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왜 또 논의하냐”…기후시민회의에 쏟아진 국민 제안

국민들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정부에 직접 제안하고 나섰다.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 지역별 전기요금제, 환경교육 의무화는 물론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까지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가 기후시민회의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기후시민회의 의제 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국민 의견을 시민참여단 숙의 과정을 거쳐 향후 정부 정책 권고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기후대응위는 국민 누구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기후·에너지·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제안이 등록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다른 시민이 제안한 의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의제 중에는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의견이 눈에 띈다. 한 시민은 “재생에너지법 공포 후 이격거리안 세부안을 또 논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수년에 걸쳐 논의된 사안을 법 공포 이후 다시 검토하는 것은 업계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기후시민회의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교육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은 어린이집 단계부터 탄소중립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교직원 교육과 학부모 대상 환경교육 확대,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안했다. 기후위기 대응 인식을 어릴 때부터 형성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환경호르몬 문제를 기후·환경 정책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 시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을 대상으로 환경호르몬 노출 검사를 무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 부모, 청소년 등을 우선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해 국민들이 자신의 환경호르몬 수치를 직접 확인하도록 하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자발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활 속 탄소 감축을 위한 아이디어도 다수 제시됐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카드를 도입하고, 이용 횟수가 많을수록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친환경 배달문화 정착, 일회용품 없는 공공행사 의무화, 홍보 인쇄물 규제 등 정책 제안이 등록됐다. 기후시민회의 의제 제안 홈페이지는 상시 운영되며, 오는 30일까지 의제를 등록한 참여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경품도 제공한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생활 속 경험과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값싼 상품은 부국으로, 오염은 빈국으로”…국제 무역이 낳은 ‘건강 불평등’[환경포커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류·가전제품·철강제품 등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세계화 시대의 소비자는 국경을 초월해 상품을 구매하지만, 그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건강 피해는 결코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 올들어 발표된 두 편의 국제 연구는 국제 무역이 단순히 부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조기 사망의 부담까지 국가 간에 재분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부유한 국가가 누리는 깨끗한 공기와 값싼 상품 뒤에는 저소득 국가 주민들의 건강 악화와 조기 사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무역이 초래한 '보이지 않는 사망'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의 시위안 왕 연구원과 크리스토퍼 테섬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제 무역이 전 세계 대기오염 사망을 어떻게 재분배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약 200개국의 무역·배출·건강 자료를 통합 분석해 초미세먼지(PM2.5)로 인한 전 세계 조기 사망의 약 14~18%가 국가 간 소득 격차를 가로지르는 무역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미국·유럽·한국·일본과 같은 고소득 국가가 소비하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오염을 감수하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피해 역시 생산국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사망 수출(export of mortalities)'이라고 표현했다. 소비는 부유한 국가에서 이루어지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조기 사망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과거 '오염 수출'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때문이다. 고소득 국가는 금융·정보기술·연구개발·서비스업 등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산업에 집중하는 반면,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과 원자재 생산은 저소득 국가에 의존한다.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 규제를 찾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도 함께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소비국은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면서도 값싼 상품을 얻고, 생산국은 경제성장의 대가로 오염과 건강 피해를 감수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약 80%의 국가에서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 사망의 상당 부분이 국경 밖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국제 무역은 상품뿐 아니라 건강 위험까지 함께 거래하는 구조, 돈으로 떠넘기는 구조가 된 셈이다. ◇석탄 공급망이 만든 또 다른 건강 불평등 이 같은 문제는 석탄 무역을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난징대학교의 웬신 자오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크리스 닐슨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미국화학회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에 '석탄 관련 CO₂ 배출 및 환경 보건 부담의 글로벌 무역 경로 추적'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 석탄 무역과 상품 무역을 추적해 석탄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과 건강 피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제 석탄 무역(ICT)은 연평균 약 7만4700명의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었고, 석탄을 사용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 무역(IGST)은 연평균 약 16만6600명의 조기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는 석탄을 수출하는 국가와 이를 이용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는 국가 사이의 책임 분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인 석탄 수출국이고, 미국과 서유럽은 석탄을 이용해 생산된 제품을 대량 소비하는 지역이다. 