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육성 산업’이자 ‘집중관리 갈등 과제’…두 목소리 내는 기후부

기후와 환경, 에너지를 한 부처에 모으면 정책도 조화를 이루면서 한 방향으로 움직일까.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최근 펴낸 '2025 기후에너지환경백서'를 들여다보면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존 환경 부문의 기후·환경 정책과 에너지 부문의 전력·산업 정책이 '백서'라는 한 책에 담기면서 서로 다른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늘리기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다른 쪽에서는 국토의 30%를 보호·보전하겠다고 한다. 극한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신규 댐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하천 자연성 회복과 4대강 재자연화를 검토한다.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육성하겠다는 정책도 제시했지만, 원전 계속 운전은 정부가 특별히 관리해야 할 '집중관리 갈등과제'로 분류했다. 1095쪽에 이르는 백서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런 '정책의 접합선'은 새 통합인 기후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100GW와 '국토 30% 보호'의 충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의 긴장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기가와트)로 확대하고 태양광·풍력 보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태양광·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려는 것도 발전시설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다(백서 249쪽, 254쪽). 그러나 환경 정책은 반대 방향의 목표도 제시한다. 정부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따라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보전하는 '30×30'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614쪽). 습지를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한편 백두대간 등 핵심 생태축의 연결성도 지켜야 한다(619쪽).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땅은 확보해야 하는데, 개발하지 않고 보존해야 할 땅도 늘려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산업단지와 공장 지붕, 주차장 등 이미 개발된 공간을 활용하고 계획입지를 통해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100GW라는 대규모 목표를 추진하면서 이런 원칙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해상풍력과 전력망…탄소중립 두고 갈등 재생에너지의 하나인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도 새로운 환경갈등이 발생한다. 정부는 해상풍력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조업 구역 축소와 어획량 감소를 우려하는 어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280쪽).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조성이 해양 생태계 건강성 유지라는 환경 정책의 목표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따져봐야 한다(550쪽). 에너지 부서는 해상풍력을 '무탄소 전원'으로 바라보지만, 환경 부서는 이를 '대규모 해양 개발사업'으로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망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려 한다(895쪽). 그러나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는 경과 지역 지자체와 주민의 반발이 발생하고, 입지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895쪽). 국가 전체의 탄소중립을 위해 특정 지역이 환경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환경정의' 문제도 제기된다. 주민의 쾌적한 환경권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848쪽)과 전력망의 신속한 확충 사이에서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원전은 육성하면서 '집중관리 갈등과제' 원전 정책에서는 통합 부처의 긴장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백서는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과 SMR 기술 확보, 원전 수출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다(10쪽, 298쪽).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갈등관리 분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계속 운전'을 정부의 '집중관리 갈등과제'로 분류했다(894쪽). 한 부서에서는 원전을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대규모 사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관리 대상으로 보는 셈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있다. 원전 계속 운전이 늘어날수록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저장 부담도 커진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상호 간의 양보가 전제돼야 하고, 공정한 중재도 필요하다. 원전 진흥을 강조하는 기후부, 그래서 갈등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기후부가 중재를 맡을 경우 갈등이 풀리기 쉽지 않다. 같은 기후부 안에서 한쪽은 원전 산업 확대를 추진하고, 다른 한쪽은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면 정책의 긴장과 충돌은 결국 부처 내부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후부 스스로가 원전 활용에 따른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에너지 정책 속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전력 수요는 급증, 석탄발전 40기는 폐지 전력 수급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 사이의 긴장도 뚜렷하다. AI와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 때 전력 부족을 막기 위해 정부는 5.5GW 이상의 안정적인 예비력 확보를 얘기하고 있다(220쪽). 