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리튬 대란은 없다”…세계 149개 프로젝트를 분석했더니 [심층분석]

전기자동차(EV) 보급 확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으로 '하얀 석유' 리튬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2035년까지 전 세계 리튬 공급능력이 대부분의 예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공급지역도 다변화돼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인허가와 투자 결정, 가격 변동, 환경·사회적 제약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이 남아 있다. 원료 공급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정제·가공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와 중국 화동사범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지난달 국제 저널인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서스테이너빌리티(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149개 리튬 추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동적 물질흐름분석(dMFA)을 수행해 2035년까지의 공급능력과 수요를 분석했다. 저수요·중수요·고수요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13개 경제권의 수급과 해외 직접투자(FDI)에 따른 공급 확보 가능성도 평가했다. ◇ 리튬 공급 부족 우려…수요 급증과 공급망 집중이 배경 지금까지 리튬 생산은 호주의 경암 광산과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염호, 중국 등에 집중돼 왔다. 지정학적 갈등이나 무역 제한, 자원 국유화가 발생하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출 방식의 제약도 있다. 전통적인 염호 증발법은 리튬 농도를 높이는 데 통상 12~18개월이 걸린다. 경암 채굴 역시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영향을 수반하는데, 인허가와 지역사회 갈등이 개발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개별 프로젝트의 생산계획과 국가별 수요를 연결해 이러한 공급 부족 우려를 검토했다. 연구진은 2025년 5월까지 발표된 프로젝트 가운데 생산 개시 시점이 제시된 사업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했다. 인허가나 최종 투자 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발표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공급능력을 산정했다. 따라서 실제 생산량 예측보다는 공급 확대 잠재력을 평가한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리튬 공급능력은 저수요와 중수요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예상 수요를 충족했다.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도 공급능력으로 수요의 약 81%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고수요 시나리오는 배터리 용량 확대와 리튬 사용량이 더 많은 전고체 배터리의 보급 등 수요 증가 요인을 반영했다. 이 경우에도 공급 부족 규모는 전체 수요의 약 19%였다. 연구진은 2030~2035년 사이 추가 프로젝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 인허가와 투자 결정, 기술적·정치적 위험으로 계획된 프로젝트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 리튬 확인 매장량은 약 10배 증가해 3700만 톤에 이르렀다. 현재 생산 수준으로 환산하면 100년을 조금 넘는 채굴량이다. 다만 매장량은 탐사와 가격, 기술·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공급지역 다변화…시장 집중도와 지정학적 위험 완화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핵심 결과는 공급지역의 다변화다. 호주와 남미, 중국 등 기존 공급지역 외에도 북미·아프리카·유럽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계획된 사업이 가동되면 2035년 리튬 생산능력은 여러 대륙으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는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공급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남미 전체의 생산능력은 2035년 약 127만 톤 LCE(탄산리튬환산량)에 이르러 가장 큰 지역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헨티나의 생산능력은 칠레를 앞서고 브라질·볼리비아·페루도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나·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콩고민주공화국(DRC)·말리의 프로젝트가 공급능력을 늘릴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에서는 포르투갈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공급지역이 다양해지면 특정 생산국이 가격이나 외교적 압박을 위해 공급을 통제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해외 투자 반영하면 주요 소비지역의 자급 가능성 확대 그러나 기업 소유권을 기준으로 보면 집중도는 여전히 높다. 채굴지역의 다변화가 곧 공급망 통제력의 다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소비국 기업이 해외 광산 지분을 확보하면 자국 내 생산량이 적더라도 공급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광산의 기업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소유권을 분석하고 해외 직접투자에 따른 공급능력을 반영했다. 2025년 중국 기업은 전 세계 리튬 공급능력의 55%를 통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내 생산능력 비중인 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호주·아르헨티나·짐바브웨·말리 등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2035년 중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능력 소유 비중은 3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국가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소유권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지분을 공급능력에 반영하면 중국은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자급이 가능했다. 유럽은 저·중수요, 미국은 저수요 시나리오에서 자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는 유럽의 자급률이 32%로 낮아졌다. 다만 해외 광산 지분 확보가 실제 원료의 자국 배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공개되지 않은 장기 구매계약과 실제 무역 흐름을 분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공급능력 충분해도 남는 위험…환경·기술·소유권 문제 연구진은 리튬 공급능력이 수요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첫째, 수자원과 환경·사회적 갈등이다. 