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식]“미래 세대의 기후 지식 겨루기” 기상청, ‘제3회 기후변화과학 퀴즈대회’ 마쳐

기상청이 지난 8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중학생, 학부모, 교사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제3회 기후변화과학 퀴즈대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청소년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열린 이번 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을 거친 결선 진출자 418명이 참가해 골든벨 방식으로 실력을 겨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경기 부천 까치울중학교 허성민 학생이 최종 우승하며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차지했으며, 최우수상(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상)을 비롯해 총 20명의 학생이 수상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청소년들이 기후변화과학을 쉽게 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산림청이 대국민 평생 산림교육 기회를 늘리고 산림복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국민 대상 평생교육 포털을 통한 '산림교육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산림청이 산림교육원에서 공무원용으로 운영하던 5개 분야(산림병해충·산불·숲해설·탄소중립·산림치유) 교육 과정을 '국민평생배움터' 등 공공 평생교육 플랫폼에 개방·연계한 것이다. 또한 교육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와 협업해 학부모 포털 '학부모 On누리'에서 산불안전 등을 다룬 부모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용자에게는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입장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우수한 산림교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산림교육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이 10일 인천 본사에서 관할 전국 시설물 폭염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건설공사 현장 등 폭염 취약요소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점검했다. 전국 약 510개 현장을 관리하는 공단은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물 공급, 냉방장치 이용, 주기적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 이행과 체감온도에 따른 야외 작업 시간 조정 및 중지 수칙을 강조했다. 아울러 근로자 휴게시설 개선과 이온음료 제공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폭염 취약 현장 및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예방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광명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폭염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점검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이 2026년 상반기 정규직 신입직원 13명이 입사했다고 10일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선발된 신입직원들은 일반행정, 교육운영, 생태복원 등 다양한 분야의 6급(1명) 및 7급(12명)으로 선발됐다. 신입직원들은 10일부터 5일간 기관 현황과 사내 업무시스템 등 조직생활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받는다. 특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획 및 문서 작성 실습 교육이 편성되었으며, 오는 18일 현장 배치 후에는 7주간 선임 직원과의 1:1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신진수 원장은 “신입직원들이 AI 등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실무형 인재로 성장해 국민이 체감하는 녹색전환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60점짜리 탄소중립법 안돼”…청소년들, 국회에 재개정 촉구

