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등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으나, 올 3분기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온도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연결기준 매출 2조7031억원·영업이익 2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5.6% 하락했다. 상선과 특수선 부문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해양부문이 환율 하락을 비롯한 이유로 적자전환한 탓이다. 한화오션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인도 지연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고려했고, 3차례 중대재해에 따른 생산차질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사내·외 협력사 경영안정화를 위한 비용도 지출했다고 밝혔다. 상선 부문은 저가 수주 컨테이너선 비중이 줄어들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4분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내년에는 상선 부문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환경규제 △청정에너지 수요 급증 △선대 노후화 △선사 얼라이언스 재편 등이 LNG운반선 뿐 아니라 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과 이중연료(DF) 대형 유조선(VLCC) 및 대형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선종의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수선 부문은 전분기 일회성 환입 효과가 소거되고, 잠수함 및 창정비 프로젝트이 이익이 발생했다. 향후에는 잠수함 수출과 유지·보수·정비(MRO) 중심의 매출을 내고 수상함 배출 비중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해양 부문은 글로벌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이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 남미와 서아프리카 지역 대규모 유전 개발이 대형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발주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2조3229억원·영업이익 119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58% 늘어나는 등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저선가 물량의 비중이 낮아졌고, 해양프로젝트 하자보수기간 종료에 따른 충당금 환입을 비롯한 일회성 이익도 더해진 덕분이다. 경쟁사 보다 임금 협상도 일찍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주목표의 56% 가량을 채운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서는 LNG운반선과 친환경 컨테이너선 수주에 힘입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특히 ENI 코랄 FLNG 수주가 이뤄지면 25억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수주 물량을 실적으로 빠르게 환산하기 위한 '맨파워'도 보충했다. 변용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이 지난해말까지 직영·협력사 외국인력 1800명, 올해도 9월까지 600명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둔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6조원·영업이익 3600억원 규모의 실적을 시현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이 20% 가까이 불어나고, 영업이익은 400% 가량 확대되는 등 2개분기 연속 3000억원대 중후반대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중 HD현대삼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447억원·15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80억달러 이상의 수주실적을 내면서 연간 목표를 30% 넘게 초과달성했다.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위주의 선별 수주 정책을 강하게 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체결한 VLAC 2척 건조계약은 총 3400억원에 육박한다. LNG운반선 등 기존 주력 선종 뿐 아니라 컨선 수주도 더해졌다. 컨선은 홍해 사태 장기화 및 환경규제로 공급과잉이 완화된 것이 특징으로, 환경규제로 DF 추진엔진이 장착된 선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기의 경우 '하투(여름철 투쟁)' 등에 따른 생산차질도 발생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과 노후선 폐선 속도를 비롯한 요소가 발주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