자도 등을 잇는 일부 여객선이 결항했고 한라산 일부 탐방로 출입도 통제됐다. 부산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25일 오후 7시21분께 동해선 일광역~월내역 구간에서는 선로변 나무가 쓰러져 전차선 장애가 발생하면서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복구 작업을 마친 뒤 26일 첫차부터 정상 운행이 재개됐다. 태풍이 소멸한 뒤에도 강풍에는 대비해야 한다.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순간풍속 시속 55㎞ 안팎, 산지에서는 시속 70㎞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해안과 일부 전남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해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 역시 순간풍속 초속 20m, 산지는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예상된다. 바다에서도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최대 3.5m, 서해 앞바다 3.0m, 남해 앞바다 2.0m까지 일겠고 먼바다에서는 최대 4.0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과 함께 기온도 급격히 떨어진다. 27일 오후부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밤부터 추워지겠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6~15도, 낮 최고기온은 14~20도로 예상된다. 28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영상 7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국인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 드문 일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에틸렌(PE) 등 5종의 플라스틱 고분자가 검출됐다. 지난 2022년 네덜란드 연구진이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처음 정량 측정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2017~2021년에 채취한 혈액 시료 102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정량 가능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돼 한국인 혈액 속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 혈액 시료 102개 분석…평균 농도 1.45㎍/mL 중앙대 화학과 홍성관 교수와 성균관대 통계학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연구팀은 2017~2021년 국내 성인에게서 채취해 보관한 전혈 시료 102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환경연구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인체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의 시간적 변화: 한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기간 중 비교'다. 연구진은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Py-GC/MS)을 이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대상은 성인 비암 환자의 혈액 시료로, 연도별로 2017년 20개, 2018년 20개, 2019년 21개, 2020년 21개, 2021년 20개였다. 전체 시료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mL당 1.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검출돼 정량 가능한 시료의 농도는 mL당 0.05~35.78㎍으로 차이가 컸다. 검출 빈도가 가장 높은 고분자는 폴리프로필렌으로 전체 시료의 27%에서 확인됐다. 이어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20%, 폴리스티렌 9%,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8%, 폴리에틸렌 3% 순이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ABS와 나일론 계열 고분자 PA66은 검출되지 않았다. 폴리프로필렌은 식품 용기와 포장재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폴리스티렌은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 등에 쓰인다. 폴리에틸렌과 PET 역시 포장재와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혈액 속 고분자가 어떤 제품이나 노출 경로에서 유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코로나19 시기 농도 오히려 낮아져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과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비교했다. 마스크와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늘면서 미세플라스틱 노출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팬데믹 이전 mL당 1.93㎍에서 팬데믹 시기 0.75㎍으로 낮아졌다. 두 기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팬데믹 시기의 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를 코로나19 방역이나 일회용품 사용 증가가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낮췄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같은 사람의 혈액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한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채취한 보관 시료를 분석한 후향적 단면 연구다. 따라서 개인별 체내 축적량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팬데믹이 농도 변화의 원인이었는지를 확정할 수 없다. 연구 대상자의 식습관과 직업, 생활환경 등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연도별 혈액 시료수도 20~21개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실험을 통해 전체 시료의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미세플라스틱 체내 침투는 구체적인 현실로 확인됐다. ◇ 네덜란드 연구진, 2022년 혈액 속 플라스틱 첫 정량 측정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3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등의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당시 연구진은 이중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22명 중 17명(약 77%)의 혈액에서 정량 가능한 플라스틱 고분자가 확인됐다. 평균 농도는 1.6㎍/mL이었다. 연구진은 PET와 PE, 폴리스티렌·발포 폴리스티렌·ABS 등 스티렌계 플라스틱, PMMA 등 4개 계열의 고분자를 확인했다. 