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농업용수 끌어오기 전에 물 재이용률 높여야”

3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클러스터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농민들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농업용수를 끌어오기 전에 인프라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와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도체 산업용수 확보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 톤, 용인 클러스터에 하루 150만 톤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농업·발전용수 다목적 전환' 계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총저수량 1억톤 규모의 호남 최대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댐(나주호)' 물을 반도체 산단에 산업용수로 돌리고, 기존 나주와 영암 일대 8000헥타르(ha) 농경지에는 영산강 하천수를 정수해 대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농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맹승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은 “농민들이 그동안 나주댐에서 나오는 깨끗한 2급수의 물을 쓰다가 영산강의 4~5급수 물을 정수해 쓰게 되면 수질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거부감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정수 처리 시설 설치와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을 과연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역시 “나주댐은 저수량에 비해 유역 면적이 좁아 물을 대규모로 빼 쓰면 한 번 비워진 댐을 다시 채우는 데 2년 가까이 걸린다"며 “가뭄이 오면 농업용수 공급 기능 자체가 마비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상우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정책지원단장은 “과거 수리시설은 농민들의 자부담으로 만든 생존권적 자원"이라며 “작년 강릉 오봉저수지 가뭄 때도 농업용수를 산단에 우선 공급하면서 163ha의 농작물이 말라 죽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없었다. 대만처럼 가뭄 시 휴경 보상금을 법제화하는 등의 선제적 대책 없이는 농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농업용수를 전용하기에 앞서,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폐수 재이용률을 끌어올리고 인프라 투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내 용수 재이용률은 4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만 TSMC나 글로벌 선진국 수준인 60~70%까지 끌어올리면 팹 4기 기준 하루 10만 톤, 용인 반도체 전체로는 25만 톤 이상의 신규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댐과 농업용수를 끌어다 주는 것에만 기대지 말고, 기업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3차 수처리 시설을 고도화해 자체 확보하는 노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세수를 노후 농업 수로의 '스마트 관수로화' 등 농촌 인프라 현대화와 피해 보상 기금에 직접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 역시 “우리나라 농업용수는 증발과 누수가 심한 흙수로·개수로 방식이 99%에 달해 실제 이용률이 48%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투자가 농업용수를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는 구조가 아니라, 반도체 투자 자금을 농업 인프라 현대화에 투입해 절감된 물을 서로 공유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 측은 농민 피해 방지와 보상 대책을 약속했다. 정혜련 농림부 식량정책관은 “농업용수는 농민의 생존권이자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이라며 “물 손실을 30~40% 줄일 수 있는 스마트 관수로화 사업과 영산강 대체 용수 수질 정화 시설을 차질 없이 구축해, 사업 후 농민들이 '예전보다 물 공급이 더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은 기후부 물이용정책관도 “기업들 역시 폐수 재활용과 하수 재이용수 활용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의 자체 재이용률 제고를 적극 유도하는 한편, 농업계와 지역 주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관로 현대화 예산 지원과 법·제도적 보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환경소식] “칠갑산 숲길 걸으며 마음 충전”…산림청, 힐링 ‘청양 치유순례’ 참여단 모집

산림청이 산촌의 산림휴양·치유자원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산촌 이음 숲여행 10대 코스' 국민참여단 2기를 모집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실증 코스는 충남 청양군의 국보 사찰 장곡사와 100대 명산 칠갑산을 연계한 '청양 마음보관소 장곡사 치유순례'(가칭)로, 삶의 재충전이 필요한 중장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기획됐다. 선발된 참여단은 코스의 매력도, 안전성, 지역소득 연계성, 치유 프로그램 완성도 등을 현장에서 직접 검증하게 된다. 모집 대상은 중장년층 3개 팀(팀별 2~4명)이며, 신청은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산림청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최종 선발된 팀은 9월 14일부터 15일까지 1박 2일간 현장 답사에 나선다. 장민영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장은 “지친 일상에 쉼을 더하고 산촌 경제를 살리는 체류형 모델을 국민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에이팜쇼(A FARM SHOW)'에 참가해 댐주변지역 농특산물 전용 온라인 직거래 창구인 '로컬마켓'을 최초로 공개했다. 