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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中에 1위 내줬다”…‘수소차 리더’ 현대차 무거워지는 어깨

현대자동차가 줄곧 지켜오던 '수소차 시장 왕좌'가 중국기업들에 넘어갔다.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신차 출시, 다양한 국가, 기업과 협력으로 수소차 패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방침이다. 25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 1~9월 글로벌 수소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4513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수소 상용차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 점유율까지 선두에 오른 것이다. 개별 기업별로 따지면 여전히 현대차가 3095대 판매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업계가 성장세에 오른 반면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와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45.4% 31.1%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소비자들의 수소차 수요 격차가 크게 벌어진 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올해 1~9월 동안 중국에선 전년 대비 22.8% 증가한 5217대의 수소차가 등록됐다. 반면 한국 시장은 지난해 보다 25.8% 감소한 2978대 등록에 그치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일한 승용 모델인 넥쏘의 인기가 갈수록 곤두박질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SNE리서치는 “수소차 시장 점유율 선두였던 국내 시장에서 저조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보다 인프라, 경제성, 정책 등이 부족한 수소차 시장의 확대가 언제까지 지연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인지한 듯 현대차는 최근 수소차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미국 LA 오토쇼에서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북미 시장에 최초 공개했다. 이니시움은 수소차의 강점인 우수한 주행거리와 여유로운 실내 공간, 특화된 편의사양을 갖춰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등을 통해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 수소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니시움의 실제 양산 모델을 내년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대차는 토요타와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수소를 얘기해서 같이 좀 잘 협력하려고 한다"며 토요타와 협력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지난달 27일 한국에서 열린 가주레이싱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협력하며 돈독한 사이를 보여주는 주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그간 소문으로만 돌았던 양사의 '수소 협력'이 곧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어 현대차는 중국과도 손을 잡았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수소차 시장을 사로잡아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5일 울산시·광저우시와 '수소 생태계 공동협력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광저우시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과 수소 선도 도시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스코다 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단독] 대한항공, RR 엔진 정비 라이센스 확보…아태 MRO 허브 도약 노린다

대한항공이 영국 중공업 회사 롤스로이스(RR plc)의 항공기 엔진 정비 권한을 따내 직접 정비에 나선다. 인천 영종도에 세우는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에서는 연간 정비 가능 물량을 대폭 늘리고, 타 항공사들로부터도 본격 수주해 아시아·태평양 항공 정비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비본부 정비훈련원은 지난 22일 항공·엔진 정비 기술 훈련생 모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 관계자는 “프랫 앤 휘트니(PW)·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어 RR plc 트렌트 엔진까지 정비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3월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을 확장하고자 인천 중구 운북동(영종도) 부지에 신 엔진 정비 공장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당시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A350-900의 RR plc 트렌트(Trent) 엑스트라 와이드 바디(XWB) 엔진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통상 RR plc는 자사 엔진을 직접 또는 라이센스를 받은 지역 거점의 파트너사의 지정 공장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토탈 케어' 정책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 트렌트 엔진의 약 90%가 토탈 케어 계약 대상이고, 이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엔진 비행 시간당 일정 금액을 RR plc나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엔진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RR plc과의 협상을 거쳐 에어프랑스-KLM 그룹처럼 엔진에 대한 정비 권한을 획득할 수도 있다. RR plc는 고객사가 직접 엔진 MRO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파운데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RR plc 엔진 보유 항공사가 직접 제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토탈 케어나 '셀렉트 케어'보다도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자체 MRO 역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한 요구 사항에 맞춰 엔진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항공사나 운영자에게 적합하다. 올해 5월 기준 대한항공은 정비본부 산하에 3121명의 인력과 △운항 점검 정비 공장(인천·김포) △김해 중정비 공장(부산) △엔진 정비 공장(부천) △전자 보기 정비 공장(부산) 등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RR plc로부터 엔진 취급 인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대한항공이 올해 3월 에어버스에 33대를 주문한 A350 계열 항공기들은 모두 RR 엔진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엔진 제작사와 사전 협상을 마쳤을 것이라는 항공 엔진 전문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종래까지 대한항공은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와 GTF 엔진, 제너럴 일렉트릭(GE)와 스네크마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CFMI)의 CFM56, GE의 GE90-115B 엔진 등 총 4개사 6종에 대한 오버홀 정비를 수행할 수 있었다. RR plc까지 추가됨에 따라 이로써 대한항공은 '글로벌 빅 3' 엔진 메이커 제품을 다 다뤄볼 수 있게 돼 종합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GE의 GEnx 시리즈와 CFMI의 LEAP-1B를 포함,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을 총 9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한 연간 엔진 정비 능력을 100대에서 360대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자회사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와 델타항공·중국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수주 이력도 있는 만큼 향후 10년 간 성장률이 