폴리프로필렌도 분석했지만 정량한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연구는 인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처음 측정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번 한국 연구의 평균 농도는 각각 1.45㎍/mL로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표본 규모와 분석 대상, 시료 처리 및 정량 조건이 서로 다르므로 두 수치만으로 한국인과 네덜란드인의 체내 미세플라스틱 노출 수준이 같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 검출 사실과 건강 위해성은 구분해야 이번 연구는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분자별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분석법이 측정한 것은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이다. 입자의 개수나 크기, 모양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이번 결과를 혈액 1mL에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개수로 바꿔 해석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도 성인 36명의 혈액을 조사해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의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는 입자 수를 측정한 것으로, 고분자 질량 농도를 측정한 이번 연구와는 분석 방법과 결과 단위가 다르다. 두 연구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편,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건강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도 혈중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특정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았다. 인체에 유입되는 경로와 체내 분포·배출 과정, 장기 노출에 따른 영향 등을 밝히려면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동일인을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잠기는 섬, 솟아나는 섬

한쪽에서는 섬이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섬이 솟아난다. 남태평양 투발루와 카스피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섬은 땅이 융기한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며 생겼다. 물이 넘쳐도, 모자라도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 늘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불과 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 해수면은 2023년까지 30년 새 약 15㎝ 상승했다. 이 낮은 나라에서 몇㎝의 차이는 침수의 빈도와 피해 정도를 크게 바꾼다. 투발루는 석호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바다를 메우고 방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일련의 매립 사업이 마무리되면 주섬에 약 0.21㎢의 땅이 추가된다. 국토가 약 26㎢인 나라가 고향을 지키려고 벌이는 사투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금세기 말의 전망치보다 오늘 발을 디딜 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대 내륙 수역인 카스피해에서는 거꾸로 물이 줄었다. 카자흐스탄 관할 수역의 수위는 1996~2025년 약 2.45m 낮아졌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없는 이곳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 증가에 댐과 취수로 인한 유입량 변화까지 겹친다. 수심이 대체로 3~6m인 북부 연안에서는 조금만 물이 줄어도 해안선이 멀리 후퇴한다. 항만과 어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습지가 줄어든다. 바닷물의 열팽창과 육상 얼음의 융해로 해수면이 오르는 대양과는 조건이 다르다. 같은 온난화가 지형과 물의 순환에 따라 정반대의 풍경을 만든다. 카스피물범의 사정은 땅이 늘어난다고 살 곳이 늘어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수천 마리가 모였던 섬은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 섬을 둘러싸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던 물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쉴 곳을 잃은 물범은 더 많은 어업과 선박, 석유·가스 사업에 노출된다. 새끼를 낳을 겨울 얼음마저 불안정해진다. 인간이 지도 위에서 새 땅을 발견하는 동안 물범은 제 집을 잃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러나 배출을 줄인다고 내일 당장 수면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바다에 축적된 열과 빙상의 느린 반응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오래 이어진다. 감축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살아야 하므로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투발루의 해안 방어와 안전한 거주지 확보, 카스피해 유역의 물 사용 조정과 물범 피난처 보호가 모두 시급하다. 다만 방조제와 매립으로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응은 감축을 미루는 구실이 될 수 없고, 감축 약속도 당장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생존에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앞칸 승객들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꼬리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같은 열차에 탔다고 같은 재난을 사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 물범, 배출에 기여한 몫이 작은 태평양 빈국이 먼저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은 그 장면을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지킬 자원과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회가 감축의 속도를 흥정하는 사이, 협상력이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비용부터 치른다. 그러므로 적응을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주문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감축을 서두르고 취약국의 적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적응 지원금을 내고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한 손으로 방조제를 쌓으며 다른 손으로 물을 밀어 넣는 셈이다. 기후협상에 대표를 보낼 수조차 없는 생물들의 서식지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방조제의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누가 보호받느냐다. 투발루와 물범에게 함께 버티자고 하면서 앞칸의 생활을 고집한다면, 지키려는 것은 지구인가, 특권인가. bienns@ekn.kr

