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 출범…“기후·에너지·환경 이슈 선점”

보수진영에서 기후·에너지·환경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 발족식을 개최했다. 이날 발족식은 지구의 날을 맞아 열렸다. 네트워크에는 국민의힘·개혁신당 소속 총 23명의 국회의원이 가입했다. 이들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 이슈가 진보 진영 위주로 논의되면서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이 제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번 네트워크 설립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보수진영의 에너지·환경 정책 방향을 발족 선언문을 통해 제시했다. 그는 “기후 대응과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며 “원자력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하고, 재생에너지가 이를 보조하며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이 어우러진 균형적인 에너지믹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선악의 문제로 몰아가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국토와 해양 오염을 종식시키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는 영국의 보수환경네트워크(CEN)을 모델로 삼다. CEN에는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51명과 상원의원 31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당의 관련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프랑스·독일 등과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는 해외 기관과의 외교적 연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발족식에는 존 플레셔 CEN 매니징디렉터 일본의 비슷한 단체인 '사토모리'의 루리 미우라 설립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 이슈가 진보 진영 위주로 다뤄지는 점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발족 선언문에서 “기후·환경 문제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하에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돼야 한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 실현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2031~2049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탄소중립법에 명시하려는 데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기후특위 소속 의원들은 해당 기간 초기에 온실가스를 더 빠르게 줄이는 계획을 담고자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후특위 활동 기간이 다음 달 말까지인데, 민주당이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만들려는 것 같다"며 “활동 기간에 쫓겨 졸속으로 입법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포함된 관련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 맞는 합리적이고 이행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오존 핫스폿’으로 지목된 수도권·광양만권

국내에서 오존 농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 지역으로 수도권과 전남 광양만권이 지목됐다. 경기 중부는 최근 5년(2021~2025년) 평균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22.2일로 가장 많았고, 전남 여수(20.6일), 순천(20.0일), 서울·경기 남부(17.6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여수·순천·광양은 별도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연재)과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송지현)가 공동 주최한 '제1차 대기환경 정책발전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7일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오존 관리 정책 진단 및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7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 포럼의 첫 번째 일정이다. ◇“오존은 배출지와 농도 지역이 다르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오존 문제의 핵심으로 '공간적 불일치'를 지목했다. 오존을 생성하는 전구물질은 특정 지역에서 배출되지만, 실제 고농도 오존은 기상 조건과 이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존 주의보 발령일수와 전구물질 배출량을 종합 분석해 수도권과 광양만권을 대표적인 '핫스폿'으로 제시했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산업단지와 발전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오염원 특성도 지역별로 다르다. 수도권은 교통과 생활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충남과 광양만권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산림에서 배출되는 자연발생 VOCs(BVOCs)까지 더해지면서 오존이 생성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김 교수는 “국내 대부분 지역이 VOCs에 민감한 구조를 보이는 만큼, 단순한 총량 감축이 아니라 지역별 민감도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산업 VOCs가 절반"…정밀 관리 필요 광운대 환경공학과 유경선 교수는 오존 생성의 핵심 물질인 VOCs의 배출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3년 기준 VOCs 배출은 가정·상업용 유기용제가 25.6%, 건축용 도장시설이 22.4%를 차지해 두 부문만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VOCs 배출량은 2019년 99만6000톤에서 2023년 88만6000톤으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오존 증가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오존 생성 기여도가 높은 고반응성 VOCs를 선별해 관리하고, 사업장별 배출량을 화학물질 종류별로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굴뚝 자동측정기와 원격 측정 기술을 활용한 실측 기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만 줄이면 오히려 악화" 한국환경연구원(KEI) 대기환경연구실 심창섭 박사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오존 농도는 1997년 0.019ppm에서 2025년 0.033ppm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최근 5년간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NOx 배출량은 2016년 118만 톤에서 2022년 77만5000톤으로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오존 농도는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NOx 감소로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약해지면서 대기 중 잔류 오존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심 박사는 △도심 VOCs 우선 감축 △메탄 등 단기체류 기후오염물질(SLCFs) 통합 관리 △고농도 지역 시공간 분리 관리 △정기적 정책 평가 △동북아 공동 대응 등 '5대 통합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광양만, 오존주의보 오전에만 73%, 집중 조사중"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박정후 연구관은 국내 오존 현황과 함께 남부지역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광양만권에서는 오존주의보의 73%가 오전 시간대에 발령되는 특이 현상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오존은 오후에 농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패턴이다. 