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내년 시멘트공장 굴뚝에 THC 자동측정기기 부착 의무화

정부가 내년부터 시멘트 공장 굴뚝에 자동측정기기(TMS)를 부착해 총탄화수소(THC) 배출량을 상시 측정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동안 일정한 간격으로 이뤄지는 자가측정만으로는 측정하지 않는 시간대의 오염물질 배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서면질의답변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멘트 공장의 THC 배출 관리와 관련해 “시멘트 소성시설의 주요 오염물질인 THC를 상시 측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라며 “내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TMS 부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서면질의를 통해 시멘트 공장의 THC 측정 및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물었다. 현재 기후부는 TMS를 통한 THC 상시 측정에 앞서 측정값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THC 공정시험기준안을 마련하는 한편 THC 측정장비의 구조·규격 및 성능 등에 대한 형식승인 기준도 마련 중이다. TMS는 사업장 굴뚝에 설치한 자동측정기기로 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연속 측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관리기관에 전송하는 체계다. TMS 부착이 의무화되면 기존 자가측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측정 시간의 공백을 줄이고 THC 배출량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THC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소성로를 통해 배출되는 주요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하나다. 현재 시멘트 공장의 THC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자가측정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어 측정하지 않는 시간대의 배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의 연료·원료 사용이 늘면서 THC 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시멘트 소성로의 THC를 TMS 전송항목에 포함하고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범대위는 현행 THC 배출허용기준인 60ppm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TMS 도입을 위한 관련 법령과 공정시험기준을 조속히 정비하고 측정 결과와 기준 초과 시 개선조치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정부가 내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TMS 부착을 의무화하면 시멘트 공장의 THC 관리 방식은 기존 주기적 자가측정에서 상시 측정 체계로 전환된다. 상시 측정을 통해 축적된 배출 자료는 향후 시멘트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배출허용기준 조정 등 추가적인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자원공사·마이크로소프트, 물 복원 사업 확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손잡고 수도권과 부산에서 물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실현을 위한 추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을 자연과 지역사회에 환원하거나 재이용하는 활동이다. 양 기관은 지난해 소양강댐 상류 인공습지 조성 계약에 이어 이번에 수도권과 부산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는 첨단 누수 탐지·보수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석, 사물인터넷(IoT) 모니터링 등을 활용해 수도 관망에서 유실되는 물을 줄인다. 이를 통해 한강 유역의 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향후 10년간 약 590만㎥의 물 복원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는 국민 약 5만3000명이 1년간 사용하는 물의 양에 해당한다. 부산 에코델타시티(EDC)에서는 평강천 하천수를 정화하는 통합 수처리시설을 구축·운영한다. 정화한 물을 도시 내 호수공원과 주운수로 유지용수로 공급해 약 190만㎥의 물 복원 효과를 확보하고 낙동강 유역 수질 개선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물 복원 효과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방법론에 따라 독립적으로 산정·검증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글로벌 기업의 ESG 투자를 국내 물 안보 강화와 생태계 회복 등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환경 개선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친환경 약속만으론 투자 못 끌어와…日 연구 K-GX에 ‘충고’

기업이나 정부가 친환경 사업을 내세운다고 투자자가 기꺼이 돈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 환경 성과를 과장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한다. 탈탄소 정책의 신뢰성이 자금 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일본의 녹색전환(J-GX) 관련 연구 결과다. 한국 정부가 최근 2035년까지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투자자가 정책과 사업의 실효성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 일본 투자자 설문 “친환경 채권의 매력은?" 일본 사이타마대와 폴란드 브로츠와프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 경제금융 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Economics & Finance)'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대규모 투자자의 ESG 역설과 그린워싱 페널티: 일본 GX 전환채권의 증거'다. 연구진은 지난 6월 12~13일 금융·투자 경험이 있는 일본인 6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투자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성향과 자산 규모, 그린워싱 우려, 채권을 필요할 때 쉽게 팔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 등이 투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GX 전환채권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산체계를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이다. 일본은 2024년 2월 국가 차원의 GX 전환채권 발행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사례를 통해 친환경 전환을 내세운 채권의 투자 매력과 자금 조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을 살펴봤다. ◇ 그린워싱 우려 커지면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도 높아져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정부가 실제 환경 성과보다 친환경성을 부풀리거나 충분한 근거 없이 탄소 감축과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행위다.