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편리함 누려 위기 왔다면 이제 불편해도 습관 바꿔야”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편리함 누려 위기 왔다면 이제 불편해도 습관 바꿔야”

기후변화가 이제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재앙의 신호들이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누구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의 종말 같은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 터나 다름 없는 경제현장을 누비는 기업도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모두가 비상한 관심과 노력으로 힘을..

[집터뷰]“무주택 실수요자, 당장 집 사려면 이렇게 해라”

“수도권 아파트값은 단기간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내년에 분양될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물량을 노려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인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최근의 부동산 시장 동향과 내년 시장 전망을 고려해 제시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전략이다. 김 소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가 현재 부동산 시장을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05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7582건에서 8월 6427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거래 건수는 현재 3001건에 불과해, 3000건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설 전까지는 지금 같은 보합세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 매수자들도 이 호가를 따라갈 생각도 현재는 많지 않다. 또 정부는 규제 강화로 돌아섰고 한국은행도 쉽게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도 증가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선호하고 불확실성을 기피하는데 트럼프는 불확실성이 큰 인물이라 관망세를 부채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내년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상승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서울은 0.2%, 수도권은 0.1% 수준의 소폭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예상되는 추가금리 인하, 입주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입주물량 부족이 심각해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심리가 커지고 있고 내년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수요가 높은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경기에서는 과천, 수원, 분당, 남부권 핵심 입지에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25만3494가구로 추산된다. 올해 하반기 물량이 18만1948가구라는 점에서 내년 연간 입주할 물량은 올해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 입주 물량은 14만2462가구 정도인데, 2026년 상반기에는 9만8194가구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되는 고분양가도 집값을 밀어 올릴 주요 요인이다. 김 소장은 “신축 분양가는 주변 집값과 연동이 된다. 고분양가 아파트가 공급되면 주변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재 신축 수요가 높아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는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그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위험 관리책도 세워놔야 한다"며 “집값이 내려가도 5년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앞으로 신용대출 등은 자금 조달 계획에서 제외하고 주택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물량을 공략하라고 꼭 집어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서울 강남권 로또 청약 물량은 하늘에 별따기"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중에서 입지와 브랜드가 괜찮으면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집터뷰] “美 트럼프 당선, 韓 부동산시장엔 ‘먹구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등 불확실성을 높여 한국 부동산 시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도시와경제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전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1기 때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을 이유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이중 '부정적 영향'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트럼프 2기에 관세 부과나 무역 장벽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실현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도 안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 강세 현상,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우리나라도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부담이 커진다. 관세 인상, 반도체 등 제조업 리쇼어링(본토 회귀)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고용 불안정 등으로 이어져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안보 불안이나 외국인 투자 위축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송 대표는 최근 정부의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및 주택 5만호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매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교통망이 이미 확보된 지역이 선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공급 규모나 위치가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위치나 물량이 예상보다 적다. 공급 확대로 주택 가격을 낮추기에는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이 과열된 서울 주요 도심지역의 주택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또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연말까지 소폭의 하락 또는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거래량이 고점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매수자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소비자 심리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대출 여건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즉각적인 가격 상승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세시장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송 대표는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대규모 단지라도 서울 전체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과 수도권 내 전반적인 전세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입주물량이 부족하다"며 “전셋값 상승세가 완화되는 시점은 한동안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겐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했으나 아직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니 금리가 더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한가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 “11차 전기본 실망스러워”

