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단체 공동 성명 “메가프로젝트, 화석연료 확대 구실돼선 안 돼”

기후환경단체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공급 계획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막대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무력화되고 화석연료 발전을 늘리는 구실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 3개 기후환경단체는 15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메가프로젝트가 기후 위기의 주범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용인·호남 반도체 산단 및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30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를 반영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수정·보완하겠다는 방침을 13일 공식화했다. 이는 국가 여름철 피크 전력의 3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확실한 재무적 계약이나 약정이 없는 불확실한 장기 수요를 전력 계획에 성급히 반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부풀려진 수요에 맞춰 발전 설비를 과잉 건설할 경우, 막대한 건설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발전소가 국가적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전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화석연료 발전이 확대되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언급하고, 삼성전자 등 수요 기업이 신규 LNG 열병합발전 건설을 공개 요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단체들은 “동해안과 강릉 등의 민자 석탄발전소는 이미 송전 제약으로 이용률이 낮은 퇴출 대상"이라며 “이런 발전소 인근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어 가동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기후 목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석탄과 LNG 기반의 데이터센터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호남 지역의 잉여 재생에너지 활용을 제시했다. 송전선 포화로 계통 연계가 지연되고 있는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해당 지역 산단에 곧바로 공급해 지역 균형 발전과 실질적인 'RE100 산단'을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정부에 네 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재무약정 등 구속력 있는 확정 수요만 전력 계획에 반영할 것 △메가프로젝트를 화석연료 설비 확장의 명분으로 삼지 말 것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 중심으로 전력 공급 계획을 수립할 것 △용인 국가산단의 무리한 완공 일정 단축과 LNG 중심 전력 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 등이다. 이들은 “산업 경쟁력 제고와 기후 목표 달성은 결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대규모 전력 수요의 출현은 화석연료를 더 태울 핑계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을 개혁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전례 없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번 공동 입장문에는 에너지전환포럼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원전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李 대통령 지시 두 달 만에…‘산림 유령법인’ 900여곳 무더기 적발

이재명 대통령이 산불 피해 복구사업을 둘러싼 '산림 유령법인' 실태를 전면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여 만에 산림청이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놨다. 현장조사를 마친 산림사업법인 가운데 등록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기술자격 대여·중복취업 등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업체가 9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15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함께 실시한 산림사업법인 실태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산림기술자격 대여와 유령법인 운영 의혹이 제기된 이후 숲가꾸기와 조림 등 산림사업을 수행하는 전국 산림사업법인 1901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현장조사에서는 전체 대상 가운데 1412개 업체를 조사했으며, 폐업이나 소재지 변경 등으로 489개 업체는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 등록요건인 자본금, 사무실, 기술인력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기술자격 대여, 이중취업 등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업체는 900여 곳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 추가 조사와 관계기관 확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위법 사실이 확인된 사례에 대해서는 즉시 행정·사법 조치에 착수했다. 기술자격 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업체 30곳과 기술자 126명, 이중취업 금지 규정을 위반한 기술자 39명과 관련 업체 48곳 등 모두 78개 업체와 기술자 165명에 대해 수사 의뢰와 기술자격 취소·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충북 보은의 한 산림사업법인은 법인 등록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지인들의 산림기술자 자격증을 빌려 보유 기술자로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산림기술자는 여러 지역 산림사업법인에 동시에 상시 기술인력으로 등록하거나 다른 업체가 수주한 사업 현장대리인으로 참여하는 등 중복취업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아직 조사하지 못한 업체와 보완조사가 필요한 업체를 대상으로 오는 8월 말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고용보험 정보와 4대 보험 가입 여부, 근로계약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자격 대여와 유령법인 운영 여부를 추가로 들여다본다. 