리튬 염호는 건조지역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염수 추출과 증발은 물과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민과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 및 생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직접리튬추출(DLE)과 비전통 자원의 상용화 불확실성이다. DLE는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회수하는 기술로, 생산기간과 물 사용량을 줄일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상용화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점토와 지열 염수 자원도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남아 있다. 셋째, 소유권 집중과 자원 민족주의다. 공급지역은 다변화되더라도 기업 본사 기준 소유권은 중국과 일부 서방 국가에 집중될 수 있다. 자원 생산국이 개발 이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넷째, 정제·가공 단계의 병목이다. 이번 논문은 리튬 추출 공급능력과 최종 수요를 분석했지만, 정제와 전구체 생산, 양극재·배터리 제조 등 중간 공급망은 분석하지 않았다. 원료 공급능력이 충분해도 배터리급 탄산리튬·수산화리튬 생산시설이 부족하면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가격과 투자에 따른 생산 차질이다. 리튬 가격이 낮아지면 비용이 높은 프로젝트는 개발이 지연되거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계획된 생산능력과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리튬 부족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이번 연구는 리튬의 절대적 자원 부족이나 채굴능력 한계가 에너지 전환의 결정적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가 빠르게 늘더라도 발표된 프로젝트의 공급능력은 저·중수요 시나리오에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리튬 대란은 없다'는 확정적 전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번 분석은 프로젝트의 잠재적 생산능력을 평가한 시나리오로, 실제 생산량과 가격, 인허가, 환경·사회적 제약 및 공급망 중간 단계의 병목을 모두 예측한 것은 아니다. 재활용도 단기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배터리 수명이 길고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2035년까지는 재활용 리튬의 공급 비중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중수요 시나리오에서 2035년 재활용 리튬은 글로벌 수요의 2.5%에 그쳤다. 연구진은 “리튬 산업의 과제는 채굴량을 무조건 늘리는 데 있지 않다"면서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면서 필요한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정제·가공 단계의 병목을 완화하며, 자원 생산국과 소비국이 개발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남북관계 경색, 지역 단위 기후협력으로 길을 찾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과 사우디아라비아·후티 간 무력충돌이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역 분쟁이 주변국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히며 확전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다. 에너지 시설과 수송로에 대한 공격은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세계경제에도 충격을 전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남북과 북미 관계가 국제적 대립에 휩쓸리지 않도록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살아갈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남과 북의 책임이다. 외부 여건의 변화만 기다리기보다 당사자가 먼저 가능성을 찾고 제안하는 주도성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협력 방식도 돌아볼 때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협력과 대화의 통로를 함께 닫아버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양한 민간 교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기대는 큰 합의와 상징적인 사업에 집중됐다. 큰 합의를 추구하면서도 주민 생활에서 편익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갈 기반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탄소중립은 모두 당위와 높은 목표만으로 국민 지지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겨울철 난방과 연료 부담, 식수와 주거환경처럼 주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과거 북한 지원 자료에도 농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태양열 온수 등의 활용 경험이 제시돼 있다. 난방 개선은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남쪽에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열·창호·바닥공사와 보일러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북쪽의 주택과 연료 사정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과도 설치 대수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연료 부담이 줄었는지, 고장에 대응할 수 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난방은 남북이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에서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목재 연료와 고효율 보일러를 결합하는 방식뿐 아니라 히트펌프와 태양광, 에너지자립형 분산 전원 시스템도 지역의 기후와 전력 공급 여건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기술 도입과 함께 연료·설비 관리, 공동시설의 운영과 비용 분담 등 주민 수용성 과제도 풀어야 한다. 이는 남쪽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과 북의 경제 구조와 발전 수준 차이는 사업의 어려움을 높이지만 서로 다른 필요와 역량을 연결할 여지도 제공한다. 현지에서 쉽게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조정하고 운영 경험을 나눈다면 양쪽 주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해법은 남쪽의 에너지 취약가구와 농산어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기초지자체가 참여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의 주거복지·에너지 사업 경험에 기업의 기술과 시민사회의 관계망을 연결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남북 지자체 간 직접 교류 채널도 단계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지역별 수요를 확인하고 사업을 함께 설계하며 운영 경험을 나누는 창구다. 