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22일 개최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이 오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이 ESG 경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기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자연자본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경영 전반에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국제적인 자연자본 공시(TNFD)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전략과 기업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산·학·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현재 글로벌 사회는 '네이처 포지티브(자연 회복 지향)' 실현을 위해 생물다양성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 지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연자본 공시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 및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필수 요소입니다. 이번 포럼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문의: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준비위원회 T. 02-6749-3149, E. eknzero@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과거 30년 배출한 온실가스 51조 달러의 경제 피해 유발

과거에 개인과 기업, 국가 단위에서 배출한 탄소가 이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고, 미래에도 대기 중에 남아서 훨씬 큰 손실을 발생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1990~2020년 사이에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현재까지 51조 달러(7경7000조원) 이상의 경제 피해를 유발했고, 이렇게 배출된 온실가스가 향후 2100년까지 지금까지 피해의 10배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도어(Doerr) 지속가능성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재와 미래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화폐 단위로 정량화하는 통합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개인과 기업,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구체적으로 따진 이번 연구의 결론은 기후변화 논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탄소는 부채다"…미래까지 이어지는 경제적 책임 연구진은 탄소 배출을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제적 부채'로 규정했다. 이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과거 배출로 이미 발생한 손실보다, 해당 배출이 미래에 초래할 손실이 최소 10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가 단발적 충격이 아니라 경제 성장률 자체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구조적 요인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배출은 미래 경제에 대한 일종의 '지연된 비용 청구서'인 셈이다.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 행동 역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로 환산된다. 특히 2022년 기준 개인 전용기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테일러 스위프트(팝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복서), 제이 지(래퍼) 같은 인물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개인 전용기 사용으로 인해 오는 2100년까지 각각 100만 달러(약 15억 원) 이상의 미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일반 개인의 행동에서도 구체적인 비용이 산출된다. 장거리 항공편 연 1회(10년 지속)는 약 2만5000달러, 육류 소비 지속은 수천 달러 규모 추가 피해를 유발한다. 반대로 채식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은 각각 약 6000달러의 피해 감소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개인의 소비 선택이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전 지구적 경제 손실과 직접 연결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기업 책임 순위: '탄소 메이저'의 압도적 영향 기업 단위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는 1988~2015년 누적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업별 책임을 분석했다. 주요 기업 순위 (경제적 피해 기준)를 보면, 1위은 사우디 아람코(사우디아라비가 국영 석유기업)로 2020년까지 약 3조 달러 피해를 유발했고, 2100년까지 약 64조 달러 추가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엑슨모빌(미국 석유기업)은 2020년까지 약 1.6조 달러의 피해를 유발했고, 미래에도 약 29조 달러의 피해를 더 가져올 것이다. 이밖에도 가즈프롬(러시아 가스기업), 이란 국영석유회사(이란 국영석유), 페멕스(멕시코 국영석유), 인도석탄(인도 국영석탄), 쉘(글로벌 석유기업), BP(영국 석유기업), CNPC(중국 국영석유), 쉐브론(미국 석유기업) 등이 앞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으로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미래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국가별 책임 순위: 가해국과 피해국의 역설 국가 단위 분석에서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누적 배출을 기준으로 경제적 피해를 산출했다. 배출 책임이 큰 국가(가해국) 순위에서 1위는 미국으로 약 10조1800억 달러의 피해를 끼쳤다. 2위는 중국으로 8조7000억 달러, 3위 유럽연합(EU)은 약 6조4200억 달러, 4위 브라질은 약 3억 5500억 달러, 5위 러시아는 약 3조 27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입은 피해 규모가 국가(피해국)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 피해를 입은 규모가 약 16조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위는 유럽연합으로 약 7조5700억 달러, 3위는 중국으로 6조55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4위 일본은 3조8500억 달러, 5위 인도 2조8400억 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최대 가해국이면서 동시에 최대 피해국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클수록 손실의 절대 금액도 커진다는 것 특징이다. 또, 배출과 피해는 국가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한국의 경우는 중위권에서 '가해국이자 피해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배출 책임에서 약 7200억 달러(1086조원)로 중상위권(16위)이었고, 피해 규모는 약 8300억 달러(1252조원)로 1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글로벌 배출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국가이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에 유의미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국가인 셈이다. ◇기후 문제는 이제 '정산 가능한 경제 문제' 이 연구는 기후변화를 윤리적 논쟁에서 경제적 책임 문제로 전환시켰다. 