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원순환기업 엘디카본 본사 압수수색

경찰이 임상준 전 환경부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엘디카본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자곡동 소재의 엘디카본 본사와 황용경 엘디카본 대표, 임 전 차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임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했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임 전 차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차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재생카본블랙과 열분해유 등을 생산하는 자원순환 기업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공단, ‘대한민국 컴플라이언스 어워즈’ 준정부기관 부문 대상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1일 서울스퀘어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5회 2026년 상반기 대한민국 컴플라이언스 어워즈'에서 준정부기관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컴플라이언스 어워즈'는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가 기업과 공공기관의 준법경영, 윤리경영, 내부통제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노력을 발굴하고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해 개최하는 국내 대표 컴플라이언스 전문 시상식이다. 공단은 청렴윤리경영과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임직원이 함께 실천하는 준법·청렴 문화를 확산해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청렴윤리, 내부통제, 인권경영, 이해충돌 방지, 갑질 예방 등 주요 컴플라이언스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업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윤리·인권·조직문화 분야의 리스크를 사전에 발굴하고 개선하는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또한 기관장 중심의 청렴·내부통제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부패취약분야 점검, 직무별 리스크 관리, 사례 중심 윤리교육, 현장 맞춤형 청렴활동 등을 지속 추진하며 컴플라이언스를 전 직원이 함께하는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공단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공단은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청렴·윤리 및 상생협력 부문의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고 수준의 등급을 달성한 바 있다. 감사원 주관 '자체감사기구 평가'에서도 매년 최우수 등급(A등급)을 유지하는 등 준법 감시와 내부통제 역량을 대외적으로 꾸준히 입증해 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공단, 한강서 탄소중립 러닝 캠페인 펼쳐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버닝 런' 대회를 개최하고, 임직원과 가족 약 150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국민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별도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 저탄소 활동인 '러닝'을 통해, 생활 속 탄소저감 실천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5km와 10km 코스를 달리며 시민들에게 탄소중립 실천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시민 참여형 홍보부스도 함께 운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홍보부스 방문객들은 한국환경공단 SNS 구독 인증과 탄소중립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며 일상 속 환경 보호 수칙을 배웠다. 특히 이날 시민들에게 제공된 친환경 기념품은 자원순환의 의미를 담아 의미를 더했다. 제조 과정에서 탄소 저감률이 높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러닝 헤드밴드와 폐목재를 활용한 머그 텀블러 등이 지급되어 단순한 소모성 행사가 아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가치를 실천했다. 임상준 환경공단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임직원은 물론 시민들이 함께 달리며 탄소중립의 의미를 몸소 체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라며 “앞으로도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대기오염 개선의 역설: 공기 깨끗해지면 ‘강한 태풍’ 만들어진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태풍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이 온실가스로 인한 태풍의 위력을 억눌러왔으나, 공기질이 개선되면서 이러한 '방패'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중국 난징 정보과학기술대학교, 중국 국가기상센터 등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인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인위적 에어로졸이 태풍 발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첨단 기상 모델(WRF-Chem) 시뮬레이션을 통해 북서태평양 지역을 분석한 결과,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에어로졸이 태풍 발생 지수(genesis potential index, GPI)를 약 24% 감소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을 줄이는 정책은 억제되었던 GPI를 다시 상승시켜 태풍 활동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중 황산염(Sulfate)과 블랙카본(Black Carbon)이 태풍의 형성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억제 인자로 나타났다. ◇태풍을 잠재우는 '열역학적-역학적' 메커니즘 GPI는 특정 지역의 환경이 태풍이 형성되기에 얼마나 유리한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대규모 기후 변동성과 태풍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GPI는 잠재 강도(potential intensity), 상대 습도(relative humidity), 절대 와도(absolute vorticity), 수직 바람 시어(vertical wind shear) 등에 의해 결정된다. 