과학원은 2025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광양만권을 대상으로 집중 관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다음달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6주 이상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항공기 1대, 이동측정차량 5대, 20여 종 이상의 첨단 장비가 투입돼 VOCs 최대 216종을 포함한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오존 생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예보 모델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오염"…정책 전환 요구 전문가들은 오존이 단순한 대기오염을 넘어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환경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존은 온실가스로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1000에 달하며, 전체 기후변화 영향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농도 오존은 호흡기 자극과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생태계 피해까지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름철(5~8월)에는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60일 이상에 달하는 등 고농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4회 오존 예보를 실시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배출 사업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통해 2032년까지 오존 관리 목표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학술토론회는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국내 대기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면서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오존을 비롯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강남역·광화문에 대심도 빗물터널 구축…기후위기 대응력 강화

4월에 서울 기온이 29℃(도)까지 오르다가 일부 지역에서 역대 가장 늦은 한파 특보가 발령되는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는 역대 최악의 산불과 영동지방 가뭄으로 이상 기후가 극한으로 나타난 해였다. 이에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력을 기존보다 높인 대책을 발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상청,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함께 21일 전남 여수 베네치아호텔에서 '대한민국 기후위기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여수에서 20~25일 열리는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및 기후변화주간 행사에 맞춰 진행됐다. 양승욱 기후부 기후적응과 사무관은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 2026년 추진계획' 발표를 통해 여름철 홍수에 대비해 홍수특보 지점 확대를 위해 수위관측소 40개소를 추가하고, 하천 수위 상승 시 인근 사람과 차량을 인지하는 지능형 CCTV 1000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하수도 정비 중점관리지역을 지난해 228개소에서 올해 10개소 이상 추가한다. 강남역과 광화문 인근에는 대심도 빗물터널을 건설하고, 물 부족 예상 지역에는 공업용수도 5개소와 광역상수도 3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심도(大深度)는 일반적으로 지하 40m 이상(도심지 35m 이상)의 매우 깊은 지하 공간을 말한다. 산불 예방을 위해 대형 헬기 1대와 진화 차량 12대를 확충하고, 대형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한 내화수림대 조성과 산불 예방 숲가꾸기를 추진한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우리동네쉼터 등 취약지역 인프라를 105개소 조성한다. 또한 단열창호 시공과 냉난방기 교체 지원을 기존 5만4000가구에서 5만6000가구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보호 등 구체적인 실행 기반을 담은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을 추진한다. 노경숙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기후위기 대응 대책의 근거가 되는 우리나라 이상기후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노 과장은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2024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9.2ppm으로 전년보다 5ppm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해였다. 노 과장은 “지난해 3월 하순 이례적으로 고온·건조한 날씨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대형 산불이 확산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며 “해외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3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이며, 온난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2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다"고 밝혔다. 폭염은 6월 중순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이른 더위가 나타났다. 7~8월 여름철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7~9월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기록적인 호우와 폭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반면 강원 영동지역에는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나타났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준공 이후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국가 기후변화 감시·예측 정보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변화 원인을 규명하는 분석 정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韓 에너지안보, 재생에너지 확대 달려 있어…2030년 20% 이상”

전남 여수에서 열린 '녹색대전환(GX) 국제주간'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가 재생에너지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캠페인을 이끄는 영국 민간단체인 클라이밋그룹과 공동으로 21일 여수 소노탐호텔에서 '인공지능(AI)시대 에너지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마이크 피어스 클라이밋그룹 총괄이사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인공지능으로 인한 새로운 에너지 수요 증가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미래 경쟁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RE100 회원사들의 전력 사용량은 국가 전체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부는 이들 기업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접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녹색 전환은 환경을 넘어 미래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과제다. 