공사는 이번 박람회에서 상생 플랫폼 앱 '로컬 바이브'를 기반으로 한 로컬마켓을 선보이며, 기존 일회성 직거래 장터를 상시 온라인 판매 체계로 전환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판로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진안 용담댐 '트레저헌터' 보물찾기 축제와 안동댐 마라톤 페스티벌 등 체류형 관광을 연계한 '댐 로컬브랜딩' 선도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로컬마켓과 로컬브랜딩은 댐주변의 청정 자연과 농촌 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상생 모델"이라며 “주민 소득 증대와 지역 활성화를 이끌어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한국환경보전원이 8개국 환경공무원 11명을 국내 전문기관과 연계해 진행한 '2026년 해외 환경협력 네트워킹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울시립대 '미래 환경정책 글로벌 리더 양성 석사과정(MGLEP)'과 연계된 것으로, 스리랑카·인도네시아·베트남 등 8개국 실무 공무원들이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국립공원공단, 한국환경보전원 등 8개 기관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수자원 분석, 물 재생시설 운영, 생태보전 등 전문 실무를 체득하고 국가 간 환경협력 네트워크를 다졌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은 “협력국 공무원들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교류 기반을 다진 계기"라며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국내 우수 환경기업과 기술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정확한 정보로 기후 대응 이끈다”…‘기후아고라’ 출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국내외 주요 정보와 우수 보도를 한곳에서 살펴보고 시민·언론인·전문가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온라인 공론장 '기후아고라'​가 출범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부설 저널리즘연구소(소장 제정임 교수)는 31일 기후위기 대응과 정확한 기후·에너지 보도를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 '기후아고라'(agoraforclimate.org)​를 공식 공개했다. 기후아고라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언론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기후보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우수 보도와 최신 연구자료, 팩트체크, 언론인 교육 콘텐츠 등을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곳곳의 기후재난이 출범 배경 제정임 소장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네팔 북중부 트리슐리강 일대에서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며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날 산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토석류가 강변 마을을 휩쓸어 수천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추가 규명이 필요하지만 “그 배경에 기후위기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등의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태와 홍수, 물 부족에 따른 식량난과 분쟁, 난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 소장은 최근 직접 방문한 중국 윈난성 리장의 옥룡설산도 사례로 들었다. 최고봉이 5596m인 옥룡설산의 빙하수가 지역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지만, 빙하 면적이 온난화로 줄어들어 1950년대의 40%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더 줄면 나시족 전통문화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리장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라며 “너무 맑아 옥색으로 반짝이는 계곡물을 보니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여름 서울 일부 지역의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을 언급하며 “40도 기온이 흔한 여름이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제 소장은 반문했다. 이어 “지구촌 곳곳을 태우는 대형 산불, 전례 없는 가뭄, 더 강력해진 태풍과 홍수에서 누구도 마냥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mitigation)​와 이미 불가피해진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적응(adaptation)​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국내 현실은 여전히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제 소장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몰아세우며 석탄·석유·천연가스를 더 파내라고 외치고 있다"며 “국내에도 산업적 이해관계 등으로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대응은 가야 할 속도에 비해 미진하다"며 “앞에선 맹수가 달려오는데 뒤에선 탈출구가 닫히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제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게 하려면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엄중성과 긴박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 보도부터 팩트체크·교육까지 기후아고라는 크게 기후뉴스룸, 최신자료실, 팩트체크, 기후저널리즘스쿨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기후뉴스룸에서는 국내외 언론상을 받은 기후·에너지 보도와 전문가 검증을 거친 우수 보도를 선별해 소개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확산한다. 최신자료실에서는 기후과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비롯해 정부·국제기구·주요 연구기관이 발표하는 기후·에너지 보고서와 데이터를 핵심 내용 중심으로 제공한다. 기자와 PD 등 언론인들이 취재에 필요한 자료를 보다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팩트체크에서는 기후·에너지 분야의 허위조작정보와 왜곡된 주장을 검증한다. '리팩트', '사이언스피드백' 등 국내외 전문 검증기관과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팩트체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기후저널리즘스쿨은 현업 기자와 PD들이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후보도를 할 수 있도록 국내외 전문가 특강과 저널리즘 세미나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외 언론단체의 기후보도 가이드라인도 함께 소개한다. 