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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전 계열사 소집 ‘그룹 소비자보호 강화 대책회의’ 실시

KB금융그룹이 전 계열사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이하 CCO)와 함께 소비자 금융 중심의 전사적 추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1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전 계열사의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이하 CCO)가 참여하는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종합 대책 회의'를 실시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9월 선제적으로 시행된 '소비자보호 가치체계' 수립의 후속 조치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관할 정도로 전 계열사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Consumer Duty)'를 토대로, KB금융의 고객 중심 경영 철학과 현장 경험을 반영해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이라는 원칙을 담은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새롭게 수립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강화, 고난도상품 판매 정책 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금융 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소비자 중심 금융'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 계열사 실태평가 종합관리, 내부통제 현장점검 등 '지주회사의 소비자보호 총괄기능 강화' ▲ KPI 설계 시 소비자보호 핵심사항에 대한 배타적 합의권, 개선요구권 등 CCO의 권한을 강화하는 '소비자 중심의 성과평가지표(KPI)' 설계 ▲ 상품 설계부터 판매와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소비자 중심의 상품 프로세스' 개정 ▲ VOC 데이터의 심층 분석에 기반한 '체계적 민원관리' ▲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통합 대응체계' 마련 등 그룹사 전체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 추진 과제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논의됐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소비자보호·노동·환경 등이 중시되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대응해 미리 고민하고 먼저 움직이며,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KB금융은 앞으로도 모든 영업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권익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국보, 자본조달 표류 속 재무위기 심화…상폐 수순 가속화

코스피 상장사인 종합물류 업체 국보가 장기간 이어진 경영 불안 속에 사실상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에 놓였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마저 표류하는 가운데, 담보 지분 30%가 채권자 측에 넘어가는 등 상장폐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보는 전일 공시를 통해 추진 중인 유상증자와 CB 발행의 납입일을 오는 12월 30일로 연기했다. 당초 9월 말로 예정돼 있던 일정이 석 달가량 늦춰진 것이다. 국보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2022년 12월 약 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배정 대상자는 천지인엠파트너스 주식회사였으나, 납입일은 3년째 연기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2월에는 볼트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제17회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같은 날로 늦춰졌다. 국보의 유상증자는 올해까지 무려 8차례나 납입일이 연기됐다.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기업이 자금 수요에 대응해 신속히 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보처럼 수년간 납입이 지연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는 자금조달 계획이 사실상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납입일이 반복적으로 미뤄지면서 시장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자본 확충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제3자 배정자로 지목된 법인들의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납입 능력에도 근본적인 의구심이 뒤따른다. 국보의 유상증자 배정 대상자인 천지인엠파트너스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시인 2023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자본잠식률이 2000%가 넘는다. 당시 매출액은 7억원이었는데, 당기순손실은 363억원을 냈다.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인 매도가능금융자산(207억원)과 선급금손상차손(55억원) 등 영업외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설립된 천지인엠파트너스는 국보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국보의 최대주주인 엠부동산성장1호투자목적 유한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김수형 대표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표를 지낸 곳이다. 현 대표는 박찬하 국보 대표다. 국보의 CB 참여 대상자인 볼트는 2023년 9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볼트의 2023년 연말까지 자산총계는 자본금이 전부다. 지난해 영업이력도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3년 이상 연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 특이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보의 재무비율은 사실상 최악의 상태다. 지난 6월 기준 국보의 부채비율은 무려 4926.6%로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668.5%에서 6개월 만에 갑자기 4000% 이상 급증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67.6%에 달해 자산의 3분의 2를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업종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차입금의존도는 30%를 기준선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도 재무비율 개선이 쉽지 않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보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본업에서 손실을 기록했는데, 그 규모는 2020년 이후 더 커졌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자본잠식률은 83.5%까지 확대됐다. 차입금 상환 압박도 커졌다. 국보는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갚지 못했다. 