반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건강 피해를 직접 감내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 역시 자유롭지 않다. 석탄 무역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독일 등과 함께 국제 석탄 무역에 의해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과 건강 부담이 큰 국가로 분류됐다. 특히 한국은 석탄 수입과 소비 규모가 큰 국가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대량 소비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원자재와 중간재 상당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석탄 기반 전력에 의존해 생산된다. 따라서 한국이 소비하는 상품의 환경 비용 일부는 생산국 주민들의 건강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시아는 특히 취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은 국제 석탄 무역과 관련된 건강 부담이 가장 크게 집중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인구가 많고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불평등이 계속될까. 문제의 핵심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통계적 생명가치(VSL·Value of Statistical Life)'에 있다. 현재 많은 경제 분석은 국가 소득 수준에 따라 사람의 생명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다. 소득이 높은 나라 국민의 생명은 더 높은 가치로 계산되고, 저소득 국가 국민의 생명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오염 산업을 저소득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 환경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비용 계산상 손실이 작게 잡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이 결과적으로 오염 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대안, '오염에 대한 공정무역' 이번 연구들은 국제 무역이 단순히 상품과 자본의 이동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의 이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 부유한 국가의 깨끗한 하늘과 값싼 소비재 뒤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폐와 심장이 놓여 있을 수 있다. 20세기 세계화의 핵심 질문은 '누가 더 많은 이익을 얻는가'였다면 21세기에는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가'라는 질문이 추가됐다. 연구진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염에 대한 공정무역(Fair Trade in Pollu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핵심은 생산국 주민의 생명 가치를 소비국 주민과 동등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저소득 국가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오염 피해 비용을 현지 주민의 낮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미국인의 생명 가치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이 투자자와 기업이 오염 산업을 저소득 국가로 이전하려는 유인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탄 무역 연구는 또 다른 해결책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오염방지 기술과 제조 기술이 미국과 서유럽 수준으로 향상될 경우 무역과 연계된 건강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소득 국가들의 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 탄소세, 공급망 환경정보 공개, 친환경 무역협정, 기업의 공급망 책임 강화 같은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지속가능한 무역이란 단순히 관세를 낮추고 거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과 건강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무역의 진정한 성공은 GDP(국내총생산) 증가가 아니라, 누구의 건강도 희생시키지 않는 번영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불 꺼진 집에 기본사회는 없다: 이제는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정책의 앞줄로 올라섰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고, 보건복지부는 소득·돌봄·의료를 기본사회 전환의 핵심축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도 출범했다. 그만큼 논의의 무게중심은 “소득을 얼마나 보전할 것인가"에서 “국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떤 기본 조건을 보장할 것인가"로 넓어지고 있다. 이 흐름에서 에너지도 뒤로 밀려 있어서는 안 된다. 전기, 열, 가스, 연료는 단순한 요금 고지서의 항목이 아니다. 집안의 조명을 켜고, 음식을 보관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냉난방을 유지하고, 의료기기를 작동시키는 기반이다. 소득이 일부 보전되더라도 단열이 잘되지 않는 주택에 살거나, 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기거나, 산소발생기 전력 사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인간다운 생활은 곧바로 흔들린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이 현금의 바닥을 말한다면, 기본서비스는 의료·돌봄·교육·주거처럼 시장 구매력에만 맡기기 어려운 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기본사회는 이런 여러 기본 보장을 묶는 더 큰 정책 틀이다. 기본에너지는 그 틀 안에서 에너지 분야의 생활 하한을 정하는 개념이다. 이는 전기를 마음껏 공짜로 쓰자는 주장이 아니다. 폭염과 한파 속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식품 보관과 취사, 조명, 통신, 위생, 필수 의료 이용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 접근을 제도화하자는 뜻이다. 한국의 에너지복지는 결코 빈손이 아니다. 에너지바우처는 여러 연료 구입을 지원하고,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에는 취약계층 감면 제도가 있다. 생명유지장치 사용 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공공요금 감면 신청 체계도 이미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대체로 “누구에게 얼마를 깎아줄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 기능만큼은 누구도 잃지 않게 하겠다"라는 기준은 아직 약하다. 