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기준 겉만 강화”…시민단체, 정부 온실가스 개정안 ‘조삼모사’ 비판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량이 정부 자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준을 강화하겠다면서도 각종 예외 조항을 포함해 실제 강화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1.5 등 4개 환경·에너지 시민단체는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을 '조삼모사식 개편'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2030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현행 km당 70g에서 54g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기준 수치만 낮췄을 뿐, 배출량을 계산할 때 각종 감면 혜택을 적용해 실제 감축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못 박고 제조사 특혜를 폐지하는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에 따르면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배출량을 깎아주는 '에코 이노베이션' 제도 하나만으로도 2030년 전기차 보급량은 320만 대 수준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무공해차 1대를 팔면 여러 대를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슈퍼 크레딧' 적용 대상을 늘리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이나 공장 간접 감축량까지 온실가스 감축분으로 폭넓게 인정해 주면서 보급 대수는 286만 대까지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제조사가 실제로 전기차를 많이 생산해 팔지 않아도 감면 특례만으로 규제 기준을 쉽게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내건 420만 대 목표 대비 약 134만 대(32%)가 부족해진다. 에코 이노베이션이란 차량의 공식 배출가스 시험에 반영되지 않는 친환경 저감 기술에 대해 그 효과를 인정해 자동차 제조사에 배출량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고효율 LED 조명, 태양광 발전 루프, 엔진 마찰 감소 시스템, 고효율 공조장치(에어컨/히터) 등 표준 시험 주행에서는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도로 주행 시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기술들이 해당한다. 제작사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부족분을 사후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상환 기간마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기업의 규제 회피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 추이도 비상이다. 단체들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가 94만 대로 2030년 목표치의 22%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매년 약 65만 대의 전기차가 새로 보급돼야 하지만, 정부의 느슨한 규제가 오히려 제조사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기후정책은 전환을 미루는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탈탄소에 선제 투자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혜란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제작사에게 전기차를 더 많이 만들도록 책임을 지우는 사실상 공급 측의 유일한 규제인데, 정부는 온갖 예외 혜택으로 기업의 부담만 덜어주고 있다"며 “더욱이 유럽은 16년째 제작사별 이행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반면 한국은 2021년 이후 실적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자동차는 한 번 판매되면 15년 이상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늦어도 2035년에는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돼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이끌어내려면 정책 신호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배출 허용 기준 대폭 강화 △에코 이노베이션 제도 축소 △슈퍼 크레딧 및 하이브리드 특례 철회 △미달성분 상환 기간 축소 △배출 기준의 법률 명시 및 이행 실적 투명 공개 등을 담은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자원공사, 1조 규모 필리핀 신도시 물 인프라 우선협상권 확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의 필리핀 대표 스마트 신도시 '뉴클락시티'의 물 인프라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필리핀 타기그시 기지전환개발청(BCDA) 본사에서 열린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수여식에서 지위 수여서를 전달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발주처인 BCDA는 미군 반환 기지 개발과 뉴클락시티 조성을 총괄하는 필리핀 대통령실 산하 국책기관이다. 이번 사업은 수도 마닐라의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마닐라 북서쪽 100km 지점에 94.5㎢ 규모로 조성 중인 뉴클락시티의 물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조 원대이며, 이번에 우선협상권을 따낸 1단계 사업비만 약 3500억 원에 달한다. 공사는 현지 수도사업자인 메이닐라드(Maynilad)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뉴클락시티 장래 입주민 약 86만 명에게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취수원 개발부터 상·하수도망 구축, 운영 및 관리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필리핀은 잦은 기후변화와 인프라 부족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40%대에 머물러 있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주요 난제로 꼽혀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8월 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뒤 지난 1월 최종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현지와의 기술·재무 협상을 거쳐 이번 지위를 확보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밤에도 밝은 불빛, 심장을 망친다…심부전 위험 29%↑

야간에 인공조명에 많이 노출될수록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의 빛이 수면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장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툴레인대 공중보건·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저널인 '유럽 심장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밤에 밝을수록 두꺼워지는 심장 연구진은 참가자들(10만여 명)에게 몸의 움직임과 빛의 양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손목형 기기를 7일간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각 참가자가 실제 생활에서 받는 빛의 양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들 가운데 측정이 제대로 안 된 2만7557명과 야간 근무자 2770명, 기존 심혈관질환자 등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만1071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1세였다. 연구진은 각 사람의 활동량이 가장 적은 5시간을 '밤'으로 정의하고, 이 시간 동안 3럭스(lux)를 넘는 빛에 노출된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밤에 3럭스 이상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좌심실 질량이 2.4%, 평균 심장벽 두께가 1.5% 더 컸다. 