기존 전력 체계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행사에서 “한국을 비롯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단기적 시장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며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이상 달성하고 녹색 제조 강국으로 도약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보조금이 지원된 태양광 발전설비에는 국산 모듈과 인버터를 쓰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을 확대하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는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 수혜가 중국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한국까지 무너지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차지한) 단일 시장이 되기에 우리 태양광 산업을 다시 키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에는 탄소중립 관련 포럼, 청년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기후변화주간은 2009년부터 지구의 날(4월 22일)이 포함된 주간에 진행되는 행사다. 또한 이번 행사는 오는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주요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로, 198개 당사국과 국제·비정부기구 관계자 1000명이 참석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2일 지구의 날] 한계 도달한 지구…국가 단위론 해결 못하는 수준

22일은 지구의 날. 1970년 미국에서 처음 행사를 개최한 지 56주년을 맞았다. 인류 활동이 지구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 보고,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할 방법을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는 기후·에너지 위기를 걱정하고 있지만, 현재 지구가 직면한 위기는 기후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기후 위기 외에도 종다양성의 붕괴, 심화되는 물 부족, 그리고 통제 불능 수준으로 증가하는 폐기물 문제도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각각의 실태와 전망, 대응 과제를 짚어본다. ◇종다양성 위기: “육지 80% 영향권" 종다양성 상실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 기반인 생태계 서비스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스튜어트 핌 교수팀이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관측 자료 기준으로 지구 육지의 약 80%가 이미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은 농업 용지로 전환된 상태다. 특히 전 세계 육상 생물종의 약 3분의 2가 서식하는 열대우림의 파괴는 종다양성 감소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 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은 전 세계 척추동물 개체군 변화를 추적해 '살아있는 지구 지수(LPI)'를 산출해 발표하는데, 1970년 대비 각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적으로 73%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수치는 일부 지역과 종에서의 급격한 감소가 반영된 결과로, 생태계 전반의 압박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듀크대 연구팀은 LPI가 제시하는 '73% 개체군 감소' 같은 수치가 경고 효과는 크지만, 현장의 실제 변화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지역별·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 보전' 접근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수자원 위기: '데이제로 가뭄' 현실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 부족은 새로운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과 부산대 통합기후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은 '데이제로 가뭄(DZD)'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경고한다. 이는 강수 부족과 수요 증가가 겹치며 저수지가 완전히 고갈되는 극한 상황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수준에 도달할 경우, 전 세계 인구 약 9%인 7억5000만 명 이상이 이러한 극단적 물 부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중해 연안, 남아프리카, 북미 일부 지역은 2030년대에 이미 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 부문의 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동북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재 생산 과정에서 소비되는 '블루 워터'는 1995년 251억㎥에서 2021년 507억㎥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철강 생산이 약 39.4%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물 위기 대응을 위해 △지구 온난화 억제 △하수 재이용 및 해수 담수화 확대 △소재 소비 절감 등 '물-소재 넥서스' 기반의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위기: 순환경제 전환 시급 폐기물 문제는 인류 경제 활동이 남긴 가장 가시적인 부담이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폐기물의 모든 것(What a waste) 3.0'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도시 고형 폐기물 발생량은 25억6000만 톤이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38억6000만 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간된 개정판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폐기물 발생량은 124%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리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 세계 폐기물의 약 30%는 수거되지 않거나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홍수, 질병 확산, 해양 오염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이다. 플라스틱의 경우 연간 발생량의 29%인 약 9300만 톤이 부적절하게 관리되고, 이 중 65%는 일회용 제품이다.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도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이산화탄소 환산(CO₂e)톤으로 약 12억8000만 톤가 배출됐는데, 대부분은 메탄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한다. 경제적 손실 역시 크다. 동남아시아 중소득 국가에서는 미수거 폐기물로 인한 손실이 톤당 약 375달러에 달해, 적정 처리 비용을 상회한다. 세계은행은 보편적 폐기물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중소득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의 0.3~0.5%, 저소득 국가는 약 0.8% 수준의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확대, 제품 설계 단계에서의 폐기물 감축, 음식물 쓰레기 분리·퇴비화 등을 통해 '순환경제'로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지구가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수자원을 보존하며, 폐기물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문제는 종다양성, 물, 폐기물 문제는 서로 얽혀 있으며, 개별 이슈로 나눠 대응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미시건주립대 류젠궈 교수팀은 지난 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메타커플링(metacoupling)' 구조로 설명했다. 