22.5%에 달할 아시아·태평양 항공 엔진 MRO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 엔진 정비를 맡기면 조건에 따라 50억~300억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요를 끌어들이면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부 해외 유출 방지 방지·일자리 창출·부품 국산화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부가 가치 창출도 도모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SIA EC'·델타항공 테크 옵스·루프트한자 테크닉스 등 유수의 정비 실력자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MRO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길 잃은 RE100]⑬ “롤러코스터 배출권 가격 잡아라” 내년부터 금융사도 시장 참여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매우 저렴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네 달 동안 45% 이상 가격이 급증했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변동하는 불안정한 탄소배출권 시장 탓에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와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장 참가자가 늘어나면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시장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금융사가 거래 참여자로 들어온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현재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KAU24는 지난 22일 1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AU24는 지난달 말 1만255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여일 가량 1만1000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KAU24의 최저점이었던 지난 6월 29일 8610원에 비해서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고점에 비해서는 45% 이상 차이가 난다. KUA24의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6월 29일까지 8610원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네 달 동안 크게 올랐다.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해준 할당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배출권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오고 있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급변동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 해로 꼽힌다. 실제 KAU21은 2021년 6월 23일 1만155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8월 25일 2만9500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두 달여 만에 가격이 2.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에서는 합리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사업이 순항해 생산을 늘릴 경우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해야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해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배출권 시장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시장기능은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시장 참여업체들이 배출권을 필요로 할 때 구매하기 어렵거나 미래의 시장운영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예비적 저축을 위한 경향이 과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배출권 거래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배출권 시장 참여자를 확대한다.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법제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는 지난 4월 기준 780여개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와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 등에 불과하다. 내년 2월 시행되는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에 의하면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는 기존 할당 대상 업체, 시장 조성자 및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에서 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넓어진다. 내년부터 이 같이 시장 참가자가 늘면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산업권에서는 금융사가 전체적인 거래를 주도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출권을 실제 소비하지 않은 금융사가 배출권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해 시세 차익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RE100 등을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시장 참여자 확대를 통해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신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신호를 주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⑪ 탄소배출 1등 기업들 배출권 팔아서 4747억원 수익···느슨한 배출권 제도 탓에 재생에너지 활용 뒷전

정부의 배출권거래제도의 허점 탓에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기업이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탄소 다배출 기업이 경기 위축 상황에서 남아돌 수밖에 없는 배출권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 배출권을 90%나 제공하는 국내 시장이 너무 느슨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출허용총량 등을 세심하게 설정해 주요 기업들이 실제로 탄소 감축에 노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산업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몇 년 동안 국내 기업 중에 탄소 다배출 기업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덕에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에 따르면 1·2·3차 배출권거래제 기간 동안 주요 다배출기업이 남아도는 배출권을 팔아 큰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포스코 등 10개 다배출기업은 배출권 판매수익으로 약 4747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주요국의 환경정책을 아우르는 근간은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다. 현재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을 뜻한다. 파리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통제하자는 이전(교토의정서)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각국의 대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도다. 배출권거래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과거배출량 기반의 배출권 무상·유상할당량을 제공받게 된다. 만약 어떤 기업이 할당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면 다른 업체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남은 배출권은 거래소에서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전후로 이 같은 배출권거래제도를 준비해왔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부는 시장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첫 법률적 발판이 됐다. 