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황건일 금통위원 “금리 인하 10월, 11월 중 고민…지금은 금융안정 초점”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3일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10월이 될지 11월이 될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황건일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에 참여하며 가장 고민이 됐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은 지난해 2월 금융위원장 추천을 받고 금통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금융안정 문제 등에 고민이 컸고, 두 번째로는 이번 금통위"라며 “올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한 번 정도는 더 (인하) 해야된다고 생각하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 이후 금통위가 중요하다. 명절 때 가족들이 모여 어떻게 할지 아마 의사 결정을 많이 할 것"이라며 “지금 기준으로는 금융안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부연했다. 올해 금통위는 10월 23일, 11월 27일 두 번 남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으나, 가계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오는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지난 7월과 8월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황 위원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6·27 규제, 9·7 규제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은 사실 엄격히 보면 집값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가계대출이 금융안정과 연계돼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걱정한다"며 “가계부채 수준이 경제에서 자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을 훨씬 넘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줄여야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대 심리로 일부 지역에서 다시 집값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좀 더 확산해 본격적인 가계대출과 연결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이 이어진다면 직접적인 부동산 대책이 됐든 거시건전성 정책이 됐든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집값이 잡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황 위원은 “보통 일정한 증가 목표를 두고 범위 내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며 “추세가 안정적으로 증가한다면 부채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이게 안정적인 추세로 가느냐가 금리 결정의 변수"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도 기준금리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황 위원은 “개인적으로 대외 금리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외환 관리 문제도 있고, 이 부분은 다른 금통위원에 비해서 좀 민감하게 본다"며 “한미간 금리차는 점점 줄여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한미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졌다가,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1.5%p로 축소된 상황이다. 금통위원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두고는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 수단인 것은 맞지만, 가장 많은 경제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고 분석력이 뛰어난 기관에서 소비자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은은 향후 3개월 전망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있다. 황 위원은 “중앙은행이 틀렸을 경우 정책의 신뢰성 문제가 생기고 정책의 유연성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비판받지만,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보는 만큼 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황 위원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하반기부터 1년 정도 후의 금리를 예측하기 위해 금통위원 1명당 점도표에 2개 또는 3개의 점을 찍는 테스트를 하면서 유의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황 위원은 “개인적으로는 2개 보다 3개로 해봤을 때 좀 더 의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금통위에 노동계 대변 금통위원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선 “이 부분의 성격은 통화정책의 성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통화정책은 시행했을 때 그 영향이 모든 경제 주체한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재정정책은 특정 부문에 타깃팅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금통위원을 통화정책 성격에 맞춰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미치는 거시정책에 대한 전문가가 보는 게 더 맞지 않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한국,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지연…이대로면 글로벌 흐름 뒤처져”…웨이브릿지, ‘골든 웨이브 2025’ 개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기회를 붙잡는 자가 곧 승자가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전략에 관해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대선 기간에 제시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현재 정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 웨이브릿지와 매일경제TV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글로벌 디지털 자산 컨퍼런스 '골든 웨이브 2025'를 열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포함해 디지털 자산 제도화 방안과 규제 환경에 관해 논의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립토 시장은 카지노에 비유됐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불과 1~2년 사이에 시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미국에서 크립토는 주변부 금융이 아닌 핵심 시장으로 편입됐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친크립토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을 위한 규제에 관한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켰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들어오게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이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록랙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대장주의 현물 ETF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주요 알트코인 ETF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미국은 그야말로 가상자산에 진심인 것 같다"며 “그에 비해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 대응은 조금 느린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제일 기대하고 있는 게 비트코인 현물 ETF인데, 이게 계속 지연되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ETF를 도입하면 여러 효과가 기대된다. 