사각지대는 바로 그 틈에서 생긴다. 바우처를 받아도 오래된 집의 열 손실이 크면 난방 효과는 낮다. 요금 할인을 받아도 의료기기 사용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많은 가구에는 부족할 수 있다.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지역의 등유·LPG 사용 가구, 공동계량을 쓰는 임차 가구, 신청 절차를 모르는 고령 가구도 빠지기 쉽다. 에너지복지를 기본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현행 제도를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흩어진 지원을 생활 기능 중심으로 다시 배열하자는 제안이다. 가장 상징적이고도 현실적인 첫걸음은 전기요금에 '기본사용량 무상 구간'을 두는 것이다. 보호 대상 가구에 대해 매월 일정량의 전력을 무상 또는 사실상 무상으로 보장하고, 그 이상 사용분은 통상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생명선 구간을 분명히 설정하는 일이다. 무한정 보조가 아니라 전기의 첫 구간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장치여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남아공은 저소득 가구에 월 50kWh의 무상 전기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브라질은 사회요금 수급 가구가 월 80kWh까지의 전기 사용분을 부담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두 사례 모두 모든 전력 소비를 국가가 떠안는 방식이 아니다. “처음의 작은 구간은 보호하고, 초과분은 일반 요금체계로 돌린다"는 단순한 원리가 핵심이다. 한국도 이 원리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기후·주거·가구 규모·의료 필요를 반영한 한국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복지는 오랫동안 할인, 바우처, 긴급지원의 언어로 말해 왔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본사회가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최소 조건을 다시 쓰는 프로젝트라면, 에너지는 그 목록의 주변부가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워야 한다. 불이 꺼진 집에서 돌봄은 작동하지 않고, 냉난방이 없는 주거는 안전하지 않으며, 전력이 불안한 곳에서 의료와 통신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에너지복지에서 기본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많은 전기를 나누자는 구호가 아니다. 누구도 생활의 필수 기능을 잃지 않게 만드는 사회정책의 다음 단계다. bienns@ekn.kr

[기후 신호등]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폭탄” 도시를 정조준하다

지난해 5월 3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와 독일 일부 지역에 지름 3~4㎝에 이르는 대형 우박이 쏟아졌다. 이 우박은 탁구공(40㎜)과 비슷한 크기였다. 이 우박으로 인해 자동차 차체가 파손되거나 찌그러졌고,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지붕도 손상을 입었다. 도시 교통도 차질을 빚었고, 샤를 드골 공항 등에서는 항공기 운항도 지연됐다. 농촌에서는 포도밭 등 농작물 피해도 컸다.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에 따르면 이 우박으로 인해 3억 유로(약 5000억 원)가 넘는 보험 손실액이 발생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 우박. 과거에는 봄철이나 초여름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국지성 기상현상으로 여겨졌다. 농작물 일부를 망치거나 차량에 흠집을 내는 정도의 피해가 일반적이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은 기후변화가 우박 발생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대형 우박이 점차 흔해지고 있으며, 도시가 만들어내는 인위적 열이 우박 폭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대기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어 우박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폭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과학자들은 우박이 더 이상 '작은 자연재해'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우박 횟수는 늘지 않더라도, 살아남아 떨어지는 우박은 더 크고 더 무거워서 더 파괴적인 형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와 인프라가 밀집한 대도시가 새로운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우박 대형화가 예상되는 중위도 지역에 속하는 동시에,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초고밀도 도시권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위험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가 우박을 바꾼다…선별적 거대화 중국 베이징대학교 장스이 교수와 미국 센트럴미시간대학교 존 T. 앨런(John T. Allen)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후변화가 우박의 크기 분포를 크게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 세계 1만4000건 이상의 우박 사례를 분석하고, 과거 기간인 1985~2014년과 미래 기간인 2071~2100년 예측치를 비교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 비교한 결과, 지름 30㎜ 이상 대형 우박의 형성 가능성이 38~51% 증가하는 반면, 30㎜ 미만의 작은 우박은 4~1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이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핵심은 대기 에너지 증가다. 온난화된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있으며, 이는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어낸다. 상승기류는 우박 알갱이를 구름 속에 오랫동안 붙잡아 두면서 과냉각 물방울을 계속 흡수하게 만든다. 과냉각 물방울은 0℃ 이하인데도 아직 얼음으로 변하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물방울을 말한다. 과냉각 물방울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이나 얼음 결정과의 접촉만 있어도 즉시 얼어붙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박은 야구공 크기에 가까운 대형 우박, '괴물 우박'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 기온 상승은 어는점이 나타나는 고도(高度)도 함께 높인다. 작은 우박은 지상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녹아 사라지고, 충분히 크게 성장한 우박만 살아남는다. 우박의 '양극화 현상'이다. 결국 기후변화는 우박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더 위험한 우박만 살아남게 만드는 셈이다. ◇2㎝ 차이가 만든 재앙…파리가 보여준 미래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다비데 파란다 박사 연구팀은 최근 '대기 과학 회보 (Atmospheric Science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해 5월 3일 파리를 강타한 기록적 우박 폭풍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특정 우박 사건의 강도를 얼마나 키웠는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유럽 최초의 우박 기후 귀속(attribution,기여도 분석) 연구다.