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날씨] 수도권·남부 체감 33도 무더위…동해안 20~60㎜ 비

오는 12일 수도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고, 동해안에는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2일) 수도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올라 무덥겠다. 동해안 지역에는 비 소식이 있다. 오전부터 강원 동해안·산지에, 밤부터는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에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20~60㎜,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산지 20~60㎜다. 아침 최저기온은 17~24도, 낮 최고기온은 26~33도로 예보됐다. 한편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양산·창녕, 전북 정읍 등 10곳은 '경계', 경북 안동·상주·포항 등 15곳은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낙동강·수도권 주민 소변서 녹조 독소 검출…“체내 유입 과학적 입증”

낙동강과 수도권의 녹조 발생 수계 주변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이 검출됐다. 녹조 독소가 물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사람의 생체시료에서 직접 확인됐다는 점에서 녹조 문제를 수질 관리 차원을 넘어 환경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등은 11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과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한 녹조 독소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총괄하고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이승준 경북대 응용생명과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낙동강 유역과 기타 녹조 발생 수계 주변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150건의 소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29건(19.3%)에서 남세균 독소인 MC가 검출​됐다. MC 중에서는 MC-LR, MC-YR, MC-RR 등 3종이 확인됐고, 일부 시료에서는 여러 종의 MC가 동시에 검출되기도 했다. MC-LR 검출회수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검출 농도 범위는 MC-LR 0.75~3.65ppb(μg/L, 10억분의 1), MC-YR 1.10~23.63 ppb, MC-RR 1.21~2.33 ppb였다. 가장 많이 검출된 MC-LR은 대표적인 간독성 MC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10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B)'로 분류했다. 지역별로는 수원·의왕·평택 등 경기도권에서 소변 60건 가운데 12건(20.0%), 낙동강권에서는 90건 가운데 17건(18.9%)에서 MC가 확인됐다. 강 주변에서는 79건 중 16건(20.3%), 호수·저수지 주변에서는 71건 중 13건(18.3%)이었다. ◇녹조 독소의 소변 검출 의미는 소변에서 MC가 검출됐다는 것은 적어도 독소가 단순히 물속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조사 대상자의 체내로 들어간 뒤 소변을 통해 배출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생체지표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녹조 독소가 신장을 손상시켰다'거나 '건강 피해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조사를 진행한 경북대 응용생명과학과 이승준 교수는 “한두 차례의 단기 조사이므로 체내 잔류 수준이나 위해성을 100% 단정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녹조에 노출된 주민들의 체내로 MC가 실제로 유입돼 순환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람의 소변에서 검출되는 MC 농도를 놓고 건강 위해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은 없다. 사람의 생체시료에서 MC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정저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첨단연구저널(Journal of Advanced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변 샘플의 66.12%에서 MC-LR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 농도는 최고 4.22ppb까지 나타났다. 중국 정저우대학교와 하이난성 인민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공개한 논문에서 생식 병원을 방문한 633명의 남성 자원봉사자 소변을 분석한 결과, 70.6%의 높은 검출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소변 내 MC-LR의 중앙값 농도는 0.03ppb였다. 연구팀은 MC 수치가 정액량 감소, 정자 농도 및 정자 수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검출 자체보다 노출 경로와 건강 영향 밝혀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원수·공기·농산물 등 환경시료와 소변·혈액·비강 등 생체시료를 연계해 조사하고, 동일 주민을 반복 추적해 독소가 언제, 어떤 경로로 체내에 들어왔으며 어떻게 이동하고 배출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녹조 발생 지역 주민과 농·어업 종사자 등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소변검사뿐 아니라 혈액검사와 간·신장 기능검사를 병행하고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녹조 관리의 관점을 기존의 '원수와 먹는물에 독소가 있는가'에서 '주민이 실제로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가'로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이승준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에 따르면 남세균 독소는 주로 피부 접촉 및 호흡기(코·입) 흡입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면서 “금강 백제보 등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카누 연습 후 물에 빠지는 등 경각심 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기후에너지환경부나 교육부 등 범부처 차원의 대응과 조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낙동강에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녹조 