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세미나] “공장 침수에 전 세계 공급망 흔들”…기업 위협하는 기후리스크

기후위기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폭우·가뭄·폭염·태풍 등 이상기후가 공장과 인프라를 직접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재무성과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에너지경제신문 기후환경전문기자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기상기후산업 세미나'에서 'ESG와 기후 리스크 대응'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했다. 강 전문기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기후리스크를 경영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는 크게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 리스크로 나뉜다. ◇올해 전 세계 기업 기후피해 1812조원 전망 기후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경제적 규모는 막대하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올해 글로벌 기업의 자산 손실과 매출 감소를 합친 기후 관련 피해 규모를 1조3000억 달러(약 18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86%가 폭염과 강수량 변화, 장기간 가뭄 등 만성적인 기후위험​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에 따른 피해만 5980억 달러, 과도한 강수에 따른 피해는 34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형 태풍이나 홍수처럼 눈에 띄는 재난뿐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과 가뭄이 기업 생산성과 재무성과를 서서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는 기후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한파로 가스정이 멈추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감했고 발전소도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텍사스는 전력망이 주변 지역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외부에서 전력을 들여오기도 어려웠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과 연료 공급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그 결과 최소 246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피해는 1300억 달러, 약 174조원​에 이른 것으로 발표자료는 제시한다. ◇공장 하나 침수돼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은 3조7000억원에 이른다. 복구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이보다 2~3배에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다.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피해는 포스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 생산이 멈추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철강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장 한 곳의 침수가 공급망 전체의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24년 9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산단에서는 이틀 동안 530㎜의 폭우가 내리면서 3개 기업의 공장이 침수됐다.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납품해야 할 제품까지 침수됐다. 강 전문기자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침수될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전력이나 용수가 끊겼을 때, 핵심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항만과 도로가 막혔을 때 생산과 납품을 계속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전자산업은 냉각용수 부족과 정전, 화학약품 공급 차질이 생산을 위협할 수 있고, 자동차는 부품 생산기지 침수로 완성차 출고와 수출이 지연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폭염과 정전으로 서버 장애와 서비스 중단 위험에 노출된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도 기업 리스크 기후리스크는 자연재해만을 뜻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확대,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 기술의 등장, 소비자 수요 변화 등이 기업의 비용과 시장을 바꿀 수 있다. 철강·시멘트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변화,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기술 전환에 따른 부품업체 구조조정, 화학·정유업계는 플라스틱 규제와 재활용 기술 확산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가 사업모델과 제품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계산하는 것도 포함된다. 강 전문기자는 “지금 잘 팔리는 제품과 사업이라도 탄소가격과 규제가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쟁구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며 “기후리스크를 생산시설뿐 아니라 사업모델과 공급망, 재무성과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를 재무 숫자로 관리해야 기후리스크는 기업의 제품 원가는 물론 나아가서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염·가뭄·집중호우로 농산물 생산과 공급망이 흔들리는 '탄소플레이션(Carbonflation)',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화석연료플레이션(Fossilflation)', 탄소중립을 위한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등이 그것이다. 강 전문기자는 “앞으로 기업의 사업성 분석에는 건설비와 인건비, 에너지가격, 시장수요뿐 아니라 기후리스크 비용, 생산중단 비용, 공급망 차질 비용, 보험비용, 기후적응 투자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는 지적했다. 이처럼 기후리스크가 기업의 명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기업 경영자도 더는 기후리스크 관리를 환경 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가 제시한 것처럼 기후변화가 사업전략과 운영,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 1.5℃, 2℃, 4℃ 상승 등 서로 다른 기후 시나리오에서 사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따져야 한다. 탄소가격 상승이 생산비에 미치는 영향,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가뭄에 따른 용수 부족, 극한홍수에 따른 공장 침수 가능성 등을 매출·영업이익·자산가치 변화로 연결해 보는 방식이다. 강 전문기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전력과 용수 의존도가 높은 시설은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위험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복합재난을 가정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반도 기후세미나] “폭염 뒤 쏟아지는 폭우”…기후변화, ‘극과 극’ 전환 빨라졌다

