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 사용, 개인 컵 할인제 확대” 기후부 탈플라스틱 정책 추진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조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장례식장 등에서의 다회용기 사용과 카페에서의 개인 컵 할인제 확대를 유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28일 김성환 장관이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이번 계획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에서 기후부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 전망치 대비 나프타로 만드는 신재(新材) 기반 폐플라스틱을 1000만톤에서 700만톤 수준으로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100만톤을 원천 감량하고, 폐자원으로 만든 재생원료 사용을 200만톤으로 늘리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 기후부는 우선 플라스틱이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배달 용기 등은 구조 개선을 통해, 택배 포장재는 과대포장 제한을 통해 플라스틱 신재 투입량을 줄이기로 했다. 플라스틱 제품에 물리는 폐기물 부담금제의 실효성도 제고할 방침이다. 제품에 따라 부담금 요율을 차등화하고, 재생원료 사용 시에는 부담금 감면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활용이 어렵거나 다른 품목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포장재는 업계 협약 등을 통해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의류와 전기·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도 설계·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산업계와 협력해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는 포장재나 제품에는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설정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재생원료 10%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페트병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목표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최근 사재기 문제가 대두됐던 종량제 봉투류부터 재생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 교체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일회용품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장례식장의 경우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부터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 사용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시행 결과를 토대로 민간 시설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장 내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소비자의 '고쳐 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전제품 제조사와 협력을 통해 수리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 수리거점 확대(찾아가는 수리버스, 수리 카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시민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감량 실천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민관 협치(거버넌스)도 구성 및 운영하며 탈플라스틱 문화를 풀뿌리 단위부터 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이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고, 구체적인 감량 목표가 뻐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발표한 '이슈 브리프' 자료에서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이 일관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컵 보증금제의 축소, 종이컵 규제의 후퇴 등을 사례로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 정책이 개별 조치의 나열에 그치고, 전반적인 소비 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놀이공원과 영화관, 장례식장, 체육시설 등 폐쇄형 공간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종이컵과 1회용 앞치마, 빨대 등 대체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단계적 금지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면서도 제품을 대량생산-폐기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로도 작용한다"라며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솔루션, 현대車를 정부에 신고…“철 사용량 줄여 그린워싱”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가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린워싱은 실제와는 달리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해 소비자와 사회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기후솔루션과 법률사무소 솔라리스는 28일 서울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의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 회사를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시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동차 1대당 철 사용량을 실제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공시했다는 것이 신고 이유다. 기후솔루션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후부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각각 신고했다. 특히, 현대차가 철강의 사용량을 공시하면서 협력사 공정에서 사용된 철강을 제외하고, 자체 공장에서 직접 소비한 일부 물량만을 기준으로 공시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과정에서 일부 배출이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철 사용량을 총 123만 톤, 차량 1대당 0.332톤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글로벌 자동차사들의 공시 수치와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게 기후솔루션 측의 주장이다. 