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장, 부회장)가 '강한 성장'(bold growth)을 새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업 구조를 미래형으로 과감히 전환함으로써 최근 삼성전자가 처한 복합 위기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DX 부문 출범 3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에서 DX 커넥트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그간 '원 삼성'(One Samsung)의 기틀을 다지고 사업 간 시너지 제고에 노력해왔다"며 “우리의 다음 목표는 '강한 성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2021년 12월 DX 부문장 취임 당시 “'원 삼성'의 시너지를 만들고자 노력하자"며 “이를 위해 기존 사업부-제품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며 '원삼성'을 키워드로 꺼내든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취임 3년을 맞아 이번에는 '강한 성장'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의료 기기 기술(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솔루션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공개하고, 차세대 신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X 부문에 미래 신기술과 제품 확보를 위한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했다. 또 미래사업기획단과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과 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차세대 헬스 영역을 더욱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간담회에서 한 부회장은 “미래 사업을 들여다보며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고 성과가 나오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미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IFA 2024에서 인공 지능(AI)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건강 관리 서비스인 '삼성 푸드 플러스'를 공개했다. 시니어 고객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싱스 기반 '패밀리 케어'도 연내 글로벌 다른 국가로 도입을 확대한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로봇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양한 영역에서 끌어올린다는 입장이다. 올 5월 삼성전자는 DX 부문 산하 로봇사업팀 연구·개발(R&D) 인력을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으로 배치하는 등 관련 분야 강화 차원에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전장의 경우 자회사 하만과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간다. 친환경 공조 솔루션도 기존 사업과 연계를 강화한다. 'AI 컴퍼니'로의 전환 계획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외부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디바이스 사업 외 서비스·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도 힘을 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선언하며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삼고 'AI 가전=삼성' 공식을 공고히 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IFA 간담회에서도 “AI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것, 싫어하는 것,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연결된 경험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 AI 시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 그는 “대립 아닌 상생 관계를 다져나가야 한다"며 “열린 자세로 진정성 있게 소통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