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열질환자 1500명 육박…전국에 ‘심각’ 단계 발령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확대·강화되면서 극단적인 더위로 인한 인명 및 가축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기상청은 29일 오전 11시를 기해 경상남도 양산, 김해, 밀양, 의령, 창녕 등 일부 지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했다. 아울러 서울과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세종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으며, 서해5도와 강원 산지 등 일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폭염 대처상황 보고(28일 집계 기준)에 따르면,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48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7일 강원 강릉에서는 길가에서 쓰러진 80대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축산가 피해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축 피해는 하루 만에 2만여 마리가 늘어나면서 올해 누적 36만5171마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27일 오후 3시를 기해 폭염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야외 근로자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한편 올여름(6월 1일~7월 28일 기준)은 주요 기후 지표가 역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열대야 일수는 8.5일을 기록해 역대 1위에 올랐으며, 일평균기온 역시 24.3℃로 역대 2위에 오르는 등 밤낮없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과 방재 당국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극단적 더위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나중 말고 지금 당장”...청년단체, 청와대서 탄소중립법 ‘선형 감축’ 규탄

체감온도가 30℃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뙤약볕이 내리쬐는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폭염 속에서도 피켓을 든 이들의 표정에는 단호함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선형 감축 경로'를 골자로 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청년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미래 세대에게 기후위기 부담을 떠넘기는 비민주적 처사"라며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선 현장이다. 29일 청년기후의회와 범청년행동 등 27개 청년·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및 대국민 공론화 결과에 맞춘 '조기 감축 경로' 이행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이 국회 대신 청와대 앞으로 향한 이유는 당정 합의 과정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입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경제 성장 논리에 밀려 기후위기 대응을 후순위로 미룬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를 맡은 조혜원 청년기후의회 공동의장은 “지난주 당정 합의가 이뤄진 배경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며 “정부가 '실용주의'라는 이름 아래 무한한 성장의 신기루에 떠밀려 조기 감축 경로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장은 “일반 시민의 일상을 내팽개치고 일부 대기업에 부가 이어지게 하는 것이 진짜 실용이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 지난 3월 공론화 토론회에 청년 패널로 참석했던 정민주 CO2gether 대표(서울국제학교 12학년) 역시 “시민 대표단의 78%가 조기 감축 경로를 지지했음에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법안의 하한선이 선형 감축으로 후퇴했다"며 “정부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그만두고 민주적 가치와 미래 세대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조기 감축 경로를 직접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언자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정책 전환과 리더십 발휘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인 김소윤 쿨라이밋 대표는 대통령에게 세 가지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국회 장기 감축 경로 법제화 과정에 정부의 적극적 참여 △대국민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조기 감축 경로' 정부안 제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초과 달성을 촉구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금 감축을 미루는 것은 장을 본 뒤 '뒷사람이 계산할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감축이 늦어질수록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기후 영수증'의 액수는 곱절로 불어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기후 희망을 만든 정부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구시대적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는 계획을 즉각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신기술·신산업 투자로 국정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 참가자들은 해수면 상승, 식량 위기, 폭염 피해 등을 상징적으로 담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청구하는 미래 세대 기후 영수증'을 공개하고 “나중 말고 지금 당장 감축하라", “조기 감축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청년 세대의 요구가 담긴 서한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으며, 향후 정부의 실질적인 조기 감축 경로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촉구해 나갈 방침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전국 찜통더위…경남 일부 ‘최고 39℃’ 극단적 폭염

