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부터 추위 풀려…평년 기온 회복

일요일인 다음 달 1일부터 추위가 풀려 평년 수준으로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29일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 따르면 북쪽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점차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중국 남부지방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화한 서풍이 불면서 주말부터 기온이 오르겠다. 오는 30일 전국 최저기온은 -17~-2℃(도), 낮 최고기온은 -4~6도로 춥겠다. 토요일인 31일은 전국 최저기온이 -16~-3도, 최고기온은 0~8도로 낮부터 기온이 점차 풀리겠다. 다음 달 1일에는 전국 최저기온이 -13~-1도, 최고기온은 0~8도로 오르겠다. 다음 달 2일에는 기온이 더 올라 서울 기준 최저기온이 -3도, 최고기온은 2도까지 오르며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 추위는 풀리지만 건조한 날씨는 이어지겠다.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62개 지점)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4.3㎜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 기록의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는 세 번째로 적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27일까지 강수량이 0.4㎜에 그쳐 역대 두 번째로 적다. 다만 백두대간 서쪽 지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2월 1일 새벽과 1일 밤부터 2일 아침 사이 두 차례 기압골이 지나면서 눈이 내릴 전망이다. 특히 1일 밤부터 2일 아침 사이에는 서풍이 함께 불면서 수도권 등에 제법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아한대림 활엽수 비중 늘수록 산불피해·탄소배출 줄어든다

아한대림 혹은 타이가(Taiga)라고 하는 '보레알 숲(boreal forest)'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라, 기후 조건과 식생 구조로 정의되는 산림 생태대(帶)를 의미한다. 보레알 숲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며,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러시아 시베리아, 북유럽 일부 지역을 포괄한다. 이 지역은 겨울이 길고 춥고 여름이 짧으며, 가문비나무·전나무·소나무 등 침엽수가 우점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해 속도가 느린 기후 조건 때문에 토양에 유기물이 두껍게 축적되고, 일부 지역에는 영구동토층이 존재한다. 이 보레알 숲에서도 낙엽활엽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와 탄소 배출 규모가 뚜렷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산림 조성이 대형 산불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미 고위도 산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제 연구는 국내 문제 제기에도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노던아리조나 대학교와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소속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낙엽활엽수의 우점 증가가 보레알 숲의 산불 탄소 손실을 줄인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활엽수림, 침엽수림보다 산불 탄소 손실 '절반 이하' 연구진은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지역에서 발생한 8개 대형 산불 지역 내 242개 조사구를 대상으로 산불 이후의 탄소 손실량과 수종 구성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낙엽활엽수가 우점한 숲에서는 산불 발생 시 연소로 인해 손실되는 탄소량이 침엽수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나무의 생리적·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자작나무와 사시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는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에 비해 잎의 수분 함량이 높고, 불이 붙더라도 불길의 확산 속도가 느리다. 또한 활엽수는 불에 비교적 강한 굵은 줄기 형태(fire-resistant boles)로 탄소를 저장하는 경향이 있어, 산불이 발생해도 장기 연소와 대규모 탄소 방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반면 침엽수림은 수 세기 동안 지표에 축적된 두꺼운 토양 유기물층(soil organic layer)이 산불과 함께 타면서 막대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연구 대상이 된 보레알 숲의 경우, 전체 산림 탄소의 60~85%가 바로 이 토양 유기물층에 저장돼 있어, 산불 피해의 핵심은 나무보다 토양 연소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인위적 조림보다 자연 복원이 산불에 강해 논문은 산불 이후의 숲 복원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심각한 산불로 토양 유기물층이 크게 소실된 지역에서는 침엽수를 다시 심지 않아도 활엽수가 자연적으로 먼저 정착해 우점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연 복원이 진행되면 경관 차원에서 산불 발생 확률이 낮아지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연소 면적이 줄어들며, 화재 진압 실패 가능성 또한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를 산불–기후–식생 사이의 양의 피드백, 즉 “산불 → 탄소 배출 → 온난화 → 더 큰 산불"이라는 악순환을 지연시키는 자연적 완충 메커니즘으로 평가했다. ◇국내 산림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한국의 산림은 이러한 보레알 숲에 속하지 않으며, 기후적으로는 온대 몬순 기후의 온대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수치화해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국내 산림 정책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토양 구조나 기후 조건은 다르지만, 수종 간 기능적 차이는 기후대가 달라도 상당 부분 공통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참나무류 등 낙엽활엽수 역시 소나무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고, 불길 확산이 느리며, 지표 연료를 상대적으로 덜 형성한다. 이는 산불 피해지 복원 과정에서 과거처럼 침엽수를 대규모로 다시 심기보다, 활엽수의 자연 복원과 혼합림 조성을 유도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산불에 더 탄력적인 산림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활엽수의 산불 억제 효과조차 극심한 고온·가뭄·강풍 같은 기상 조건에 의해 압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자연의 자정 능력에만 의존하기보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관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산불과 탄소를 함께 줄이는 산림 전환 전략 이번 연구는 “활엽수 중심의 숲은 산불에도 덜 타고, 탄소도 덜 잃는다"는 사실을 생태학적으로 입증했다. 