청소년들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100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처음부터 60점만을 목표로 정한 꼴"이라며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10일 이우고등학교에 따르면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과 영림중학교를 비롯한 지역 초·중교 및 청소년 단체들이 헌법재판소의 탄중법 헌법불합치 결정 2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 소극장에서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 ' 행사를 개최한다. 구로구 청소년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헌재 판결 취지에 맞는 법 개정을 거듭 촉구하고, 탄소중립도시 이행 과정에 청소년의 제안을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 중랑구 혁신중 학생회 연합, 영림중, 이우중, 이우고 학생 등 지역 중고교 학생들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청소년 선언문인 '지구를 숨 쉬게 할 우리의 발걸음'을 완성하고 1차 서명 운동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국회 기후특위 개정안은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69~80%, 2045년은 84~90%처럼 범위형으로 설정했다. 이는 초기에 감축 폭을 크게 늘리는 '오목형 경로'와 매년 일정한 비율로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 경로'를 혼합해 여야가 합의한 결과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법안이 제시한 하한선이 국제사회의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상·하한이라는 범위 뒤에 숨어 실상 감축 폭이 적은 '하한선'을 기준표로 삼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느려져, 헌재 판결과 시민들이 요구한 '초기 조기 감축'을 이뤄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및 시민 숙의 결과 반영 △1.5℃ 목표에 부합하는 장기적·구체적 감축 계획 마련 △온실가스 초기 조기 감축을 위한 명확한 단일 목표 법제화 △헌법 제35조 1항(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준수 등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법적 개정 요구에 그치지 않고, 지역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실행 체계를 갖추기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취합된 1차 서명은 국회의장 및 기후특위 위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행동은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중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이후 국회 공론화에서 시민 77.9%가 '초기 조기 감축'을 요구했으나, 개정안은 이러한 숙의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재활용 방해 1순위 ‘PET캔’ 퇴출…기후부, 사용금지 입법예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플라스틱 페트(PET) 용기와 알루미늄 캔 뚜껑을 결합한 '캔시머(PET캔)' 퇴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로 다른 재질을 쉽게 분리하기 어려운 PET캔이 재활용 공정에 유입되면서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재활용업계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기후부는 10일 PET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PET 용기와 금속을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분리하기 어렵도록 결합한 포장재질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의견수렴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다. PET캔은 투명한 PET 몸체에 알루미늄 뚜껑을 결합한 용기로, 포장·배달 커피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일반 PET 용기와 비슷하지만 PET와 알루미늄을 손쉽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재활용업계에서는 PET캔이 자체적으로 재활용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PET 재활용 공정까지 방해한다고 지적해왔다. 선별업체가 몸통 재질에 따라 PET캔을 PET로 분류해 재활용업체로 보내면, 이를 잘게 분쇄해 플레이크로 만드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이 함께 섞이게 된다. 금속이 혼입된 재생원료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설비 불량률을 높여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부가 음료·먹는샘물용 PET병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올해 10%부터 적용하고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PET 재생원료의 품질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후부는 “음료·먹는샘물용 PET병에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부과되는 등 식품용 재생원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PET 재활용 공정에 금속이 섞이는 것을 막아 식품용 재생원료의 품질을 확보하고 국가 자원순환체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PET캔 퇴출 논의는 재활용 현장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재활용 현장을 방문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PET캔을 직접 들어 보이며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기후부는 규제에 앞서 업계의 자발적인 전환을 유도해왔다. 지난 3월 카페업계와 '캔시머 용기 사용 의견 수렴 간담회'를 열어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PET나 알루미늄 등 단일 재질 용기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실천문화 확산 협약식에서도 PET캔과 같은 복합재질 용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기후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자발적 사용 자제를 넘어 PET캔 사용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전국 체감 33도 찜통더위·열대야…해안가 너울 비상

오는 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찜통더위가 이어지겠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라 매우 무덥겠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겠다. 건강관리와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7~34도로 예보됐다. 해상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제주 해상과 남해 먼바다, 서해 남부 먼바다, 동해상에는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고, 당분간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너울성 파도가 유입되겠다. 한편 잇따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늘(10일) 전력피크 예상시간은 18~19시로, 최대전력은 91.6기가와트(GW)로 예상된다. 공급예비력은 15.1GW이며, 공급예비율은 17%다. 아울러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무더위와 강수 부족이 이어지면서 가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양산·창녕 등 10곳은 '경계', 경북 안동·상주·포항 등 15곳은 '주의' 단계까지 저수지 수위가 하락함에 따라 당국이 비상 급수 등 수급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다층화된 복합재난, 범정부 통합 관리 시급”

주말 동안 한반도 한쪽에서는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가뭄이, 다른 한쪽에서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극단적인 기후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러한 '복합재난'이 최근 4년 새 3배 가까이 강해졌으며 극단적인 발생 일수도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수도권과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하루에만 13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2명이 숨지는 등 폭염 피해가 잇따랐다. 이로써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3237명,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사망자 수(22명)를 이미 크게 웃도는 수치다. 축산 및 수산업계 역시 폭염과 고수온이 장기화되면서 누적 가축 피해는 90만1602마리, 양식어류 피해는 144만4995마리 등 총 230만 마리가 넘는 생물이 폐사했다. 여기에 남부 지방은 강수량 부족으로 주요 수원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며 용수 수급까지 비상이 걸렸다. 현재 운문댐, 밀양댐, 섬진강댐은 가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천댐·안동댐·임하댐·성덕댐·평림댐 등 남부권 주요 댐들도 '주의' 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강원 동해안 일대에는 80㎜가 넘는 기습 폭우와 함께 강풍·풍랑 특보가 내려졌다. 강한 비구름대와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국립공원 탐방로가 통제되고, 풍랑 및 강풍 특보가 겹치면서 일부 여객선 항로가 차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한쪽에서는 저수지가 말라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동시·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차 구조화되는 추세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발표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간 복합재난 강도 지수의 중앙값은 1.65로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복합재난 강도가 극단적으로 심한 날'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위 1% 수준의 극심한 복합재난 발생 일수는 과거 연평균 1.1일에서 최근 4년 동안 5.2일로 4.8배 늘었다.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는 “동아시아 몬순 기후권에서는 정체전선이 소멸한 뒤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불과 2주 만에 '호우' 유발 구조에서 '폭염' 유발 구조로 전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1년에 하루 정도 발생하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나는 등 폭우와 폭염이 연이어 덮치는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폭염과 폭우는 독립된 재해가 아니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폭우를 개별 재난으로 다루던 기존의 단편적· 지자체별 대응 매뉴얼로는 다층화된 복합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폭우나 산불 등 단일 재난에만 맞춰진 현행 대응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재난의 규모와 연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사전 범정부 통합 재난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기후대응위, ICCN 거버넌스 작업반 공동의장국 수임