민 전 대표는 “가상자산 ETF를 도입하면 금융기관과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고 개인도 좀 더 안전하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등 여러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계적 흐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점도 가상자산 ETF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민 전 대표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한 홍콩, 싱가포르, 일본 같은 경쟁국을 제치고 한국이 가상자산 아시아 허브로 자리잡으려면 가상자상 ETF 제도화가 시급하다"며 “크립토 자산이 기술적 우위에 있는데, 이것이 시장을 지배하는 걸 막을 수 없다면 빨리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으로 금융 거래의 혁신을 이끌고,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통화 질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화폐 제도와 금융의 역사적 관점에서 봐도 크립토는 21세기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짚었다. 크립토 업계를 향해서도 용어와 상품을 대중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 전 대표는 “크립토 업계에서 쓰는 용어는 외계어처럼 들린다"며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의 선택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와 경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개방한다(Korea is opening up)'는 주제로 한국의 디지털자산 시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도화된 성장 실험장'으로 부상하는 전환점을 알렸다. 주요 연사진으로는 ▲민병덕 국회의원 ▲오종욱 웨이브릿지 CEO ▲정인철 매일경제TV 대표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여했다. ▲릴리 리우(Lily Liu) 솔라나 재단 회장 ▲토니 아쿠냐-로터(Tony Acuna-Rohter) EDX Markets CEO ▲예샤 야다브(Yesha Yadav) 밴더빌트대 교수 ▲케닉스 찬(Kennix Chan) 빅토리 증권 전무 ▲신상훈 김앤장 고문 ▲라파엘 폴란스키(Raphael Polansky) BitMEX CGO 등 글로벌 디지털 자산 업계의 핵심 인사들도 참여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노동환경 변화가 촉발한 로봇株 랠리…정책 수혜주 부각되나

국내 증시에서 로봇 관련주가 노동환경 변화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과 '노란봉투법' 시행 등 제도 변화가 본격화되면 기업들이 자동화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다만 실제 수요 반영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성급한 투자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1188.92였던 'KRX 300 산업재' 지수는 1266.91까지 올라 한 달 새 8.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8.3%)을 웃도는 성과다. 세부 종목별로는 로봇주들이 일제히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주인 두산로보틱스는 한 달 전 5만9000원에서 현재 6만9200원으로 17% 넘게 상승했다. 엔젤로보틱스는 2만800원에서 2만5700원으로 23%가량 올랐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6만3000원에서 30만5000원으로 16% 뛰었다. 유진로봇은 1만450원에서 1만1680원으로 12% 상승했다. 로보스타는 2만5250원에서 4만96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고, 로보로보(4790원→7080원), 나우로보틱스(1만3150원→2만4500원)도 각각 48%, 86%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ETF 시장에서도 분위기가 확인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는 최근 한 달간 19.12% 오르며 718개 주식형 ETF 가운데 76위를 기록했고, KB자산운용의 'AI&로봇'도 17.71% 상승했다. 정책 모멘텀은 분명하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하면서 로봇 산업이 직접적인 정책 수혜 업종으로 부각됐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특히 외국인·비숙련 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로봇 자동화 도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 역시 기업들의 자동화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노조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는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3~2022년 국내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일수는 35.2일로 일본(0.2일)의 176배에 달하며, 미국(9.5일)과 독일(6.2일)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동환경 변화 속에서 로봇이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오스크가 최저임금 인상 압력 속에 빠르게 확산된 것처럼, 산업 현장도 로봇 중심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책도 호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에는 참여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5년간 1조 원 규모로 계획된 투자금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로봇·AI 등 신산업 규제 개선 의지를 밝힌 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다만 실제 수요 반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은 시행 전 6개월 유예기간이 있으며 보완 입법 가능성도 있다"며 “현 시점에서 주요 기업들이 법 시행을 이유로 로봇 구매에 나서는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로보틱스 상장사 19곳 중 올해 상반기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7곳, 2분기 기준으로는 5곳에 그쳤다. 특히 산업용·협동 로봇은 매출이 급감한 반면, 물류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정밀 액추에이터 분야만 성장세를 보였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로봇주의 급등은 '피지컬 AI'라는 테마가 투자자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실적을 뒷받침하는 기업은 소수여서 당분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산업용 로봇 보급률 세계 1위로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만큼, 글로벌 로봇 수요 확대 국면에서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바뀐 규정에…은행권, 홍콩 ELS ‘과징금 폭탄’ 일단 안심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우려가 한풀 사그라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배상 노력을 감안해 과징금을 감액해주는 세부기준을 마련해서다. 다만 소비자 보호에 강경한 현 정부 기조상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과징금 부과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시행령 및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개정안엔 △과징금 산정 기준 상품별·위반행위별 규정 △부과기준율 산정체계 마련 △가중·감경사유 마련 △과징금 추가 조정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금소법 위반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위법 정도와 소비자 보호 노력에 따라 실제 부담액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 금소법은 과징금 산정 기준금액을 '수입 등'의 50% 이내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했으나,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불명확해 일관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금소법상 과징금 상한이 다른 법률과 차이가 있음에도 금융기관 검사·제재 규정의 일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수입 등'의 범위를 상품별로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예금성 상품은 예금액, 대출성 상품은 대출액,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 보험성 상품은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다. 위반행위의 특성상 거래금액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별도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과징금 산정 체계도 개선해 위법성의 정도를 세밀하게 반영도록 했다. 기존에는 부과 기준율이 50%, 75%, 100% 세 구간으로만 나뉘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사례를 참고해 하한선을 1%까지 낮추는 한편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1~30%, 30~65%, 65~100% 범위에서 세부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기준율을 적용한다. 