반면 심근 수축분율은 1.9% 낮아졌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졌지만 기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심장 근육의 수축·이완 움직임을 보여주는 변형률도 원주 방향 2.7%, 방사 방향 2.9%, 세로 방향 2.8% 낮았다. 오른쪽 심실과 왼쪽 심방에서도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심부전·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져 문제는 이런 심장의 미세한 변화가 실제 심혈관질환과도 연결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최대 약 8~10년간 참가자를 추적한 결과, 밤에 3럭스를 넘는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29%, 심방세동 15%, 심근경색 24%, 뇌졸중 33% 높았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26% 높았다. 실제 발생률도 차이를 보였다. 심부전 발생률은 빛 노출이 많은 집단에서 10만 인년당(10만명을 1년간 혹은 1만명을 10년간 관찰했을 때) 361건으로, 빛 노출이 없었던 집단의 218건보다 높았다. 심근경색은 302건 대 208건, 뇌졸중은 213건 대 152건이었다. ◇빛이 잠을 깨우고, 심장까지 흔든다 연구진이 주목한 연결고리는 수면시간이었다. 밤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시간이 짧았고, 밤의 빛과 심장 구조·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성 가운데 24~49%가 짧아진 수면시간으로 설명됐다. 빛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핵심 신호다. 밤에 빛을 받으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한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 교란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낮의 빛과 밤의 빛이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낮의 밝은 빛은 생체시계를 강화하는 반면, 밤의 빛은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밤은 어둡게, 수면은 충분히" 연구진은 “심혈관 건강을 위해 밤에는 가능한 한 어둡게 하고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 자동차 불빛, 스마트폰 등 인공조명을 줄여 '어두운 밤'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한계도 있다. 밤의 빛이 심장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빛 노출도 7일 동안만 측정했다. 빛의 파장별 차이나 개인별 빛 민감도도 분석하지 못했다. 연구 대상이 대부분 백인이어서 다른 인구집단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밤의 빛이 단순한 수면 방해 요인을 넘어 심장 구조와 기능의 변화,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구름 많고 일교차 최대 15℃…환절기 건강 주의

오는 15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고, 오후에는 경상권 동해안을 중심으로 가끔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최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5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으나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상권 동해안은 대체로 흐리겠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강원 산지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고, 오후에는 경북 동해안과 울산에 5㎜ 미만의 비가 내리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겠으니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2~20℃, 낮 최고기온은 24~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기상기후산업대전 개최…기상·기후 데이터-산업 협력 엿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호우, 산불 등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상정보와 기후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산업을 소개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기상기후산업대전'이 열린다. 기상기후산업대전 사무국은 기상청이 주최하고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기상기후산업대전이 오는 16~18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기상기후산업대전에서 참가자들은 △기상관측·계측장비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예측·분석 기술 △기후데이터 활용 서비스 △기후재난 대응 솔루션 등 기상·기후산업의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기상·기후 기술이 기상산업을 넘어 재난안전과 에너지, 항공, 건설, 도로·교통,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결합한 모델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산업계와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회사의 기상기술을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는 '기상기술 CON'을 비롯한 분야별 세미나와 기술 발표, 1:1 비즈니스 매칭, 네트워킹 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참가자들이 전시장을 직접 둘러보며 관심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살펴보고 기업 담당자와 현장에서 소통하는 기상산업탐방회가 열린다. 기상기후산업대전 관계자는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기상정보와 기후데이터가 산업 현장의 안전과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상·기후 분야의 최신 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기업과 수요기관이 새로운 협력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주말날씨] 전국 구름 많고 일교차 15℃…일요일 제주 산지 비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구름 많은 가운데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인 12일은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다. 일요일인 13일 수도권과 강원도는 흐리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겠고, 충청과 남부지방은 가끔 구름이 많겠다.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오후부터 밤 사이 산지에 5~10㎜의 비가 내리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12일 아침 최저기온은 12~20℃, 낮 최고기온은 24~30℃, 13일 아침 최저기온은 13~21℃, 낮 최고기온은 23~31℃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AI시대 세미나] 기후위기가 재무 흔든다…ESG, 공시 넘어 ‘생존전략’으로