개인은 소비를 통해, 기업은 생산을 통해, 국가는 산업 구조를 통해 각각 정량화 가능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앞으로 발생할 피해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과거 탄소 배출이 미래에 초래할 경제적 손실은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만으로는 배출에 따른 전체 '기후 부채'를 결코 청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은 단순한 환경 대응이 아니라 미래 경제 손실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고려한 정책 선택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금 조정 속 산업금속 강세…알루미늄·구리 30%↑ 자금 이동 신호

금 가격이 조정을 받는 사이 비철금속 시장은 이미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이 30% 이상 오르며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 따르면 알루미늄 현물가격은 지난해 4월 톤당 2355.5달러에서 올해 3월 말 3292달러로 3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리는 9749달러에서 1만3240달러로 35.8% 올랐고, 니켈도 33.5% 상승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중반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1년 만에 두 배 수준까지 뛰었다. 반면 귀금속 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말 3071.6달러에서 올해 3월 4413.55달러로 43.7% 상승했지만, 올해 1월 중순 5405달러 고점 이후 18%가량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은 가격은 변동성이 더욱 컸다. 은은 지난해 하반기 급등하며 올해 1월 118.4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3월 말 67.8달러로 42.8% 급락했다. 단기간 급등 이후 빠르게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귀금속 전반의 투자 매력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비철금속 시장은 향후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은 통상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귀금속→비철금속→에너지→농산물' 순으로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비철금속 강세는 공급과 수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구리는 광산 생산 차질과 신규 투자 부족으로 공급이 타이트한 상태고, 니켈과 알루미늄 역시 주요 생산국의 공급 조절과 에너지 비용 영향으로 생산 여건이 제한돼 있다. 이 같은 강세는 공급과 수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구리는 광산 생산 차질과 투자 부족 우려로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며, 니켈과 알루미늄 역시 주요 생산국 정책과 비용 변수 영향으로 공급 측 제약이 거론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확대, 전력망 투자 증가,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등이 비철금속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는 구리 등 주요 산업금속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변수로 에너지 가격이 먼저 급등했지만, 상황이 완화될 경우 비철금속 중심의 장세가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 역시 비철금속 상승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7월까지 비철금속 상승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영토 확보 목적이 아닌 만큼, 이해관계가 맞으면 단기간 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전 시나리오가 유효하다면 다음 상승할 원자재는 비철금속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후 신호등] 균형 잃은 지구에너지, 모든 게 무너진다

2015년 말 전 세계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파리 기후 협정'을 채택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마주한 기후 현실은 참담하다.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와 기후 과학 분야의 석학들이 내놓은 통찰력 있는 연구를 종합하면, 인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기후 국면에 진입해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지구 시스템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고, 온난화는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 인류에게 '오버슈트(overshoot, 목표 온도 1.5℃의 일시적 초과)'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오버슈트의 수준, 오버슈트의 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인류는 이제 역사상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여정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가속화하는 온난화와 '지구 에너지 불균형' WMO는 지난 23일 '2025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2015~2025년 사이 11년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은 강력한 엘니뇨 영향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5°C의 기온 상승을 기록, 최고치를 경신했다. 온난화의 '속도' 역시 주목된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최근 출판된 논문에서 2015년 이후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자연 변동성(엘니뇨, 화산 활동, 태양 복사 변동 등)을 제거했을 때, 1980~2000년대 10년당 약 0.15~0.2°C였던 지구 기온 상승 폭이 최근 0.4°C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속화의 배경에는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s Energy Imbalance, EEI)'이 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리처드 P. 앨런 교수 등 75명의 과학자가 지난달 학술지 '글로벌 지속가능성 (Global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2년 중반부터 2023년 중반까지 EEI는 1.9 W/m², 즉 지구 표면 1㎡당 1.9W를 흡수해 2006~2020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흡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다와 빙권: 축적되는 열과 붕괴의 신호 지구에 축적된 과잉 에너지의 약 91%는 해양이 흡수한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25년 사이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 세계 해양의 90% 이상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해양 열파(폭염)를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는 산호초 백화, 어종 이동 등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한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 속도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2025년에는 연평균 4.75㎜에 달했다. 