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온 변동폭 역대 4위…30도 늦더위에 가을 폭우까지 ‘극과 극’

지난 10월 전국 기온이 한 달 사이 14도나 오르내리며 역대 네 번째로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이례적인 늦더위가 나타난 데 이어 중·하순에는 잦은 비와 급격한 기온 하강이 반복되는 등 기후변동성이 두드러졌다. 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10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5.8도로 평년(14.3도)보다 1.5도 높아 1973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높았다. 특히 중순 평균기온은 17.9도로 평년보다 3.5도 높아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1도까지 오르며 10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대전 31.5도, 정읍 31.1도, 구미 30.0도 등 전국 곳곳에서도 관측 이래 10월 최고기온 기록이 새로 쓰였다. 그러나 하순 들어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국 일평균기온은 18일 19.8도에서 22일 9.8도로 나흘 만에 10도 하락했다. 이후 25일 16.9도까지 올랐다가 28일 다시 8.1도로 떨어지는 등 큰 폭의 기온 변화가 반복됐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 일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12일(22.1도)과 가장 낮았던 28일(8.1도)의 차이는 14도로, 1973년 이후 네 번째로 컸다. 기상청은 북대서양에서 시작된 대기 파동이 강화되고 하순에는 우랄산맥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하면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번갈아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강수량도 시기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10월 상순 전국 강수량은 0.5㎜로 역대 세 번째로 적었지만 중순에는 59.8㎜, 하순에는 48.2㎜의 비가 내렸다. 한 달 강수량은 108.5㎜로 평년(63.0㎜)보다 72% 많았으며, 2024년부터 3년 연속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잦은 가을비는 도심 교통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8일 서울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침수와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특히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주변 도로의 극심한 정체로 차량 출차가 제한되면서 일부 시민들이 4~5시간 동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기상청은 엘니뇨 발달에 따른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활동 억제가 중·하순 잦은 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남동쪽에 발달한 고기압을 따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된 가운데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 비구름이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23~26일에는 제30호 태풍 '참피'의 영향으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충청 이남을 중심으로 장시간 비가 이어졌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게임 한 판으로 배우는 전기절약”…기후에너지체험전 16일 개막

게임을 즐기면서 에너지의 소중함을 배우고, 생활 속 전기절약 실천 방법까지 익힐 수 있는 특별한 온라인 체험전이 열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하고 대한민국기후에너지체험전 사무국이 주관하는 '2026 대한민국 기후에너지체험전(Online K-Climate & Energy Festival 2026)'이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 온라인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체험전은 '온라인 게임으로 즐기는 전기소비 절약 체험'을 주제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과 퀴즈, 온라인 팝업 전시 등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행사의 핵심 콘텐츠인 '두근두근 에너지 체험 빌리지'는 온라인 공간을 직접 탐험하며 다양한 에너지 관련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형 팝업 전시관이다. 참가자들은 가상 전시 공간을 둘러보며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다양한 게임과 퀴즈에 참여하면서 전기절약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놀이를 통한 흥미로운 학습 기회를, 성인에게는 평소 무심코 사용했던 전기와 에너지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지, 일상에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전시관은 천연가스관, 원자력관, 전력관, 신재생에너지관, 석유관, 자연자본관까지 다채롭게 구성된다. 각 전시관에서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원과 에너지 산업의 역할을 소개하고, 전력 공급과 전기 생산,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등 다양한 주제를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에너지 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공급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관련 퀴즈와 게임을 통해 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이번 체험전은 국내·외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은 물론 일반 성인까지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현장 방문 없이 PC 등 온라인 환경을 통해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학생들의 교육 활동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에너지 체험학습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은 특정 연령이나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냉난방, 가전제품 등 일상 속 작은 에너지 소비 습관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어진다. 이번 체험전은 이러한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의 가치를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참여자들이 체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관심과 동기를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행사 관계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너지 체험 콘텐츠를 통해 국민들이 에너지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하고, 생활 속 전기절약 실천으로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체험전은 온라인 전시관(www.energyshowonline.co.kr)에서 운영되며, 누구나 별도의 연령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재단 “아시아 기후위험지도 구축하고, 기후펀드도 조성하겠다”