향후에는 시민과 언론인, 전문가가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토론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제 소장은 “기후아고라는 한국의 기후저널리즘이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며 “국내외의 탁월한 기후·에너지 보도가 사장되지 않고 더 많은 시민에게 가 닿도록 우수 보도를 모아 전파하고, 최신 기후과학과 에너지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허위조작정보가 여론을 왜곡하지 않도록 팩트체크 결과를 발 빠르게 알리고, 일선 기자·PD들이 완성도 높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논의했던 광장을 뜻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남부 390㎜ 폭우 피해 잇따라…1일까지 중부에 강한 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사흘간 최대 39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침수와 대피 등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내일(9월 1일)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강한 비가 예고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전남 영광 390.0㎜를 비롯해 보성 265.0㎜, 순천 252.0㎜, 전북 군산 249.0㎜, 전남 광양 247.0㎜, 경북 상주 198.0㎜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영광에서는 1시간 동안 86.3㎜에 달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도로·주택 침수, 수목 쓰러짐 등 430여 건의 소방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전남 순천·화순, 부산 사하구 등에서 주민 14명이 대피했으며 현재 8명이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까지 잠정 집계된 인명피해는 없다. 당국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금정산, 무등산 등 10개 국립공원 410여 개 구간을 비롯해 하천변 산책로, 둔치주차장, 지하차도 등 위험지역 2900여 개 구간의 출입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중대본은 호우 재난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유지하며 대전·충남·전북 등 5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급파해 대비 태세를 점검 중이다. 비구름대는 점차 북상해 내일까지 중부지방에 집중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9월 1일 오전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강하게 내리겠고, 경기 동부는 낮까지, 강원도는 늦은 오후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대전·세종·충남 80~150㎜(충남 많은 곳 200㎜ 이상) △충북 50~100㎜(많은 곳 150㎜ 이상) △서울·인천·경기 30~80㎜(경기남부 많은 곳 120㎜ 이상) △강원도 30~80㎜(강원남부내륙·산지 많은 곳 120㎜ 이상)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에는 1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 5~40㎜(제주 5~30㎜) 안팎의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나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고, 좁은 지역에 집중돼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가 크겠다"며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 축대 붕괴, 저지대 침수 등 추가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비가 잦아드는 일부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1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0~26℃, 낮 최고기온은 25~33℃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자동차 배출 초미세먼지, 암 환자 단기 사망위험 치명적 [환경포커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 PM2.5)가 일반 미세먼지보다 암 환자의 단기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교통 유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암 환자의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미세먼지가 암을 새로 발생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단기적인 사망위험과 대기오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8개국 암 사망 922만건 분석 호주 모나시 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호주·브라질·캐나다·칠레·한국·멕시코·뉴질랜드·태국 등 8개국의 2000~2019년 암 사망자료 922만3612건을 분석, 24개 주요 암종을 대상으로 사망 당일과 전날의 PM2.5 노출과 사망위험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전체 PM2.5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하면 암 사망위험은 0.77% 증가했다. 반면 교통 유래 PM2.5가 같은 폭으로 증가할 경우 사망위험은 3.87%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의 단기 사망위험 연관성이 전체 PM2.5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가장 주목할 결과는 농도와 건강영향 사이의 큰 차이다. 8개국에서 교통 유래 PM2.5는 전체 PM2.5 농도의 평균 14.72%에 불과했다. 그러나 PM2.5의 급성 노출과 관련된 암 사망 가운데 교통 유래 PM2.5가 차지하는 비중은 73.55%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약 11만1405건의 암 사망이 교통 유래 PM2.5와 관련된 것으로 추산했다. 교통 미세먼지에는 자동차 배기가스뿐 아니라 브레이크·타이어 마모와 도로 먼지 재비산 등에서 발생하는 입자도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입자의 구성과 극초미세입자 등이 상대적으로 큰 건강영향을 나타내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 암 사망 141만건도 분석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고, 한국도 중요한 분석 대상으로 포함됐다. 연구진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2000~2019년 한국의 암 사망 141만524건을 분석했다. 한국의 연구기간 평균 PM2.5 농도는 38.20㎍/㎥, 이 가운데 교통 유래 PM2.5는 5.20㎍/㎥​였다. 한국에서 전체 PM2.5가 10㎍/㎥ 증가할 경우 암 사망위험은 0.59%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는 같은 조건에서 3.63%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와 관련된 한국의 암 사망자는 연구기간 동안 2만6877명으로 추산됐으며, 전체 암 사망의 1.91%에 해당했다. 전체 PM2.5의 급성 노출과 관련된 암 사망자는 3만2651명으로 추산됐다. 