정부가 국제 기후 거버넌스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10일부터 국제기후위원회네트워크(ICCN) 기후 거버넌스 작업반 공동의장국을 맡는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 기관이 해당 작업반 공동의장국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대응위에서는 강윤호 국제협력과장이 공동의장을 맡아 캐나다 기후연구소와 함께 작업반을 이끈다. ICCN은 각국 정부로부터 공식 위임을 받은 독립 기후자문기구들의 국제 협의체로, 2021년 출범해 현재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거버넌스 작업반은 기후 관련 법·제도부터 기후위원회의 운영 방식까지 각국의 기후 거버넌스 전반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기후대응위는 앞으로 작업반 의제 선정과 각국의 기후 거버넌스 사례 공유, 지원 도구 개발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특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기후 목표를 각국의 국내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이번 공동의장국 선임에는 그동안 기후대응위가 국제무대에서 이어온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 이창훈 공동위원장은 지난 6월 '2026 런던 기후행동 주간'에서 열린 ICCN 제2회 기후 거버넌스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기후 거버넌스 개혁 경험을 소개했다. 거버넌스 작업반은 2024년 설립 이후 '기후위원회 설립 안내서'를 비롯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검증 방법론과 글로벌 정책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추진해 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소선박 전환 시 연 390조원 편익…문제는 수소 공급망과 인프라