보레알 숲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산불 대응과 탄소 중립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 산림 정책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산불 피해지에서의 무조건적인 침엽수 재식재가 아니라, 자연 천이를 존중하고 수종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산림 관리 전환이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인사이트] 고준위 방폐장 건설, 기술보다 중요한 조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 방사성 폐기물의 생산은 불가피하다.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15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센터가 경주에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고, 이마저도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중앙집중식 임시저장시설을 2050년까지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시적으로 숨통은 트였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장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난해 9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2030년부터 2047년까지 지하연구시설(URL)을 통한 현장 실증을 거쳐 2060년에 고준위 방폐장을 설치한다는 큰 시간표의 첫발을 떼었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고준위 방폐장은 중·저준위 방폐장에 비해 훨씬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안정성이 요구된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도 많지 않다. 미국은 지하연구시설(URL) 운영과 유카산 처분부지까지 결정했으나, 국민 수용성 미확보 등의 이유로 2010년 사업이 잠정 중단되었다. 핀란드는 지하 500m 깊이의 화강암 암반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해 현재 운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등도 2030년 이후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국토 면적이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하면, 안전성과 수용성이 모두 높은 처분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은 과학적 검토를 통해 부지를 선정한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하위 법령이나 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지하연구시설을 통한 현장 실증은 공학적 방벽 성능을 점검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수만 년에 이르는 부지의 장기 안정성을 검증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장 실증과는 별도의 충분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반감기가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이르는 방사성 핵종을 고려할 때, 처분 부지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위험의 경중을 고려한 중·장기 재해 유발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한반도 환경에 특화된 과학적 검토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10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당시의 한반도는 지금과 크게 달랐다. 북극과 북유럽해에는 거대한 빙하가 형성되었고, 해수면이 낮아 한반도는 주변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10만 년 동안에도 해수면 상승과 하강, 지표의 융기와 침하, 단층 운동과 지진 등 다양한 환경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층 처분장이 지표에 노출되거나, 처분시설이 변형되거나 파손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처분시설 내 방사성 폐기물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 재해 요소의 위험도를 면밀히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요소에 대해서는 단순한 모델이나 예측에 의존하기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단층면 최대 변위가 약 30cm, 파열 면적이 16㎢에 달했지만 지표에는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이는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지하 약 11km 깊이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층들은 한반도 곳곳에 분포해 있고, 오랜 기간 응력이 누적되다가 갑작스럽게 방출되며 큰 지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1952년에는 평양 인근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했고,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규모 7에 가까운 지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지역에 처분시설을 건설할 경우, 시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자명하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부지 안정성과 지하 단층에 대한 정교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반영구적 처분을 목표로 하는 고준위 처분시설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복구나 이전이 매우 어렵다. 우리 후손에게 영원한 부담이 되는 시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정부 운영 ‘기후시민회의’ 4월에 출범…탄소중립 정책 공론화 기구

정부가 국민이 직접 탄소중립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국가 단위 상설 공론기구인 '기후시민회의'를 오는 4월부터 공식 운영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이하 기후위, 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중에 기후시민회의 구성과 발족 절차를 마무리하고, 4월부터 1차년도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날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기후특위)와 기후위의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기후위 홍동곤 사무차장은 이같은 기후시민회의 운영 계획안을 공개했다. 기후시민회의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시민의 삶과 관련된 정책을 정부가 수립할 때 시민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논의의 장이다. 정부는 기후시민회의를 국민 참여형 한국형 기후 공론장으로 구축하고,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기후 시민논의 상설기구'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시민회의가 본격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기후시민회의를 기후위 상설기구로 운영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담겨 있는데,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기후특위를 통과한 바 있다. 법안에 따르면, 시민회의 참여자는 지역·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선정하고, 기후시민회의에서 도출된 토론 결과를 기후위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국가기후위는 이를 주요 정책과 계획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명시됐다. ◇지역·성별·연령 반영해 200명 선정 기후시민회의 세부 운영 사항은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 사무차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기후시민회의는 총 200명의 시민 참여단으로 구성된다. 