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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추석 성묘·벌초 시 ‘쯔쯔가무시병’ 주의보

최근 가천대 길병원을 찾은 68세 여성 환자는 과수원에서 감을 따던 중 갑자기 고열과 두통, 근육통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그냥 환절기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며칠을 버티다가 상태가 악화돼 응급실을 방문했다. 진료 과정 중 환자의 겨드랑이 피부에서 검은 딱지가 발견됐고, 혈액검사 결과 '쯔쯔가무시병'으로 확진됐다. 다행히도 독시사이클린 항생제를 투여한 후 빠르게 호전돼 현재는 건강을 회복했다. 이 여성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폐렴이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을철 성묘와 벌초 그리고 단풍 놀이 등으로 야외 활동이 한창인 요즘, 무심코 들어간 풀숲에서 우리 건강이 위협 당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쯔쯔가무시병은 추석을 전후한 가을철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벌레'라는 뜻처럼, 진드기 유충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병을 의미한다. 이 병은 리케치아과에 속하는 세균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에 감염돼 발생한다. 감염은 주로 풀이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를 물면서 이뤄진다. 농작업이나 벌초, 성묘, 도토리와 밤 줍기, 등산과 같은 일상적인 야외활동 중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 전체 환자의 대다수가 9월부터 11월 사이인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3년간 환자의 74.3%가 이 시기에 발생했다. 이는 진드기의 밀도가 평균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9월부터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석 전후로 농촌과 산간지역에서 가장 많다. 논과 밭, 과수원, 등산로 주변 풀숲이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농촌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주로 발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등산이나 단풍놀이 등 야외활동 증가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도시 거주자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한정됐던 유행 시기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병에 감염된 뒤 보통 6일에서 18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는 갑작스러운 두통, 고열, 오한, 근육통, 피부 발진 등을 호소한다. 특히 환자의 약 90%에서는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데, 이를 가피(eschar)라고 한다. 가피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허리, 복부 주름 등 피부가 얇고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하며, 쯔쯔가무시병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가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감별 진단이 어렵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드물게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이 동반되거나 수막염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비교적 항생제 치료 효과가 좋은 질환이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 특히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하면 대체로 호전된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수막염, 폐렴, 신부전과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고령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야외활동 이후 두통과 발열, 오한 등 심한 감기 증세가 나타나거나 벌레에 물린 흔적이 확인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백신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진드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생활 속 예방이 최선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양말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업이나 활동을 마친 후에는 곧바로 샤워를 해 피부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고, 착용했던 작업복이나 속옷, 양말 등을 즉시 세탁해야 한다. 또한 유행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발열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드기 물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긴 옷을 착용하고, 귀가 후 바로 샤워와 세탁을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야외활동 후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심한 감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작은 벌레가 옮기는 질병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다.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조기 진단과 예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풍이 물들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를 경계하며 예방의식을 갖는 것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새책] 응급의학과 의사 최석재의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 30’

