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핵융합 2040년 실용화 열쇠는…기술일까, 경제성일까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향해 전례 없는 속도전을 시작했다. 정부는 최근 당초 2050년대로 예상했던 실증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기는 도전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낙관론과 달리 다른 쪽에서는 핵융합의 경제성이 기존 기대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기술적 성취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 연구개발 참여 상황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 가스에 강력한 전기장을 가해 이온화하거나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마는 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물질 상태'로,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초고온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전하를 띤 입자들의 구름(집단)을 의미한다. 이후 1억℃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 플라스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한국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과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참여하는 7개 회원국 중 하나다. ITER은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용 토카막 핵융합로가 될 전망이다. 이 장치는 도넛 모양의 반응로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토카막'이라고 부른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해 1억℃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내부에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장치다. 한국은 ITER 구성 부품 중 제작 난도가 가장 높은 진공용기의 4개 섹터 제작과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기술 신뢰도를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1.6㎞ 길이의 고난도 용접과 수 ㎜ 이하의 오차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 연구진은 또 초전도 자석에 들어가는 초전도 도체, 플라스마의 열을 차단하는 열차폐체, 조립 장구 등을 성공적으로 제작·공급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플랫폼이다. KSTAR는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실험을 통해 ITER 초기 운전을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8초간 유지했고, 2021년 30초, 2024년 48초를 유지했다. 올해는 300초 달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디버터 소재를 텅스텐으로 교체해 ITER와 동일한 환경에서의 고성능 운전 시나리오와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제어 기술을 검증 중이다. 이런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는 핵융합 상용화 목표 시점을 당초 2050년대에서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겼다. 상용화 기술을 선제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ITER의 절반 크기(주 반경 4m)인 소형 핵융합 장치(CPD)를 2035년까지 건설하고, 2040년부터 전력 생산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주반경은 핵융합 장치의 중심축에서 플라스마가 머무는 공간의 중심까지의 거리로, 장치의 전체적인 규모와 건설 비용 및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설계 지표다. 더불어 2035년까지 노심 플라스마 제어, 초전도 자석 등 8대 핵심 기술을 확보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다는 로드맵도 수립했다. 이밖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91개 기관이 참여하는 '핵융합 혁신연합'을 출범시켰다. ◇“비용 절감 속도, 예상보다 4배 느리다" 하지만 태양이 밝을수록 그늘도 짙다.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에너지기술정책 그룹 연구진은 국제 저널 '네이처 에너지 (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핵융합 산업의 비용 하락 속도가 심각하게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핵심은 이른바 '경험률(Experience Rate)'이다. 경험률은 특정 기술의 누적 설치 용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단위당 자본 비용(CAPEX)이 감소하는 일정한 백분율을 의미한다. 업계는 약 80% 이상의 급격한 비용 감소를 기대하지만, 취리히공대 연구진은 실제로는 약 28%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기보다, 오히려 기존 원자력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배경에는 핵융합이 가진 구조적 특성이 있다. 먼저 거대한 설비 규모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500㎿급 이상의 대형 설비가 필요해, 모듈화와 대량생산이 어렵다. 두번째는 기술이 극도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토카막 구조는 다층 구조로 얽혀 있어 설계 변경이 전체 시스템에 연쇄 영향을 미친다. 세번째는 표준화의 한계다. 입지 조건과 규제에 따라 매번 맞춤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수조 원대 초기 투자비에 더해 비용 하락 속도까지 제한된다면, 그리고 실용화가 늦어진다면 핵융합은 이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ITER 일정 9년 지연, 분담금 급증 이 같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전남 나주가 1조2000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로 선정돼,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와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핵융합이 단순한 에너지 기술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ITER 프로젝트는 완공 시점이 2025년에서 2034년으로 9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분담금 규모도 1조6000억 원에서 약 2조9000억 원로 증가하며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자체 실험로 'EAST(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 장치)'를 통해 초고온 플라스마 장시간 유지 기록을 경신하며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커멘웰스 핵융합 시스템 (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민간 주도 핵융합' 모델을 구축 중이다. 핵융합이 더 이상 단일 국가의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CFS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분사된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이 회사는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구글 등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민간 주도 핵융합 개발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스파크(SPARC)'라는 자체 핵융합로를 개발 중이다. ◇“연구는 지속, 설계는 바꿔야 한다"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핵융합 연구 중단이 아닌 '전략적 전환'을 강조한다. 