무작위 전화번호 추출 방식으로 약 2000명을 확보한 뒤, 지역·성별·연령 등 인구통계를 반영해 최종 참여자를 선정한다. 구성은 의제 선정과 논의 방식을 설계하는 기획참여단 20명과 실제 학습·토론을 수행하는 숙의참여단 180명으로 나뉜다. 숙의참여단은 온실가스 감축 분과 2개(각 60명)와 기후적응 분과 1개(60명) 등 총 3개 분과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 10명이 자문단으로 참여해 기획참여단의 의제 설정 등을 지원하게 된다. 홍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는 2050년을 향해 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참여단 구성 시 10~30대 인구에 110%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 지역·성별·연령의 균형을 고려하고, 지방 거주자의 참여 편의를 위해 일부 의제는 권역별 토론 방식으로 운영한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참여단은 1년 단위로 재구성하게 되는데, 매년 기획참여단과 숙의참여단 모두 절반씩 교체된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논의 과정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관련 자료와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국가기후위원회는 전 과정을 객관적으로 검증·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관련 올해 기후시민회의 운영 예산 25억원은 이미 배정돼 있어 '탄소중립법'과 관련 시행령 등이 개정되면 곧바로 시민회의의 설치와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상향식 의제 선정…숙의 거쳐 정부 정책에 반영 기후시민회의 운영은의 핵심은 시민 참여 중심의 상향식 의제 선정 구조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민 제안 의제를 수렴하고, 시민과 미래세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거쳐 기획참여단이 최종 의제를 선정한다. 이후 시민들은 학습과 토론을 통해 권고안을 도출하게 된다. 생활밀착형 정책 제안과 중·장기 기후정책 방향 제시가 주요 역할이다. 숙의 과정은 학습–탐구–결정의 3단계로 운영된다. 각 의제별 논의 기간은 최소 3~4개월이며, 회의는 6~8회 이상 진행된다. 합의 기준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75% 이상 찬성으로 설정됐다. 공론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안건은 별도의 검토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부 토론자들은 “이미 마련된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확인하는 역할에 머물 것인지,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는 절차적 장치로 작동할 위험은 없는지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센터 최재철 이사장은 “시민회의가 성공하려면 폐쇄성을 벗어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권고안이 정부 의견과 다를 경우 국회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기후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소희 의원은 “과거 비슷한 시민회의를 운영해본 경험에 비추어 새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게 되기 때문에, 참여 시민들의 의제 학습에 필요한 검증된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는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후특위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공론화를 통해 도출한 시민회의의 권고안을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답변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 시민회의를 지원할 사무국을 설치할 필요도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별도의 공론조사 진행 한편 국회 기후특위에서는 이와 관련한 별도 공론조사를 위해 20억5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300명의 패널을 모집 중인데, 이를 대행할 업체 선정은 완료된 상태다. 국회 기후특위 공론조사는 2040년, 204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기 위한 1회성 논의 기구로 3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기후시민회의와는 별개의 절차다. 국회 공론조사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4년 여름 미래세대 기후소송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이 있다. 위성곤 위원장은 “올 2월 말까지 헌재에 답을 보내기로 돼 있어서 서두르고 있지만,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맑아진 하늘의 역설…선박 오염 줄였더니 산호가 하얗게  죽었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인류의 선의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생태계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호주의 상징인 대보초(Great Barrier Reef) 해역에서 발생한 산호초 백화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역설적이게도 지구를 더럽히던 선박들의 '나쁜 연기'가 사라진 점이 지목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와 핀란드 기상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규제(FSC 2020)가 대보초 해역의 온도를 높여 산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산호초 백화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등 열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산호(산호충, 동물)와 공생 관계인 조류(藻類, algal symbiont) 사이의 결합이 깨지면서 일어난다. 산호는 이 공생 조류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고유의 아름다운 색을 유지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조류가 산호 공생체를 떠나버리면 산호는 하얀 골격을 드러내며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연구팀은 상승하는 해수 온도뿐만 아니라 강한 태양 복사 에너지 역시 이러한 백화현상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강조했다. 