“한국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은 10차 전기본보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높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는 지난달 3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곧 확정을 앞둔 11차 전기본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더클라이밋그룹은 글로벌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캠페인을 주관하는 영국의 비영리단체다. 클락슨 대표는 지난달 29~30일 열린 '2024 충청남도 탄소중립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지난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더클라이밋그룹이 주최하는 '클라이밋위크' 행사에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방문한 것에 화답한 셈이다. 11차 전기본 정부안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의 21.6%로 정했다. 이는 10차 전기본의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11차 전기본은 연내 혹은 내년 초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뒤처져 있다. 지난 2022년 RE100 관련 통계를 보면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최저치 평균이 13%였는데, 한국은 그보다 적은 8% 정도"라며 “게다가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서 더 빠르게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태양, 바람, 바이오 등 자연 에너지를 사용하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만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연료전지와 석탄가스복합발전(IGCC) 등이 포함된 신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묶어서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이 겪는 애로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이다.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 늘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이라며 “한국에서는 이격거리 등 여러 규제 떄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이는 제거해야 할 규제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자는 RE100 캠페인은 환경적으로는 환영받으나, 이 캠페인이 전기요금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 경제에 미칠 가장 큰 피해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전 세계 공급망 위기"라며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여력이 부족하다며 그 대안으로 원전과 수소를 포함하는 CF100 캠페인(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클락슨 대표는 CF100를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그는 “원자력은 가장 비싼 에너지원 중 하나다. 계속 원자력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해상풍력을 할 곳이 많다.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지만, 해외에서는 사고보험료, 주민수용성, 방사성폐기물 저장소 구축 비용 등이 추가돼 비싼 에너지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한 에너지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길거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거절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어떡하겠냐는 질문에는 80%가 동의했다"며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전기요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즉시 반영되지 않아 영국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력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전력시장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이끌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클락슨 대표는 “RE100이 각국에 전력시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력시장에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시장 공급자로서 전기요금을 낮추고 투자를 이끌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영국은 낮과 밤의 전기요금이 다르다. 전기차 충전을 (전력소비가 많지 않은) 밤에 충전하도록 유도하면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클락슨 대표는 끝으로 “한국은 석탄과 가스를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많이 수입해오지 않나.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RE100은 한국 경제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집터뷰] “철도지하화 관건은 사업성과 스케쥴링”

“지상 철도지하화 사업의 관건은 시간과 사업성이다. 제때 추진되면서 상부개발이익으로 막대한 지하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인근 카페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대표 건설·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영과 건축, 국제관계와 문화를 전공한 후 건정연에선 건설·부동산·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다수 지자체에서 정책 결정을 돕는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계의 '핫이슈'인 철도지하화 사업에 대해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내다봤다. 철도지하화 서업은 전국 주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긴 뒤 지상부 공간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마감한 국토교통부의 사업 제안 신청에 5개 광역지자체가 뛰어들었다. 5개 지자체의 제안 노선은 서울 경부선(연계노선 포함 34.7㎞)과 경원선(연계노선 포함 32.9㎞), 부산 경부선(11.7㎞), 인천·경기 합동 경인선(22.6㎞), 경기 경부선(12.4㎞)과 안산선(5.1㎞), 대전 대전조차장 및 대전역이다. 국토부는 12월 1차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수십조원의 일감을 기대하고 있고,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은 단절된 도로가 이어지고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는 '제2의 연트럴파크' 효과를 기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상 철도 지하화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실화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어마마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상부개발이익으로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후 공사비가 오르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투자자, 수요자 입장에선 변수가 아직은 너무 많아 단기적인 '호재'로 여길 수는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공공재원을 경전철 조기 완공 등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철도나 도로의 지하화도 좋지만 현재 서울에서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아직도 있다"며 “지지부진한 경전철을 지원해 서울 외곽이나 소외지역 교통망 확충도 우선순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대해선 서울 등을 중심으로 장기간 우상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일시적인 가격 조정과 수요-매매간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지만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고 “지난 정부 때 고공행진했던 수도권 집값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 차례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불안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엔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전면 폐지 같은 공급 확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에게는 선호입지 위주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집값이 오르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지·역세권, 직주근접성 등에 따라 선호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집터뷰]“서울 집값 계속↑…시기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의 전망이다. 최근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두고 '장기적 우상향' 주장과 '경색 및 대세 하락' 진단이 맞서고 있다.