기후변화가 기업의 비용과 재무제표를 직접 흔드는 시대가 됐다.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같은 극한기상이 발전소와 공장을 멈추게 하고 공급망과 물류를 흔들고 있다. 나아가서 전력·용수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보험료 증가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가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시 단순한 공시나 평가를 넘어 기후리스크를 찾아내고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수단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는 10일 열린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ESG 공시의무화와 에너지 기업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기후리스크 관리와 ESG의 연계를 강조했다. ◇기후재난, 공장 안 멈춰도 기업을 흔든다 기업이 직면한 기후리스크는 사업장에 직접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우와 태풍으로 협력업체의 생산시설이나 도로가 파괴되면 원자재와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항만이나 물류망이 마비되면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뭄은 농업과 수력발전뿐 아니라 산업용수 공급을 위협하고, 폭염은 전력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발전설비와 송전망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산불과 황사 등도 물류를 막거나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은 항만과 해안 산업시설의 장기적인 자산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후리스크는 '물리적 피해→공급망 차질→생산·물류 중단→매출 감소→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금융·경영 리스크가 된다. ◇에너지 기업은 '물과 열'에 특히 취약 에너지산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발전량을 결정하는 기온과 강수량, 바람과 일사량이 변하는 데다 발전설비 자체도 폭염과 가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물을 냉각에 사용하는 발전소는 기온 상승과 하천 수온 상승에 동시에 노출된다. 프랑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강물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원전의 냉각수 방류에 대한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져 일부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한 사례가 나타났다. 강 전문기자는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2003~2022년 전 세계 원전 발전량 가운데 기후·물 관련 제약으로 감소한 누적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약 0.6%였다"면서 “이는 원전도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발전소 입지 선정 단계부터 미래의 기온과 수온, 가뭄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냉각방식을 개선하는 등 '기후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복합재난' 기후위험 평가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여러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이다. 예컨대 장기간 가뭄으로 저수량과 수자원이 감소한 상황에서 폭염이 발생하면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발전소 냉각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집중호우가 끝난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 역시 토양과 수자원의 회복을 어렵게 하면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강 전문기자는 “국내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과거보다 극심한 복합재난이 나타나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재난만을 기준으로 위험을 평가하면 실제 기업이 부담할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기후 시나리오 분석도 '폭염이 발생했을 때' 또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라는 단일 위험을 넘어 폭염+가뭄, 홍수+산사태, 전력망 장애+공급망 중단 등 복합적인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ESG, '공시'에서 '생존전략'으로 강 전문기자는 “이 같은 변화는 ESG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등 기후공시 체계에서 요구하는 시나리오 분석은 단순히 보고서에 기후위험을 적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위험이 어느 사업장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그 피해가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가치, 현금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신규 투자와 사업장 입지, 설비 교체, 보험 가입, 공급망 다변화 등의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기후위험이 큰 지역에 신규 설비를 건설할 것인지, 냉각설비를 개선할 것인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지 등을 경영진이 판단할 수 있도록 기후위험을 재무적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험은 최후의 방어선일 뿐이다. 위험지역을 피하고 설비의 회복력을 높이며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기후회복력이 새로운 경쟁력" 최근의 기후재난은 이러한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달 네팔에서는 히말라야 지역의 갑작스러운 홍수와 토석류가 수력발전 인프라를 덮쳤고, 지난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 산불, 낮아진 하천 수위가 전력과 산업용수, 물류에 복합적인 충격을 줬다. 국내에서도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산업시설과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제철소 침수 역시 기후재난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생산과 공급망 전체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강 전문기자는 “ESG의 최종 목적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면서 “복합재난 속에서도 기업이 생산과 공급을 유지하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갖춘 기업이 위기 때 손실을 줄이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전국 구름·일교차 15도…남해·제주 해상 거센 풍랑

오는 11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고,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다. 남해와 제주 해상에는 최고 5m 이상의 거센 풍랑이 일겠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1일) 오전까지 동해 남부와 남해상, 제주도 앞·먼바다를 중심으로 바람이 시속 30~65km(초속 9~18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높게 일겠다. 특히 남해 동부와 제주도 남쪽 먼바다는 최고 5.0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동해안과 경남권 남해안, 제주도 해안에는 강한 너울성 파도가 백사장으로 밀려오거나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다.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온은 중부지방과 남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낮아 다소 쌀쌀하겠다.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0~20℃, 낮 최고기온은 24~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R&D부터 해외진출까지 원스톱…5개 기관 통합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