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우박 크기가 과거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약 2㎝정도 더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경미한 피해 수준'에 머물 수 있었던 사건이 '명백한 파괴적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박 크기 2㎝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피해 규모는 전혀 다르다. 기상학자들은 우박 피해가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우박 지름이 커질수록 질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낙하 충격력은 그보다 더 빠르게 커진다. 이 정도 크기면 차량 유리가 깨지고 태양광 패널이 손상되며 건물 외장재와 지붕, 항공기 동체까지 파손될 수 있다. 연구진은 같은 기압 배치와 같은 폭풍이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따뜻해진 기후에서는 △ 대류 가용 잠재에너지(CAPE)가 증가하고 △어는점 고도가 높아지고 △우박 발생 확률이 최대 30% 증가하고 △우박 크기는 약 2㎝ 커진다고 분석했다. CAPE는 공기가 위로 솟아오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품게 되면서 CAPE가 증가하고, 이는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어 우박이 더 크고 무겁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가 우박을 키운다…'병합형 우박'의 등장 최근 연구들은 도시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우박을 키우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난징대학교의 저우앙 박사와 자오쿤 교수 연구팀은 도시의 인위적 열이 우박 폭풍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지난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물 냉난방과 자동차, 산업시설,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은 도시 경계층을 가열한다. 이 열은 대기 불안정성을 높여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개의 뇌우 세포(thunderstorm cell)를 만든다. 뇌우 세포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폭풍 덩어리'를 말하는데, 폭우와 우박, 번개를 발생시킨다. 문제는 여러 개의 뇌우 세포가 서로 합쳐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병합형 우박(Merger Hailstorm)'이라고 불렀다. 여러 폭풍 세포가 하나로 합쳐지면 상승기류가 급격히 강화되고 더 많은 수증기가 상층으로 공급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우박보다 훨씬 크고 강한 우박이 만들어진다. 시뮬레이션 결과, 도시에서 인위적인 열 방출이 증가할 경우 우박 피해 면적은 최대 71%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서울 등 수도권이 특히 취약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티모시 로파크 박사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우박 발생 지역이 점차 극지방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북부, 북유럽, 동아시아 중위도 지역에서는 대형 우박 위험이 증가하는 반면, 열대와 아열대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난징대 연구팀은 동아시아는 북미와 함께 우박 재해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동아시아 대도시권에서는 병합형 우박 발생 빈도가 농촌 지역보다 약 95% 높게 나타났으며, 강력한 우박 폭풍의 경우 도시와 농촌 간 발생 빈도 차이가 130%까지 벌어졌다. 광저우와 선전이 위치한 주강삼각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쯔강 삼각주 등 중국의 메가시티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 해외 연구 결과에 비추어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우박 대형화 위험과 도시 열섬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대형 우박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서울·인천·수원·성남으로 이어지는 수도권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밀도 도시권이다. 즉 서울과 수도권은 기후변화가 키운 대형 우박과 도시 열섬이 유도하는 병합형 우박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최근 수년간 대형 우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강원도와 충북,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지름 5㎝ 안팎의 대형 우박이 쏟아져 사과·복숭아·포도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2024년 5월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에서 골프공 크기의 우박이 관측돼 차량 수백 대가 파손됐고, 비닐하우스와 태양광 시설 피해도 보고됐다. 기상청 관계자도 “한반도에서는 봄철과 초여름에 강한 상층 한기와 지상 고온이 만나면서 우박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지상 기온 상승으로 대기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대형 우박 발생 조건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촌도, 공항도 새로운 위협에 직면 우박 피해는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동아시아에서 겨울 작물의 우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로 우박 발생 시기와 작물 생육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보리, 밀, 과수 산업이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과와 배는 개화기와 어린 열매 시기에 우박을 맞으면 상품성을 거의 잃게 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과수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우박 위험까지 증가하면 농업 부문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을 미래 우박 재난의 핵심 취약 시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파리 샤를 드골공항 사례처럼 대형 우박은 항공기 동체와 조종석 유리를 손상시키고 활주로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 역시 연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동북아 허브 공항인 만큼 우박에 따른 항공기 파손이나 운항 차질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열섬 효과와 병합형 우박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공항 기상예측 체계와 시설 내구성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도시의 과제는 '우박 회복력' 과학자들은 미래의 우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설계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 외장재, 유리창, 지붕재 등이 지름 4㎝ 이상의 우박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도시 열섬 완화 정책도 중요하다. 녹지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폐열 감소 정책은 폭염 대응뿐 아니라 병합형 우박 위험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측 기술 역시 발전해야 한다. 기존 기상 모델은 개별 뇌우를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도시형 고해상도 예측 모델을 구축해 병합형 우박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해야 한다. 농업 부문에서는 우박 방지망 보급 확대와 재해보험 개선이 요구된다. 과거의 우박이 농경지를 위협하는 자연현상이었다면, 미래의 우박은 도시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하는 새로운 기후 재난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지금 우박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행정 훼손”…환경단체, 환경의 날에 김성환 장관 고발 예고