핵심은 '현재 방식의 고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먼저 현재 주류인 토카막 방식의 높은 복잡성과 거대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역전자기장 구성(FRC) 같은 새로운 설계 개념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 구조는 기존 방식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단위 규모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술적 복잡성을 낮추어 비용 절감 속도(경험률)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핵융합로 운영에 필수적인 삼중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리튬-6 농축 기술이 개발돼 삼중수소 연료 주기를 경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텅스텐 디버터와 같은 내열 소재를 활용해 초고온 플라스마로부터 장치 손상을 방지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중심 설계를 위해 소형화와 모듈화를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개발 중인 CPD는 주 반경을 기존 장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소형 장치로, 이를 통해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건설 기간을 단축해 민간 투자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형화 및 표준화 전략은 거대 장치 중심의 개발 방식이 가진 낮은 경제적 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이제 핵융합은 단순한 과학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이 결합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속도 경쟁에만 매몰되기보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조건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 작고, 더 단순하며, 표준화 가능한 '혁신 핵융합'으로의 전환 없이는 상용화도, 시장 경쟁력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태양'이 진정한 에너지 해법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일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온난화와 부영양화가 만나면…강·호수는 ‘탄소 폭탄’

사람들은 흔히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발전소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또 다른 거대한 배출원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강·호수·저수지·습지·논과 같은 내륙 수계(inland waters)다. 이곳에서는 이산화탄소(CO₂)뿐 아니라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특히 메탄은 100년 단위로 산출했을 때의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약 28배, 아산화질소는 약 273배에 이른다. 적은 양이라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출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부(富)영양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강과 호수가 '온실가스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핵심 원인은 온난화와 부영양화 강과 호수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온 상승과 영양염 과잉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물의 온도도 상승한다. 따뜻한 물에서는 미생물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고, 유기물 분해가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빠르게 소모되고,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환경에서는 메탄 생성균(methanogens)이 활발하게 작동해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 여기에 농경지 비료, 축산 분뇨,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이 흘러들어오면 질소와 인이 과도하게 축적된다. 이를 부영양화라고 한다. 부영양화는 조류(藻類) 번성과 유기물 축적을 일으키고, 결국 미생물의 질산화와 탈질 과정을 강화해 아산화질소 배출까지 늘린다. 즉, 온난화는 “엔진", 부영양화는 “연료" 역할을 하며 함께 작동한다. ◇온난화·부영양화 만나면 N₂O 100배 증가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해 7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온난화와 부영양화가 결합할 때 호수의 N₂O 배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수온을 4℃ 더 높이고 영양염 농도를 증가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온난화와 고영양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때 N₂O 흐름는 온난화만 있을 때보다 100배, 부영양화만 있을 때보다 3.5배 높게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 패턴의 변화였다. 원래 N₂O 배출은 영양 상태에 따라 어느 지점에서 정점을 찍고는 다시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지만, 온난화가 진행되면 이 관계가 선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영양분이 늘어날수록 끝없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암모니아 산화 관련 유전자와 탈질 유전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미생물의 N₂O 생산 능력이 크게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탈질(denitrification)은 미생물이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질산염(NO₃⁻) 등을 질소 기체(N₂)나 N₂O로 환원해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강이 더 위험…산소 손실 속도 호수·바다보다 빨라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지구 변화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하천의 탈산소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02~2022년 약 5000개 유역을 대상으로 위성 관측 자료와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강의 산소 손실 속도는 호수나 해양보다 최대 2.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따뜻한 물에서는 산소를 덜 녹는다. 두번째는 농경지 확대와 도시화다. 토지 이용 변화는 유기물과 영양염 유입을 크게 늘려 미생물 호흡을 가속화한다. 특히 강한 온난화와 인위적 토지 이용 확대가 동시에 일어난 유역에서는 CH₄ 과(過)포화도가 1,644%, CO₂ 과포화도가 52% 더 높아졌다. 과포화도는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용액에 녹을 수 있는 용해도를 초과해 용질이 더 많이 녹아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변화로 인해 추가 배출된 온실가스가 CO₂ 기준으로 15억톤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와 호주가 특히 취약한 '배출 핫스팟'으로 확인됐다. 도시화는 강을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만든다. 생활하수와 불투수면 확대는 유기탄소와 영양염 유입을 늘리고, 도시 열섬 효과는 수온을 높인다. 이는 미생물 대사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중국 차오후(Chaohu) 유역 조사에서는 도시 하천의 CO₂ 배출이 하루에 1ha당 394.2 kg으로, 비도시 하천(220.7)보다 약 1.8배 높았다. 메탄은 더 심각했다. 도시 하천의 CH₄ 배출은 하루에 1ha당 1,138.8 g으로 비도시 하천(192.5)보다 약 5.9배 높았다. 산소 부족이 심해질수록 메탄 생성균이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작은 습지도 무시 못해…전 세계 습지 메탄의 24% 배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작은 습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밝혀냈다. 면적 1㎢ 미만의 작은 습지가 전 세계 비산림 습지 메탄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30m급 고해상도 위성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에 약 1억6000만 개의 작은 습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98.7%는 0.1㎢ 미만의 매우 작은 습지였다. 이 작은 습지들은 개수는 많고, 단위 면적당 배출량도 높았다. 