과징금의 가중·감경 기준도 크게 손 보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득이 큰 경우 기본 과징금에 더해 가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소비자 피해 예방이나 사후 수습 노력이 있었다면 감경을 적용한다.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도 참고해 우수 평가를 받았다면 30% 이내, 내부통제 기준을 충실히 마련하고 이행한 경우라면 최대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깎을 수 있다. 감경 폭은 최대 75%까지만 허용한다. 이에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과징금이 최대 8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각종 감경 기준을 여러 건 충족하고 최대 감경폭을 적용해 단순 계산한 결과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자율배상률은 95% 이상에 달하고 있어 실질 과징금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라면 과징금 재편을 통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대규모 자본충격 우려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된다는 평가다. 또한 은행권이 배상, 내부통제, 재발방지 노력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순기능도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과징금 산정 기준이 여전히 '판매금액'이기에 제재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이 판매액(투자원금)이기 때문에 수수료 기준보다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ELS 판매 규모 약 15조4000억원을 판매수수료 기준으로 계산하면 예상 최대 과징금은 9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감경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은행권은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실시해 99% 이상 배상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당시에도 자율배상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감경에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과징금 산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재량권이 큰 까닭에 금융사의 대응이나 제재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과징금 책정에서 자율배상안에 적극 참여한 부분에 대해 당국이 어디까지 고려할지에 대해 이목이 모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배상을 실시한 상황이기에 과징금이 높지 않도록 기대하지만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을 유도하려는 당국 기조가 있고, 소비자 보호에 강경한 상황이기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HMM, 공개매수 후 내리막…펀더멘털 약세·거품 우려

HMM이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개매수라는 구조적 요인에 해운업 업황 둔화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공개매수가 대주주만 혜택을 본 일회성 요인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의 초점은 불안한 업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주가는 최근 4거래일간 약 7% 하락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7일 총 2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무리했는데, 그 직후부터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HMM은 17일 자사주 8180만1526주의 공개매수를 마쳤다고 공시했다. 주당 공개매수 단가는 2만6200원으로 총 2조1432억원 규모다. 당시 시세 대비 20% 프리미엄이 붙었다.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식수는 8억6000만주다. 하지만 실제 배정률은 9~10%에 불과했고, 투자자들이 청약에 넣은 주식의 90% 이상은 배정되지 못한 채 다시 시장에 남게 됐다. 공개매수 이후 대량 매물 출회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회사라는 강력한 매수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초과 배정된 물량이 단기 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HMM의 공개매수는 소각할 자사주를 취득하기 위한 방식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통상 호재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의 경우 대주주 청약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 '주주환원'의 효과를 누리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운임 하락으로 본업 둔화 우려가 겹쳤다. 하반기 들어 국제 해상운임지수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단기 운임을 반영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36% 떨어졌고, 장기 계약 운임까지 반영하는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도 18% 하락했다. 지난주 SCFI는 무려 14% 급락하며 202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미주 항로 물동량 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주주들은 '주주환원 의지' 표명이라기보다는 대주주들의 현금화를 돕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기주식 소각의 긍정적 효과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불안한 하반기 해운업 업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MM의 현금성자산은 자기주식 소각 이후에도 약 12조원에 달한다"며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고,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오히려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 외적으로도 고민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며 “북극항로 개척 등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과열되지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재력가·사모펀드 전직 임원 1000억원대 시세조종…‘패가망신 1호’ 나왔다

종합병원, 대형병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와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1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대규모 주가조작에 나선 정황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작전세력 7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개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혐의자 계좌를 동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작전세력은 코스피에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정해 1000억원 이상 물량을 확보한 뒤 시세보다 비싸게 사거나 대량 매수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 상승세가 강한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 이들이 현재까지 취득한 시세차익만 230억원에 달하며 현재 보유 중인 주식 평가액도 1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작전세력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자금, 금융회사 대출, 주식담보 대출 등을 동원해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으로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해 시장을 장악했다. 작전세력이 전체 주문량의 3분의 1을 매수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이후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가·종가 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했다. 특히 작전세력은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만 회에 이르는 가장·통정 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에 체결하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1년 9개월에 이르는 혐의 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했다.