동시에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29%를 흡수하면서 산성화가 진행돼 해양 생물의 생존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빙권의 변화 역시 급격하다. 전 세계 '참조 빙하(reference glaciers)'는 2016년 이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질량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이슬란드와 북미 태평양 연안에서 두드러졌다. 참조 빙하란 세계 빙하 모니터링서비스(WGMS)에 매년 보고되는 전 세계 약 170개의 빙하 중에서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질량 변화 관측 데이터가 축적된 특정 빙하 그룹으로, 전 세계 빙하 상태의 변화를 파악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는 표준 지표 역할을 한다. 북극 해빙은 2025년 3월 관측 사상 가장 낮은 면적을 기록했고, 남극 해빙 역시 최근 4년간 최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약화되는 탄소 흡수원과 생물다양성 위기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지난달 실린 논문(위에서 언급한)은 그 동안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북반구 아한대림(boreal forest)과 영구동토층 생태계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가뭄, 산불, 해충 확산 등으로 인해 아한대림의 탄소 흡수 능력은 지난 10년간 약 36% 줄었고, 일부 영구동토층 지역은 숲이 흡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내뿜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간 상호작용도 심각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이 202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식물 종 손실은 육상 탄소 저장 능력을 저하시켜 향후 최대 145 PgC(페타그램), 즉 1450억 톤의 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 재난의 현실화: 건강과 경제의 충격 WMO가 내놓은 '2025년 주요 기상 기후 사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상현상의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몬순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트남 역시 연이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저하가 치명적이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C 상승할 경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온 노출 산업(농업, 건설 등)에서 노동 생산성이 각각 33%,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4.5%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기상청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시대'가 이미 심화되다고 지적했다. 가장 충격적인 기록은 산불이었다. 지난해 3월 21~26일 고온·건조·강풍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전국 5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 발생해 역대 최대인 축구장 약 14만 7000개 면적에 달하는 10만5084㏊의 산림이 소실됐다. 또한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 기온은 25.7°C를 기록, 1973년 체계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반면 강원 영동 지역은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극심한 식수난과 농작물 고사 피해를 입었다. ◇오버슈트와 '핫하우스 지구'의 위험 현재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모두 이행되더라도 세기말 기온 상승은 2.6~2.8°C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하나의 지구 (One Ear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가 '온실 지구(Hothouse Earth)' 궤도에 진입할 위험을 경고했다. 특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치) 문제는 심각하다. 그린란드 빙하 붕괴, 대서양 역전 순환(AMOC) 약화, 아마존 열대우림 사바나화 등 16개 주요 시스템이 임계치에 근접했거나 이미 초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시적인 오버슈트조차도 티핑 포인트 발생 위험을 최대 72%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비록 온난화가 2°C 수준에서 억제되더라도 특정 부문에서는 훨씬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식량 안보의 핵심인 주요 곡창지대(breadbasket)의 경우, 2°C 온난화 상황에서도 가뭄 빈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1.5~2°C 이내로 제한하려는 노력은 통제 불가능한 극단적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만, 이제 그 안전장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틴달 기후변화연구소의 레이첼 워런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단순히 '가장 가능성 높은' 평균값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 “확률이 낮더라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적응 전략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대학 연구팀은 지난 2월 '네이처 기후변화' 에 발표한 논문에서 1.5°C 오버슈트가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기후 정책의 초점을 '예방'에서 '회복(recovery)'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안정화를 위한 해법: 36개의 전략과 CDR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 수단은 존재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환경정책센터 연구팀은 이달 초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36개의 기후 안정화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 해법은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토지 이용 등 전 부문을 포괄하는데, 각각 연간 약 2Gt(기가톤), 즉 20억톤 규모의 감축 효과를 갖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동화, 산업 공정 혁신뿐 아니라 식단 변화, 음식물 쓰레기 감축, 산림 보전 등 행동 변화와 자연 기반 해법도 포함된다. 특히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방법(Carbon Dioxide Removal, CDR)은 필수적 수단으로 강조된다. 