한 지역의 자원 소비와 정책이 전 지구적 연쇄 영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 국가가 울타리 내에서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문제에서 풀려날 수도 없다.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어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국제 저널 '거주가능한 행성(Habitable Planet)'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위스 쥐리히 연방공과대 연구팀은 “현재의 환경 위기는 단순한 '지속가능성'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존속 여부를 가르는 '존재론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간 사회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진화한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어, 자원 고갈, 기후 변화, 전쟁과 같은 자멸적 경로로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책과 사회 시스템은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만 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활동가 김보림 씨 ‘골드만 환경상’ 수상…국내 두번째 수상자

2026년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한국의 기후활동가 김보림(33)씨가 선정됐다. 아시아 지역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이번 수상은 한국 환경운동이 '세대 주도형 권리 투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골드만 환경상 재단은 20일 김씨 등 올해 수상자 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리처드와 로다 골드만 부부가 제정한 상으로, 매년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 씨의 수상 배경에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난 2020년부터 '헌법 소송'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점이 있다. 그는 청소년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핵심 활동가로서, 전국 청소년 원고단을 조직하고 법률가·연구자들과 협력해 국가의 기후정책을 헌법적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청소년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는 점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학적 기준에 미달해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 △장기 감축 경로가 부재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 등을 핵심 논거로 정리해 소송 전략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김 활동가는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사회적 의제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거리 집회와 학교 기반 캠페인을 통해 원고단을 확대했고, 기후과학 자료와 정책 분석을 결합한 대중 설명 활동을 병행했다. 또한 해외 청소년 기후소송 사례를 조사해 국내 법리에 맞게 재구성하며, 한국형 '기후 헌법소송' 모델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기존 기후정책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국가가 장기적 감축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는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은 한국 환경운동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995년 같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공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시민 환경운동의 기반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당시 상금을 환경센터 건립에 기부했다. 31년 만에 다시 한국 수상자가 나온 이번 사례는 '시민운동 1세대'에서 '기후권리 세대'로의 전환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수상자는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나이지리아의 이로로 탄시는 멸종위기 박쥐 서식지 보호 운동을 이끌었고, 영국의 세라 핀치는 화석연료 개발 전 기후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판결을 끌어냈다. 파푸아뉴기니의 테오닐라 로카 매트봅은 광산 피해 복구 약속을 받아냈으며, 미국의 알래나 아칵 헐리는 알래스카 대형 광산 개발을 저지했다. 콜롬비아의 유벨리스 모랄레스 블랑코는 수압파쇄 도입을 막아낸 공로로 선정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2일 ‘지구의 날’ 본사 주최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개막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이 지구의 날인 오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다. 이번 포럼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로 지구 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새로운 경영 과제로 부상한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공시와 생물다양성 보존 문제에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 학계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 약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1시 30분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개막 행사에서는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이 기조연설을 맡는다. 이 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온전한 생태계를 모방하는 '참조 정보(Reference information)' 기반의 과학적 복원이 탄소 흡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핵심이고, 이를 입증하는 정량적 데이터를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NFD) 공시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개회식에서는 또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과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주)땡스카본 김해원 대표 등의 사례 발표도 이어진다. 사례 발표에서는 국내외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 준비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이 단순한 사회공헌(CSR)을 넘어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적 가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훼손된 생태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기능을 회복했는지 측정하는 정밀한 모니터링 데이터가 기업의 공시 신뢰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설명하는 발표도 준비돼 있다. 본 포럼에서는 3개의 세션이 진행될 계획이다. 개회식에 이어 오후 3시부터 국립생물자원관 주관으로 '자연자본 공시와 측정동향'을 주제로 한 제1세션이 진행된다. 세션 1은 자연자본 공시가 자발적 참여를 넘어 국제회계기준과 연계된 글로벌 의무 제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최신 규제 동향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특히 SK증권의 TNFD 시범 보고서 발간 사례가 공유될 예정인데, 이는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이 '기후'에서 '자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제2 세션은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전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는 국립생태원 주관으로 열리며 '기업과 생물다양성'이 주제다. 