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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포커스] 호르무즈 막히면 폐플라스틱 더미는 ‘유전’이 된다

최근 미국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석유화학·플라스틱 원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대안이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처럼 쓰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은 본질적으로 석유에서 만든 탄소와 수소의 저장고다. 다시 말해, 이미 땅 위로 꺼내 쓴 탄화수소 자원이다. 이를 태워 없애는 대신 햇빛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면 수소와 합성가스, 액체연료, 고부가 화학원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햇빛으로 플라스틱을 연료로 바꾸는 광촉매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미생물이 스스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리빙 플라스틱'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플라스틱 오염과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평가받는다. ◇햇빛 한 줄기로 수소와 디젤 생산 첫 번째 연구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화학공학과의 샤오광 두안 교수와 샤오 루 등 연구진이 최근 국제 촉매 분야 저널 '화학 촉매반응(Chem Catalysis)' 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광촉매 플라스틱 광개질(photoreforming)'이다. 쉽게 말해, 폐플라스틱을 물속에 넣고 특수 나노 촉매를 더한 뒤 햇빛을 비추면 촉매가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를 들뜨게 만든다. 이 전자가 플라스틱의 탄소-탄소(C-C), 탄소-수소(C-H) 결합을 끊는다. 플라스틱 사슬이 잘게 쪼개지면서 수소(H₂)가 발생하고, 남은 탄소는 유용한 연료나 화학 원료로 전환된다. 기존 물 분해 수소 생산은 물 분자의 산소 결합을 끊어야 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플라스틱은 이미 에너지가 높은 유기 결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분해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결정질 니켈-인-황 기반 촉매(d-NiPS₃)와 황화 카드뮴(Cadmium Sulfide)을 결합한 시스템은 촉매 1g이 1시간에 약 0.08g(80mg)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반응을 100시간 이상 유지했다. 실험실 수준으로는 매우 높은 효율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생성물도 달랐다. 폴리에틸렌으로는 디젤 범위(C15~C18)의 올레핀 연료를, 페트(PET)로는 아세트산 등 화학 원료를, 혼합 폐플라스틱으로는 수소와 합성가스(Syngas)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상시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현장에서 바로 연료 전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2030년까지 겉보기 양자수율(AQY) 10% 달성, 즉 들어온 햇빛 에너지의 10%를 실제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40년까지 파일럿 플랜트 구축, 2050년 산업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생물이 먹어 치우는 리빙 플라스틱 두 번째 연구는 제시하신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 고급기술연구원(SIAT)의 주오준 다이 교수팀이 지난달 'ACS 응용 폴리머 재료(ACS Applied Polymer Material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내부에 살아 있는 미생물 포자(spore)를 넣어두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휴면 상태라 일반 플라스틱처럼 안정적이다. 그러나 폐기 후 48~50도 환경에 놓이면 플라스틱이 부드러워지고 포자가 깨어난다. 이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스스로 분해한다. 연구진은 특히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란 세균을 활용했다. 이 균은 안전성이 높고 내열성이 강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생물 팀플레이'다. 한 균주는 플라스틱 사슬을 무작위로 절단하고, 다른 균주는 절단된 말단부터 차례로 분해한다. 마치 한 팀이 벽을 부수고, 다른 팀이 잔해를 치우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olycaprolactone, PCL)을 4~6일 만에 98%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분해 후 남는 물질은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이라 미세플라스틱 축적 위험도 낮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센서, 의료기기, 일회용 전자소자처럼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에 특히 유망하다. ◇한국은 이미 '원료'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전환 기술 한국은 매년 수백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분리배출 체계도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상당량이 저품질 재활용이나 소각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전략 자원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는 폐플라스틱 기반 연료 생산이 긴급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1kg은 대략 10~12kWh 수준의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사실상 거대한 '도시형 유전'이다. 정유시설이 멈춰도 지방 산업단지나 항만 인근에서 소규모 태양광 광촉매 반응기를 돌리면 수소와 액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미생물 기반 분해 플랫폼을 결합하면 플라스틱 회수-분해-연료화의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광촉매는 실제 폐플라스틱 속 색소와 첨가제에 약할 수 있고, 장기 내구성이 검증돼야 한다. 미생물 기술은 아직 범용 플라스틱(PE·PP) 적용성이 제한적이다. 