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더라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이 없거나 투자금이 실제 배출량 감소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면 투자자는 그 약속을 의심할 수 있다. 연구 결과, 그린워싱 우려가 가장 낮은 투자자 집단은 일반 국채보다 약간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일 의향을 보였다. 반면 우려가 가장 높은 집단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연간 수익률 기준 약 0.156%포인트였다. 투자금 1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15만6000원의 수익 차이에 해당한다.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면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채권시장에서 관측한 금리 차이가 아니다. 설문 응답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추정한 투자자의 요구수익률 차이다. 한국의 K-GX 채권에도 똑같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환경 성과에 대한 신뢰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친환경 투자자도 위험과 수익을 따진다 실제로 ESG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약 0.034%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일 의향을 보였다.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 성향이 실제 투자 행동으로 이어지면 자금 조달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투자자산이 1억엔 이상인 대규모 투자자 집단은 일부 분석에서 일반 국채보다 약 0.052~0.094%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 환경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투자 규모가 크면 위험과 수익을 더 엄격하게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을 만기 전에 팔기 어렵다는 우려도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는 요인이었다. 친환경이라는 명칭이나 ESG 투자 성향만으로 자금 조달 조건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위험, 유동성까지 함께 평가받기 때문이다. ◇ 1000조원 K-GX, 감축 성과를 입증해야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7일 K-GX 전략을 발표하고 2026~2035년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등 총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의 생산공정을 바꾸고 녹색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일본 연구가 K-GX에 주는 교훈은 세 가지다. 첫 번째 교훈은 지원받은 사업이 실제로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기업이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축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존 생산방식과 비교해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어떤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기업의 자체 발표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검증을 받는 체계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정부 지원이 실제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추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어떤 사업에 사용됐는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실제 배출량은 얼마나 줄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정책금융을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탄소 감축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저탄소 제품을 구매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탄소 철강이나 화학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구매자가 없거나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면 기업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공공조달과 기업 간 구매 협력, 제품별 탄소배출 정보의 공개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의 수요를 키워야 기술 투자가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녹색 국채의 성패는 신뢰에 달렸다 K-GX 재원 조달을 위해 녹색 국채와 전환금융을 확대하려면 어떤 사업에 자금을 사용할지, 환경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자금 사용 내역과 결과를 얼마나 자주 공개할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고탄소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은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존 산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성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기업이 전환을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투자를 녹색 금융으로 인정해서도 안 된다. 구체적인 감축 경로와 중간 목표, 최종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투자자 구성과 금융시장 여건이 다르고, 설문으로 추정한 요구수익률이 실제 채권시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K-GX가 10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실제 산업 전환으로 연결하려면 자금 조성뿐 아니라 감축 성과의 투명성, 독립적인 검증, 저탄소 제품 시장의 성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아침 영하권 추위 계속…오후부터 전국 곳곳 비

오는 29일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권까지 떨어지는 등 초겨울 추위가 이어지겠다. 낮부터는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최대 15도까지 벌어지고, 오후부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 28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9일 전국은 대체로 맑다가 오전부터 차차 흐려지겠다. 강원 내륙·산지와 충북, 경북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곳이 있겠으며, 내륙 일부 지역에는 서리가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1~8도, 낮 최고기온은 13~18도로 예보됐다.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15도까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주요 도시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5도, 인천 6도, 수원 4도, 춘천 1도, 강릉 6도, 청주 3도, 대전·세종 1도, 전주·광주·대구 3도, 부산 8도, 울산·창원 5도, 제주 12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춘천 13도, 인천·수원·세종·대구 14도, 청주·대전·전주·광주 15도, 울산·창원 17도, 강릉·부산 18도, 제주 19도까지 오르겠다. 오후부터는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에 비가 시작되겠다. 밤에는 그 밖의 충청권과 전북 북서부, 제주도로 비가 확대되겠다. 29~30일 예상 강수량은 인천·경기 북부와 서해5도 5~20㎜, 서울·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전북, 제주도 5~10㎜, 충북 5㎜ 안팎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서울 아침 2도까지 ‘뚝’…전국 기온 급강하

