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세금도 없는데 세액공제?”…태양광 업계, ‘미국식 현금 환급’ 촉구

태양광 업계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생산 실적과 연계한 현금성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가 국내 제조사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적자가 쌓인 결손 기업은 낼 세금이 없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설비 투자비 기준의 공제 한도 역시 실질적인 운영비 지원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접경지역내일포럼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연속토론회 3차 행사를 개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한신혜 한화큐셀 파트장은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국내생산세액공제안)을 두고 “현행 설계대로라면 산업 현장에서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공급망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분석됐다. 이날 발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90% 안팎을 점유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1년 66.0%에서 2025년 30.7%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핵심 부품인 셀(태양전지)의 국산 점유율도 35.1%에서 3.9%로 급락했다. 특히 국산 셀의 경우 수요처를 찾지 못해 지난 2년간 내수용 생산 실적이 사실상 전무했다. 한화큐셀 역시 충북 음성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진천 공장 1곳만 유지하고 있다. 2030년 국가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57기가와트(GW)를 설치할 경우, 현 점유율 구조가 유지된다면 약 8조 원의 수입 대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생산 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현행안의 세 가지 한계를 꼽았다. 우선 '결손 기업 배제' 문제다.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가 있어야 차감되므로, 적자 상태인 기업은 흑자 전까지 혜택이 이월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현금 환급이나 공제권의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안에는 이 같은 유동화 장치가 담기지 않았다. 한 파트장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위기 국면에 정작 혜택이 차단된다"며 “생산 실적과 연동된 보조금 등 현금성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부품, 핵심 광물 등 첨단 제조품을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게 세액공제(혜택) 또는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생산량 비례 지원은 단순 설비 투자액 기준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판매했는가(생산량)에 비례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동성(현금화) 지원은 적자가 발생해 낼 세금이 없는 기업(결손 기업)이라도 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공제권을 양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의 괴리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안은 10년간 총 공제 한도를 '유형자산 투자누계액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 원가에서 설비투자비 비중은 8~10%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전기료·원자재비·인건비 등 운영비가 차지한다. 공제 상한선을 설비 투자액 기준으로 제한하면 초기 몇 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장기적인 생산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금성 보완책이 도입되더라도 발생하는 2년간의 정책 시차도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2027년 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2028년 예산을 수립하면 실제 지급은 2029년에 이뤄져 자금 공백이 생긴다. 당장 공장을 돌리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인 만큼, 예상 생산량을 기반으로 2028년부터 선제 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날 제기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입법과 예산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에너지 환경부 한명실 생활하수과장과 한국환경공단 권기원 하수도처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으나,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시간과 수질, 비용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재이용수 공급시설의 건설 일정을 반도체 산단의 착공·가동 일정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재이용수를 냉각수나 보일러에 사용하고, 초순수는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물로 생산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재이용수 수질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것이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삼투압 시설 가동 후에 나오는 오염 농축수(재이용량의 약 30%)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하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시설 운영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구름 많고 일교차 15℃…제주 비·남해안 강풍

오는 17일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으며, 남해안과 제주도에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7일) 늦은 오후부터 제주도에 5~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 내륙에는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초속 15m) 안팎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새벽부터 동해 남부 먼바다와 남해 동부 먼바다, 제주도 해상에는 바람이 시속 30~55km(초속 9~15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1℃, 낮 최고기온은 23~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E칼럼] 정치와 규제가 합작한 한전의 부실