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인 서 교수는 이 가운데 '장기적 우상향' 진단에 손을 들어 줬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인데, 결국 길게 볼 때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4일 기준 2843건이 신고돼 전월(6940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서 교수는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은 계속해서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공급부족이 심각해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심리가 커지고 있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수요가 높은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핵심 입지에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도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그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높은 공사비도 집값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제로에너지건축, 층간소음 등의 규제 강화로 공사비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시장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역별 대규모 전세물량이 공급되면 지역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거나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현재 전세시장은 2+2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4년 치 임대료가 한 번에 올라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전세 불안 대책에 대해선 “주택자들의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보유세 완화, 양도세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등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 대해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서두르라"고 조언했다. 언제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기다리지 말고 청약이나 급매 등 조건에 맞는 주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해 연구하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부동산을 바닥에서 매입하면 좋겠지만 일반 실수요자들이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면 내 집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 임종혁 SIC이노베이션 대표 “미래화학 초석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 도약”

1989년 설립된 종합화공약품 기업 SIC이노베이션이 '미래화학의 초석을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최근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임종혁 신임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신뢰를 강조하셨던 회장님(임창규 전 대표)의 철학과 회사를 성장시킨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고객사·임직원의 신뢰를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세 경영에 대한 질문에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있냐'는 회장님의 말씀에 '네'라고 답했고, 많은 분들이 기대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힘이 된다"고 답변했다. SIC이노베이션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과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서울아이씨로 구성됐고, 총 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은 최근 몇 년간 400억원, 영업이익은 16억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기초화학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PCB) △수처리 등에 쓰이는 약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40% 가량이다. 나머지 20%는 식품·화장품 등의 첨가물 수출입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위험물관리법을 포함한 법적 규제를 충족하는 시설을 갖췄고, 매입부터 엔드유저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설비와 차량을 비롯한 장비로 제조 및 물류 등을 수행하는 것도 강점이다. 임 대표는 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는 약품의 개발·생산을 위한 클린룸 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것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OEM의 경우 규제와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국내외 기업들의 니즈를 발굴하고 생산 확대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성장에 나선다는 목표로, 독일과 중국을 비롯한 지역을 다니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서 얻은 영감을 실험실 인테리어에 적용하고, 워크숍 때 노를 저으며 조정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들이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를 지닌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대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제조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생산직 종사자들도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엄격한 관리 기준에 의한 공정안전보고서(PSM)도 작성하고 있다. 황산을 비롯한 물질이 부식을 야기하기 때문에 쉽지 않으나, 설비 자동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은 자동화 소포장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아이씨는 내년부터 팔레타이징을 비롯한 분야에 새 기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회사와 동갑이고, 어렸을적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 아직도 함께하는 만큼 여러가지 부분에 마음을 쓰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앞으로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와 60대를 아우르는 임직원들과의 소통 및 복리후생 정책 마련에는 미국에서 전공한 심리학 및 영업팀 등 현장에서 직접 동료들과 느낀점 등을 녹여내고 있다. 최근 셋째아이의 아빠가 된 것도 육아 문제로 고심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체감하는 이벤트가 됐다. 임 대표는 내부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대외 홍보에 나서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30여년의 업력과 10개 이상의 특허를 등록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에 맞는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인터뷰] “조선호텔 간편식 성공비결은 호텔 셰프 레시피·합리적 가격”

“호텔 리테일 식품은 일상에서 즐겨야 하는 음식이니 가격대가 호텔에서 식사하는 정도로 높으면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어디서 판매해 어떤 고객이 구매할 것인가에 맞춰 품질을 어느 정도로 구현할지 선택한 것이 조선호텔이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약 140%씩 성장하며 호텔업계 리테일 상품 선두주자로 앞서나간 비결입니다." 호텔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음식부터 숙박까지 호텔 리테일 상품이 온라인으로 확장돼 현재는 마켓컬리, 지마켓,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이커머스에서 호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호텔은 지난 2022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호텔업계 최초로 입점하는 등 리테일 상품 판매에 앞장선 선두주자로, 호텔업계가 신규 사업에 연이어 뛰어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기자가 만난 정지혜 조선호텔앤리조트 리테일팀 식품MD(상품운영·기획)파트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식 제품군 위주로 소소하게 판매하던 리테일 식품을 육개장, 삼계탕 등 한식부터 베이커리까지 60여개 제품으로 확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정 파트장은 대학원에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홈플러스에서 온·오프라인몰 인기 상품을 출시·유통(소싱)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조선호텔에서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과 레스토랑 상품(RM) 등 2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정 파트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리테일 상품을 개발할 때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상품만 구현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재는 호텔 레시피를 활용한 레스토랑 상품뿐 아니라 셰프가 제안하는 가정간편식 상품까지 확장했다"며 “가정에서 프리미엄 식사를 하려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셰프들과 논의를 거쳐 원재료 풍미를 살리기 위한 레시피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레스토랑 상품의 경우 조선호텔의 중식 레스토랑인 '홍연'에서 탕수육을 먹어본 사람이 리테일 상품을 먹었을 때 비슷한 맛이 난다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다. 