볼보의 경우 차량 한 대당 철 사용량이 약 0.93톤, 메르세데스-벤츠 E300e 모델은 약 0.982톤으로 공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자동차의 약 60%가 철강으로 구성되고, 차량 1대당 평균 약 900kg 이상의 철강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수치는 축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히, 철강사 공시자료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기아의 실제 철강 구매량은 약 487만 톤(현대제철 약 350만 톤 + 포스코 등 기타 철강사 약 88만 톤) 수준으로, 두 회사 지속가능성보고서에 공시된 약 144만 톤의 약 3.4배에 이른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추정이다. 법률사무소 솔라리스의 김성우 변호사는 “현대차는 지속가능성보고서 전반에 걸쳐 “전 생애에 걸쳐",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을 관리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정작 핵심 환경지표인 철 사용량은 자체 공장 사용분만 산정했으면서도 그 사실을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는 협력사 행동규범,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글로벌 통합 탄소 배출 정보 시스템 등을 이미 구축해 협력사 데이터를 추적할 역량을 갖췄다고 스스로 공표해 온 만큼, 협력사 부품·반제품 속 철을 배제한 것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의도적인 누락이어서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같은 보고서 안에서 협력사 공급망을 포함한 스코프3 카테고리 1 배출량을 약 2297만 톤으로 공시하면서, 정작 그 배출의 원인이 되는 철 사용량을 산정할 때는 협력사를 빼고 공시했다. 김성우 변호사는 “같은 회사, 같은 보고서 안에서 같은 공급망 데이터가 지표에 따라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며 “이는 산정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유리한 수치를 골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황준아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저탄소 철강 사용을 선언하며 공급망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지금과 같은 현대차의 행보로는 글로벌 경쟁력 또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솔루션 등은 현대차에 △철강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사용량에 대한 공급망 전반을 반영한 투명한 공시 △자동차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확한 산정과 방법론 공개 △정량적 목표를 포함한 공급망 탄소감축 로드맵 수립 및 이행 현황 공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의 공시 체계를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수소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최근 AI 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국내 및 해외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전쟁에서의 Al 활용 사례를 통해 생생히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산업이 AI 산업 성공의 키라는 것은 에너지산업 종사자 일부만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생성형 및 피지컬 Al는 각각 뇌와 주요 신체부위라 한다면, 전력은 이를 정상 작동시키기 위한 혈액에 해당될 수 있다. 혈액 공급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중지가 되면 인간의 대사 활동은 멈추게 되고, 손상되어 최종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전세계 AI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 신경망에 해당되는 Al 데이터센터(AIDC) 뿐 아니라, 충분한 전력계통확보를 위해 직접 에너지단지를 운영하거나, 전력사와의 독점공급계약을 추진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에 따르면 글로벌 Al 전력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30%, 국내 및 해외 시장규모로는 각각 18.9억 달러 및 60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발표된 초대형 AIDC 프로젝트의 표준목표치는 500 MW 규모이며, 가동률 60%로 추산하게 되면 연간 2.5 TWh(대한민국 30만 가구 연간 전력사용량)의 전력량이 요구된다. J.P 모건, 골드만삭스 가속화모델을 적용하면, 2026년 현시점에서 1,050 TWh의 전력량이 오로지 AIDC 용도로만 소비된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DC용 전력은 4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번째는 초고밀도, 초고압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해진 면적 대비 전력집중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일년 365일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일, 전압 및 주파수 변동이 발생하게 되면, 심각한 장비 손상이 발생하게 되며, 일시적인 가동 중지 시조차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중화 또는 삼중화된 전력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며, 여기에는 정전 시 즉각 가동되는 무정전 전원 장치 또는 대규모 비상발전기도 포함된다. 세번째로는 전세계 전력소비량의 3-4% 수준의 엄청난 양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효율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AIDC에 소요되는 전력량의 30-40%를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시키는데 사용하는 것만큼 냉열관리의 중요성은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이다. 마지막은 친환경성이다. 즉, AIDC 운영 전력은 이산화탄소 발생 없는 청정 전력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직접 연계시에는 부하변동 이슈로 인한 안정적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며, 발생된 전력을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에 저장 후 송전시키는 방식은 용량 한계로 인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AIDC 전력특성을 만족할 수 있는 수단은 현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외에는 찾기 힘들다. 이 중 가스터빈의 경우, 계약 후 설치까지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현재는 연료물질로 메탄 기반의 천연가스(LNG)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친환경 이슈는 수소가 LNG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수소전소발전 기술 상업화가 이루어질 2030년 이후에는 강력한 무탄소 AIDC 전력원으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기 이유로 인해, 최근 연료전지 발전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SK에코플랜트가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블룸에너지(Bloom Energy)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4년까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블룸에너지는 2025년 이후 오라클, 브룩필드 등과의 GW급 전력공급계약을 통해 주가가 폭등하였고, 수준잔고가 폭증하였다. 