열대 지역에서는 전체 작은 습지 면적 비중은 15.1%에 불과하지만 배출량은 37%를 차지했다. 기존 저해상도 위성 자료로는 이런 배출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이형석 연구사 등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벼 재배 과정에서 배출된 메탄은 연간 약 24만4911톤으로 추산됐다. 논은 물을 계속 가둬두는 담수 조건 때문에 대표적인 혐기성 환경이다. 이곳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히 활동한다. 특히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전은 단위 면적당 배출량이 높았고, 제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물 관리 방식과 중간물떼기 실천 비율 차이와 관련이 있다. ◇ 4대강 보 부근에서 메탄 배출량 많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지형 교수팀은 한강·낙동강·영산강 물 시료에서 CO₂·CH₄·N₂O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지난 2023년 4월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저널에 발표했다. 강물 속 메탄 등 온실가스 농도는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를 통과할 때 증가했는데, 오·폐수처리시설 방류수 등 오염물질이 유입한 탓이었다. 보가 8개 있는 낙동강의 경우 보가 집중된 구간에서도 메탄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낙동강에서는 메탄 농도가 포화 수준(L당 3.1 nmol(나노몰))을 훨씬 초과해 검출됐다. 4월(평균 541 nmol/L)보다 7월(평균 968 nmol/L)에 더 높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부영양화 지수가 높은 물이 흐르는 낙동강에 4대강 보 건설로 체류 시간이 5배로 늘면서 남세균의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면서 “식물플랑크톤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물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지지만, 녹조 발생후 사체가 분해될 때 온난화 잠재력이 훨씬 큰 메탄이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유발 효과는 더 커진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재나 온실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측정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한경국립대학교 장수헌·박성직 교수는 최근 '한국물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요 측정 방법을 정리했다. 헤드스페이스법은 물을 채취해 용존가스를 기체로 분리한 뒤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챔버법은 수면 위에 상자를 띄워 내부에 쌓이는 가스를 직접 측정한다. 논과 습지에서 많이 사용된다. 기포포집법은 저수지나 호수 바닥에서 올라오는 메탄 기포를 깔때기 형태 장치로 모아 분석한다. 에디공분산법은 타워를 설치해 수면과 대기 사이의 가스 교환을 실시간으로 연속 측정하는 고정밀 기술이다. 최근에는 위성 자료와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전 지구 규모로 배출량을 추정하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감축 대책은…영양분 관리와 물 관리가 핵심 가장 중요한 대책은 부영양화를 막는 것이다. 농업 비료 사용을 줄이고, 하수 처리 효율을 높이며, 하천 주변 완충녹지를 확대해야 한다. 논에서는 '중간물떼기'가 대표적인 감축 기술이다. 벼 재배 중 일정 기간 물을 빼 토양에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주 이상 중간물떼기를 하면 메탄 배출을 약 51% 줄일 수 있다. 서서히 녹아 나오는 완효성 비료를 함께 사용하면 아산화질소 증가라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국제 협력도 필요하다. 강과 호수는 국경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류 국가의 농업 오염이 하류 국가의 메탄 배출로 이어지고, 습지 파괴는 전 지구적 기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국가별 온실가스 인벤토리(NIR)를 고도화하고, IPCC 기준에 맞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국제적으로 통일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는 배출 핫스팟이면서 동시에 관측 자료가 부족한 지역이다. 정확한 실측과 데이터 공유 없이는 감축도 불가능하다.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이 곧 기후 정책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 날씨] 전국 대체로 흐림…큰 일교차·수도권 미세먼지 ‘나쁨’

토요일인 2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일교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야외활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은 8~15도, 낮 최고기온은 20~26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이겠다. 낮에는 비교적 포근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늦은 오후부터는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고, 서해안에는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많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이 '나쁨', 그 밖의 지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충청·경북 내륙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해 화재 예방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일요일인 3일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제주도에는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해상에서는 동해·남해 앞바다 파고가 0.5~1.5m, 서해 앞바다는 0.5~1.0m로 비교적 잔잔하겠고, 먼바다에서는 동해 최대 2.0m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 리포트] 전기 시대의 패권 경쟁…누가 탈탄소를 지배할 것인가

지구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면서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인류가 아무리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해도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1.5℃ 목표를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것, 즉 이른바 '오버슈트(overshoot)'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2026년 현재 세계 기후정책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탄소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문명을 얼마나 빠르게 전기 중심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가 중심 의제가 됐다. 그리고 최근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단순히 태양광과 풍력을 얼마나 더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전기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쓰고, 누가 더 많이 쓰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수요의 문제'가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즉, 전기 시대의 패권 경쟁은 공급뿐 아니라 수요까지 포함한 시스템 전체의 재편 경쟁이 되고 있다. ◇ 이미 주류가 된 재생에너지…아직은 불충분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글로벌 전력 보고서(Global Electricity Review) 2026'에 따르면, 2025년은 세계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점이었다. 태양광 발전이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면서 청정전력이 처음으로 전력 수요 증가분 전체를 충당했고, 그 결과 화석연료 발전의 순증가가 사실상 멈췄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넘어 처음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추월했다. 