또 실태조사나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기존 법인을 폐업한 뒤 새 법인을 등록하는 사례도 포착됨에 따라 법인 등록 단계부터 기술인력의 상시근로 여부와 중복 등록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해 부실 법인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추진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6일 산불 피해 복구사업을 유령회사가 수주한 뒤 제대로 복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내각에 구조적 부정비리의 실태를 파악하고 근본 대책과 문책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열대야 다음 날 유독 빵빵거리는 도로…범인은 ‘대중 수면 부족’

밤새 무더위에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어느새 아침이다. 피곤한 몸으로 출근길 운전대를 잡는다. 신호가 바뀐 것을 늦게 알아차리고, 앞차가 급정거해도 평소보다 반응이 한 박자 늦다. 폭염과 열대야가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에서 이런 운전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열대야 다음 날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을까. 아직 이를 직접 확인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구진이 제시한 '대중 수면(public sleep)' 개념은 이런 가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잠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현상'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수면·인지센터와 하버드대 의대 수면의학부 연구팀은 지난 4월 국제학술지 '클락 앤드 슬립(Clocks & Sleep)'에 '잠 못 드는 사회: 대중 수면 개념의 도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말하는 '대중 수면'은 특정 사건을 함께 경험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수면 시간과 질이 집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선거와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자연재해,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경기 등이 대표적이다. 수면을 침실 안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일정과 감정, 공동의 경험에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머타임이다. 봄철 서머타임 전환 직후 사람들의 수면 시간은 평균 30~40분 줄어든다. 미국수면의학회(AASM)는 축적된 연구를 토대로 이 시기에 심혈관 질환과 기분 장애, 자동차 사고 위험 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17~19시간 깨어 있으면 '술 마신 것과 비슷' 수면 부족의 위험은 단순히 졸린 데 그치지 않는다. 뇌가 주변 자극을 알아차리고 판단한 뒤 몸을 움직이는 일련의 기능이 떨어진다. 논문이 인용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17~19시간 연속 깨어 있을 경우 인지·운동 기능 저하 정도가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와 비슷해질 수 있다. 각성 수준이 낮아지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며,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도 손상된다. 2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기능 손상은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에서 예상되는 수준과 비슷해진다. 예를 들어 오전 6시에 일어난 사람이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깨어 있다면 이미 17~19시간 연속 각성 상태다. 밤을 꼬박 새워야만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운전에서는 작은 기능 저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신호 변화를 알아차리는 시간이 늦어지고, 앞차의 급정거나 보행자의 갑작스러운 진입에 반응하는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여러 상황을 동시에 살피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도 둔해진다. ◇잠 못 잔 사회, 사고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집단적인 수면 부족의 영향은 안전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논문은 만성적인 수면 장애가 우울증과 불안 위험 증가, 감정 조절 능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재해나 대규모 사회적 충격 이후의 수면 장애는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의 발생과 지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행동도 줄어들 수 있다. 단 하룻밤의 수면 부족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친사회적 행동'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봄철 서머타임 전환으로 잠이 1시간 줄어든 뒤 자선 기부가 10% 감소했다는 분석도 논문은 소개했다. 수면 부족은 투표와 시민적 의무 수행, 사회적 협력 행동 감소와도 관련이 있었다. 경제적 손실도 크다. 국제 정책연구기관인 'RAND 유럽'은 수면 부족으로 미국 경제가 입는 손실을 연간 약 4110억 달러(약 615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2.28%로 추산했다. 생산성 저하와 결근, 사망 위험 증가 등을 합산한 결과다. 수면 부족으로 사라지는 노동일도 미국에서만 연간 약 120만 일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열대야 다음 날 사고 늘까…한국에서 확인해볼 가설 이번 논문은 열대야를 직접 연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열대야가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를 늘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처럼 여름철 열대야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충분히 검증해볼 만한 가설이다. 