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덮치자… 아이들 건강·교육권까지 흔들린다 [기후 신호등]](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15.e85a12626b1e4950b82060f68a1f4ab0_T1.jpg)
기후변화가 어린이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거기에 더해서 학교 출석과 학업 성취, 인지능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재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단기적인 피해를 넘어, 폭염과 가뭄·홍수 등이 어린이의 건강과 영양 상태, 가계 소득을 악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세프(UNICEF)는 지난달 발표한 '학습이 멈추다: 2025년 전 세계 기후재난에 따른 학교 교육 중단 현황(Learning Interrupted: Global Snapshot of Climate-Related School Disruptions in 2025)'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06개 국가·지역에서 1억7100만명 이상의 학생이 기후재해로 학업 중단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전 세계 학생 약 10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한다. 폭풍·홍수·폭염·가뭄·산불 등이 휴교와 수업 중단, 등교 감소, 학교시설 파괴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 문을 닫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국제개발·기후정책 연구기관인 'ODI 글로벌'은 지난 5월 '기후변화가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고찰(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education outcomes: A systematic review)'를 발표하고 기후위기가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 254개 연구 종합한 ODI의 분석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ODI 글로벌은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국제개발·사회정책 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국제개발, 성평등·사회적 포용 등 글로벌 정책 분야를 연구하며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FCDO)가 연구비를 지원했고, 아칸샤 밥나, 레이철 마커스 등 ODI 연구진 4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문헌조사가 아니다. 연구진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회색문헌 등을 포함해 2만2919건의 자료를 검색한 뒤 최종적으로 254개 연구를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90개 계량경제학 연구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핵심 연구들은 기후 충격과 교육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 연구들이다. 보고서는 홍수와 가뭄, 강수량 변화, 사이클론·허리케인·태풍, 고온·저온, 산불 등 주요 기후위험이 어린이의 교육 접근성(access), 교육 성취(attainment), 학습(learn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 학교가 무너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간접 피해' 기후재난이 교육을 망가뜨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학교와 교육 인프라의 파괴다. 홍수와 태풍 등으로 학교 건물이나 교통로, 급수·위생시설이 파괴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침수되거나 도로가 끊기면 수업이 중단되고, 복구가 늦어질수록 교육 공백도 길어진다. 실제 검토된 연구 8편 가운데 7편은 학교 건물이나 학교의 물·위생시설, 도로 등의 인프라 피해가 교육 손실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로라고 분석했다. 재난이 지나간 뒤에도 교실과 교육시설이 복구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습 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둘째는 건강과 영양의 악화다. 기후 충격은 식량 생산과 식품 가격, 물 접근성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폭염은 수업 중 집중력과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고, 감염병 확산이나 식수 부족은 결석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가계 소득과 생계의 악화다. 가뭄이나 과도한 강수로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부모가 교육비를 줄이거나 자녀가 농업·가사노동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에 다니는 데 필요한 교통비와 학용품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출석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ODI 연구에서도 강수량 충격이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로로 가계소득, 노동수요, 아동 건강이 확인됐다. 결국 기후위기의 교육 피해는 학교 건물이 파괴되거나 수업이 중단되는 직접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과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출석률과 학습시간이 감소하고, 이러한 변화가 누적돼 장기적인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는 '재난 → 건강·소득 악화 → 학교 출석 감소 → 학습능력 저하 → 교육 성취 하락'이라는 연쇄적인 충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폭염은 교실 안에서도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폭염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학교가 휴업하지 않더라도 교실의 고온 자체가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ODI가 검토한 연구들은 높은 기온이 학습 조건을 악화시키며, 냉방과 환기 개선, 지붕의 열 반사, 나무 심기 등 수동형 냉방(passive cooling) 조치가 교실 환경과 학습 결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기후 적응을 단순히 제방이나 배수시설 같은 재난 대응 인프라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학교의 냉방·환기·그늘·식수시설 역시 어린이의 학습권을 지키는 기후 적응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교육 불평등도 확대할 수 있다. 냉방시설과 방재시설을 갖춘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재난이 발생해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가정의 아이와 농업소득에 의존하는 가정의 아이가 받는 충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아동의 교육 결과가 기후 충격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확인됐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연구마다 달랐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과 어린 연령대의 아동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보다 일관되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교육 격차와 빈곤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이 더 오래 간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기후 충격의 시기다. 어린이의 기후 노출은 나이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신기부터 생후 2세 정도까지는 신체와 뇌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태아기와 생후 초기에 기후 충격을 경험하면 이후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의 영양 부족이나 건강 악화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ODI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기후 노출이 이후의 학습 및 교육 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냐의 한 연구에서는 영아기 강수량 변동에 노출된 어린이의 학교 등록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생후 0세 때의 강수량 변동은 이후 학교에 한 번이라도 등록할 확률을 16.9%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의 농촌 아동 약 200만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아기 강수량 증가가 학교 등록과 학습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충격의 방향과 시기, 지역의 농업 구조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교육의 관계를 단순히 '기온 상승=학업 성적 하락'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고서는 강조한다. ◇ 현금 지원과 일자리 보장이 학습 손실을 막는다 그렇다면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조건부 현금지원(CCT)과 공공고용 보장 프로그램이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멕시코의 교육·보건·영양 분야 조건부 현금지원 프로그램인 프로그레사(PROGRESA)와 콜롬비아의 가족행동(Familias en Acción) 프로그램처럼, 빈곤층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자녀의 학교 출석과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정책도 기후재난에 따른 교육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금지원의 효과는 연구와 지역에 따라 달랐고, 6개 연구 가운데 4개 연구에서 긍정적인 교육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공공고용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일관됐다. 에티오피아의 생산적 안전망 프로그램(PSNP)과 인도의 국가 농촌고용보장법(NREGA)을 분석한 연구들은 모두 기후 충격에 따른 학습 손실을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가구 구성원의 NREGA 참여가 21℃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더운 날이 어린이의 수학·읽기 성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50% 이상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수치를 모든 국가와 모든 기후재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ODI 역시 현금지원과 고용보장 프로그램의 교육 보호 효과를 '중간 정도(moderate)'의 근거로 평가하고 있다. ◇ 기후 적응 정책에 '교육'을 넣어야 한다 ODI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교육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가 건강과 식량,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은 널리 논의돼 왔지만, 교육과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적 기후 논의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적응정책에도 교육을 핵심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폭염에 견딜 수 있는 학교 건축과 냉방·환기시설 △홍수·태풍에 강한 학교 인프라 △기후재난 때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원격·보충교육 △취약 가정에 대한 현금지원과 고용안전망 △학교 급식과 영양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급식은 가뭄으로 인한 중퇴를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말라위에서는 가뭄을 겪은 가구의 12~17세 아동 가운데 학교급식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취학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ODI는 아직 이 분야의 정책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기후 충격의 교육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엄격한 방법론의 개입 연구는 20편에 불과하며, 특히 정책이 소득·건강·교실 온도 같은 중간 경로를 개선한 뒤 실제 학습 성과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적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학교 건물이나 도로가 부서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가뭄이 가계소득과 영양을 흔들고, 폭염이 어린이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며, 어린 시절의 기후 충격이 훗날 학교 등록과 학업 성취에까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기후 적응의 목표를 '재난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에서 한 단계 더 확장해 아이들이 재난 이후에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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