한국에서는 특히 대장·직장암이 교통 유래 PM2.5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전체 PM2.5의 경우 대장·직장암 외에도 간암, 폐암, 비인두암, 위암, 고환암에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미세먼지 총량 넘어 발생원 관리해야" 이번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교통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켜 사망시켰다"라고 하기보다는 “단기간 교통 미세먼지 노출이 암 환자의 사망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실제 노출량이 아니라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도시 대기오염 추정치를 사용했고, 교통 유래 PM2.5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개별 사례에서 입증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를 단순히 총량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오염원에서 나온 미세먼지인가가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교통 배출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오염원인 만큼, 교통 유래 미세먼지를 줄이고 급격한 노출을 낮추는 정책이 암 환자 등 취약계층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구밀집지역과 의료기관 주변의 교통오염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질 관리도 단순히 'PM2.5가 얼마나 많은가'를 넘어 '어디에서, 어떤 성분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 날씨] 흐리고 비…경기남부·충청·남부 ‘시간당 최대 30㎜’ 호우

내일(31일)까지 전국 곳곳이 흐리고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다. 경기남부와 강원남부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충북, 전라, 경상도 지역에서는 시간당 20~30mm의 호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돌풍과 천둥, 번개도 나타날 수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충남권 지역에서는 최대 20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중부지방의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북부 20∼60㎜ △경기 남부 30∼80㎜(많은 곳 100㎜ 이상) △대전·세종·충남 80∼150㎜(많은 곳 200㎜ 이상) △충북 50∼100㎜(많은 곳 150㎜ 이상)다. 이밖의 지역에서는 △강원 남부 내륙·산지 30∼80㎜(많은 곳 100㎜ 이상) △강원중·북부 내륙·산지와 강원 동해안 20∼60㎜ △전북 서부 50∼100㎜(전북 북서부에서 많은 곳 150㎜ 이상) △광주·전남·전북 동부 30∼80㎜(많은 곳 전북 동부 100㎜ 이상)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30∼80㎜(많은 곳 대구·경북 100㎜ 이상) △제주도 5∼60㎜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 등은 내일 저녁께 비가 대부분 그치겠지만,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보여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남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밤에 25도 이상의 기온이 계속되는 열대야도 예상된다.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0∼26도, 낮 최고기온은 24∼32도로 예보됐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1.5m, 서해·남해 앞바다에서 0.5∼1.0m로 일겠다. 해안선에서 200㎞ 내의 먼바다에서 파고는 동해·남해 0.5∼1.5m, 서해 0.5∼2.0m로 예상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복합 재난 시대…‘기후 리스크’ 관리 못하면 기업 생존 흔들린다

기후위기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폭우·가뭄·폭염·산불 등을 각각 하나의 자연재해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복합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26일 네팔 히말라야 트리슐리강 유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돌발홍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빙하와 암석의 붕괴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했고 도로·교량·주택은 물론 수력발전시설까지 피해를 입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한 어퍼 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9명이 실종됐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홍수'로 보기 어렵다. 기후변화가 빙하·암석 붕괴를 불렀고, 하천 급격한 수위 상승이 토석류·홍수로 이어진 전형적인 연쇄재난이다. ◇기후재난은 이제 '하나씩' 오지 않는다 복합재난은 네팔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6년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이 확산되고 주요 하천의 수위까지 크게 떨어졌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서유럽의 2026년 6~7월 평균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고온·건조한 조건이 극심한 산불을 키웠다. 유럽의 주요 강인 라인·다뉴브·루아르·포강 등에서도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수운과 농업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강의 수량이 줄면서 발전소 냉각수와 산업용수 확보에도 문제가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단순히 '더운 여름'이 아니다. 산불로 공장이나 송전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가뭄으로 공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으며, 하천 수위 저하로 물류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하나의 기후현상이 여러 생산요소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올여름 남부지방에서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지적으로 극한호우가 쏟아지는 등 서로 상반된 극한현상이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에서 교차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의 10%인 150㎜가 1시간에 쏟아지는 상황도 나타난다. 