전 세계 선박의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면 매년 약 13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대기질 개선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연간 284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운 탈탄소화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줄여 상당한 공중보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세계 해운의 연료체계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대규모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박 몇 척을 수소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연구에서 제시한 건강 편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SF NCAR)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 시스템 모델과 대기질·건강영향 모델을 결합해 선박 에너지의 50%와 100%를 수소로 전환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매년 12만9458명 조기 사망 예방 100% 전면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매년 12만9458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약 75%인 9만7417명은 오존 감소를 통해, 25%인 3만2041명은 초미세먼지(PM2.5) 감소에 따른 효과였다. 지역별로는 차이가 컸다. 남아시아에서는 오존 감소, ​동아시아에서는 PM2.5 감소에 따른 건강 편익이 두드러졌다. 특히 동아시아는 전 세계 PM2.5 관련 예방 사망자의 약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2840억달러(약 390조원)에 이른다. 인도가 약 360억달러로 가장 큰 편익을 얻고 일본·미국·이탈리아·중국 등도 큰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전환 시나리오는 전 세계 선박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수소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간 약 4만5000명 수준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연간 약 1140억달러(약 157조원)에 이른다. 수소 해운의 효과가 단순한 탄소 감축에 그치지 않고 건강과 경제적 편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선박 건조에 막대한 비용 필요 문제는 이 결과를 현실로 옮기는 데 필요한 규모다. 100%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이전에 총톤수 100t 이상 상선 11만2501척을 수소 추진선으로 새로 건조해야 한다. 선박 한 척당 건조비용을 4750만달러로 추산해 선박 교체 비용만 연간 약 2140억달러로 계산했다. 건강 개선에 따른 경제적 편익 2840억달러보다 크지는 않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건 편익과 선박 교체비용을 비교한 결과다. 논문에서는 50% 전환 시나리오에 따른 선박 교체비는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다. 다만, 단순 비례로 가정을 하면, 5만6250척을 건조하는 데 약 2조6720억달러가 들어가고, 2050년까지 연간 1070억달러 정도가 들어가게 된다. ◇선박만 바꿔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소 생산·저장·운송과 항만 벙커링 인프라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종합적인 경제성 분석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근거로 당장 수소선박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오히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에 걸친 선박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이 함께 드러난다. 수소 해운의 또 다른 과제는 연료 공급망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 해운의 수소 전환을 위해 연간 약 2억80만t 규모의 수소 생산을 가정했다. 이 가운데 88%는 그린수소, 11.8%는 블루수소였다. 그러나 수소 프로젝트가 발표됐다고 실제 공급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발표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가운데 일정대로 완공된 비율이 7%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소 공급망 구축 자체가 해운 전환의 중요한 불확실성이라는 의미다. ◇한국 서해안은 오존이 변수 더구나 수소 생산 과정에서는 육상 대기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수소선박 운항으로 이산화항(SO₂)과 일산화질소(NO) 등 선박 배출량은 크게 감소하지만, 수소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미국 걸프 연안, 칠레 북부, 서유럽, 인도 북서부 등에서는 PM2.5 농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지역도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줄면 대체로 대기질이 개선되지만, NOx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오존 농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NO로 인해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국 동부와 벨기에·네덜란드 해안, 한반도 서쪽 연안 등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수소선박 전환과 함께 반응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박의 NOx 감축만으로는 오존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가 답인가'보다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이번 연구는 수소 해운의 가능성을 상당히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해운의 연료를 수소로 바꾸면 대기질 개선을 통해 연간 13만명에 가까운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고, 그 경제적 가치는 284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를 현실의 정책 목표로 바꾸려면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11만2501척의 선박을 교체하고, 연간 2억t 규모의 수소를 공급하며, 전 세계 항만에 새로운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수소 생산 과정의 대기오염과 지역별 오존 문제까지 관리해야 한다. 해운 탈탄소화에서 수소가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수소선박의 도입 숫자만 세는 것보다 수소 생산에서 선박 운항까지 전체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새로운 환경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인사이트] 기후정의를 보편복지로

2026년 6월 하순, 유럽 대륙에서는 불과 일주일 사이 27개국에서 1만650명이 초과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이 벌어졌다. 폭염 때문이다. 피해의 85%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남유럽 전역에서는 40℃를 웃도는 기록적 고온 속에 무시무시한 규모로 산불이 번져 스페인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난리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제 폭염과 극심한 더위는 단순히 여름철에 불쾌감을 주는 일시적 기상 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재난이자 불평등한 사회적 위기로 부상했다. 폭염은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덮친다. '그린피스 필리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은 최전선의 농민, 어민, 일용직 노동자를 기후 빈곤의 늪으로 내몬다. 야외 노동의 생산성 저하, 온열·기저질환 악화에 따른 의료비 폭증, 그리고 소득 절벽은 가계 자산을 갉아먹으며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자기강화적 악순환을 형성한다. 폭염의 유해성은 가시적인 일시적 병증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쩌장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보그 앤 바이오닉 시스템즈》에 발표한 추적조사에 따르면 지속적인 폭염 노출은 혈당과 지질 대사 항상성을 교란해 중장년층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연간 폭염 1회 추가 노출 시 노화 0.531년 가속)를 현저히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불평등은 성별로 더 심화한다. 유엔여성이 지적했듯, 냉방 장치를 갖출 여력이 없는 가난한 가구의 여성은 땡볕 아래의 노동에 더해 환기가 되지 않는 주방과 주거지에서 무급 돌봄 노동의 이중고를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공공의 대응은 후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 정부가 올해 기후 적응 예산을 기존 194억 달러에서 136억 달러로 30% 이상 대폭 삭감한 사례는 공공 부문의 무책임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정책이 적응이 아닌 대응이 맞춰진 전 세계 거의 모든 정부에서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폭염 피해 현장의 주민이 약값과 열 차단 비용, 임시 냉방비를 각자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는 국가의 직무 유기에 가깝다. 전통적인 재난 대응 패러다임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추운 겨울을 견디도록 설계된 도시와 건축물의 한계를 노출한 스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력 소비가 적은 수동적(Passive) 냉방 및 단열재 개선, 히트펌프와 지열 저장 시스템 등 저탄소 기술로 전환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냉방 수요의 급증은 전력 사용량 폭증과 온실가스 재배출이라는 또 다른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따라서 공공영역에서 폭염 대응과 기후정의는 시혜적인 재난 구호금 몇 푼이나 수동적인 긴급 지원 조치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기후 적응은 일회성의 긴급 재정지출이 아니라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회복력 배당금(Resilience Dividend)' 관점의 필수 투자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정의를 국가의 보편적 복지이자 보편적 행정 서비스로 편입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 확대를 넘어 폭염 취약계층 주거지의 단열·차양 개선, 공공 냉방 피신처의 보편적 확충, 성인지적·연령별 맞춤형 의료 안전망 구축이 행정의 기본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재원 조달과 지출의 체질을 공공성 중심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후 취약계층은 자신의 생존비용을 빚을 내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극심한 더위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공공이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기후위기의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후정의의 정치는 다른 관점을 요구한다. bienns@ekn.kr

