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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선 넘은 한미약품 가족분쟁, 직원은 안중에 없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지난 주에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모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누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를 잇따라 형사고발했다. 배임과 허위사실 유포 등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을 혐의로 들었다. 이번 형사고발이 기소와 재판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9월 임종윤 이사는 모녀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나 경찰이 내사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형사고발이 코리그룹과 한미사이언스 명의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코리그룹 최대주주인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각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제 형사처벌보다는 이달 말과 다음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형제측과 모녀측은 모두 간담회, 입장문 등 기회될 때마다 가족간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해 왔다. 이번 형제의 형사고발은 겉으로나마 강조해 온 가족간 화합마저 사실상 무너뜨린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모친 송영숙 회장은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한미약품 임시주총 이후에도 현재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관 변경 등 의결 요건이 까다로운 안건들이 상정된 만큼 캐스팅보드 역할을 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면 형제측이 장약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모녀측이 장악한 주력사 한미약품이 모두 현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대립을 지속할 수 있다. 이번 가족간 형사고발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한 오너일가 갈등이 자칫 그룹 전체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임종훈 대표가 주도한 한미사이언스 중장기 성장전략 설명회에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배석해 계열사들도 형제측과 모녀측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임직원들이 연구개발 등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축이다. 창업주 일족들은 한미약품그룹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욕심보다 회사와 임직원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매출 1조 눈앞 차바이오텍 “세포유전자로 흑자전환 기대”

차바이오그룹이 올해 설립이래 첫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17일 차바이오그룹 지주사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769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매출 9540억원을 올린 차바이오텍은 올해 설립 이래 첫 매출 1조원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3분기 매출만 보면 27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8% 성장했다. 차바이오텍은 8년째 투자해 온 동남아시아 최대 전문 클리닉 그룹 '싱가포르 메디컬 그룹(SMG)'이 지난 9월 종속회사로 편입되는 등 해외 헬스케어사업과 면역·줄기세포 보관, 유전체분석 등 국내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 증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은 악화돼 연결기준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2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3분기만 보면 영업손실 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손실액이 36.0% 증가했다. 이는 호주 신규 클리닉 오픈과 신약 연구개발 투자, 미국 현지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신사업 투자 등 신규 투자 증가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그룹은 차병원그룹이 보유한 국내외 7개국 90여개 병원의 병원경영지원(MSO) 사업을 비롯해 제대혈은행,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백신,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임상시험수탁(CRO), 위탁개발생산(CDMO)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폭넓게 영위하는 종합 생명공학기업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대 민간 종합병원인 LA 할리우드 차병원을 비롯해 차의과학대학교, 차종합연구원 등 국내 유일하게 산학연병(産學硏病) 네트워크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10여개의 줄기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병원경영지원 부문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저출산으로 제대혈은행 사업이 성장에 한계가 있는 등 매출 다각화와 수익성 증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차바이오텍은 3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과 이에 특화된 CDMO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차바이오텍은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에 CGT에 특화된 CDMO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경기 성남 판교에 세계 최대 CGT CDMO 생산시설인 '세포유전자 바이오뱅크(CGB)'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CDMO 산업은 2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불리는 '항체 치료제'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설비를 필요로 해 글로벌 CDMO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CGT는 개인별 맞춤형 치료제인 만큼 CGT CDMO는 상대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설비 구축을 필요로 한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CDMO 시설에 더해 판교 CGB 완공을 계기로 글로벌 CGT CDMO 선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이밖에 올해 말 제정이 전망되는 미국 '생물보안법'의 중국 CDMO 기업 미국 진출 금지, 내년 2월 시행되는 국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의 세포유전자치료 규제완화도 차바이오그룹의 사업확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국내 사업과 헬스케어 사업의 견실한 성장과 싱가포르 SMG의 연결실적 반영 등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CDMO 사업과 내년 2월 시행되는 첨생법을 통한 파이프라인 사업화에 집중해 성장세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삼성·셀트리온·롯데, 차세대 항암제 ADC ‘투자 경쟁’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불리는 ADC는 향후 대량생산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부족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외 CDMO 기업들이 앞다퉈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매출기준 세계 1위 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는 ADC 등 '바이오접합체'의 CDMO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스위스에 각 1200리터 규모의 신규 제조시설 2곳을 건설해 2028년 가동할 계획이라고 12일 발표했다. 