흩어져 있던 국내 물산업 지원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물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총괄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물산업 육성 기능을 일원화할 '(가칭)한국물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유관기관의 기능을 통합·재편한다고 10일 밝혔다. 통합 대상은 한국물기술인증원,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국가물기자재성능인증센터,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물산업협의회 등 총 5곳이다. 이번 개편은 기후위기로 물 재해가 늘어난 데다, AI 대전환에 따른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공업용수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서 추진됐다. 세계 물산업 시장 조사기관(GWI)에 따르면 글로벌 물 시장은 2024년 약 9833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3.5%씩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8년 물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세우는 등 육성에 힘써왔으나, 지원 기능이 여러 기관에 쪼개져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그동안 현장에서는 실험(국가물산업클러스터), 인증(한국물기술인증원), 우수제품 지정(한국상하수도협회), 해외 판로 개척(클러스터·물산업협의회) 등 단계별 주관 기관이 달라 기업들이 절차적·시간적 비효율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원 기능의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새로 출범할 진흥원은 물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유망 기업 발굴부터 연구개발(R&D), 실증, 인·검증,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정부 지원의 실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후부는 이르면 이달 중 통합 대상 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조직 구성과 세부 업무 범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각 기관의 고용 승계와 보수, 복리후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기관·노조 및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내 '물관리기술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에 착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한승 기후부 제1차관은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물산업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첨단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라며 “흩어져 있던 지원 기능을 하나로 모아 국내 물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십m만 떨어져도 농도 급변”…촘촘한 간이 센서가 시민건강 지킨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전국 초·중·고 1만1000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대당 600만원 정도인 측정기를 전국 학교에 설치하는 데 약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학교 주변의 미세먼지를 보다 촘촘하게 측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나왔다.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가 낮아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교육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환경부 조사에서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 문제가 제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확하지 않은 측정기를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보다 공기청정기 등 실제 대응수단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2017년 7월 국회 예결위 조정소위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학교 미세먼지 측정기 사업의 국가 예산 90억원을 삭감했다. 당시 반대 측에서는 간이 측정기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기존 대기질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확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라는 생각, 맞았을까 9년이 지난 지금 이 논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대기질 측정망의 공간적 한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스턴 지역에서 기준에 맞는 고정식 측정소와 저비용 이동형 센서를 반경 250m 이내에서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평균적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 차이는 ㎥당 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정도였지만, 특정 국지적 오염 사건에서는 두 측정값의 상대적 차이가 300%를 넘었고 농도 차이가 최대 800㎍/㎥에 이르기도 했다. '좋음', '보통', '나쁨' 등 대기질지수의 등급(AQI) 자체가 달라진 경우도 10.4%에 달했고, 한 지점에서는 봄철 측정 기간의 21.8%에서 서로 다른 AQI 등급이 나타났다. ◇'정확한 측정소 하나'보다 '촘촘한 눈'이 필요한 이유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측정기의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도시의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불균일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건물에서 발생한 연기와 측정소 주변에서 공회전하던 배송 트럭 등 국지적인 오염원이 불과 한 블록 이내의 공간에서도 급격한 PM2.5 농도 차이를 만들어냈다. 건물 사이의 바람길이나 도로 교통량 같은 조건도 수십m 단위의 오염 농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정확한 측정기라도 측정소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측정소가 측정하지 않은 공간의 오염 상태까지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개별 센서의 측정값에 어느 정도 오차가 있더라도 이를 수백~수천 개의 지점에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의 비교·보정 및 데이터 분석을 병행한다면 도시의 오염 분포를 훨씬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정확도'와 '공간 해상도'는 함께 봐야 이는 2017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시 논쟁은 주로 “간이 측정기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신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정확도만으로 측정망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측정기의 정확도와 측정망의 공간적 밀도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준측정소는 여전히 반드시 필요하다. 대기환경 기준을 판단하고 장기간의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표준화된 측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시민의 실제 미세먼지 노출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학교, 어린이집, 통학로, 골목길, 도로변, 산업시설 주변처럼 생활공간에 저비용 센서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 연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촘촘히 설치한 저비용 센서의 오염 수치가 높다면 집중적인 원인 파악에 나서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핵심은 '정확한 측정소냐, 부정확한 간이 측정소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한 기준측정소를 '기준점'​으로 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센서를 '촘촘한 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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