24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 환경 전문 공익재단인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이 아시아 기후협력 확대를 위한 로드맵인 '아시아 기후 허브 ACT (Asia Climate Together)'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환경재단 이미경 대표는 전날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창립 24주년 후원의 밤 행사에서 이같은 추진 계획을 밝혔다. 환경재단 측은 네팔 홍수, 인도네시아 산불 등 아시아 각지에서 기후재난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기후 허브 ACT'를 통해 지역별 특성과 필요에 맞는 해법을 논의하고 기후 대응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기후위험 지도 구축 △지역별 맞춤형 대응 과제 발굴 △아시아 기후펀드 조성 등 세 가지 핵심 전략을 마련했다. 아시아 기후 위험 지도는 각국의 기후위험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현지 주민들이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 기후위기의 실태와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인 대응 마련에 적극 활용하게 된다. '아시아 기후펀드'는 기후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다. 재난 발생 이후 지원에 나서기보다 사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 지역사회의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게 환경재단 측의 설명이다. '아시아 기후 허브 ACT'는 내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경 대표는 “지난 2008년 네팔의 한 운동가가 환경재단에 빙하가 녹아내려 위험에 처했다며 도움을 청했는데, 당시는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돕지 못했다"면서 “지난 8월 큰 피해가 발생한 후 이제야 응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2026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에서는 환경·사회·문화예술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온 4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수상자는 △고(故)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작가 △가수 바다 등 총 4팀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국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45%가 100년 빈도 홍수 때 침수 위험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호우와 침수 위험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에 구축되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상당수가 홍수 및 도시침수 위험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 소속 김경준 시설연구관(교신저자), 양우현 안전연구사, 김지유 책임연구원, 김도현 청년인턴, 정재학 센터장 연구팀아 최근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해당 논문 제목은 '국내 데이터 센터 입지 측면의 침수 위험 및 제도개선 방향'이다. ◇ 수도권 집중돼 내수침수 위험 커 연구팀은 현재 국내에 실제 설치돼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100개소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위치 정보 플랫폼인 '데이터센터 맵(Data Center Map)'에 등록된 국내 102개 시설 중 위치가 명확한 100개 운영 시설의 공간 좌표를 추출하고,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공식 홍수위험지도(하천범람지도 및 도시침수지도)와 중첩 분석을 수행했다. 이번 100개 공간 분석 대상에는 건설 예정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팀 분석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상황에 해당하는 500년 빈도 홍수 발생 시 국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52%(52곳)가 하천 범람 또는 내수침수 위험 지역에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45%(45곳가 100년 빈도의 홍수 때 침수가 될 수 있는 위험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100년 빈도 홍수란 특정 지역에서 어느 해에 발생할 확률이 1%인 규모의 홍수로, 평균적으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홍수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 호우가 발생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과거 100년 빈도의 홍수가 이제는 8년에 한번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석 대상 100곳 중 84곳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도심지역에 집중돼 있고, 하천 범람보다 기습적인 도시형 내수침수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년 빈도 기준으로 전체 데이터센터의 30%(30곳)가 내수침수 위험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10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할 경우 28곳이 내수침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00년 빈도 홍수 발생시 데이터센터 4곳은 지방하천 범람으로, 17곳이 국가하천 범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국가하천 