다만 이는 화석연료 배출량을 줄이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오버슈터 상황에서 기후 안정화 상황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수단으로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믹스'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이 202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41개국 1500개 정책 분석 연구에 따르면, 탄소 가격제와 규제, 보조금 등의 정책 수단이 결합될 때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나타났다. ◇ 법적 의무와 되돌릴 수 없는 변화 기후 대응은 이제 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25년 7월 기후 변화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며, 국가들이 이를 방지할 법적 의무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버슈트 이후의 회복은 결코 대칭적 과정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트리소스 박사는 온도가 다시 낮아지더라도 이미 붕괴된 생태계와 멸종한 종은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핵심은 오버슈트의 폭과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뜨거운 남비를 만졌다면 손을 재빨리 떼고 차가운 물에 담궈야 화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인류는 기후 교차로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단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축적되어 있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우리의 행동에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이 달려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화려한 수치모델의 함정, 검증만이 신뢰를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예측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상, 에너지, 경제, 농업, 해양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미래를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수치모델을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고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슈퍼컴퓨터가 동원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예측이 빗나갈 때 가장 먼저 비난받는 대상 또한 이 값비싼 첨단 장비다. 특히 기상예보가 틀릴 때면 “그 비싼 슈퍼컴퓨터로 게임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비껴간 비판이다. 슈퍼컴퓨터는 입력된 알고리즘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산 장치일 뿐이다. 예측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곧 수치예보모델의 완성도와 자연이 지닌 본질적 불확실성이다. 다시 말해 슈퍼컴퓨터는 제 역할을 다하고도 '값어치를 못한다'는 오해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슈퍼컴퓨터 입장에서는 이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치모델의 결과가 마치 '단 하나의 정답'인 것처럼 소비된다는 데 있다. 최신 모델은 복잡한 계산 결과를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하며 정돈된 표로 제시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런 시각화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정교하고 풍부한 시각화는 직관적 이해를 돕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정책결정자와 대중을 '확정된 수치'에 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쉽게 가려진다. 이 위험성은 과거 미국의 라인하트(Reinhart)·로고프(Rogoff) 연구가 정책적 오류로 이어지면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된다는 이들의 연구 결과는 전 세계 긴축정책의 근거로 활용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후 나름의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데이터 누락과 계산 오류가 밝혀지면서, 그 '확정적 수치'는 신기루임이 드러나 신뢰를 잃었다. 실질적으로 이 결과를 반영한 다수의 국가들의 파생적 손해는 막대했다고 평가된다. 모델의 결과를 절대화하고 그 한계를 외면할 때, 예측은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피해를 주는 위험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이러한 오류를 줄이고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검증이다. 물론 대부분의 수치모델은 자체적인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거나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경우는 많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상예보의 검증 문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상예보는 수치모델 예측 결과와 함께 매일 '평가 성적표'를 받는다. 오늘의 예측은 내일의 관측과 즉각 비교되고, 그 결과는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런 상시적 피드백은 때로는 비난을 감수하게 하지만, 동시에 수치모델의 약점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개선을 촉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에너지 수요 예측이나 경제 전망 같은 다른 분야 역시 이러한 '지속적 검증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예측값과 함께 그 정확도와 한계를 함께 제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내다보는 장기 기후 예측이나 에너지 정책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미래 수치를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해당 모델이 과거와 현재를 얼마나 정확히 재현해 왔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의 신뢰도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신뢰도가 결여된 수치는 정보가 아니라 소음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수치모델이 만들어낸 화려한 결과 뒤에 숨은 '전제와 한계'를 읽어야 한다. 예측 결과를 접할 때마다 “이 값은 어떻게 검증되었는가", “나는 이 수치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적 태도는 예측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측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시민과 정책결정자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수치모델은 더욱 완성도 높은 모델로 발전할 것이며,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합리적 선택을 돕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임도의 두 얼굴: 산불 진화 도움되지만, 발생·확산도 부추겨