환경단체들이 환경의 날인 5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가 최근 환경부처로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다. 4대강자연성회복국민행동,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한국환경회의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환경의날 행사가 열린 서울 잠원한강공원 다목적운동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후부가 국립공원·생물다양성 보전, 환경영향평가, 환경오염 예방 등 환경행정의 본연의 역할보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에너지·산업 정책 추진을 지원하는 데 치우쳐 있다고 주장하며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도 펼쳤다. 한국환경회의 정규석 운영위원장은 “기후부가 환경보전과 국민 환경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버리고 개발사업 지원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부는 개발사업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환경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며, “장관 역시 개발을 촉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보전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자"임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지구의 모든 생명이 김성환을 고발한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참가 단체들은 환경행정 책임 방기와 직무상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다음 주 중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막 오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정재승 위원장 “AI와 환경, 구조적으로 닮아”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개막했다. 올해 영화제는 '인공지능(AI) 문명과 환경의 미래'를 주제로 내세웠다. 개막작으로는 다니엘 로허·찰리 타이렐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 변화와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조명하며, 기술 발전의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성찰한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는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인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개막작과 AI에 대해 설명하는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또,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의 신진 감독 3인도 참석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AI를 “기후재난의 한 주범이자 해결책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그는 AI가 기후재난 예측, 전력망 효율화, 해양 쓰레기 추적 등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과 물 사용량은 새로운 환경 부담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효율성보다 그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자원 사용 증가가 더 큰 환경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위원장은 올해 개막작의 핵심 개념인 '종말낙관주의(Apocaloptimism)'도 강조했다. 그는 종말낙관주의를 “최악의 위기를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고 설명하며, 기후위기와 AI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오늘날 인류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또한 AI 시대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기술 활용 능력보다 인공지능 없이도 스스로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경험과 관점,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미래 세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환경 문제와 AI 문제는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며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 논리와 장기적 위험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와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AI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책임 있게 활용하는 사회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버려진 배밭에서 발견한 생명의 호흡, 신율 감독의 신율 감독은 다큐멘터리 를 통해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방치된 경기도 남양주 먹골배 밭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10년 넘게 버려진 배밭을 기록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아기 고양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 감독은 개발로 멈춰선 공간 속에서도 배나무가 열매를 맺고, 벌과 고양이, 닭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미처 보지 못했던 생명의 지속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외되고 버려진 공간에도 수많은 존재들이 숨 쉬고 있다"며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변의 작은 생명들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느끼고, 상영이 끝난 뒤에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발과 환경의 충돌을 그리다, 고은상 감독의 고은상 감독의 는 갯벌을 매립해 조성된 신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멸종위기 1급 조류인 저어새의 죽음을 계기로 개발과 환경 보전 사이의 갈등을 들여다본다. 고 감독은 신도시 주민들이 환경 문제를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현실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에 주목했다. 