과거 선박들이 내뿜던 황산염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서 햇빛을 직접 반사하거나, 구름의 응결핵(CCN) 역할을 해 구름을 더 밝게 만들어 바다에 일종의 '인공 차양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0년 규제로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이 3.5%에서 0.5%로 대폭 줄어들자, 이 차양막이 순식간에 걷히는 '디마스킹(demasking)'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022년 2월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나던 시기에 대보초 해역에 도달하는 낮 시간 태양 복사 에너지는 규제 이전보다 제곱미터당(㎡) 약 11와트(W)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는 약 0.05℃에서 0.15℃ 사이로 상승했는데, 이는 산호가 느끼는 열적 스트레스를 평소보다 5~10%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 오염을 개선해 인류의 건강을 지키려던 조치가 아이러니하게도 취약한 해양 생태계에는 치명적인 열기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러한 '환경 개선의 역설'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중국 칭화대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등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강력한 대기 질 개선 정책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 방지 효과를 늦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은 '아름다운 중국(Beautiful China)' 비전과 탄소 중립 정책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지만, 동시에 대기 오염 물질인 황산염 등을 급격히 제거하면서 이들이 제공하던 냉각 효과(햇빛 반사)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대기 정화로 인한 온난화 효과(약 0.12℃ 상승)가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인한 냉각 효과(약 0.16℃ 하강)를 2070년경까지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대기 오염 개선이라는 정당한 목표가 온난화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고 공격적인 메탄 감축 및 탄소 중립 정책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인사이트] 기후금융의 재정렬과 한국 금융의 선택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이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선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기후금융 진영에 의미심장한 지각변동이 있었다. 미국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대형은행들이 넷제로 은행 동맹(NZBA·Net-Zero Banking Alliance)을 떠났다. 블랙록, 뱅가드 등 자산운용사와 알리안츠 등 보험사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2025년 1월 17일 미국 연준(Fed)도 글로벌 중앙은행 간 모임인 녹색금융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서 전격 탈퇴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후금융 이니셔티브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유행하던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다수 주 정부는 ESG를 추진하는 금융기관에 노골적인 제재와 경고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텍사스의 경우 금융기관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을 줄이면 '텍사스 연기금'의 투자를 받지 못한다. 기후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반독점 소송과 정치적 리스크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미국 금융기관들이 방어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기후금융의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겉으로 보면 기후금융의 후퇴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이탈이라기보다 정치·제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나타난 '재정렬'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은 여전히 저탄소 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며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전환 투자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치와 시장이 엇갈리는 국면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국내 금융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은행들은 이미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을 기후 리스크 관리의 핵심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수 은행이 2050년 넷제로 목표와 2030년 중간 감축 목표(기준년도 대비 30~40% 감축)를 설정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25.6%, '22년 기준)이 다른 나라(OECD 평균 13.4%)보다 높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출이 은행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중소기업대출/기업대출=80%)하는 구조다. 금융배출량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이유다. 중소기업은 감축 유인이 약하고 친환경 기술에 투자할 여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2030년 중간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그 피해는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시각은 분명하다. 작년 금융감독원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기후금융 컨퍼런스, 2025년 3월 18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탄소 감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가 무대응 시나리오보다 장기 경제성장률이 높고 금융권 손실도 더 적게 나타났다. 이는 기후 대응이 비용이 아니라 '위험 관리이자 성장 전략'임을 보여준다. 한은 총재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단기적으론 고탄소 산업의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충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 혁신과 기후 리스크 완화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금융은 더 이상 선언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구호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언어로 재정의돼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이탈은 기후금융의 종말이 아니다. '이념 중심 동맹'에서 '실질적 위험 관리'로의 전환 신호일 수 있다. 한국 금융권 역시 글로벌 정치 지형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국내 산업 구조와 지역 경제 특성을 반영한 현실적 기후금융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기후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외면할 것인가 관리할 것인가"다. bienns@ekn.co.kr

주방 일회용 고무장갑과 수세미가 가족 건강을 위협할 수도