경제성 분석과 전과정평가(LCA)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석유를 수입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는 시대에서,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연료와 원료로 돌려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햇빛과 미생물은 그 쓰레기를 다시 에너지로 깨우는 열쇠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거대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에 갑작스러운 빙하기가 찾아오는 기후 재난을 그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에는 극적인 영화적 설정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오늘날 기상학자와 해양학자들은 영화 속 재앙의 핵심 원인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혹은 대서양 남북 열염(熱鹽, thermohaline) 순환의 격변을 우려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 중 하나로 지목하며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생명체의 거대한 혈관과도 같은 이 해류 시스템이 정말로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인지,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펴본다. ◇지구의 심장 박동, AMOC의 정체와 중요성 AMOC은 대서양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해류 시스템이다. 표층의 따뜻하고 짠 바닷물을 북쪽으로 운반하고, 북대서양 아(亞)극지 해역에서 차갑게 식어 밀도가 높아진 물이 심해로 가라앉은 후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전 지구적인 해류 열염 순환의 일부를 말한다. 해류 열염 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염분 차이에서 나오는 밀도 변화로 움직이는데, 이 거대한 '대양 컨베이어 벨트'가 지구 바다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대략 100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은 마치 '지구의 중앙난방 시스템'처럼 작동하는데, 열·소금·영양분을 재분배한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의 기후가 위도에 비해 온화하게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르네 반 베스턴 박사팀은 지난해 9월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해양(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은 북쪽으로 흐른 뒤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강력한 순환 구조에서 약하고 얕은 순환으로 '바뀔 수 있는' 기후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이가 발생할 경우 전 지구적인 기후 격변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브레이크: AMOC이 약해지는 이유 최근 과학자들이 AMOC의 급격한 약화를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해류의 엔진'을 방해한다. 첫째, 북극과 북대서양 표층수 온도를 높여 해수가 차갑게 식는 과정을 방해해 차가운 물이 심해로 가라앉는 동력인 '침강'을 약화시킨다. 둘째, 결정적으로 그린란드 빙상(Ice Sheet)과 북극의 해빙이 녹아 막대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민물은 바닷물보다 밀도가 훨씬 낮아 표층수가 심해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거대한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약화 추세는 관측 데이터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의 발랑탱 포르망 박사팀이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21세기말까지 AMOC이 약 51%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의 많은 기후 모델이 예측했던 수치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해류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구 역사의 기록: 과거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 과학자들이 미래의 해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지구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지구 역사에는 해류의 변화가 기후를 어떻게 뒤바꿨는지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루카스 게르버 등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만1700년 동안의 홀로세 기간 AMOC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약 1만2900년 전부터 1만1700년 전까지 지속된 영거 드라이어스(Younger Dryas) 동안, 북미 빙하가 녹아 유입된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의 염분과 밀도를 낮추면서 AMOC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사실상 붕괴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북반구, 특히 그린란드와 유럽 지역의 기온이 수십 년 사이 10~15℃ 가까이 급락하는 급격한 한랭화가 나타났다. 또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귀도 베토레티 박사는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거대한 화산 분출과 같은 자연적인 충격조차 AMOC의 붕괴와 회복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베토레티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가 해류 시스템을 위험한 임계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역설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컴플루텐세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과거 빙하기 종료 시기에 해류가 약화하면서 아프리카 연안 해양 생태계의 산소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해류의 변화가 단순히 온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AMOC 붕괴가 가져올 대재앙: 영화는 현실이 된다 만약 AMOC이 실제로 붕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영화 '투모로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첫째, 온도 체계의 붕괴다. 북서유럽의 기온은 최대 15℃ 급격히 떨어지면서 혹독한 겨울과 강력한 겨울 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남반구는 열을 북쪽으로 보내지 못해 더 심한 온난화에 시달리게 된다. 멕시코 만류(Gulf Stream)의 경로가 북상하면서 미 동부 연안은 국지적인 기온 급등과 해수면 상승을 겪게 된다.