산림 내 도로인 임도(林道)가 산불 진화의 핵심 병기인지, 아니면 발화와 확산을 부추기는 원인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최근 미국에서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이 발표돼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임도가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산불 발생과 확산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미국 '미국 야생 보호 협회(The Wilderness Society)' 소속 연구진은 지난 30년(1992~2024년) 간의 미국 국유림 산불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논문을 최근 '산불 생태학(Fire Ecology)'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도로에서 50m 이내 구역의 산불 발생 밀도는 1000㏊(헥타르)당 7.99건으로 나타난 반면, 도로가 없는 지정 야생 지역(wilderness areas)은 1.75건에 불과했다. 이는 도로 인근의 발화 가능성이 도로가 없는 숲보다 4.5배 이상 높음을 의미한다. 도로와 산불의 상관관계는 거리에 따라 더욱 명확해진다. 도로에서 250m 이내의 구역에서는 1000 ㏊당 6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도로에서 2000m 이상 멀어지면 발생 밀도는 2건 미만으로 급감했다. 특히 인간에 의한 실화는 도로 근처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도로가 사람과 차량을 숲 깊숙이 끌어들여 실화나 방화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대형 산불 진화에는 임도 도움이 안돼 흥미로운 점은 자연적 요인인 낙뢰에 의한 산불조차 도로 근처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도로 건설로 인해 숲의 덮개(캐노피)가 열리면서 햇빛과 바람이 지표면의 식생을 더 빨리 건조시켜 불이 붙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임도는 소방 인력과 장비의 접근을 도와 초기 진압 성공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도로 인근 산불의 평균 크기(49㏊)는 야생 지역(239㏊)보다 작게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은 전체 산불 중 가장 치명적인 상위 2%의 대형 산불의 경우, 도로 유무와 상관없이 최종 피해 규모나 발생 빈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임도는 작은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상 조건이 악화돼 발생하는 '통제 불가능한 대형 산불'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발화 건수만 늘리는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후 전문 보도 매체인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ICN)'는 “미국 농무부(USDA)가 외딴 지역 산불 진압에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연구는 도로가 오히려 산불을 더 확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ICN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산불 예방과 관리를 위해 국유림과 초원에서 도로 건설 및 벌목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면서 “반대론자들은 산불 진압에 도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목재 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숲가꾸기 사업과 침엽수림: 산불 대형화의 기폭제 국내 조사 결과는 숲의 구조적 관리가 산불 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불교환경연대, 부산대 홍석환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2025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청의 '숲가꾸기(간벌)' 사업이 오히려 산불 피해를 키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사 결과, 관리를 하지 않은 자연적인 침엽수림의 수관화(나무의 상층부가 타는 화재) 발생률은 4.9%였으나, 숲가꾸기를 시행한 지역에서는 54.2%로 무려 11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산등성이(능선부)의 소나무림 간벌지에서는 수관화 발생률이 78.8%에 달해 최악의 화재 강도를 보였다. 이러한 역효과가 발생하는 과학적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간벌 후 산등성이에 방치된 나무 가지 등 부산물이 강력한 연료 역할을 하여 지표면의 불길을 나무 위로 끌어올리는 가교가 된다. 둘째, 나무 밀도를 낮추면 숲 내부의 습도가 낮아지고 바람의 속도가 빨라져 화재가 번지기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다. 하지만 밀도 높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타대학교의 제이콥 레빈 등은 지난해 8월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업용 조림지(Industrial forests)는 공공림보다 대형 산불 발생 확률이 1.45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균일한 간격으로 빽빽하게 심어진 조림지가 연료의 연속성을 높여 극한 기상 조건에서 화재를 더 넓게 확산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느냐에 따라 숲의 운명도 갈렸다. 경북산불 원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침엽수림의 교목 고사율은 81.8%에 달한 반면 활엽수림은 12.6%에 그쳤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산불에 의한 고사 위험이 약 6.5배 높은 것이다. 구체적인 수종별로는 잣나무(고사율 100%)와 소나무(78.5%)가 화염에 매우 취약했던 반면, 굴참나무(16.2%)와 졸참나무(20.8%) 등 활엽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사율을 보였다. 활엽수는 잎의 수분 함량이 높고 가연성 수지 성분이 적으며, 불에 타더라도 뿌리에서 다시 싹을 틔우는 맹아 재생 능력이 뛰어나 숲의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 변화와 거주지 경계: 새로운 위험의 확장 기후적 요인 역시 산불 규모를 결정짓는 절대적 변수다. 강원대 백민호 교수와 국립소방연구원 박진찬 박사 등이 지난해 8월 '포레스트(Forest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대 풍속이 초속 1m 증가할 때마다 산불 피해 면적은 약 8.5㏊씩 확대되고, 습도가 1% 상승하면 피해 면적이 약 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부의 산불 위험 예측 시스템은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당시 위험 등급을 '보통'으로 예보하는 등 대형 산불의 기상 복합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피해가 커지는 또 다른 핵심 원인은 '야생도시 경계지역(WUI)'의 확장이다. 거주지가 산림과 가까워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의 마리암 자마니아라이 등이 지난해 8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건물 간의 거리(SSD)가 가까울수록 화재 전이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건물 자체를 불에 강한 자재로 보강하고, 건물 주변 1.5m 이내(구역 0)의 가연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어 공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건물 소실 위험을 최대 52%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 연구 결과는 무분별한 임도 건설이나 인위적인 숲가꾸기는 산불 예방의 정답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활엽수 중심의 내화수림 조성, 자연스러운 숲 구조 유지, 그리고 산림 인접 거주지의 과학적인 방화 설계가 대형 산불 시대에 우리를 지켜줄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온난화 적응하느라 작아진 생선…인류 식탁은 텅 비어