이러한 관계가 축적돼야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재와 법규 검토는 실행을 위한 준비에 포함돼야 한다. 기후협력이라고 자동 허용되지는 않지만 인도적 사업의 개별 제재 면제 통로는 존재한다.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한 북한 개풍양묘장 복구·개선사업에서는 산림 복원과 주민 식량안보를 위한 태양광·배터리 등의 반입에 유엔 제재 면제가 승인됐다. 제재 아래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기후협력이 안보 갈등을 단번에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의 필요를 함께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협의하는 과정은 대화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행 가능한 사업과 교류 방식을 함께 찾아볼 때다.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를 지속하는 경험에서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길을 지역의 협력에서부터 찾아보자. bienns@ekn.kr

[내일 날씨] 전국 구름 많고 일교차 15도 안팎

오는 4일은 전국이 대체로 구름 많고 중부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 3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4일 아침 최저기온은 2~11도, 낮 최고기온은 15~19도로 예보됐다. 기온은 평년(최저 1~11도, 최고 15~19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일교차가 큰 날씨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강원 내륙과 산지에는 서리가 내리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밤부터 흐려지겠으며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비는 5일 새벽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중부지방까지 확대되겠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기후변화가 목조문화재 위협한다…흰개미 피해 위험지수 27% 상승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목조문화재를 위협하는 흰개미와 목재 부후균(腐朽菌)의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부후균은 목재의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을 분해해 나무를 썩게 하고 강도와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곰팡이·버섯류를 말한다. 지난 53년 동안 흰개미의 기후 기반 피해 위험지수는 27%, 목재 부후균 위험지수는 12.4% 상승했다. 흰개미의 활동 가능 기간도 연간 약 2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복원기술연구실의 김시현 연구원과 경남대학교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 이금마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리소시스(BioResource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 전국 목조문화재 506곳 기후변화 분석 연구진은 2025년 12월 기준 국가 지정 목조문화재 506곳을 대상으로 1973~2025년 기후자료를 분석했다. 국보 28건, 보물 264건, 국가민속문화유산 201건, 사적 내 목조 건축물 13건이 포함됐다. 기상청의 장기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61개 기상관측 지점의 일별 기온과 강수량을 분석하고, 1㎞ 해상도의 기후자료를 결합해 문화재별 기후 특성을 추정했다. 분석 지표는 연평균 기온과 1월 평균기온, 흰개미 활동 가능 일수와 위험지수, 목재 부후균 위험을 나타내는 셰퍼(Scheffer) 기후지수 등이다. 분석 결과 목조문화재 주변의 연평균 기온은 1973~1982년 11.62℃에서 2016~2025년 13.11℃로 1.49℃ 상승했다. 1월 평균기온도 영하 1.92℃에서 영하 0.26℃로 1.65℃ 높아졌다. 서울·경기 지역의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은 1.84℃로 가장 컸고, 강원 1.73℃, 충청 1.6℃, 제주 1.56℃ 순이었다. ◇ 흰개미 활동 기간 2주 늘어…위험지수 27% 상승 기온 상승은 목조문화재를 갉아먹는 지하흰개미류의 활동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목조문화재에서 문제가 되는 일본흰개미(Reticulitermes speratus)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지하흰개미류는 땅속에 군체와 둥지를 만들고 땅속 통로나 흙길을 통해 목재에 접근해 갉아먹는 흰개미 무리를 말합니다. 일본흰개미가 대표적인 지하흰개미류다. 목조문화재에서는 특히 기둥 밑동처럼 땅과 가까운 목재가 공격받기 쉽다. 이 흰개미는 일평균 기온이 약 10℃ 미만이면 먹이 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21~30℃에서 먹이 섭취가 가장 활발하다. 일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날을 활동 가능 일수로 계산한 결과, 연평균 208일에서 222일로 14일 늘었다. 기후 기반 흰개미 위험지수도 27% 상승했다. 연구진은 세계 133개 지역의 목재 분해 실험을 토대로 기온 상승에 따른 흰개미의 목재 분해 속도 변화를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기온이 10℃ 상승할 때 흰개미에 의한 목재 분해 속도는 약 5배, 미생물에 의한 분해 속도는 약 2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개미는 사람처럼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목재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얻는다. ◇ 곰팡이 부후 위험도 12% 상승…강수 조건이 변수 목재를 부패시키는 곰팡이류의 위험도 증가했다. 기온과 강수일수를 반영하는 셰퍼 지수(Scheffer Climate Index)는 1973~1982년 47.3에서 2016~2025년 53.2로 12.4% 상승했다. 셰퍼 지수는 기온과 강수일수를 이용해 목재가 곰팡이 등 부후균에 의해 썩기 쉬운 기후 조건인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목재 부후가 발생하기 좋은 기후 조건이라는 의미다. 세퍼지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서울·경기에서는 18%, 강원에서는 15% 상승했지만, 전남 남부 해안과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낮아졌다. 곰팡이류의 목재 부후에는 기온뿐 아니라 목재가 젖는 빈도와 수분 상태가 중요하다. 실제로 전국 강수일수는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통 목조건축물의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깊은 처마는 비가 목재에 직접 닿는 것을 줄여준다. 따라서 처마 아래 목재의 실제 부후 위험은 비에 노출된 목재를 전제로 계산한 셰퍼 지수보다 낮을 수 있다. 반면 기둥 밑동과 툇마루, 지붕 누수나 빗물 튐이 발생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흰개미 위험지수가 곰팡이 부후 위험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흰개미 위험지수가 셰퍼 지수보다 더 크게 오른 문화재는 전체 506곳 가운데 459곳으로 약 91%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피해 위험이 커지는 만큼 목조문화재 관리도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안이다. 