1.5℃ 저지선 뚫린다는데…인류 선택지 담은 ‘종합보고서’ [기후 신호등]

다음달 9~20일에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는 3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열린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 사회가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65차 기후변화협약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제7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7) 발간 일정 합의가 무산됐다. IPCC는 1988년 설립 이후 5~7년 주기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국제 기후협상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왔다. 유럽연합(EU)과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등은 7차 보고서를 2028년 내에 발간해 각국의 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에 최신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인도 등은 개발도상국 과학자의 참여와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발간 시기를 2029년 이후로 늦출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주요국의 분담금 납부 지연으로 예산 위기까지 닥쳐 보고서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COP31을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기상기구(WMO), 유엔대학 수자원·환경·보건 연구소(UNU-INWEH), 글로벌 에너지 씽크탱크 엠버(Ember) 등이 발간한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 하나의 '특별보고서'로 정리했다. ◇ 지구 기온은 얼마나 오를까 UNEP가 지난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 격차 보고서 2026'은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현재 각국의 기후정책이 유지되면 금세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8℃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상승폭은 2.6℃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각국의 감축 약속을 모두 지키더라도 파리협정의 장기 온도 목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면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폭을 다시 1.5℃ 이하로 낮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 UNEP 보고서는 1.5℃ 목표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더라도 초과 폭과 기간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으로 돌아가는 '최저 초과 경로'를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초점을 1.5℃ 초과 자체를 피하는 데서 초과 폭을 줄이고 복귀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최저 초과 경로에서도 기온 상승폭을 곧바로 1.5℃ 아래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21세기 중반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7~1.8℃까지 올라간 뒤,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통해 2100년까지 1.5℃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 경로 역시 실현 가능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UNEP는 2100년까지 1.5℃ 이하로 복귀할 가능성을 약 50%로 평가했다. ◇ 2035년까지 배출량 45% 줄여야 UNEP가 제시한 최저 초과 경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5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45%, 2040년까지 69% 줄어야 한다. 2025~2035년에는 매년 평균 5.7%씩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반면 현재 각국이 제출한 NDC를 이행하더라도 배출량 감소 폭은 2030년 5~8%, 2035년 11~1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각국의 약속과 실제로 필요한 감축 수준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감축을 미룰수록 나중에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5년 더 지속될 때마다 지구 기온의 정점이 약 0.1℃씩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금세기 동안 대기에서 약 32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영구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이는 2024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의 약 8년 치에 해당한다. 탄소 포집·제거 기술의 경제성과 대규모 적용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미래의 탄소 제거에 의존하기보다 현재의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UNEP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메탄 배출 감축 등 이미 효과가 확인된 정책을 더욱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물 부족 넘어 '물 파산'…자연자본 회복 한계에 직면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가 직면한 또 다른 위협은 수자원 고갈이다. UNU-INWEH는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 살아가는 인류' 보고서에서 일부 지역의 수자원 시스템이 과거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물 파산은 일시적인 가뭄이나 물 부족과 다르다. 자연이 보충하는 양보다 많은 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지하수와 습지 등 물을 저장하고 조절하는 자연자산까지 훼손해 시스템의 회복 능력을 잃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금융에 비유하면 강수와 하천 유량, 저수지 등은 매년 수입이 들어오는 당좌예금에 해당한다. 