이는 연료전지가 앞서 언급한 4가지 AIDC용 전력특성을 모두 만족함과 동시에, 계약 후 수 개월 내 “즉각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AIDC 적용가능한 연료전지 타입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PEMFC)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가 대표적이다. PEMFC는 수 분 이내의 빠른 기동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잦은 on-off 운전에 대응가능한 보조 전원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의 AIDC용 보조전원 실증을 통해 확인된 바가 있다. 반면, SOFC는 기동속도는 느리지만, 발전효율(50-60%)이 높고, 열활용시 최대 90%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연속운전에 최적화되어 주전력원으로 사용 가능함을 블룸에너지 사례를 통해 검증되었다. 최근에는 SOFC와 PEMFC 하이브리드 설계를 통해, 급속기동시 PEMFC를, 연속운전시 SOFC를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블룸에너지와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블룸에너지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일명 “수소법")을 2021년 세계 최초 제정하고, 법정계획인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대한민국에서 지속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았고, 이를 많은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을 수주하는데 이를 활용하였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하여 로봇, AI, 수소에너지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태양광을 통한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생산 이후 수소저장-연료전지 발전을 연계하는 분산형 전원 표준화를 꾀하고자 하고 있으며, 수전해 및 연료전지 시스템 대용량 생산 기반의 부품 단가 저감 전략 적용을 통해 산업 경제성을 조기 확보하여, 최종적으로 새만금 모델을 최종 턴키 형태의 수출지향형 사업모델로 확장시키겠다는 메시지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두산퓨얼셀, 미코파워(이상 SOFC), 현대자동차(이상 PEMFC) 연료전지 시스템 제조사 뿐 아니라, 많은 전후방 산업 관련 소재·부품·장비 제조사가 밀집되어 있다. 해당 산물은 지속적인 정부 및 민간의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힘을 얻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이다. 세계 시장은 현재 활짝 열려 있고, 2030년 수소전소발전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블룸에너지가 그러하듯 국내 시장을 통해 단기 트랙 레코드를 조속히 쌓고, 정부-기업-연구자가 혼연일체가 된 “Korea One-Team"이 되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재도약인 “수소산업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조홍종

[환경포커스] 플라스틱 일주일 멀리했더니 화학물질 수치 절반으로 뚝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생수병과 음식 용기, 전자레인지용 식품 포장재, 샴푸와 화장품 용기까지 하루 24시간 대부분 플라스틱과 맞대고 산다.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만 문제가 되는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속에 들어 있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같은 화학물질이 음식과 음료, 피부 접촉, 공기 흡입 등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들 물질은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염증 증가,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교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보고돼 왔다. 그렇다면 정말 일상 속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면 이러한 화학물질의 체내 농도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을까. 최근 호주 서호주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국제 의학 저널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단 7일 동안 '저(低)플라스틱 생활'을 실천한 결과, 소변 속 비스페놀A(BPA) 농도가 최대 60% 가까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참가자 전원에게서 플라스틱 화학물질 검출 연구진은 논문에서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은 거의 모든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되고 있고, 음식은 가장 중요한 조절 가능한 노출 경로"라고 설명했다 . 연구팀은 먼저 호주 성인 211명을 대상으로 관찰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3.1세였고 여성 비율은 58.3%였다. 모두 특별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소변과 콧구멍 안 세척 시료를 분석해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가 최소 6종 이상의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매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노출원으로는 고도로 가공된 식품, 플라스틱 포장 식품, 통조림과 캔 음료, 샴푸와 화장품, 스킨케어 제품, 플라스틱 조리기구 사용 등이 확인됐다. 플라스틱(에폭시)으로 내부가 코팅된 통조림 식품을 하나 더 섭취할 때마다 소변 내 BPA 농도는 평균 14.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이후 연구진은 이들 중 60명을 선발해 본격적인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47.6세, 여성 비율은 60%였고, 실험 기간 동안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 참가자를 총 5개 그룹으로 나누었고, 실험은 7일간 진행됐다. 첫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만 제공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저플라스틱 식단과 함께 유리·스테인리스·금속·나무 소재의 주방 도구만 사용했다. 세 번째 그룹은 평소 식단을 유지하되 샴푸·화장품·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만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다. 