전국 문화재 현장의 생물 피해 조사 방법을 표준화하고, 실제 피해 자료와 기후 위험지수를 연결해 관리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흰개미 방제도 피해가 발생한 건물만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찰이나 전통마을처럼 목조 건축물이 모여 있는 지역 전체의 군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붕 누수를 막고 기둥 밑동 주변의 배수를 개선하며, 건물 주변의 고사목과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는 일상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향후 실제 문화재 피해 조사와 기후 기반 위험지수를 비교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미래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보존 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재 보존정책을 마련하려면 기후자료와 실제 피해 현황을 함께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손님이 하나뿐인 시장의 탄소 가격

시장가격을 믿을 수 있는 건 사고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값을 매긴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온실가스 한 톤을 줄이는 데 대략 얼마가 드는지를 시장이 알려 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발전'을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바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경쟁을 시키겠다며 다섯으로 나눈 지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주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회사가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에는 발전회사들이 정부 경매에서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2030년에는 절반에 이르는데, 경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바로 그 무렵에 가장 큰 손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파는 쪽은 정부 하나였으니, 이제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사실상 하나 (즉 쌍방독점, Dual Monopoly)인 경매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매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가 된 회사로서는 굳이 높은 값을 써낼 이유가 줄어들고, 정부가 정해 둔 최저 낙찰가 근처에서 응찰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매 가격은 감축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니라 한 회사의 입찰 전략으로 정해지게 된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최저 낙찰가가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인데, 통합 회사는 거래소에서도 가장 큰 거래 주체이니 경매 가격과 거래소 가격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맞물릴 여지도 없지 않다.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석탄 비중이나 가동률이 서로 다른 다섯 발전사 사이의 거래가 적지 않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데, 통합이 되면 이 거래는 한 회사 안의 장부 정리로 바뀐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가격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쉬워진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축으로 남긴 배출권을 팔려 해도 가장 큰 매수자가 하나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값은 낮아지기 쉽다. 배출권 값이 낮아지면 당장 발전 비용 면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감축 투자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감축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은 아닌데도, 시장은 그렇게 읽게 된다. 그 가격이 감축의 실제 비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낮게 형성된 것이라면 기업들은 해야 할 투자를 미루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주요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리 탄소 가격은 신호로서의 의미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 5사가 경매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니 통합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요독점이 곧바로 가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통합 회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맡은 만큼 지배적 사업자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시장에서는 그런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배출권 시장에서 통합 회사가 사실상 유일한 큰손이 되고 가격에 하락 요인이 하나 더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기업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근거까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더더욱 통합 이전에 따로 짚어야 한다. 우선 한 회사가 경매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지금의 낙찰 한도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한도를 그대로 두면 통합 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사지 못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한도를 풀면 수요독점을 제도가 인정해 주는 꼴이 되니, 어느 쪽이든 통합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한다. 최저 낙찰가를 거래소 가격이 아니라 미리 공표한 경로에 묶거나, 경매 참여자를 넓혀 사는 쪽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산절차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지겠지만, 가격을 한 회사의 손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소 가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그 가격을 지키는 일까지 통합 설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내일날씨] 북서쪽 찬 공기 남하…아침 기온 ‘뚝’