특히 태양광은 더 이상 보조 전원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신규 주력 전원이 됐다. 배터리 저장장치와 결합하면서 '낮에만 생산되는 전기'가 아니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전기'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보다 기후 위기의 진행 속도가 더 빠르다. 홍콩대와 칭화대 연구진이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CO2 배출량은 372억 톤으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1.5℃ 목표를 위한 잔여 탄소예산은 2029년경 완전히 소진된다. 앞으로 불과 3~4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의 창(窓)인 셈이다. 지난 2023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렸던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는 단순한 정치 선언이 아니다. 사실상 파리협정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조건이다. 스웨덴 차머스공과대 연구팀이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를 달성하려면 주요 경제권은 풍력 발전의 성장 속도를 현재보다 최소 1.43배 이상 높여야 하며, 일부 신흥국은 최대 14배까지 가속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를 더 짓는 문제가 아니다. 송배전망 확충, 배터리 투자, 인허가 개혁, 금융조달 체계 개편까지 포함하는 산업혁명 수준의 구조 개혁이다. 핵심은 설치량이 아니라 속도다. ◇ 공급만으로는 안 돼…'수요 목표'가 필요 여기서 최근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논문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포르투갈 리스본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금의 기후정책이 지나치게 공급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에 집중해왔지만, 정작 에너지 시스템의 궁극적 동인은 '수요(demand)'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 속도 2배 확대, 메탄 배출 감축 등을 합의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만으로는 넷제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요 증가가 계속되면 아무리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도 화석연료를 구조적으로 밀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기차,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전력화는 필수지만, 무제한적인 수요 증가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35년까지 달성해야 할 세 가지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는 에너지 효율이다. 최종에너지 기준 에너지 집약도 개선 속도를 현재 연평균 1.3%에서 4%로, 즉 3배 높여야 한다. 이는 공급 확대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며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 둘째는 전력화다.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속도를 현재 연평균 1.3%에서 4%로 3배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기의 비중은 2035년 33%, 2050년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태양광·풍력 확대를 실제 감축으로 연결하는 핵심 조건이다. 셋째는 과소비 억제다. 연구진은 1인당 연간 최종에너지 소비가 300 GJ(기가줄)를 넘는 초고소비층에 추가 과세를 제안했다. 현재 상위 1.7%인 약 1억 명이 전 세계 최종에너지의 33%를 소비하고 있으며, 반면 약 30억 명은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최소 수준인 13~18GJ에도 미치지 못한다. 탈탄소는 단지 발전소를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에너지를 쓰는가의 정의 문제라는 뜻이다. ◇ 유럽은 규칙을 만들고, 중국은 시스템을 장악한다 국제 사회에서 역할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연합(EU)은 규칙을 만들어왔고, 그 역할은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6% 감축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설정했다. 풍력·태양광을 7배 확대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 비중을 49%까지 높이며, 시멘트·철강·화학 산업에는 탄소 포집·저장(CCS)와 수소 기반 공정을 본격 도입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공급망 규제는 모두 유럽이 만든 새로운 질서다. 반면 중국은 제조와 시스템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비화석 발전 비중은 42%에 도달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V2G(Vehicle-to-Grid)를 통해 전기차 자체를 전력망의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는 낮에 태양광으로 충전하고 저녁 피크 시간에는 다시 전력을 계통에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피크 부하를 최대 7% 줄이고, 양수발전 투자 필요성을 23% 낮출 수 있다. 중국은 발전소를 짓는 나라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탈탄소 리더라기보다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LNG 수출과 석유 생산을 확대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스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가스발전이 석탄발전으로 대체되는 '역전환' 현상까지 발생했다. 전력 부문 탄소배출은 3.1% 증가했다. 미국은 기후 보증인이 아니라, 시장 교란자가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 탈탄소의 새 모토는 “더 빨리, 더 싸게, 더 안정적으로"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수입되는 분자(molecules), 즉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체계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자(electrons), 즉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체계가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탈탄소는 더 이상 환경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산업정책이고, 무역정책이며, 에너지 안보 전략이자 국가 생존 전략이 됐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더 빨리 확대하고, 전기화를 더 싸게 만들며, 에너지 안보를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나라가 다음 시대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탈탄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기도 하다. 올림픽의 모토가 “Citius, Altius, Fortius(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라면, 전기 시대의 새로운 구호는 “Citius, Vilius, Tutius"가 될 것이다.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안정적으로"란 뜻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지방선거 후보 여러분, 아동·청소년 환경권 보장 공약 내주세요”