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쉽게 하려고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했다. 1년 9개월 간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하여 유통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높였다. 주가조작 세력에는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들과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이 포함됐다. 합동대응단은 이들의 자금 흐름, 주문 장소, 친·인척, 학교 선후배 등 인적 관계를 통해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시세조종, 불공정거래 전력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부터 이상 징후를 판단해 각각 시장감시 차원에서 접근했고, 금감원이 3월께 먼저 기획조사에 착수했다"며 “혐의자 등 규모가 추가로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3개 기관의 불공정거래 감시·조사 전문인력들이 긴밀히 소통·협업해 집중 조사한 결과 압수수색과 지급정지 조치까지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합동대응단은 설명했다. 합동대응단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건 외에도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불공정거래 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의 밀착 감시를 통해 포착되는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주가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MBK ‘투자 강화’ 반박했지만...롯데카드 보안예산 5년간 급감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정보보호 투자를 꾸준히 강화해왔다"며 책임론을 반박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정보보호 예산 비중이 카드업계에서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23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올해 정보보호 예산(인건비 제외)은 96억5600만원으로 전체 IT 예산 1078억4400만원의 9.0%에 불과했다. 2020년 14.2%에서 무려 5.2%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카드사 전체와 비교해도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10.3%→14.9%), 현대카드(8.1%→10.2%), 하나카드(10.3%→10.7%) 등은 오히려 정보보호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우리카드(-4.4%p), 삼성카드(-3.0%p), 비씨카드(-1.3%p), 신한카드(-0.7%p)는 줄었지만, 롯데카드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MBK가 2019년 인수 이후 단기 실적에 치중하면서 보안 투자가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해킹 사태는 2017년 발견된 온라인 결제 서버의 보안 취약점에 패치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보안 패치 업데이트 안내가 2017년 내려왔는데 이를 놓쳤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안 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라고 지시한 만큼, 롯데카드는 대규모 과징금과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대 8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피해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2일 오후 기준 온라인에 개설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에는 약 5800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사운 걸고 챙겨라”...금융위, 전 금융권 CISO 긴급소집

금융당국이 최근 잇따른 해킹 사고에 대응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접적인 보안 강화 조치를 주문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열린 '전 금융권 CISO 대상 긴급 침해사고 대응회의'에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전수 점검과 내부 관리체계 마련을 서둘러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롯데카드에서 297만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태를 계기로 마련됐으며, 은행·보험·카드사 등 전 업권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약 180명이 참석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보안을 귀찮고 부차적 업무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정부와 금융회사 모두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보안의 중요성을 거듭 상기시켰다. 그는 또 “CEO 책임하에 모든 전산시스템과 정보 보호 체계에 보안상 허점이 없는지 사운을 걸고 즉시, 전면적으로 챙겨달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샅샅이 찾아 정부와 공유하고 해법을 논의해달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대해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보안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부주의로 침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특히 “CISO가 독립적으로 보안을 챙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전산 보안 인력·설비 등을 충분히 갖추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침해사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고도화와 상황별 비상 대응체계 마련도 주문했다. 그는 “침해사고 발생 시 정확한 사실을 신속하게 정부·유관기관과 고객에 알리고 상황에 맞는 피해 복구 조치와 구제 조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침해사고 발생을 가정하고 세세한 상황별로 대처 요령을 담은 위기 대응 매뉴얼을 치밀하게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권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에 금융사 점검 결과와 위기 대응 매뉴얼 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보안 수준 비교공시, CISO 권한 강화 등 제도 개선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신용보증기금-전남대, AI 융합 창업기업 지원 위한 협력체계 구축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2일 전남대학교와 'AI융합 창업지원 활성화 및 금융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신보는 2026년 1학기부터 전남대 경영학부에 정책금융 정규강의를 개설한다. 강의는 신보 정책금융 전문강사가 직접 진행하며 △유관기관 실무자 특강 △기업 탐방 △취업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학생들의 금융 이해도와 취업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신보는 전국 거점대학들과 금융교육 협력을 바탕으로 고유의 창업지원 역량을 결합한 '산학연 학술 클러스터' 모델을 구축 중으로, 이번 전남대 협약은 영남대, 중앙대, 충남대에 이어 네 번째 사례다. 특히 전남대가 최근 AI 융합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 발맞춰 신보는 협약 최초로 AI 융합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과 대학 중심의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양 기관의 강점을 살려 지역 청년들이 금융 산업 및 AI융합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신보는 AI 등 첨단산업분야 지역 혁신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특징주] 자진 상폐하는 ‘비올’…3거래일 연속 상한가

공개 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비올 주가가 23일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시 21분 기준 비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0%(6250원) 오른 2만7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올은 현재 주식 유통 물량이 적어 주가가 큰 변동 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7일까지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약 85%를 확보한 이후 잔여 물량 장내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