범람 시 침수심이 1m 이상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 위험에 노출된 데이터센터는 100년 빈도에서 5곳, 500년 빈도에서는 17곳으로 집계됐다. ◇ 국내 기준 국제 표준과 큰 격차 현재 국내 '전자정부법', '지능정보화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규정하는 침수 대책은 건물의 방수시공, 차수판 설치, 누수감지기, 배수시설 등 개별 시설 단위의 조치에 국한되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후·시설 중심 조치가 대규모 홍수 발생 시 피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거나 경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제 데이터센터 정보통신 인프라 표준(TIA-942)에서는 데이터센터 설계 및 입지 선정 단계부터 홍수위험지도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요도 등급(TIER 2 이상)에 따라 일정 빈도의 홍수 위험 지역이나 하천·해안가 인접 지역에 시설을 설치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데이터 센터가 지상에 있다는 가정 하에 침수 위험을 분석했다. 도심지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기 설비 등 일부 설비를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지하 시설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홍수 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더 큰 셈이다. ◇ '디지털 블랙아웃'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연구팀은 단일 데이터센터의 장애가 국가적·사회적 기능 마비인 '디지털 블랙아웃'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3가지 개선책을 제안했다. ①사전 입지 평가 및 재선정 제도화: 데이터센터 사업 계획 단계에서 홍수위험지도를 활용해 부지의 침수 위험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위험이 예상될 경우 입지 재선정을 검토·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②한국형 내수침수 대응 기준 신설: 도심 집중도가 높은 국내 환경을 고려해 최상위 등급 데이터센터는 방재성능목표 강우량 기준 내수 침수 미발생 지역에 입지하도록 하는 한국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③단일 지점 장애(Single Point of Failure) 예방: 지하에 전력·전기 설비가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부 침수만으로도 전체 연계 서비스 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비상 대응 매뉴얼 개정과 민관 합동 대규모 재난 대비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연구팀은 “최근 지하 공간이나 연안 지역 등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규 건립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구축된 기존 시설의 침수 방어 조치와 더불어 향후 건설될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입지 선정 단계부터 침수 위험성 평가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사전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전국 대부분 비…제주 산지 최대 60㎜

오는 5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다가 오후부터 차차 그치겠다. 제주도 산지와 중산간에는 최대 60㎜의 비가 예상된다. 4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5일 새벽 인천·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내륙, 충청권, 경상권에 비가 시작되겠다. 오전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되겠으며 제주도는 저녁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5㎜ 안팎, 강원도 5~10㎜, 충청권 5~20㎜다. 전라권은 광주·전남 10~40㎜, 전북 5~30㎜, 경상권은 부산·울산·경남 10~40㎜, 대구·경북 5~20㎜로 예보됐다. 제주도는 산지와 중산간에 20~60㎜, 그 밖의 지역에는 10~40㎜의 비가 내리겠다. 새벽부터 제주 산지와 중산간에는 순간풍속 시속 90㎞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아침 최저기온은 5~14도, 낮 최고기온은 13~19도로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아침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2035년 리튬 대란은 없다”…세계 149개 프로젝트를 분석했더니 [심층분석]

전기자동차(EV) 보급 확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으로 '하얀 석유' 리튬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2035년까지 전 세계 리튬 공급능력이 대부분의 예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공급지역도 다변화돼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인허가와 투자 결정, 가격 변동, 환경·사회적 제약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이 남아 있다. 원료 공급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정제·가공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와 중국 화동사범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지난달 국제 저널인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서스테이너빌리티(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149개 리튬 추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동적 물질흐름분석(dMFA)을 수행해 2035년까지의 공급능력과 수요를 분석했다. 저수요·중수요·고수요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13개 경제권의 수급과 해외 직접투자(FDI)에 따른 공급 확보 가능성도 평가했다. ◇ 리튬 공급 부족 우려…수요 급증과 공급망 집중이 배경 지금까지 리튬 생산은 호주의 경암 광산과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염호, 중국 등에 집중돼 왔다. 지정학적 갈등이나 무역 제한, 자원 국유화가 발생하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출 방식의 제약도 있다. 전통적인 염호 증발법은 리튬 농도를 높이는 데 통상 12~18개월이 걸린다. 