이에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7월 18일 국보 지분 29.7%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고 담보처분권을 확보했다. 상상인 측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넘겨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는 의미다. 국보는 지분의 3분1 정도가 사실상 채권자의 통제 아래 놓인 셈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캐롯발 시너지’ 노리는 한화손해보험, 車보험 새 변수 되나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 통합으로 자동차보험 시장 5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시너지 창출을 앞세워 기존 '빅4'(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를 위협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한화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3.39%, 캐롯손해보험은 2.16%다. 원수보험료는 각각 3466억·2204억원이다. 이를 합하면 메리츠화재(3.79%)를 1.76%포인트(p), 1798억원 앞선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해보험 흡수합병을 필두로 2030년 차보험 원수보험료 2조원·점유율 10% 달성한다는 목표다. 장기손해보험에 이어 2번째로 비중이 높은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다. 한화손보는 사회변화에 힘입어 성장성 향상을 모색한다. 우선 경제력이 향상되고,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운전대를 잡는 여성이 많아지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 여성 특화 보험사를 표방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차보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미 '한화 시그니처 여성 운전자상해보험' 등도 판매 중이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여성 자동차 소유주는 439만5898명에서 602만3391명으로 늘어났다. 남성(1381만3028명→1633만3531명)과 비교하면 숫자는 적지만, 평균 증가율(3.6%)은 2배에 달했다. 여성 1인당 차량 등록 대수 증가율도 2.8%로, 남성(1.0%)을 훌쩍 상회했다. 여성 운전자는 보험료가 남성 보다 비싼 경향이 있다. 손해율이 높게 책정되는 특성상 보험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나, 더 높은 보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상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캐롯손보의 합류로 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도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됐다. 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 운영 경험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 DB손보를 필두로 대형사들이 다이렉트 채널 등을 통한 판매를 늘리는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캐롯손보의 모바일 앱 가입 회원수는 8월 중순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40대 이하가 전체의 60%에 달하며, 2030의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합병 이후에도 브랜드가 유지되는 만큼 '굿드라이브'를 비롯한 안전습관생성 서비스를 토대로 고객 접점을 늘릴 전망이다. 한화손보의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보험료가 또다시 인하된 반면, 정비수가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입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확대가 부품비·수리비 증가로 이어져 보험금 지급 부담도 불어났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화손보의 올 상반기 차보험손익은 -130억원이었다. 손해율(83.2%)이 통상적인 손익분기점(BEP)으로 불리는 80%대 초반을 넘은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 손해율과 보험손익은 각각 81.8%, -17억원이었다. 올 8월 손해율은 88.1%로 집계됐다. 캐롯손보의 경우 손해율이 96.3%에서 90.7%로 낮아지면서 적자폭 역시 276억원에서 193억원으로 축소됐지만, 흑자전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백오피스와 고객서비스 기능 통합·내재화 및 언더라이팅 강화로 비용을 통제하고 손해율 우량 계층 발굴로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보장 넘위가 넓은 상품 판매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보험료 인상을 건의하고 있으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며 “지속가능한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와 운영 효율성 개선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코스피 상장 첫날 명인제약 주가가 장 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9시 13분 기준 명인제약은 공모가(5만8000원) 대비 5만9600원(102.76%) 오른 11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따블(공모가 대비 두 배)' 달성에 성공했다. 중추신경계(CNS) 전문 제약기업인 명인제약은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관 2028개사가 참여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4만5000~5만8000원) 최상단인 5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참여 기관의 69.6%가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18~19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는 5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약 17조원이 모였다. 잇몸질환 치료 보조제 '이가탄'F, 변비치료제 '메이킨Q'로 널리 알려진 명인제약은 1985년 설립됐다.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조현병·우울증·파킨슨병 치료제 등 200여종 이상의 전문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IPO로 조달한 자금을 △CNS 신약 에베나마이드(Evenamide) 연구개발 △팔탄1공장과 발안2공장의 생산설비 증설에 투입할 방침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한화엔진, 4분기 이후 ‘고성장’ 기대…↑

한화엔진이 1일 장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5분 현재 한화엔진은 전 거래일 대비 10.13% 상승한 4만94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한화엔진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8000원에서 6만6000원으로 37.5% 상향했다. 4분기 이후 고가의 엔진 납품을 시작하면서 실적 성장이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한화엔진의 3분기 매출액은 3053억원,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68% 상승한 수치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보령, 사노피 항암제 사업권 인수 소식에 급등