한전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 25조 원어치의 전기요금을 선납해 달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20조 원, SK 하이닉스 5조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은 작년 기준으로 5년 치에 해당한다. 지난 7월 재정부 국고실장과 국채정책과장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SK 하이닉스의 고위관계자를 만나 논의하였고 청와대에도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미납 전기요금을 나중에 내는 경우는 있어도 미래의 전기요금을 선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력을 얼마나 썼는지 계량을 한 다음 그 값을 치르는 것인데 얼마나 쓸지도 모르면서 미리 돈부터 내라는 것이다. 양사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5년 후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론이다. 어쩌다 한국의 대표 공기업 한전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한전은 상반기 기준 210조 7,160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하루 이자 비용이 115억 원, 1년이면 4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작년 기준으로 한전의 총괄원가는 120조 원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구입전력비용이 82조 원에 가깝다. 전력망을 건설하는 데에 73조 원 정도 써야 한다. 당연히 쓸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사채를 발행하지만 이 또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에 이를 5배까지 늘려주는 정부의 특례를 한전법을 개정해서 통과시켰다. 이 특례도 2027년말 종료된다. 이제 돈 꾸기도 어려워졌다. 공기업 중 가장 뛰어난 인재와 경쟁력을 가진 한전이 왜 이렇게 적자와 부채의 수렁에 빠졌을까? 한마디로 그 원인은 정부의 지나친 요금규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전기요금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공공요금 및 수수료의 결정)에 따른 공공요금으로 규정되어 재정경제부의 협의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전기요금은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같은 전국 선거를 때론 매년 또는 격년,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치른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웬만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역대 한전 사장들이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는 식으로 전기요금이 원가에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고 하소연하였으나 정치권은 여지없이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도저히 채산성을 마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게 인상하곤 하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무시하고 한전의 전기요금을 동결하였던 정치권의 무책임은 회복하기 어려운 한전의 부실을 초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은 그렇다고 치자. 공기업 운영과 경제정책을 맡은 재정경제부 엘리트 관료들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가격 규제를 정당화하고 대표적 공기업을 부실에 빠뜨리는 것을 보면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한전의 이와 같은 부실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엘리트 관료들이 국민경제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와 관료 권한을 더 중요시한다는 반증이다. 9월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공공기관 DIET 2026」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공사를 청산하기로 하였다. 석탄 수요의 감소와 함께 2025년 말 기준 부채가 2조5천9백억 원이고 연간 750억 원 이상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석탄산업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석탄공사는 청산하면서 이보다 부채는 81배 이상, 연간 이자 비용은 56배가 넘는 한전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언급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발전소로부터 전기 살 돈과 전력망 깔 돈 그리고 빚과 이자를 갚을 돈이 없어서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돈 벌고 있는 국내 1·2위 재벌에게 5년 치 전기요금을 미리 달라고 구걸하는 한전의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한전의 부실 재정은 정치와 공무원들의 규제가 합작한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의 비극이다. 조성봉

“수송은 줄어도 건물은 정체”…겉도는 지자체 탄소감축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친환경차 확대로 수송 부문에서는 줄고 있으나, 도시 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 감축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현장에서는 전체 탄소 배출의 핵심인 공동주택과 에너지 다소비 건물을 겨냥한 세부 데이터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기후변화재단,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는 '탄소중립 정책 데이터 포럼'을 개최하고, 지역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데이터 활용 방안과 지자체별 실행 사례를 논의했다. 강은하 수원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수원시 온실가스 배출은 도로 수송과 상업·가정 등 건물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산업 부문은 10% 미만"이라며 수송과 건물 부문의 상반된 배출 추이를 짚었다. 실제 수원시의 자체 추정 데이터에 따르면, 건물 부문 총배출량은 2022년 69만6000톤에서 2026년 72만2000톤으로 오히려 늘었다. 