“버스정류장에는 폭염·폭우 때 대피할 공간이 없었어요. 가로수는 가지치기를 너무 심하게 해 햇빛을 가릴 수도 없어요. 빗물받이는 담배꽁초가 쌓여 도로가 침수될 위험이 컸어요."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어린이환경센터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교육감 후보자에게 기후 공약 채택을 촉구하는 '아동환경권 보장을 위한 기후안전 생활권 조성 정책 제안'을 발간했다. 이번 제안서는 지난 1월 어린이환경센터가 발족한 '아동청소년 기후위원회'가 주축이 돼 작성한 것이다. 기후위원회 소속 아동·청소년 기후위원 29명은 각자의 동네에서 직접 기후위기 문제를 조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위원들은 공원·녹지, 공공기관, 대중교통 거점, 상업시설, 주거지역·골목 등 5개 공간 유형을 직접 발로 뛰며 평가했다. 이들은 서울·경기·전북·광주·울산·경남·경주 등 전국에 분포한 총 145개 장소를 대상으로 자연체험, 생태환경, 기후대응, 이용환경, 환경 질, 개방성, 체류환경 등 7개 영역에 걸쳐 적절성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5개 공간유형별 평균 점수는 공원·녹지(2점 만점에 1.66점), 공공기관(1.65점), 주거지역·골목(1.58점), 대중교통 거점(1.22점), 상업시설(1.13점) 순이었다. 특히 대중교통 거점과 상업시설은 기후대응 기능이 전 유형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평가 영역별로는 체류환경(0.83점)과 환경 질(1.21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자연체험 영역이 1.8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가깝고 안전한 녹지로 여겨지는 학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업이 없는 방과 후나 주말에는 정문이 닫혀, 학교 녹지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상업시설 내 녹지는 입주민 전용이거나 소비를 전제로 이용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돼, 폭염 시 대피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후위원들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3대 정책 과제를 도출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생활권 자연환경 확충'을 꼽았다. 집에서 도보 300m 이내에 그늘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휴공간과 공공시설 부지를 개방형 녹지로 전환하고, 학교 등하굣길 300m 구간에 선형 녹지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두번째로는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을 요구했다. 공원 내 투수성 흙바닥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고, 학교 반경 500m 통학로의 투수포장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아울러 신규 조성 공원의 산책로는 50% 이상을 투수성 재료로 사용하고, 침수 취약지역에 대한 배수 시설 점검을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세번째로 '자연환경 접근성 및 생활환경 공기질 보장' 방안을 제시했다. 폭염 시 공공시설 냉방 공간 개방을 의무화하고, 대중교통 거점 쉼터에 '실내공기질관리법'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버스정류장 100m 이내에는 금연부스와 녹지를 확충하고, 방과 후와 주말에는 학교 내 녹지를 지역사회에 개방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강조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민정(15) 기후위원은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걷기 힘들 때도 많았다"면서 “처음에는 그냥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스팔트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설(13) 기후위원은 "학교에는 나무도 있고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주말에는 정문이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면서 "자연환경은 돈을 내야만, 또는 특정 자격을 갖춰야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관계자는 “아동·청소년도 환경 문제를 직접 탐구하고 고민하며, 대책을 찾을 수 있는 환경 활동의 주체"라면서 “이러한 아동·청소년의 참여가 기후위원회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가능해지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다회용기 사용, 개인 컵 할인제 확대” 기후부 탈플라스틱 정책 추진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조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장례식장 등에서의 다회용기 사용과 카페에서의 개인 컵 할인제 확대를 유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28일 김성환 장관이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이번 계획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에서 기후부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 전망치 대비 나프타로 만드는 신재(新材) 기반 폐플라스틱을 1000만톤에서 700만톤 수준으로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100만톤을 원천 감량하고, 폐자원으로 만든 재생원료 사용을 200만톤으로 늘리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 기후부는 우선 플라스틱이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배달 용기 등은 구조 개선을 통해, 택배 포장재는 과대포장 제한을 통해 플라스틱 신재 투입량을 줄이기로 했다. 플라스틱 제품에 물리는 폐기물 부담금제의 실효성도 제고할 방침이다. 제품에 따라 부담금 요율을 차등화하고, 재생원료 사용 시에는 부담금 감면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활용이 어렵거나 다른 품목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포장재는 업계 협약 등을 통해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의류와 전기·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도 설계·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산업계와 협력해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는 포장재나 제품에는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설정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재생원료 10%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페트병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목표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최근 사재기 문제가 대두됐던 종량제 봉투류부터 재생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 교체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일회용품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장례식장의 경우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부터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 사용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시행 결과를 토대로 민간 시설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장 내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소비자의 '고쳐 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전제품 제조사와 협력을 통해 수리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 수리거점 확대(찾아가는 수리버스, 수리 카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시민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감량 실천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민관 협치(거버넌스)도 구성 및 운영하며 탈플라스틱 문화를 풀뿌리 단위부터 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이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고, 구체적인 감량 목표가 뻐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발표한 '이슈 브리프' 자료에서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이 일관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컵 보증금제의 축소, 종이컵 규제의 후퇴 등을 사례로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 정책이 개별 조치의 나열에 그치고, 전반적인 소비 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놀이공원과 영화관, 장례식장, 