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케이프 해터러스 인근 해역(북위 35도 부근)의 상층 온도가 단 2년 만에 약 6.5℃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탄소 순환의 역습이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IK) 연구팀이 지난달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MOC 붕괴는 남극 주변 심해의 대류를 자극해 심해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구 기온이 약 0.2℃가량 추가로 상승하는 가혹한 피드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물폭탄'이 쏟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 약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강(atmospheric rivers, 비구름의 흐름) 빈도를 연중 내내 높여 연간 강수량을 최대 47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반도에 지금보다 훨씬 잦고 강력한 집중호우와 대홍수의 위험이 일상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학계의 뜨거운 쟁점: 언제, 어떻게 붕괴할 것인가? AMOC의 미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며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KNMI) 연구팀은 지난해 9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는 2100년 이후를 기간으로 분석한 모든 기후 모델에서 AMOC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AMOC이 붕괴 확률이 21%나 존재한다고 KNIM 연구팀은 덧붙였다. 서울대 국종성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음 유도 붕괴(Noise-induced tipping)' 이론을 내놓았다. 국 교수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특정 수준에서 안정화하더라도, 대기 시스템 내부의 무작위적인 변동성(노이즈), 즉 지속적인 고기압 이상 현상 등이 축적되면 AMOC이 예기치 않게 임계점을 넘어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가 탄소 중립에 성공하더라도, 시스템이 이미 취약해진 상태라면 단순히 '운 나쁜 기상 현상의 연속'만으로도 거대 해류가 멈춰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노르웨이 비에르크네스 기후연구센터의 셰틸 보게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북대서양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그린란드 인근의 바다 얼음 감소가 오히려 바다를 차가운 극지 대기에 노출시켜 해수의 냉각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해류를 유지시키는 복원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사샤 시네 박사팀이 지난해 1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다. 이들은 서남극 빙상의 붕괴로 인한 담수 유입이 오히려 북대서양의 해류 붕괴를 억제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빙상 간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구가 가진 복잡한 피드백 시스템을 보여주지만, 해류의 유지가 또 다른 재앙(남극 빙하 붕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류에게는 여전히 가혹한 시나리오다. ◇AMOC 붕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AMOC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과학원의 렌 치우핑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류 약화의 신호가 이미 적도 대서양 1000~2000m 깊이의 중층 수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싱첸장 박사는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연구를 통해 지난 20년간 북대서양 서쪽 경계 해류의 수송량이 일관되게 감소했음을 관측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AMOC의 붕괴가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 '투모로우'의 빙하기가 내일 아침 당장 창밖의 풍경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신 과학 연구들은 지구의 거대한 혈류인 AMOC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한계점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나리오에서도 AMOC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기후시스템이 취약하다면, 향후 각국의 노력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음의 배출, 즉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 자체를 빠르게 떨어뜨리지 않은다면 파국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기후 대응이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해류 시스템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한 훨씬 더 정교하고 긴급한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9℃는 건설현장 죽음의 문턱”…집중력 급격히 떨어져

건설 현장의 최대 불청객인 '추락 사고'가 폭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기온이 29℃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사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행 폭염 특보 기준(주의보 33℃ 이상)보다 낮은 온도에서부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을지대 간호대학 최은희 교수와 강원대 대학원의 조덕연씨, 직업환경연구소 이성숙 연구원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인 '작업 안전과 보건(Safety and Health at Work)'에 투고한 논문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15~2019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에 보고된 4만2220건의 건설업 추락 사고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다. ◇29℃, 추락 사고의 '위험 임계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과 추락 사고 발생 건수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특히, 일 최고기온이 29℃에 도달할 때 추락 사고가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 점은 사고의 증가 폭이다. 분석 결과, 일 최고기온이 29℃를 넘어선 상태에서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추락 사고 발생 건수는 약 16.7%씩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온 노출이 작업자의 신체적 제어 능력을 약화시켜 실질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 건설 현장은 강한 직사광선과 더불어 콘크리트나 철재 표면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그리고 작업자의 높은 노동 강도가 더해져 체감온도가 기상청 수치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일 최고기온 29℃는 작업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로 환산할 경우 약 32~33℃에 해당한다. 이는 현재 기상청의 폭염 주의보 발령 기준(33℃)과 유사한 수준이다. 고온에 노출된 작업자는 탈수, 전해질 불균형,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겪게 된다. 