네 번째 그룹은 식단·주방도구·위생용품을 모두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꿨다. 다섯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평소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다 . 연구진은 실험 전과 실험 중, 종료 시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변 샘플을 채취해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농도를 정밀 측정했다. ◇'저플라스틱 식단'은 무엇이 달랐나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저플라스틱 식단'이었다. 이는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이를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접촉을 최소화한 식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00명 이상의 농부와 식품 생산자가 참여했다. 우선 비닐 포장이 없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았다. 플라스틱 포장이 된 식품은 최대한 배제했다. 통조림과 캔 음료는 완전히 제외했다. 연구진은 캔 내부 에폭시 코팅이 BPA 노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초가공식품도 제한했다. 패스트푸드·즉석식품·개별포장식품처럼 여러 단계의 가공과 포장을 거친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리 환경도 바꿨다. 플라스틱 조리도구 대신 유리·스테인리스·금속 도구와 코팅되지 않은 나무 도구만 사용했다. 전자레인지 가열 역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로만 허용했다. 샴푸·바디워시·자외선차단제·립밤·면도기·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도 저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했고, 메이크업 사용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즉 '건강식 효과'가 아니라 플라스틱 노출 감소 자체의 영향을 보기 위한 설계였다. ◇단 7일 만에 BPA 59.7% 감소 결과는 뚜렷했다. 특히 저플라스틱 식단과 주방도구 교체를 함께 시행한 두 번째 그룹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 소변 내 프탈레이트 대사체인 모노-n-부틸프탈레이트(MnBP)는 37.5% 감소했고, 모노벤질프탈레이트(MBzP)는 53.5%가 줄었다. BPA는 59.7%나 줄었다. 식단과 위생용품까지 모두 바꾼 네 번째 그룹에서는 MnBP가 44.1% 감소했고, 총 비스페놀 농도는 50.5% 줄어 종합적으로는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반면 위생용품만 교체한 세 번째 그룹에서는 일부 프탈레이트만 감소했고, 비스페놀 변화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식단 변화가 가장 강력한 개입 효과를 보였으며, 음식이 플라스틱 노출의 핵심 경로임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 흥미로운 점은 체중·체성분·혈압·혈당·혈중지질·염증지표 등 주요 임상 바이오마커는 7일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실험이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이 아니라, 체내 화학물질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단기간의 변화만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노출을 줄이면 염증 반응과 대사질환 위험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플라스틱 습관 연구진은 완벽한 '플라스틱 프리' 생활보다 현실적인 노출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통조림과 캔 음료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신선 식품이나 유리병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BPA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개별 포장 식품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높인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 가열은 화학물질 이행을 촉진하기 때문에 반드시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서는 플라스틱 조리도구와 보관용기를 유리, 스테인리스, 나무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샴푸, 메이크업, 스킨케어 제품 역시 프탈레이트 노출과 밀접하다.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완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은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출권 가격 급등하자…정부, 시장 개입 공식화

정부가 탄소배출권의 적정 가격 기준을 정하고 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배출권 가격이 기준선보다 오르면 예비물량을 풀어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반대로 가격이 기준보다 내리면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 예비분을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배출권은 기업의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가격이 높을수록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감축 투자 유인이 확대되는 구조다. 개정안에 따라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배출권 가격 범위를 정하고 상한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예비물량을 투입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는 경매 물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정부가 배출권 가격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이보다 높아질 경우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다. 심의위원회는 오는 8월 기준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배출권 시장 개입은 가격 급등세를 막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4차 배출권 기본계획(2026~2030년) 기간에는 3차 계획보다 기업 할당량이 약 18% 줄면서 배출권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배출권 가격은 이날 기준 톤당 1만6800원으로, 지난 1월 2일 1만300원 대비 63%나 상승했다. 이번 개정안은 가격 급등에 대비한 일종의 시장 안정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4차 계획 기간 동안 기업에 사전 할당되는 배출권 총량은 23억6299만톤이다. 사전 할당량 외에 시장 안정화용 예비분 8527만톤과 시장조성 및 유동성 관리용 2000만톤을 포함해 총 1억527만톤이 예비물량으로 확보됐다. 4차 계획 기간은 총 5년으로, 연평균 4억7259만톤이 기업에 할당된다. 