독소의 인체 노출 가능성이 전국에서 확인됐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낙동강처럼 해결 방안이 있는 경우에는 녹조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양호와 대청호 등에서 녹조는 발생하지만,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 등 다른 기능을 가진 댐을 단순히 녹조가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없애자는 식의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취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낙동강의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하면 물의 흐름이 회복돼 녹조를 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여름 녹조 대응을 위해 낙동강 하류 4개 보를 부분 개방했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는 수위를 90㎝, 합천창녕보는 60㎝, 창녕함안보는 54㎝ 낮추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수위가 내려가면 일부 취·양수장의 취수가 어려워지고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해 그나마 수문을 제대로 열지도 못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제는 녹조 관리를 단순 수질 관리에 한정하지 말고 환경보건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면서 “녹조 관리 정책의 최종 목표를 주민들의 '노출 저감'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김성환 장관 “AI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 우려만큼 많지 않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이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많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를 예정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전체 용수 수요 추계에 나서기로 했다. 김 장관은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AI 데이터센터 용수 확보 관련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현재까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보면 해남의 4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월 2400톤 수준"이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물 사용량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밝힌 수치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만8800톤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냉각 과정에서 주로 물을 사용한다. 김 장관은 반도체 공장과 비교하면 데이터센터의 용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물 사용량이 굉장히 많다.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는 크지만 물은 주로 냉각 용도로 사용한다"며 “SK의 요청에 따르면 1000MW당 대략 (하루) 400톤 정도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요청하고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향후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용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울산 같은 경우 1000MW 데이터센터 건설 시 하루에 물수요량이 2만6000톤 정도가 된다"며 “이는 울산 취수원 취수량의 10분의 1"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장관이 밝힌 SK·해남 사례와 김 의원이 제시한 울산 전망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해남의 40MW 데이터센터가 월 2400톤을 사용한다는 수치를 용량에 비례해 1000MW로 단순 환산하면 월 6만톤, 하루 약 2000톤 수준이다. 김 의원이 제시한 울산 1000MW 데이터센터의 하루 2만6000톤과 비교하면 약 13배 차이가 난다. 김 장관이 언급한 SK의 1000MW당 400톤을 비교하면 울산 전망치와 무려 65배 차이가 난다. 데이터센터의 용수 사용량은 냉각 방식과 설비 구성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물을 증발시켜 열을 방출하는 증발식 냉각은 상대적으로 많은 물을 소비하는 반면, 외부 공기를 활용하는 공랭식이나 물을 순환해 재사용하는 방식 등은 직접적인 용수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가동률과 지역의 기후 조건 등도 실제 물 사용량에 영향을 미쳐 여러 조건을 따지지 않고 수치만으로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남부지방의 가뭄 상황도 거론했다. 그는 올해 7월 울산 강수량이 28㎜에 그치는 등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어 농작물이 마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방차와 급수차까지 동원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물 부족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한국환경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2030년 기준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연간 427만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물 부족이 예상되는 대한민국에서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면 물 사용량이 얼마나 더 들지에 대한 예측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정확한 용수 수요 파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가급적 빨리 기업들이 요청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규모와 그에 필요한 물 필요량을 전체로 다 추계해 보려고 한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과 잠정적인 추계량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골칫거리 폐PVC의 반전…70℃ 저온 공정으로 ‘고급 윤활유’로 전환