경암 채굴 역시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영향을 수반하는데, 인허가와 지역사회 갈등이 개발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개별 프로젝트의 생산계획과 국가별 수요를 연결해 이러한 공급 부족 우려를 검토했다. 연구진은 2025년 5월까지 발표된 프로젝트 가운데 생산 개시 시점이 제시된 사업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했다. 인허가나 최종 투자 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발표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공급능력을 산정했다. 따라서 실제 생산량 예측보다는 공급 확대 잠재력을 평가한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리튬 공급능력은 저수요와 중수요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예상 수요를 충족했다.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도 공급능력으로 수요의 약 81%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고수요 시나리오는 배터리 용량 확대와 리튬 사용량이 더 많은 전고체 배터리의 보급 등 수요 증가 요인을 반영했다. 이 경우에도 공급 부족 규모는 전체 수요의 약 19%였다. 연구진은 2030~2035년 사이 추가 프로젝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 인허가와 투자 결정, 기술적·정치적 위험으로 계획된 프로젝트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 리튬 확인 매장량은 약 10배 증가해 3700만 톤에 이르렀다. 현재 생산 수준으로 환산하면 100년을 조금 넘는 채굴량이다. 다만 매장량은 탐사와 가격, 기술·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공급지역 다변화…시장 집중도와 지정학적 위험 완화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핵심 결과는 공급지역의 다변화다. 호주와 남미, 중국 등 기존 공급지역 외에도 북미·아프리카·유럽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계획된 사업이 가동되면 2035년 리튬 생산능력은 여러 대륙으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는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공급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남미 전체의 생산능력은 2035년 약 127만 톤 LCE(탄산리튬환산량)에 이르러 가장 큰 지역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헨티나의 생산능력은 칠레를 앞서고 브라질·볼리비아·페루도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나·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콩고민주공화국(DRC)·말리의 프로젝트가 공급능력을 늘릴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에서는 포르투갈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공급지역이 다양해지면 특정 생산국이 가격이나 외교적 압박을 위해 공급을 통제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해외 투자 반영하면 주요 소비지역의 자급 가능성 확대 그러나 기업 소유권을 기준으로 보면 집중도는 여전히 높다. 채굴지역의 다변화가 곧 공급망 통제력의 다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소비국 기업이 해외 광산 지분을 확보하면 자국 내 생산량이 적더라도 공급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광산의 기업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소유권을 분석하고 해외 직접투자에 따른 공급능력을 반영했다. 2025년 중국 기업은 전 세계 리튬 공급능력의 55%를 통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내 생산능력 비중인 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호주·아르헨티나·짐바브웨·말리 등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2035년 중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능력 소유 비중은 3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국가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소유권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지분을 공급능력에 반영하면 중국은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자급이 가능했다. 유럽은 저·중수요, 미국은 저수요 시나리오에서 자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는 유럽의 자급률이 32%로 낮아졌다. 다만 해외 광산 지분 확보가 실제 원료의 자국 배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공개되지 않은 장기 구매계약과 실제 무역 흐름을 분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공급능력 충분해도 남는 위험…환경·기술·소유권 문제 연구진은 리튬 공급능력이 수요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첫째, 수자원과 환경·사회적 갈등이다. 리튬 염호는 건조지역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염수 추출과 증발은 물과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민과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 및 생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직접리튬추출(DLE)과 비전통 자원의 상용화 불확실성이다. DLE는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회수하는 기술로, 생산기간과 물 사용량을 줄일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상용화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점토와 지열 염수 자원도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남아 있다. 셋째, 소유권 집중과 자원 민족주의다. 공급지역은 다변화되더라도 기업 본사 기준 소유권은 중국과 일부 서방 국가에 집중될 수 있다. 자원 생산국이 개발 이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넷째, 정제·가공 단계의 병목이다. 이번 논문은 리튬 추출 공급능력과 최종 수요를 분석했지만, 정제와 전구체 생산, 양극재·배터리 제조 등 중간 공급망은 분석하지 않았다. 원료 공급능력이 충분해도 배터리급 탄산리튬·수산화리튬 생산시설이 부족하면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가격과 투자에 따른 생산 차질이다. 