이는 어지러움이나 평형 감각 상실을 유발해 높은 곳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추락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원인이 된다. ◇고령 작업자와 소규모 현장 '적신호'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집단의 취약성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온도 상승에 따른 추락 사고 패턴은 50대와 60대 이상의 고령 작업자에게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는 노화로 인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기저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가 고온 환경에서 더 큰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50인 미만의 소규모 건설 현장 역시 기온 상승에 따른 사고 증가세가 가팔랐다. 대규모 현장에 비해 그늘막, 휴게 시설, 수분 공급 등 폭염 대응 인프라가 부족한 소규모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사고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공식 특보 전이라도 29℃ 넘으면 쉬어야" 연구팀은 기상청의 공식적인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기 전이라도, 일 최고기온이 29℃에 접근하면 선제적인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선제적 의무 휴식이다. 일 최고기온 29℃ 도달하면 의무적인으로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고, 수분 섭취 프로토콜을 시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고령자 집중 관리다. 60세 이상 고령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작업할 경우 추락 방지 감독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소규모 현장에 대한 지원 강화다.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폭염 대응 및 안전 시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차원을 넘어, 29℃라는 실질적인 위험 임계점을 기준으로 작업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안전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발적 탄소시장, 법제화 추진…“규제 사각지대 온실가스 줄인다”

국회와 정부가 자발적 탄소시장(VCM) 법제화를 추진한다. 기존 배출권거래제(ETS)만으로 줄이기 어려운 온실가스를 민간 참여형 시장을 통해 감축하겠다는 전략이다. SDX재단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5GAM기후기술연구그룹과 공동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회기후변화포럼(한정애·정희용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존 대기업·대규모 산업 중심 탄소배출권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시장이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증받아 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현재 배출권거래제 적용 기업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73.5%(2021~2025년 기준)를 차지하는 만큼, 남은 26.5% 영역까지 감축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기조발제에서 개인과 중소기업을 포괄하는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개개인의 기후행동과 기후테크 혁신이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자발적 탄소시장의 제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자발적 탄소시장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시장 활성화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은 이에 대한 후속 논의 성격으로, 국회와 정부의 법제화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진승우 기획예산처 탄소중립과장은 이날 발표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CM)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크레딧은 법적 지위가 없어 기업들이 시장 참여와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관련 법을 제정해 국내에서 거래되는 탄소크레딧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6년 동안 추가로 1억800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며 “지금까지 감축한 양의 두 배를 남은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 감축 비용은 뒤로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라며 기존 배출권거래제만으로는 감축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법제화와 함께 한국거래소 내 통합 시장을 구축해 탄소감축 크레딧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말 시장 개설을 목표로 인프라 구축도 추진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조각탄소시장 얼라이언스' 선포식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민간·정부·학계가 협력해 탄소감축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시장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국자연재난협회, 제2회 대한민국 기후·재난·환경 미술공모전 개최

(사)한국자연재난협회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제2회 대한민국 기후·재난·환경 미술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모전은 조형예술을 통해 기후변화와 재난안전,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지구환경 지키기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대상 작품은 기후변화, 재난안전, 환경보호 등을 주제로 한 한국화·서양화·디자인·수채화·민화 작품이며, 일반부(기성작가 포함)와 고등부로 나눠 진행한다. 접수 기간은 다음달 1~30일이고, 대상(행정안전부 장관상과 상금 100만원)과 최우수상(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과 상금 50만원(일반부, 고등부 각 1명))을 비롯해 최우수·우수·특선·입선 등 다양한 상이 마련됐다. 수상작 전시는 8월 1~8일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병성 협회장은 “이번 공모전이 개개인의 온실가스 감축 실천과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협회 홈페이지(www.nd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시멘트공장, 폐플라스틱 1년간 270만톤 태워”