이제 기업은 '올해 비가 많이 올까, 적게 올까'를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뭄과 폭우가 동시에 기업활동을 위협할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포항제철소 침수는 대표적 기후 리스크 사례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도 중요한 사례다.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의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가 포스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 생산이 중단되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철강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리스크는 공장 하나의 자산손실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가져야 할 관심은 단순 공장 침수만이 아니라, 전력과 용수가 끊기면 공급망 어느 부분까지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핵심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항만이나 도로가 막히면 제품을 어떻게 운송할 것인가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반도체 공장은 침수에 취약할 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서남권 등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면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위험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안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극한호우가 발생했을 때 공장 자체는 안전하더라도 변전소·송전망·취수시설·도로가 침수되면 생산은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뭄이 지속되면 취수량이 제한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전소의 냉각수 확보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TCFD식 시나리오 분석,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해야 이제 기후 대응은 환경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생산·구매·투자·안전 부서가 함께 관리해야 할 전사적 리스크​다.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가 발전시킨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다. TCFD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와 사업에 미치는 위험과 기회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국제적 기후 공시 체계를 말한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별로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기후 공시에 포함하라는 게 TCFD의 권고다. 기업은 △극한호우와 홍수 △장기 가뭄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전력망 장애 △공급업체 생산 중단 등을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가 매출·영업이익·자산가치·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야 한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발전소, 도로, 철도, 댐 등의 개발사업에서는 재해영향평가를 기후리스크 관리의 첫 관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과거 최대 강우량만으로 미래의 위험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래 강우 강도의 변화와 가뭄, 산사태, 토석류, 해수면 상승, 만조와 폭우의 결합 등 복합적인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의 경우 현지 정부의 인허가와 법정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 발생 시 근로자가 실제로 대피할 수 있는 조기경보와 대피훈련을 갖춰야 한다. 보험 역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보험은 마지막 방어선이다. 위험한 입지를 피하고, 방재시설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한 뒤 남은 위험을 보험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2018년 국내 기업이 건설하던 라오스의 댐 유실 사고와 2022년 포항제철소 침수, 2026년 유럽의 폭염·가뭄·산불 등과 더불어 이번 네팔의 참사는 기후위기 시대 인프라가 직면한 위험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사업의 경제성을 계산할 때 건설비와 인건비, 에너지가격, 시장수요를 분석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기후리스크 비용과 복합재난에 따른 생산중단 비용, 공급망 차질 비용, 보험비용, 적응 투자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리스크가 기상 변화를 넘어 점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고, 기업들도 철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리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분석해서 리스크를 판정하고 이를 대응계획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물건을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이른바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이 새로운 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후리스크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사업은 아무리 높은 수익성을 제시해도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사업계획서와 투자심의서 첫 장에는 매출 전망뿐 아니라 기후위험 지도와 복합재난 시나리오가 함께 올라와야 할 때가 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현장] “우리에게도 미래가 필요해요”…구로 청소년들이 외친 ‘미래를 위한 금요일’