충남 아산시 소재 아산충무병원 응급의학과 최석재 과장은 의학 유튜브 활동으로 유명한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다. 밤낮 없이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돌볼 뿐 아니라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주요 역할도 수행하는 등 부지런하게 의료의 일선에서 뛰고 있다. 그가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 30' 제목의 새책(21세기북스 펴냄)을 통해 '중년 이후,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확실한 방법'을 제시해 관심이 모아진다. 이 책은 예고 없는 뇌졸중, 젊은 심근경색, 조용히 다가오는 암과 당뇨 등에 대비해 '골든 타임' 30가지를 사수하는 응급의학 설명서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응급실에서 긴 기간을 보낸 필자는 환자들을 살리며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돌연사는 오래전부터 몸이 보내온 신호의 결과이며, 우리는 그 신호를 놓친 채 '마지막' 단계에서야 병원을 찾곤 한다는 사실이다. 이 무력감을 끝내기 위해 최 과장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여러 질환과 근본 원인 그리고 해결책을 한 권에 정리했다.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특정 증상부터 거슬러 올라가 꼼꼼히 밝혀낸다. 책의 큰 줄기는 '마지막 신호'를 조기에 읽고 제때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 있다.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가슴 통증을 구별하는 방법, 뇌졸중의 빠른 대처 방법, 처방 약물의 올바른 사용, 습관 교정을 통한 근본 원인 해결까지 고루 담았다. 책의 1장에서는 심혈관 질환을 다루며,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 생사를 가르는 심장의 신호를 정확히 읽도록 돕는다. 2장은 뇌혈관 질환의 발병 과정을 사례와 수치로 보여 준다. 한쪽 팔다리의 급격한 힘 빠짐, 얼굴 비대칭, 말 어눌함 같은 전형적 전조를 서술하고, FAST(Face, Arm, Speech, Time) 법칙을 기억해 현장에서 즉시 대응하도록 독려한다. 3장은 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발생 요인을 다루며 일상 맥락 속에서 암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4장은 생활습관과 만성대사질환을 연결한다.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당뇨병·비만을 하나의 연쇄로 보고, 식습관과 활동량이 어떻게 대사 교란을 일으켜 심뇌혈관질환과 암의 위험까지 키우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5장은 응급실과 멀어지는 실천적 지침을 담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기고]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 높이는 관절염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며, 노인의 빈곤율, 우울증, 그리고 자살률은 OECD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인구구조나 정신건강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그 중심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중대한 변수, 바로 '관절 질환', 특히 관절염이 있다. 관절염은 흔히 '노화에 따른 통증' 정도로 취급되지만, 이는 심각한 과소평가다. 관절염은 초고령 사회에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유발하는 '사회적 질환'이며, 더 이상 단순한 정형외과 질환으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2024년 국내 연구에 따르면, 관절염을 앓는 고령자의 약 15%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비환자보다 1.8배 높은 수치다. 문제는 단지 통증이 아니라, 그로 인해 외출이 줄고,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통증에 대한 인식과 감정 반응이 더 강해, 관절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관절염은 만성통증 → 활동 제한 → 사회적 고립 →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병리적 흐름을 가진다. 우울증을 넘어, 관절염은 노인 자살률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2011년 국제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된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의 5.6%가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을 경험했으며 이는 비환자군(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자살 위험은 우울증 동반 여부, 통증 지속 기간, 그리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따라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거동의 어려움이 곧 정신적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절염은 낙상의 주요 위험인자다. 낙상은 대퇴골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대퇴골 경부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10.7%, 85세 이상에서는 20%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골절 때문이 아니다. 골절 이후 장기 침상 생활 → 폐렴, 욕창, 근감소증, 우울증 → 사망이라는 연쇄적 경로 때문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관절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추진하며 재가노인의 건강 유지를 위한 모델을 실험 중이다. 하지만 통합돌봄에서 정형외과적 개입은 여전히 부족하다. 낙상 예방은 통합돌봄의 핵심인데, 그 중심에는 관절 건강 유지, 근력 강화, 보행 안정성 확보라는 정형외과적 과제가 놓여 있다. 이것은 단순 방문간호, 물리치료 수준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지역의 관절 전문병원이 통합돌봄의 핵심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정형외과 기반의 낙상 예방, 맞춤형 운동 처방, 고위험군의 조기개입을 통해 우울증·자살·사망률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임상적 거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절 분야는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차 병원을 대상으로 '2차 중점병원' 및 '필수특화분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절 분야는 소외되어 있다. 암, 심혈관, 중환자 치료 등에 비해 정형외과 관절 치료는 경증 진료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관절염은 노인의 우울증과 자살률, 낙상과 사망률에 직결되는 사회적 질환이다. 질병 부담은 낮지만, 삶의 질과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관절염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다.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관절염을 단순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고령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공공의 전략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관절 전문병원은 통합돌봄 체계 속에서 예방적 역할을 강화하고, 중증으로의 이행을 줄이며, 정신건강 지표를 개선하는 기반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 이제는 보건의료정책, 지역보건기획, 건강보험 구조 모두가 이 질환의 '사회적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고, 관절 분야를 필수특화과목으로 재조명해야 할 시점이다. 