시멘트공장에서 최근 1년간 총 폐플라스틱 274만톤을 소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등은 폐플라스틱을 열로 소각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 재활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는 6일 국내 6개 시멘트사를 조사해 시멘트 공장 폐기물 전체 반입량 대비 폐합성수지(폐플라스틱) 반입량을 집계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은 총 794만톤이며, 이 중 폐플라스틱은 274만톤으로 전체 폐기물 사용량의 34.6%를 차지했다. 위원회는 폐플라스틱이 시멘트 공장의 주요 연료로 대량 사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를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일산화탄소, 독성 화학물질 등 유해 물질을 다량 배출해 대기오염과 암·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지장을 주는 만큼,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 방식은 재활용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열재활용 방식을 재활용 실적 인정 방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사실상 소각시설로 전락한 시멘트공장을 계속해서 재활용시설로 인정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환경문제를 키우고 탄소중립 실현에도 역행하고 있는 만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는데, 재생이용은커녕 시멘트 공장에서 태워 없애고 있는 현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올여름 얼마나 더우려고…5월 최고기온 29도 전망

이달 중순 낮 최고기온이 28~2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벌써부터 초여름 날씨가 예상되고 있다. 7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로 분석돼 역대급 폭염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주말부터 전국 기온이 점차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0일 25도를 시작으로 15일 27도, 16일에는 2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 기온보다 2~5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은 같은 기간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고, 강원·충청·전라권 곳곳도 26~28도 안팎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7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다시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남 북부, 충북 중·북부에는 오후부터 밤 사이 5㎜ 안팎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구는 7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며 이른 더위가 시작될 전망이다. 5월 더위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5월과 6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각각 50%로 나타났고, 7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에 달했다. 반면 7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은 30%에 그쳤다. 이례적 더위는 이미 지난달에 나타났다. 올해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3.8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아 1973년 기상관측망 확대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더운 4월을 기록했다. 특히 4월 중순 전국 평균기온은 15.4도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당시 서울은 29.4도까지 오르며 4월 중순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고, 춘천은 30.3도, 홍천은 29.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은 강한 햇볕과 상층 고기압성 순환 강화가 맞물리며 고온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들어 역대 가장 더운 해 기록이 잇따라 경신되고 있어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기상기구(MWO)에 따르면 2024년이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해였고 그 다음이 2023년, 2025년이다. 여기에 WMO가 최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 점도 주목된다. WMO는 최신 기후 업데이트에서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5~7월 사이 엘니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기후 요인 중 하나다. WMO는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5~7월경 엘니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3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지표면 온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터리 없는 IoT시대 오나…실내조명 고효율 태양전지 등장

집과 사무실의 평범한 조명이 스마트 기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도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는 '자가 발전' 환경이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에너지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Energy Letters)'에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실내 조명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실내 태양전지(Indoor Photovoltaics, IPV)'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평가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 연구팀 국제 학술지에 논문 발표 핵심은 기존 납(Pb) 기반이 아닌, 보다 친환경적인 주석(Sn)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석 기반 물질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고, 결정 형성이 지나치게 빨라 균일한 박막을 만들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름아미딘 아세테이트(FAAc)'라는 첨가제를 도입했다. 이 물질은 증착 과정에서 요드화 주석(II)(SnI₂)와 결합해 일종의 '중간상(intermediate phase)'을 형성하고, 결정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박막의 균일성과 결정성이 크게 향상됐고, 주석의 산화도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이러한 공정 개선은 곧바로 성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이 제작한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실내 조명 수준인 1000룩스(lx) 발광다이오드(LED) 환경에서 16.36%의 광전 변환 효율(PCE)을 기록했다. 