리튬 가격이 낮아지면 비용이 높은 프로젝트는 개발이 지연되거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계획된 생산능력과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리튬 부족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이번 연구는 리튬의 절대적 자원 부족이나 채굴능력 한계가 에너지 전환의 결정적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가 빠르게 늘더라도 발표된 프로젝트의 공급능력은 저·중수요 시나리오에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리튬 대란은 없다'는 확정적 전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번 분석은 프로젝트의 잠재적 생산능력을 평가한 시나리오로, 실제 생산량과 가격, 인허가, 환경·사회적 제약 및 공급망 중간 단계의 병목을 모두 예측한 것은 아니다. 재활용도 단기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배터리 수명이 길고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2035년까지는 재활용 리튬의 공급 비중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중수요 시나리오에서 2035년 재활용 리튬은 글로벌 수요의 2.5%에 그쳤다. 연구진은 “리튬 산업의 과제는 채굴량을 무조건 늘리는 데 있지 않다"면서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면서 필요한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정제·가공 단계의 병목을 완화하며, 자원 생산국과 소비국이 개발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남북관계 경색, 지역 단위 기후협력으로 길을 찾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과 사우디아라비아·후티 간 무력충돌이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역 분쟁이 주변국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히며 확전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다. 에너지 시설과 수송로에 대한 공격은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세계경제에도 충격을 전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남북과 북미 관계가 국제적 대립에 휩쓸리지 않도록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살아갈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남과 북의 책임이다. 외부 여건의 변화만 기다리기보다 당사자가 먼저 가능성을 찾고 제안하는 주도성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협력 방식도 돌아볼 때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협력과 대화의 통로를 함께 닫아버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양한 민간 교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기대는 큰 합의와 상징적인 사업에 집중됐다. 큰 합의를 추구하면서도 주민 생활에서 편익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갈 기반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탄소중립은 모두 당위와 높은 목표만으로 국민 지지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겨울철 난방과 연료 부담, 식수와 주거환경처럼 주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과거 북한 지원 자료에도 농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태양열 온수 등의 활용 경험이 제시돼 있다. 난방 개선은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남쪽에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열·창호·바닥공사와 보일러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북쪽의 주택과 연료 사정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과도 설치 대수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연료 부담이 줄었는지, 고장에 대응할 수 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난방은 남북이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에서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목재 연료와 고효율 보일러를 결합하는 방식뿐 아니라 히트펌프와 태양광, 에너지자립형 분산 전원 시스템도 지역의 기후와 전력 공급 여건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기술 도입과 함께 연료·설비 관리, 공동시설의 운영과 비용 분담 등 주민 수용성 과제도 풀어야 한다. 이는 남쪽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과 북의 경제 구조와 발전 수준 차이는 사업의 어려움을 높이지만 서로 다른 필요와 역량을 연결할 여지도 제공한다. 현지에서 쉽게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조정하고 운영 경험을 나눈다면 양쪽 주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해법은 남쪽의 에너지 취약가구와 농산어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기초지자체가 참여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의 주거복지·에너지 사업 경험에 기업의 기술과 시민사회의 관계망을 연결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남북 지자체 간 직접 교류 채널도 단계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지역별 수요를 확인하고 사업을 함께 설계하며 운영 경험을 나누는 창구다. 이러한 관계가 축적돼야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재와 법규 검토는 실행을 위한 준비에 포함돼야 한다. 기후협력이라고 자동 허용되지는 않지만 인도적 사업의 개별 제재 면제 통로는 존재한다.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한 북한 개풍양묘장 복구·개선사업에서는 산림 복원과 주민 식량안보를 위한 태양광·배터리 등의 반입에 유엔 제재 면제가 승인됐다. 제재 아래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기후협력이 안보 갈등을 단번에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의 필요를 함께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협의하는 과정은 대화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행 가능한 사업과 교류 방식을 함께 찾아볼 때다.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를 지속하는 경험에서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길을 지역의 협력에서부터 찾아보자. bienns@ekn.kr