앞서 매출 세계 2위 CDMO 기업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ADC 전문 CDMO 자회사 '우시 XDC'를 홍콩거래소에 상장시켜 수천억원대 투자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라는 물질로 결합한 표적항암제로 모든 고형암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이 적은 '꿈의 항암제'다. 2020년 출시된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가 올해 5조원, 2030년 2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여개의 ADC가 출시되는 등 ADC 시장은 초기 정착단계를 넘어 본격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ADC는 바이오의약품(항체, 링커)과 합성의약품(페이로드)이 결합돼 제조공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다양한 약물, 링커별 맞춤형 생산시설이 필요해 아직 글로벌 빅파마들도 충분한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들이 ADC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론자, 우시 등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기업들도 ADC 전용 CDMO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제1·2바이오캠퍼스 인근에 500리터 규모의 ADC 전용 CDMO 시설을 건설,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ADC 생산시설은 세계 최대 CDMO시설(항체 생산시설)인 송도 1·2캠퍼스 인근에 자리잡은 지리적 이점과 기존 항체·세포주 기술을 바탕으로 초기 개발단계부터 상업생산까지 ADC 개발·생산의 전 과정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특히 ADC는 적응증별로 약물(페이로드)과 링커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유연한 제조시설 설계를 통해 고객사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7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DC 분야 세계최대 컨퍼런스 '월드 ADC 2024'에 참가해 ADC 전용 CDMO 증설 계획을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CDMO 시설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셀트리온도 월드 ADC 2024 컨퍼런스에 참가해 현재 개발중인 ADC 신약 'CT-P70'과 'CT-P71'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셀트리온은 올해 중 CDMO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CDMO 사업에 진출, 기존 바이오시밀러에 더해 ADC 신약과 CDMO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다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해 13조원에서 2028년 39조원 규모로 5년새 3배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미국이 '생물보안법' 제정을 통해 우시바이오로직스를 견제하고 비만약 '위고비'를 히트시킨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기존 세계 2위 CDMO 기업 '카탈란트'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CDMO 판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주요 CDMO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ADC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서비스에 대한 선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제약사 톱5, 3분기 실적순위 ‘신약·수출’서 갈렸다

유한양행 등 국내 상위 5대 제약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사뭇 엇갈린 가운데 자체 신약 매출과 해외 수출이 호조를 보인 제약사의 실적이 돋보였다. 우리 제약기업의 살길이 신약과 수출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988억원, 영업이익 4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9%, 5189% 증가했다. 1~3분기 누적으로도 매출 1조57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5% 성장했고 영업이익 667억원으로 31.3% 증가해 상위 5대 제약사 중 가장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힘이 컸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한 유한양행은 FDA 승인으로 800억원 가량의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대폭 끌어올렸다. 유한양행에 이어 대웅제약이 5대 제약사 중 가장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 3584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1%, 26.9% 성장했다. 1~3분기 누적으로도 매출 1조547억원, 영업이익 1093억원으로 각각 4.1%, 16.4% 성장했다. 대웅제약 성장요인으로는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미국제품명 주보)와 국산 34호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가 꼽힌다. 나보타는 1~3분기 누적 매출 1378억원으로 대웅제약의 매출 1위 품목(전체 매출의 13%)이자 주요 품목 중 유일하게 해외수출(1158억원)이 국내매출(220억원) 보다 많다.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톡신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미용목적 톡신 시장점유율 13%로 애브비의 '보톡스'에 이어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2022년 출시한 펙수클루 역시 중국 등 30개국에 진출해 연매출 1000억원을 앞두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649억원, 영업이익 3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8%, 20.8% 성장했다. 여기에는 지난 7월 미국에 수출을 시작한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4분기 이후 알리글로 미국 수출이 본격화되면 GC녹십자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혈액제제의 수출비중이 현재(내수 75% 수출 25%)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GC녹십자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39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22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이는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수출감소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50억원 적자를 낸 여파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1조1439억원, 영업이익 18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 23.3% 성장했다. 그러나 3분기만 보면 매출 3621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0.7%, 11.4% 감소했다. 이는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원외처방 전문의약품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3분기에 중국 북경한미약품이 현지 자연재해(홍수)로 영업차질을 빚은데 더해 R&D 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별도기준 3분기 매출 4085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5% 감소했다. 1~3분기 누적으로도 매출은 1조1469억원으로 0.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04억원으로 36.5% 감소했다. 