주방에서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 고무장갑과 수세미가 생각지도 못한 건강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가사 노동의 필수품인 이들 도구에서 발암물질과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일회용 고무장갑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추정 물질(그룹 2A)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 대학 연구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중의 1회용 고무장갑을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2ppm(mg/kg)이 넘는 높은 농도의 NDMA가 검출됐다. 논문에 따르면, 고무장갑 속의 NDMA는 보관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휘발돼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거나, 사용 시 물에 쉽게 녹아 나오는 특성이 있다. 특히 온도가 높을수록 NDMA가 더 빠르게 용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주방 환경에서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니트릴 장갑이 라텍스나 폴리염화비닐(PVC) 장갑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NDMA 농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제품 제조 직후나 밀봉된 상태에서 그 수치가 가장 높았다. 주방 수세미 역시 세균의 온상이 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순천대 식품영양학과 윤재현 교수팀이 최근 'LWT - 식품과학기술(LWT-Food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남 지역 가정에서 수집한 수세미 110개의 22.7%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균이, 3.6%에서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검출됐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균들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세미는 항상 젖어 있고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쉬워 미생물이 증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데, 오염된 수세미로 설거지를 할 경우 교차 오염을 통해 세균이 식기나 조리대로 확산될 위험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방 도구로부터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 요령을 제시한다. 첫째, 일회용 고무장갑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로 한 번 씻어내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 장갑을 물로 씻거나 열을 가해 건조하면 NDMA 함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고 취급하는 식재료의 오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 수세미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수세미는 미생물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사용 후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깨끗이 제거하고 잘 말려야 한다. 또한, 겉보기에 깨끗하더라도 세균 증식과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주방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중한 공간인 만큼,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소모품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출권 가격 하루 만에 8% 급등…4차 계획 이후 본격 상승 신호되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루 만에 8% 넘게 급등하며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년) 시행 이후 첫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배출권 총할당량을 대폭 줄인 데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수급 변화 기대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배출권시장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거래되는 배출권인 'KAU25'의 톤당 가격은 종가 기준 1만2800원으로 전일 대비 0.8% 상승했다. 앞서 KAU25 가격은 지난 26일 하루 만에 8.6% 급등하며 1만27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KAU25는 지난해 7월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근 4개월 동안 톤당 1만원 안팎에서 정체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달 1일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본격 시행된 이후 급등세가 나타나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태선 나무이엔알(NAMU EnR) 대표는 “연말 시장조성자들의 포지션 정리 이후 저점 매수세가 유입돼고 EU-CBAM에 따른 중장기 가격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 총할당량을 직전 계획기간 대비 17% 줄이기로 했다. 공급 축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이 장기간 톤당 1만원 수준에 머무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배출권 가격 정상화 필요성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격이 최소 톤당 2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유럽은 배출권 가격이 12만원 수준이고 미국도 4만~5만원대"라며 “국내도 적어도 2~3만원은 돼야 시장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정부는 일정 기간 동안 기업별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을 정해 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은 보유한 배출권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은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해야 하며, 반대로 잉여 배출권이 있는 기업은 이를 판매할 수 있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제품 가운데 탄소배출량이 많은 품목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을 통해 충분한 탄소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경우 그 차액만큼을 CBAM을 통해 유럽에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나무이엔알은 최근 보고서에서 EU-CBAM 비용 분석 결과, 기업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철강 수출 물량을 연간 300만톤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EU-CBAM 납부금액은 1270억원(인증서 77만톤), 오는 2034년에는 1조8189억원(431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7166억원의 대응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EU-CBAM 대응 전략으로는 저탄소 철강 제품 생산을 통한 내재 배출계수 개선과 함께 국내 배출권 가격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반구 한파 원인은 제트기류의 남하