그는 “환경 문제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직접 연결된 문제"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환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운동가와 지역 공동체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담아내며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해녀의 삶으로 전하는 공존의 가치, 유영은 감독의 유영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한 해녀의 일상을 따라가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유 감독은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기록하고 한국 고유의 해양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해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특정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관객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구성됐다. 그는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화면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해녀의 삶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통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바다 생태계의 변화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해녀를 비롯한 사라져가는 문화와 생태 이야기를 계속 기록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진행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올해부터 기존의 영화관 중심 상영 방식을 없애고, 관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전환했다. 학교·지자체·시민단체·기업 등 20명 이상이 모이면 전국 어디서나 영화제 상영작을 무료로 상영할 수 있다. 영화제는 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특정 관객층이 아닌 지역사회와 미래세대의 일상 속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6월 한 달 동안 전국 각지의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공동체 상영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며, 2차 접수는 홈페이지에서 오는 29일까지 가능하다. 개인 자격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온라인 상영을 관람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비 안 와도 장마철”…기상학회, 장마 개념 재정립

한국기상학회가 최근 우리나라의 장마철 강수 특성이 변화함에 따라 장마 관련 용어를 새롭게 정립했다. 장마가 정체전선에 의한 지속적인 강수로만 설명되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기상학회는 2년간의 논의를 거쳐 장마 관련 용어를 새롭게 정립해 5일 발표했다. 기존에는 장마를 정체전선에 의해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인식해왔지만, 이번에는 그 정의를 확장했다. '장마철'은 강수 자체보다 강수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을 의미하며,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오거나 오지 않는 날도 포함된다. 장마의 형태도 전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마철에 발생하는 강수는 정체전선성 강수뿐 아니라 중위도 저기압성 강수, 대류성 강수 등 다양한 원인과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태풍에 의한 강수는 장마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장마의 발생과 소멸을 기단으로 설명할 때 언급되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존재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의에서 제외됐다. 손석우 장마특화연구센터장은 “장마철을 정체전선 형성 시기로 제한한 기존의 정의를 벗어나 다양한 원인으로 장마철 강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각에서 장마 대신 '우기'로 표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학계 논의 결과 '장마철을 우기로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덧붙였다. 김철희 기상학회장은 “이번 용어 재정립은 변화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 장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소통을 원활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 날씨] 현충일 맑고 남부지방 30도

현충일인 오늘 6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30℃(도)까지 오르겠다.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6일 전국 최저기온은 11∼18도, 최고기온은 23∼30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최고기온이 28도, 남부지방은 30도까지 오르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맑다가 밤부터 차차 흐려지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7일에는 전국 최저기온은 12~19도, 최고기온은 21~29도로 전망됐다. 중부지방 대체로 흐리다가 낮에는 가끔 구름많겠고, 밤부터 다시 흐려지겠다. 오전부터 낮 사이 경북남부동해안 지역에는 비가 올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보통'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자력환경공단, 차기 이사장 공모 나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공단은 지난 1일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12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임기는 3년이며,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추천한 뒤 최종 임명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현 조성돈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종료됐다. 차기 이사장에게는 현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함께 추가 폐기물 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과제가 주어질 전망이다. 원자력환경공단은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운영을 맡고 있으며, 2031년까지 3단계 매립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해 총 처리능력을 현재 22만5000드럼에서 38만5000드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와 관련한 후속 절차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새 이사장은 중·저준위 방폐장 운영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체계 구축, 지역 수용성 확보, 관련 인프라 조성 등 굵직한 과제를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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