오는 3일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겠다. 2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3일 최저기온은 0~9도, 최고기온은 15~19도로 예보됐다. 낮 기온은 전날과 비슷하겠지만 아침 기온은 5~8도가량 낮아져 쌀쌀하겠다. 특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은 대체로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겠다. 서해5도 등 일부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서해5도의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작가 송길영·가수 바다…환경재단, ‘2026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선정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올해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수상자로 △故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 △송길영 마인드마이너 겸 작가 △가수 바다 등 총 4팀을 선정했다. 환경재단은 오는 11월 3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환경재단 창립 24주년 후원의 밤 행사를 갖고 제19회 '2026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환경재단이 2005년부터 주관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눔과 헌신, 도전과 열정, 웃음과 감동으로 어둡고 그늘진 곳을 따뜻하게 밝힌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현재까지 총 555명이 수상했다. 올해는 환경 부문에서 故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과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이 선정됐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故 장지영 처장은 약 30년간 갯벌 및 철새 서식지 보전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 온 활동가다. 1996년 환경단체 활동을 시작해 시화호 수질오염과 새만금 간척 문제 등에 대응했으며,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되는 데 기여했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은 기후위기를 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혀왔다. 2024년부터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진행해온 라디오·유튜브 방송으로, 에너지 전환부터 기후위기가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사회 부문에서는 송길영 작가가 선정됐다. 송 작가는 20여 년간 사람들이 일상에서 남긴 기록과 데이터를 분석해 사회의 변화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왔다. 저서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조직·사회 구조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왔다.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가수 바다는 대중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환경보호와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올해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위촉돼 문화예술과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이번 시상이 수상자들이 이어온 실천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사회와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내일날씨]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 비…오전부터 차차 맑아져

오는 2일은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다가 오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1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일 새벽까지 서울·인천·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 1~2일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와 강원도 5㎜ 안팎, 대전·세종·충남과 충북, 전북, 대구·경북 5~20㎜다.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은 5~40㎜의 비가 예상된다. 제주도는 산지와 중산간을 중심으로 비가 더 많이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 산지·중산간 20~60㎜, 해안 5~40㎜다. 울릉도·독도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리겠다. 전국은 대체로 흐리다가 오전부터 맑아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6~13도, 낮 최고기온은 14~20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변화로 인류 건강 ‘비상사태’…폭염사망·감염병·식량위기 악화 [기후 신호등]

기후변화가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보건 비상사태로 악화하고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가뭄과 집중호우가 식량·물 안보를 위협하는 가운데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전파 가능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여러 건강 위험의 증가 속도가 그 이전 10년보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은 최근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 2026년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대응이 지연될수록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조치의 비용과 한계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폭염 사망, 10년 전보다 35.8% 증가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폭염과 관련된 사망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2016~2023년 전 세계 폭염 관련 사망자는 연평균 약 54만8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6~2015년 연평균 39만8400명보다 35.8% 증가한 규모다. 