보령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의 대표 항암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Docetaxel)' 사업권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장 초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11분 기준 보령은 전 거래일보다 7.00% 오른 93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9700원선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앞서 보령은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 등 글로벌 사업권을 최대 1억7500만유로(약 287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한국·중국·독일·스페인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중동 지역이 포함돼 있으며,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치면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보령이 전면 인수하게 된다. 절차가 완료되면 보령은 국내 예산공장에서 탁소텔을 직접 생산해 유통·판매할 계획이다. 탁소텔은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널리 사용돼온 세포독성 항암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보령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자체 유통망을 확대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섹터전망-석유화학]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신용등급 하향 압박 계속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 전환과 설비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사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구조조정 경과를 살피면서 회사별로 신용등급을 결정하겠지만, 등급 하향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는 신용 세미나를 열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 진단과 신용등급 모니터링 요인을 제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으로 과잉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일본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일본은 기업·설비 통폐합을 통한 최적화와 스폐셜티·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를 골자로 한 산업 구조조정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여러 차례 실시했다. 먼저 1980년대부터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줄였다. 일본은 에틸렌 연간 생산량을 2003년 736만톤에서 2023년 532만톤으로 줄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에틸렌 생산량이 2003년 589만톤에서 2024년 1039만톤으로 계속 늘었다. 일본 석유화학산업이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거쳐 생산 능력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설비 폐쇄의 기회비용이 낮았기 때문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일본은 석유화학 단지가 9개 지구에 걸쳐 분산되어 있고, 에틸렌 기준 설비별 평균 생산 능력이 연간 50만톤 수준으로 규모가 작으며, 노후화에 따라 설비 효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설비 폐쇄의 기회비용이 높아 향후 국내 구조조정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 단지는 여수, 대산, 울산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 대비 에틸렌 기준 설비별 평균 생산능력이 연간 115만톤으로 규모가 크고, 가동기간 15년 이내 설비가 600만톤 이상으로 사용 연수가 길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비효율 설비 폐쇄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 스폐셜티 제품군 확대 등을 이뤄냈다. 제약과 정밀화학 등으로 사업 부문을 다각화했고,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그 덕분에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충격에도 탄탄한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 대상 수출을 늘린 것과 달리 일본은 생산능력을 축소하고 내수 위주의 수급 구조로 변모했다"면서 “이에 따라 2022년 이후 국내와 일본 석유화학 업체 간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3대 방향', '정부지원 3대 원칙'을 발표했다. 기업이 먼저 사업재편 등의 노력을 해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요 석유화학 업체 10개는 자율 협약을 맺고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규모를 연간 270만~370만톤 줄이기로 했다. 국내 에틸렌 총생산능력(1480만톤)의 18~25% 수준이다. NCC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과 같은 기초 유분을 만드는 공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달라 실제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문제는 NCC 설비감축 규모에 관해 어느 업체가 얼마만큼의 물량을 담당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최근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GS칼텍스와 LG화학 등 산업단지 내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국내 과잉설비 감축을 위해 업체 간 인수합병, 합작사 설립 등이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업체별 사업과 재무 상황이 다르고 복잡한 이해관계로 사업통합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수합병을 통한 설비 통합, 업체 간 협의를 통한 생산량 조절은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과 담합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는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구조 개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이후 산업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회사마다 자구계획을 통한 재무개선 효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이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 충분한 차입금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 NCC, HD현대케미칼은 추가적인 재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구체적인 사업재편 방안을 확정되고 시행하기 전까지는 기존과 같이 업체별 수익성 및 재무부담 추이와 전망을 근거로 신용도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정부의 충분한 지원으로 유동성 대응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정부는 충분한 인센티브와 구체적인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섹터전망-자동차] ‘관세 직격탄’…“현대차는 버틸 수 있을 것”