음식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공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공장과도 다양한 논의를 거쳤다고 정 파트장은 덧붙였다. 반면, 가정간편식은 호텔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적용했을 때 시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첫 가정간편식 제품은 기력회복을 위한 음식인 만큼 프리미엄급 품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보양식인 삼계탕으로 출시했다. 실제로 이 삼계탕 제품은 출시 당시 마련했던 물량 6000개가 완판된 데 이어 지난 5~8월에는 3개월 사이에 19만개가 판매됐다. 정 파트장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 삼계탕이 1만원이면 저희는 1만1900원 수준"이라며 “집에서도 호텔 음식 경험을 느끼고 싶다는 고객의 수요가 있으나 호텔에 와서 상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가격 선과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때의 기준은 다르다"고 말해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가 담긴 음식이면서 마트 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게 가격을 책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호텔은 마트·온라인몰 등 시장 상품 대비 20~30% 정도 높은 금액을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전략은 조선호텔이 2020년 식품 리테일 사업에 본격 뛰어들어 매년 연평균 약 140%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85%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정 파트장은 “조선호텔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호텔이 새로운 비지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호텔 관점에서만 보고 사업을 해 나가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쉽지 않다"며 “결국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마트나 온라인몰인 만큼 호텔과 다른 색을 가진 유통시장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파트장이 프리미엄 간편식 출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도 호텔 관계자들한테 이 점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다만 정 파트장은 호텔 영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조선호텔 셰프가 조리한 레스토랑 음식과 가정간편식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한 제품에 만족하면 다른 제품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결이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부 방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조선호텔 개관 110주년에 맞춰 선보인 애플파이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양식당이자 조선호텔 양식 레스토랑의 전신인 '나인스 게이트'에서 판매했던 음식 레시피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호텔 스토리텔링을 담아 식품 리테일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고 정 파트장은 귀띔했다. 정지혜 파트장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비전은 고객이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조선호텔과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을 저희의 최종 목표로 삼고 고객의 일상을 조선호텔 상품으로 채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터뷰] 기후소송 위헌 이끌어 낸 기후영웅들…“청소년이 주체, 더 강력한 요구할 것 ”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깜짝 놀랄 판결이 내려졌다. 청소년 기후행동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기후소송에서 일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처럼 2031년부터 2049년까지도 감축 목표를 설정해 탄소중립기본법에 명문화 해야 한다. 유럽에서 기후 위헌소송이 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사례는 있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값진 결과이다. 헌법 불합치 판결을 얻기 까지 많은 기후 활동가들의 참여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활동을 한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년기후행동이다. ◇“일부만 불합치 판결 아쉽지만, 사회 변화 촉발 계기될 것" 2020년 3월 당시 중·고교생이거나 갓 성인이 된 19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기후행동은 원고가 되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국민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은 이제 대부분이 성인이 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헌재 판결이 나고 2주가 지난 9일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보림, 윤현정 활동가를 직접 만나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불합치 판결에 대한 소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윤 활동가는 “사실 모든 기후소송이 위헌 판결이 나길 기대했지만, 일부만 인정된 것이 아쉽다"면서도 “법원이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최후의 저항선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승리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이번 판결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후 저항선을 만들었고, 이제부터 우리는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2026년까지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히 감축 목표 설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감축 수치에만 의존하는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적 전환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소송은 단순히 법정에서의 승리나 패배를 떠나,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더 이상 외면될 수 없음을 사회에 각인시켰다. 윤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이 한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남겼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렸으며, 그들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에 서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동할 계획이다. ◇2018년 폭염 겪으며 기휘위기 실감, 목소리 내자 결심 청소년 기후행동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는 2018년의 폭염이었다고 한다. 김 활동가는 에어컨도 없이 노후된 집에서 폭염을 견뎌야 했던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실체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 폭염으로 집 안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선풍기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폭염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라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청소년 기후행동이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나 미래의 일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청소년들이 어떻게 모여 목소리를 내게 됐는지를 이야기했다. 김 활동가는 “사실 처음부터 계획된 모임은 아니었다. 2018년 폭염을 겪고 나서 비슷한 고민을 하던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현실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윤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개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우리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중에 큰 경험이 됐다고 한다. 