이어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된 1기는 거래제도 안착을 위해 경험 축적 기간으로 배출권 전량이 무상할당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된 2기에서부터 무상할당량이 97%, 유상할당량이 3%로 할당됐으며, 배출권 거래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2021년부터 내년까지 지속되는 3기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이 10%로 이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포스코 등 주요 다배출 기업은 현행 10% 수준의 유상할당량을 대부분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산업권에서는 코로나19와 그 직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탄소 다배출 기업이 생산량을 자연스레 줄이면서 남아도는 배출권을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할당량이 90%에 달하는 국내 시장의 느슨함이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근본적인 도입 이유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탄소 배출에 재무적 리스크를 부여하겠다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도입 취지를 떠올려보면 수년 동안 대규모 무상할당량의 범위 내에서만 생산을 하고 나머지 10% 유상할당량을 매각해 시장에서 수익 올리기에 집중하는 현재의 상황이 적절치는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탄소 다배출 기업의 경우 10%에 해당하는 유상할당량도 다른 기업보다 많이 책정을 받기에 이를 매각한다면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앞서 탄소를 많이 배출해왔을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2026년부터 시작되는 탄소거래제 4기에서는 무상할당량 규모를 현행 90%에서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산업권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의 느슨함 탓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재무적 리스크가 거의 없는 탓에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손해로 인식된다는 분석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민간 LNG 발전사는 발전소를 돌리지 않고 대규모로 받은 배출권을 매각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단순히 탄소배출권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업을 극도로 줄이는 일부 기업의 행태를 막기 위해 무상할당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시승기] 한국 공략 나서는 ‘BYD 씰·아토3’… 디자인은 매력적 주행감은 무난

“생각보다 괜찮네?" 차량 시승을 마친 기자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중국산이란 이미지로 인해 크게 기대하지 않은 탓인지 예상보다 괜찮은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19일 내년 1월 한국 출시를 앞둔 중국 BYD의 대표 모델 씰과 아토3를 시승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작은 서킷에서 S자, 8자, 가속 등으로 구성된 짐카나 코스를 돌며 차량의 주행 성능을 가볍게 느꼈다. 씰은 혁신적인 CTB(셀투바디)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양산형 모델로 뛰어난 안전, 핸들링, 효율성을 자랑한다. 셀투바디는 배터리셀 자체를 차량 바디에 통합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씰은 날렵한 차체에도 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씰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이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BYD 모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이었다. 전체적인 라인이 낮고 날렵했으며 옆으로 뻗은 헤드라이트는 이 차의 이미지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실내는 심플한 감성을 지녔다. 센터페시아를 디스플레이로 통일하면서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가로, 세로 전환이 가능했다. 주행 중 내비게이션을 볼 땐 세로, 차안에서 영상을 볼 땐 가로로 설정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씰의 진짜 매력은 민첩한 주행감이다. 3.8초의 제로백 성능을 갖춘 차답게 치고나가는 속도가 강했으며 핸들링도 매우 부드러웠다. 촘촘한 S자 구간을 시속 약 60km의 속도로 주행했음에도 무리 없이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는 테슬라, 현대차 등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차체 강성도 합격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8자 코스를 진입했음에도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량의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줬고 쏠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씰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약 4000~5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LFP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성능으로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차량으로 보인다. 이어 시승한 차는 소형 SUV '아토3'였다. 보다 실용적인 매력을 갖춘 차량으로 합리적인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울릴 모델이었다. 아토3은 무난한 외관을 보였다. 일반적인 소형 SUV들과 비슷한 라인, 크기에 전기차다운 역동적 이미지가 가미됐다. 실내는 다소 새로웠다. 공조장치, 문 개페 장치가 모두 '원'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BYD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아토3만의 컨셉이라고 한다. 스티어링 휠에 새겨진 '元(원)' 한자에 맞게 차량의 세세한 부분을 동그랗게 설계한 것이다. 차량의 주행감은 다소 투박했다. 날렵했던 씰을 먼저 시승해서 그런지 투박한 주행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민첩한 주행이 목적이 아닌 차량이긴 하지만 여느 소형 전기 SUV 모델과 비교해도 좀 부족한 성능이었다. 특히 스티어링 휠 세팅이 너무 여유롭게 맞춰져 있는 탓에 회전반경이 생각보다 컸다. 이에 씰로는 무난하게 지나갔던 S자, 8자 코스를 주행할 때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서스펜션도 물렁해서 회전을 할 때 마다 쏠림이 크게 느껴졌다. 이에 멀미가 심한 운전자에겐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아토3의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2500만~300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한국에 들어올 때도 무난하게 3000만원 초반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성능보다 저렴한 구매 비용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에겐 나쁘지 않을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HD현대, 그룹 임원인사 단행…74명 승진·선임

HD현대가 25일 2024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14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인사로 모두 74명이 승진·선임됐다. 이날 인사에서 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전무 등 5명이 부사장으로, HD현대중공업 윤훈희 상무 등 24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 김동목 수석 등 45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 중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임원인사에 이어 다음 달 중순 이틀간에 걸쳐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2025년 경영계획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확정해 그룹의 미래전략을 가속화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르포] BYD 충칭 배터리 공장, 못으로 뚫어도 끄떡없는 기술력 비결은?