논문에 따르면 황산염은 햇빛을 산란시켜 해수면 가열을 약화시킨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태풍의 연료인 잠열 공급이 줄어든다. 잠열은 물이 수증기로 변할 때 받아들였다가 물방울로 응결할 때 다시 방출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블랙카본은 대기 중에서 태양복사를 흡수해 상층 대기를 덥히는데, 이는 대기를 안정화해 강한 상승기류 형성을 방해한다. 이 두 물질은 공통적으로 수직 바람 시어를 강화하고, 중층 상대습도를 낮추며, 저층 와도를 약화시킨다. 태풍의 씨앗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바람 시어는 대기의 높이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달라져 태풍의 구조를 비틀고 성장에 방해를 주는 힘이다. 와도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클수록 태풍의 씨앗이 더 쉽게 만들어진다. ◇공기질 개선에 따른 '태풍의 역습' 우려 반대로 대기오염을 줄이면 그동안 에어로졸에 의해 억제되었던 기상 조건들이 태풍에 유리하게 변하게 된다. 연구팀은 에어로졸이 줄어들 경우,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면서(unmasking) 태풍의 수명이 길어지고 강도는 더욱 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에어로졸 수치가 높은 환경에서는 태풍의 수명이 짧아지고, 강도가 약해지며, 이동 속도 또한 느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복잡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충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기질 개선은 공중 보건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강화될 태풍 리스크에 대비하는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어로졸 저감이 가져올 기후적 영향에 적절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오염 물질 저감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인 평가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전력 수요가 지금의 계통 전체의 신뢰도를 해치고 시스템의 큰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AI와 전력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하나는 수요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규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침투 속도를 늦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해결책은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계통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라면, 그 리스크의 해법도 우리는 AI에서 찾아야 한다. ENTSO-E가 지적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관측 불가능성이다. 기존 감시·제어 시스템은 초 단위 평균값을 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만들어 내는 부하 변동은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보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해법은 PMU(Phasor Measurement Unit, 위상측정장치)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동적 안정도 평가 모델로 실시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산업계에서 딥러닝이 과도 안정도·전압 안정도 평가에서 전통적 수치해석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AI 부하는 AI로만 감시할 수 있다. AI는 '시간-전력 격차(Time-to-Power Gap)'를 메우는 핵심 도구다. 데이터센터의 접속 대기 기간이 길게는 10년을 넘는다는 것은,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가용 용량을 늘리는 길은 있다. AI 기반 동적 송전용량 산정(Dynamic Line Rating), 조류 최적화, 혼잡 예측이 그것이다. 동일한 구리선에서 10~30%의 추가 용량을 끌어내는 이 기술들은 신규 송전선 건설에 드는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접속을 앞당길 수 있다. ENTSO-E 보고서의 가장 통찰력 있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전자기기·배터리·냉각 인프라·제어 가능한 IT 워크로드가 능동적 계통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이 이미 두 건의 전력회사 계약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부하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AI 학습은 추론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이 크다. 이 유연성을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조율할 때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전소가 된다. AI 데이터센터 자체가 발전소이자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 조절자가 되는 것이고 그 조율의 두뇌가 바로 AI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집중 규제와 지역 이전 등 분산자원화로 대응하는 우리의 접근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그리드 운영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운영시스템에 머신러닝 기반 안정도 평가, 동적 송전용량 산정, 데이터센터 유연성 통합 플랫폼이 내장되어야 한다. ENTSO-E는 보고서 말미에 “다음 용량의 파도가 그리드에 도달하기 전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제도의 핵심 엔진은 단연 AI다. AI가 만든 문제는 AI로 풀어야 하며 AI만이 AI로 인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문법이다. 조홍종