열대야가 이어지면 수많은 시민이 같은 밤에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고 운전한다. 개인의 수면 부족이 수십만·수백만 명 규모로 겹칠 수 있는 셈이다. 폭염 시대의 열대야는 단순히 “밤잠을 설쳤다"는 불편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도시 전체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다음 날, 도로와 일터, 사회 전체는 평소보다 위험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상청의 열대야 자료와 경찰의 시간대별 교통사고·신호 위반·과속 자료를 결합하면 열대야 다음 날 사고와 법규 위반이 실제로 증가하는지 분석할 수도 있다. 요일과 강수량, 휴가철, 교통량 등의 영향을 보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진도 '대중 수면'을 측정 가능한 집단 현상으로 파악하면 위험 시기를 감시하고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태풍 ‘바비’ 영향 밤 사이 강한 비…16일부터 다시 비

연일 이어지던 폭염이 잠시 주춤하고 전국에 비가 내리겠다. 이번 비는 중국에 상륙한 뒤 세력이 약화된 제9호 태풍 '바비'가 몰고 온 다량의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오늘(14일) 밤사이 짧고 강하게 쏟아지는 '야간 게릴라성 호우'가 될 것으로 보여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 밤부터 내일(15일) 새벽 사이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 사이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겠다. 그 밖의 수도권 지역에서도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예고됐다. 내일까지 예상되는 총 강수량은 수도권 30~100㎜(경기 북부 최대 120㎜ 이상), 강원 북부 내륙 최대 100㎜ 이상이다. 비구름대의 이동 속도가 빨라 한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강약을 반복하며 매우 세차게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강한 비가 집중되는 시간대가 대피와 대응이 어려운 '야간 취약 시간대'인 만큼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임진강과 한탄강 등 경기 북부 접경지역 하천은 수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인근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가 그친 뒤에도 더위는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내일 오후 비가 그친 뒤 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모레인 16일 오후부터는 정체전선이 다시 활성화돼 제주도와 전라권을 시작으로, 17일 아침에는 충청 이남 지역으로 장맛비가 확대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비구름대의 폭이 매우 좁아 인접한 지역 간에도 강수량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최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하천수 너무 뜨겁다”…프랑스, 기록적 폭염에 원전 가동 줄여

프랑스 국영 에너지 기업 EDF가 최근 국가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일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뜨거워진 하천의 수온을 조절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규제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 중에는 원자로 냉각을 위해 인근 하천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냉각 과정에서 따뜻해진 물을 다시 하천으로 방류한다. 이른바 온배수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해 하천 수온이 이미 크게 높아진 상태에서 뜨거운 냉각수가 추가로 유입될 경우, 수온이 환경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EDF 대변인은 “원자로 자체는 고온 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므로 원전 안전의 위험은 없다"면서 “이번 조치는 물고기와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방류되는 냉각수의 온도를 제한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높은 취수 온도는 복수기의 냉각 효율을 떨어뜨리고 발전 효율과 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원전의 감발과 정지를 직접 촉발한 것은 대부분 하천의 열 방류 규제다. ◇원전 3기 가동 중단 7~8기 출력 제한 현재 프랑스 내에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원전은 총 3기다. 구체적으로는 가론강 유역의 골페슈(Golfech) 2호기(1,300MW(메가와트)), 론강 유역의 뷔제(Bugey) 3호기(900MW), 그리고 뫼즈강 유역의 슈(Chooz) 2호기(1,450MW)가 가동을 멈췄다. 가동이 중단된 원자로 3기의 총 용량은 약 3.65 GW(기가와트)로, 이는 프랑스 전체 원전 설비 용량(약 61GW)의 약 6%에 해당한다. 흔히 '폭염으로 하천수가 뜨거워져 원전을 냉각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차이가 있다. 상당수 원전은 기술적으로 냉각이 불가능해져 멈춘 것이 아니다.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 냉각에 사용한 물이 하천으로 되돌아가면서 수온을 더 높여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환경 기준을 넘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 원자로 3기 외에도 약 7~8기의 원자로가 추가적으로 출력을 낮춰 운전하며 상황에 따라 가동 수준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의 출력을 낮추면 발생하는 열도 줄고, 냉각계통이 하천으로 배출하는 열의 양도 감소한다. ◇전력 공급 위태로울 때는 일부 기준 완화도 프랑스 원전의 수온 기준이 발전소마다 다르다. 하천의 유량과 수온, 냉각 방식, 지역 생태계 등을 고려해 원전별로 열 방류 기준을 정하기 때문이다. 가동이 중단된 골페슈 원전은 가론강 물을 이용하는데, 골페슈 원전은 지난 9일 2호기를 정지했다. EDF는 가론강 수온이 10일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자로를 멈췄다. 특히 EDF에 따르면 골페슈 원전에서 사용된 물은 대부분 가론강으로 되돌아가며, 원전 가동으로 높아지는 강의 수온은 평균 0.2℃ 정도다. 