재활용이 까다로웠던 폴리염화비닐(PVC)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합성윤활유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폐PVC를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존의 '재활용'을 넘어,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윤활유 원료인 폴리알파올레핀(PAO)으로 전환하는 '업사이클링' 기술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텍사스 A&M대학교,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염소 57% PVC, 왜 재활용이 어려웠나 PVC는 건축자재, 배관, 전선 피복, 카드, 의료용품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재활용이 특히 어려운 플라스틱으로 꼽힌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염소 함량이다. PVC 무게의 약 57%가 염소로 구성돼 있어 열적·화학적 처리 과정에서 부식성이 강한 염화수소(HCl)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PVC 제품에는 가소제와 안정제, 난연제, 무기 충전제 등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간다. 이들 물질은 재활용 과정에서 촉매를 비활성화하거나 최종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의 열분해 방식 역시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데다,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제품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PVC 재활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느냐'보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70℃에서 PVC의 염소를 빼고 윤활유 원료로 전환 연구진은 이 문제를 PVC의 화학적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핵심 기술은 탈(脫)할로겐화-알킬화(dehalogenation-alkylation)​다. 약 70℃의 비교적 온화한 조건에서 저가 촉매인 염화알루미늄(AlCl₃)을 이용해 PVC에서 염소를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반응성 부위에 알파(α)-올레핀(분자 끝에 반응성이 높은 이중결합을 가진 탄화수소)을 결합시킨다. 동시에 길다란 PVC 고분자 사슬을 적절한 길이로 절단해 적합한 분자량을 가진 윤활유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물질이 비닐 유래 폴리알파올레핀(vinyl-derived polyalphaolefin, vPAO)이​다. 최종 분자는 길다란 중심 사슬 옆으로 갈래 사슬이 달린 '빗 모양(comb-like)' 구조를 형성한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윤활 표면에서 안정적인 경계막을 만들어 마찰과 마모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폐PVC에서도 고성능 윤활유 생산 이번 연구의 중요한 부분은 실험실에서 만든 순수 PVC에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파이프와 카드, 장갑, 장난감 등 여러 종류의 PVC 제품이 섞인 실제 폐기물 혼합물을 원료로 사용했다. 실제 폐기물에는 탄산칼슘과 같은 무기 충전제와 금속 화합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테트라하이드로푸란(THF)이라는 유기용매에 폐PVC를 녹인 뒤 불용성 첨가제를 걸러내는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연구진은 폐PVC를 THF에 녹인 뒤 불용성 충전제를 여과하고, 물과 이소프로판올을 이용한 침전 과정을 통해 금속염과 유기 첨가제를 제거했다. 이러한 전처리는 불순물이 핵심 촉매인 염화알루미늄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후 탈염소화-알킬화 반응을 진행해 윤활유를 생산했다. 탈염소화 효율은 99.98% 이상으로 나타났고, 최종 윤활유 속의 잔류 염소 농도는 100ppm 미만으로 낮아졌다.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는 산화아연(ZnO)을 이용해 중화했다. ◇점도지수 최대 130…상용 PAO보다 뛰어난 내마모성 이렇게 얻은 vPAO는 성능 시험에서도 눈여겨볼 결과가 나왔다. vPAO는 PVC 사슬의 절단 정도와 결합하는 α-올레핀의 길이를 조절함으로써 분자량과 점도를 폭넓게 조절할 수 있었다. 점도지수(VI)는 최대 130에 달했고, 마찰계수도 약 0.08~0.15 수준으로 낮았다. 특히 실제 폐PVC 혼합물에서 제조한 v10PAO(탄소 10개짜리 α-올레핀인 1-데센을 사용해 만든 vPAO를 의미)는 상용 PAO10(점도 등급이 10인 상용 PAO 계열 윤활유)과 PAO40(점도 등급 40인 윤활유)보다 마모 부피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내마모성이 vPAO의 독특한 빗 모양 분자 구조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중심 사슬에 긴 옆 사슬이 결합된 구조가 마찰면에서 효율적으로 배열돼 고압과 강한 전단 조건(빠르게 서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윤활막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기물은 싸고 윤활유는 비싸다…경제성도 확보 이 기술이 산업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성이다. 연구진의 기술경제성 분석(TEA)에 따르면 연간 5만t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가정할 경우 연간 약 1억6000만 달러의 매출과 1960만 달러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수익률(IRR)은 22.8%, 투자회수기간은 약 4.26년으로 추산됐다. 분석에서는 PVC 폐기물 가격을 톤당 약 870달러로, 생산되는 PAO 윤활유의 시장가격을 톤당 약 3000~6000달러로 가정했다. 폐플라스틱을 저가의 원료로 사용하는 대신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다만 상업화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현재 공정에서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PVC 폐기물이 아니라 α-올레핀이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1-데센과 같은 α-올레핀의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 전체 공정의 경제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 다른 폐플라스틱에서 α-올레핀을 생산해 이를 다시 PVC 윤활유 제조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PVC 폐기물뿐 아니라 다른 폐플라스틱까지 하나의 순환형 화학공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 ◇'재활용'에서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으로 이번 연구의 의미는 PVC를 얼마나 많이 재활용할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핵심은 