사이언스가 주목한 1180만 건의 경고…“인간의 발길이 야생동물을 멈추게 한다”[환경포커스]

도로나 건물을 덜 지으면 야생동물은 더 안전해질까. 지금까지 생태 보전 정책은 대체로 이런 전제 위에 서 있었다. 도로와 건물, 농경지 같은 물리적 개발이 얼마나 자연을 훼손했는지를 중심으로 서식 환경을 평가해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예일대와 스미스소니언, 캐나다·유럽 등 국제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대규모 분석 결과는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야생동물이 단지 인간이 남긴 구조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개발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사람이 드나들 것인가"라는 이야기다. ◇미국 전역 야생동물 4581마리 추적 연구진은 미국 전역에서 위성 위치 확인시스템(GPS) 추적기를 부착한 포유류와 조류 37종, 4581개체의 이동 기록 약 1180만 건을 분석했다. 대상에는 회색늑대·코요테·퓨마·흰꼬리사슴·무스 같은 포유류와 큰까마귀·캐나다두루미·대백로 같은 조류가 포함됐다. 도시 주변에서 인간과 자주 마주치는 종부터 비교적 자연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종까지 다양하게 포함됐다. 핵심은 이 동물들의 이동 정보와 인간의 활동 정보를 따로 확보한 뒤, 이를 같은 공간과 시간 축 위에 올려 비교했다는 점이다. 동물의 경우 GPS 추적기를 통해 '이 개체가 언제 어디 있었는가'를 정밀하게 기록했다. 이를 통해 동물이 하루나 일주일 동안 얼마나 넓은 영역을 움직였는지, 어떤 환경을 선택해 이용했는지를 계산했다. 인간 활동 정보는 위치정보 분석 기업 세이프그래프(SafeGraph)가 제공한 스마트폰 이동 통계를 활용했다. 개별 사람을 추적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하루 동안 스마트폰 이용자가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익명화된 집계 자료로 정리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연구진은 '어느 늑대가 어느 날 어느 지역을 이용했는가'와 '그날 그 지역에 사람이 평소보다 얼마나 더 있었는가'를 비교한 셈이다. ◇'개발 정도'와 '실제 사람 출현'을 분리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 영향의 두 요소를 분리해서 분석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지형 개조인데, 도시화, 도로, 농경지, 에너지 시설처럼 인간이 장기적으로 자연을 바꿔놓은 흔적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인간 출현으로, 특정 시점에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그곳에 나타났는지를 뜻한다. 기존 연구는 대개 이 둘을 하나로 봤다. 도로나 건물이 많으면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코로나19 시기의 특수한 상황을 활용했다. 2019년과 2020년 미국에서는 이동 제한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급감했다. 도시와 도로는 그대로였지만 사람의 움직임만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덕분에 연구진은 '동물이 반응한 이유가 개발된 환경 때문인지, 실제 인간 출현 때문인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었다. ◇야생동물 65% 이상이 인간 존재에 반응 분석 결과, 전체 종의 65% 이상이 인간 출현 자체에 반응했다. 포유류의 67%, 조류의 68%가 인간이 많이 나타나는 시기에 활동 영역이나 자원 이용 방식을 바꿨다. 포유류는 대체로 더 민감했다. 인간 활동이 많아질수록 활동 반경이 중앙값 기준으로 11%나 줄었다. 코요테의 경우 인간 출현이 늘어나면 활동 범위를 평균 11.3㎢ 줄였다. 인간이 남긴 음식물 같은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인간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좁은 안전권 안에서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회색늑대는 오히려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인간을 피해 더 멀리 우회하거나 새로운 이동 경로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조류는 더 다양하게 반응했다. 큰까마귀는 인간 활동이 늘어날수록 활동 범위를 약 26㎢ 넓혔다. 인간이 남긴 음식물이나 도로변 사체 같은 자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결과다. 같은 인간 적응형 동물이라도 어떤 종은 숨었고, 어떤 종은 기회를 찾아 움직인 것이다. ◇더 자연스러운 곳일수록 더 민감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동물의 반응이 더 강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종의 약 60%에서 인간 출현 효과가 서식지의 개발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호작용이 확인됐다. 같은 수준으로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이미 도시화된 지역보다 자연성이 높은 숲과 초원에서 동물의 행동 변화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를 인간에 대한 '익숙함'의 차이로 해석했다. 인간과 자주 접촉하는 도시 주변 동물은 어느 정도 인간에 익숙해져 반응 폭이 작지만, 사람과 마주칠 일이 드문 야생 지역의 동물은 인간 출현을 더 강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즉각적으로 이동 경로와 활동 범위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구역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일수록 출입 관리가 더 정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존의 해법은 “언제 들어갈 것인가" 이번 연구 결과,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이 남긴 도로나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지하고 살아간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려면 '어디까지 개발할 것인가'를 넘어, 우리가 언제 자연 속에 들어갈 것인가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야생동물 보호가 단순한 출입 금지나 상시 개방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대신 시간과 빈도를 조절하는 '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번식기 특정 시간대에는 탐방객 출입을 제한하고, 야행성 동물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에는 차량 통행을 줄이는 식이다.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대를 쓰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여름의 변심: 낭만의 계절에서 생존의 계절로