“2050년이면 40대가 될 텐데, 마스크 없이 밖에서 숨 쉴 수 있을까요?" 28일 오후 서울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 소극장에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지역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과 영림중학교는 지난 28일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을 공동 개최해 청소년들의 기후행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과 지역 주민, 교육·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기후위기를 마주한 청소년들의 손글씨 메시지가 빼곡하게 걸렸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아닌, 그저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합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에는 청소년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지난 26일 국회는 5년 단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범위형'으로 담은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현장에 모인 청소년들은 이를 '기후 책임의 유예'로 규정했다. 참가자들은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문'을 통해 “2024년 헌법재판소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에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나와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오래 겪게 될 미래세대의 의견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과 미래세대의 75% 이상이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를 지지했음에도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시험에서 100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처음부터 60점만을 목표로 정해버린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지켜야 할 탄소 배출권 거래의 기준을 상한이 아닌 하한, 즉 적은 감축량 기준으로 명시한 것은 감축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긴 처사"라며 “1.5℃라는 국제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한과 하한이라는 벽 뒤에 숨지 말고 기후위기와 직접 마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을 넘어선 청소년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인근 동작구 청소년 사회참여동아리 '키비처' 대표로 참석한 박주언 경문고 학생은 “2022년 동작구 폭우 참사로 학교에 산사태가 나고 최근 서울 기온이 38℃를 넘는 등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청소년들이 먼저 행동해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을 전달받은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의 본질을 청소년들이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며 “행정가이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구로구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탄소중립 과제들을 하나하나 챙겨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선언에 이어 청소년들의 다채로운 문화공연과 '미래를 위한 약속'을 담은 퍼포먼스로 꾸며졌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댄스와 풍물 공연, 미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아 노랫말을 바꾼 합창 공연이 이어지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행사를 마치며 영림중 환경동아리 '그린루리' 대표 박택현 2학년 학생은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특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행사에 참석한 많은 어른이 함께 목소리에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방학 동안 친구들과 선언문을 준비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행사를 공동 기획한 윤상혁 영림중 교장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 2주년에 맞춰 탄소중립기본법의 올바른 개정을 촉구하고자 학생들과 뜻을 모았다"며 “방학 중에도 관내 혁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1100여 명의 청소년 서명을 모으며 주체적으로 선언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법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지자체가 세부 조례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만큼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학교들과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녹아내리는 히말라야…네팔 대홍수는 ‘예고된 재앙’

지난 26일 오전 8시 37분쯤(현지 시간)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ice-rock avalanche)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지진이 산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분석 결과, 지진이 아니었다. 거대한 빙하·암석 덩어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진동이 규모 5.2에 해당하는 지진파처럼 관측된 것이었다. 위성 분석에 따르면 해발 약 5200m에서 빙하 하단부 약 0.2㎢가 떨어져 나와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다. 떨어진 얼음과 암석은 엄청난 양의 토사를 끌어안으면서 거대한 토석류(土石流, 흙과 돌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현상)로 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빙하와 암석이 렌데 콜라 계곡을 막아 일종의 자연댐을 만들었고, 이 임시적인 물막이가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서 한꺼번에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졌다. 즉, '빙하 붕괴 → 얼음·암석 사태 → 계곡 막힘 → 임시 호수 형성 → 자연댐 붕괴 → 돌발홍수 → 토석류 증폭'이라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이 물은 렌데 콜라에서 보테코시 강으로, 다시 트리슐리 강으로 흘러내렸다. 트리슐리강은 네팔 중부의 핵심 수계로, 나라야니강을 거쳐 인도로 흘러간다. ◇사망 600명 넘어…한국인 9명 실종 피해는 네팔과 중국 티베트에 걸쳐 발생했다. 네팔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중국 양국에서 집계된 전체 사망자 수는 6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는 19개의 교량과 40㎞의 도로가 유실됐고, 수력발전소 등 전력 인프라도 피해를 입었다. 한국도 이번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네팔 라수와 지역의 216MW 규모의 어퍼 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가운데 9명이 연락 두절됐다. 