BYD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지 20년 만에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오를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저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순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진짜 무기는 '배터리'다. 성능, 안전성, 가격 3박자를 모두 갖춘 배터리를 통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충칭에 위치한 BYD 배터리 공장을 찾아 이들의 무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 봤다. 지난 21일 중국 충칭시에 위치한 BYD 배터리 공장에 방문했다. 한국 진출을 앞두고 BYD가 진행한 한국 미디어 초청 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자사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 공장은 BYD의 자회사 '핀드림 배터리'의 공장이다. 핀드림 배터리는 100% BYD의 자회사로 배터리 사업부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투어는 관계자의 공장 구역 설명으로 시작됐다. 공장 약도를 보며 어떤 구역에서 어떤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BYD 충칭 배터리 공장은 중국 남서부 충칭시 비산구에 위치한 첫번째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 기지로 총 투자액은 180억위안, 건축 면적은 약 100만㎡에 달하며 연간 20GWh 이상의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2020년도 완공된 1기 공장은 8개 생산 라인 보유했고 연간 2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2기 공장은 2021년 완공돼 6개 생산 라인에서 연간 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BYD 관계자는 “이런 생산 구조는 더 연속성을 유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생산의 원가랑 그리고 생산의 전반적인 주기를 더 개선을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개의 공장 뒤엔 부품 생산 서브공장이 위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에선 알루미늄 케이스, 배전함 등이 생샌되고 있다. 투어는 1기 공장부터 진행됐다. 공장 입구엔 그간 BYD가 개발하고 납품했던 제품들에 대한 내용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BYD는 1996년 리튬 배터리 영역에 진출해 모토로라, 노키아 등 휴대폰 배터리 납품을 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이후 2008년엔 세계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F3DM을 출시했다. 충칭 공장은 BYD가 영위하는 3개의 분야 중 전기차 배터리인 '파워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이미 1000만대 넘게 세계 곳곳에 공급돼 있다. BYD는 자사 제품의 장점으로 7S를 꼽았다. 7S란 슈퍼 코스트, 슈퍼 안전, 슈퍼 수명, 슈퍼 주행거리, 슈퍼 강도, 슈퍼 파워, 슈퍼 저온 성능을 의미한다. 공장 입구에서 몇 걸음 지나면 BYD의 대표 제품 '블레이드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전시된 셀은 충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으로 셀 하나에 1600개의 특허가 등록됐다. 이어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못 관통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못 관통 테스트는 NCM배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에 못을 통과시켜 각각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시험하는 과정이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NCM배터리의 경우 못이 통과한 순간 열폭주가 일어나며 굉음과 함께 불이 붙은 반면, 블레이드 배터리는 연기조차 나지 않으며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BYD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영상 시청 후 생산라인 관람이 진행됐다. 유리벽 넘어 있는 생산라인은 '자동화의 향연'이었다. 모든 생산 과정은 로봇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정은 '자동화율 100%'에 달한다. 공정 단계는 원재료 배분, 장막 도포, 압축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장막 도포 단계였다. 차곡차곡 쌓은 셀의 전면, 단면에 도포를 하는 단계로 장비 사이로 배터리 셀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양극엔 알루미늄, 음극엔 흑연이 도포되고 있다고 한다. 라인 한쪽엔 실제 생산공정의 셀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충칭 공장은 배터리 생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청결을 위해 바닥면은 모두 철로 이뤄졌고, 온도는 25도 습도는 1000분의 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BYD가 얼마나 제품 생산에 심혈을 기울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투어는 BYD가 개발한 모노레일 '스카이 셔틀'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 됐다. 스카이 셔틀은 직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한 BYD의 제품이다. 특히 BYD의 스카이 셔틀은 일반 레일 교통수단 부지의 10분의 1에 그치는 면적을 차지하는 등 효율성 또한 좋은 수단이다. BYD 관계자는 “충칭 배터리 공장은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배터리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해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기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르포] BYD 선전 자동차공장, 사람·로봇 조화 이룬 생산기지