극한 기상 현상 시에는 전력 수요가 예측치를 상회하므로, 수급 안정을 위해 화석연료 기반 발전기(석탄, 가스 등)를 최대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강화하고 석탄발전소 40기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245쪽). 탄소 중립을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다. 이는 전기는 더 많이 필요한데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소는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태양광과 풍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유연성 전원, 수요반응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전력 부서는 '정전을 막아야 한다'고 하고 기후 부서는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책 성공은 석탄발전 폐지와 대체 전원·전력망 확충의 시간표를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에 달려있다. ◇신규 댐 짓고, 강은 다시 자연으로? 물 정책에서도 서로 다른 철학이 공존한다. 정부는 기후위기로 극한 홍수와 가뭄이 심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4개 신규 댐 후보지를 발표하는 등 '물그릇'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895쪽). 반면 백서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검토와 하천 자연성 회복도 강조한다. 4대강 재자연화 검토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895쪽), 지류·지천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해 자연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댐은 강의 흐름을 막고 상·하류 생태계를 단절할 수 있다. 반대로 하천 재자연화는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생태적 연결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백서가 강조하는 생태계 건강성 회복이라는 목표(11쪽)와도 맞닿아 있다. '물을 더 가두겠다'는 정책과 '강을 다시 흐르게 하겠다'는 정책이 한 백서에 함께 담긴 셈이다. 이런 충돌은 이전에 환경부 때도 있었고, 두 정책이 반드시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신규 댐에 앞서 기존 댐 운영 개선과 유역 간 연계, 누수 저감, 물 재이용 등 대안을 얼마나 검토했는지가 중요하다. 신규 구조물(댐) 건설을 최후의 수단으로 둘 것인지가 정책의 일관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물 정책에서는 지역 간 이해 충돌도 나타난다. 정부는 낙동강 유역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수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과 안동댐 물을 활용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등이 대표적이다(480쪽). 그러나 취수 지역 주민과 일부 지자체는 추가 취수에 따른 물 이용 장애와 본류 수질 악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480쪽). 물을 공급받는 지역에서는 '안전한 먹는 물 확보' 문제지만 물을 내주는 지역에서는 '지역의 수자원 권리' 문제다. 통합 물관리를 강조하는 정부가 수량과 수질, 수생태뿐 아니라 지역 간 물 배분 갈등까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포장 규제는 강화, 시행은 2년 유예 자원순환 정책에서도 환경 규제와 산업 현장의 현실 사이에 긴장이 나타난다. 정부는 택배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포장 기준을 신설하고 2024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895쪽). 과대 포장을 줄여 폐기물 발생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제품과 물류 환경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행 부담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현장 여건을 고려해 2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895쪽). 환경 정책의 관점에서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과 적용 가능성, 기업의 규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백서 역시 다른 한편에서 기업 불편 해소와 규제 합리화를 강조하고 있다(1052쪽). 규제를 강화하면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현장 수용성을 고려해 시행을 늦추면 환경 정책의 효과는 그만큼 늦어진다. 기후·환경 정책과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 역시 통합 부처가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는 충돌이 아니라 '조정의 원칙' '2025 기후에너지환경백서'는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을 한 책에 담았다. 통합 부처의 청사진인 동시에 아직 봉합되지 않은 정책의 접합선을 보여주는 문서이기도 하다. 백서에서 나타나는 정책 간 긴장과 충돌을 모두 모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 충돌 자체가 아니다. 