이는 태양전지가 받은 빛 에너지 중 16.36%를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열 증착 방식으로 제작된 무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별도의 밀봉(캡슐화), 즉 보호막을 씌우거나 밀폐 용기 안에 넣는 공정 없이도 3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실내 환경에서 특히 유리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약 1.62~1.63 eV(전자볼트)의 밴드갭(bandgap)을 가지고 있어 실내 조명 전용으로 매우 적합한 특성을 보인다. LED나 형광등과 같은 실내 조명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밴드갭은 태양전지 내부의 물질이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 문턱'을 의미한다. 전자가 이 간격을 뛰어넘어야 전기가 흐를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외부의 빛에서 얻게 된다. 밴드갭의 크기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색깔)이 달라지는데, 태양전지가 특정 빛을 얼마나 잘 받아들여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수치인 셈이다. ◇빛 흡수 능력 뛰어나…이론적으로 50% 효율도 가능 또한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결함에 대한 내성이 강해 약한 빛에서도 전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실내 환경에서 50% 이상의 효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열 증착법'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용액을 사용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진공 상태에서 재료를 증발시켜 박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대면적 생산과 균일한 품질 확보에 유리하다. 이는 향후 실제 제품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사물인터넷(IoT) 산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내 조명만으로 센서, 리모컨, 웨어러블 기기 등이 작동하게 되면 배터리 교체나 충전이 필요 없는 '유지보수 최소화' 환경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억 개로 늘어나는 IoT 기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직 납 기반 대비 효율이 낮고,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도 추가로 필요하다. 온도, 습도, 산소 노출 등 다양한 조건에서의 성능 유지 여부가 산업 적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 역시 이번 성과를 “상업용 실내 광전지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소재 안정화와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배터리 없는 전자기기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여름 한낮 아스팔트 포장 작업 ‘대기오염’ 부추긴다

현대 도시 인프라의 상징인 아스팔트가 자동차 배기가스 뒤에 가려져 있던 '비(非)배기성' 대기오염의 핵심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에는 아스팔트 도로의 시공과 사용 과정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이 물질이 초미세먼지와 오존 같은 2차 오염물질로 이어져 도시 대기질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여러 국제 연구들은 “여름철 아스팔트는 단순한 도로 포장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독성 가스를 배출하는 거대한 오염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열과 햇빛, 습도가 만든 '숨은 배출원' 아스팔트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과정은 단순히 공사 현장에서 나는 냄새 수준이 아니다. 프랑스 귀스타브 에펠 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자원, 보존, 리사이클링(Resources, Conservation & Recycling)'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스팔트는 고온 시공 단계뿐 아니라 도로로 사용되는 전 수명 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VOCs를 방출한다. 특히 여름철 기온 상승은 이 과정을 급격히 가속화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도로 표면 온도가 40℃에서 60℃로 상승할 경우 오염물질 배출량은 약 두 배로 증가한다. 아스팔트는 태양 에너지의 약 95%를 흡수하는 '흑체(black body)'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실제 도로 표면 온도는 대기 온도보다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 강한 자외선이 아스팔트 내부의 고분자 구조를 분해하면서 더 작고 휘발성이 강한 오염물질이 새롭게 생성된다. 여기에 '습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습도가 높아질수록 아스팔트 내부의 독성 화합물이 표면으로 더 쉽게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대습도 50% 수준에서는 건조한 조건보다 VOC 배출량이 최대 46%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폭염과 장마가 반복되는 여름철 도시 환경은 아스팔트에 의한 대기오염을 부추기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초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이어지는 2차 오염 문제는 아스팔트에서 직접 배출되는 가스 자체만이 아니다. 이 물질들은 대기 중에서 다른 성분과 반응해 훨씬 더 위험한 2차 오염물질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IMT 노르 유럽과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최근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스팔트 배출물이 낮에는 수산화(OH) 라디칼과, 밤에는 질산(NO₃) 라디칼과 반응하면서 대량의 극미세입자(UFP, 지름 100nm 미만)를 형성한다. 100nm는 1만분의 1㎜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 아스팔트 VOC 혼합물이 산화 반응을 거친 뒤 생성된 입자의 80~90%가 극미세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는 훨씬 더 치명적이다. 또한 아스팔트에서 나온 VOCs는 햇빛 아래에서 질소산화물(NOx)과 반응해 지표면 오존(O₃) 농도를 높이는 주요 전구체 역할도 한다. 여름철 도심에서 오존 경보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존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눈과 목을 따갑게 만든다. ◇호흡기 질환부터 치매 위험까지 아스팔트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단순한 불쾌한 냄새가 아니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독성 물질이다. 