가파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바다 물고기가 적응하느라 크기가 작아지면서 전 세계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한 연구 결과다. 폴란드 야기엘로니안대학교와 호주 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발표한 논문에서 온난화에 대한 어류의 '진화적 적응'이 오히려 전 세계 어획량 감소를 가속화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기존 수산자원 예측 모델이 간과해온 핵심 변수로, 향후 식량 안보 논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더 빨리 자라고, 더 빨리 번식하고, 더 작아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어류의 대사율이 증가하고 자연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물고기들은 생존과 번식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애 전략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구체적으로 어린 시기에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과거보다는 훨씬 이른 시점에 성숙 단계에 도달한다. 문제는 성숙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성장에 쓰이던 에너지가 번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성체의 최대 몸 크기는 눈에 띄게 작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개체 수준에서는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일찍 번식하면 생존 확률이 낮은 환경에서도 유전자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관점에서는 정반대 결과를 낳는다. 어획 대상이 되는 개체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전체 어획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물고기가 성장보다 번식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으면 바다 전체의 물고기 양, 즉 생물량(biomass)은 과거보다 줄게 된다.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남획이라도 하게 되면, 물고기 크기는 더 작아지고, 어획량은 더 줄게 된다. ◇“진화를 고려하면 어획량 감소 더 뚜렷" 연구팀은 전 세계 주요 43개 어종을 대상으로 기후 시나리오별 어획량 변화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단순히 수온 상승의 직접적 영향만 고려할 경우 어획량은 약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에 어류의 진화적 적응을 포함하자 감소폭은 22%로 확대됐다. 이는 진화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을 약 50% 추가로 악화시킨다는 의미다. 특히 온실가스 고배출 경로(시나리오, SSP3-7.0)에서는 세기말까지 어획량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저배출 경로(SSP1-2.6)를 따를 경우 연간 약 1800만 톤의 어획량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어획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물고기의 크기 감소는 해양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생태계에서 포식 관계는 주로 몸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상위 포식자의 크기가 줄어들면 먹이 생물을 통제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실제로 북서대서양 스코샤붕 해역에서는 상위 포식자의 평균 크기가 약 40% 감소하자, 먹이 생물의 생물량이 300%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플랑크톤 구조를 변화시키며, 결국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재편한다. 더 나아가 과거의 먹이였던 종이 포식자의 어린 개체를 잡아먹는 '관계 역전'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생태계는 바다가 아니라 담수(민물) 환경으로 나타났다. 민물 생태계는 해양보다 온도 상승 폭이 더 크고 변동성이 높아, 어류의 진화적 압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 크기 감소와 생태계 변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식탁도 직격탄… 명태·고등어·멸치 모두 영향권 이번 연구는 한국 수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시사한다. 분석 대상 43개 어종에는 한국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 주요 어종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명태는 최대 체중이 약 12% 감소하고, 이에 따라 연간 약 50만 톤의 어획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외에도 고등어·멸치·갈치·참조기·대구·전갱이·꽁치·청어·가다랑어·까나리 등 한국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이 동일한 경로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어종은 공통적으로 “더 빨리 자라지만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결과적으로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1990년대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대구(대서양대구) 어획 붕괴 사례를 중요한 교훈으로 제시한다. 당시 대구 개체군은 과도한 어획과 환경 변화로 급감했고, 이후 어획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체군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체 수 감소가 아니라, 생태계가 '새로운 안정 상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먹이사슬 구조가 바뀌고, 작은 개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회복 경로 자체가 차단된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소형화 진화' 역시 이와 유사한 비가역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고기를 '진화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물고기의 양"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물고기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생선의 크기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기후 위기가 생태계와 식량 시스템에 보내는 구조적 경고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존 수산 관리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모델은 물고기를 '환경에 반응하지만 진화하지는 않는 존재'로 가정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후 변화와 어획 압력이 결합해 매우 빠른 진화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화적 변수를 포함한 수산자원 모델 도입 △어획 압력의 전략적 조절 △대형 개체 보호를 통한 유전적 다양성 유지 △생태계 기반 관리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후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지목된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미래의 바다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잡히지 않는' 공간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천 시민단체, 생활폐기물 직매립 재개에 즉각 철회 반발