폐기물에 포함된 탄소를 얼마나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PVC 외에도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염화폴리에틸렌(CPE) 등 다른 할로겐화 고분자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계적 재활용이나 연료로 전환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적 업사이클링'​으로 폐플라스틱 자원화의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려면 대량의 폐PVC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다양한 첨가제가 포함된 폐기물을 경제적으로 전처리하며, 염소 부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험실 규모에서 확인된 수율과 윤활 성능이 대형 상업설비에서도 유지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PVC 폐기물이 고급 윤활유의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 향후 플라스틱 순환경제가 '재활용률' 중심에서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 극대화'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폭염으로 죽은 농작물, 보상 길 열린다...‘기후보험법’ 기후특위 소위 통과

폭염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기후보험'를 활성화하고 적응 체계를 구축하는 법안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이번 제정안은 현재와 미래의 기후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조사·예측·평가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기후 적응역량을 높이고 취약성을 줄여 사회 전반의 기후 회복력과 국민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기존 탄소중립기본법에 분산되어 있던 기후위기 적응 정책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한 이번 법안은 기존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대응을 넘어 기후 영향 평가부터 적응대책 수립, 취약계층 보호까지 종합적으로 규율하도록 마련됐다. 법안에는 기후재난 및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후위기 적응정보관리체계' 구축·운영 근거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 취약실태와 위험도를 등급화한 '기후위험지도'를 작성해야 하며, 관련 정책을 논의할 '기후위기적응 정책협의회'도 신설된다. 아울러 폭염·한파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노인, 야외노동자, 농·어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 대한 실태조사 및 지원사업 시행 근거를 명시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신속한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해 '기후보험'의 개발 및 운영을 활성화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확히 했다. 김정호 기후특위 위원장은 “이번 제정안은 기후위험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가·지역 정책과 취약계층 보호에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입법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후특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환경소식]“미래 세대의 기후 지식 겨루기” 기상청, ‘제3회 기후변화과학 퀴즈대회’ 마쳐

기상청이 지난 8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중학생, 학부모, 교사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제3회 기후변화과학 퀴즈대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청소년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열린 이번 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을 거친 결선 진출자 418명이 참가해 골든벨 방식으로 실력을 겨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경기 부천 까치울중학교 허성민 학생이 최종 우승하며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차지했으며, 최우수상(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상)을 비롯해 총 20명의 학생이 수상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청소년들이 기후변화과학을 쉽게 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산림청이 대국민 평생 산림교육 기회를 늘리고 산림복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국민 대상 평생교육 포털을 통한 '산림교육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산림청이 산림교육원에서 공무원용으로 운영하던 5개 분야(산림병해충·산불·숲해설·탄소중립·산림치유) 교육 과정을 '국민평생배움터' 등 공공 평생교육 플랫폼에 개방·연계한 것이다. 또한 교육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와 협업해 학부모 포털 '학부모 On누리'에서 산불안전 등을 다룬 부모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용자에게는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입장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우수한 산림교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산림교육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이 10일 인천 본사에서 관할 전국 시설물 폭염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건설공사 현장 등 폭염 취약요소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점검했다. 전국 약 510개 현장을 관리하는 공단은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물 공급, 냉방장치 이용, 주기적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 이행과 체감온도에 따른 야외 작업 시간 조정 및 중지 수칙을 강조했다. 