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은행권에 경고장을 날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상향은 금융당국의 지침과 무관하고, 그간 은행권 자율성 측면에서 당국이 개입을 최소화했지만 앞으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7월부터 20여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은행권이 시장금리 하락에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금리를 상향하는 것에 대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쥴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은행 입장에서)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며 “저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보험사 등 2금융권보다 1금융권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 대해서는 “일종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개입이라는 말보다는 적절한 방식으로 은행과 소통해서 이야기해야 하고, 그 과정이 개입으로 비춰진다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해당 발언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주담대를 중심으로 금리를 상향한 데 따른 경고성으로 읽힌다.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지난달부터 20차례 넘게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의 금리 조정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자 이 원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 전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이달 21일 개최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상향을 놓고 원론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쳤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 시작하는 만큼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하게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원장은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에 대한 타당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명시적인 개입은 2번 정도였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에 대해서는 시스템 위기 특성상 관련법으로 근거가 있어 이에 따라 개입했고,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는 고강도 대책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단순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하나로는 안 된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현 조치) 인상으로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서 서울, 수도권의 은행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DSR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기존 0.75%포인트(p)에서 1.2%포인트로 상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스트레스 DSR 1단계를 시행해 은행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가산금리 0.38%포인트를 적용했다. 이어 당초 7월부터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0.75%포인트로 높이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9월 1일로 미뤘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다음달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없이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한다.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는 보금자리론, 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중도금, 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총대출액 1억원 이하 대출에 대한 DSR 정보를 상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계부채는 계속해서 증가세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7월 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9조7501억원이었다. 6월 말(552조1526억원) 대비 7조5975억원 증가했다. 7월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은 사실상 역대 최대치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