오는 28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내려가며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일부 내륙지역에서는 아침 기온이 영하권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27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8일 전국은 대체로 맑겠으나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5~10도가량 큰 폭으로 떨어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7도, 낮 최고기온은 11~16도로 예보됐다. 특히 서울은 아침 최저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면서 올가을 들어 손꼽히는 추운 아침을 맞겠다. 낮 최고기온도 13도에 머물겠다. 주요 도시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도, 인천·수원 3도, 춘천 -1도, 강릉 4도, 청주 3도, 대전 1도, 전주 3도, 광주 5도, 대구 1도, 부산 7도, 울산 5도 등이다. 경기 북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충북, 일부 남부 내륙에서는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실제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풍’ 예보 잘하면 돈 번다…정확도 높이는 데 투자해야 [기후 리포트]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 같은 열대저기압(tropical cyclone)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풍이 접근할 때 불필요한 대피와 시설물 보호 조치를 줄이는 동시에, 예보를 놓쳐 발생하는 인명 피해와 자산 손실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관측망 확충을 비용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수학·통계학과 연구팀과 미국 해군연구소, 조지아공대 지구대기과학대학 등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자연 재해(Natural Hazards)'에 발표했다. ◇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계산했나 연구팀은 미국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비용·손실 모형을 개발했다. 기존 연구가 항공기·군함 등 주요 자산의 피해와 보호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인명 피해, 대피 비용, 예보 신뢰도 하락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포함했다. 태풍이 접근하면 군사기지는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비 태세를 높인다. 항공기를 격납고로 옮기고 군함을 결박하는 비교적 간단한 조치부터 항공기와 군함을 위험 지역 밖으로 이동시키는 고비용 조치까지 다양하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태풍이 오지 않는데도 비싼 대비 조치를 취하거나, 반대로 태풍이 닥칠 때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과거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 기지별 인원과 자산 규모, 대비 비용, 피해 추정치 등을 결합해 예보 정확도가 높아질 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추산했다. 예보가 없는 상황에 가까운 기후학적 기준과 실제 예보의 적중률·오경보율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풍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액만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풍에 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함께 비교해야 예보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한국 진해·포항 기지는 1건당 20만달러 절감 연구팀은 2021년과 2022년 서북태평양 태풍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군사기지 7개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미국 노퍽 해군기지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포함했다. 분석 결과,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기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약 2만4000명의 군 관계자 등이 생활하고 군함을 이동시켜야 하는 대규모 기지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태풍 예보 한 건당 약 450만~560만달러(약 60억~7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추산했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10년간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비용까지 반영하면 절감액은 약 7340만~742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의 진해·포항 기지는 분석 대상 인원이 500명인 소규모 기지로 설정됐다. 이 사례의 태풍 예보 한 건당 경제적 가치는 약 20만달러(약 2억6500만원)로 추산됐다. 다른 기지의 추정 절감액은 괌 740만달러, 일본 사세보 240만~360만달러, 이와쿠니 190만달러였다. 미국 노퍽 해군기지는 인명 피해 예방 효과 등을 포함했을 때 약 4070만달러,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추가 효과까지 반영하면 약 9940만달러의 절감 효과가 추산됐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로 지급되거나 회계상 확정된 수익이 아니다. 연구팀이 각 기지의 인원과 자산, 대비 비용, 피해 가능성 등을 모형에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특히 군함 이동 비용과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은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인명 피해 줄이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편익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태풍으로 인한 부상과 대피 비용을 경제적 가치 계산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태풍 피해는 건물이나 장비의 파손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강풍에 날리는 물체, 침수, 낙상, 교통사고, 대피 과정의 사고 등으로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은 사망이나 대규모 재산 피해보다 기록이 불완전해 경제적 손실을 추정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부상 비용 자료와 재난 관련 선행 연구를 활용해 태풍으로 발생하는 비치명적 부상 1건의 평균 비용을 약 13만3066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달러 기준으로, 의료비와 부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반영한 연구상 추정치다. 