체육시설 등 폐쇄형 공간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종이컵과 1회용 앞치마, 빨대 등 대체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단계적 금지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면서도 제품을 대량생산-폐기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로도 작용한다"라며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솔루션, 현대車를 정부에 신고…“철 사용량 줄여 그린워싱”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가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린워싱은 실제와는 달리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해 소비자와 사회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기후솔루션과 법률사무소 솔라리스는 28일 서울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의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 회사를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시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동차 1대당 철 사용량을 실제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공시했다는 것이 신고 이유다. 기후솔루션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후부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각각 신고했다. 특히, 현대차가 철강의 사용량을 공시하면서 협력사 공정에서 사용된 철강을 제외하고, 자체 공장에서 직접 소비한 일부 물량만을 기준으로 공시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과정에서 일부 배출이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철 사용량을 총 123만 톤, 차량 1대당 0.332톤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글로벌 자동차사들의 공시 수치와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게 기후솔루션 측의 주장이다. 볼보의 경우 차량 한 대당 철 사용량이 약 0.93톤, 메르세데스-벤츠 E300e 모델은 약 0.982톤으로 공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자동차의 약 60%가 철강으로 구성되고, 차량 1대당 평균 약 900kg 이상의 철강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수치는 축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히, 철강사 공시자료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기아의 실제 철강 구매량은 약 487만 톤(현대제철 약 350만 톤 + 포스코 등 기타 철강사 약 88만 톤) 수준으로, 두 회사 지속가능성보고서에 공시된 약 144만 톤의 약 3.4배에 이른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추정이다. 법률사무소 솔라리스의 김성우 변호사는 “현대차는 지속가능성보고서 전반에 걸쳐 “전 생애에 걸쳐",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을 관리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정작 핵심 환경지표인 철 사용량은 자체 공장 사용분만 산정했으면서도 그 사실을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는 협력사 행동규범,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글로벌 통합 탄소 배출 정보 시스템 등을 이미 구축해 협력사 데이터를 추적할 역량을 갖췄다고 스스로 공표해 온 만큼, 협력사 부품·반제품 속 철을 배제한 것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의도적인 누락이어서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같은 보고서 안에서 협력사 공급망을 포함한 스코프3 카테고리 1 배출량을 약 2297만 톤으로 공시하면서, 정작 그 배출의 원인이 되는 철 사용량을 산정할 때는 협력사를 빼고 공시했다. 김성우 변호사는 “같은 회사, 같은 보고서 안에서 같은 공급망 데이터가 지표에 따라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며 “이는 산정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유리한 수치를 골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황준아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저탄소 철강 사용을 선언하며 공급망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지금과 같은 현대차의 행보로는 글로벌 경쟁력 또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솔루션 등은 현대차에 △철강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사용량에 대한 공급망 전반을 반영한 투명한 공시 △자동차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확한 산정과 방법론 공개 △정량적 목표를 포함한 공급망 탄소감축 로드맵 수립 및 이행 현황 공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의 공시 체계를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수소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최근 AI 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국내 및 해외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전쟁에서의 Al 활용 사례를 통해 생생히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산업이 AI 산업 성공의 키라는 것은 에너지산업 종사자 일부만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생성형 및 피지컬 Al는 각각 뇌와 주요 신체부위라 한다면, 전력은 이를 정상 작동시키기 위한 혈액에 해당될 수 있다. 혈액 공급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중지가 되면 인간의 대사 활동은 멈추게 되고, 손상되어 최종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전세계 AI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 신경망에 해당되는 Al 데이터센터(AIDC) 뿐 아니라, 충분한 전력계통확보를 위해 직접 에너지단지를 운영하거나, 전력사와의 독점공급계약을 추진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에 따르면 글로벌 Al 전력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30%, 국내 및 해외 시장규모로는 각각 18.9억 달러 및 60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발표된 초대형 AIDC 프로젝트의 표준목표치는 500 MW 규모이며, 가동률 60%로 추산하게 되면 연간 2.5 TWh(대한민국 30만 가구 연간 전력사용량)의 전력량이 요구된다. J.P 모건, 골드만삭스 가속화모델을 적용하면, 2026년 현시점에서 1,050 TWh의 전력량이 오로지 AIDC 용도로만 소비된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DC용 전력은 4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번째는 초고밀도, 초고압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해진 면적 대비 전력집중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일년 365일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일, 전압 및 주파수 변동이 발생하게 되면, 심각한 장비 손상이 발생하게 되며, 일시적인 가동 중지 시조차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중화 또는 삼중화된 전력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며, 여기에는 정전 시 즉각 가동되는 무정전 전원 장치 또는 대규모 비상발전기도 포함된다. 세번째로는 전세계 전력소비량의 3-4% 수준의 엄청난 양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효율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AIDC에 소요되는 전력량의 30-40%를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시키는데 사용하는 것만큼 냉열관리의 중요성은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이다. 마지막은 친환경성이다. 