[EE칼럼] AI보다 전력수요를 더 확실하게 증가시키는 냉방 수요

시애틀이 아니라 서울이다. 잠 못 이루는 밤 말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작년의 8.8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는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몇 달 앞서 폭염을 맞은 동남아시아의 냉방 수요도 급증했다. 베트남은 지난 5월 최대 전력 소비량이 57GW를 넘어섰다. 야간 최대수요도 30GW를 돌파했다.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숨지고 에어컨도 동나게 한 프랑스의 폭염은 올해만 나타나는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여름철의 습도와 온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다. 싱가포르의 국부 고 리콴유 수상은 에어컨이 열대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갈 때는 아무리 덥더라고 셔츠 위에 입는 윗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냉방이 너무 세서 여름 감기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방 수요가 이미 포화된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앞으로 그 증가폭이 더욱 커질 인도,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이목이 더 집중된다. IEA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어컨 24억대는 2050년까지 56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의 상당수는 중국과 인도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서도 2020년과 2050년 사이에 에어컨 숫자가 각각 11배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1인당 GDP가 높게 올라온 지역이 아니라 앞으로 높은 속도의 증가세가 전망되는 지역 중 냉방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지역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인도, 동남아시아 및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에어컨 있는 집이 다섯 집 중 하나밖에 안 되지만 향후 냉방 수요는 소득과 기온의 상승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냉방 수요에 대해 분석한 IEA의 또 다른 최근 보고서는 특히 태양광 발전이 소용없는 야간에 냉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도의 평균기온과 최고 기온 모두 상승하고 있으나 야간 기온 오르는 추세가 낮 기온 오르는 속도보다 두 배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 5월 45GW 규모 인도의 석탄발전은 낮에는 태양광 발전에 길을 내주었고 태양광이 사라진 야간에는 발전량을 늘리는 유연한 발전원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거의 92%에 달하는 최대한의 가동률을 보여주면서 급등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사정이 인도 정부가 현재 40G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다. 다들 경험했겠지만 소득수준이 증가할 때 한번 맛본 냉방 수요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다. 폭염의 기온에 습도까지 높을 때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컨 맛을 본 다음 이를 절제하고 안 켜는 것은 고행에 가깝다. 게다가 높은 습도로 기온의 일교차가 작아 열대야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기후의 특징을 고려할 때 잠 못 이루는 밤을 막아주는 냉방 수요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1인당 GDP의 증가세가 높은 이 지역들의 전력설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지역의 주머니 사정상 냉방수요 충족용으로 아직은 값비싼 LNG를 함부로 쓰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게다가 꾸준히 증가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감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석탄발전이 유일한 대책이자 해결책이다. AI의 사용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증에 대해서는 오래전 닷컴 버블 때처럼 아직 그 증가 폭에 대해 여러 견해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광활한 지역의 아시아 각국이 직면하는 냉방 수요의 급증은 AI보다 확실한 전력수요의 증가요인이며 동시에 탄소배출을 심화시키는 석탄발전의 증가요인이다. 조성봉