인천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이 예외 허용되자 반발하며 나섰다. 단체들은 직매립 예외적 허용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24일 수도권매립지 연장 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 글로벌 에코넷, 인천서구 환경단체협의회 등은 직매립 예외 허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사업장폐기물 반입 단가 인하와 수도권매립지 부지에 광역소각장을 건설하겠다는 시도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난달 13일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사업장폐기물 반입과 광역소각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돌연 직매립까지 허용되자 시민 반발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4자 협의체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22일 공공 소각시설 정비를 이유로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의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지 3개월여 만이다. 16만3000톤은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김선홍 수도권매립지 연장 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 회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직매립 금지 조치를 불과 3개월 만에 소각시설 정비라는 핑계로 허무는 건 행정의 일관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16만톤의 예외 허용은 결국 매립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포커스] “굴뚝에서 요소 생산”…CO₂ 없애고 비료도 만들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요소(urea) 생산 체계 역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기반 화학 산업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장 배출가스와 폐수로부터 직접 요소를 생산하는 전기화학 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와 스윈번 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구리(Cu)와 코발트(Co)를 원자 수준에서 결합한 이원 금속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CO₂)와 아질산염(NO₂⁻)으로부터 요소를 합성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기존 요소 생산의 근간이던 천연가스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연가스 기반 요소 생산의 구조적 한계…에너지·탄소 부담 동시에 현재 상업적 요소 생산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하버-보슈(Haber-Bosch)' 공정, 이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요소를 만드는 '보슈-마이저(Bosch-Meiser)' 공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점이다. 고온(150~200℃), 고압(100~200bar) 조건이 필요하고, 요소 1톤 생산 시 약 0.9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즉, 요소 자체는 환경 문제 해결(비료, 요소수)에 사용되지만, 생산 과정은 오히려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되는 역설적 구조다. 여기에 천연가스 의존성까지 더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곧바로 요소 공급 위기로 연결된다. 실제 한국이 과거 경유차 오염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요소수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석탄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공정 자체를 바꾸다…“굴뚝 가스 + 폐수 = 요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천연가스를 거치지 않고, 이미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아질산염을 전기화학적으로 결합해 요소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상온·상압 조건에서 진행되며, 전기에너지만 공급되면 반응이 일어난다. 즉,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탄소 중립' 요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CO₂와 산업 폐수 혹은 공장 굴뚝 속 NO₂⁻를 그대로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오염 물질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자원을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방식으로 생산된 요소는 화학적으로 기존 요소와 완전히 동일한 CO(NH₂)₂이다. 따라서 경유차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사용되는 요소수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장 배출가스로 만든 요소가 다시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사용되는 '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촉매의 핵심: 구리와 코발트의 '탄뎀 중계 메커니즘' 이 기술의 성패는 촉매에 달려 있다. 연구진은 공동-스퍼터링(co-sputtering) 공법으로 구리와 코발트를 1:1 비율로 혼합한 Cu-Co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의 작동 원리는 명확하다. 우선 구리(Cu)는 CO₂를 흡착해 CO, COOH와 같은 탄소 중간체 생성한다. 코발트(Co)는 NO₂⁻를 환원해 NH₂와 같은 질소 중간체를 생성한다. 이 두 중간체가 접경면(perimeter)에서 만나 C–N 결합 형성하고 이것이 요소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탄뎀 중계(tandem relay)' 메커니즘이다. 두 금속이 각각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계면(접경면)에서 결합 반응이 일어나는 구조다. 분석 결과, NH₂와 COOH가 결합해 NH₂CO를 형성하는 단계가 전체 반응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단계로 밝혀졌다. ◇아직은 '가능성' 단계…값싼 전력 확보가 과제 하지만 공장 수준에서 대량 생산까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생산 속도 자체는 기존 연구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력 효율은 아직 상업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투입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수소 발생 등 부반응에 소모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 기술은 고온·고압 설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을 낮출 잠재력이 있다. 특히 분산형 생산이 가능해 물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핵심 변수는 전력 비용이다. 