연평균 물량 대비 약 22%가 예비분으로 확보된 만큼, 가격 상승 시 상당한 규모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 기준을 통해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상한선에 근접하면 정부의 추가 공급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수를 늦추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상단 가격은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배출권 비용의 최대치로 인식되면서 감축에 얼마나 투자할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 도입은 제4차 계획기간의 핵심 변화 중 하나이며, 이는 향후 배출권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존 시장안정화조치나 유상할당 경매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시장안정화 예비분 제도는 정해진 가격 기준에 따라 공급량이 자동 조절되는 구조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할당대상업체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안정화 예비분의 적정 가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 그 범위는 실제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포커스] 동유럽에서 핵전쟁 벌어지면…전 지구 식량시스템 붕괴

지난 26일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곳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서 벌어진 러-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해 왔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유럽이 핵 충돌의 위험지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술핵이나 소규모 핵 사용을 '제한적 핵전쟁'으로 표현하며, 그 피해가 특정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핵전쟁은 결코 국지전에 머물지 않으며, 단 몇 개의 핵탄두만으로도 전 지구적 기후 붕괴와 식량 위기, 장기적인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수학·통계학과와 물리·천문학과 연구진은 지난 22일 동유럽 핵분쟁이 전 지구 기후와 방사능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계열의 국제저널인 'njp 클린 에너지'에 발표했다. ◇태양빛 잃은 지구, 핵겨울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연구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15킬로톤(kt)급 핵폭탄 100개가 폭발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15kt이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규모다. 이 경우 약 5테라그램(Tg), 즉 약 500만 톤의 검은 탄소(Black Carbon)가 성층권으로 유입된다. 이 검은 탄소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태양빛을 흡수하고 지구의 복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기후 교란 물질이다. 성층권에 도달한 검은 탄소는 태양광을 흡수해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그 열로 인해 연기 구름은 더욱 높은 고도로 상승한다. 이렇게 올라간 입자는 비에 씻겨 내려오지 않고 수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 전체를 뒤덮는다. 그 결과 북반구 평균 기온은 사고 발생 1년 안에 약 1℃ 하락한다. 특히 대륙 내부 지역의 충격은 훨씬 크다. 러시아는 평균 5℃, 미국은 약 4℃의 급격한 기온 하락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히 겨울이 길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농업 생산, 수자원 공급, 생태계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기후 위기다. ◇식량 시스템의 붕괴, 핵전쟁은 기근으로 이어진다 기온 하락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햇빛과 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미국 전역에서 ㎡당 약 30W가 감소한다. 햇빛이 줄어들면 작물의 광합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곡물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한다. 강수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북반구 중위도 농경지의 강수량은 평균 40% 감소하며, 일부 지역은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특히 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은 농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흉작이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식량 부족은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빈곤 국가의 기근, 대규모 난민 발생, 국제 분쟁 확산으로 연결된다. 핵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전장이 아니라 식탁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후 교란이 열대수렴대(ITCZ)를 남쪽으로 밀어내며 전 지구적 물 순환을 왜곡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시스템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전쟁은 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느린 붕괴다. ◇방사능은 국경을 넘는다…즉각적 피폭과 장기 오염 핵폭발 직후의 방사능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폭발 후 48시간 이내에 약 100만 명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을 유발하는 1시버트(Sv, 방사능 단위)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가운데 약 17만 명은 중증 방사선 질환을 겪게 되며, 특히 10시버트 이상의 치명적인 선량을 직접 받는 약 8만 명은 적절한 의료 조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 치명적 수준인 5시버트 이상의 방사능 오염 구역은 약 3500㎢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장기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은 성층권의 대기 순환을 타고 적도를 넘어 남반구까지 확산된다. 연구진은 사고 발생 10년 후 방출된 낙진의 약 40%가 남반구에 퇴적될 것으로 분석했다. 핵전쟁은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흉부 X-레이 1회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은 약 0.1 mSv(밀리시버트(1 mSv = 1000분의 1 Sv)이고, CT 촬영도 1회 당 수 mSv~수십 mSv 정도에 노출된다. 