오랫동안 여름은 우리에게 활력과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이었다. 긴 낮과 쏟아지는 햇살, 휴가와 방학, 산과 바다에서의 추억은 여름을 견디는 시간인 동시에 즐기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름은 더 이상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앞서서 지배하는 위험한 계절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산업과 에너지, 도시 기능 전반을 시험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다.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1910년대 연평균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에는 역대 가장 강렬한 폭염이 기록되었고, 이후 폭염은 사망자를 동반하는 자연재난의 요소로 공식 편입되었다. 강수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연간 강수일수는 줄었지만, 강수량과 강수 강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1.31mm씩 늘어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줄었지만, 한 번 내리는 비는 더 폭우처럼 쏟아진다는 의미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여름의 새로운 얼굴이다. 기후변화는 대기와 해양 에너지의 균형을 뒤흔들며, 폭염과 집중호우 등 복수의 위험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을 초래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이 가뭄, 산불, 대기오염, 강수 현상과 상호작용하며 사람과 자연에 중첩된 피해를 준다고 경고한다. 뜨거운 공기가 도심을 달구는 동시에, 갑작스러운 극한 강우가 하천과 지하 공간을 위협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이 위험이 자연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계통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2024년 8월 최대 전력 수요는 97.1GW에 달했으며, 2025년에는 97.8GW를 상회하고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방은 이제 삶의 윤택함과는 다른 차원인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 되었고,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유지와 생명 보호의 문제로 변모했다. 집중호우 피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 규모는 단순한 강수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시 배수시설의 용량, 지하 공간 관리 수준, 취약 지역에 대한 통제, 그리고 경보와 대피 체계의 준비 상태가 피해 크기를 좌우한다. 자연재난의 결과는 결국 사회적 준비 수준이 결정한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험이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같은 폭염에도 훨씬 더 큰 피해에 노출된다. 특히 농촌의 어르신들은 폭염 속에서도 농사일을 멈추지 못해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기상청은 폭염특보 운영 시기를 6~9월에서 2015년부터는 5월로 앞당겨 사실상 연중 운영 체계로 전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 5월 16일, 서울의 한 어르신이 폭염특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최고기온 31.3℃에서 안타깝게 희생되었다. 이 사건은 새로운 상향 특보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건강 상태나 상대적 온도 변화에 민감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폭염 위험 기준에 대한 정보도 절대적 온도 수치를 넘어 상대적 기온 변화와 개인 취약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완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더위와 비에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된다. 재난은 가장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정책에 깊이 새겨야 한다. 오늘날의 여름은 기상 현상인 동시에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예보와 경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도시 배수체계는 미래 극한 강우 수준에 맞춰 재설계되어야 하고, 도심 열환경 완화를 위한 녹지 확충과 건축물 단열 강화, 냉방복지와 취약계층 보호도 병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 역시 공급 확대라는 단편적 처방을 넘어, 효율 향상과 수요 관리, 분산형 대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후 위기의 기상·재난·복지·보건·에너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은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져야 하고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미래 기후예측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중·단기적으로는 재난 예보의 정밀도를 개선하며 반복되는 폭염과 호우 앞에서 사회가 버티고 적응하는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여름은 원래 생명과 풍요의 계절이다. 기후변화가 바꾼 그 여름을 되찾기 위해,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위험한 현실을 직시하고, 크고 작은 모든 가능한 대응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과학적 자세이며, 정책의 책임이고, 우리 사회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현실적인 길이다.