두 정책이 부딪힐 때 어느 가치를 우선하고 어떤 기준으로 절충할 것인지가 명확하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입지와 보호지역이 겹칠 때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신규 댐과 하천 복원 가운데 어떤 대안을 먼저 검토할 것인가, 석탄발전 폐지 속도와 전력망·ESS 확충 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기후부 출범이 갖는 의미는 기존 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한 조직에 모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과거 환경 부처와 개발·에너지 부처 사이에서 벌어졌던 충돌이 이제 한 부처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할 것인가, 보전할 것인가',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 탄소를 줄일 것인가'라는 오래된 갈등을 더 이상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해결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후부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정책으로 조율하는 일이다. 백서는 정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관 협의체와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894~896쪽). 이런 외부 조직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기후부 내 의견 교환과 소통이 중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먹고 마시고 숨 쉬고, 피부로도”…인간 몸 파고드는 미세·나노플라스틱

사람의 뇌 속에 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 음식과 물로 먹고 공기로 들이마시는 데 이어 피부를 통한 나노플라스틱 노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보건과학센터 약학대학 매튜 J. 캠펜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철 카슨 홀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뇌 침투와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의과, 분당서울대병원, 한국뇌연구원, 한국분석과학연구소가 공동 주관하고 환경재단이 후원했다. 캠펜 교수는 사람의 뇌에서 간이나 신장보다 훨씬 많은 미세·나노플라스틱을 검출해 주목받은 연구자다. 그의 연구는 플라스틱 오염이 바다와 토양을 넘어 인간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환경보건 문제임을 보여준다. ◇뇌 1g당 플라스틱 약 5000㎍…8년 새 50% 증가 이날 강연에서 캠펜 교수는 지난해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던 '사망자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생물축적'이란 제목의 논문을 중심으로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부검 대상자의 뇌와 간,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뇌의 미세·나노플라스틱 농도는 다른 장기보다 7~30배 높았다"면서 “2024년 뇌 시료의 농도 중앙값은 조직 1g당 4917㎍(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이었다"고 밝혔다. 2016년과 2024년 시료를 비교했더니 뇌 속 플라스틱 농도는 약 50% 증가했다. 대부분 나노 크기의 파편이었고 비닐봉지와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가장 많았다.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았다. 다만 캠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치매의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플라스틱이 신경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인지, 질병으로 혈액뇌장벽과 노폐물 제거 기능이 약해진 뇌에 플라스틱이 더 쉽게 쌓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캠펜 교수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캠펜 교수의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뇌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2016년에서 2024년 사이 뇌 속 플라스틱 농도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캠펜 교수는 1966년에 채집한 캥거루쥐 시료(박물관 보관)와 2025년에 채집한 시료를 비교한 결과도 소개했다. 1966년에 채집한 시료의 뇌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2025년 시료에서는 다량 검출됐다. 캠펜 교수는 “인간이 배출한 플라스틱이 자연계에서 수십 년 동안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 다음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 84%에서 미세플라스틱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심장으로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액에서도 확인됐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과 로마 사피엔차대학 등 국제 연구팀은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관상동맥 질환과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에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19명, 만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20명, 정상 관상동맥 대조군 22명이 참여했다. 분석 결과,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84.2%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만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는 40%, 대조군은 31.8%였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플라스틱 종류도 더 다양했다. 검출된 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에틸렌이 가장 흔했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의 97%에서 확인됐다. 같은 환자에서는 말초 혈액과 관상동맥 혈액에서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이 검출됐지만 농도는 관상동맥 혈액에서 더 높았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염증을 나타내는 인터루킨-6(IL-6)와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농도가 높았다. 