글·대한전문병원협회 권세광 학술위원장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한양대류마티스병원, APLAR ‘우수센터’ 인증 획득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원장 김태환)은 26일 “아시아태평양류마티스학회(APLAR)로부터 우수센터(Center of Excellence) 인증을 최근 획득하며 국제적 권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인증은 APLAR 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구(Research) △환자 진료(Patient Care) △교육 및 훈련(Training & Education) 등 3대 부문에서 지속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기관에 수여된다. 이번 인증 획득으로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은 2025년 9월부터 2028년 8월까지 3년간 그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APLAR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 치료, 연구 수준 향상을 목표로 활동하는 권위 있는 학회다. 이번 인증서에는 츠토무 타케우치(APLAR 회장, 2023∼2025)의 서명이 담겨 국제적 공신력을 더했다.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류마티스질환 전문병원이다. 다학제적 진료 체계와 선도적 연구, 전문 의료인 양성을 이끌어 왔다. 특히 환자 중심의 진료와 학문적 성과를 기반으로 한 의학 교육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김태환 병원장은 “이번 APLAR 우수센터 인증은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이 환자 중심 진료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재 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류마티스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와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는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전문의 칼럼] 성묘·벌초 시 ‘쯔쯔가무시병’ 주의보

최근 가천대 길병원을 찾은 68세 여성 환자는 과수원에서 감을 따던 중 갑자기 고열과 두통, 근육통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그냥 환절기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며칠을 버티다가 상태가 악화돼 응급실을 방문했다. 진료 과정 중 환자의 겨드랑이 피부에서 검은 딱지가 발견됐고, 혈액검사 결과 '쯔쯔가무시병'으로 확진됐다. 다행히도 독시사이클린 항생제를 투여한 후 빠르게 호전돼 현재는 건강을 회복했다. 이 여성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폐렴이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을철 성묘와 벌초 그리고 단풍 놀이 등으로 야외 활동이 한창인 요즘, 무심코 들어간 풀숲에서 우리 건강이 위협 당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쯔쯔가무시병은 추석을 전후한 가을철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벌레'라는 뜻처럼, 진드기 유충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병을 의미한다. 이 병은 리케치아과에 속하는 세균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에 감염돼 발생한다. 감염은 주로 풀이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를 물면서 이뤄진다. 농작업이나 벌초, 성묘, 도토리와 밤 줍기, 등산과 같은 일상적인 야외활동 중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 전체 환자의 대다수가 9월부터 11월 사이인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3년간 환자의 74.3%가 이 시기에 발생했다. 이는 진드기의 밀도가 평균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9월부터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석 전후로 농촌과 산간지역에서 가장 많다. 논과 밭, 과수원, 등산로 주변 풀숲이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농촌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주로 발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등산이나 단풍놀이 등 야외활동 증가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도시 거주자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한정됐던 유행 시기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병에 감염된 뒤 보통 6일에서 18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는 갑작스러운 두통, 고열, 오한, 근육통, 피부 발진 등을 호소한다. 특히 환자의 약 90%에서는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데, 이를 가피(eschar)라고 한다. 가피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허리, 복부 주름 등 피부가 얇고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하며, 쯔쯔가무시병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가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감별 진단이 어렵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드물게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이 동반되거나 수막염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비교적 항생제 치료 효과가 좋은 질환이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 특히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하면 대체로 호전된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수막염, 폐렴, 신부전과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고령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야외활동 이후 두통과 발열, 오한 등 심한 감기 증세가 나타나거나 벌레에 물린 흔적이 확인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백신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진드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생활 속 예방이 최선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양말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업이나 활동을 마친 후에는 곧바로 샤워를 해 피부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고, 착용했던 작업복이나 속옷, 양말 등을 즉시 세탁해야 한다. 