“보이지 않는 탄소폭탄”…지하수 고갈이 전 세계 온실가스를 늘린다

지하수를 퍼 올리는 일이 단순한 물 부족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온실가스를 늘리는 숨은 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지하수 고갈은 농업용수 부족이나 식수 안보 차원에서 주로 논의돼 왔지만, 실제로는 땅속에 저장돼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전 지구 규모에서 확인된 것이다. 중국 톈진대학교 수리공학 지능형 건설·운영 국가중점실험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하수 고갈로 인한 탄소 배출은 지금까지 전 세계 탄소 예산 계산에서 간과한 중요한 배출원"이라고 밝혔다. ◇연간 5,200만 톤…초원보다 많은 탄소 배출 연구팀에 따르면 지하수는 단순한 물 저장고가 아니라 거대한 탄소 저장소 역할도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빗물과 함께 지하로 스며들면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환경에서 물속에 녹아 중탄산염(HCO₃⁻) 형태로 안정적으로 저장된다. 이는 자연적인 탄소 흡수 과정의 일부다. 문제는 인간이 지하수를 대량으로 퍼 올릴 때 발생한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압력이 떨어지고, '헨리의 법칙'에 따라 물속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기체 형태로 빠져나온다. 이를 '탈탄산(decarbonation)'이라고 한다. 헨리의 법칙은 일정한 온도에서 액체에 녹는 기체의 양은 그 기체가 액체에 가하는 압력에 비례한다는 법칙으로, 기체는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녹고 압력이 낮아질수록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탄산칼슘이나 탄산마그네슘 같은 광물이 침전되는 과정에서도 추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뚜껑을 연 탄산음료에서 기포가 빠져나오듯 지하수가 빠져나갈 때 탄소도 함께 새어 나오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17만1000개 관측정 자료와 80개국 2만8902개의 지하수 수질 자료, 그리고 그레이스(GRACE) 위성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하수 고갈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평균 52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 세계 초원의 순탄소 배출량(약 3,500만 톤)을 웃도는 수준이고, 자연 화산가스 배출량과 비교해도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중국·브라질·인도가 최대 배출국 국가별로는 중국(연 670만 톤), 브라질(660만 톤), 인도(580만 톤)이 가장 많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화북평원과 인도-갠지스 분지, 브라질 북동부 등 대규모 관개농업 지역이 대표적 '탄소 핫스팟'으로 꼽혔다. 이 지역들은 식량 생산을 위해 지하수를 집중적으로 퍼 올리면서 지하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전체도 적지 않은 배출 규모를 보였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의 지하수 고갈 유래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720만 톤에 달했다. 이는 세계 주요 권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북부의 화북평원은 동아시아 최대 배출 거점으로 지목됐다. 한반도 역시 동아시아 권역에 포함되지만, 논문은 한국만을 별도로 분리한 정량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논문에 수록된 전 지구 배출 강도 지도에서는 한반도 일부 지역에서도 지하수 관련 탄소 방출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처럼 대규모 지하수 관개국은 아니지만, 농촌 지역과 일부 산업단지에서 지하수 의존도가 높고, 기후변화로 가뭄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하수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동아시아 전체 탄소 배출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 관리가 곧 탄소 관리" 이번 연구는 탄소 배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 온실가스는 공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하수 관리가 더 이상 물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정책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지하수를 보존하는 이유가 물 부족 방지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탄소 감축 전략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하수 재충전 확대, 농업용수 효율 개선, 지역별 모니터링 강화, 그리고 전 지구 탄소예산 모델에 지하수 항목을 포함하는 새로운 정책 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풍력 터빈, 주민 건강 해치지 않는다”…미국 연구 사실일까?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풍력발전을 둘러싸고 다시 논쟁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이 인근 주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예상과는 다른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규모 장기 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이격거리에서는 풍력 터빈이 주민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연구진은 초근접 거주자에 대한 표본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는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다. ◇12년간 추적…소비 기록까지 분석한 '정밀 검증'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교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2년 동안 미국 전역 12만 가구 이상의 건강 패널 데이터를 추적했다. 