특히 2023년에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약 71만명으로 추정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폭염 사망 가운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분석했다. 2006~2015년에는 약 55%인 연평균 21만9100명이 인간 유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6~2023년에는 68.4%, 연평균 약 36만9940명으로 높아졌다. 2023년에는 폭염 관련 사망자의 71.5%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승이 단순히 더위를 심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에 따른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인간 유발 기후변화에 기인한 폭염 사망자는 2006~2015년에는 연평균 약 7400명씩 증가했지만, 2016~2023년에는 연평균 약 1만5600명씩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증가 폭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 고령층·영유아·만성질환자·임신부 등이 폭염에 더 취약 폭염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이 특히 취약하다. 냉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야외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2025년 세계 인구는 평균 13.5일의 폭염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11.3일, 즉 83%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변화에 기인한 폭염 일수의 연평균 증가 속도는 2006~2015년 하루보다 적은 0.31일에서 2016~2025년 0.74일로 높아졌다. 폭염 노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라진 셈이다. 고령층의 연평균 폭염 노출 일수도 2006~2015년 7.2일에서 2016~2025년 11.5일로 증가했다. 영유아의 경우 같은 기간 1인당 노출 일수가 5.1일에서 8.8일로 늘었다. 밤 기온 상승도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2016~2025년 전 세계 사람들은 부적절하게 높은 야간 기온 때문에 1인당 연평균 48.3시간의 수면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6~2015년보다 수면 손실이 2.9% 증가한 것이다. 분석 대상 국가·지역의 97.5%에서 기온과 관련된 수면 손실이 증가했다. ◇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 식량·물 안보 위협 기후변화의 건강 피해는 폭염에 그치지 않는다. 가뭄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은 식량 생산과 식수 공급, 위생 환경을 악화시키며 건강 위험을 연쇄적으로 높인다. 2025년에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51.8%에서 적어도 한 달 동안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2023년에 이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6~2025년을 평균하면 전 세계 육지의 41.7%가 매년 적어도 한 달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는 2006~2015년의 28.4%보다 1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육지 면적의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연평균 증가 폭은 2006~2015년 0.35%포인트에서 2016~2025년 2.81%포인트로 확대됐다. 가뭄은 농작물 생산을 감소시키고 식량 가격과 식량 불안정성을 높인다. 물 부족과 위생시설 악화는 감염병 위험을 키우고, 산불과 먼지 발생을 증가시켜 호흡기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폭염과 가뭄의 빈도 증가가 식량 불안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24년에는 폭염 일수와 가뭄 발생이 1981~2010년 수준에 머물렀을 경우와 비교해 전 세계에서 약 1억2790만명이 추가로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집중호우 위험도 커지고 있다. 2016~2025년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연평균 17.2%에서 극단적으로 많은 강수일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폭우와 홍수, 산사태가 인명 피해를 일으킬 뿐 아니라 식수 오염과 감염병 발생, 의료시설의 기능 저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건강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가뭄과 홍수는 서로 무관한 재난이 아니다. 가뭄으로 토양이 굳고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폭우가 발생하면 홍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폭염과 산불, 대기오염이 동시에 발생하면 각각의 위험이 겹쳐 건강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 뎅기열·비브리오 감염 위험 확대 기온과 강수 패턴의 변화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매개체의 생존·전파 조건도 바꾸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뎅기열을 전파하는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의 기후적 전파 적합성은 1981~1990년과 2016~2025년을 비교했을 때 각각 24.39%, 7.39% 증가했다. 이는 기후 조건이 뎅기열 전파에 유리해졌다는 뜻이며, 실제 환자 수가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수 온도와 염분 조건의 변화는 비브리오균 감염 위험이 있는 해안 지역도 넓히고 있다. 비브리오균은 오염된 해수에 노출되거나 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일부 감염은 심각한 위장관 질환이나 피부 감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에는 비브리오균 전파에 적합한 환경이 적어도 하루 이상 나타난 해안선의 길이가 9만26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6~2015년 평균보다 20%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해안 지역 100㎞ 이내에 거주한 인구도 17억2000만명에 달했다. 비브리오 감염 사례는 2025년 약 73만8000건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2.2%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간 증가 속도도 2006~2015년 평균 3600건에서 2016~2025년 평균 2만4700건으로 크게 높아졌다. 말라리아와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다른 감염병의 전파 조건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기온 상승이 모든 지역에서 모든 감염병을 똑같이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병원체나 매개체의 최적 생존 범위를 넘어 전파 적합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염병의 지리적 분포와 계절성이 달라지면서 기존에 위험이 낮았던 지역의 보건의료 체계도 새로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 화석연료 대기오염으로 연간 278만명 예방 가능한 사망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려면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그 자체로 건강을 해친다. 보고서는 2016년 이후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대기오염으로 매년 평균 약 278만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간접적인 건강 피해만이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이 초래하는 직접적인 건강 부담을 보여준다. 