반면 지하수와 빙하처럼 장기간 축적된 수자원은 저축에 가깝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을 때 저축을 꺼내 쓰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산 자체가 고갈된다. 지하수를 지나치게 퍼 올리면 대수층이 압착되고 지반이 침하할 수 있다. 습지 파괴와 빙하 소실, 토양 염류화와 수질 오염도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자연의 기능을 약화한다. UNU-INWEH는 전 세계 약 40억 명이 매년 적어도 한 달 동안 심각한 물 부족을 겪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물 부족이 발생할 때마다 댐이나 관정 등 공급 시설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물을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생태계의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100년 만에 석탄 발전 추월 전력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진전도 확인됐다. 엠버가 지난 4월 발표한 '글로벌 전력 리뷰 2026'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8%로 높아졌다. 발전량은 1만730 TWh(테라와트시)로, 석탄 발전 비중 33.0%(1만476TWh)를 사상 처음 앞질렀다. 수력·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현대 전력 시스템에서 석탄을 넘어선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5년 23.0%에서 2025년 33.8%로 10년 동안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17.3%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석탄 발전 비중은 2015년 38.7%에서 2025년 33.0%로 낮아졌다. 태양광 발전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5년 태양광 발전량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2778TWh로 집계됐다. 증가량은 636TWh로, 같은 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75%를 충당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저탄소 전력의 증가량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을 웃돌았다. 그 결과 전 세계 화석연료 발전량은 전년보다 0.2%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하려면 송전망 확충과 전력저장장치(ESS), 수요관리, 전력시장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환을 완성할 수 없으며, 생산한 전력을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 기후·대기오염 함께 줄이면 투자액의 15배 편익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UNEP와 기후·청정대기연합(CCAC)이 지난달 발표한 '숨겨진 자산: 기후 및 청정대기 행동의 경제적·보건적 근거'는 기후변화 완화와 대기질 개선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보건 편익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에너지·산업·수송·농업·가정용 연료·폐기물 등 6개 분야에서 25개 검증된 정책과 기술적 해법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함께 대응하는 정책에 1달러를 투자하면 약 15달러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수익률을 나타내는 내부수익률(IRR)은 60%로 추산됐다. 보건비용 절감과 노동 생산성 향상, 기후재해 피해 감소 등을 포함한 편익이 투자 비용을 웃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직접 발생하는 편익만으로도 10년 이내에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제시된 25개 해법이 충분히 이행될 경우 2050년까지 조기 사망 1억4400만 건을 예방하고, 수억 건의 만성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질 개선을 함께 추진하면 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약 0.34℃ 억제하고, 2100년까지는 약 1.4℃의 추가 온난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목표보다 실행…기후정책의 전환이 관건 최근 국제기구의 보고서들이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의 1.5℃ 초과 가능성이 커지고, 일부 수자원 시스템은 과거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의 확대는 전력 부문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완화할 수단과 정책적 기회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면 온실가스 감축을 뒤로 미루지 않고 에너지·산업·수송 부문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 관리에서는 자연자본의 손실을 인정하고 남은 수자원을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이용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함께 줄이는 정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설비의 종류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전망 확충, 전력 수요관리, 산업 부문의 효율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물 정책에서도 공급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유역 단위의 물 수지와 지하수·습지 등 자연자본의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가상의 보고서'를 만든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확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1.5℃ 목표의 초과 가능성이 커졌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남아있는 선택지가 무엇이고 무엇을 서둘러야 하는지 깨닫기 위함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날씨] 태풍 ‘참피’ 북상…제주·남해안 풍수해 위기경보 ‘주의’ 상향