일반인(방사선 작업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시한 권고 기준은 연간 1다. X선·CT 검사처럼 의료 목적으로 노출되는것 외에 추가로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을 말하고, 보통 이 기준 이하일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보통 한 번에 약 1시버트(Sv), 즉 1000mSv 이상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착각…핵무기는 결코 국지적이지 않다 이번 엑스터대학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유럽에서 핵탄두 100개가 사용되는 순간, 그것은 특정 국가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기후 재난이 된다는 것이다. 식량 안보는 무너지고, 기후 시스템은 흔들리며, 방사능 오염은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경제적 충격과 정치적 불안정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사실상 문명 전체의 위기로 확장된다.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문명 파괴 장치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핵 억제와 군비 통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무기의 사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류적 행위다. 40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재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을 단순히 과거의 역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얻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한국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르무즈 이중 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편 한국은 이란 전쟁 이후 차단된 중동 석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회는 걸프협력회의(GCC)국가 대사들을 만나 원유 최우선 공급 협조를 당부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특사가 UAE를 방문해 원유 최우선 공급 약속을 받아냈으며, 4월 사우디, 카자흐스탄, 오만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확보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중동 국가는 왜 한국에 최우선 공급 노력과 약속을 천명했을까. 물론 청와대와 의회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이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의 큰손, 장기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업스트림 개발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자 확약이 필요하다. 중동 걸프국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히 자국 연료의 장기 수요자를 넘어 에너지 안보 자산 장기 투자자이며 경제성장 동반자이자 국가 안보 파트너다. 문제는 한국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화석연료 의존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건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우리는 이미 과거 탈원전과 탈석탄을 진행했었고 이제 중동 석유와 가스 의존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속도전'이다. 이는 화석연료와 탄소배출의 빠른 단절을 의미한다. 탈석탄과 탈가스가 이어질 것이고 내연기관차와 가스보일러 대신 전기차와 히트펌프로 대체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 '장기계약' 비중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 장기계약 대신 현물 계약으로 바뀌어도 중동이 우리에게 최우선 공급을 약속할까. 아마 만나주지도 않을 것이다. 에네르기벤데로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한 독일은 지난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가 가스 수급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에도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꺼렸다. 이들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와 전기화가 미래라며 장기 에너지 균형 대신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몰두했고 저렴한 파이프라인 가스 장기계약을 값비싼 현물 LNG와 저장고로 대체한 결과 급등하는 에너지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에너지 믹스 간 균형과 함께 장기 균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단시일 내 없어지지 않는다면 연료 계약부터 전문인력, 관련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보다 중요해진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의 대전제인 '선립후파' 역시 화석에너지 의존 감소의 큰 방향성에 동의하는 것이지 그 과정이 속도전이어야 한다는데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급진적 주장'이라 말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기존 에너지원을 퇴출시켜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실패와 스페인 대정전은 단기적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매몰되어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시한 결과가 어떻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탈원전과 탈화석연료는 쉽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추후 이들을 다시 찾을 때 제대로 운영되리란 보장이 없다. 당장 현물시장에서 연료 수급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간헐성과 변동성을 지원할 가스 발전소 역시 같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단기 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은 이 가스 발전 확대를 허락하지 않는다.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하는 역설을 이란 전쟁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의 급격한 비중 확대와 축소는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너뜨려 에너지 위기에 가장 취약해진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은 이제 탈원전을 후회하고 있지만 없어진 발전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라이헤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의 '엄청난 실수'를 가스로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복구엔 최대 5년이 걸리고 가스 발전 건설비용은 3배가 넘게 올랐다. 장기 에너지 정책 균형이 무너진 그들은 곧 2번째 실수를 고백하게 될 것이다.

