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 건설사들이 연이어 대형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연간 목표액인 400억달러(약 55조276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에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신규 수주·발주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3일 해외건설협회 '2024년 3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11억1000만달러(29조1677억원)로 연간 목표액인 400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0.3%나 감소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올해 목표인 400억달러 달성은 커녕 2021년 이후 유지했던 300억달러대 달성도 힘들 수 있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지난 2월 “해외도시개발 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진출해 리스크를 낮추고,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등 정부가 원팀으로 앞장서 해외도시개발 사업의 이정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췄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며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해외건설 수주액은)산술적으로 올해 말까지 269억4000만달러(37조215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역 별로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등의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했다. 아시아(중동 제외)의 건설 수주액은 29억8000만달러(4조1145억원)로 전년 동기 46억8000만달러(6조4617억원) 대비 36.3% 감소했다. 협회는 이 같은 감소세에 대해 “토목 부문과 산업설비 부문 공사 수주 감소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북미·태평양 시장도 26억7000만달러(3조6857억원)를 수주하는 데 그쳐 1년 전(74억2200만달러)과 비교해 64%가량 감소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중동 지역 수주액은 119억4000만달러(16조4844억원)로 선전하며 전년 대비 49.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에서는 산업설비 수주 강세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사되며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56.6%를 차지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사비 상승 압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건설시장 성장률은 경제성장 둔화, 고금리 기조, 원자재가 및 운송비 상승 등의 여파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모양새다. S&P 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건설시장이 지난해(141조1000억 달러) 대비 3.2% 성장하는 데 그쳐 14조5952억달러(2경153조522억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이같은 악재 속에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40만배럴 규모 정유·화학 플랜트 건설 공사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해외 건설 수주 목표액 달성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며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발주처에서 사업을 늦추려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해외 수주 목표를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