[내일 날씨] 전국 구름 많고 일교차 15도 안팎

오는 4일은 전국이 대체로 구름 많고 중부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 3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4일 아침 최저기온은 2~11도, 낮 최고기온은 15~19도로 예보됐다. 기온은 평년(최저 1~11도, 최고 15~19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일교차가 큰 날씨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강원 내륙과 산지에는 서리가 내리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밤부터 흐려지겠으며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비는 5일 새벽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중부지방까지 확대되겠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기후변화가 목조문화재 위협한다…흰개미 피해 위험지수 27% 상승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목조문화재를 위협하는 흰개미와 목재 부후균(腐朽菌)의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부후균은 목재의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을 분해해 나무를 썩게 하고 강도와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곰팡이·버섯류를 말한다. 지난 53년 동안 흰개미의 기후 기반 피해 위험지수는 27%, 목재 부후균 위험지수는 12.4% 상승했다. 흰개미의 활동 가능 기간도 연간 약 2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복원기술연구실의 김시현 연구원과 경남대학교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 이금마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리소시스(BioResource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 전국 목조문화재 506곳 기후변화 분석 연구진은 2025년 12월 기준 국가 지정 목조문화재 506곳을 대상으로 1973~2025년 기후자료를 분석했다. 국보 28건, 보물 264건, 국가민속문화유산 201건, 사적 내 목조 건축물 13건이 포함됐다. 기상청의 장기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61개 기상관측 지점의 일별 기온과 강수량을 분석하고, 1㎞ 해상도의 기후자료를 결합해 문화재별 기후 특성을 추정했다. 분석 지표는 연평균 기온과 1월 평균기온, 흰개미 활동 가능 일수와 위험지수, 목재 부후균 위험을 나타내는 셰퍼(Scheffer) 기후지수 등이다. 분석 결과 목조문화재 주변의 연평균 기온은 1973~1982년 11.62℃에서 2016~2025년 13.11℃로 1.49℃ 상승했다. 1월 평균기온도 영하 1.92℃에서 영하 0.26℃로 1.65℃ 높아졌다. 서울·경기 지역의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은 1.84℃로 가장 컸고, 강원 1.73℃, 충청 1.6℃, 제주 1.56℃ 순이었다. ◇ 흰개미 활동 기간 2주 늘어…위험지수 27% 상승 기온 상승은 목조문화재를 갉아먹는 지하흰개미류의 활동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목조문화재에서 문제가 되는 일본흰개미(Reticulitermes speratus)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지하흰개미류는 땅속에 군체와 둥지를 만들고 땅속 통로나 흙길을 통해 목재에 접근해 갉아먹는 흰개미 무리를 말합니다. 일본흰개미가 대표적인 지하흰개미류다. 목조문화재에서는 특히 기둥 밑동처럼 땅과 가까운 목재가 공격받기 쉽다. 이 흰개미는 일평균 기온이 약 10℃ 미만이면 먹이 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21~30℃에서 먹이 섭취가 가장 활발하다. 일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날을 활동 가능 일수로 계산한 결과, 연평균 208일에서 222일로 14일 늘었다. 기후 기반 흰개미 위험지수도 27% 상승했다. 연구진은 세계 133개 지역의 목재 분해 실험을 토대로 기온 상승에 따른 흰개미의 목재 분해 속도 변화를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기온이 10℃ 상승할 때 흰개미에 의한 목재 분해 속도는 약 5배, 미생물에 의한 분해 속도는 약 2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개미는 사람처럼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목재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얻는다. ◇ 곰팡이 부후 위험도 12% 상승…강수 조건이 변수 목재를 부패시키는 곰팡이류의 위험도 증가했다. 기온과 강수일수를 반영하는 셰퍼 지수(Scheffer Climate Index)는 1973~1982년 47.3에서 2016~2025년 53.2로 12.4% 상승했다. 셰퍼 지수는 기온과 강수일수를 이용해 목재가 곰팡이 등 부후균에 의해 썩기 쉬운 기후 조건인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목재 부후가 발생하기 좋은 기후 조건이라는 의미다. 세퍼지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서울·경기에서는 18%, 강원에서는 15% 상승했지만, 전남 남부 해안과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낮아졌다. 곰팡이류의 목재 부후에는 기온뿐 아니라 목재가 젖는 빈도와 수분 상태가 중요하다. 실제로 전국 강수일수는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통 목조건축물의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깊은 처마는 비가 목재에 직접 닿는 것을 줄여준다. 따라서 처마 아래 목재의 실제 부후 위험은 비에 노출된 목재를 전제로 계산한 셰퍼 지수보다 낮을 수 있다. 반면 기둥 밑동과 툇마루, 지붕 누수나 빗물 튐이 발생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흰개미 위험지수가 곰팡이 부후 위험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흰개미 위험지수가 셰퍼 지수보다 더 크게 오른 문화재는 전체 506곳 가운데 459곳으로 약 91%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피해 위험이 커지는 만큼 목조문화재 관리도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안이다. 전국 문화재 현장의 생물 피해 조사 방법을 표준화하고, 실제 피해 자료와 기후 위험지수를 연결해 관리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흰개미 방제도 피해가 발생한 건물만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찰이나 전통마을처럼 목조 건축물이 모여 있는 지역 전체의 군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붕 누수를 막고 기둥 밑동 주변의 배수를 개선하며, 건물 주변의 고사목과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는 일상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향후 실제 문화재 피해 조사와 기후 기반 위험지수를 비교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미래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보존 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재 보존정책을 마련하려면 기후자료와 실제 피해 현황을 함께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손님이 하나뿐인 시장의 탄소 가격