또한 충분한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태풍을 맞으면 인구의 약 4%가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를 인구 1000명의 기지에 적용하면 부상자가 평균 40명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연구팀은 이때 예상되는 부상 비용이 대피·대비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상률 4%는 모든 태풍에 적용되는 확정적인 통계가 아니라 제한된 자료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설정한 모형의 가정이다. 연구팀도 태풍 관련 부상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요 한계로 지적했다. ◇ 예보를 놓치면 이후 10년간 비용이 늘어날 수도 정확한 태풍 예보의 가치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예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이후 의사결정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논문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과거 태풍의 강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군함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직접적인 피해액은 약 3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예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이후 여러 해 동안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추가 비용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퍽 해군기지 사례에서는 인명 피해 예방과 자산 보호 효과 등을 반영한 절감액이 태풍 사건당 약 4580만달러로 계산됐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 4억달러를 가정해 반영하면 총 절감액은 약 994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처럼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한 차례의 태풍 피해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예보를 믿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유지되면 이후의 대비 비용과 자산 운용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정확한 예보를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편익 이번 연구 결과를 도시와 산업시설에 적용하면 정책적 의미는 더욱 커진다. 태풍이 접근할 때 항만의 선박을 이동시키거나, 공항 운영을 중단하거나, 산업시설의 가동을 멈추는 결정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불필요한 운항 취소와 생산 중단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시설물 파손과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방법론을 섬 지역과 대도시, 소규모 국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국에 적용하려면 국내 태풍의 경로와 강도, 지역별 인구·자산 분포, 대피 비용, 산업별 생산 중단 손실 등을 반영해 별도의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기상 관측과 예측 기술의 발전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난 대응 비용을 줄이고, 인명과 자산을 보호하며, 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경제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예보에 필요한 관측 장비와 자료 수집, 수치예보모델 개선, 전문인력 확보에 투자할 때 그 성과를 예보 적중률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예보 개선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는지까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 예보를 잘하는 것이 결국 돈을 버는 일이라는 점을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026 국감] “공무원이 보험영업사원이냐”…기후부 홍보성 행사 예산 논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의 날 홍보성 행사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1000만 기후시민' 모집에 공무원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일회성 행사보다 탄소중립 실천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후부의 환경의 날 행사와 기후시민 사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제31회 환경의 날 기념식은 당초 2억원 규모로 발주됐으며 환경교육주간 예산을 포함해도 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KBS 음악방송 협찬비 7억4620만원과 기후행동 출범식 비용 5500만원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사업비는 약 12억원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이미 충분히 높다"며 “문화행사에 기존에 없던 예산 7억원 이상을 더해 쓰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관 임기 내 '1000만 기후시민'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도마에 올랐다. 기후부는 각 실·국이 참여하는 10개 분과를 구성해 기후시민 가입 확대에 나섰지만 현재 등록자는 약 12만3000명으로 목표의 1.2% 수준이다. 김 의원은 “공무원들이 무슨 보험 영업사원인 줄 알았다"며 “좋은 정책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기후부의 역할이지 홍보와 성과 쌓기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산의 우선순위도 문제 삼았다. 탄소중립포인트제 녹색생활 실천 분야 가입자는 올해 6월 기준 약 226만명에 달하지만 관련 예산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조기 소진됐다. 김 의원은 환경의 날 관련 사업비 12억원이면 텀블러 이용 400만회분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다며 관련 예산 확대와 기후적응 사업에 재원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만 이를 본인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첫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가급적 예산을 절감하되 기후시민들이 함께 행동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가장 늦은 태풍 ‘참피’ 물러갔지만…27일까지 강풍 주의