윤 활동가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우리 같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법적 소송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법적 지식이나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변호사들과 협력해 법리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법적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소송의 모든 과정을 배우며 차근차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후 과학 자료와 정책 실패 사례를 모아 소송 논거를 세웠다. 특히, 헌법소원을 진행하며 5000명 이상의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제3자 의견서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경험도 중요했다. 윤 활동가는 “우리는 기후위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5000명 이상의 목소리를 헌재에 전달했다"며 “이 의견서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은 시작일 뿐, 입법과 정책에 목소리 반영시킬 것 청소년기후행동은 헌법소원을 진행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기존 방식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윤 활동가는 “국가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책을 수립할 때,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기후위기 정책은 특정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우리는 기후위기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기업 부담을 줄이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이 더 느려져 기후위기 대응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며 “이 부분이 헌재 판결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그들은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김 활동가는 “우리는 이제부터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고,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기후위기 대응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헌법소원이 단순한 법적 소송이 아닌 한국 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이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며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터뷰] “수소 자동차가 불 붙었다는 얘기 들어봤냐?”

“지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소경제 전환의 골든 타임이다. 수소 사회로의 변화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 질 수 있다." 최근 출범한 친환경수소에너지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황보연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의 간곡한 호소였다. 황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에너지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수소경제 전환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원래 정통 관료 출신으로 서울시 재직 시절 기후환경본부장, 도시교통실장, 경제정책실장 등 소위 일하는 자리에서 수장을 모두 거쳤다. 특히 기후환경본부장과 경제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소에너지에 관심과 전문성을 가지게 됐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친환경수소에너지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황 교수는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가진 학자, 전문가, 기업관계자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상업화도 꾀해 수소 기술이 대한민국 발전의 주춧돌이 되도록 하자는 게 주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특히 “전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는 궁국의 친환경천정수소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모든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수소산업사회, 수소경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꿈이 아니고 조만간 닥친 현실로 많은 국가에서 수소에너지 투자·육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2022년 '하이드로젠(수소) 샷(Hydrogen Shot)'이라는 제목의 수소경제로의 경제전환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 가속화 및 청정수소 수요 증가를 위해 도전적이면서도 달성 가능한 수소 생산단가 목표를 수립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10년 안에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80% 감축해 kg당 1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수소의 생산단가는 kg당 5달러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2021년 '리파워 EU(RePower EU)' 정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그린수소를 년간 250만t 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수소에너지 투자와 육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황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블루소소와 그린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그리고 수소활용 기술에 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및 지원규모가 반도체·이차전지 배터리 세액공제보다 훨씬 큰 규모인데도 국내 뉴스에는 대부분 반도체나 배터리 생산에 따른 IRA 세액공제만 얘기되고 있다"며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청전수소의 생산 및 수소경제로의 전환 활동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로드맵을 2021년 발표했지만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 및 수소사회 전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는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며 “수소사회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타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특히 “미래 국가 기술의 핵심은 수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래 친환경에너지를 지배하는 국가, 친환경수소에너지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이라는 수소생태계 전반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래의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라는 기후위기 속에서 석유경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기존 산업구조와 사회구조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또다시 수소경제로의 전환 및 수소사회로서의 변화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 수소에너지 빈국으로 전락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 정부 들어 수소 경제 추진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수소 경제활성화보다는 원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전생태계 못지않게 수소생태계도 국가 경제의 핵심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육성 필요하다"며 “현대차 넥소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부문에서 세계최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산업부분에서도 수소연료전지기술과 수소발전기술은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다. 액화수소수송선박, 암모니아수송선박을 넘어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으로 기술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수소에너지 기술력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소기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맞게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 효성, SK, 현대, 포스코, 삼성, 롯데 등은 청정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수소밸류체인 상의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고 수소전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한 비전과 미래전략계획을 마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시민들의 수소에너지가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도 수소생태계 전환의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소는 타에너지와 비교해 비교적 위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벼워서 누출된다 해도 공기 중에 쉽게 확산해 희석돼 버리고, 특별한 농도 조건에 있지 않는 한 점화원이 있어도 폭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수소를 생각하면 시민들이 수소폭탄을 먼저 생각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소충전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수소는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다. 