여기에 미국 지질조사국이 보유한 약 7만5000기의 풍력 터빈 위치 정보와 설치 시점을 결합해, 터빈 설치 전후 주민 건강 상태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불면증·수면장애·우울증·불안·두통 등 정신적·신체적 건강지표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논문들과 달리 설문 응답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제 소비 행태까지 추적해 수면제·진통제·커피·약품 구매량 변화를 분석했다. 또, 미국 시간사용 조사 자료를 활용해 수면시간과 야외활동, 운동시간 변화 여부까지 함께 살폈다. 풍력 터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런 생활 패턴과 소비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포착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유의미한 건강 악영향 없었다"…주요 지표 변화 없어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풍력 터빈 설치 이후 불면증·우울·불안·두통 등 주요 건강지표에서 유의미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면제와 진통제 구매량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주민들의 실제 수면시간과 운동량, 야외활동 시간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풍력 터빈 노출이 중간 규모 이상의 건강 악영향을 유발할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풍력 터빈이 인근 주민 건강을 광범위하게 해친다는 일부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과도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한계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는 주민 표본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석 대상 지역에서 터빈과 인구 중심지 간 중앙값 거리는 약 6㎞였고, 절반 이상이 3~10㎞ 범위에 분포했다. 5㎞ 이내 거주 가구는 전체의 42%였지만, 3㎞ 이내처럼 극히 가까운 거주자는 적어 작은 건강 영향이 있더라도 통계적으로 검출하기 어려웠다. 즉 이번 연구는 “미국의 일반적인 풍력 입지 조건에서는 건강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터빈 바로 옆 주민도 절대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과 삶의 질은 다른 문제…'성가심'은 여전히 현실 논문은 건강 문제와 삶의 질 저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질병 발생이 없더라도 풍력 터빈은 주민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성가심(annoyance)'은 단순히 “시끄럽다"는 수준의 불편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특정 환경 요인이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해 주민이 느끼는 지속적 불쾌감과 생활 통제감 상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그림자 깜빡임(섀도 플리커)이다. 터빈 날개가 햇빛을 주기적으로 가리면서 집 안 벽이나 창문에 규칙적인 깜빡임을 만드는 현상으로, 일부 주민에게는 집중력 저하와 시각적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해가 낮게 뜨는 계절 아침과 저녁에 민감하게 체감된다. 또 다른 요인은 시각적 위압감과 경관 침해다. 높이 150m를 넘는 대형 터빈이 산 능선이나 마을 인근에 들어설 경우, 주민들은 “늘 거대한 기계가 자신을 내려다본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 미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익숙하게 누려온 생활환경이 낯선 산업시설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박탈감과 연결된다. 저주파 특유의 웅웅거림과 진동감도 문제로 꼽힌다. 의학적 위해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주민은 실내 창틀이나 문짝의 미세 진동과 함께 느껴지는 반복적 저주파를 “귀가 아닌 몸으로 듣는 소리"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감각은 특히 야간의 정숙한 환경에서 더 크게 인지돼 잠들기 전 예민함과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 ◇풍력 확대의 핵심은 '건강 논란'보다 '공정한 수용성' 이 연구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국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풍력 터빈과 주거지 사이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쉽다. 반면 한국은 산지가 많고 가용부지가 제한적이어서 육상 풍력단지가 마을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저주파 소음이나 특정 주파수대의 가청 저주파, 그림자 깜빡임이 주민에게 더 크게 체감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 역시 “인구 밀집 지역과 더 가까운 국가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풍력 터빈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재산가치 하락 우려와 절차적 불신이 더해지면 심리적 반발은 증폭된다. 사업 설명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낄 경우, 같은 소음이라도 훨씬 더 강한 스트레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다수 선행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실제로 해외 연구들은 풍력 반대가 건강 피해 자체보다 “왜 우리 동네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공정성 문제와 더 밀접하다고 보고해왔다. 결국 풍력 확대의 성패는 건강 위해성 논쟁을 넘어, 과학적 이격거리 기준 마련과 실시간 소음 모니터링, 그림자 깜빡임 저감 기술, 주민참여형 수익공유, 투명한 입지선정 절차 같은 사회적 설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현장] “정수장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환경기술에 부는 AI 바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수장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일 수 있습니다. 