관상동맥 혈액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 역시 이들 염증 지표가 더 높게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흡연도 관련성이 관찰됐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시술 당일과 이전 2년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됐고, 흡연자와 PM2.5 농도 ㎥당 15㎍ 초과 지역 노출자에게서 미세·나노플라스틱 검출 빈도가 높았다. 다만 여러 변수를 함께 분석했을 때 미세·나노플라스틱 검출의 독립적인 예측 요인은 흡연 경력이었다. 연구팀은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심근경색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관상동맥 혈액에서 플라스틱 부담이 크고 염증 지표, PM2.5 노출, 흡연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서 환경 노출과 관상동맥 질환의 연관성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땀이 나노플라스틱 피부 침투 좌우 최근에는 피부도 새로운 노출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난카이대와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미국화학회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인간의 땀이 매개하는 나노플라스틱 응집과 피부 노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폴리에틸렌 나노플라스틱이 피부에 닿아 땀과 만났을 때 입자가 뭉치는 정도에 따라 피부 침투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과 머신러닝 분석 결과 입자 농도와 광노화, 땀 속 유기성분이 나노플라스틱 응집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나노플라스틱 농도가 높으면 입자끼리 뭉쳐 피부 침투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면 햇빛에 노출돼 광노화된 플라스틱은 더 잘 분산돼 모낭과 땀샘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상되는 침투 경로는 모낭, 땀샘, 피부 각질층 순이었다. 연구팀은 광노화되지 않은 나노플라스틱만 연구한 기존 연구가 실제 피부 침투 위험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땀의 성분도 영향을 미쳤다. 젖산과 요소는 나노플라스틱이 뭉치는 것을 억제해 입자를 잘 퍼지게 했고 모낭과 땀샘을 통한 침투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진의 모델에서는 여성과 과체중인 사람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침투 가능성이 예측됐다. 신체 부위별로는 몸통이 얼굴이나 손보다 침투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이는 실제 사람의 피부에서 나노플라스틱 침투량을 측정한 임상 연구가 아니라 실험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침투 가능성'을 예측한 연구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씻는 것만으로 해결 안 돼…발생원 줄여야 최근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여러 경로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데 이어 혈액을 타고 이동하고 피부를 통한 노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땀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땀을 많이 흘린 뒤 피부를 신속히 씻을 것을 권고했다. 화장품과 스포츠 의류의 나노플라스틱 관리 기준, 생활하수 처리 대책도 제안했다. 그러나 개인이 피부를 씻고 플라스틱 용기를 덜 쓰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화장품과 섬유, 타이어 마모, 플라스틱 포장재 등 주요 발생원을 관리하고 식품·음용수·공기와 인체 조직의 미세·나노플라스틱 표준 분석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과학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플라스틱이 사람 몸에 들어오는가'에서 '이미 들어온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노들섬 326그루 벌목, ‘생태 복원’인가 ‘개발용 백지 만들기’인가

서울시가 노들섬 벌목을 '생태숲 재구조화'라 해명했지만, 이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가리기 위한 '생태의 탈을 쓴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NC타임즈에 따르면 서울시가 노들섬 수목 637그루 중 326그루를 베어내는 사업을 '벌목이 아니라 생태숲 재구조화'라고 해명했다. 5월 15일자 설명자료의 표현이다. 아까시나무·양버즘나무가 80% 우점한 숲을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느냐, 자생종 낙엽수로 교체하여 양서류에게 더 좋은 숲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구도에서 벌목에 반대하는 시민은 자동으로 생태학을 모르는 감성적 대중이 된다. 벌목을 집행하는 행정은 진짜 생태주의자의 자리에 앉는다. 무언가 거꾸로 뒤집혀 있다. 먼저 짚을 것은, “외래종을 제거하면 생태계가 복원된다"는 명제가 더 이상 학문적으로 자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토종/외래종 이분법에 기댄 1990년대 보전생태학 교본은 지난 20년간 국제 학계에서 꾸준히 도전받아왔다. 재조합 생태계(novel ecosystems) 개념이 보여주듯, 인간이 변형한 토양·기후·종 구성 위에서 형성된 새로운 생태계는 원형으로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되돌리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며 그 자체로 기능적 가치를 갖는다. '토착'의 시간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는 결국 정치적 선택이다. 다음으로, 노들섬의 아까시나무와 양버즘나무는 행정이 누락한 일을 하고 있다. 국내 꿀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까시나무 한 종에 의존한다. 농촌진흥청과 양봉업계가 거듭 경고하는 사실이다. 도심 아까시나무는 단순한 외래종 잡목이 아니라 5월 한 달간 도시의 수분매개 곤충 수만 마리를 먹여 살리는 거대한 꽃-곤충 관계망이다. 양버즘나무 한 그루는 산림청 발표 기준 하루 평균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정도의 증산 효과를 낸다. 잎은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큰 수관은 한강을 횡단하는 도심 야생조류의 디딤돌이 된다. 