미국발 관세 부과 공급망 재편으로 주요 자동차 회사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비용 부담은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뛰어난 사업·재무 역량을 바탕으로 관세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용평가사들은 전망했다. 다만 당분간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부담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는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관세 부담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네럴모터스(GM)와 포드도 각각 1조5000억원(11억달러), 1조1000억원(8억달러)을 관세 부과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도 본격화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 2분기 관세로 인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이 10.3%에서 8.2%로 떨어졌다"며 “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친환경 차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미국시장 관세 부과로 이익 창출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자동차 생산을 늘리고 자동차 부문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를 부과했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관세 협상에 따라, 미국은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를 적용하고 있다. 주요국 중 한국만 고율 관세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자동차 관세 인하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현대차·기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공통으로 직면한 사안이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낮은 한국 기업이 관세 충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포드 등의 실적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동차 업체의 실적 변동 추이를 보면, 현대차·기아는 영업이익률이 작년 2분기 10.9%에서 올해 2분기 8.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제네럴모터스는 9.3%에서 6.4%, 포드는 3.9%에서 1.0%로 실적 감소 폭이 컸고, 스텔란티스는 7.8%에서 -3.6%로 적자 전환했다. 김영훈 연구원은 “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실적 저하는 아직 25% 관세를 부과받는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 관세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업체에 견줘 실적 하락 폭이 작은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신용평가 3사는 전망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 또는 점유율 확대 등 전략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전략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수익성과 점유율 간 균형을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자동차 회사는 관세 부담에 대응해 미국 현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관세 부담과 설비투자 확대로 주요 자동차 회사의 차입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높은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투자부담 대응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재무안정성 지표를 보면, 도요타,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제네럴모터스 순으로 부채 비율이 낮다"며 “현대차그룹과 도요타의 재무 역량은 동종 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사는 폭스바겐이나 제네럴모터스 대비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와 차입 부담 증가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오늘 금융권은] BNK부산은행, 소상공인 지원 ‘상생드림대출’ 출시 外

BNK부산은행은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 'BNK 상생드림대출'을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경기 침체 속 소상공인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출 규모는 총 1000억원이며, 사업을 6개월 이상 이어온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업체별 최대 한도는 3000만원으로, 중도상환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다양한 편의 요소도 담았다. 고객이 자금 사정에 맞춰 이자 납부일을 조정할 수 있는 '이자납부 연장 옵션'을 도입했고, 1년간 성실하게 상환한 고객에게는 납부 이자의 일부를 환급하는 '성실 이자납부 캐시백 제도'를 운영한다. 캐시노트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사업진단 보고서를 제공해 소상공인이 스스로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산은행은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자금 운용과 경영활동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강석래 부산은행 기업고객그룹장은 “이번 상품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재기 지원을 위해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금융상품 출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NH K-외국인신용대출'을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지난 25일 출시한 NH글로벌위드 패키지의 후속 상품이다. 해외인력 유입 증가에 따른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외국인 고객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출 대상은 국내 체류자격(F-2·F-5·F-6·E-7·E-9)을 보유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자격득실확인서 기준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외국인 근로자다. 대출 한도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6개월 이상 60개월 이하다. 우대조건 충족 시 최대 연 1.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박내춘 농협은행 개인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에서 맞춤형 금융상품을 발굴해 글로벌 금융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한 2025년 KCSI(한국산업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KCSI는 1992년부터 시행된 고객만족도 조사로, 카카오뱅크는 2021년 이후 5년 연속 1위를 지켜왔다. 