세션 2에서는 국내 상장사들의 TNFD 권고안 준수율이 평균 21%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식별된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과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륙습지와 같이 저평가된 탄소흡수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여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 목표를 달성하는 자연자본 자산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지속가능한 공시 성공적 안착 방안'이 주제인 제3 세션은 의원회의실에서 오후 3시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주관으로 열린다. 세션 3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성과가 기업의 자본비용 절감과 부도 리스크 감소로 이어지는 강력한 '투자의 언어'이자 자본 배분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내부 탄소가격제 등 선도적인 공시 대응 사례와 함께, 환경산업기술원이 추진하는 공시 인프라 강화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 로드맵이 상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행사 참가 사전 접수는 지난 17일 마감됐으나, 개막식과 제1세션 등은 현장 접수 후 참가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12차 전기본의 뜨거운 감자 ‘LNG’…“역할 재정의 필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 연말까지 수립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오는 2040년까지 15년 간 우리나라가 사용할 전력량을 예측하고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기초 자료가 된다. 지난해 2월에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58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서 2038년 약 735.1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오는 22일 개최할 예정인 국민 대토론회에서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결과(잠정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11차 전기본보다 전력 수요-공급을 낮게 전망할 수도, 높게 전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목표와 국가 경제성장 전략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사실상의 국가 미래 설계도에 가깝다. 특히, 전력 수요에 따라 전원 믹스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 변수인 만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현재의 한국 에너지 정책 경로가 국제 기준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을 12차 전기본 수립에 반영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LNG"…글로벌 기준과의 구조적 괴리 현재 전력 계획에서 가장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부분은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다.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엄지용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 아이 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리협정(1.5~2℃ 목표)을 충족하는 글로벌 시나리오에 맞춘다고 하면, 2050년 국내 가스 발전 용량은 29.4GW(기가와트, 1GW=100만 kW)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시나리오들의 중앙값 기준). 그러나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미 2038년에 69.2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실질적인 부조화'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전력 정책이 국제적 탈탄소 경로와 충분히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LNG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 가격이 급등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 이후 가스 발전 용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LNG를 장기적인 주력 전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이행하기 위한 '제한적 교량 연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LNG 발전소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홍익대 상경학부 김수이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1990~2023년까지의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공급이 1%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는 0.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은 공급이 1% 늘어날 때 GDP가 0.097% 증가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 증가할 때 GDP 증가는 0.0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으로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5%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핵심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지목된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국가 산업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 전략이 필요하고, 풍력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국산 장비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존의 공급의무화(RPS) 중심 정책에 더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하는 등 정책 수단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원자력, 이념 아닌 데이터로 접근해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학교와 터키 니샨타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원자력 에너지 소비가 1% 증가할 경우 생태발자국이 0.0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녹색성장은 1% 증가 시 생태발자국을 0.107%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원자력이 환경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의 정합성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의 원전 용량은 2023년 기준 24.7GW인 반면, 파리협정 준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중앙값은 2050년 기준으로 16.3GW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수준보다는 현저히 높다. 글로벌 기준에서 원전 확대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은 비용과 건설 기간, 사회적 수용성 등의 현실적 제약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이 반드시 글로벌 수준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제약도 적지 않다. 원전은 출력 조정이 제한적이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신규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투자 비용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여전히 변수다. 