[기후신호등] 유럽 식민지배의 ‘보이지 않는 유산’…사라진 언어, 무너진 생태계

21세기 인류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는 이 위기의 뿌리가 단지 산업화나 현대 경제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역사적 과정, 즉 식민지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한 국제 공동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최근 '사람과 자연(People and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식민지배가 오늘날의 생태계와 문화 다양성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유럽 식민세력의 지배 기간이 길수록,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이 동시에 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 종이 사라질 수 있다"… 이미 시작된 붕괴 현재 지구 생태계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생물 멸종 속도는 인간이 지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이전과 비교해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추정도 제시된다. 언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최소 40%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으며, 지난 500년 동안 수천 개의 언어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생물 다양성 위기와 언어의 소멸이라는 두 현상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연구진은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다. 바로 '생물문화 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과 언어·문화 다양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토착 언어는 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식, 약용 식물 활용법,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 방식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의 상실이 아니라 생태 지식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176개국 분석… “식민지배 기간이 핵심 변수" 연구팀은 전 세계 176개국을 대상으로 생물과 언어의 위협 수준을 동시에 분석했다. 생물다양성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Red List) 데이터를 활용해 양서류·조류·포유류·파충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언어 다양성은 전 세계 6921개 언어를 포함한 '민족학(Ethnologue)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적색 목록 지수(Red List Index, RLI)'를 활용, 각 국가의 위협 수준을 0과 1 사이의 값으로 환산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낮고, 0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진은 다양한 변수—도시화, 농업, 경제 수준, 교육 수준, 기후 조건—를 함께 분석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도출됐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모두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변수는 '유럽 식민세력의 점유 기간(occupation time)'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식민지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 다양성 위협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회귀계수 -0.21, p=0.004), 생물다양성 위협 역시 강하게 증가했다(회귀계수 -0.18, p=0.001). 두 요소를 합친 생물문화 다양성 위협도 증가했다(회귀계수 -0.10, p=0.033). 이 수치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식민지배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문화 모두를 훼손하는 구조적 원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왜 식민지배는 두 영역을 동시에 파괴했나 식민지배가 생물과 언어를 동시에 파괴한 이유는 그 구조에 있다. 식민주의는 단순한 정치 지배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환경을 총체적으로 재편하는 시스템이었다. 먼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식민지배는 대규모 자원 착취를 동반했다. 설탕·면화·고무와 같은 상품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숲과 초지가 농지로 전환됐고, 이는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단절로 이어졌다. 또한 유럽에서 유입된 외래종은 토착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대형 포유류와 조류는 식량·모피·장식품 등의 목적으로 대량 사냥됐다.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도 상황은 유사했다. 식민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는 전쟁과 질병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강제 이주와 토지 수탈로 공동체 기반이 붕괴됐다. 여기에 더해 교육과 행정에서 토착 언어 사용이 금지되고 제국 언어가 강요되면서 언어 소멸이 가속화됐다. 결국 식민지배는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동시에 해체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과거"… 수십 년 지속되는 '지연 효과' 이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개념은 '지연 효과(time-lag)'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식민지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위협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생태계와 문화 시스템이 한 번 붕괴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에 담긴 전통 지식도 함께 사라지며, 멸종된 종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또한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 역시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경로를 따라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과거의 인간 활동이 현재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례: 식민지배가 남긴 생태와 언어의 상처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전 지구적 통계 분석을 수행했지만, 유럽 식민주의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한국의 역사에도 그래도 적용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동일한 역사적 인식과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식민 지배라는 대규모 사회·정치적 사건이 지배 주체와 상관없이 생태계와 문화에 장기적인 지연 효과를 남긴다는 연구의 핵심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는 대규모 생태 파괴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호랑이의 박멸이다. 일본 제국은 '유해조수 구제'라는 명목으로 포획 보상금을 지급하고 군경과 사냥꾼을 동원해 조직적인 사냥을 벌였다. 그 결과 조선호랑이는 20세기 중반 사실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산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총독부와 일본 학계는 '연구'와 '개발'을 명분으로 백두대간 일대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30년 이상 체계적으로 벌목했다. 이는 단순한 산림 이용을 넘어, 식민지 경제 구조에 맞춘 자원 수탈이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억압도 심각했다. 창씨개명 정책을 통해 한국인의 이름이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뀌었고, 학교와 공공 영역에서는 한국어 사용이 금지됐다. 이는 언어 다양성 억압의 전형적인 사례로, 연구에서 지적된 식민지 동화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21세기엔 다국적 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의 마르셀 야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지난해 5월 '글로벌 환경 저널(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환경 갈등을 유발하는 100여 개의 글로벌 대기업, 이른바 '슈퍼갈등기업(superconflictive companies)'을 고발했다. 