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발전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을 파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비싼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이 기존 방식보다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사업자들 반발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제조·수요기업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 주도의 보급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행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은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이나 대규모 민간발전사업자를 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로 지정하고 이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계약시장이나 현물시장을 통해 구매하게 한다. 대규모 발전사에게 발전량 일부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게 RPS 작동 원리다. 대신 대규모 발전사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용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기후환경요금에서 거둬 보전해준다. 개편방안은 공급의무자가 REC를 구매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정부가 입찰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한다. 공급의무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겠다. 공급의무자끼리 REC 구매 경쟁을 펼쳐야 할 부담도 사라진다.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시장 개편방안으로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에 따라 매년 원별로 입찰을 실시한다. 기존 RPS 고정가격계약 때처럼 가격과 비가격지표로 평가해 입찰 경쟁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한다. 낙찰된 사업자는 제시한 가격으로 20년간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다. 사업자는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과 무관하게 계약상 체결한 가격으로 20년간 전력을 판매한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 비용으로 조달하고 국민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신규 발전사업을 준비 중인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상한가 등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을 직접 통제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현행보다 훨씬 저렴하게 재생에너지 가격을 판매하게 될 수 있어서다. 이미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 시장이 태양광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된다 보고 전력거래소를 대상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지난 3월 28일 소송을 걸었다. 구체적인 소송 내용은 전력거래소 이사회 비상임이사를 한전 발전자회사 임원만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정관 규정을 문제 삼았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에 국회, 이해관계자, 전문가와 협의 및 공론화를 통해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시장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 방안인 녹색프리미엄은 재생에너지 원별로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한다. 녹색프리미엄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원별로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전기요금에 웃돈을 줘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했다고 인정받는 제도다. 또한, RE100을 통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량이 늘어날수록 정부 입찰량은 줄인다. 예를 들어 한 해 태양광 보급 목표가 4기가와트(GW)라 할 때 RE100 이행방안인 전력구매계약(PPA)으로 태양광 1GW 계약이 이뤄지면 정부 입찰은 3GW만 추진한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해상풍력은 정부가 입지발굴, 주민협의·인허가 지원 등을 지원하는 계획입지 제도를 조속히 입법화한다. 태양광은 전력계통·주민수용성 등이 양호한 산단·영농형을 중심으로 공공시범사업 등 입지 발굴과 규제개선에 나선다.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 지원도 강화한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4년간 총 143억달러(1조9244억원)규모의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진출기업-지원기관간 협업체계 구축, 정부 간 협력을 통한 사업 발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