반면 에너지 전환의 건강상 이점도 확인됐다. 전 세계 140개국을 분석한 결과, 53.6%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화석연료 관련 대기오염 사망이 감소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연간 약 32만3000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됐다. 청정에너지 전환은 경제적 기회도 제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산업의 고용은 2024년 2.3% 증가해 화석연료 산업의 직접 고용 규모의 약 두 배에 달했다. 2025년 청정에너지 투자는 전년보다 7.2% 늘어 화석연료 투자보다 82% 많았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80.7%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됐지만 에너지 수요 증가로 2024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전력화, 에너지 효율을 확대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 대응은 뒤처져…기후 적응계획과 재원 확충 시급 건강 위험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각국의 적응 준비는 미흡하다. 2025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의 75.8%는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취약성과 적응 필요성을 평가했는지를 보고하지 않았고, 71.1%는 국가 차원의 보건 적응계획을 마련 여부를 보고하지 않았다. 재정과 인력 부족도 대응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개발도상국이 공개한 보건 적응 재원 수요 가운데 국제 기후재원으로 충당된 비중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폭염 조기경보, 감염병 감시, 취약계층의 냉방 접근성 개선, 의료시설의 기후위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이미 현실화한 기후위험에 대한 적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대기오염 개선, 기후·건강 관련 정책 확산 등 성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 피해 증가 속도는 이를 앞지르고 있다. 랜싯 카운트다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보건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국제 보건·기후 거버넌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책의 성과도 온실가스 감축량뿐 아니라 사망 감소, 질병 예방, 건강 형평성 개선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과 보건의료 적응을 함께 서두르지 않으면 사망과 질병, 사회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랜싯 카운트다운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은 2016년 출범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로,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과 대응의 건강상 편익을 추적한다. 올해 10주년 보고서는 30여 개 146명의 연구자가 폭염·감염병·식량 불안·경제적 손실 등 54개 지표를 다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고] 안기천, 시민의 일상으로 다시 흐르는 안동의 물길

안동 도심 한가운데 오랫동안 도로 아래 가려져 있던 안기천이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익숙하게 오가던 길 아래의 물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시민들이 걷고 쉬며 자연을 만나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안기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물길을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안기천은 오랜 시간 안동 도심의 변화와 함께해 왔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물길은 복개되고 하천은 시민들의 눈에서 멀어졌다. 이제 약 600m의 복개구간을 다시 열어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안동시는 일찌감치 도심 내 물의 흐름을 바로잡고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국가공모사업인 물순환 선도도시에 지정되어 도심 내 우수저류조 확보와 투수블록 설치 등의 사업을 완료하였다. 이번에는 안기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도비를 확보해 사업에 착수함으로써 시민들의 친수시설 향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역을 대표해 발전협의체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민이 실제로 좋아하고 자주 찾는 안기천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잘 조성된 하천이라도 시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면 그 가치는 오래가기 어렵다. 출퇴근길이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들르고, 아이들이 물과 생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어르신들이 물소리를 들으며 쉬고,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변화가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안기천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어디에 그늘이 필요하고 어떤 곳에 머물고 싶은지 주민들의 의견을 세심히 듣고 사업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사 과정에서 교통이나 보행에 불편이 따를 수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이용할 공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힘을 모았으면 한다. 다시 열린 안기천에서 아이들이 물고기를 바라보고 시민들이 그늘 아래 쉬며 가족들이 물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 일상이 된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앞으로 안기천은 단순히 '복원된 하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안동의 자연과 시민의 삶, 생태와 문화가 함께 흐르고, 시민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하천이 있어 좋다"고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안동시와 K-water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안기천 생태하천 발전협의체 공동위원장으로서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 안기천이 사람이 모이고 자연이 살아나며 안동의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물길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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