시장가격을 믿을 수 있는 건 사고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값을 매긴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온실가스 한 톤을 줄이는 데 대략 얼마가 드는지를 시장이 알려 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발전'을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바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경쟁을 시키겠다며 다섯으로 나눈 지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주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회사가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에는 발전회사들이 정부 경매에서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2030년에는 절반에 이르는데, 경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바로 그 무렵에 가장 큰 손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파는 쪽은 정부 하나였으니, 이제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사실상 하나 (즉 쌍방독점, Dual Monopoly)인 경매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매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가 된 회사로서는 굳이 높은 값을 써낼 이유가 줄어들고, 정부가 정해 둔 최저 낙찰가 근처에서 응찰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매 가격은 감축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니라 한 회사의 입찰 전략으로 정해지게 된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최저 낙찰가가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인데, 통합 회사는 거래소에서도 가장 큰 거래 주체이니 경매 가격과 거래소 가격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맞물릴 여지도 없지 않다.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석탄 비중이나 가동률이 서로 다른 다섯 발전사 사이의 거래가 적지 않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데, 통합이 되면 이 거래는 한 회사 안의 장부 정리로 바뀐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가격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쉬워진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축으로 남긴 배출권을 팔려 해도 가장 큰 매수자가 하나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값은 낮아지기 쉽다. 배출권 값이 낮아지면 당장 발전 비용 면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감축 투자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감축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은 아닌데도, 시장은 그렇게 읽게 된다. 그 가격이 감축의 실제 비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낮게 형성된 것이라면 기업들은 해야 할 투자를 미루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주요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리 탄소 가격은 신호로서의 의미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 5사가 경매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니 통합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요독점이 곧바로 가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통합 회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맡은 만큼 지배적 사업자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시장에서는 그런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배출권 시장에서 통합 회사가 사실상 유일한 큰손이 되고 가격에 하락 요인이 하나 더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기업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근거까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더더욱 통합 이전에 따로 짚어야 한다. 우선 한 회사가 경매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지금의 낙찰 한도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한도를 그대로 두면 통합 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사지 못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한도를 풀면 수요독점을 제도가 인정해 주는 꼴이 되니, 어느 쪽이든 통합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한다. 최저 낙찰가를 거래소 가격이 아니라 미리 공표한 경로에 묶거나, 경매 참여자를 넓혀 사는 쪽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산절차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지겠지만, 가격을 한 회사의 손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소 가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그 가격을 지키는 일까지 통합 설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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