즉, AIDC 운영 전력은 이산화탄소 발생 없는 청정 전력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직접 연계시에는 부하변동 이슈로 인한 안정적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며, 발생된 전력을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에 저장 후 송전시키는 방식은 용량 한계로 인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AIDC 전력특성을 만족할 수 있는 수단은 현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외에는 찾기 힘들다. 이 중 가스터빈의 경우, 계약 후 설치까지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현재는 연료물질로 메탄 기반의 천연가스(LNG)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친환경 이슈는 수소가 LNG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수소전소발전 기술 상업화가 이루어질 2030년 이후에는 강력한 무탄소 AIDC 전력원으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기 이유로 인해, 최근 연료전지 발전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SK에코플랜트가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블룸에너지(Bloom Energy)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4년까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블룸에너지는 2025년 이후 오라클, 브룩필드 등과의 GW급 전력공급계약을 통해 주가가 폭등하였고, 수준잔고가 폭증하였다. 이는 연료전지가 앞서 언급한 4가지 AIDC용 전력특성을 모두 만족함과 동시에, 계약 후 수 개월 내 “즉각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AIDC 적용가능한 연료전지 타입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PEMFC)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가 대표적이다. PEMFC는 수 분 이내의 빠른 기동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잦은 on-off 운전에 대응가능한 보조 전원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의 AIDC용 보조전원 실증을 통해 확인된 바가 있다. 반면, SOFC는 기동속도는 느리지만, 발전효율(50-60%)이 높고, 열활용시 최대 90%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연속운전에 최적화되어 주전력원으로 사용 가능함을 블룸에너지 사례를 통해 검증되었다. 최근에는 SOFC와 PEMFC 하이브리드 설계를 통해, 급속기동시 PEMFC를, 연속운전시 SOFC를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블룸에너지와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블룸에너지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일명 “수소법")을 2021년 세계 최초 제정하고, 법정계획인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대한민국에서 지속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았고, 이를 많은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을 수주하는데 이를 활용하였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하여 로봇, AI, 수소에너지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태양광을 통한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생산 이후 수소저장-연료전지 발전을 연계하는 분산형 전원 표준화를 꾀하고자 하고 있으며, 수전해 및 연료전지 시스템 대용량 생산 기반의 부품 단가 저감 전략 적용을 통해 산업 경제성을 조기 확보하여, 최종적으로 새만금 모델을 최종 턴키 형태의 수출지향형 사업모델로 확장시키겠다는 메시지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두산퓨얼셀, 미코파워(이상 SOFC), 현대자동차(이상 PEMFC) 연료전지 시스템 제조사 뿐 아니라, 많은 전후방 산업 관련 소재·부품·장비 제조사가 밀집되어 있다. 해당 산물은 지속적인 정부 및 민간의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힘을 얻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이다. 세계 시장은 현재 활짝 열려 있고, 2030년 수소전소발전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블룸에너지가 그러하듯 국내 시장을 통해 단기 트랙 레코드를 조속히 쌓고, 정부-기업-연구자가 혼연일체가 된 “Korea One-Team"이 되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재도약인 “수소산업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창현 교수

[환경포커스] 플라스틱 일주일 멀리했더니 화학물질 수치 절반으로 뚝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생수병과 음식 용기, 전자레인지용 식품 포장재, 샴푸와 화장품 용기까지 하루 24시간 대부분 플라스틱과 맞대고 산다.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만 문제가 되는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속에 들어 있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같은 화학물질이 음식과 음료, 피부 접촉, 공기 흡입 등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들 물질은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염증 증가,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교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보고돼 왔다. 그렇다면 정말 일상 속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면 이러한 화학물질의 체내 농도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을까. 최근 호주 서호주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국제 의학 저널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단 7일 동안 '저(低)플라스틱 생활'을 실천한 결과, 소변 속 비스페놀A(BPA) 농도가 최대 60% 가까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참가자 전원에게서 플라스틱 화학물질 검출 연구진은 논문에서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은 거의 모든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되고 있고, 음식은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노출 경로"라고 설명했다 . 연구팀은 먼저 호주 성인 211명을 대상으로 관찰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3.1세였고 여성 비율은 58.3%였다. 모두 특별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소변과 콧구멍 안 세척 시료를 분석해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가 최소 6종 이상의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매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노출원으로는 고도로 가공된 식품, 플라스틱 포장 식품, 통조림과 캔 음료, 샴푸와 화장품, 스킨케어 제품, 플라스틱 조리기구 사용 등이 확인됐다. 플라스틱(에폭시)으로 내부가 코팅된 통조림 식품을 하나 더 섭취할 때마다 소변 내 BPA 농도는 평균 14.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이후 연구진은 이들 중 60명을 선발해 본격적인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47.6세, 여성 비율은 60%였고, 실험 기간 동안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 참가자를 총 5개 그룹으로 나누었고, 실험은 7일간 진행됐다. 첫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만 제공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과 함께 유리·스테인리스·금속·나무 소재의 주방 도구만 사용했다. 세 번째 그룹은 평소 식단을 유지하되 샴푸·화장품·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만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다. 