정수장에서 연 1억2000만원의 전기료를 줄이면 43개 광역정수장에서 약 4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가 환경산업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측정·관측 중심이던 환경기술이 실시간 분석과 자동 제어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정수장과 하·폐수처리장 같은 대규모 환경설비도 AI 기반 자율운영 체계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은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을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올해 행사에는 26개국 316개 기업이 655개 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13개국 262개사가 참여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참가 기업이 약 20%나 늘었다. 코엑스 A홀 전시장 안은 관람객과 참가기업 관계자들로 종일 북적였다. 대형 부스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동문 로비까지 확장된 전시장 곳곳에서는 탄소중립·AI 기반 환경기술 시연과 기업 설명이 이어졌다. 참가 기업들은 대형 모니터에 시연 영상을 띄우거나 장비를 실제로 가동하며 기술 원리를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부스마다 발걸음을 멈춰 관계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환경보전원은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맞춰 올해 처음으로 AI 특별관을 도입했다. AI특별관에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부터 수질·대기 예측 AI 플랫폼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혁신 기술이 한데 모였다. 한국수자원공사관에 자리한 AI 기반 플랫폼기업 에셈블은 수자원공사와 손잡고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화성 정수장을 시작으로 광역정수장 43곳에 AI 기반 자율운영 시스템을 차례로 구축했다. 부스에서 만난 서민석 에셈블 부사장은 “정수장의 5년 치 운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니, 어느 공정에서 약품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를 AI가 직접 모델로 만들어 답을 내놓는다"며 “사람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공정마다 일일이 값을 입력하던 작업을 AI가 연계해 자동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들어오는 물양에 맞춰 약품 투입량과 가동 시점을 AI가 조절하면서 정수장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약 10% 줄인다. 정수장은 원거리에 물을 보내느라 대형 펌프를 돌리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을 쓰는 곳이다. 한 정수장에서 월 1000만원의 전기료를 줄이면 연 1억2000만원, 43개 광역정수장으로 환산하면 연 40억원 안팎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하·폐수 처리 과정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은 '생물반응조'다. 생물반응조란 미생물을 활용해 물속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정화하는 핵심 시설로,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공기를 끊임없이 넣어줘야 한다. 수질 전문기업인 유앤유는 이 문제를 AI로 해결한 '송풍량 분석 장치(MassFlow EOS)'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미생물에게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공기를 넣도록 제어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깨끗한 수질을 유지한다. 녹조 현상을 유발하는 물속의 인(P) 성분을 제거하는 '약품 주입량 최적제어(MassFlow CCS)'도 눈길을 끌었다. 오염 물질의 미세한 입자들을 뭉치게 해 가라앉히는 약품 투입량을 AI가 알아서 조절해 주는 기술이다. AI가 데이터 기반으로 적정량만 투입하도록 유도해 약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다른 수질 전문기업인 더웨이브톡은 AI와 레이저 기반 기술을 활용해 수질 측정 시장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주력 제품은 국내 최초 레이저 기반 물의 탁한 정도인 탁도를 측정하는 연속자동측정기(TSC-50/IQ-50)다. 기존 탁도계는 물 흐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포와 출렁임(맥동) 현상으로 측정 오차가 발생해 별도의 수조나 펌프 등 부대설비가 필요했다. 반면 더웨이브톡은 자체 레이저 시스템과 AI 이미지 분석 기술을 적용해 기포로 인한 오차를 줄여, 복잡한 부대설비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품의 90% 이상을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최근 산업통상부의 신제품 인증과 형식승인을 획득했다. 자동제어밸브 전문 제조기업인 코모토는 태양광 전력을 이용해 압축공기를 모아 댐 수문을 여는 친환경 무선 개폐 시스템을 선보였다. 해당 시스템은 태양광 에너지 출력을 증폭해서 큰 수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두온에너지원은 태양열을 93% 반사하는 차열페인트를 선보였다.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차단해 실내 온도를 5도로 낮추며,아파트와 도로 등 폭염 재난 대응에 쓰이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SK에너지 소속의 유모씨는 “대기 환경과 탄소중립 분야가 궁금해 직접 찾아왔다"며 “사업장에서 쓰는 보일러와 똑같은 설비 기술을 다루는 업체가 있어 모르던 부분까지 물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과제로 행사장을 찾은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박모씨는 “무역과 에너지 분야가 궁금해 둘러보고 있다"며 “생각보다 부스마다 준비가 잘 돼있어 볼 거리가 많았다"고 평했다. ENVEX는 1979년 첫 개최 이후 47회를 맞은 국내 녹색산업 전문 전시회로, 지난 10년간 약 36만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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