BYD 선전자동차 공장은 풍부한 인력과 자동화 로봇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산기지였다. 생산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안감 낮출 수 있었다. 지난 19일 BYD의 선전 자동차 공업단지를 방문했다. 이는 BYD 한국 언론 초청 행사의 첫 번째 일정으로 스탬핑, 용접, 조립 공장 3곳을 둘러보며 진행됐다. BYD 본사로부터 약 100㎞ 떨어져 있는 선전 공업단지는 2021년 9월 100% BYD 그룹 자본으로 설립된 BYD 차량 생산 공장이다. 선전 특별 협력구에 위치해 있으며 약 14만㎡ 규모의 구아부(Goebu) 단지와 40만㎡ 규모의 샤오막(Xiaomo) 단지로 나뉜 대규모 공장 부지다. BYD는 2021년에 50억위안을 투자해 1단계 구아부 공업 단지를 건설했고, 2022년에는 2단계 샤오막 공업단지 건설을 위해 추가로 200억위안을 투자했다. 이번 투어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은 스탬핑, 용접, 조립 공장 등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스탬핑 공장이다. 스탬핑이란 차량 도어 등 외부패널 부품을 찍는 공정이다. 부품을 먼지 한 톨 안남기게 세척하고 커팅해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HAN, 덴자 D9, 양왕 등이다. 선전 공장엔 3개의 스탬핑 기기가 있다.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 로봇으로 진행됐다. 로봇이 철, 알루미늄 등으로 구성된 철재를 들고 차량 디자인에 맞게 압축해 틀을 만든다. 관계자에 따르면 부품에 가해지는 압력은 250t에 달한다. 자동화 공장답게 스탬핑의 모든 과정은 서버로 관리된다.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다. 이어 방문한 곳은 용접공장이다. 스탬핑돼 나온 부품을 용접해 붙이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곳에선 1일 600~650개, 월 3만대의 차량이 제작된다. 용접 공장 역시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가 진행됐다. BYD 관계자는 “해당 공장의 자동화율은 87%에 달하며 1740개의 로봇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58초당 1대를 생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가운데엔 이 곳에서 제작되는 HAN의 차체가 전시됐다. 해당 부품에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 여러 색으로 표현해 놓은 차체다. 자동화 공장답게 정밀도 체크도 컴퓨터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모든 공정을 모니터로 체크하며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밀도의 기준은 0.15~0.2㎜ 범위다. 이처럼 철저한 과정을 통해 BYD는 불량률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조립공장이다. 이 곳은 앞선 2 공장과 달리 사람의 개입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여러 인력들이 차체에 붙어 차량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에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25%로 다소 낮았다. 다만 무겁고 힘든 일은 로봇이 도맡았다. 무거운 부품의 수송은 AGV나 견인차로 실어 나른다. 비교적 가벼운 부품은 AGV가 무거운 부품은 견인차가 수송한다. 두 수단 모두 무인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여러대의 무인 AGV가 돌아다니며 물건을 옮겼다. 해당 공장은 100대 이상의 AGV를 보유하고 있다. 타이어 조립은 100% 자동화로 진행된다. 리프트에 들려진 차체 밑에 타이어 장착로봇이 빠른 속도로 타이어를 탑재한다. 타이어 장착 시간은 개당 약 30초다. 사람과 로봇의 협력을 통해 이 공장은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방문 당시 1일 생산 목표는 1260대였고, 공장 가동률은 98%에 달했다. 조립이 끝난 차량은 배터리 장착 후 범피 구간 주행 등을 통해 작업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엇갈리는 철강 전망 “바닥 찍었다” vs “지하실 있다”

철강업계가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한파'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0.9%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2.6%p 하회하는 셈이다. 지난 1월5일 t당 142.58달러였던 철광석값이 11월15일 99.88달러까지 떨어진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올 4분기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산업연구원은 철강업종의 11월 업황 현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10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2월 전망치는 78로 33p 하락했다. 내수·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생산수준과 채산성도 좋지 않은 탓이다. 10월 현황 PSI는 122로 높았으나, 8월과 9월이 각각 56·67로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포함한 4분기 매출 전망 PSI는 92로 나타났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전기 대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내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철강은 74로 주요 업종 중 가장 낮았다고 우려했다. 8월 자동차 생산량이 24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철강의 경우 3분기 BSI(79)도 평균을 크게 하회했는데 4분기가 더 힘들다는 뜻이다. 10월 중국 조강생산이 8188만t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것도 언급된다. 보수를 마친 설비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11월 철근 등 현지 철강재 가격이 하락전환했다. 바오산철강이 12월 자국 내 열연제품 가격을 동결한 데 이어 안강도 12월 동결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내 철강사들의 가동률이 높지 않은 상황으로,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1제강과 1선재공장의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일부 제품의 수급이 불리한 까닭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선재시장의 생산력이 2억t에 달하지만, 실제 수요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노조에 건설용 형강 등을 생산하는 포항 2공장 폐쇄를 통보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끝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중국이 금리 인하와 일부 지역에서 주택구매제한을 해제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이규익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가의 구형 철근 물량이 해소되고, 철강재 재고도 예년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1선도시 주택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생산량 확대가 예상되는 인도에서도 도시화율 증가에 따른 순수입 상태 지속을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중국이) 수요 감소와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조강 생산을 2.2% 