가정 건물 배출량은 2022년 29만1000톤에서 2026년 27만4000톤으로 소폭 줄어든 반면, 상업·공공 건물 배출량은 같은 기간 40만5000톤에서 44만8000톤으로 큰 폭 증가하면서 전체 건물 부문 배출량을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도로 수송 부문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배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9년 대비 2025년 경유 차량 배출량은 20만 톤에 육박했던 수준에서 17만 톤 이하로 눈에 띄게 줄었다. 휘발유 배출량은 25만 톤 수준에서 30만 톤에 육박할 만큼 늘어났고, 전기차의 배출량 역시 차량 보급 확대로 1000톤 안팎에서 18만 톤 가까이 급증하는 등 수송 에너지원 전환에 따른 배출 구조 재편이 급격히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 센터장은 “이처럼 건물 부문 배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거용 건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를 정밀 관리하기 위해 '우리집 탄소 모니터링'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참여 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참여 세대 대비 평균 4.3%포인트(p)에서 최대 12%p까지 감축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생활 밀착형 세부 감축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 노원구 역시 건물 부문의 감축 정체를 최대 과제로 꼽았다. 윤기돈 노원구 탄소중립도시과장은 “노원구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이 건물 부문에서 발생하고 그중에서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약 70%를 차지한다"며 “수송 분야는 하이브리드·전기차 확산으로 감축 흐름이 뚜렷하지만, 건물 부문은 감소세가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하고 있어 지자체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란다 태양광 설치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독려하려 해도 가구별 전기요금 절감액 등 눈에 보이는 데이터가 부족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건물 부문의 감축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역 맞춤형 데이터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전북 전주시의 경우 자체 건물 온실가스 배출 통계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으나 데이터 수급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승한 전주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연초마다 한국전력과 한국부동산원 등에 공문을 보내 데이터를 일일이 취합해야 하는 등 행정적·구조적 한계가 크다"며 국가 데이터와 지자체 현장 실행 체계 간의 연결고리 마련을 촉구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탄소 배출’ 세계 3위 韓 석유화학, 설비 전환 넘어 ‘생산 감축’ 병행해야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략이 '생산시설을 모두 친환경 설비로 바꾸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진행 중인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셰필드대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글로벌 석유화학 생산의 배출량과 시스템 차원의 탈탄소 경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3만7379개 석유화학 생산시설과 81개 화학제품, 2043개 제조공정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전 과정 배출량은 이산화탄소(CO₂) 기준으로 약 18억톤이었고, 1위 중국이 6억6000만 톤으로 37%를 차지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석유화학 생산 배출량 세계 3위권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석유화학 산업 시설의 상위 10%가 전체 배출량의 53%를 차지했다. 모든 공장을 똑같이 감축하기보다 배출량이 많은 시설부터 손대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다. ◇구조조정 자체가 '배출 감축' 기회 셰필드대학 논문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이미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270만~370만 톤 규모의 나프타 분해시설(NCC) 감축에 합의했고, 현재 가시화된 대산·여수 1호 프로젝트의 감축량은 249만 톤 규모다. 대산에서는 통합법인이 앞으로 3년간 110만 톤의 NCC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다. 노후하고 효율이 낮은 설비를 폐쇄하고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설비에 생산을 집중하면 설비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생산 감소가 곧바로 세계 탄소배출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줄어든 생산이 중국이나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된다면 '배출량의 이동'에 그칠 수 있다. ◇전력화는 전력망이 깨끗해진 뒤 석유화학 공정의 전기화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전력망이 화석연료 중심인 상태에서 전기화를 서두르면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전환이 쉬운 저·중온 공정부터 전기화를 추진하고, 막대한 고온 열이 필요한 에틸렌 스팀크래킹 등은 전력망의 탈탄소화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석유화학단지는 여러 공정이 열과 부산물을 공유하는 거대한 통합 시스템이어서 단순히 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면적인 전기화는 기존 열병합발전과 부산물 활용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까지 동반한다. 연구팀이 언급한 탄소 흡수 저장(CCS)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적극 검토할 만하다. 특히 울산 등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서 여러 기업의 CO₂를 모아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운송하고 동해 가스전 등 저장소에 주입하는 산업단지 공동 CCS 모델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높다. 다만 CCS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연구진은 공정 배출 CO₂의 이론적 포집률을 최대 약 90%로 제시하지만, 저장 부지와 운송 인프라가 필요하고 모든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요소 생산처럼 포집한 CO₂가 제품 생산에 다시 사용되는 공정도 있다. ◇바이오 원료도 '100% 전환'은 답이 아니다 바이오 원료 역시 보조 수단에 가깝다. 