서울시 설명자료에는 이 사실들이 통째로 빠져 있다. 또한 두 수종의 우점은 비정상이 아니라 도시생태계의 자연사다. 노들섬은 일제강점기 모래섬 위에 인공섬이 얹히고, 그 위에 식생이 누적된 공간이다. 아까시나무와 양버즘나무의 우점은 그 섬이 100년에 걸쳐 만들어낸 생태사의 결과물이다. 이를 “비정상이니 재구조화한다"는 논리는, 100년의 도시생태사를 행정의 백지에 다시 그리겠다는 선언이다. 핵심은 학설 다툼이 아니다. '건강한 숲'의 정의 권한을 누가 갖는가가 문제다. 외래종 우점은 비정상이고, 비정상이니 재구조화가 필요하고, 326그루 벌목은 어쩔 수 없다는 정의의 연쇄. 이 연쇄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보라. 4,4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의 마찰이 매끈하게 줄어든다.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공중정원이 박힐 자리가 '어차피 베어야 했던 외래종 자리'가 된다. 시민의 우려는 '생태학적 무지'로 분류되어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난다. '외래종 정비'는 노들섬에서 생태의 언어를 빌린 개발의 알리바이로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 벌목은 아직 끝난 일이 아니다. 대규모 벌목을 수반하는 공중정원 공사는 실시설계를 거쳐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고, 지금 베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빠져 있다. 노들섬에 이미 살고 있는 자들의 자리다. 5월 아까시나무에 찾아오는 꿀벌, 양버즘나무에 둥지 짓고 먹이활동 하는 오색딱따구리, 2007년부터 그 섬에 살아온 멸종위기종 맹꽁이 수백 마리. 이들은 노들섬의 거주자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는 이 맹꽁이들을 동쪽 숲에 새로 조성한 임시 습지로 옮기려 하고 있다. 원래 살던 자리가 아니라 행정이 지정한 자리로. 상반기 안에 환경 당국과 협의를 마치고 이주를 집행한 뒤 3년간 정착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양서류에게 더 좋은 숲"을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의해서 강요할 권한은 어디서 나오는가. 꿀벌에게 더 좋은 숲은 매년 5월 꿀이 흐르는 아까시나무 숲일 수 있다. 새들에게는 30년 묵은 양버즘나무 수관일 수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생태'라는 말이 개발의 언어로 흡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강 르네상스 2.0의 핵심 사업은 '글로벌 예술섬'이 되고, 326그루 벌목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정'이 된다. 벌목 반대는 무지가 아니다. 노들섬에 100년 동안 누적된 도시 생태사, 그 위에 살아온 여러 종의 거주자들, 그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을 행정의 백지로 되돌리지 말라는 요구다. 도시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이 초대하지 않았어도 이미 여러 종이 함께 살아가는 서식지 — 다종도시(多種都市)다. 노들섬의 외래종을 베어내기 전에, 우리는 '외래종'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먼저 따져 물어야 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생태 보전” 외치던 글로벌 대기업… 구체적 계획은 10곳 중 1곳뿐

전 세계 식량과 광물, 에너지 공급망을 쥐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잇따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이 중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갖춘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NC타임즈에 따르면 식량과 광물, 에너지 등 세계 자원의 생산과 교역을 좌우하면서 지구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를 따질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은 기업은 10곳 중 1곳 남짓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와 레버훌름 자연회복센터의 이소벨 호킨스 연구원, 소푸스 주 에름가센 교수 등이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솔루션센터, 스웨덴 스톡홀름 회복탄력성센터 연구진과 공동 수행한 연구 결과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원 어스(One Earth)'에 '지구 핵심 기업의 생물다양성 약속 평가(Evaluating the biodiversity commitments of Earth's keystone corporations)'라는 제목으로 최근 공개됐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종에서 180개 '핵심 기업(keystone corporations)'을 골랐다. 동물의약품과 바나나·코코아·커피·대두·팜유 등 농산물, 종자·비료·농약, 연어 양식, 제지·펄프, 광업, 석유·가스, 시멘트 기업 등이 대상이다. 108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로 토지와 해양을 이용하거나 농업 원료·광물·화석연료 등 자연자원을 직접 생산·채취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업종은 소수 기업이 세계 생산량과 시장, 자원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지배한다. 그만큼 몇몇 기업의 경영 방침이 전 세계 산림과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이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 연차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79%인 143개 기업이 모두 637건의 생물다양성 관련 약속을 제시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대상과 적용 범위, 환경 압력, 목표 시한, 기준선, 측정 방법, 정량 목표, 이행 실적 등 8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견고한 약속'이 하나라도 있는 기업은 23곳, 전체의 13%에 그쳤다. 생물다양성을 언급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상당수 약속은 '생물다양성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거나 '자연 손실을 줄이겠다'는 식이었다. 