[부산=이원희 기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정반대의 극한기후가 짧은 기간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지표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건조할 때는 증발이 강해지고, 비가 내릴 때는 더 많은 수증기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극단적 기후의 급격한 전환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열린 기상기후산업대전 부대행사 '한반도 기후변화와 ESG 세미나'에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 수준은 (산업혁명 이전 시대 대비) 약 1.38도까지 올라왔다"며 “자연적인 변동성이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면 더 심각한 온난화와 기후변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연평균 지표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지구 시스템에 열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추가로 쌓이는 에너지의 약 90%는 해양이 흡수한다. 2025년 해양 열함량은 전년보다 23제타줄(ZJ)증가했다. 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인간 활동으로 생산된 에너지의 약 39배에 해당하는 규모에 달한다. 해양에 축적되는 열은 해수의 열팽창을 일으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육상 빙하와 그린란드·남극 빙상 융해 등이 더해지면서 해수면 상승이 가속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서도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산과 같은 연안도시는 평균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같은 강도의 태풍이나 폭풍에도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최근 극한현상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신호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체감할 정도의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극한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을 꼽았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불 발생 빈도 자체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근 10년을 보면 한 번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과거보다 대형화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봄철 기온 상승과 건조화, 적은 겨울철 강수량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 같은 극심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중호우도 강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올해 거제에서 단기간에 약 1000㎜에 달하는 비가 내린 사례를 들며 “비가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걸쳐 오는 것보다 좁은 지역에 집중해서 오는 경향이 있고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각각의 극한현상이 별개로 끝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폭염에 이어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식으로 재해가 이어지면 피해가 단순히 합산되는 것을 넘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결합하면 피해가 하나 더하기 하나가 2가 아니라 4, 5 이상이 될 수 있다"며 그 배경으로 물순환 강화를 지목했다. 지표와 대기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고, 건조한 곳에서는 증발이 증가하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는 더 강한 강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극심한 건조와 습윤 상태 사이의 급격한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기후과학계에서는 '수문기후 채찍질'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극한현상이 전환되는 시간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며 “아주 극심한 폭염에서 갑자기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것이 채찍질처럼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많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험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억제 목표와 관련해 최근 평가에서는 1.5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오버슛'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이후 온도를 다시 낮출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한 비용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와 생태계 악화 등이 기업 활동에도 직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도 상승을 안정화하면 물순환 강화와 극한현상의 증가도 안정화할 수 있다"면서도 해양과 빙상, 해수면처럼 변화 속도가 느린 기후시스템은 대응을 강화하더라도 수백~수천 년 동안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며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과 정부의 장기적인 기후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날씨] 전국 맑고 낮 최고 30도…제주 비·남해안 강풍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제주도와 강원 동해안·산지에는 비가 내리겠다. 남해안과 제주도에는 순간풍속 시속 70k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인 19일 오전까지 강원 동해안과 산지, 제주도 산지와 중산간에 가끔 비가 내리겠다. 새벽부터 낮 사이 부산과 울산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북부·서부 제외) 10~50㎜(산지 많은 곳 80㎜ 이상), 제주도 북부와 서부 5~30㎜다. 강원 산지는 5~10㎜, 강원 동해안은 5㎜ 미만의 비가 내리겠다. 19일까지 전남 남해안과 경남 서부 남해안, 제주도에는 순간풍속 시속 70km(초속 20m) 이상, 제주도 산지에는 시속 90km(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제주도 먼바다와 앞바다, 남해 동부 먼바다에는 바람이 시속 30~55km(초속 9~15m)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주의해야 한다. 19일 아침 최저기온은 15~22도(℃), 낮 최고기온은 23~30도, 일요일인 20일 아침 최저기온은 14~20도, 낮 최고기온은 24~30도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현장] 구름 뚫는 전파부터 풍황 계측 해양부이까지…기상·기후 최첨단 장비 한자리에

