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윤수현 기자] 최근 9월부터 10월까지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지난 5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재해로 기록됐다. 도심 오른편을 관통하는 핑강의 수위가 5.3m까지 상승하면서 도심 곳곳이 침수됐고, 상업 지구와 주요 관광지가 물에 잠기며 치앙마이와 근교 도시까지 마비됐다. 이번 홍수는 기후위기와 라니냐 현상의 영향으로 더욱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전망이며 지구가열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산림 파괴와 강가 침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초 찾은 태국 치앙마이는 홍수로 도심뿐만 아니라 근교 지역에도 큰 피해가 발생한 상태였다. 치앙마이와 근교 지역을 잇는 도로의 침수는 관광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홍수로 인해 여행 전날 숙소를 취소 당한 관광객들은 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했고, 현지 호텔과 상점들은 수입 감소에 직면했다. 치앙마이 근교 도시인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돌아가려던 한국인 여행자 정모씨(33)는 “홍수로 인해 도로가 물에 잠겨 가지 못했고, 내부 전기도 끊겨서 고립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자인 채모씨(35)는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그랩 오토바이에서 내리게 됐고, 물에 잠긴 도로를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피해도 심각했다. 태국 상공회의소는 이번 홍수로 관광업과 지역 상권이 타격을 받아 약 1억7600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핑강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은 “한 차례 홍수가 끝나고 나서 며칠 만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다시 또 홍수가 덮쳤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홍수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패턴이다. 태국 스톡홀름 환경연구소의 타나폰 피만 연구원은 태풍 야기가 지나간 후 수주 동안 이어진 홍수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을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니냐 현상이 많은 강수량을 유발했다"며 “토지 사용 변화와 산림 파괴가 홍수의 영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라니냐 현상이란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이 평년보다 상승하게 되고, 찬 해수의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엘니뇨 현상의 반대이다. 수찻위 수완사왓(Suchatvee Suwansawat) 전 태국 공학연구소 회장도 자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간 활동이 홍수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산림 파괴와 강가에 무분별하게 건설된 시설들이 물 흐름을 방해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도시 계획과 인프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협력해 장기적인 홍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치앙마이의 홍수는 대부분 물이 빠진 상태이며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달 7일부터 시내와 관광지 주변에 쌓인 약 3만톤의 쓰레기와 잔해를 처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