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전기차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오는 4월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세계 산업계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관세 공격에 미국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차그룹, 토요타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관세로 인해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의 반기후 정책 기조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BYD는 애초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과 같이 저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면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BYD는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413.7만대 판매를 달성하며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들의 기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BYD는 지난 1월 25만8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9%의 성장률과 함께 1위를 이어갔다. 올해 BYD는 유럽, 동남아 주요 거점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해, 각국의 관세 및 보조금 정책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통해 60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즉, 기존 완성차 기업들 입장에선 최대 수출 시장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가장 신경 쓰이는 신흥강자가 날아오를 판이 깔려버린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특히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량을 늘렸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일부 회피하고,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토요타그룹은 지난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총 14개의 배터리 조립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이 중 10개 라인은 배터리 전기차(B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용 배터리 모듈을, 4개 라인은 하이브리드(HEV)용 모듈을 생산한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3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는 배터리 용량 70kWh 기준으로 약 40만 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오하이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하고 연간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상호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