네 번째 그룹은 식단·주방도구·위생용품을 모두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꿨다. 다섯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평소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다 . 연구진은 실험 전과 실험 중, 종료 시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변 샘플을 채취해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농도를 정밀 측정했다. ◇'저플라스틱 식단'은 무엇이 달랐나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저플라스틱 식단'이었다. 이는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이를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접촉을 최소화한 식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00명 이상의 농부와 식품 생산자가 참여했다. 우선 비닐 포장이 없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았다. 플라스틱 포장이 된 식품은 최대한 배제했다. 통조림과 캔 음료는 완전히 제외했다. 연구진은 캔 내부 에폭시 코팅이 BPA 노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초가공식품도 제한했다. 패스트푸드·즉석식품·개별포장식품처럼 여러 단계의 가공과 포장을 거친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리 환경도 바꿨다. 플라스틱 조리도구 대신 유리·스테인리스·금속 도구와 코팅되지 않은 나무 도구만 사용했다. 전자레인지 가열 역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로만 허용했다. 샴푸·바디워시·자외선차단제·립밤·면도기·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도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고, 메이크업 사용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즉 '건강식 효과'가 아니라 플라스틱 노출 감소 자체의 영향을 보기 위한 설계였다. ◇단 7일 만에 BPA 59.7% 감소 결과는 뚜렷했다. 특히 저플라스틱 식단과 주방도구 교체를 함께 시행한 두 번째 그룹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 소변 내 프탈레이트 대사체인 모노-n-부틸프탈레이트(MnBP)는 37.5% 감소했고, 모노벤질프탈레이트(MBzP)는 53.5%가 줄었다. BPA는 59.7%나 줄었다. 식단과 위생용품까지 모두 바꾼 네 번째 그룹에서는 MnBP가 44.1% 감소했고, 총 비스페놀 농도는 50.5% 줄어 종합적으로는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반면 위생용품만 교체한 세 번째 그룹에서는 일부 프탈레이트만 감소했고, 비스페놀 변화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식단 변화가 가장 강력한 개입 효과를 보였으며, 음식이 플라스틱 노출의 핵심 경로임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 흥미로운 점은 체중·체성분·혈압·혈당·혈중지질·염증지표 등 주요 임상 바이오마커는 7일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실험이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이 아니라, 체내 화학물질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단기간의 변화만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노출을 줄이면 염증 반응과 대사질환 위험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플라스틱 습관 연구진은 완벽한 '플라스틱 프리' 생활보다 현실적인 노출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통조림과 캔 음료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신선 식품이나 유리병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BPA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개별 포장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인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 가열은 화학물질 이행을 촉진하기 때문에 반드시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서는 플라스틱 조리도구와 보관용기를 유리, 스테인리스, 나무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샴푸, 메이크업, 스킨케어 제품 역시 프탈레이트 노출과 밀접하다.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완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은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출권 가격 급등하자…정부, 시장 개입 공식화

정부가 탄소배출권의 적정 가격 기준을 정하고 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배출권 가격이 기준선보다 오르면 예비물량을 풀어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반대로 가격이 기준보다 내리면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 예비분을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배출권은 기업의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가격이 높을수록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감축 투자 유인이 확대되는 구조다. 개정안에 따라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배출권 가격 범위를 정하고 상한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예비물량을 투입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는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정부가 배출권 가격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이보다 높아질 경우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다. 심의위원회는 오는 8월 기준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배출권 시장 개입은 가격 급등세를 막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4차 배출권 기본계획(2026~2030년) 기간에는 3차 계획보다 기업 할당량이 약 18% 줄면서 배출권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배출권 가격은 이날 기준 톤당 1만6800원으로, 지난 1월 2일 1만300원 대비 63%나 상승했다. 이번 개정안은 가격 급등에 대비한 일종의 시장 안정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4차 계획 기간 동안 기업에 사전 할당되는 배출권 총량은 23억6299만톤이다. 사전 할당량 외에 시장 안정화용 예비분 8527만톤과 시장조성 및 유동성 관리용 2000만톤을 포함해 총 1억527만톤이 예비물량으로 확보됐다. 4차 계획 기간은 총 5년으로, 연평균 4억7259만톤이 기업에 할당된다. 연평균 물량 대비 약 22%가 예비분으로 확보된 만큼, 가격 상승 시 상당한 규모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 기준을 통해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상한선에 근접하면 정부의 추가 공급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수를 늦추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상단 가격은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배출권 비용의 최대치로 인식되면서 감축에 얼마나 투자할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 도입은 제4차 계획기간의 핵심 변화 중 하나이며, 이는 향후 배출권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존 시장안정화조치나 유상할당 경매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는 정해진 가격 기준에 따라 공급량이 자동 조절되는 구조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할당대상업체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안정화 예비분의 적정 가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 그 범위는 실제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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