무엇을, 어디에서, 언제까지 줄일 것인지, 어떤 지표로 성과를 평가할 것인지가 빠져 제3자가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수준의 공시로는 기업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8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기업을 살펴보면 농산물과 산림 관련 기업이 두드러졌다. 대두 분야에서는 미국 ADM과 카길, 번지 글로벌, 브라질 아마기, 루이 드레퓌스 등이 포함됐다. 코코아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코코아 가공업체인 배리 칼레보를 비롯해 ECOM Agroindustrial과 투통 등이 이름을 올렸다. 팜유 분야에서는 AAK, 메와 인터내셔널, 무심 마스, 시므 다비 거스리, 윌마르 등 5곳이 견고한 약속을 제시했다. 제지·펄프에서는 인터내셔널 페이퍼와 브라질 수자노, 연어 양식에서는 노르웨이 레뢰이 시푸드와 모위가 포함됐다. 네슬레는 커피 분야에서 이름을 올렸다. 자원 채굴 기업 중에서는 글렌코어와 킨로스 골드, 쿰바 아이언 오어, 발레 등 4곳이 기준을 충족했다. 석유·가스 업종에서는 셸이 유일했다. 연구진은 농업 분야 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에 주목했다. 산림 파괴 여부나 공급망 추적률은 다른 생물다양성 영향보다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쉽고, 코코아·팜유 업종에서는 산업 공동 이니셔티브와 인증 체계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견고한 약속을 제시한 코코아 기업들은 '코코아·산림 이니셔티브'에, 팜유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팜유 협의체(RSPO)에 참여하고 있었다. 산림 파괴 없는 공급망 비율이나 농장·플랜테이션 추적률처럼 비교적 측정 가능한 지표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EU)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처럼 공급망의 산림 훼손 여부를 추적하도록 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동물의약품과 석유·가스 업종은 뒤처졌다. 세계 시장의 81%를 차지하는 동물의약품 기업 10곳 가운데 절반은 생물다양성 약속 자체가 없었다. 석유·가스 분야에서는 9개 기업이 관련 약속을 내놓지 않았고 이 가운데 7곳은 분석할 공개 보고서조차 없었다. 비료 업종도 주요 기업의 70%가 약속을 내놨지만 8개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자발적 공시에만 맡겨서는 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사 대상 보고서 가운데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지침을 언급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견고한 약속을 제시한 기업에서도 9%에 그쳤다. 이에 따라 TNFD와 과학기반목표네트워크(SBTN) 같은 체계의 확산과 함께 생물다양성 영향·의존성에 대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공시하지 않거나 생물다양성 활동을 과장하는 기업에는 제재를 두고, 증권거래소 상장 요건과 금융기관의 투자·대출 기준에 생물다양성 공시와 목표 설정을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학계와 기업이 협력해 업종별 지표와 기준선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연구진은 “핵심 기업들은 생물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글로벌 생산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며 “보다 명확하고, 잠재적으로는 의무적인 공시 기준과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자연자본시대(https://www.nctimes.co.kr)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환경소식] “여름방학엔 숲으로” 스마트폰 내려놓고 숲속 탐험대 변신!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여름방학을 맞아 아동·청소년 동반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7~8월 동안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야간 곤충 탐사(상당산성·산음 등), 여름철 별자리 관찰(낙안민속·중미산), 숲 생태 및 탄소중립 교육(덕유산·대관령 등) 등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전통 산촌문화 체험(백운산 등), 친환경 농산물 수확(검봉산), 야생화 화분 만들기(검마산) 등 각 휴양림의 특색을 살린 이색 체험도 함께 진행된다. 김일숙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푸른 자연 속에서 쉬며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센터가 지난 15일 유엔총회의 국제사법재판소(ICJ) 기후변화 권고적 의견 지지 결의 채택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영향과 대응 과제를 다루는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김종민 외교부 심의관은 “이번 결의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사회의 기후행동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상징성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로 국가의 기후대응 의무가 구체화돼 국내 입법과 기후소송의 기준이 될 수 있으며 기업들도 ESG를 넘어 경영 전반에서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기업 대상 기후소송과 법적 책임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산업 경쟁력을 지킬 지원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헌재·시민 패싱 논란…기후단체 “탄중법 걸림돌은 정부·야당·산업계”