아울러 근로자 휴게시설 개선과 이온음료 제공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폭염 취약 현장 및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예방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광명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폭염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점검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이 2026년 상반기 정규직 신입직원 13명이 입사했다고 10일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선발된 신입직원들은 일반행정, 교육운영, 생태복원 등 다양한 분야의 6급(1명) 및 7급(12명)으로 선발됐다. 신입직원들은 10일부터 5일간 기관 현황과 사내 업무시스템 등 조직생활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받는다. 특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획 및 문서 작성 실습 교육이 편성되었으며, 오는 18일 현장 배치 후에는 7주간 선임 직원과의 1:1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신진수 원장은 “신입직원들이 AI 등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실무형 인재로 성장해 국민이 체감하는 녹색전환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60점짜리 탄소중립법 안돼”…청소년들, 국회에 재개정 촉구

청소년들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100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처음부터 60점만을 목표로 정한 꼴"이라며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10일 이우고등학교에 따르면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과 영림중학교를 비롯한 지역 초·중교 및 청소년 단체들이 헌법재판소의 탄중법 헌법불합치 결정 2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 소극장에서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 ' 행사를 개최한다. 구로구 청소년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헌재 판결 취지에 맞는 법 개정을 거듭 촉구하고, 탄소중립도시 이행 과정에 청소년의 제안을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 중랑구 혁신중 학생회 연합, 영림중, 이우중, 이우고 학생 등 지역 중고교 학생들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청소년 선언문인 '지구를 숨 쉬게 할 우리의 발걸음'을 완성하고 1차 서명 운동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국회 기후특위 개정안은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69~80%, 2045년은 84~90%처럼 범위형으로 설정했다. 이는 초기에 감축 폭을 크게 늘리는 '오목형 경로'와 매년 일정한 비율로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 경로'를 혼합해 여야가 합의한 결과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법안이 제시한 하한선이 국제사회의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상·하한이라는 범위 뒤에 숨어 실상 감축 폭이 적은 '하한선'을 기준표로 삼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느려져, 헌재 판결과 시민들이 요구한 '초기 조기 감축'을 이뤄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및 시민 숙의 결과 반영 △1.5℃ 목표에 부합하는 장기적·구체적 감축 계획 마련 △온실가스 초기 조기 감축을 위한 명확한 단일 목표 법제화 △헌법 제35조 1항(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준수 등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법적 개정 요구에 그치지 않고, 지역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실행 체계를 갖추기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취합된 1차 서명은 국회의장 및 기후특위 위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행동은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중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이후 국회 공론화에서 시민 77.9%가 '초기 조기 감축'을 요구했으나, 개정안은 이러한 숙의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재활용 방해 1순위 ‘PET캔’ 퇴출…기후부, 사용금지 입법예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플라스틱 페트(PET) 용기와 알루미늄 캔 뚜껑을 결합한 '캔시머(PET캔)' 퇴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로 다른 재질을 쉽게 분리하기 어려운 PET캔이 재활용 공정에 유입되면서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재활용업계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기후부는 10일 PET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PET 용기와 금속을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분리하기 어렵도록 결합한 포장재질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의견수렴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다. PET캔은 투명한 PET 몸체에 알루미늄 뚜껑을 결합한 용기로, 포장·배달 커피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일반 PET 용기와 비슷하지만 PET와 알루미늄을 손쉽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재활용업계에서는 PET캔이 자체적으로 재활용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PET 재활용 공정까지 방해한다고 지적해왔다. 선별업체가 몸통 재질에 따라 PET캔을 PET로 분류해 재활용업체로 보내면, 이를 잘게 분쇄해 플레이크로 만드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이 함께 섞이게 된다. 