하류의 일평균 수온이 28℃를 넘으면 원전 출력을 조절하거나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강물이 이미 28℃에 육박한 상황에서는 원전 온배수가 수온을 0.2℃만 더 높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냉각수가 원자로를 식힐 능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라 하천이 추가적인 열을 받아들일 환경적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론강변 뷔제 원전도 비슷하다. EDF는 지난달 25일 론강 수온이 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3호기를 정지했다. 이 원전의 환경 기준은 5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하류의 평균 수온이 26℃ 이하, 원전에 의한 평균 수온 상승 폭은 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각각 24℃와 7℃가 적용된다. 전력 공급이 위태로운 예외 상황에서는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 추가적인 환경 감시를 실시해야 한다. ◇대응 방안 및 향후 대책 EDF는 높은 하천 수온과 낮은 유량 때문에 발생한 원전 발전 손실이 2000년 이후 연평균 전체 원전 발전량의 0.3%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전체 원전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잦아지면서 하천을 냉각수원으로 사용하는 원전의 '열적 한계'는 새로운 기후 적응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EDF는 단기적인 전력 수급 안정과 장기적인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몇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는 한시적 규제 예외 승인이다. 프랑스 경제부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뷔제 원전 인근 론강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한시적으로 수온 제한 예외 조치를 승인했다. 이는 폭염 속 냉방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 안보를 우선시한 조치다. 둘째는 87억 유로 규모의 '적응 계획'이다. EDF는 향후 15년간 87억 유로(약 13조 원)를 투입해 기후 변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방류 전 냉각수 온도를 미리 낮추는 시스템 도입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시보(Civaux) 원전에서 이미 이와 유사한 냉각수 온도 저감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셋째는 수력 및 전력망 강화다. 수력 발전의 물 관리 능력을 높이고, 기상 이변에 대비해 섬 지역의 전력망 인프라를 강화하는 내용도 계획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이후 프랑스를 강타한 세 번째 폭염에 따른 것으로, 기후 변화가 국가 핵심 에너지 인프라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단체, 신규 원전 추진에 일제히 반발…“핵 산업계 이익 대변”

정부와 여당이 신규 원전 추가 확대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이재명 정부에 대한 환경단체의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이다. 14일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부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과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역행하는 잘못된 계획"이라며 실제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핵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3일 개최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이번 전기본의 원전 추가 검토는 메가프로젝트의 적기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기보다, 신규 물량을 창출해 주기 위한 핵 산업계 내부의 이해관계를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신규 원전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10년 이상 걸리는데, 기술과 수요가 급변하는 AI 산업의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뒷받침할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 구축이 어려워지고,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로 지역 간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원전 확대로 인해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공동집행위원장은 “가스 발전소 신설, 핵발전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 SMR까지 모두 증설하겠다는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핵발전 위험과 에너지 부정의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13일 메가프로젝트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역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의 실효성과 방향성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 원전 중심의 잘못된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요 관리 및 분산형 전력 체계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새롭게 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전국 세찬 비에도 ‘최고 37도’ 밤낮없는 찜통더위

오는 15일까지 전국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이어지겠으나 밤낮없는 찜통더위도 계속되겠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에 비가 이어지겠고, 특히 중부지방과 전라권을 중심으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서해5도 30~100㎜(경기 북부 많은 곳 120㎜ 이상), 강원 내륙·산지와 충청권, 전북권 30~80㎜(강원 북부 내륙 많은 곳 100㎜ 이상), 광주·전남, 제주도 20~60㎜, 강원 동해안, 경상권, 울릉도·독도는 5~40㎜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무더위의 기세는 꺾이지 않겠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강원 동해안과 경상권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 안팎까지 오르겠으며, 특히 경북권은 35℃ 안팎까지 치솟아 매우 무덥겠다. 밤사이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겠다. 이날 전국 최저기온은 23~27℃, 최고기온은 27~37℃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김포공항 강풍 불면 1400만원 날아간다…‘항공편 지연의 경제학’