석유 원료를 바이오매스로 바꾸면 원료 단계의 배출을 낮출 수 있지만, 대규모 바이오 원료 생산에는 토지·물·생물다양성·식량과의 경쟁 문제가 따른다. 제품을 폐기하면서 소각하면 바이오매스에 저장됐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배출될 수도 있다. 이같은 셰필드대학 연구팀의 전망을 고려한다면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략은 단순히 '같은 양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전력망 탈탄소화 △고효율 설비 중심의 구조조정 △전기화 △공동 CCS △선별적 바이오 원료 전환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하나의 변수가 더 있다. 바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다. 아직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협약이 원료 생산과 일회용 플라스틱, 재활용 등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강화된다면 석유화학제품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배출 설비는 과감히 줄이고, 남는 생산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탈탄소화하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수요와 원료 구조의 변화까지 준비하는 것​이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살아남으면서 탄소도 줄이는 길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전국 맑음 속 최저기온 11℃…제주 산지 낮 한때 비

오는 16일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고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최대 15도(℃)로 크겠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6일) 오전부터 낮 사이 제주도 산지에 5mm 미만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산지를 제외한 제주도에는 0.1mm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0℃, 낮 최고기온은 24~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배출 기준 겉만 강화”…시민단체, 정부 온실가스 개정안 ‘조삼모사’ 비판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량이 정부 자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준을 강화하겠다면서도 각종 예외 조항을 포함해 실제 강화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1.5 등 4개 환경·에너지 시민단체는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을 '조삼모사식 개편'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2030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현행 km당 70g에서 54g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기준 수치만 낮췄을 뿐, 배출량을 계산할 때 각종 감면 혜택을 적용해 실제 감축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못 박고 제조사 특혜를 폐지하는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에 따르면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배출량을 깎아주는 '에코 이노베이션' 제도 하나만으로도 2030년 전기차 보급량은 320만 대 수준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무공해차 1대를 팔면 여러 대를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슈퍼 크레딧' 적용 대상을 늘리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이나 공장 간접 감축량까지 온실가스 감축분으로 폭넓게 인정해 주면서 보급 대수는 286만 대까지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제조사가 실제로 전기차를 많이 생산해 팔지 않아도 감면 특례만으로 규제 기준을 쉽게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내건 420만 대 목표 대비 약 134만 대(32%)가 부족해진다. 에코 이노베이션이란 차량의 공식 배출가스 시험에 반영되지 않는 친환경 저감 기술에 대해 그 효과를 인정해 자동차 제조사에 배출량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고효율 LED 조명, 태양광 발전 루프, 엔진 마찰 감소 시스템, 고효율 공조장치(에어컨/히터) 등 표준 시험 주행에서는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도로 주행 시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기술들이 해당한다. 제작사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부족분을 사후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상환 기간마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기업의 규제 회피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 추이도 비상이다. 단체들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가 94만 대로 2030년 목표치의 22%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매년 약 65만 대의 전기차가 새로 보급돼야 하지만, 정부의 느슨한 규제가 오히려 제조사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기후정책은 전환을 미루는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탈탄소에 선제 투자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혜란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제작사에게 전기차를 더 많이 만들도록 책임을 지우는 사실상 공급 측의 유일한 규제인데, 정부는 온갖 예외 혜택으로 기업의 부담만 덜어주고 있다"며 “더욱이 유럽은 16년째 제작사별 이행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반면 한국은 2021년 이후 실적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자동차는 한 번 판매되면 15년 이상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늦어도 2035년에는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돼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이끌어내려면 정책 신호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배출 허용 기준 대폭 강화 △에코 이노베이션 제도 축소 △슈퍼 크레딧 및 하이브리드 특례 철회 △미달성분 상환 기간 축소 △배출 기준의 법률 명시 및 이행 실적 투명 공개 등을 담은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자원공사, 1조 규모 필리핀 신도시 물 인프라 우선협상권 확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의 필리핀 대표 스마트 신도시 '뉴클락시티'의 물 인프라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필리핀 타기그시 기지전환개발청(BCDA) 본사에서 열린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수여식에서 지위 수여서를 전달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발주처인 BCDA는 미군 반환 기지 개발과 뉴클락시티 조성을 총괄하는 필리핀 대통령실 산하 국책기관이다. 