한반도 겨울 추위가 매섭다. 서울의 경우 새해 들어 26일까지 최저기온 평균이 -7.6℃를 기록했다. 절기상 대한(大寒)인 지난 20일 무렵부터 아침 최저기온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낮아 시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고,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대륙에도 맹추위가 닥쳤다. 마국 남부에서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초강력 겨울 폭풍이 이동하면서 폭설과 결빙, 기록적인 한파를 동반했다. 항공편이 대규모로 결항되고, 광범위한 정전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겨울 기상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반구 곳곳에서 한꺼번에 극심한 추위가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북극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이 강추위의 원인일까. ◇“북극진동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것을 말하고, 겨울철 한파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런 북극진동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북극진동 지수(AO index)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북극진동 지수는 어떤 상태였을까.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를 살펴보면, 겨울 초반부터 전반적으로 0 이하의 값이 자주 나타났고, 1월 들어서는 –1에서 –2 이하로 내려가는 구간이 반복됐다. 단기 예측에서도 이 음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대기 순환 차원에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반도 상공에서는 대기 하층과 상층 모두에서 북쪽의 찬 공기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관측됐다. 북미 역시 비슷한 시기에 대륙 규모의 한기 남하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서울의 일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북극진동 지수가 가리킨 방향과 현실의 날씨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7일 이후의 예측값을 보면,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북극진동이 음수가 되면 왜 북반구가 추워질까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보인다는 것은 북극 상공의 기압 구조가 평소보다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원래 겨울철에는 북극 상공의 강한 저기압과 중위도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압 차이로 인해 찬 공기가 북극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이때 제트기류는 비교적 곧게 흐르며, 중위도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 하지만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북극의 찬 공기를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지면 제트기류는 남북으로 크게 굽이치며 흐르게 된다. 그 결과 북극의 냉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한반도와 북미, 유럽 등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강한 한파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거나,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동아시아나 유럽, 북미 등에 한파가 닥치는 세부적인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그 바탕에는 북극진동 지수가 있다"면서 “체력이 약해지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가 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곳곳에 악기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경우 서고동저형 기압 배치가 유지되면서 북서쪽에서 한기가 계속 들어오는 상황인데, 더 넓게 보면 캄챠카 반도에 발달한 고기압(기압능)으로 인해 공기 흐름이 느려지는 블로킹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북태평양의 고수온 현상이 블로킹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왜 북극진동은 자주 음수가 되는가 여기서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자주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이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북극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른바 '북극 증폭' 현상이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그 결과 제트기류는 약해지고 불안정해진다. 김백민 교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를 보이는 것은 북극해에 접하고 있는 바렌츠-카라해(海)의 바다얼음이 예년보다 덜 확장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울인데도 바렌츠-카라해에서 바다가 예년보다 많이 열려 있고 열이 많이 방출된 탓에 제트기류가 크게 출렁이게 됐다는 것이다. 올여름 성층권에서 한기를 막아주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약해지면서, 아래 대류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트기류가 약해질수록 대기 흐름은 직선성을 잃고 남북으로 크게 흔들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출렁이게 되면 담장이 무너진 것처럼 북쪽 한기가 남으로 쏟아져 내려오게 된다. 역설적으로,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겨울철 강한 한파가 나타날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북극진동 지수는 겨울을 읽는 하나의 창 김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북극진동 지수 하나만으로 겨울 날씨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 해수면 온도, 다른 기후 진동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극진동 지수가 겨울철 대기 흐름의 큰 방향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방향으로 깊어질수록,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강한 한파와 폭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의 한반도 한파와 북미의 혹한은 이 지표가 실제 기상 현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에서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다. 북극진동 지수는 그 변화의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앞으로의 겨울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아침 영하 10도 안팎 추위…빙판길 주의

오는 27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새벽과 아침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내려 빙판길에 주의가 필요하겠다. 2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전국 최저기온은 -13도에서 0도, 최고기온은 -4도에서 8도로 예보됐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경북·전북 내륙의 아침 기온은 -10도 안팎까지 떨어지겠고 강원 동해안과 그 밖의 남부지방은 -5도 안팎을 보이겠다. 낮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0도 이하에 머무는 가운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충남 서부와 전라권 서부, 제주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인천과 경기 남부, 그 밖의 충청권 내륙 등지에는 0.1㎝ 미만의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기온이 낮은 탓에 내린 눈이 얼어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어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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