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라는 '산소 호흡기'를 달았지만 한국 경제의 숨통은 여전히 가쁘다. 소비·투자·생산이 모두 위축된 가운데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내렸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 회복은 장담 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내수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2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24시간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관투자자 매수세 지속으로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상승하고 국고채 금리가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수치 중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찾기 힘들다. 우선 지난 11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0.7을 기록해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생활수준과 미래 가계소득 전망이 소폭 개선됐으나,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악화됐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1%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민간소비가 0.5% 증가했으나, 건설투자가 3.6% 급감하고 수출도 0.2% 감소하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낮췄다. 생산, 소비, 설비 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생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GDP갭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물가 상승 우려는 적지만 경제가 잠재 GDP에도 못 미칠만큼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은 2001년 5.4%에서 2024년 2.0%로 급격히 하락했다. 자영업자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하락했으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0.15%에 달한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기업들의 생산활동도 위축됐다.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와 IT 수출 동향의 불확실성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수출산업의 경쟁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은 수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첨단 산업은 성장하는 반면,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과 생산성 격차도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었지만, 실질 구매력 회복과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