제30호 태풍 '참피'가 북상함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24일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의 풍수해 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위기경보가 상향된 지역은 제주도와 전남광주, 부산, 울산, 경남 등 5개 시도다. 특히 이틀간 많은 비가 쏟아진 제주에서는 침수 피해 등이 발생했다. 제주국제공항의 항공편은 4편(사전결항 16편 제외)이 결항하고, 121편이 지연 운항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10편의 여객선 중 추자도를 경유해 완도로 가는 송림블루오션호와 진도로 가는 산타모니카호는 결항했다. 제주에는 내일까지 강하고 많은 비와 바람이 예상된다.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의 풍랑특보가 25일 오전 태풍특보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한라산 둘레길, 오름, 해안이나 산간 올레길 출입을 자제하고,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및 급류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태풍 '참피'는 이날 오전 9시 대만 타이베이 동쪽 약 1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4㎞ 속도로 동북동쪽을 향하고 있다. 행안부는 제주 지역에 이어 전남광주, 부산, 울산, 경남에도 현장상황관리관을 추가 파견해 지방정부의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지원에 나섰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태풍·호우 영향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모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9월까지 폭염·폭우 발생 원인…“비구름 전선 213㎞ 북상”

국내 연구진이 최근 9월까지 늦더위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전선의 북상을 지목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동아시아 지역의 비구름 통로 역할을 하는 전선이 과거보다 북쪽에 오래 머물면서 늦여름 폭염과 호우 위험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전선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는 경계다. 이곳으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져 집중호우가 발생한다. 동시에 높은 기온과 습도로 체감 더위도 심해진다. 통상 여름철 한반도 부근까지 올라온 전선은 9월이 되면 남쪽으로 물러난다. 연구진은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7년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재분석자료를 이용해 동아시아 전선의 위치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최근 2006~2025년 장마철 전선은 1979~1998년보다 약 146㎞ 북상했다. 특히 9월 10~30일에는 전선 중심축이 과거보다 약 213㎞ 북쪽에 위치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직선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9월의 변화가 장마철보다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기온과 습도, 햇볕 등을 반영한 체감 열 스트레스 지수인 '습구흑구온도(WBGT)'도 분석해 전선 북상으로 9월 폭염과 집중호우가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커졌음을 확인했다. 문수연 APCC 박사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재해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만큼 폭염과 집중호우를 함께 대비하는 통합 방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기후 및 대기과학'에 게재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사람이 일으킨 ‘온난화’가 자연의 ‘빙하기 도래’ 막아

인간의 산업 활동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자연적인 지구 기후 주기마저 뒤흔들며, 원래대로라면 진행되었어야 할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를 막아섰다는 정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의 니콜라스 영 연구원과 뇌르크 셰퍼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22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 고대 식물 유해 연대측정으로 밝혀내 과거 빙하기 때 북아메리카 대륙의 약 30%를 덮었던 거대한 '로렌타이드 빙상(Laurentide Ice Sheet)'은 대부분 소멸했지만, 캐나다 바핀섬(Baffin Island) 중앙 고원에는 그 마지막 잔재인 '반스 빙모(Barnes Ice Cap)'가 남아있다. 일반적인 빙하와 달리 반스 빙모(氷帽)는 바닥 암석에 얼어붙은 채 지면을 쓸고 내려가지 않아, 빙하 아래 묻힌 과거의 이끼와 식물 유해를 고스란히 보존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빙모 주변의 암석 표면 노출 연대를 측정하는 베릴륨(Be)-10 기법과 빙하가 확장하면서 덮어버린 고대 이끼·식물 유해의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 (¹⁴C)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반스 빙모는 약 3600년 전 최소 크기로 줄어들었다가, 약 2000년 전부터 여름철 온도가 낮아지면서 다시 확장하기 시작했음이 확인됐다.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 궤도 변화(밀란코비치 주기)에 따른 여름철 일식량 감소로 빙하가 커지기 시작한 이 시점은 지구 기후 시스템상 자연스러운 '다음 빙하기(Glacial Inception)'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명확한 지질학적 신호였다. 실제로 소빙하기(Little Ice Age, 1780~1880년경)에 이르기까지 약 2000년 동안 북극권의 빙하는 꾸준히 세력을 넓혀왔다. ◇ 1960년대 인류 온실가스로 빙하기 진입 '종식' 그러나 2000년 동안 이어진 빙하기 진입 흐름은 20세기 후반 들어 급격히 꺾였다. 연구팀이 항공 사진과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60년대부터 반스 빙모는 확장세를 멈추고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빙모 가장자리가 연평균 약 4m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과 이로 인한 여름철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기후 냉각 주기를 완전히 압도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자연 상태라면 당연히 진행되었어야 할 빙하기 진입 과정이 인류가 만든 온난화에 의해 중단(termination)되었다"며 “인간 활동이 지구 기후 시스템에 얼마나 강력한 충격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 인류, 지구를 움직이는 '지질적 행위자'… '인류세'의 명확한 증거 이번 연구에 대해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의 숀 마콧(Shaun A. Marcott) 교수는 '사이언스' 논평을 통해 “인간은 이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빙하기-간빙기 주기를 저지하고, 향후 수십만 년 동안 지구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질적 행위자(geologic agent)'가 됐다"고 평가했다. 