올해 조사에서는 요소 만족도, 전반적 만족도, 재구입 의향 등 주요 항목에서 모두 80점 이상을 기록했고, 총 13개 세부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전년 대비 점수가 상승했다. 조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대기 시간과 상담 태도, ARS, 채팅 상담 서비스 품질' 등 고객센터 관련 문항에서 특히 우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365일 24시간 모바일 앱에서 상담 챗봇, 콜센터, 카카오톡, 이메일 등 다양한 비대면 채널을 운영하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도입한 '상담챗봇'을 지난 6월 전면 개편해 고객이 카카오톡이나 카카오뱅크 앱 중 원하는 채널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상담 업무 시스템 전반에 적용해 상담 직원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고객 문의 처리 속도와 품질을 함께 강화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 신뢰에 보답하며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Npay)는 영세·중소 사업자의 온라인 결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한다고 30일 밝혔다. 오는 10월 1일부터 Npay 온라인 가맹점 중 영세·중소 등급에 해당하는 경우 카드결제 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인 Npay 머니를 포함한 모든 Npay 온라인 간편결제 수단에 대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각각 기존보다 0.03%포인트(p), 0.02%p 각각 인하한다. Npay는 그동안 영세·중소 가맹점을 위한 다양한 상생안을 시행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코로나19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가맹점에 대한 현장결제 수수료를 전액 지원했고, 2021년 7월과 2022년 1월에 Npay 온라인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두 차례 인하했다. 또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내 네이버페이 첫 결제가 발생한 영세·중소 가맹점에 Npay 온라인 결제 수수료를 100% 지원했다. 이외에도 Npay는 가맹점들이 긴 정산주기로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송시작 다음 날, 결제 후 약 3일 만에 대금을 정산하는 '빠른정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후 누적 약 56조원이 넘는 대금이 빠른정산 서비스로 지급됐다. 사업자 전용 플랫폼인 'Npay 마이비즈'를 통해 스마트스토어, 스마트플레이스 등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비즈니스에 대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주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각종 정책지원금 정보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상공인 상생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정부의 신용회복 지원 조치에 따라 본인이 해당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신용회복 대상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30일 밝혔다. 신용회복 지원조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채무 상환을 연체했더라도 올해 말까지 성실히 전액을 갚으면, 신용평가사에 최대 5년간 보관되는 연체 이력이 삭제되는 서민·소상공인 지원 제도다. 지난 6월 말 기준 약 370만명이 대상이며, 이 중 257만7000여명은 이미 상환을 완료해 이날 신용회복이 이뤄진다. 나머지 112만6000여명은 연말까지 전액 상환 시 지원받을 수 있다. 토스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연동해 이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토스 앱 내 '홈' 화면에서 '신용회복 대상자 조회'를 선택하면 본인이 해당되는 대상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고객이 보다 쉽게 신용회복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고객의 금융 생활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상호금융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2025년 제2차 상호금융 소비자보호 협의회'를 개최하고, 소비자보호와 민원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협의회에서는 △상호금융 소비자보호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 △상호금융 민원처리 프로세스 개선 보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 현황과 추진 계획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상호금융은 9월을 '대포통장 신규 발급 제로의 달'로 지정해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금융사기 예방 문진제도 강화 등 금융사기 예방과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이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겠다"며 “전 임직원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금융소비자보호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세계은행 “기업 지배구조 나은 나라, 자본시장 더 발전”…한국증권금융, 투자자 재산 보호에 매진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 체계를 피해자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증권금융은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창립 70주년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전망의 역할과 과제', '신흥 자본시장의 성장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논의를 벌였다. 첫 번째 주제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전망 강화'였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며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 사례를 모델로 한 '한국형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 도입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향후 정책 과제로 주목받도록 했다. 좌장을 맡은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모두 현 투자자 보호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단순한 사후 보상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피해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의 제도 개선 흐름을 소개하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사전 규제, 분쟁조정제도 정비, 불공정거래 과징금 신설 등 많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피해자 구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과징금과 벌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돼 피해자 보상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페어펀드를 도입해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이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조속히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소송 절차 없이 불법 이익 환수 자금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보다 실효성이 큰 제도다. 