또한 유행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발열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드기 물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긴 옷을 착용하고, 귀가 후 바로 샤워와 세탁을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야외활동 후 갑작스러운 고열이나 심한 감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작은 벌레가 옮기는 질병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다.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조기 진단과 예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풍이 물들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를 경계하며 예방의식을 갖는 것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서울성모병원 정낙균 교수,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 취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정낙균 교수(소아청소년과)가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으로 최근 취임했다. 이번 9월부터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정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임상과장, 의료윤리사무국장, PI실장 등을 역임하며 환자 진료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식등록위원회 위원장, 총무이사, 재무이사 등을 맡아 학회 운영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왔다. 소아혈액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1500여 건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등 난치성 혈액질환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선도하며 활발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2022년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학술공로상, 2023년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정 이사장은 “혈액암 환자와 가족에게 최상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국내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의 임상 및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더 강화하겠다"면서 “활발한 국제 학술 교류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지닌 대한민국 조혈모세포 분야의 경쟁력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분당서울대병원, 인공지능 노인맞춤형 예방서비스 개발한다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송정한)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주관하는 '2025년도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연구 과제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이 진행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극초고령사회에서의 노쇠에 대한 AI 기반 예방적 돌봄 서비스 개발'(프로젝트명 DEF-H, 총 연구비 175억원, 담당 PM 이승규)이다. 연구팀은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모델 기반 노쇠 관리 예방 서비스' 과제를 제안했다. 이 과제는 다차원적 의료 및 건강 데이터를 결합한 멀티모달파운데이션모델을 구축해 노쇠 발생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인건강종합평가 △맞춤형 약물·운동·영양 중재 △노인 인구 대상 건강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노쇠로 인한 건강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행 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29년 12월까지이며, 연구팀에게는 최대 127.5억 원의 정부연구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책임연구자인 정세영 교수(가정의학과, 정보화실장)를 중심으로 노인병내과, 재활의학과 등 임상 전문 연구진을 구성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간호대학·약학대학,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컨소시엄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헬스케어·AI 전문 기업으로는 차헬스케어, 원스글로벌, 알에스리햅, 더존비즈온, 엑소시스템즈 등이 협력해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를 함께 추진한다. 개발된 서비스는 지역사회 내 1∼3차 의료기관과 돌봄 현장에서 실증 연구를 거친 뒤, 전국 단위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국가 생애전환기 검진에 노쇠 평가를 위한 표준 규격을 반영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국가 보건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제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 교수는 이번 과제 선정에 대해 “본 과제는 의료에 AI를 접목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분당서울대병원이 제공하는 양질의 노인 평가 및 관리 서비스를 AI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POC코리아, 페루 의료 역량강화 위해 현미경 기증

피오씨코리아(대표 이응훈)가 페루 보건 환경 개선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24일 국제보건 NGO 메디피스(이사장 채종일)에 따르면, 피오씨코리아는 지난 8월 20일, 페루 로레토주 지역표준실험실에서 열린 기증식을 통해 올림푸스 현미경(CX33 모델) 2대와 현미경 연결 카메라, 노트북 1대를 메디피스 페루지부에 전달했다. 페루 로레토주 벨렌 지역은 위생 문제로 인해 장내기생충 및 원충 감염률이 주민 10명 중 8명 이상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에 기증된 현미경과 장비는 메디피스 사업으로 새롭게 신설된 장내기생충 전담 실험실과 기존 결핵균 실험실에서 활용되며, 현지 의료 인력의 진단 및 교육 역량 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감염병 진단과 치료 수준이 향상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보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피오씨코리아 이응훈 대표는 “의료기기를 통해 현지 의료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면서 “이번 기증이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 증진과 의료 체계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디피스 관계자 역시 “피오씨코리아의 소중한 나눔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기증된 현미경이 의료진의 전문성을 높이고, 로레토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디피스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로레토 지역 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장내기생충과 결핵을 비롯한 주요 감염병 대응 교육과 진단 실습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지역 보건 향상에 꾸준히 힘쓸 예정이다. 