이 가운데 6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3명은 한국남동발전 직원이다. 고립됐던 한국인 10명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한국 정부는 27일 외교부·경찰·소방으로 구성된 11명의 긴급대응팀을 네팔로 파견했다. ◇사고 원인은 '빙하호 붕괴'가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빙하호 붕괴 홍수(Glacial Lake Outburst Flood·GLOF)라고 하지만, GLOF로 단순하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 GLOF는 빙하가 후퇴하면서(혹은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빙하호의 물이 빙퇴석 제방이나 얼음 제방의 붕괴로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반면, 이번 네팔 재난은 그보다는 빙하 자체의 붕괴와 빙하·암석 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다시 터뜨린 사건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점에 주목한다. 빙하호는 위성으로 호수의 면적과 수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지만, 수천m 높이의 산 정상부에 매달려 있는 불안정한 빙하가 언제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지형학자 볼프강 슈방하르트 교수는 이번 사고 경로 상류에 대규모 빙하호가 없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GLOF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사태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기후변화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번 사고가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제방 붕괴가 아닌 빙하 자체의 무너짐이 '직접적인 원인(trigger)'이지만, 이런 위험을 키운 '장기적인 배경(background)'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자들은 히말라야가 급격하게 따뜻해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가 2023년 발표한 '힌두쿠시 히말라야의 물과 얼음, 사회, 생태계' (HI-WISE) 보고서는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가 2011~2020년 10년 동안 이전 10년에 비해 65% 더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암반과 사면을 붙잡아주던 힘이 약해지고, 눈·얼음·암석이 불안정해진다.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npj 자연재해(Natural Hazards)'에 발표된 인도 연구진의 연구는 히말라야의 온난화와 기후변동성 탓에 '매달린 빙하'의 기하학적·역학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달린 빙하는 산의 급경사면이나 절벽에 매달린 채 계곡 바닥까지 이어지지 않는 빙하로, 붕괴할 경우 얼음과 암석이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져 큰 산사태나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위험은 단순한 GLOF만이 아니다. △빙하호 제방 붕괴 △빙하 붕괴 △암반 붕괴 △산사태 △토석류 △폭우와 홍수가 결합하는 복합재난이 된다. 이번 네팔 사고가 바로 그런 미래의 한 단면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는 있었다 이번 사고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나름 대비는 했지만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7월 5일 중국 티베트 쪽 보테코시 상류의 작은 공바통샤 빙하호가 붕괴했다. 당시 호수 자체는 작았다. 하지만 물이 계곡에 쌓여 있던 토사를 엄청난 양으로 끌어안으면서 작은 GLOF가 거대한 토석류로 변했다. 미국 데이턴대 연구팀은 2022년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시 사고 때 홍수파가 보테코시 계곡의 기존 토사를 끌어들이면서 최대 유량이 초당 약 618~4123㎥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히말라야에서는 작은 빙하호나 빙하 붕괴도 계곡에 쌓인 토사를 만나면 엄청난 규모의 홍수·토석류로 증폭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2021년 2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차몰리에서는 빙하·암석 붕괴가 리시강가 계곡으로 쏟아지면서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했다.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되고 2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더 충격적인 사례는 2023년 10월 인도 시킴주 사우스로낙 빙하호 붕괴다. 약 5000만㎥의 물이 쏟아지면서 60㎞ 하류의 1200MW 티스타 III 댐이 사실상 파괴됐다. 사우스로낙 호수의 붕괴 가능성과 예상 피해는 이미 2019년과 2021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제시됐지만 재난을 막지 못했다. ◇빙하가 녹으면 결국 물 부족으로 이어져 ICIMOD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가 계속될 경우 2100년까지 지금의 힌두쿠시 히말라야 빙하 부피의 최대 8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 공급량은 세기 중반을 전후해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빙하는 겨울에 저장한 눈을 얼음으로 보관했다가 여름과 건기에 조금씩 물로 공급하는 거대한 자연 저수지다. 따라서 빙하가 감소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녹은 물 때문에 하천 유량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빙하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더 이상 저장할 얼음 자체가 부족해진다. 이는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하는 인더스·갠지스·브라마푸트라 등은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부탄·중국 등 아시아 수억 명의 농업과 생활용수, 수력발전에 직결된다. 오스트리아 등 국제연구팀은 2021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아시아 고산지대 빙하가 약 2억5000만 명의 물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빙하 감소로 인한 물 부족을 우려했다. ◇댐과 발전소 건설이 더 큰 재앙 불러 여기에서 '개발'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한다. 네팔은 세계적인 수력발전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험준한 산악지형과 큰 낙차, 풍부한 강수량 때문에 수력발전은 네팔 경제개발의 핵심 전략이다. 