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세계 최대 환경 갈등 데이터베이스인 '환경정의 아틀라스 세계지도 (Global Atlas of Environmental Justice, EJAtlas)'의 데이터를 활용해, 총 3388건의 환경 분쟁과 함께 이에 연루된 5589개 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2%에 불과한 104개 기업이 전체 갈등의 무려 20%에 연루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금·은·리튬 등의 광물과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채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 세계 환경 갈등 가운데 5분의 1을 이들 100여 개 다국적 기업이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다국적 기업과 거대 자본이 중저소득 국가에 진출해 자원을 개발하는 방식은 과거 식민지배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광산 개발, 플랜테이션 농업,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은 열대우림과 자연 서식지를 빠르게 농지와 산업용지로 전환시키며,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개발이 현지 생계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위한 수출 구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 식민지 시기의 원자재 수탈 경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식민지배가 정치·군사적 강제에 기반했다면, 오늘날은 시장과 투자, 고용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통해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인한 공동체 해체와 도시화, 노동 이동은 소수 언어의 약화를 불러오는 간접적 효과까지 낳고 있어, 현대의 자원 개발 역시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 다양성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생태와 문화는 하나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의 연구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특히 토착 공동체가 관리하는 지역은 전 세계 육지의 약 30%를 차지하며, 보호구역의 최소 40%가 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생태계 보전과 문화 보전이 동일한 기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종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 자체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 연구진은 향후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토지 및 자원 관리권을 강화할 것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교육과 정책을 펼칠 것 △집약 농업과 무분별한 도시화를 제한할 것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과 언어 보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고려하는 정책 설계다. 식민지배와 같은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위기를 만든 만큼, 이를 무시한 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결국 식민지배는 끝난 역사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라져가는 언어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은 그 흔적을 지금도 증언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정부 부처, 탄소중립법 초기에 가파른 감축목표 명시 반대 의견

정부 부처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초기에 더 빠르게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명시하지 말 것을 국회에 의견으로 제출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향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에 5년마다 강력한 NDC를 규정할 경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위법 소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재정경제부는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탄소중립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선형 감축이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35년에는 2018년 대비 53%, 2040년 69%, 2045년 84%를 감축하게 된다. 이를 하한선으로 설정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추가 감축이 가능할 경우 시행령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요 입장이다. 실제로 현행 탄소중립법에는 2030년 NDC를 3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는 이를 40%로 상향해 적용하고 있다. 다만 산업부, 기획재정부, 재정경제부는 기후부보다 더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후부는 선형 감축을 하한선으로 두고 구체적인 목표는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산업부 등은 선형 감축 외에도 후반부에 감축을 집중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회 기후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3일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2024년 8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 포함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가 빠져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035년 NDC를 65% 이상, 2040년에는 85% 이상으로 명시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NDC를 설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부처와 국민의힘이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제시하나 민주당은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 국민숙의단 결과를 근거로 초기에 감축을 강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발표된 조사에서 국민숙의단의 77.9%는 2031~2050년 기간 동안 초기에 감축을 더 가파르게 하는 경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후특위 활동이 다음달 말 종료되는 만큼,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스토니아, 겨울 전력가격 급등 우려…韓과 협력해 ‘수출국 전환’

중동 사태로 겨울철 전력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에스토니아가 한국과 협력을 통해 전력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과 에스토니아 기업청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관계자들과 관련 기업 6개사가 사절단 형식으로 방한해 참석했다. 사절단에는 에스토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스트 에네르기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기업 '스켈레톤 테크놀로지' 등 6개사가 포함됐다. 스켈레톤 테크놀로지는 효성중공업과 협력해 ESS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e-스태콤(STATCOM)'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에스토니아가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전력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북유럽의 소국인 에스토니아는 현재 상당량의 전력을 주변 국가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마리아 베르톤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부서장은 “에스토니아는 전체 전력 소비의 4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추가 투자를 통해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전력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겨울철에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겨울철에는 풍력발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가스가격 상승이 재현될 경우, 겨울철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녹색 전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태양광 1.2GW, 풍력 0.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2035년까지 태양광 1.6GW, 풍력 1.8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도 1.5GW 규모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마리 리스 쿠파 에스토니아 기업청 이사회 임원은 “에스토니아는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회복력 있는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있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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