오는 3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지겠고,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기온이 39℃까지 치솟는 매우 무더운 날씨를 보이겠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3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35℃ 이상으로 올라 무더위가 지속되겠다. 특히 경남 양산·의령·창녕은 최고 체감온도가 38℃, 낮 최고기온이 39℃ 이상으로 올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온열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부지방과 전라권의 경우 가끔 구름이 많겠고, 경상권과 제주도는 대체로 맑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1~28℃, 낮 최고기온은 31~38℃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녹조 심한데 보 수문은 ‘찔끔’… 원인은 바닥 안 닿는 취수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여름 심각해진 낙동강 녹조를 줄이기 위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하류 4개 보를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방이라고 해도 수문을 완전히 열어 강을 흐르게 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 보의 수위를 54~90㎝만 낮춘 뒤 목표 수위에 도달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수문을 올려 다시 물을 채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흘만에 원래 수위로 되돌리는 '찔끔 개방'인 셈이다. 기후부는 왜 녹조를 줄이기 위해 수문을 열면서도 곧장 다시 닫아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강에는 물이 있지만 그 물을 끌어올리는 취수시설이 강바닥까지 닿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녹조 줄이려 수문 열면 농업용수 끊겨 기후부에 따르면 이번 개방은 보별로 약 3일 동안 진행된다. 수생태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간당 3㎝씩 천천히 수위를 낮추는 데 보에 따라 1~1.6일이 걸린다. 이후 원래 수위를 회복하는 데 다시 1.3~1.7일이 걸린다. 수위 하강 폭은 강정고령보와 달성보가 각각 90㎝, 합천창녕보는 60㎝, 창녕함안보는 54㎝다. 4개 보가 수문 개방을 동시에 진행하지는 않고, 먼저 상류 보 수문을 개방했다가 다시 닫기 시작하는 시점에 아래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기 시작하는 식이다. 정부가 수문을 제한적으로만 여는 가장 큰 이유는 농업용수 취수 때문이다. 낙동강 하류에는 농업용 양수장과 취수장이 밀집해 있다. 수위를 60~90㎝만 낮춰도 일부 시설은 취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부 이정봉 물관리총괄과장은 “이번 수문 개방으로도 13개 취수장 시설이 취수를 하지 못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미리 논에 물을 채우는 식으로 사흘 정도만 참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개방에 앞서 기후부는 낙동강 자연성회복 민관협의회와 지역 주민 의견수렴을 거쳤고, 개방 과정에서도 양수장과 지하수 이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계속 점검하기로 했다. ◇강바닥은 깊어졌는데 '빨대'는 그대로 어정쩡한 수문 개방의 근본 원인은 취수시설 구조에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낙동강은 대규모 준설을 통해 강바닥이 깊어졌다. 그러나 상당수 취·양수장의 취수구는 예전 높이에 그대로 남았다. 마치 컵 바닥까지 빨대가 닿지 않는것과 같다. 이 때문에 보에 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취수가 가능하지만, 수문을 열어 수위가 조금만 내려가도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난다. 수심 6m 보에서 수위가 1m만 낮아져도 나머지 물은 퍼올릴 수 없다. 결국 녹조가 심해도 물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가뭄이 와도 보 아래쪽의 물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보는 저장 용량은 크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물은 제한되는 '가짜 물그릇'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상황은 더욱 어렵다. 남부지방은 '마른 장마'로 최근 두 달 강수량이 평년의 33.8%(부산·울산·경남) 수준에 그쳤고, 폭염까지 겹치면서 녹조가 발생하기 더 쉬운 조건이 됐다. 반면 농민들은 논과 밭에 공급할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위를 낮추는 것 자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녹조 저감과 농업용수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3일 이내의 제한적 개방'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한 셈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 큰 약점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기후위기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 같은 기후 위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사실 보는 홍수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홍수 때는 수위를 높여 제방 붕괴 위험을 높인다.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가고 가뭄으로 유량이 줄면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진다. 유속이 느릴수록 남세균(남조류)가 증식하기 쉬워 녹조가 악화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문을 열어 흐름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현재는 취수시설 때문에 수문을 자유롭게 운영하지 못한다. 녹조가 심해도 충분히 방류하지 못하고, 가뭄이 와도 보에 저장된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이중의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5월부터 녹조 예방을 위해 기후부에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면서 “6월부터 녹조가 심했는데 그때는 개방하지 않다가 장마 마지막에 비가 좀 내리면서 녹조가 다소 가라앉은 지금에야 뒤늦게 개방한다"고 지적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녹조가 아무리 심해도 수문을 개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본대책은 취수구를 강바닥 가까이 내리는 것 기후부가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녹조 대책은 바로 취수장·양수장 개선이다. 