수십만 년 단위로 작동하던 지구의 거대한 지질학적·기후적 주기를 인류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완전히 역전시켰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질학적 시간 단위에서 인간이 지구 시스템의 가장 강력한 변화 주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지구 역사의 새로운 지질 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타당하다는 점을 이번 성과가 강력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 지구의 공전 궤도와 자전축 방향·기울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분포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고위도 지역의 여름철 일사량에 영향을 미쳐 빙하가 성장하거나 녹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란코비치 주기는 지구 역사에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된 원인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다만 현재의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으로 증가한 온실가스가 주된 원인이며, 밀란코비치 주기는 수만 년 규모로 작용하는 자연적 요인이다. 밀란코비치 주기의 주요 요인은 ① 이심률(지구 공전 궤도의 타원 정도, 약 10만~40만 년 주기), ② 자전축 기울기(약 4만 1,000년 주기), ③ 세차운동(자전축 방향의 변화, 약 1만 9000~2만 3000년 주기) 등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방 가스·기름연기, 피부 넘어 심장·콩팥까지 ‘위협’

주방에서 발생하는 가스 연소 배출물과 요리 기름증기가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 상업용 주방에서는 이산화질소와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생쥐 실험에서는 아토피 피부염과 기름증기 노출이 겹칠 때 심장·콩팥 등 여러 장기의 염증 및 대사 변화가 두드러졌다. 다만 사람에게서 같은 건강 영향이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 환기 꺼진 밤에도 식당 주방에 유해물질 축적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PSE 헬시 에너지(PSE Healthy Energy)와 스탠퍼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상업용 주방의 공기질과 온도를 실측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미국 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뉴욕주 주방 27곳을 조사한 결과, 가스 조리기구를 사용하는 24곳 중 17곳(약 71%)에서 조리 시간 중 이산화질소(NO₂)의 1시간 평균 농도가 연구진이 적용한 비교 기준인 100ppb(1ppb=10억분의 1)를 초과했다. 일부 주방에서는 순간 농도가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단기 노출 기준인 1000ppb를 넘었다. 5곳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 농도가 연구진의 비교 기준인 8.4ppb를 초과했고, 일산화탄소도 일부 공간에서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특히 가스 주방 22곳 중 16곳에서는 환기 시스템을 끈 야간에 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메탄·벤젠 농도의 중앙값이 조리 시간보다 높았다. 영업 종료 후에도 버너 점화를 위해 작은 불꽃을 유지하는 점화용 불꽃(파일럿 라이트) 등으로 가스가 계속 연소하거나 배출되면, 환기가 중단된 공간에 오염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열(heat) 환경도 문제였다. 가스 주방 19곳 중 13곳은 섭씨 32.2도를 넘었고, 10곳에서는 37.8도 이상의 고온이 관측됐다. 반면 전기 조리기구만 사용하는 주방 3곳에서는 조사 대상 오염물질의 기준 초과 사례가 없었고 실내 온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전기 주방의 경우 표본 수가 적고, 전기 조리도 음식과 기름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기름증기와 피부 장벽 손상, 전신 대사 변화 중국 푸단대학교와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요리 기름증기(COF)와 아토피 피부염의 복합 노출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6주간 피부염 유발 조건과 식용유 가열 때 발생하는 기름증기 노출 상황을 각각 적용하거나 동시에 적용했다. 그 결과 두 요인에 함께 노출된 집단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6와 TNF-α 등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 물질들은 체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추가 분석에서는 폐뿐 아니라 혈액·심장·콩팥에서도 대사 변화가 관찰됐다. 염증과 관련된 숙신산은 증가했고, 크산틴·요산 등 퓨린 대사물질은 감소했다. 세포의 항산화 방어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경로에도 변화가 나타났고, 심장과 콩팥에서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의 분포와 대사 양상이 달라졌다. 이는 피부 장벽 손상과 기름증기 노출이 겹칠 때 여러 장기의 생화학적 과정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생쥐에서 나타난 대사 변화가 사람에게서도 심장병이나 콩팥 질환으로 이어질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 영업 전 환기와 가스 관리는 필수…전기화도 대안 이들 두 연구는 조리 중뿐 아니라 영업 외 시간의 주방 공기질도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가스 주방에서는 영업 종료 후 점화용 불꽃의 유지 필요성을 확인하고, 제조사의 안전 지침에 따라 불필요한 연소와 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영업 재개 전에는 환기 설비와 가스기기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충분히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인덕션 조리기구는 가스 연소에서 직접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등의 배출을 줄이고 주방의 열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음식과 기름을 가열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까지 없애지는 못하므로 적절한 배기·환기 설비가 함께 필요하다. 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공간인 동시에 연소와 고온 조리로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작업장이기도 하다. 조리 종사자의 건강을 보호하려면 조리 중 환기뿐 아니라 야간 기기 운전과 실내 온도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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