역대 국내에 가장 늦게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된 제30호 태풍 '참피'가 제주와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뒤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했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벗어났지만 27일부터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까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참피는 이날 오전 3시께 제주 서귀포 남남동쪽 약 23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했다. 참피가 북상하면서 지난 주말을 전후로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졌다.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제주 한라산 삼각봉에는 415.5㎜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진달래밭 370.5㎜, 성판악 366㎜, 산천단 364㎜, 어리목 355㎜ 등 산지를 중심으로 300~4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제주 215.5㎜, 성산 254.4㎜, 표선 274.5㎜ 등 해안과 중산간 지역에도 2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비바람에 따른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나무가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총 8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풍랑으로 제주와 진도·추자도 등을 잇는 일부 여객선이 결항했고 한라산 일부 탐방로 출입도 통제됐다. 부산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25일 오후 7시21분께 동해선 일광역~월내역 구간에서는 선로변 나무가 쓰러져 전차선 장애가 발생하면서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복구 작업을 마친 뒤 26일 첫차부터 정상 운행이 재개됐다. 태풍이 소멸한 뒤에도 강풍에는 대비해야 한다.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순간풍속 시속 55㎞ 안팎, 산지에서는 시속 70㎞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해안과 일부 전남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해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 역시 순간풍속 초속 20m, 산지는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예상된다. 바다에서도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최대 3.5m, 서해 앞바다 3.0m, 남해 앞바다 2.0m까지 일겠고 먼바다에서는 최대 4.0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과 함께 기온도 급격히 떨어진다. 27일 오후부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밤부터 추워지겠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6~15도, 낮 최고기온은 14~20도로 예상된다. 28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영상 7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국인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 드문 일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에틸렌(PE) 등 5종의 플라스틱 고분자가 검출됐다. 지난 2022년 네덜란드 연구진이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처음 정량 측정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2017~2021년에 채취한 혈액 시료 102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정량 가능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돼 한국인 혈액 속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 혈액 시료 102개 분석…평균 농도 1.45㎍/mL 중앙대 화학과 홍성관 교수와 성균관대 통계학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연구팀은 2017~2021년 국내 성인에게서 채취해 보관한 전혈 시료 102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환경연구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인체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의 시간적 변화: 한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기간 중 비교'다. 연구진은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Py-GC/MS)을 이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대상은 성인 비암 환자의 혈액 시료로, 연도별로 2017년 20개, 2018년 20개, 2019년 21개, 2020년 21개, 2021년 20개였다. 전체 시료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mL당 1.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검출돼 정량 가능한 시료의 농도는 mL당 0.05~35.78㎍으로 차이가 컸다. 검출 빈도가 가장 높은 고분자는 폴리프로필렌으로 전체 시료의 27%에서 확인됐다. 이어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20%, 폴리스티렌 9%,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8%, 폴리에틸렌 3% 순이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ABS와 나일론 계열 고분자 PA66은 검출되지 않았다. 폴리프로필렌은 식품 용기와 포장재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폴리스티렌은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 등에 쓰인다. 폴리에틸렌과 PET 역시 포장재와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혈액 속 고분자가 어떤 제품이나 노출 경로에서 유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코로나19 시기 농도 오히려 낮아져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과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비교했다. 마스크와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늘면서 미세플라스틱 노출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팬데믹 이전 mL당 1.93㎍에서 팬데믹 시기 0.75㎍으로 낮아졌다. 두 기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팬데믹 시기의 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를 코로나19 방역이나 일회용품 사용 증가가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낮췄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같은 사람의 혈액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한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채취한 보관 시료를 분석한 후향적 단면 연구다. 따라서 개인별 체내 축적량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팬데믹이 농도 변화의 원인이었는지를 확정할 수 없다. 연구 대상자의 식습관과 직업, 생활환경 등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연도별 혈액 시료수도 20~21개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실험을 통해 전체 시료의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미세플라스틱 체내 침투는 구체적인 현실로 확인됐다. ◇ 네덜란드 연구진, 2022년 혈액 속 플라스틱 첫 정량 측정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3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등의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당시 연구진은 이중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22명 중 17명(약 77%)의 혈액에서 정량 가능한 플라스틱 고분자가 확인됐다. 평균 농도는 1.6㎍/mL이었다. 