[부산=이원희 기자] 최신 전파 기반 기상 관측장비, 항공기 안전운항을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 해상풍력 풍황을 측정하는 대형 해양부이까지 기상·기후산업의 최신 관측장비와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전시장 곳곳에는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거나 활용될 각종 관측장비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17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상·기후 산업 박람회인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상기후산업대전'을 개최했다. 지난 16일 개막한 행사는 18일까지 이어진다. 기상기후산업대전에는 총 43개 공공기관 및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전파를 활용한 최신 기상 관측장비가 전시회에 등장했다. 알에프코어는 현재 기상청 납품을 준비 중인 장비를 선보여, 기존 레이더 관측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보다 안정적으로 기상현상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알에프코어 관계자는 “두꺼운 구름을 뚫기 어려운 레이더 관측 방식의 단점을 전파를 이용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항공 안전을 위한 기상관측 기술도 눈에 띄었다. 파코코리아인더스는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기상·위험 요인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하는 항공안전 통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해당 솔루션은 급변풍 탐지와 항공기상 관측, 조류 충돌 예방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윈드 라이다와 기상 라이다, 항공기상 관측장비, 조류탐지 레이더와 조류 퇴치 장비 등을 연계해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순재 파코코리아인더스 센터장은 “공항에 법적으로 관련 장비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현재 전 공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텍은 올해도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장비를 선보였다. 약 6m 크기의 해상풍력 풍황 계측용 해양부이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업 예정지의 풍속과 풍향 등 풍황을 장기간 정밀하게 측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양부이에는 관측장비뿐 아니라 소형 태양광 발전설비와 풍력발전기, 배터리도 함께 설치돼 있다. 육상 전력망과 떨어진 해양 한가운데에서 장기간 관측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전기를 현장에서 자체 생산·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공공기관의 현장 관측장비도 소개됐다. 부산지방기상청은 특별기상관측차량을 전시장에 배치했다. 이동형 관측장비를 탑재해 위험기상 발생 지역 등 필요한 현장으로 직접 이동해 기상 상태를 관측할 수 있는 차량이다. 올해 기상기후산업대전에서는 이처럼 기상정보를 단순히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공·해상풍력·재난안전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활용하는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풍은 빗겨갔지만…주말 서쪽 ‘30도 늦더위’ vs 제주 ‘100㎜ 물폭탄’

한반도 북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제25호 태풍 '두쥐안(DUJUAN)'이 일본 동쪽 먼바다로 방향을 틀면서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번 주말 강한 동풍이 불어 들면서 서쪽 지역은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겠고, 제주도에는 최고 100㎜ 이상의 호우가 쏟아지는 등 지역별 날씨 차이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7일 정례 예보 브리핑을 통해 “제25호 태풍은 일본 남쪽 해상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을철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방어벽 역할을 해 국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주말 동안 한반도는 강한 동풍의 영향을 받겠다. 북동쪽 찬 공기와 남동쪽 따뜻한 공기가 맞물리면서 오는 18일을 중심으로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서 간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겠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따뜻하고 건조해져 수도권 등 서쪽 내륙과 남부 지방은 낮 기온이 28~30도 안팎까지 오르며 늦더위가 나타나겠다. 반면 밤사이 열이 빠르게 식어 아침 기온은 17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습한 동풍이 닿는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선선한 가운데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동풍이 정면에서 부딪히는 제주도는 18일까지 강한 비구름이 발달해 20~60㎜, 지형적 영향이 더해지는 제주 동부 등 많은 곳은 10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풍과 함께 높은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수 있어 해안가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며 “낮 동안 공기가 건조해지는 서쪽 지역은 추석을 앞둔 벌초·성묘객의 산불 등 불씨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돗물 넘어 이온음료까지…‘초단쇄 PFAS’의 습격, 한국도 안심 못 한다

미국 뉴저지주의 수돗물과 시판 음료에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초단쇄 과불화화합물(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특히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FA)이 수돗물은 물론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서 확인됐다. 탄소 사슬이 아주 짧다는 의미의 '초단쇄' PFAS는 분자 크기가 작고 물에 잘 녹아 환경 중에서 매우 쉽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기존의 PFAS 분석법과 정수처리 방식으로는 제대로 검출하거나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확인된 이번 결과가 한국에서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뉴저지 수돗물 대부분에서 TFA 검출 미국 뉴저지공대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진은 뉴저지주 21개 카운티에서 수돗물 70개 시료를 채취하고, 시판 병 음료 43개 제품을 추가해 모두 113개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hy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분석 결과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물질은 TFA였다. 