이번 사업은 수도 마닐라의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마닐라 북서쪽 100km 지점에 94.5㎢ 규모로 조성 중인 뉴클락시티의 물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조 원대이며, 이번에 우선협상권을 따낸 1단계 사업비만 약 3500억 원에 달한다. 공사는 현지 수도사업자인 메이닐라드(Maynilad)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뉴클락시티 장래 입주민 약 86만 명에게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취수원 개발부터 상·하수도망 구축, 운영 및 관리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필리핀은 잦은 기후변화와 인프라 부족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40%대에 머물러 있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주요 난제로 꼽혀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8월 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뒤 지난 1월 최종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현지와의 기술·재무 협상을 거쳐 이번 지위를 확보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밤에도 밝은 불빛, 심장을 망친다…심부전 위험 29%↑

야간에 인공조명에 많이 노출될수록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의 빛이 수면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장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툴레인대 공중보건·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저널인 '유럽 심장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밤에 밝을수록 두꺼워지는 심장 연구진은 참가자들(10만여 명)에게 몸의 움직임과 빛의 양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손목형 기기를 7일간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각 참가자가 실제 생활에서 받는 빛의 양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들 가운데 측정이 제대로 안 된 2만7557명과 야간 근무자 2770명, 기존 심혈관질환자 등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만1071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1세였다. 연구진은 각 사람의 활동량이 가장 적은 5시간을 '밤'으로 정의하고, 이 시간 동안 3럭스(lux)를 넘는 빛에 노출된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밤에 3럭스 이상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좌심실 질량이 2.4%, 평균 심장벽 두께가 1.5% 더 컸다. 반면 심근 수축분율은 1.9% 낮아졌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졌지만 기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심장 근육의 수축·이완 움직임을 보여주는 변형률도 원주 방향 2.7%, 방사 방향 2.9%, 세로 방향 2.8% 낮았다. 오른쪽 심실과 왼쪽 심방에서도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심부전·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져 문제는 이런 심장의 미세한 변화가 실제 심혈관질환과도 연결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최대 약 8~10년간 참가자를 추적한 결과, 밤에 3럭스를 넘는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빛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29%, 심방세동 15%, 심근경색 24%, 뇌졸중 33% 높았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26% 높았다. 실제 발생률도 차이를 보였다. 심부전 발생률은 빛 노출이 많은 집단에서 10만 인년당(10만명을 1년간 혹은 1만명을 10년간 관찰했을 때) 361건으로, 빛 노출이 없었던 집단의 218건보다 높았다. 심근경색은 302건 대 208건, 뇌졸중은 213건 대 152건이었다. ◇빛이 잠을 깨우고, 심장까지 흔든다 연구진이 주목한 연결고리는 수면시간이었다. 밤의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시간이 짧았고, 밤의 빛과 심장 구조·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성 가운데 24~49%가 짧아진 수면시간으로 설명됐다. 빛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핵심 신호다. 밤에 빛을 받으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한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 교란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낮의 빛과 밤의 빛이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낮의 밝은 빛은 생체시계를 강화하는 반면, 밤의 빛은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밤은 어둡게, 수면은 충분히" 연구진은 “심혈관 건강을 위해 밤에는 가능한 한 어둡게 하고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 자동차 불빛, 스마트폰 등 인공조명을 줄여 '어두운 밤'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한계도 있다. 밤의 빛이 심장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빛 노출도 7일 동안만 측정했다. 빛의 파장별 차이나 개인별 빛 민감도도 분석하지 못했다. 연구 대상이 대부분 백인이어서 다른 인구집단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밤의 빛이 단순한 수면 방해 요인을 넘어 심장 구조와 기능의 변화,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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