종근당의 실적둔화 역시 올해들어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된 여파도 있지만 R&D 지출이 전년동기 대비 26.2% 증가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1회성 요인과 R&D 투자로 3분기 실적이 저조했지만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종근당 고지혈증 신약 'CKD-508' 등 신약 파이프라인이 탄탄한 만큼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모녀연합-형제, ‘영업익 1조’ 풍선띄우기 경쟁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이 이번에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형제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주 그룹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곧바로 '모녀측'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비슷한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내용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해 향후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1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엠배서더 호텔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2024 한미 팜 이노베이션 데이'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에는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 최인영 R&D센터장,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 신해곤 글로벌사업본부 상무 등 한미약품 핵심사업 책임자들이 직접 참석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로 한미약품의 사업 성과와 미래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 이날 설명회를 통해 한미약품의 향후 성장전략과 비전을 각인시키고자 했다. 설명회에서 박재현 대표는 3단계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1단계로 내년까지 글로벌 진출 토대를 마련하고 2단계로 2028년까지 블록버스터를 출시하며 3단계로 2033년까지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기준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매출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 영업이익률 14.8%를 기록했다. 향후 10년 내에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고 영업이익은 4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인 셈이다. 이를 위해 2026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비만치료제를 필두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등 대사질환,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항암, 희귀질환 등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을 블록버스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7년째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전문의약품 원외처방 매출 성과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의 성장전략은 매출 확대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신약개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통해 '자체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 7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2028년까지 한미약품그룹 전체 매출을 2조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5년 내에 매출은 지난해보다 1.7배 가량 늘리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4000억원에서 2배 이상 키운다는 목표인 셈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지주사인 만큼 한미약품이 주도하는 신약개발은 물론 지주사가 영위하는 헬스케어, 의료기기를 비롯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확대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매출·영업이익 목표 측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더 큰 차이는 세부 전략에 있다. 한미약품이 수익의 재투자를 통한 '자체 역량'을 강조한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인수합병(M&A), 투자 및 제휴, 오픈이노베이션 등 '외적 성장동력'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임종훈 대표는 “날로 치열해지는 외부환경을 고려했을 때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역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중기 전략 달성을 위해 최대 8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및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연합측은 “정작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8000억원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 답도 없다"며 외부 투자 유치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측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다음달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인 만큼 3자연합측과 형제측이 성장 비전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셀트리온, 3분기만에 작년 매출 추월 ‘신규 3총사 효과’

셀트리온이 올해 3분기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은 올해 4분기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을 본궤도에 올려 올해 전체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11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819억원, 영업이익 2077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4% 감소한 실적이다.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인한 비용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합병으로 인해 상각 비용이 발생했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725억원과 비교하면 3분기에 186.5%나 증가했다. 특히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937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매출 2조 1764억원을 3분기만에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이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등 신규 주력제품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플라이마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2414억원을 기록, 이미 전년도 매출의 1.7배를 달성했다. 피하주사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와 항암제 '베그젤마' 등 신규 주력제품의 매출도 3분기에 각각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을 올렸다. 4분기 실적은 지난 3월 미국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제품명)의 성적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짐펜트라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당초 올해 연매출 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짐펜트라 매출은 지난 2분기 22억원, 3분기 64억원으로 셀트리온의 기대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전체 짐펜트라의 매출을 400억원대, 내년 5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은 지난달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모두 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같은 달 미국 전역에 짐펜트라 TV 광고도 시작한 만큼 4분기에는 매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르면 내년 짐펜트라를 국산 1호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의 의약품)로 만든다는 목표다. 이밖에 셀트리온은 올해 중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를 설립, 내년부터 CDMO를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SC를 비롯한 후속 제품군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데다 매출원가 개선 및 합병 상각비 감소 등 긍정적 요인도 함께 작용해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전역에서 입찰 수주 및 처방 성과가 확대되고 있고 특히, 유럽·중남미 지역에서 후속제품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올해 3조 5000억원 매출은 무난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종근당, 장학사업 등 ‘제약사 사회공헌’ 소비자 주목 1위