전체 시료의 86.7%에서 TFA가 검출됐으며, 수돗물에서는 91.4%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수돗물에서 확인된 TFA 농도는 L당 74~1360 ng(나노그램, 1 ng=10억분의 1g) 범위였고, 중앙값은 352ng/L이었다. 지역별로 농도 차이가 있었지만 특정 한 지역에만 집중된 양상은 아니었다. TFA 외에도 퍼플루오로프로피온산(PFPrA), 퍼플루오로에탄설폰산(PFEtS), 퍼플루오로프로판설폰산(PFPrS) 등 다른 초단쇄 PFAS가 검출됐다. 반면 퍼플루오로메탄설폰산(PFMeS)은 검출되지 않았다. ◇일반 생수보다 스포츠음료가 훨씬 높았다 시판 음료에서도 TFA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전체 병 음료 시료의 79.1%에서 TFA가 확인됐다. 특히 음료 종류에 따른 차이가 컸다. 일반 생수의 TFA 평균 농도는 약 295ng/L였지만, 이온음료·스포츠음료·코코넛워터 등 배합 음료에서는 평균 1만5400ng/L가 검출됐다. 일반 생수보다 무려 52.2배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전해질 음료에서는 TFA 농도가 9만4100ng/L까지 올라갔고, 스포츠음료에서도 최대 3만3000ng/L가 검출됐다. 생수라고 모두 같은 것도 아니었다. 역삼투압(RO) 등을 거친 정제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가 나타난 반면, 샘물이나 미네랄워터처럼 취수원 특성이 많이 반영되는 제품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확인됐다. 이는 음료에 사용되는 물 자체뿐 아니라 음료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와 첨가물, 제조 과정 등도 초단쇄 PFAS 노출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주의' 필요 탄소 원자가 2개로 초단쇄 PFAS는 과거에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 감소와 생식·발달 영향이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6년 TFA의 허용섭취량을 기존보다 72% 낮췄고, 유럽화학물질청(ECHA) 위험평가위원회는 생식독성 물질(Category 1B)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뉴저지공대 연구에서 검출된 수돗물 속 TFA 농도는 EFSA 기준보다 훨씬 낮다. 하루에 수돗물을 2L 마신다고 했을 때 섭취허용량의 0.3% 수준으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TFA는 물뿐 아니라 음료·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출될 수 있어 전체적인 누적 노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출 농도가 가장 높은 음료의 경우(9만4100 ng/L) 하루 1L를 마실 경우 60kg 성인의 섭취허용량의 11%에 해당한다. ◇왜 TFA가 물에 이렇게 많이 남나 TFA가 기존의 장쇄 PFAS와 다른 점은 물에 대한 높은 용해성과 이동성이다. 과불화옥탄설폰산(PFOS), 과불화옥탄산(PFOA) 같은 대표적인 PFAS는 비교적 큰 분자이기 때문에 활성탄 등 흡착을 이용한 처리로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TFA처럼 탄소 사슬이 매우 짧은 물질은 물에 잘 녹고 흡착제에 잘 붙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적인 정수처리 과정만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한 번 환경으로 유입되면 하천이나 지하수 등을 따라 넓게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TFA가 수돗물에 존재하는 경로도 복잡하다. TFA 자체가 처음부터 물에 직접 배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기 중에서 다른 불소계 화합물이 분해·변환되면서 TFA가 생성되는 경로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일부 불소계 냉매와 산업용 화학물질, 불소계 농약·의약품 등에 포함된 전구체​가 대기 중에서 변환돼 TFA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생성된 TFA는 빗물이나 눈 등 강수와 함께 지표면으로 내려와 하천·호수·지하수 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TFA 오염은 특정 공장 주변에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국지적 산업오염과 달리 대기를 통한 광역적인 이동과 침적이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살펴볼 필요 산업시설로 인한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도체 제조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는 공정 특성상 다양한 불소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초단쇄 PFAS 또는 관련 전구물질이 폐수나 대기 등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뉴저지 연구가 반도체 공장을 TFA의 직접적인 주요 배출원으로 규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TFA의 대표적인 오염원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초단쇄 PFAS의 환경 유출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를 단순히 '미국 뉴저지의 수질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는 TFA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특수 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각·공조 설비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화학·농업·제약산업에서도 다양한 불소계 화합물이 사용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불소계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첨단 제조시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돗물에서 TFA가 얼마나 검출되는지, 강수와 하천·지하수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는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수장에서 이들 물질이 얼마나 제거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정수공정과 활성탄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역삼투압(RO) 같은 고도처리가 필요한지도 실제 국내 원수와 정수장을 대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전국 흐리고 동해안·제주 비…제주 산지 최대 80㎜ 이상

오는 18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겠으나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방은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동해안과 강원 산지,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8일) 제주도에 비가 내리겠고, 오전부터 저녁 사이 전남 남해안과 경북 남부 동해안, 경남권 해안, 오후부터는 강원 동해안·산지에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5~60㎜(산지 많은 곳 80㎜ 이상), 강원 산지와 부산·울산·경남 남해안 5~10㎜다. 강원 동해안과 전남 남해안에는 5㎜ 미만, 경북 남부 동해안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리겠다. 일부 내륙에는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초속 15m) 안팎, 산지에는 시속 70km(초속 20m) 안팎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남해 먼바다와 제주도 해상을 중심으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해상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4~21도(℃), 낮 최고기온은 24~30℃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낼 세금도 없는데 세액공제?”…태양광 업계, ‘미국식 현금 환급’ 촉구