미국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불공정 거래를 적시에 적발, 비교적 신속한 제재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징수한다. 김 연구위원은 “제재 수입이 피해자 보상으로 이어지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크게 제고될 것"이라며 “이제는 피해자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각국 사례를 공유하며 조언을 더했다. 헤멘트 샤르마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 법무국 부실장은 “투자자 신뢰 회복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SIPC는 설립 이후 약 77만 명 투자자에게 1426억 달러를 회수·분배했고, 자격 있는 고객의 99%가 전액 보상을 받았다"며 “리먼 브러더스와 메이도프 사건에서도 신속한 자산 반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적으로 강력한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새로운 위험, 특히 디지털 자산과 초대형 금융사 리스크에 대비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기우라 노부히코 일본 주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자 보호는 공시와 신뢰 확보가 핵심"이라며 “사전 규제와 사후 분쟁조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암호자산 투자 피해가 늘어나면서 제도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이며, 한국도 고위험 상품 판매 시 교육·설명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아무리 내부적으로 법을 만들고 보호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 부드-라자 영국 BNY 글로벌 규제전략 총괄은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 재산 분리 보관, 투명성 강화, 업계 자율규범인 머니마켓 코드 도입 등으로 신뢰 회복을 추진해 왔다"며 “유럽연합에서 시작된 미피드(MIFID) II, SFTR 규제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 투자자 신뢰가 굳건해진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신흥국 경제 발전에서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제도적 신뢰, 투자 채널 다양화, 유동성 공급이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의 기업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르지오 슈머클러 세계은행 거시경제·성장 연구 책임자는 '저소득 국가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그는 “기업들은 뉴욕과 런던 같은 국제 금융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가 더 나은 국가들이 더 많은 자본시장 성장을 경험했다"고 분석하며, 제도적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멜리스 에크만 타보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경영이사는 중부·동유럽 시장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많은 중부 및 동유럽 국가의 금융 시장에 대한 법적·제도적 프레임워크는 선진국과 매우 유사한 발전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동성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매 저축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 상품보다 주로 은행 예금 형태로 남아있다"며 연금 기금과 자산운용 수단 같은 투자 채널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잔 올슨 아시아개발은행(ADB) 동남아 민간금융기관 부문장은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언급하며, 신흥국 금융발전이 특정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탄 국가들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금융시장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제적 지원과 제도 개선의 병행을 주문했다.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증권금융의 역할을 소개하며 “투자자 예치금을 보호한다"는 점을 첫 번째 기능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분리예치제도 아래에서 투자자의 증권거래 예치금을 증권사 자체 자금과 혼합하지 않고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다"고 설명했다. 또 ▲위기 시 유동성 공급 ▲환매조건부매매와 대차거래 중개 ▲직원 주식 소유제 등 금융서비스 제공을 주요 기능으로 짚었다. 정 연구위원은 “자금 조달 스트레스가 고조되는 시기에 증권사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에서 한국증권금융이 수행한 시장 안정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외화스왑 라이선스를 획득한 이유도 해외 증권 투자 확대와 외화 예치금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개회사에서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에 발맞춰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증권업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금융 시대에 자본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투자자 재산 보호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외환 스왑 라이선스와 관련해 “자본 시장의 글로벌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 조달과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증권금융의 글로벌화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 회사로서 안정적 자기자본 유지 등 건전성을 탄탄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시장안정 기능 지속 확충, 생산적 금융 동참, 인프라 기관으로서의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당부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국내외 금융당국, 세계은행, 규제당국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한 증권금융 전담 회사다. 주식 등을 담보로 기업과 금융투자회사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한국증권금융이 자본시장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창립 첫해 1956년 700만원에서 2015년 8조2000억원을 거쳐 올해 상반기 31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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