연구진은 PET와 PE, 폴리스티렌·발포 폴리스티렌·ABS 등 스티렌계 플라스틱, PMMA 등 4개 계열의 고분자를 확인했다. 폴리프로필렌도 분석했지만 정량한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연구는 인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처음 측정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번 한국 연구의 평균 농도는 각각 1.45㎍/mL로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표본 규모와 분석 대상, 시료 처리 및 정량 조건이 서로 다르므로 두 수치만으로 한국인과 네덜란드인의 체내 미세플라스틱 노출 수준이 같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 검출 사실과 건강 위해성은 구분해야 이번 연구는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분자별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분석법이 측정한 것은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이다. 입자의 개수나 크기, 모양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이번 결과를 혈액 1mL에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개수로 바꿔 해석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도 성인 36명의 혈액을 조사해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의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는 입자 수를 측정한 것으로, 고분자 질량 농도를 측정한 이번 연구와는 분석 방법과 결과 단위가 다르다. 두 연구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편,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건강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도 혈중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특정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았다. 인체에 유입되는 경로와 체내 분포·배출 과정, 장기 노출에 따른 영향 등을 밝히려면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동일인을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잠기는 섬, 솟아나는 섬

한쪽에서는 섬이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섬이 솟아난다. 남태평양 투발루와 카스피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섬은 땅이 융기한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며 생겼다. 물이 넘쳐도, 모자라도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 늘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불과 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 해수면은 2023년까지 30년 새 약 15㎝ 상승했다. 이 낮은 나라에서 몇㎝의 차이는 침수의 빈도와 피해 정도를 크게 바꾼다. 투발루는 석호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바다를 메우고 방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일련의 매립 사업이 마무리되면 주섬에 약 0.21㎢의 땅이 추가된다. 국토가 약 26㎢인 나라가 고향을 지키려고 벌이는 사투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금세기 말의 전망치보다 오늘 발을 디딜 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대 내륙 수역인 카스피해에서는 거꾸로 물이 줄었다. 카자흐스탄 관할 수역의 수위는 1996~2025년 약 2.45m 낮아졌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없는 이곳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 증가에 댐과 취수로 인한 유입량 변화까지 겹친다. 수심이 대체로 3~6m인 북부 연안에서는 조금만 물이 줄어도 해안선이 멀리 후퇴한다. 항만과 어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습지가 줄어든다. 바닷물의 열팽창과 육상 얼음의 융해로 해수면이 오르는 대양과는 조건이 다르다. 같은 온난화가 지형과 물의 순환에 따라 정반대의 풍경을 만든다. 카스피물범의 사정은 땅이 늘어난다고 살 곳이 늘어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수천 마리가 모였던 섬은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 섬을 둘러싸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던 물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쉴 곳을 잃은 물범은 더 많은 어업과 선박, 석유·가스 사업에 노출된다. 새끼를 낳을 겨울 얼음마저 불안정해진다. 인간이 지도 위에서 새 땅을 발견하는 동안 물범은 제 집을 잃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러나 배출을 줄인다고 내일 당장 수면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바다에 축적된 열과 빙상의 느린 반응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오래 이어진다. 감축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살아야 하므로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투발루의 해안 방어와 안전한 거주지 확보, 카스피해 유역의 물 사용 조정과 물범 피난처 보호가 모두 시급하다. 다만 방조제와 매립으로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응은 감축을 미루는 구실이 될 수 없고, 감축 약속도 당장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생존에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앞칸 승객들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꼬리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같은 열차에 탔다고 같은 재난을 사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 물범, 배출에 기여한 몫이 작은 태평양 빈국이 먼저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은 그 장면을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지킬 자원과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회가 감축의 속도를 흥정하는 사이, 협상력이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비용부터 치른다. 그러므로 적응을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주문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감축을 서두르고 취약국의 적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적응 지원금을 내고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한 손으로 방조제를 쌓으며 다른 손으로 물을 밀어 넣는 셈이다. 기후협상에 대표를 보낼 수조차 없는 생물들의 서식지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방조제의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누가 보호받느냐다. 투발루와 물범에게 함께 버티자고 하면서 앞칸의 생활을 고집한다면, 지키려는 것은 지구인가, 특권인가.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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