줄일 것"이라며 “감산과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로 수출은 1억t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지 소비가 활성화되고 공급이 축소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저가 철강재 물량이 줄어들면서 판가 하방 압력도 완화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귀환이 중국 제조업 반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0%에 달하는 관세가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분야의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세계철강협회도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8억1500t로 올해(17억9000만t)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수요가 소폭 감소하겠으나, 다른 지역에서 이를 만회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은 마진 회복 신호가 있으면 감산 기조를 완화하는 만큼 설비 구조조정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힘들고, 경기부양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한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비용도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글로벌 OTT 성공방정식’…티빙, 요금제 개편 카드 언제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계정 공유 제한과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면서 국내 OTT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적자에 시달리는 티빙의 향후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 3분기 98억2500만달러(약 13조7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억900만달러(약 4조73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앞서 올 1분기와 2분기도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 성장을 이뤄낸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디즈니플러스도 반등에 성공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ESPN+ 등 OTT를 포함한 스트리밍 사업 영업이익이 3억2100만달러(약 4495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기록한 영업손실 3억8700만달러(약 5419억원)과 비교하면 대폭 흑자 전환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스트리밍 사업은 지속 적자를 내다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700만달러(약 659억원)를 기록,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바 있다. 기존 가입자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비즈니스 전략을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한 점이 이들 기업이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모두 계정 공유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요금제 개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계정 공유 제한이란 한 집에 살지 않는 이용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면 추가 금액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캐나다와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을 포함한 100여개 나라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했고, 디즈니플러스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 단행한 요금 인상이 글로벌 OTT의 수익을 늘리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에 각각 스페인·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요금을 추가적으로 올리며 수익성 중심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티빙도 이러한 글로벌 OTT의 성공 사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티빙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매 분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건 OTT 플랫폼이 늘어나고 관련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며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에 직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OTT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전략을 튼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요소다. 업계에선 플랫폼 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콘텐츠 투자 등에 제한이 생기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적자를 안고 간다면 콘텐츠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막대한 제작비로 대작을 쏟아내는 글로벌 OTT들과 비교해 콘텐츠 경쟁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티빙도 최근 글로벌 OTT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최근 진행된 CJ ENM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넷플릭스 등이 계정 공유 제한을 통해 성장했는데, 티빙은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료 인상을 단행할지도 주목된다. 시장에선 티빙이 흑자를 내기 위해선 구독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는 웨이브와의 합병 이후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OTT가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글로벌 OTT에게 밀리는 현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이용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며 “티빙이 웨이브와 합쳐져 글로벌 OTT와 대적할만한 수준이 되면 요금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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