폭염 속 ‘냉방 정류장’도 하늘과 땅…지자체마다 설치 제각각, 관리는 사각지대[현장]

8월 들어 서울 강남이 39.2도, 경기 양주가 40.4도, 경남 양산 41.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 정류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취재 결과 냉방 정류장 보급은 지역에 따라 극과 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자치구에만 50곳 넘게 몰려 있는가 하면, 바로 옆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설치와 유지관리를 전적으로 시군 자체 사업으로 떠넘긴 구조가 격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기도 부천시 송내역 앞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안에는 버스 도착 안내판과 에어컨, 휴대폰 무선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에어컨이 가동된 덕분에 내부 온도는 24~26도를 오갔다. 내부에는 더위를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냉방 기기가 설치된 '밀폐형 버스 정류장'은 부천시 전역에 13개소에 불과하다. 전체 정류장(1104개)의 1% 수준이다. 부천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대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버스 정류장은 극히 드물다. 지자체 발표를 취합한 결과, 성남시는 88개소를 운영 중이며 올해 107개소를 추가해 총 195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27개소, 구리시 26개소, 여주시 34개소, 군포시 25개소 등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교통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정류소 설치와 유지관리는 시군 사무이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통합된 설치 현황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서는 지난해 27개소, 올해는 64개소를 목표로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시군이 자체 예산으로 설치한 물량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9일 공공 데이터 포털에서 서울시가 지난해 취합한 스마트쉼터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자치구별 스마트쉼터는 지난해 기준 197개소 설치됐다. 이 중 성동구에만 53개소, 강남구에 32개소가 몰려 있어 두 자치구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반면 영등포구·금천구·서초구는 설치된 곳이 없었고, 노원구·성북구·송파구는 각 1곳에 그쳤다. 인천은 에어컨이 설치된 정류장이 거의 없었다. 전체 정류장 3000여곳 가운데 3곳만 설치돼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밀폐형으로 에어컨을 설치한 곳은 거의 없다"며 “온열의자에서 최근 냉온열의자로 바뀌는 추세이고, 정류장 냉방은 주로 송풍기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설치 예산과 사후관리 부담을 이유로 냉방 정류장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을 하나 설치하는 데 내부 시설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든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정류소 설치 지원 사업은 도비 30%, 시비 70%로 진행되는데 설치비만 지원할 뿐 유지관리 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며 “전기 사용료 같은 관리 부담 때문에 사업을 꺼리는 시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설치비가 비싼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관리가 더 문제"라며 “고장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까지 각 구청에서 검토한 뒤에야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치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에 따르면, 폐쇄형으로 만든 일부 정류장에서는 심야 시간대 청소년들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해 정작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더우니까 청소년들이 오래 머무는 곳이 돼 버려 정작 필요한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전했다. 설치 이후에는 “너무 덥다", “너무 춥다"는 민원과 함께 “고장 났는데 왜 운영을 안 하느냐"는 민원도 나온다고 했다.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는 자동문이 설치된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안에는 버스 도착 안내 현황판과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에어컨이 쉴 새 없이 가동 중이었지만,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모든 출입문이 계속 열려있는 탓에 사실상 바깥 온도와 같았기 때문이다. 오후 12시경 홍대입구역 일대 기온은 34도에 육박했다.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 모씨(27)는 “너무 더워서 바깥이랑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서울조차 관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서울시가 2021년 8월부터 시범 운영해 온 미래형 버스정류장 '스마트셸터'는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7월 펴낸 실태조사에서 부실 운영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개소 모두에 설치된 자동문은 단 2곳만 정상 작동했다. 나머지는 상시 열린 채로 방치돼 냉난방 효율과 공기청정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용 안내를 담당하는 키오스크도 13개소 중 4개소만 정상 작동했다. 스마트셸터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버스 배차 안내 단말기 역시 정상 작동 비율이 69.2%에 그쳤다. 작동하더라도 안내된 정차 위치와 실제 버스가 서는 위치가 달라 이용자 절반 이상이 혼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하거나, 중앙정부 공모 사업으로 하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밀폐 시설로 에어컨을 운영하는 데 드는 관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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