벤젠과 톨루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은 대표적인 발암성·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극미세 입자는 더욱 위험하다. 입자 크기가 100nm 이하로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할 뿐 아니라 혈관을 통해 뇌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교통 및 건설 관련 오염물질(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여름철 도로 공사와 도심 포장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장기적인 공중보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스팔트의 영향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스팔트 관련 배출물이 도시 전체 이차 유기 에어로졸(SOA) 형성의 약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심 밀집 지역에서는 그 기여도가 최대 15%까지 올라갔다. 이는 노후화된 아스팔트 도로가 도시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무시할 수 없는 오염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존에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이제는 “도로 자체가 오염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은 '친환경 도로'에 있다 이제 아스팔트 포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고습 환경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름철 아스팔트는 더 이상 단순한 도시 기반시설이 아니다. 도로는 우리가 매일 밟고 지나가는 가장 익숙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가스를 내뿜는 거대한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도시 설계가 단순한 내구성과 경제성만이 아니라, 대기질과 건강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진들은 다양한 저감 기술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중온(中溫) 아스팔트(Warm Mix Asphalt,WMA)는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시공해 오염가스 배출을 10~50% 줄일 수 있다. 재생 아스팔트(Reclaimed Asphalt Pavement, RAP)는 폐아스팔트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VOC 배출량을 최대 94.8%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종의 숯이라고 할 수 있는 활성탄이나 바이오차(Biochar)를 첨가해 VOC를 직접 흡착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열변색 소재를 활용해 도로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또한 아스팔트 바인더 내부에서 반응성이 높은 특정 페놀계 화합물, 예를 들어 카테콜(catechol) 등을 제거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2차 초미세먼지 형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공사 방식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아스팔트의 화학적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바인더는 아스팔트 포장에서 골재를 묶어 구조적 성능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인데, 일반적으로는 석유에서 정제된 '아스팔트'를 가리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꿈의 에너지’ 핵융합 2040년 실용화 열쇠는…기술일까, 경제성일까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향해 전례 없는 속도전을 시작했다. 정부는 최근 당초 2050년대로 예상했던 실증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기는 도전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낙관론과 달리 다른 쪽에서는 핵융합의 경제성이 기존 기대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기술적 성취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 연구개발 참여 상황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 가스에 강력한 전기장을 가해 이온화하거나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마는 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물질 상태'로,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초고온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전하를 띤 입자들의 구름(집단)을 의미한다. 이후 1억℃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 플라스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한국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과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참여하는 7개 회원국 중 하나다. ITER은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용 토카막 핵융합로가 될 전망이다. 이 장치는 도넛 모양의 반응로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토카막'이라고 부른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해 1억℃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내부에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장치다. 한국은 ITER 구성 부품 중 제작 난도가 가장 높은 진공용기의 4개 섹터 제작과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기술 신뢰도를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1.6㎞ 길이의 고난도 용접과 수 ㎜ 이하의 오차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 연구진은 또 초전도 자석에 들어가는 초전도 도체, 플라스마의 열을 차단하는 열차폐체, 조립 장구 등을 성공적으로 제작·공급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플랫폼이다. KSTAR는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실험을 통해 ITER 초기 운전을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8초간 유지했고, 2021년 30초, 2024년 48초를 유지했다. 올해는 300초 달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디버터 소재를 텅스텐으로 교체해 ITER와 동일한 환경에서의 고성능 운전 시나리오와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제어 기술을 검증 중이다. 