제헌절을 앞두고 기후·시민단체들이 국회를 향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 산업계가 탄소중립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국회는 법 개정 시한을 5개월이나 넘기도록 입법을 완료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론화 결과를 폄훼하며 감축 목표를 후퇴시킬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김소희·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감축 의무 완화를 요구한 기획예산처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미래 세대에 감축 부담을 미루는 경로를 건의한 경제6단체를 지적하며 이들이 '헌재 결정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선형경로를 넘기 어렵다며 한계를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난 행태라고 꼬집었다.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선택적 권고가 아닌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의무"라며 국회가 산업계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기 감축 경로를 법안에 명시해 즉각 탄소중립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는 국회 파행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상임위 배정을 두고 여야 대치 속에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으며, 이로 인해 다음 달 31일 활동 기한 종료를 앞둔 기후특위의 탄중법 개정 논의는 또다시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연휴날씨] 전국 ‘물폭탄’ 예고… 무더위 속 집중호우 대비해야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동안 전국에 거센 비가 내리겠고, 비가 그친 곳은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라 서해안에 시간당 최고 50㎜의 집중호우가 예고돼 연휴 나들이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금요일인 17일 충청권과 남부지방,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특히 이날 새벽부터 아침 사이 전남과 전북 서해안에는 시간당 강한 비와 함께 최고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대전·세종·충남, 충북 남부 20~60㎜, 전북,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30~80㎜, 대구·경북 20~60㎜, 제주도 5~30㎜다. 토요일인 18일 새벽부터는 비가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최근 서해안의 바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급증해 비구름이 더욱 강력하게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8일 새벽~아침 사이 수도권에는 시간당 20~30㎜, 충남권 북부에는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집중되겠다. 이어 아침~오전 사이에는 강원중·남부 내륙·산지와 충북 북부에 시간당 30~50㎜, 경북 북부에는 시간당 20~30㎜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미 이달 들어 수도권과 충청권에 300~35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라며 “연휴 기간 계곡이나 하천변 야영을 자제하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원 산지·동해안과 경상권, 제주도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17일 최고 체감온도는 31℃(경북권·강원동해안 35℃, 경남권 33℃) 안팎으로 올라 무덥겠다. 17일 전국 최저기온은 21~25℃, 최고기온은 27~33℃, 18일 최저기온은 20~25℃, 최고기온은 25~30℃로 예보됐다. 일요일인 19일 최저기온은 20~25℃, 최고기온은 25~31℃를 보이겠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육성법이 규제법 돼선 안 돼”...기후테크 특별법 향한 업계 ‘쓴소리’

기후위기 대응과 신산업 동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 제정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산업 현장으로부터 “정부 주도의 획일적 지원과 평가는 오히려 산업을 망치는 독배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보수 기후 환경 네트워크와 관련 협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 제정 방향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발의안들의 규제적 한계를 지적하며 '시장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 제정안(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정 의원안)은 기후테크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과 전담기관 지정, 국가 차원의 '기후 가치 평가' 도입, 그리고 사업화 자금 지원 및 규제 샌드박스 적용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법안에 포함된 정부 주도의 기후 가치 평가와 기업 감사 권한 등이 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새로운 '규제 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투자 업계에서 나왔다. 김경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게 대우받거나 지원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보다 '성장성이 있어 돈이 되는지'가 1순위"라고 꼬집었다. 김 상무는 특히 법안에 담긴 '기후 가치 평가'에 대해 “투자를 받기 위해 국가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면 이는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할 기업들이 국내 평가 체계에 갇히면 해외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스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지원을 매개로 인위적인 등급을 매기기 시작하면 기후테크가 자생력을 잃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공공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다. 