효율이 11%로 전력 소비에 비해 생산량이 많지 않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탄소 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결국 이 기술의 경제성은 “얼마나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원전 등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활용할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 ◇“에너지 안보 + 탄소 감축"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술 한국은 요소 생산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한국은 무엇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유리하다. 제철소, 석유화학 단지 등 CO₂와 NOx 배출이 많은 산업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 둘째, 환경 정책과 정합성이 높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K-ETS) 하에서 CO₂를 원료로 사용하는 공정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인 NOx 역시도 총량규제 대상이자 배출권 거래 대상이다. 셋째, 에너지 전환과 결합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연계하면 '그린 요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 제약도 있다. 실제 배기가스를 사용할 경우 불순물에 의해 촉매 수명이 단축될 우려도 있다. 재생에너지나 원전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효율 개선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이번 기술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실험실에서 입증된" 수준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식량 위기를 피하려면 이 기술을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배출권거래제 4기, 마켓풀(Market Pull) 정책에 달렸다

최근 수년간 톤당 1만 원 수준에서 횡보하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일시적인 가격 상승은 있었으나, 최근의 움직임은 이전과 다른 내·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배출권거래제 4기(2026~2030년)가 시작되었고, 무엇보다 중동 분쟁 등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은 일차적으로 에너지 수입선의 다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대응일 뿐이며,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수입 수요 자체를 줄이는 '일렉트로테크(Electrotech)' 육성이 필요하다. 일렉트로테크는 전력의 공급·연결·수요 전반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기술을 총칭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풍력·태양광·원자력 등 국산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고, 연결 측면에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분산전원·에너지저장장치(ESS)로 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며,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차와 히트펌프 도입 등 '수요의 전기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결국 일렉트로테크는 외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늘려 가격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일렉트로테크 전환을 이끄는 핵심 정책 수단이 바로 배출권거래제다. 배출권거래제 4기 기본계획상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이렇게 강화된 배출권거래제 부담 하에서 기업은 누가 등을 떠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저탄소 고효율의 에너지 신기술에 투자하고 설비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고로(용광로) 철강 산업 역시 배출권거래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로 공정에서는 석탄을 코크스로 변환하고, 이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업 부문은 4기를 맞아 과거 배출량 기준(GF)에서 시설 효율 기준(BM)으로 할당 방식이 전환되었는데, 이러한 BM 방식 도입으로 철강 업계는 무상할당 업종임에도 10% 이상의 유상할당에 준하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 산업의 탄소 감축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쇳물을 정련할 때 고철(스크랩) 투입 비중을 높이는 방법, 둘째, 코크스 대신 가스로 환원한 직접환원철(DRI)을 전기로에서 녹이는 방법, 셋째,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들이 원료 구입비는 물론 공정 내 전기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배출권 구매 비용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철강사의 영업이익률에는 원재료비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저탄소 원료인 DRI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쇳물 원가 대비 DRI 가격은 110~15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의 DRI 수입량을 보면 2022년 54.5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5년에는 1천 톤 수준으로 99.8% 급감했다. 같은 기간 P사의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16.7%에서 2025년 5% 내외로 하락했다. 배출권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수익 상황이 악화하면 기업은 비싼 저탄소 원료부터 비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러한 원가 격차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배출권 가격은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에 지우는 외부효과(비용)를 제대로 반영해야만 하고, 나아가 감축 노력을 하는 기업은 실질적인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 특히 철강과 같은 고배출 산업이 불황을 맞아 신규 투자 여력이 떨어진 지금 같은 시기엔 기업이 배출권 가격과 저탄소 원료 가격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두지 말고 저탄소 제품 생산과 판매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를 머뭇거리는 기업에게 적정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저탄소 제품 시장을 육성(Market Pull)하고, 그 동력으로 저탄소 기술이 축적(Technology Push)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올해 6월 'K-스틸법'이 시행되고, 상반기 중 녹색전환(GX) 지원을 위한 '전환금융'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기업의 과감한 저탄소 투자를 유도한다면, 배출권 부담을 경감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일렉트로테크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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