세계은행(WB)도 2025년 네팔 국가경제보고서에서 수력발전이 네팔의 장기 경제성장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남동발전이 참여한 어퍼 트리슐리-1은 216MW 규모의 수로식 발전소다. 대규모 저수지를 만들지 않고 강의 자연적인 물 흐름과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네팔의 개발 계획이 강 전체로 통합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발전소 하나씩만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 있다. 히말라야에서는 한 계곡에 발전소를 하나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계단식 개발(cascade development)'도 진행된다. 상류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하류 발전소가 다시 충격을 받고, 하류의 도로·교량·송전망·마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기업은 왜 그곳에 갔나 한국남동발전은 이번에 사고가 난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 건설에서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국제금융공사(IFC)도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설계·조달·시공(EPC)를 담당했다. IFC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당시 네팔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 가운데 하나였고, 네팔의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역시 이 사업에 참여한 이유를 한국 기업의 해외 수주 지원 및 해외 인프라 개발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향후 국내 기업이 인도·방글라데시 등에 진출할 가능성을 연다는 의미도 있었다. 실제로 IFC는 2019년 이 트리슐리-1 사업에 4억5300만 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면서 네팔의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고 최대 9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경보할 시간이 없었다" 네팔 당국은 홍수 정보를 사고 발생 후 확보했고 하류에 경보를 보냈다. 하지만 홍수가 너무 빨랐다. 네팔 현지 언론은 홍수예측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정보가 오전 8시 56분에 도착했고 4분 뒤 하류 지역에 경보를 전달했지만, 그때는 이미 홍수가 라수와 지역에 도달한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상류의 자동 수위관측소 상당수는 경보를 보내기도 전에 홍수에 휩쓸려 사라졌다. 이것이 이번 사고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조기경보 시스템이 없었다기보다 극단적인 산악재난을 감당할 만큼의 '리드 타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도 “보테코시 유역의 기존 경보체계가 실제 재난 상황에서 확보할 수 있는 대피 시간이 매우 짧다"며 정확히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히말라야에서는 단순히 사이렌을 설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난이 발생한 뒤 경보하는 시스템"에서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가격에 넣는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네팔에서 수력발전을 모두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력발전은 네팔의 경제개발과 에너지 안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강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가?"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신 “2100년의 기후와 빙하 조건에서도 이 발전소가 안전한가?"하고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빙하·빙하호·영구동토층을 포함한 '유역 단위' 위험평가 △GLOF만 보지 말고 '빙하 붕괴'를 별도 재난으로 관리 △광학위성에만 의존하지 않는 상시 관측 △발전소 훨씬 상류까지 감시 △국가를 넘어선 초국경 위험관리 △수력발전 투자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이번 네팔 사고는 한 번의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 히말라야가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재난의 표준형'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이 해외에서 수력발전·도로·철도·광산·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제 “사업성이 있는가"와 함께 “기후변화 이후에도 안전한가"를 묻는 것이 해외 인프라 사업의 새로운 기본 조건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틀 만에 또 티베트 댐 붕괴…구조대·주민 긴급 대피령

대규모 홍수와 '빙하 쓰나미'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이틀 만에 또다시 상류 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자 네팔 당국은 현장 구조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주민과 구조대원 전원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28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티베트자치구 상류 지역에서 댐이 다시 붕괴했다는 정보가 네팔 당국에 공식 전달됐다. 지난 26일 빙하 붕괴로 촉발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룽 일대에서 최소 475명이 숨지고 1400명 이상이 실종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추가 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네팔 경찰은 긴급 성명을 통해 “(중국) 티베트 측에서 또다시 댐이 붕괴했다는 정보를 접수했다"며 “구조와 구호 활동에 투입된 모든 보안 요원, 구조대원, 일반 시민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즉시 고지대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추가 범람 위험이 임박함에 따라 네팔 당국은 향후 1시간 30분 동안 현장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네팔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일대에서 진행되던 헬기 구조 작전도 전면 멈춰 섰다. 현지에서는 거센 물길을 피해 주민들이 서둘러 인근 언덕 위로 대피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실시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붕괴 및 하류 범람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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