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과 산불 연기에 동시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대에는 매년 평균 10억명 이상이 두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보다 연평균 약 2억8700만명 늘어난 규모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산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까지 겹치면서 건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모나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중국 베이징대와 충칭대, 호주 퀸즐랜드공대·태즈메이니아대 등 여러 기관 연구자들과 함께 2000~2019년 전 세계 기온·산불 오염·인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폭염은 토양과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발생과 확산을 촉진한다. 산불은 열과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하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난화를 심화할 수 있다. 폭염과 산불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위험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 등 오염물질은 폭염과 함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두 위험의 동시 노출이 각각의 개별 영향보다 더 큰 건강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 노출 인구 증가분 70.5%는 위험 강도 심화 탓 연구진에 따르면 2000~2009년 폭염과 산불 오염에 동시에 노출된 인구는 연평균 약 7억6100만명이었지만, 2010~2019년에는 약 10억7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인구의 55.9%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동시 노출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도 2000년대 1.0일에서 2010년대 1.7일로 늘었다. 동시 노출 총인일(person-days)은 10년마다 약 55억 인일씩 증가했다. 이 가운데 70.5%는 동시 노출 강도 증가(폭염일수 혹은 산불 발생일수 증가 등) 때문이고, 29.5%는 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증가보다 폭염과 산불 오염이 겹치는 위험 자체의 심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는 의미다. ◇ 저개발국 주민, 노출 일수 더 많아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에 따른 격차도 컸다.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국가에서는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가 3.6일로 세계 평균인 1.3일을 크게 웃돌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4.4일에 달했다. 2010~2019년 국가별 1인당 연평균 노출 일수는 잠비아가 28.8일로 가장 많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4.3일, 말라위는 21.7일이었다.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들이 고온에 취약한 열대·아열대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농업 잔재물 소각과 산림 개간, 산불 관리 역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접근성과 재난 대응 자원이 부족한 점도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연구진은 “폭염과 산불 연기를 별개의 위험으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경보와 대기질 경보를 연계하고, 두 위험이 겹칠 때 취약계층에 통합적인 건강 보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방과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대피 공간을 확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00~2019년 자료를 바탕으로 동시 노출 규모와 추세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질병 발생이나 사망자 수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복합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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