이런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는 핵융합 상용화 목표 시점을 당초 2050년대에서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겼다. 상용화 기술을 선제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ITER의 절반 크기(주 반경 4m)인 소형 핵융합 장치(CPD)를 2035년까지 건설하고, 2040년부터 전력 생산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주반경은 핵융합 장치의 중심축에서 플라스마가 머무는 공간의 중심까지의 거리로, 장치의 전체적인 규모와 건설 비용 및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설계 지표다. 더불어 2035년까지 노심 플라스마 제어, 초전도 자석 등 8대 핵심 기술을 확보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다는 로드맵도 수립했다. 이밖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91개 기관이 참여하는 '핵융합 혁신연합'을 출범시켰다. ◇“비용 절감 속도, 예상보다 4배 느리다" 하지만 태양이 밝을수록 그늘도 짙다.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에너지기술정책 그룹 연구진은 국제 저널 '네이처 에너지 (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핵융합 산업의 비용 하락 속도가 심각하게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핵심은 이른바 '경험률(Experience Rate)'이다. 경험률은 특정 기술의 누적 설치 용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단위당 자본 비용(CAPEX)이 감소하는 일정한 백분율을 의미한다. 업계는 약 80% 이상의 급격한 비용 감소를 기대하지만, 취리히공대 연구진은 실제로는 약 28%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기보다, 오히려 기존 원자력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배경에는 핵융합이 가진 구조적 특성이 있다. 먼저 거대한 설비 규모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500㎿급 이상의 대형 설비가 필요해, 모듈화와 대량생산이 어렵다. 두번째는 기술이 극도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토카막 구조는 다층 구조로 얽혀 있어 설계 변경이 전체 시스템에 연쇄 영향을 미친다. 세번째는 표준화의 한계다. 입지 조건과 규제에 따라 매번 맞춤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수조 원대 초기 투자비에 더해 비용 하락 속도까지 제한된다면, 그리고 실용화가 늦어진다면 핵융합은 이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ITER 일정 9년 지연, 분담금 급증 이 같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전남 나주가 1조2000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로 선정돼,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와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핵융합이 단순한 에너지 기술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ITER 프로젝트는 완공 시점이 2025년에서 2034년으로 9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분담금 규모도 1조6000억 원에서 약 2조9000억 원로 증가하며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자체 실험로 'EAST(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 장치)'를 통해 초고온 플라스마 장시간 유지 기록을 경신하며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커멘웰스 핵융합 시스템 (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민간 주도 핵융합' 모델을 구축 중이다. 핵융합이 더 이상 단일 국가의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CFS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분사된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이 회사는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구글 등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민간 주도 핵융합 개발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스파크(SPARC)'라는 자체 핵융합로를 개발 중이다. ◇“연구는 지속, 설계는 바꿔야 한다"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핵융합 연구 중단이 아닌 '전략적 전환'을 강조한다. 핵심은 '현재 방식의 고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먼저 현재 주류인 토카막 방식의 높은 복잡성과 거대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역전자기장 구성(FRC) 같은 새로운 설계 개념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 구조는 기존 방식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단위 규모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술적 복잡성을 낮추어 비용 절감 속도(경험률)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핵융합로 운영에 필수적인 삼중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리튬-6 농축 기술이 개발돼 삼중수소 연료 주기를 경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텅스텐 디버터와 같은 내열 소재를 활용해 초고온 플라스마로부터 장치 손상을 방지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중심 설계를 위해 소형화와 모듈화를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개발 중인 CPD는 주 반경을 기존 장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소형 장치로, 이를 통해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건설 기간을 단축해 민간 투자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형화 및 표준화 전략은 거대 장치 중심의 개발 방식이 가진 낮은 경제적 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이제 핵융합은 단순한 과학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이 결합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속도 경쟁에만 매몰되기보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조건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 작고, 더 단순하며, 표준화 가능한 '혁신 핵융합'으로의 전환 없이는 상용화도, 시장 경쟁력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태양'이 진정한 에너지 해법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일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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