태양광 업계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생산 실적과 연계한 현금성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가 국내 제조사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적자가 쌓인 결손 기업은 낼 세금이 없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설비 투자비 기준의 공제 한도 역시 실질적인 운영비 지원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접경지역내일포럼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연속토론회 3차 행사를 개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한신혜 한화큐셀 파트장은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국내생산세액공제안)을 두고 “현행 설계대로라면 산업 현장에서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공급망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분석됐다. 이날 발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90% 안팎을 점유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1년 66.0%에서 2025년 30.7%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핵심 부품인 셀(태양전지)의 국산 점유율도 35.1%에서 3.9%로 급락했다. 특히 국산 셀의 경우 수요처를 찾지 못해 지난 2년간 내수용 생산 실적이 사실상 전무했다. 한화큐셀 역시 충북 음성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진천 공장 1곳만 유지하고 있다. 2030년 국가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57기가와트(GW)를 설치할 경우, 현 점유율 구조가 유지된다면 약 8조 원의 수입 대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생산 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현행안의 세 가지 한계를 꼽았다. 우선 '결손 기업 배제' 문제다.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가 있어야 차감되므로, 적자 상태인 기업은 흑자 전까지 혜택이 이월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현금 환급이나 공제권의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안에는 이 같은 유동화 장치가 담기지 않았다. 한 파트장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위기 국면에 정작 혜택이 차단된다"며 “생산 실적과 연동된 보조금 등 현금성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부품, 핵심 광물 등 첨단 제조품을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게 세액공제(혜택) 또는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생산량 비례 지원은 단순 설비 투자액 기준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판매했는가(생산량)에 비례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동성(현금화) 지원은 적자가 발생해 낼 세금이 없는 기업(결손 기업)이라도 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공제권을 양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의 괴리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안은 10년간 총 공제 한도를 '유형자산 투자누계액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 원가에서 설비투자비 비중은 8~10%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전기료·원자재비·인건비 등 운영비가 차지한다. 공제 상한선을 설비 투자액 기준으로 제한하면 초기 몇 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장기적인 생산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금성 보완책이 도입되더라도 발생하는 2년간의 정책 시차도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2027년 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2028년 예산을 수립하면 실제 지급은 2029년에 이뤄져 자금 공백이 생긴다. 당장 공장을 돌리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인 만큼, 예상 생산량을 기반으로 2028년부터 선제 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날 제기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입법과 예산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에너지 환경부 한명실 생활하수과장과 한국환경공단 권기원 하수도처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으나,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시간과 수질, 비용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재이용수 공급시설의 건설 일정을 반도체 산단의 착공·가동 일정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재이용수를 냉각수나 보일러에 사용하고, 초순수는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물로 생산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재이용수 수질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것이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삼투압 시설 가동 후에 나오는 오염 농축수(재이용량의 약 30%)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하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시설 운영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구름 많고 일교차 15℃…제주 비·남해안 강풍

오는 17일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으며, 남해안과 제주도에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7일) 늦은 오후부터 제주도에 5~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 내륙에는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초속 15m) 안팎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새벽부터 동해 남부 먼바다와 남해 동부 먼바다, 제주도 해상에는 바람이 시속 30~55km(초속 9~15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1℃, 낮 최고기온은 23~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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