정부는 전국 4대강 70곳의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 가운데 낙동강이 52곳으로 가장 많다. 현재 4곳은 공사를 마쳤고 66곳은 개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만 470억원을 투입해 녹조 우려가 큰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집중 추진한다. 핵심은 취수구를 강바닥 가까이 낮추고 노후 펌프를 교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위를 지금보다 더 낮춰도 취수가 가능해져 녹조나 가뭄 상황에서도 보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사업 추진 방식도 바뀌었다. 그동안에는 한국수자원공사를 거쳐 지방자치단체로 예산이 전달됐지만, 앞으로는 기후부가 직접 예산을 교부한다. 또 지방정부 시설 공사는 수자원공사 등에 위탁해 전문성을 높이고, 상시 점검반과 관계기관 협의체를 운영해 공사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정도만 개방해도 개방 기간 중 녹조가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수문 개방 과정을 통해 수문 개방이 녹조와 수질개선에 어떤 효과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메가프로젝트와 탄소중립 2.0,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멘텀

최근 환경단체들이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향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개발 폭주를 멈춰라."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산업개발이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고 환경과 사회적 숙의보다 경제성장을 앞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귀 기울일 부분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규모 산업정책일수록 충분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들과 먼저 투자 방향을 정하고 국가 전략으로 발표한 뒤 지역사회와 국민이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은 절차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기업이 투자하며 지역은 뒤따르는 과거 개발국가 방식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환경단체가 무조건 개발을 하지 말자는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려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체계를 갖추고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문제는 그 조건이 현실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이 요구하는 속도와 규모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AI와 반도체는 세계 각국이 국가의 미래를 걸고 경쟁하는 산업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에는 동의하더라도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산업의 시간표까지 맞출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첨단산업의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충당할 것인지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 시스템을 미래산업 추진의 선행조건으로 요구한다면 자칫 탄소중립이 산업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아니라 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환경운동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탄소중립은 어느새 감축과 규제, 재생에너지 중심의 환경 의제로 인식돼 왔다. 유럽에서 형성된 에너지전환 모델을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모범답안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축인 대한민국은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탄소감축을 함께 고려한 우리 여건에 맞는 전환의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완성된 정답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전혀 없던 사업을 새로 만든 것이라기보다 지역과 기업이 추진해 왔지만 전력·용수·인허가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국가가 실행력을 불어넣었다. AI와 반도체라는 미래산업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유치하는 것만으로 균형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방에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지역이 자신의 자원과 강점을 바탕으로 스스로 먹고살 길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시점에서 탄소중립 정책도 '탄소중립 2.0'으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탄소중립 1.0이 감축목표와 규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탄소중립 2.0은 탄소를 줄이면서 무엇을 새롭게 만들고 어떤 산업을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두 축은 미래산업과 지방분권이다. 탄소중립의 실제 실행 공간은 결국 지역이다. 에너지와 건물, 교통, 폐기물과 산업의 전환도 지역에서 일어난다. 기초지방정부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이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역할을 넘어 탄소중립을 자신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지역에 들어온다면 지방정부도 사업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소유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설계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역의 토지와 전력, 용수와 기반시설을 사용하는 만큼 성장의 이익을 지역과 공유하도록 협상할 권리다. 지역기업 참여, 지역인재 고용, 에너지산업 육성, 폐열 활용과 같은 조건도 지역이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산업을 지역에 가져다주는 것과 지역이 미래산업을 자신의 발전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중앙정부는 큰 방향과 실행력을 제공하되 지역이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기업 유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래산업과 탄소중립을 연결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환경단체의 전유물도 아니며, 기후환경 정책에 국한되어 다루어져서도 안 된다. 산업정책이고 에너지정책이며 지역발전 전략이다. 이제 얼마나 강하게 규제할 것인가를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어떤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그 성장의 과실을 지역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지역이 성장하면서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탄소중립 2.0이다. bienns@ekn.kr