사단법인 메디피스는 '인도주의' 가치 아래에서 기본적인 건강권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여러 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 개선을 돕는 활동에 주력해 왔다. 파푸아뉴기니의 보건소 운영에 적합한 모델을 제시하고 보건의료 인력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세네갈, 네팔, 볼리비아, 탄자니아 등 지구촌 곳곳을 꾸준히 찾았다. 국내에서도 긴급 보건의료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의 손길을 제공했다. 기생충을 비롯한 열대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채종일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보건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기본적 건강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면서 “메디피스는 후원자님들을 믿고, 마음 가득 인도주의적 가치와 책임감을 안고, 국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뿐 아니라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들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사랑의달팽이, 우리금융그룹  ‘우리 모모콘’ 참여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회장 이행희)는 지난 20~21일 우리금융그룹이 서울 난지한강공원 젊음의 광장에서 개최한 '우리 모모콘'에 참여해 귀 건강과 나눔을 주제로 하는 이벤트 부스를 운영했다고 24일 밝혔다. 우리 모모콘은 우리금융그룹이 '모이면 모일수록 선한 힘이 커진다' 모토 아래 주최하는 사회공헌 콘서트다. 음악과 나눔을 결합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사회공헌을 소개했다. 특히 사랑의달팽이를 비롯해 우리금융그룹과 함께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파트너들이 참여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사랑의달팽이는 '이(耳) 편한 부스' 이벤트 부스를 운영하며 관람객 입장 시 '이어플러그'를 착용해 귀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난청 예방을 위한 캠페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 외에도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미래재단과 함께 하는 '우리루키 프로젝트'의 성과를 알리는 나눔 부스, 세계 최초 청각장애 유소년 단원으로 구성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의 제20회 정기연주회 개최를 기념한 스톱워치 이벤트, SNS 구독 이벤트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 등을 운영했다. 우리루키 프로젝트는 사랑의달팽이가 우리금융미래재단과 함께 2023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지난 2년간 저소득층 청각장애 아동 및 청소년 335명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과 외부장치 교체 등을 지원했다. 이번 우리 모모콘에는 우리금융미래재단 지원으로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고 소리를 되찾은 청각장애 어린이와 청소년도 특별 초청되어 함께 페스티벌을 즐겼다. 이행희 사랑의달팽이 회장은 “우리 모모콘을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나 난청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과 나눔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청각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사회인식개선 활동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랑의달팽이는 지난 2000년 2명의 청각장애 아동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 지원을 시작으로 전국의 청각장애인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 및 외부장치 교체, 보청기를 지원하며 소리를 찾아주고 있다. 소리를 찾게 된 청각장애인에게는 클라리넷앙상블과 옥탑방달팽이 단원 활동, 멘토링 , 직업 체험,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9년부터 한국가이드스타가 실시한 투명성 및 책무성, 재무효율성 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유일한 스타공익법인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자가용 출퇴근하면 외로워진다

통근 시간이 1시간이 초과되고, 자차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외로움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외로움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뿐 아니라 치매, 뇌심혈관계 질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최백용 교수 연구팀은 2023년 서울시 거주 직장인 2만 4278명을 대상으로 통근 시간과 외로움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서울서베이 2023 외로움 문항을 통해 외로움을 측정했으며, 특히 가족 관계에서의 외로움 및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외로움 두 가지 측면을 평가했다. 또한 편도 통근 시간에 따라 △30분 이하 그룹 △31분 이상∼60분 이하 그룹 △60분 초과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통근 시간이 30분 이하인 그룹과 비교했을 때, 60분을 초과하는 그룹의 경우, 가족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위험이 49% 높았고, 가족 외 타인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위험이 3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팀은 60분을 초과하는 집단에서 통근 수단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자가용을 이용해 통근하는 집단에서 외로움이 크게 증가했으며, 반면 대중교통이나 도보,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경우 외로움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통근 시간이 단순히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고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 라며 “통근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Transport&Health)에 게재됐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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