지난 12일 강풍이 불었던 제주공항에서는 국내선 105편이 결항했고, 지연 운항도 이어졌다. 국제선 3편은 강풍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이처럼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가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기상 문제로 항공기가 10분 늦게 출발한다면 승객 한 사람에게는 큰 불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승객이 한꺼번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후변화로 극한기상이 잦아지면서 항공기 지연으로 승객들이 잃어버리는 '시간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김선호 연구원은 최근 '한국 김포~제주 항공노선의 극한기상에 따른 항공편 지연과 사회적 비용'이란 제목의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항공 운항 관리 저널(Journal of Air Transport Manage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7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김포~제주 항공편과 기상 자료를 분석했다. 김포~제주 노선은 2017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 항공노선으로 꼽힌다. ◇김포는 강풍, 제주는 폭설에 취약 분석 결과, 두 공항에서 항공기 출발 지연을 유발하는 '약점'이 달랐다. 김포공항에서는 강풍이 평균 약 8.94분의 추가 지연을 일으켜 영향이 가장 컸다. 집중호우는 평균 1.56분, 폭설은 1.36분, 한파는 0.82분의 추가 지연과 관련이 있었다. 제주공항에서는 강풍이 평균 3.54분, 폭설이 3.39분의 추가 지연을 유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주에서 바람이 더 강한데도 강풍 지연은 김포가 더 길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활주로 방향과 측풍, 기상 대응 인프라 차이에 주목했다. 풍향·풍속을 나타내는 풍향도, 즉 '바람 장미'를 보면 제주공항은 북서풍이, 김포공항은 남서풍이 우세하다. 제주공항 활주로는 동-서 방향, 김포공항은 북서-남동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강풍이 불 때 활주로 옆에서 부는 측풍(crosswind) 조건에 빈번하게 노출돼 항공기 이착륙 지연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공항은 2001년부터 11개 원격 센서를 갖춘 저층 윈드시어 경보시스템(LLWAS)을 운영해 왔다. 반면 김포공항에는 이같은 시스템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경우는 반대다. 김포공항은 제주보다 제설 장비를 더 많이 갖춰 폭설에 따른 지연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같은 날씨라도 공항이 무엇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승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승객 1240명이 잃은 '9분의 값'은 1400만원 연구진은 항공기 지연으로 승객이 잃어버린 시간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했다. 여기서 사회적 비용은 항공사의 손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출장이 늦어 업무 시간이 줄거나, 관광객의 여행 시간이 짧아지고, 휴식과 개인 일정에 쓸 시간이 사라지는 데 따른 승객들의 '기회비용'을 합친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항공 여행시간 가치 연구 12건을 분석해 승객 1명의 평균 시간 가치를 시간당 57.07달러로 추정했다. 업무 목적 승객은 103.87달러, 여가 목적 승객은 51.87달러였으며 김포~제주 승객 비율을 업무 10%, 여가 90%로 적용했다. 김포공항에서 강풍이 불면 승객들은 기상 영향으로 평균 약 9분을 추가로 잃는다. 연구진은 시간당 평균 승객 1240명을 적용했다. 계산 결과(1240명 × 시간당 57.07달러 × 0.15시간)는 1만615달러, 약 1400만원이다. 만일 강풍으로 인한 출발이 더 지연된다면 손실은 더 커진다. 제주공항에서는 강풍으로 약 3.6분의 추가 지연됐을 때 승객의 시간 가치 약 4246달러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손실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승객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라면 같은 9분 지연이라도 피해를 입는 승객이 늘어나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계산에는 결항·회항으로 인한 손실이나 추가 숙박비, 교통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런 비용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포에는 '바람 감시', 제주에는 '제설'에 투자 필요 승객 한 사람이 잃어버린 평균 9분의 시간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 항공노선에서 수천, 수만 명이 반복해서 시간을 잃는다면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 된다. 이 때문에 공항에서도 승객의 시간을 지키는 투자가 필요하고, 공항 특성에 따른 맞춤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은 강풍과 측풍, 저층 윈드시어를 정밀하게 감시하는 기상 관측·경보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주공항은 제트 스위퍼와 스노 블로어 등 제설 장비와 인력을 확충해 활주로를 더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아울러 전국 공항에 동일한 기상 대응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항별 지형과 활주로 방향, 기상 특성, 대응 능력을 반영한 맞춤형 경보와 대응 체계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사고]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 오는 24일 개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연성 전원'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력·양수·조력·수열 등 대표적인 물에너지는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유연성 자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물과 에너지 정책이 통합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안정화의 해법을 찾고 새로운 전력생산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오는 24일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을 개최합니다. 