이미 상용화된 수소 자동차 중 폭발이나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소에너지 생태계 전환을 위해선 수소에너지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시민들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극한날씨 더 자주 발생…회복탄력성 강한 에너지안보 시스템 구축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에너지경제 분야 연구기관이다. 에경연은 국내 에너지안보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든든하고 객관적인 밑바탕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현제 원장이 취임한지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다. 김 원장은 길자면 길고, 짧자면 짧은 1년 동안 연구원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그 결과 청정수소 인증운영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전문성을 더욱 인정받았다. 본지는 울산 중구에 위치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사에서 김 원장과 직접 만나 다양하고 복잡한 에너지 현안에 대한 소견을 들어봤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취임 1년여간에 대한 소회와 가장 집중해온 부분은 무엇인가. ▲취임 이후 1년을 돌아보면, 도전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연구원 모두가 에너지 분야의 복잡다단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 노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연구원의 역량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동시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취임 이후 1년간 연구원은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분야의 과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단순한 탈탄소를 넘어 에너지 및 자원안보 강화, 경제성장 지속, 사회적 형평성 보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원은 연구 범위를 확장해 새로운 주제와 접근 방식을 탐구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1년간 두드러진 외연적 성장을 이뤄냈다. 먼저 청정수소 인증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청정수소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식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또한 확대된 자원안보 범위에 맞춰 새로운 자원안보 정책 수립을 위한 자원안보전담기관의 소임을 맡게 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외연 확장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지원하고, 미래 에너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중동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자원 공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에경연의 각 분야별 연구와 중장기 전망 등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부분에 노력하고 있는가. ▲에너지 환경 변화와 최근 외연성장 성과에 맞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에너지산업연구본부 내에 자원안보정책연구실을 신설해 자원안보 관련 정부 정책 지원 및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석유정책연구실 및 가스정책연구실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본부 내 수소경제연구실을 수소경제연구단으로 격상하고 청정수소인증연구실을 신설했다. 이는 수소 관련 연구·업무의 통합 관리와 정부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청정수소 인증운영기관 업무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조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에너지 장기 전망에 기반한 정책 방향 수립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정보통계센터에 국가 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 기능을 위한 전담조직인 에너지장기모형연구실을 신설했다. 그리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본부 내 에너지수요분석연구실을 에너지효율정책연구실로 명칭을 변경하고 에너지 효율 및 수요관리 정책 연구 중심으로 업무 분장을 조정했다. 나아가 전 영역에 걸친 AI 확산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원장실 직속 미래에너지연구실에서 에너지 분야 AI 활용 및 혁신 연구를 전담해 수행하는 것으로 업무 분장을 조정했다. 앞으로 새로운 역할과 조직 체계를 바탕으로 에너지 정책 연구의 질적 향상과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에 주력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정세 불안과 함께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에 직면하고 있고, 한전과 가스공사는 열악한 재무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기업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변동성,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재정 부담, 그리고 저성장 기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매우 복합적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에너지 수급과 관련된 정책적 결정,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기업의 가격 통제 정책 등이 결합되어 발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는 몇 가지 핵심 방향이 있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첫째, 에너지 효율화 및 디지털화이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공급망 관리를 디지털화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 계량기 및 AI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의 현실화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기 및 가스요금의 현실화가 요구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민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자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서민층 보호를 위한 에너지복지 차원의 정책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공공 에너지 기업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에너지 믹스의 다변화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을 위한 해외자원개발과 수입선 다변화도 중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과거의 무리한 정부 개입과 비효율적인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실속 있는 자원개발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한전이 무리하게 매각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이 현재는 상당한 가치를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는 자산을 신중히 평가하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동, 아프리카, 호주, 북미 등 자원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서의 개발을 고려하되,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리스크 관리와 철저한 사업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대왕고래 이슈 등 정부를 중심으로 한 자원개발, 자원의 생산과 비축 등도 현안이 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수급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에너지 자원 수급의 안정성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국제적 또는 환경적 변화 속에서 정부는 몇 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자원의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특정 국가나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국가 및 자원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원 