“낡은 도마 당장 바꾸세요”…칼질할 때마다 나노입자 툭툭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도마에서 발생하는 나노플라스틱의 상당수가 단순한 플라스틱 파편이 아니라 올리고머(oligomer, 짧은 고분자 사슬)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통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도마를 반복 사용하거나 낡은 것일수록 이 같은 나노입자 발생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 환경대학과 싱가포르 난양공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머티리얼스(Communications Materials)'에 발표했다. ◇파편화 아닌 '자기조립'이 주요 생성 경로 연구진은 시판 플라스틱 도마 7종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칼질 실험과 화학 분석,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칼질 과정에서 생성된 올리고머가 물속에서 소수성(疏水性, 물을 밀어내는 성질)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응집하면서 나노입자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이 단순히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진 결과라는 기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화학 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현미경 관찰을 병행했다. 우선 도마에서 방출된 나노입자를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고분자가 아닌 짧은 사슬의 올리고머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들 올리고머만 물속에 분리해 넣자 약 100~2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입자(나노플라스틱)가 자발적으로 형성됐다.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에서도 올리고머들이 물속에서 소수성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 응집해 안정적인 나노입자를 만드는 과정이 재현됐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실제 입자의 형태도 이와 일치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가정용 플라스틱 도마에서 방출되는 나노플라스틱의 주요 생성 경로는 올리고머의 자기조립"이라고 결론 내렸다. ◇노화 과정에서 고분자 사슬이 올리고머로 절단돼 연구진은 실험에서 새 도마에서는 나노입자의 38.2~55.0%가 올리고머로부터 나왔고, 낡은 도마에서는 이 비율이 92.7%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에서는 폴리프로필렌(PP) 올리고머는 구형(공모양)이었고, 폴리에틸렌(PE) 올리고머는 층상 구조로 응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0분간 600회의 칼질을 실시한 결과, 도마 1개당 2750~7242개의 미세플라스틱과 2330만~1억1200만 개의 나노입자가 발생했다. 반복 사용 횟수가 증가할수록 미세·나노플라스틱 배출량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한 달간 가속 광(光)노화를 거친 PP 도마에서는 나노입자 발생량이 최대 963% 증가했고, 입자 크기는 50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이하까지 작아졌다. 연구진은 노화 과정에서 고분자 사슬의 절단과 산화가 진행되면서 올리고머 생성과 나노입자 형성이 촉진된 것으로 분석했다. ◇제브라피시서 심장·발달 독성 관찰 연구진은 에탄올로 추출한 PP 올리고머를 독성학 동물실험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브라피시 배아에 노출한 결과, 부화율 감소, 체장 감소, 심낭 부종, 심박수 감소, 심근 기능 저하 등이 농도 의존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도가 높을수록 더 해로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 실험은 올리고머로 인한 위해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단계이고, 실제 인체 노출 수준에서도 동일한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연구팀은 2019~2022년 전 세계 144개 국가·지역의 가정 내 조리 빈도를 적용해 노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정 내 조리가 증가한 2021년 미세·나노플라스틱 노출량이 가장 높게 추정됐는데, 이는 생활 방식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노출량은 실제 인체 흡수량이 아니라 실험 결과와 조리 행태를 결합한 시나리오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도마의 반복적인 마모와 노화가 입자 발생을 크게 증가시키는 만큼 깊은 칼자국이나 균열, 박리 등이 나타난 제품은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 사용 후에는 표면을 충분히 세척해 잔류 입자의 음식물 전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일본 구마모토현 해역서 규모 6.1 지진 또 발생…영남·제주 등서 진동 감지