구태언 법무법인(유) 린 변호사 역시 “진흥법이라는 이름으로 규제가 선행되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며 “평가와 인증 제도가 법제화되는 순간 고인 물이 생기고 신기술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업계는 정부가 기업을 직접 평가하고 인증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축적한 기후 성과 평가 방법론과 가이드라인을 민간에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김종규 한국기후테크협회 회장은 “정부가 점수를 매겨 통제하기보다 관련 연구 내용을 전부 공개해 주면, 민간 투자사(VC)가 필요에 따라 자율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범수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기술과 과장은 “기후 가치 평가는 기업을 규제하거나 줄 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시장에서 투자 유치 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도록 참고 '레퍼런스'를 제공하려던 것"이라며 “지적된 우려를 적극 수렴해 평가 방법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 자율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설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간담회의 좌장을 맡은 김소희 의원은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민간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대안 법안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8월 초에 발의해 여야 통합 심사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술 정의 확장, 실증 특례 기간 연장(최대 6년), 의무 평가 제도의 자율 가이드라인 전환 등을 대안 법안에 적극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환경소식] 빛으로 빚어낸 날씨의 색깔…국립기상박물관 특별 기획전 열려

기상청 국립기상박물관이 이달 15일부터 오는 12월 6일까지 일상 속 빛의 현상을 다룬 “오늘은 무슨 빛깔?"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사·일조 관측자료를 활용한 예술작품과 역사적 관측 기록물 등 18건의 자료를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대기의 빛, 빛의 깔, 빛의 향연 등 3개 주제로 구성돼 관람객이 무지개와 윤슬 등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이번 전시는 인간의 생존과 더불어 정서를 좌우하는 빛이 일상을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롭게 채워왔는지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늘 곁에 있던 빛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환경재단과 GS리테일이 기후위기 취약계층인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돕기 위해 총 6000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온기창고 1·2호점에 지원한다. 양 기관은 조리 시설이 열악한 쪽방촌 환경을 고려해 삼계탕 밀키트와 즉석밥, 국·탕류 등 보관과 조리가 쉬운 간편식 위주로 물품을 구성했다. 이번 나눔은 초복과 말복(오는 8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돈의동 온기창고 2호점과 동자동 온기창고 1호점에 각각 전달된다. 환경재단 백재욱 부장은 “폭염은 냉방이 어려운 쪽방촌 주민들에게 큰 부담인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번 나눔이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일회용품 감량 자발적협약 체결 23개 업체(379개 매장)를 대상으로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매장 내 다회용컵만 사용하는 곳은 88.7%로 높았으나, 빨대를 항상 비치해두는 매장이 절반 이상(50.7%)을 차지해 빨대 감량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크아웃 시 텀블러 사용률 역시 3.2%에 불과했으며 매장의 81.8%는 텀블러 할인 혜택을 홍보하지 않았고 일부 매장은 본사의 인센티브 제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이행 모니터링을 통한 우수업체 인센티브 제공과 비협조적 업체에 대한 페널티 및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기후특위도 멈춰…국힘 불참에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 무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회의가 무산됐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 다시 미뤄지면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기후특위 전체회의에는 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 반발해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의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기후특위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후특위는 당초 이날 회의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논의해왔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 5월 말 활동 기한이 종료됐다. 이후 국회는 특위 활동 기한을 오는 8월 31일까지 연장하며 입법 논의를 이어갈 시간을 확보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과제다. 헌재는 지난 2024년 9월 현행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에 올해 2월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개정 시한을 넘긴 상태다. 이날 회의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이호현 기후부 2차관도 참석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기후특위 활동 시한은 오는 8월 31일까지다. 여야가 조속히 특위 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헌재가 요구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작업도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호 기후특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기후재난이 점점 빈발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에게 조속한 특위 활동 복귀를 요청드리며 남은 기간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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