이번 포럼은 특히 '물에너지의 새로운 전력 패러다임: 정책, 기술, 환경의 통합전략'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물에너지의 새로운 가치를 조명하고, 정책·기술·환경 보존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RE100 달성을 위한 수열 및 수상태양광 확산 방안, 새만금 조력발전의 성공 모델, 그리고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물에너지 관리 최적화 방안 등도 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본 포럼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하며, 한국수력산업협회·한국전력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거래소 등 주요 유관 기관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이번 포럼은 산·학·연 전문가들을 모시고 물에너지 산업의 미래 비전과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메가프로젝트는 기후·생태계 무시한 반환경적 폭거”…136개 시민·환경단체 정부 규탄 성명

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 시민·환경·노동 단체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장내를 채운 이들의 눈빛에는 무거운 비장함이 감돌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현장이다. 기후·에너지·노동 등 전국 136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번 규탄 기자회견은 시작과 동시에 정부 정책을 향한 매서운 비판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개발폭주 메가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하라'는 피켓을 든 채 격앙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정부 정책의 모순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특정 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그에 따른 위험과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하는 '대기업을 위한 위험한 도박'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최소한의 사업 타당성 검토나 사회·환경적 영향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민주주의 부재'의 현장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기후·생태적 한계를 완전히 무시한 '반환경적 폭거'라는 점에 규탄의 초점이 맞춰졌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공동집행위원장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24.7기가와트(GW)의 거대한 전력을 석탄발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로 메우려 한다"며 "이것이 재생에너지 전환 포기 선언이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무력화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역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비정상적인 전력 공급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용인 등 대규모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호남에서부터 초고압 송전선로를 끌어오는 방식은 지역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며, 원전과 송전탑에만 의존하는 과거 회귀형 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용수 공급 계획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자연의 회복력과 공급 가능량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물과 전력을 밀어붙이겠다는 오만한 개발주의"라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누적 환경 영향 평가를 꼬집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정부가 신규 댐 건설을 발표할 때는 '물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메가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는 '용수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지적했다. 이들은 “향후 가뭄 등 위기 상황이 오면 대만 TSMC 사례처럼 농업용수를 산업용으로 돌려 쓰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인근 농민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첨단 산업의 화려한 외양 뒤에 가려진 노동권 침해와 대기업 특혜에 대한 강한 규탄도 잇따랐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정부가 첨단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현장의 위험을 은폐하고, '주 52시간제 유예' 등 장시간 과로 노동을 대놓고 조장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의 투자 위험은 대폭 줄여주면서, 정작 그로 인한 이익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시민과 지역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폭주하는 속도전을 멈추고 공공성을 먼저 확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136개 단체는 향후 정권의 개발 폭주에 맞서 강력한 조직적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7일 1차 긴급 집담회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2차 집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연대 투쟁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시민사회가 전면적인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서면서,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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