개발과 비축을 위한 장기적 계획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외 자원의 효율적인 개발과 비축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는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국제 협력을 강화해 에너지 자원의 공동 개발과 공급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통해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정부는 민간 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자원 개발과 관련된 기술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원 개발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도입해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 다섯째, 지속 가능한 개발의 관점에서 자원 개발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친환경 자원개발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상 유전 개발 시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여섯째, 에너지 관련 데이터 분석 및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 신속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에너지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특정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곱째,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동 정세 불안, 주요 해상 운송로 봉쇄, 극단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정부는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비축,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 및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자원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수급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함께 에너지안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는 중요한 목표로, 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에너지의 효과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며, 특히 국내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에너지 자립도를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원자력은 무탄소 전원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확보도 중요하다.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핵심광물은 공급망이 매우 제한적이며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정부는 이러한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자력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송전망 확충과 전력 저장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간헐적인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믹스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연한 전력계통 구축은 전력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청정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에너지효율 혁신 없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에너지 효율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앞으로 전기화 과정에서 필요한 무탄소 에너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돼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도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절감 잠재력이 큰 부문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기반 수요 효율화 기술혁신과 시장 기반 요금 구조를 설계해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는 것도 핵심 과제이다. 셋째, 에너지안보의 개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된 에너지 시스템에서 사이버보안 대응과 기후위기 적응 과제가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장치와 분산자원의 증가는 에너지시스템에서 잠재적인 사이버공격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에너지시스템 전체의 연결성과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사이버공격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사이버보안 목표를 설정하고 사이버안보에 관한 지식을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산업계는 선제적으로 사이버보안 표준을 내부적으로 적용하고 업계 전반에 걸쳐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섭씨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과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극한 날씨가 더 자주 발생할 것임을 의미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에너지 자원의 생산, 가공, 수송에 차질이 생기고, 이에 따라 에너지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 또한 고온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발전소와 송배전망 같은 에너지 설비에 피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공급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폭염, 가뭄, 혹한 등의 이유로 냉난방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기후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완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강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 정책 수립 기관과 이행 기관은 이 복잡한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원전 확대와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송전망 확대 등 분산에너지에도 힘쓰고 있다. 다만 국회에 여전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 해상풍력법, 송전망확충법이 막혀 있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의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송전망 확충을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현안이 동시에 발생하며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고준위법의 부재는 원전의 효과적 활용에 큰 걸림돌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안전한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원전 활용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국회는 고준위법을 제정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폐기물 처리 기술의 발전과 국제 협력을 통해 안전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상풍력법도 중요한 현안이다.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이지만, 환경영향 평가와 주민 반대 문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상풍력법을 통해 환경 보호와 주민 수용성을 모두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특히 주민 참여형 사업을 도입하여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주요 소비 지역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있다. 송전망 확충법을 제정해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과 소비 지역 간의 송전망 연결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에너지 효율 산업을 성장시키고,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 해소를 위한 중요 수단이다. 하지만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중소기업 대상 에너지 절감 기술 지원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 관련 현안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 현안들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에너지 정책의 추진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긴밀히 협력해 법안 통과를 촉진하고, 전기요금 인상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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