종근당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제약사 가운데 사회공헌활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는 뉴스·SNS 등 온라인 게시물 빅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주요 제약사 가운데 종근당이 '사회공헌'과 관련해 가장 많은 포스팅 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뉴스 △커뮤니티 △블로그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기업·단체·정부·공공기관 등 12개 채널 23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 7~9월 국내 제약사 10곳의 '사회공헌' 관련 키워드가 담긴 관련 게시물 수(정보량)를 집계한 결과다. 각 제약사 회사명과 함께 어르신, 기부, 봉사, 장학, 후원 등의 단어가 들어간 게시물의 수를 집계한 결과로, 종근당은 총 770건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휴온스(440건), 3위 보령(430건), 4위 동아제약(428건), 5위 JW중외제약(387건)이 차지했다. 종근당이 2위권 그룹과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한 셈이다. 데이터앤리서치는 종근당이 지역인재 육성, 헌혈,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봉사활동 등을 적극 펼쳐 관련 포스팅 글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지난 8월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종근당건강이 충남 당진시 배구선수 학생들에게 지원품을 전달한 내용이 소개됐고 9월 온라인 커뮤니티 '38커뮤니케이션'에는 종근당홀딩스 가족봉사단의 독거노인 맞춤돌봄 지원행사 내용이 공유됐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취약계층 지원을 비롯해 종근당고촌재단을 통한 장학사업, 문화예술 지원사업 등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최대 장학재단인 종근당고촌재단은 올해까지 51년간 누적 총 1만144명의 국내외 학생들에게 총 711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국내 민간 장학재단 최초의 대학생 무상 기숙사인 '종근당고촌학사'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동대문구 휘경동 등 서울 대학 밀집지역 4곳에 설립돼 지방출신 대학생 200여명에게 무상 주거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11년부터 전국 병원 입원환자와 가족을 위한 오페라와 콘서트 순회 공연도 매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2017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신진 미술작가를 지원하는 '종근당 예술지상'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앤리서치 관계자는 “조사대상 10개 제약사의 3분기 전체 사회공헌 관련 포스팅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 감소했다"면서도 “이러한 가운데에도 종근당이 2년 연속 사회공헌 관심도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휴온스, 바이오의약 CDMO 진출…‘매출 1조’ 승부수

종합 헬스케어기업 휴온스그룹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한다. 미국의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에 발맞춰 국내 정치권이 CDMO 산업육성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휴온스그룹이 CDMO 사업을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지 주목된다. 10일 휴온스그룹에 따르면 그룹 주력사 휴온스는 지난 5일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기업 '팬젠'과 143억원을 투자해 팬젠의 주식 265만주를 취득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3일 주식취득이 완료되면 휴온스는 팬젠의 지분 31.5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며 팬젠은 다음달 1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휴온스에 경영권을 이전하고 휴온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1999년 설립된 코스닥 상장사 팬젠은 유전자재조합 방식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세포주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휴온스는 점안제 등 일부 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이번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R&D 역량을 높여 위탁개발(CDO)를 아우르는 CDMO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휴온스그룹은 팬젠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계열사 휴온스랩이 개발 중인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의 CDMO에 나설 예정이다.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는 항체의약품, 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정맥주사 제형에서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데 사용되는 약물확산제로, 휴온스그룹은 오는 2027년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미국시장 진출 등을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휴온스그룹은 휴온스,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계열사를 통해 관절염치료제, 퇴행성질환치료제, 보툴리눔톡신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만큼 팬젠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의 CDMO 사업 진출은 CDMO 사업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최대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내 사업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을 이르면 올해 중 제정할 전망이다. 이를 우리 CDMO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등 정치권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CDMO 기업을 지원하는 가칭 '바이오의약품 CDMO기업 지원 특별법' 발의를 논의 중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중 CDMO 자회사를 설립해 내년부터 CDMO 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며, 미국 현지에 CDMO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뉴욕주 시러큐스 생산시설)와 차바이오텍(텍사스주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생산시설) 역시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힘입어 미국 내 CDMO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휴온스그룹이 연매출 70억원대의 팬젠 인수와 CDMO 사업 확대를 통해 내년 창립이래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은 지난해 매출 758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8000억원대 매출이 전망된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팬젠의 자회사 편입을 통해 매출 증가를 이루고 바이오의약품 CDMO 신규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가족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이끌어 바이오의약품 역량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흑자 늘리고 경영권 지키겠다”