결국 12차 전기본에서 원자력 정책은 '확대냐 축소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계통 안정성과 탄소 감축 효과, 글로벌 경로와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신기술까지 반영한 통합적 에너지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전력계획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종합하면,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 공급 계획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기후 전략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의 논문들에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원 믹스를 구축하고, 원전은 보완적 역할로 활용하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 역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그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지만,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에 원전이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에너지원의 동시 확대는 단순한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에너지 저장장치·수요관리 등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한 과제다. 결국 12차 전기본의 핵심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어떤 에너지 구조 위에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 짓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지구의 날, 다시 생각하는 환경의 의미

4월 22일 오후 8시, 서울 남산타워를 비롯하여 주요 랜드마크와 공공기관의 조명이 꺼진다. 1970년 시작된 지구의 날(Earth Day)을 기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우리나라가 시작한 소등행사다. 이 행사를 통해 얻는 전력 절감 효과는 작지만, 그보다 도시의 불빛이 잠시 멈추는 장면은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에너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지구의 날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과 함께 근대 환경운동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발표된 “지구의 날 선언문"은 인간이 환경파괴와 자원 낭비로 인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던 전통적 가치가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생활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UN이 정한 환경의 날(6월 5일)은 국가와 정부 중심의 하향식(top-down) 성격을 가진 반면, 지구의 날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환경 문제를 국가 및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상향식(bottom-up) 운동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해외에서는 해변 청소, 나무 심기, 학교 교육, 지역 장터, 기후행진 같은 시민참여형 활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Our Power, Our Planet"이다. 여기서 Power는 전기와 에너지 외에 시민의 힘을 뜻한다. 이 주제를 선정한 배경에는 전쟁과 경기 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의 관심이 당장의 경제와 안보 문제에 집중되면서 환경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밀리고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반영되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1,900만~2,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권고 기준을 넘는 오염된 대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문제의 현실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문제가 농업과 생활비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Guardian)은 자연생태계 훼손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재난 대응 능력과 식량 및 물 공급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결국 환경은 식량과 물 공급, 에너지 안정처럼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중요한 조건이자 기반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물론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자원 관리, 산업 규제, 에너지 전환, 폐기물 제도는 제도적 설계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사용, 소비 습관, 이동 방식, 생활 속 선택은 결국 시민의 행동에서 결정된다. 결국 올해, 지구의 날 주제어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의 작은 실천과 지속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소등이라는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의 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지역 단위 청소 활동, 학교 중심 환경교육,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 같은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함께할 때 지구의 날은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환경은 거대한 선언보다 반복되는 생활의 변화 속에서 오래 남는다. 미국에서 도시 녹화와 생활환경 개선 운동을 이끌었던 전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은 “환경은 우리 모두가 만나는 곳이며,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2일, 전국의 불빛이 10분간 잠시 줄어드는 시간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은 환경을 정부의 과제로만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시민 각자가 생활 속에서 먼저 실천할 것인지를 묻는다. 결국 환경은 누군가 대신 책임질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기본 조건이다. ekn@ekn.kr

내일 아침 기온 ‘뚝’…“역대 가장 늦은 한파 특보”

오는 21일 전국의 아침기온이 5~10℃(도) 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이날 관측 이래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발령됐다. 20일 기상청은 강원 남부 산지와 충남 공주·금산, 전북 무주에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이틀 이상 영하 12도를 밑돌거나,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번 한파특보는 한파특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21년 4월 13일 오전 10시 중부와 남부 내륙, 산지 지역에 발령된 사례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21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11도, 낮 최고기온은 6~22도로 예보됐다.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5~10도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 내륙과 산지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 북서풍을 타고 황사도 유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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