금속이 혼입된 재생원료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설비 불량률을 높여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부가 음료·먹는샘물용 PET병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올해 10%부터 적용하고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PET 재생원료의 품질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후부는 “음료·먹는샘물용 PET병에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부과되는 등 식품용 재생원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PET 재활용 공정에 금속이 섞이는 것을 막아 식품용 재생원료의 품질을 확보하고 국가 자원순환체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PET캔 퇴출 논의는 재활용 현장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재활용 현장을 방문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PET캔을 직접 들어 보이며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기후부는 규제에 앞서 업계의 자발적인 전환을 유도해왔다. 지난 3월 카페업계와 '캔시머 용기 사용 의견 수렴 간담회'를 열어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PET나 알루미늄 등 단일 재질 용기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실천문화 확산 협약식에서도 PET캔과 같은 복합재질 용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기후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자발적 사용 자제를 넘어 PET캔 사용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전국 체감 33도 찜통더위·열대야…해안가 너울 비상

오는 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찜통더위가 이어지겠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라 매우 무덥겠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겠다. 건강관리와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7~34도로 예보됐다. 해상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제주 해상과 남해 먼바다, 서해 남부 먼바다, 동해상에는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고, 당분간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너울성 파도가 유입되겠다. 한편 잇따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늘(10일) 전력피크 예상시간은 18~19시로, 최대전력은 91.6기가와트(GW)로 예상된다. 공급예비력은 15.1GW이며, 공급예비율은 17%다. 아울러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무더위와 강수 부족이 이어지면서 가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양산·창녕 등 10곳은 '경계', 경북 안동·상주·포항 등 15곳은 '주의' 단계까지 저수지 수위가 하락함에 따라 당국이 비상 급수 등 수급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다층화된 복합재난, 범정부 통합 관리 시급”

주말 동안 한반도 한쪽에서는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가뭄이, 다른 한쪽에서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극단적인 기후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러한 '복합재난'이 최근 4년 새 3배 가까이 강해졌으며 극단적인 발생 일수도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수도권과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하루에만 13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2명이 숨지는 등 폭염 피해가 잇따랐다. 이로써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3237명,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사망자 수(22명)를 이미 크게 웃도는 수치다. 축산 및 수산업계 역시 폭염과 고수온이 장기화되면서 누적 가축 피해는 90만1602마리, 양식어류 피해는 144만4995마리 등 총 230만 마리가 넘는 생물이 폐사했다. 여기에 남부 지방은 강수량 부족으로 주요 수원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며 용수 수급까지 비상이 걸렸다. 현재 운문댐, 밀양댐, 섬진강댐은 가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천댐·안동댐·임하댐·성덕댐·평림댐 등 남부권 주요 댐들도 '주의' 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강원 동해안 일대에는 80㎜가 넘는 기습 폭우와 함께 강풍·풍랑 특보가 내려졌다. 강한 비구름대와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국립공원 탐방로가 통제되고, 풍랑 및 강풍 특보가 겹치면서 일부 여객선 항로가 차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한쪽에서는 저수지가 말라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동시·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차 구조화되는 추세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발표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간 복합재난 강도 지수의 중앙값은 1.65로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복합재난 강도가 극단적으로 심한 날'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위 1% 수준의 극심한 복합재난 발생 일수는 과거 연평균 1.1일에서 최근 4년 동안 5.2일로 4.8배 늘었다.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는 “동아시아 몬순 기후권에서는 정체전선이 소멸한 뒤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불과 2주 만에 '호우' 유발 구조에서 '폭염' 유발 구조로 전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1년에 하루 정도 발생하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나는 등 폭우와 폭염이 연이어 덮치는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폭염과 폭우는 독립된 재해가 아니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폭우를 개별 재난으로 다루던 기존의 단편적· 지자체별 대응 매뉴얼로는 다층화된 복합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폭우나 산불 등 단일 재난에만 맞춰진 현행 대응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재난의 규모와 연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사전 범정부 통합 재난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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