일본 구마모토현 인근 해역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해 국내 일부 남부 지역과 제주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 8분경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남서쪽 49km 해역(북위 32.40도, 동경 130.50도)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발생 깊이는 구체적으로 분석되지 않았다. 해당 자료는 일본기상청(JMA)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공됐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전해졌다. 일본기상청 분석에 따른 국내 계기진도는 경남, 경북, 전남광주, 제주 지역에서 최대진도 Ⅱ를 기록했다. 진도 Ⅱ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국내 일부 지역에서 지진동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안전에 유의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어 오후 5시 18분경에는 동일한 위치(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남서쪽 49km 해역, 북위 32.40도·동경 130.50도)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으나, 이 지진은 국내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일본 구마모토서 규모 7.1 지진… 한반도 남부·제주까지 흔들렸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인접한 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건물 흔들림 등 지진동이 감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 27분경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쪽 23km 지역(북위 32.60도, 동경 130.70도)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발생 깊이는 10km이며, 일본기상청(JMA)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 일본기상청 분석에 따른 국내 계기진도는 경남, 부산, 전남광주, 제주의 경우 최대진도 Ⅲ을 기록해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고 정지하고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수준이었으며, 강원, 경기, 경북, 대구, 울산, 전북, 충남, 충북 지역은 진도 Ⅱ로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국내 일부 지역에서 지진동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번 지진이 발생한 구마모토 지역은 과거에도 큰 지진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4월 14일 21시 26분경 일본 구마모토시에서 규모 6.5의 전진이 발생했고, 뒤이어 4월 16일 1시 25분에는 구마모토현 구마모토 지방을 진원으로 하는 규모 7.3, 최대 진도 7의 본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남긴 역사가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환경소식] “난류도 막는다” 기상청, 제주서 UAM 기상 관측 지원…미래 항공시대 개막

기상청이 오는 29일 제주 섭지코지에서 열리는 국토교통부 주관 '제주형 도심항공교통(UAM) 통합 비행시연'의 안전을 위해 기상예보, 실시간 관측, 저고도 바람 예측 등 맞춤형 기상정보를 전격 지원한다. UAM은 기존 항공기보다 낮은 고도(300~600m)를 운항해 국지적 돌풍과 난류에 민감하다. 이에 제주지방기상청은 성산 지역 예보와 현장 이동식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통한 실시간 관측을 지원하며, 국립기상과학원은 비행 항로(회랑)의 연직바람·급변풍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청은 이를 계기로 UAM 특화 기상관측망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기술 개발 등 미래 항공교통 안전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도심항공교통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저고도 기상정보가 필수적"이라며 미래 항공교통의 안전 운항 지원 의지를 밝혔다. 산림청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임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개정·고시했다. 그동안 농업 분야에 비해 지원이 미흡했던 점을 개선하고자 현장 수요가 높았던 관수시설, 산림경영관리사 등 4개 품목을 지원 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또한 산림청 소관 31개 품목(노지표고버섯, 조경수 등)의 복구 단가를 평균 17.8% 인상해 피해 임가의 조기 경영 복귀를 돕는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이후 발생한 재난 피해부터 적용된다. 이상익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임업인이 안심하고 임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해복구 단가 현실화를 위해 관계 부처와 지속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SDX재단이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그람과 지난 27일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기후테크 기반 탄소감축 생태계 조성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기반 탄소감축 사업 발굴, 기후기술의 사업화 및 국내외 프로젝트 협력 등을 추진한다. SDX재단은 자사의 MCI(Mini Carbon Initiative)를 활용해 ㈜그람의 감축성과를 조각탄소크레딧(MCC)으로 인증하고 시장 활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람은 소수력발전기 혁신제품 지정 및 몽골 발전설비 현대화 사업 등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투명하게 검증된 탄소감축 성과를 시장 크레딧으로 연결해 실질적인 기후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전국 찜통더위·열대야 지속…영남·광양 ‘최고 39℃’ 극단적 폭염

오는 2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무더운 날씨와 함께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35℃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인 전남 광양, 대구 중부, 경북 경산·고령·경주, 경남 양산·김해·밀양·의령·창녕·합천은 최고 체감온도가 38℃, 낮 최고기온이 39℃ 이상으로 치솟겠다.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온열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바람도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밤부터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를 중심으로 순간풍속 시속 55㎞(초속 15m) 안팎, 산지는 시속 70㎞(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최저기온은 22~26도, 낮 최고기온은 32~38도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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