한미약품그룹의 오너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밝히며 그룹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측(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및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이번 중장기 성장전략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형제측의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채무부터 해결하라고 맞불 여론전을 펼쳤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2028년까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중장기 성장 목표를 밝혔다. 임 대표는 정신질환계 치료제 등 치료영역 확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혁신기술 확보, 헬스케어 사업 다각화, 제약 원료 위탁개발생산(CDMO) 등을 통해 기존 보유 품목과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세부 계획을 소개했다. 특히 임 대표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설령 3자연합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더라도 자신의 대표이사 체제는 2027년까지 지속됨을 강조했다. 오히려 2026년 3월이면 한미사이언스 및 한미약품의 3자연합측 이사진 상당수가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임종훈 대표체제는 더욱 탄탄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3자연합측은 이날 발표된 중장기 성장전략이 그룹 구성원과 공유되지 않은 '깜깜이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3자연합측은 “이 성장전략이 한미사이언스가 30억원을 들여 외부 컨설팅을 받은 보고서"라며 “30억원을 투입해 작성한 보고서라기에는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특히 보고서가 담고 있는 8150억원의 투자 계획과 관련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형제측은 상속세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비판했다. 즉 형제측이 상속세 납부에 따른 개인채무로 연간 이자비용으로만 100억원 가까이 쓰고 있는 만큼 이 채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3자연합측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분쟁을 일으키는 지금의 행보를 즉시 멈추길 촉구한다"고 밝혀 3자연합측이 강조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중장기 성장 보고서가 이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보고된 내용인 만큼 구성원과 공유되지 않은 깜깜이 보고서라는 비판에 대해 재반박했다. 업계는 형제측과 3자연합측이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다음달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치열한 여론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글로벌 K-신약 이제 시작…‘죽음의 계곡’ 넘어야 도약 가능”

최근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신설을 발표하는 등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진흥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진흥정책이 약가인하 위주의 현 규제정책과 상충하고 있어 신약 개발과 바이오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6일 서울 서초구 제약회관에서 '2024 프레스 세미나'를 열고 약가정책 개선을 포함해 △바이오벤처 활성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 등 최근 주요 이슈와 우리 업계의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이 세미나에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정부가 국가바이오위원회 설립 등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진흥 정책이 현재의 약가 인하 정책과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R&D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고 신약 파이프라인 수 역시 10% 이상 증가했다"고 소개하면서도 “국내 R&D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아직 크게 적고 투자시장 분위기도 나쁜 상태"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으면서도 약가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각종 진흥정책에 대한 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 역시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벤처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우 이사는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널까' 제목의 발표를 통해 올해 미국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벤처투자가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가 국내 바이오업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이사는 “올해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2020~2023년 평균치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호전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 이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창업 이후 수익창출(희망투자가치 도달)까지 자금난을 겪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계곡'은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우 기간이 더 길다. 신약 개발까지 10~15년이 걸리고 수천억원이 소요되지만 일반 제조업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 이사는 “바이오는 국내 전체 벤처캐피탈 신규투자 업종 중 ICT서비스, 전기·기계·장비 등과 더불어 항상 1~3위 안에 포진해 있을 만큼 항상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투자자가 믿음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즉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기술력은 물론 벤처창업자의 리더십과 소통능력, 관리역량을 통해 벤처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대·중견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에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개발 단계를 위한 펀드 조성, 초기연구와 임상시험의 연계형 지원사업 수립, 국내 대형 제약사가 국내 벤처기업을 지원할 경우 인센티브 제공 등의 지원방안을 제안했다. 이밖에 유승래 동덕여대 교수는 '약가정책과 산업육성 로드맵' 발표에서 필수의약품 자급률 향상과 제약주권 확보를 위한 약가우대정책을 제안했다.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중국에 편중돼 있는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기술 개발 지원, 위탁개발생산(CDMO) 인프라 투자를 위한 세제 지원, 한국·미국·일본·인도·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바이오제약 연합'을 통한 공조 확대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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